변화를 만드는 사람들 캠프C (2일차) - 부드럽고 나지막한 목소리들이 공간을 꽉 채운 대화의 시간

피플포체인지
2021-12-12
조회수 231

캠프C 둘째 날.
오늘은 4개의 모임이 열린다.

1부 산책도서관,
2부 우리들의 로컬이야기,
3부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 라운드테이블 2,
4부는 (이름도 근사한) 네트워크 파티.

꽤 빡빡해 보이지만 캠프C는 빡빡하지 않다.
캠프C는 행사가 아닌 모임이니까.
그리고 여기는 지리산이니까  

  

1부. 산책도서관 


이렇게 일찍 모일 줄 몰랐다.
아침 8시부터 10시까지 아침식사라고 했으니 대략 9시 정도에 한 두 사람씩 나타나지 않을까 했는데 우리의 예상은 빗나갔다.

8시가 되기도 전에 씩씩한 모습으로 <들썩>으로 들어서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부지런쟁이들.
아침은 따뜻하고, 차갑고, 상쾌하고, 부드러운 '모두를 위한' 메뉴들로 구성했다.
어제보다 더 반갑게 인사를 나눴고, 들썩 한 켠의 사진전도 자연스럽게 둘러보며 아침을 맞았다.

(사진촬영 : 지리산이음)

아침을 먹고 산내 마을 산책을 나섰다.
산내 살이 18년차 조아신님의 안내로 <들썩>에서 수달이 자주 출몰하는 람천을 건너 실상사를 지나 입석마을을 돌아 다시 <들썩>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소화도 할 겸 산책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읽는 시간이다.좁은 길을 걸을 땐 한 줄로 나란히, 조금 넓은 길을 지날 땐 삼삼오오 짝을 맞춰 걸었다. 



2부. 로컬이야기


어제와 달리 오늘 점심은 캠핑과 소풍 그 중간 어디쯤이다. 

캠핑의자와 미니테이블을 <들썩>과 들썩 앞마당에 내 놓았더니 햇살이 좋은 곳으로 모두 각자 자리를 잡았다.
점심을 든든히 먹고 나니 나른해진다. 각자 충분히 쉬고 다시 모이기로 했다.

오후 2시, 조금 늦게 도착한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오후의 대화는 나와 우리, 지역을 이어지는 대화 로컬이야기로 시작했다.
캠프C는 대화 Conversation 가 중요하니까.

우리의 대화를 돕기 위해 로컬이야기 카드가 등장했다.
로컬이야기카드는 지리산작은변화지원센터가 지리산권 활동가들과 함께 만든, 나와 지역에 대해 대화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60장의 카드이다. 

(사진촬영 : 바라봄 사진관)


자연스럽게 5개의 그룹이 만들어졌다. 누가 어디에 있는지 슬쩍 둘러볼까?

들썩 앞마당에는 문세경님, 이세형님, 박정호님, 김홍길님
들썩 1층에는 이재혁님, 윤정임님, 최문철님, 정은주님, 이혜림님
들썩 2층 왼쪽 테이블에는 정미정님, 정애경님, 이진영님, 송승연님
들썩 2층 오른쪽 테이블에는 최지은님, 김현아님, 박용님, 김문정님

(사진촬영 : 바라봄 사진관)


나머지 한 팀은 어딨지? 하는 순간!
작은변화지원센터 오피스 2층에서 천왕봉을 마주하며 햇살을 즐기는 김지연님, 권미자님, 조민지님, 임수정님이 손을 흔든다.


3부.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 라운드 테이블2

(사진촬영 : 바라봄 사진관)


“나눠드린 카드에 질문을 미리 적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질문, 캠프C 참가자 서로에게 던지는 질문도 좋습니다.”

생각보다 다양하고 엉뚱하고 기발한 질문들이 5명의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과 피플포체인지 팀, 초대자와 참여자들에게 도착했다.


좋은 삶을 기록하며 우리가 살아갈 공간을 건강하게 만드는 최문철님에게는 1억이 생긴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질문했다.

“땅을 사고 건물을 짓는데 쓰고 싶습니다. 커먼즈를 만들고 싶어요. 커먼즈를 잘 쓰기 위한 방법들을 실험하고 싶습니다.”

(사진촬영 : 바라봄 사진관)


정은주님의 초대자 송승연님에게는 히말라야에서 느낀 점을 이야기하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아니, 이 분들이런 얘기들까지 나눈 사이인건가...

송승연님은 마을활동을 하다가 상처를 받고 떠난 히말라야 여행에서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자는 용기가 생겼다고 했다.
정애경님은 어제부터 오늘까지 가장 인상적인 순간으로 눈 덮인 천왕봉을 보면서 여기에 앉아있는 오늘 이라고 답했다.


“자연재해에 우리 사회가 잘 대응하지 못하면 人災가 되고 참사가 되는 것 같아요.” _ 정미정

재난에서 자연재해와 인재의 비중은 어떻게 되나요?라는 참가자의 질문에 재난대응공익활동가 정미정의 대답이다.
우리보다 더 먼저 더 많은 지진으로 인한 재난을 경험한 일본의 사례와 우리 정부의 재난 대응 방식, 재난 이후 지역사회의 현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이제 국가도 재난 대응에 대한 자신감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어요.(...) 어제도‘우리사회가 한번이라도 재난에 대해 제대로 회복한 경험이 있는가’하는 고민을 나눴어요. 강원도 산불로 피해를 입은 지역도 그렇고 구례 수해 이후 지역사회는 여전히 보상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분열과 갈등이 많은 상황이에요. 주민들은 트라우마로 힘들어하고 있고요.”

재난 이후 행정이 보상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과 분열을 목격한 에이팟코리아는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나누며 경주에 이더 구례에서도 곧 회복프로그램을 해보자는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재난의 경험자가 많다는 걸 알면 그것만으로도 위로가 됩니다.” _ 윤정임

정미정님의 초대로 함께 한 에이팟코리아 래거시팀장 윤정임님은 재난 후 치유와 회복을 위해 재난의 경험을 함께 기억하고 기록하는 작업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재난교육에서 재난대응은 재난을 겪기 전에 재난을 이해하고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고, 재난적응은 재난 이후에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로 나눌 수 있어요. 재난의 기억을 재구성하는 것도 재난적응의 하나가 되는데요, 경주에서는 기상관측이후 가장 큰 지진을 경험하고 했어요. 이 공간이 <들썩>인데요, ‘들썩’하면 우리는 지진이 먼저 생각나요. 지진 이후에 항의의 표시로 공원에 텐트를 쳤어요. 모르는 사람들과 두려움을 잊기 위해 얘기를 나누다 보면 여진이 들썩 와요.(...)경주는 삼국시대부터 지진이 있었어요. 기록하지 않은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 그냥 잊어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기록을 하기로 했어요.” 


우리는 경주지진으로 오랜 시간 텐트생활을 해야만 했던 당사자의 목소리를 그냥 흘려들을 수만은 없었다. “아름다운 재단 최고결정자권자가 되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라는 질문을 받았던 아름다운 재단 활동가 최지은님도 에이팟코리아의 활동에 큰 관심을 보였다. 


김현아님은 100명의 정원활동가를 만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공동체 정원 활동에서 생기는 갈등에 대해 참가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공동체 정원에서의 갈등은 취향의 갈등, 이건 곧 라이프스타일의 차이에서 오는 것 같아요.(......)기존의 지원사업에서는 정원을 조성하고 유지하는 기술은 있지만 정원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교육이 빠져 있어요.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갖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얘기하는 공동체 정원 활동가들의 네트워크를 마련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사진촬영 : 지리산이음)


개발자 박용님은 ' 공짜'를 공유로 멋진 말씀이에요. 한 쪽이 수혜자가 되는 시스템이 서로 영향력을 주고 받는 공유시스템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라는 질문에 개발자로 교육자로 공짜가 아닌 공유의 가치에 대한 생각을 나눠주었다.  
노동인권활동가는 정은주님은 우리나라와 한국인들이 이주노동자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현장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인터뷰에서 그랬듯 중간 중간 또 눈물을 글썽였다.


(사진촬영 : 지리산이음)


캠프C 기간 동안 아로마테라피로 참가자들에게 치유의 시간을 선물했던 권미자님에게는 '이 캠프에서 무엇을 찾고 싶었나요? 자세히 듣고 싶어요.' 와 '아로마테라피 저도 해 보고 싶습니다! 가능할까요?'라는 질문카드가 주어졌다.

연극배우 김문정님은 자작시를 읽어 달라는 요청에 기꺼이 낭독으로 화답해 주었다.
부드럽고 나지막한 목소리가 공간을 채우는 순간이다.  


“앞으로 지역에 오셔서 청소년들이 마이크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세요.” _ 이혜림

‘지역에서 관계 맺기가 어려워요. 혜림님만의 노하우가 있나요?’라는 질문에 이혜림님은 “지역에서 제가 하는 일들은 사람들과 해야 하는, 할 수 밖에 없어요. 공동체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데... 그냥 잘 하고 마치고 나서 회고하면서 우리가 관계를 맺고 있구나 생각해요. 활동 이외의 시간에는 ‘활동하지 않는 시간은 아무도 만나지 않아요. 친구가 많지만 친구가 없는 것 같아요. 나와 놀아주는 내가 없는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누군가는 안타까운 눈빛을, 누군가는 공감의 끄덕끄덕.

우리가 나눈 이야기는 더 깊고, 더 넓고, 더 많았지만 여기서 줄이려고 한다.
왜냐면 4부 네트워크 파티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우리가 나눈 이야기 중 기록자의 기억에 남아 있는 10가지 질문을 소개한다.

이혜림에게 질문하다 : 청년들의 활동에 있어서 '공간'이 갖는 가치와 공간 운영의 방식, 노하우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김현아에게 질문하다 : 최근에 발견한, 간직하고 싶은 '재미와 아름다움'은 무엇인가요?

최문철에게 질문하다 : 두가지 활동을 하는 게 버겁게 느껴지진 않나요? 활동을 지속하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요?

정미정에게 질문하다 : 재난대응에 상대적으로 무감각하거나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 혹은 정책을 만날 때 어떤 마음이 드나요?

박용에게 질문하다 : 누군가 투자해 준다면 청각장애인을 위해 음성을 인식해 문자로 변환하는 앱을 개발할 생각이 있나요?

정애경에게 질문하다 : 죽기 전에 꼭 해놓고 싶은 일은?

이경원에게 질문하다 : 경원님이 엮은, 만난 '변화'란 무엇일까요?

이세형에게 질문하다 : 나의 가치관이 드러났던 선택의 순간이 있다면?

박정호에게 질문하다 :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작은변화베이스캠프 들썩에게 질문하다 : 활동을 만들어가면서 가장 후회했던 일은 무엇이었습니까? 

  


4부. 네트워크 파티 

(사진촬영 : 바라봄 사진관)

(사진촬영 : 지리산이음)

Cheer &Cheers

정성껏 준비한 음식과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네트워크 파티는 서로를 응원하며 지지하는,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교류의 시간이었다.

하루 종일 함께 대화를 나누고도 밤까지 대화를 이어가는 캠프C 참가자들 대단하다.  


_ 피플포체인지 이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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