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활동가인터뷰] 활동가냐 아니냐가 중요하지 않아요 - 녹번종합사회복지관 조은희

사회복지가 남을 돕는 좋은 일이라고만 이해하던 때가 있었다. 사회복지를 공부하면서 만난 지역사회복지론에는 활동의 언어가 가득 들어있었다. 지역사회 변화가 개개인의 삶의 변화로, 개인의 동력이 지역의 동력으로 선순환하는 통로에 사회복지사들이 함께 있다는 것은 활동하며 느낀 든든함이었다. 자신은 활동가가 아니라고 하지만, 복지를 하려면 지역의 생태계를 알아야 하고 복지는 마을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믿음으로 동네를 누비고 있는 조은희 사회복지사에게 활동에 관해 물어보았다.

 

  • 인터뷰이: 조은희 (별칭 '쪼', 녹번종합사회복지관 15년차)
  • 인터뷰어: 시도 (더 이음)
  • 인터뷰 날짜: 2018-12-19

 

안녕하세요, 활동가 인터뷰라고 하니 내가 활동가인가 고민을 많이 하셨어요. 지금 하는 일을 소개해주세요.

현재 은평구에 있는 한 지역사회 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팀은 지역사회조직팀이고 주로 하는 일은 마을에 나가서 사람 만나고, 하고 싶은 일이나 해야 할 일을 함께 의논해서 계획하고 실천하는 일입니다. 함께하는 사람들은 주민, 시민사회단체, 사회복지사들이 함께 있다는 것은 활동하며 느낀 든든함이었다. 자신은 활동가가 아니라고 하지만, 복지를 하려면 지역의 생태계를 알아야 하고 복지는 마을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믿음으로 동네를 누비고 있는 조은희 사회복지사에게 활동에 관해 물어보았다.구청, 학교, 복지시설, 지역아동센터, 정치인 등 다양하게 만나며 연대하고 있습니다. 생각과 성향이 다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라 재밌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고 배우기도 하고 그럽니다.

 

한 지역, 그것도 한 기관에서 오랫동안 일하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도 있었는데, 버텨야 하는 이유도 있었어요. 지역이라는 것이 3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알기에는 너무 무궁무진한 곳이더라고요. 사회복지라는 것도 잘 모르겠고. 지역을 제대로 알아야 지역사회복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건강하게 움직이는 지역사회에서, 지역사회에 우호적인 기관에서 장기간 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죠.

제가 다른 곳을 안 가봐서 그럴 수도 있는데 저의 경험으로는 은평구만 한 곳이 없다, 이 직장만 한 곳이 없다고 생각이 됐어요. 몇몇 개인에 의해 움직이는 게 아니라 마을 전체가, 기관 전체가 움직이고 있었으니까요. 삶으로 살아내는 마을이었고, 문화로 풀어가는 직장이었어요.

 

* 2018년 지역사회네트워크 모임 단체사진. 맨 왼쪽 끝이 조은희님

 

Q. 사회복지를 잘 하기 위해 지역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던거군요. 인터뷰 요청드릴 때 나는 활동가가 아니라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활동가일까요? 활동이란 무엇일까요? 지금 하시는 일을 무엇이라고 정의하세요?

어떤 사람이 활동가인지 정의를 내려 본 적은 없어요. 마을에서 만난 선배 활동가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아 활동가는 이런 사람들이구나’ 생각하게 됐죠. 많은 사람들은 주목받고 인정받으며 일하고 싶어 하죠. 그런데 제가 만난 활동가들은 사회 주류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일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해나가는 사람, 꼭 연대를 통해서 실천하는 사람이었어요.

이들이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일들은 사회적인 이슈들이었어요. 어떤 사회적 이슈나 문제를 타자화하지 않고 마을의 문제로, 공동의 문제로 인식하도록 도왔죠. 활동 대비 충분한 활동비도 받지 못하고 사무실도 부족한 부분이 많은데 그런 것을 먼저 개선하려고 하기보다 지역의 일이 먼저, 사회적인 활동에 더 우선한 모습이었어요. ‘아. 진짜다!, 진짜로 활동하는 사람들이다!’라고 생각했어요.

전 은평에서 만난 선배 시민사회 활동가들처럼 활동하기를 지향하는 정도이고, 활동가는 아닌 것 같아요. 왜 활동가가 아니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때부터 생각해 봤어요. 뭐지? 왜 난 아니라고 생각했을까? 가장 큰 건 제가 받는 급여 때문인 것 같아요. 지자체로부터 급여를 안정적으로 지원받고 있는 사람. 그로 인해 가져야 하는 의무가 있어서 활동에 제약이 있지요. 그런데 전 활동가이냐 아니냐가 중요하진 않아요. 저의 정체성은 ‘지역사회 변화에 기여하는 사람’이거든요.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며 어려웠던 점은 없으세요? 조직 또는 활동을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다면 언제인가요? 그만두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같이 앞장서서 외치고 싶을 때가 있었는데 사회복지관은 중립성의 원칙(사회복지관은 정치활동, 영리활동, 특정 종교활동 등으로 이용되지 않게 중립성이 유지되어야 한다)이 지역활동 하면서 같이 앞장서야 할 때 나서지 못하게 하는 사유가 되기도 했어요. 함께하는 활동가들에게 가장 미안할 때였어요. 저 자신도 가장 답답했고.

활동하면서 힘들었을 때는 몸이 고될 때 말고는 크게 힘들었던 것 없었어요. 소소한 어려움 들은 있었지만 그런 것도 같이 고민하면서 풀어가서 딱히. 고민의 시작은 힘들었으나 끝은 감사함으로 마쳤네요. 활동을 그만두고 싶을 때도 딱히 없었어요. 답답하거나 화가 날 때는 종종 있었어요. 잘 안 풀려서 답답할 때, 다양한 단위를 만나다 보니 소통이 잘 안 돼서 오해가 생겼을 때 등등. 논의를 통해 합의했는데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곳을 만날 때 정도?

 

* 2005년, 시민사회와 함께한 은평어린이잔치한마당 행사에서 지역사회 동료들과 함께. 맨 왼쪽 끝이 조은희님.

 

몸이 고되어도 계속 그 일을 하는 동력은 어디에서 오나요? 활동을 지속하는 동기는 무엇인가요? 마을에 대한 애정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해요. 

동력이라. 근원적인 힘은 신앙의 힘이에요. 마음과 의지를 세울 때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죠. 그리고 이것이 현실에서 가능하게 하는 것은 사람이에요. 저는 참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직장에서도 좋은 리더들과 좋은 동료들을 만났고, 마을에서도 좋은 선배 활동가들을 많이 만났어요. 만난 사람을 통해 위로와 힘을 얻기도 하고, 나아갈 방향을 찾기도 하고, 같이 할 친구를 얻기도 하고, 보지 못하던 것을 보게 되기도 하고, 나의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찾고 그것을 어떻게 건강하게 보완할 수 있는지도 배우고요. 

어떤 동기를 갖고 시작한 건 아니었고,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하게 된 것인데. 저조차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어떤 일을 계기로 제 동기가 한 문장으로 명확해졌죠. ‘지역사회 변화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자.’ 그 계기는 2013년인가? 몸과 마음이 매우 지칠 대로 지쳤던 시기여서 잠시 쉬기 위해 사직서를 품었는데 기관장님이 말씀하셨죠. “당신은 지역사회 변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 말에 제가 사직서를 바로 넣었습니다. ‘내가 인정받고 있구나’가 아니라 ‘맞아 내가 하는 일은 지역사회 변화에 기여하는 일이었지, 그것은 계속 해야 할 활동이지.’ 라는 생각으로 사직서를 넣었어요. 활동의 의미를 되새기고 다짐하면서 활동을 계속 이어가기로 했죠.

“지역사회 변화에 왜 기여하고 싶은가?”라고 물으신다면 “이 지역이 좋아서요!” “이 지역이 왜 좋은가?” 물으신다면 “만난 사람들 때문에 자연스럽게 좋아져서!” 라고 답할 수 있겠네요.

마을에서 활동하면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보고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마을에 대한 애정이 생겼어요. 사람들과 관계 맺으면서 만들어진 애정은 쉽게 바뀌지 않고, 관계가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애정이 증폭된 결정적 계기가 있기는 했어요. 주민 참여형 공동체축제인 2010년 ‘은평누리축제’에요. 그전까지 ‘은평구는 참 좋은 곳이구나.’ 이 정도였다면 2010년 축제 때에는 ‘이 동네 정말 좋다! 대박’ 이런 정도였어요. 축제를 준비하면서 몸이 고되기는 했는데, 그 과정 자체도 즐거웠고, 함께하는 사람들도 정말 많았고, 그것을 함께 축제로 실현하면서 굉장한 성취감이 왔어요. 그것이 개인의 성취감보다는 이 지역사회가 해냈다는 성취감이랄까요?! 그때 은평 전체 지역사회에 대한 마음이 증폭된 것 같아요.

 

변화에 대한 믿음과 지역사회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네요. 그 과정에서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도요. 마을에서 하는 활동이 자신에게 미친 영향이 많을 것 같아요.

지역사회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듬뿍 생겼죠. 사람들 만나면 동네 일을 자연스럽게 의논하게 되었고 이런 마을의 구성원으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도 갖게 되었고. 환경, 문화, 젠더, 돌봄, 인권, 민주주의, 주민참여 등 다양하게 관심을 갖게 했고 그 외에도 다양하고 많죠.

 

* 지난 11월,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워크숍에서 마을활동가로 지역복지 활성화 기여에 감사하는 표창장을 받으신 조은희님.  

 

Q. 지금 느끼는 긍정적인 영향들이 지속되려면 우리 동네에 또는 일하는 영역에서 필요한 변화와 그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활동은 무엇일까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무엇이 필요한지는 사람들이 다 아는 것 같아요. 너무 많이 알아서 탈일지도 몰라요. 그런데 그 안에 사람은 없고 늘 일, 사건이 있죠.너무 빠르게 변하고, 너무 많은 일들이 이미 있고, 앞으로도 더 많은 일들이 있을 것이고 또 변할 것이고. 쉴 새 없이 움직이죠. 정말 쉴 새 없이.

그런데 그 일을 사람이 하는데 정작 사람에게는 집중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중장기 계획을 마련할 때도 일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은 잘 마련하는데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고, 현재 어떤 상태이고, 어떤 것이 필요하고, 어떻게 해야 성장을 도울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고민, 계획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것 없이는 지속가능성은 무리인 것 같아요.

가장 중요한 사람을 보지 않는데 일을 지속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전 현재 지역사회에 필요한 활동은 사람을 챙기는 일, 사람을 살피는 일, 사람을 세우는 일 같아요.

 

Q. 요즘 가장 집중하고 있는 생각, 앞으로 하고 싶은 일(활동)이 있다면요?

꽂힌 생각은 생태계에 관한 것이에요. ‘마을은 생명체이고 생태계이다.’ 서로 연결되어있고 공존해야 살아갈 수 있다. 어느 한 분야의 문제가 아니라 마을에서 같이 풀어야 할 고민인데, 정작 우리는 늘 그 분야에서만 문제를 풀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민 중이에요. 이런저런 자료 찾아보고 있고, 지인들과도 이야기 나누고 있어요. 그리고 또 하나는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생각. 그 생각을 바꾸면 문제해결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요. 늘 생각하던 대로 생각해서 해결점을 못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성과에 대한 정의를 성과를 어떻게 도출할 것인지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있습니다.


* 2018.12.31.로 15년차 직장을 떠나고 2019.1.1.에 새로운 일터로 갑니다. 현장에서 실천하면서 후회 없이 최선을 다했습니다. (아쉬움은 쪼끔 있어요) 이제는 정책, 제도화 하는 일을 해보려고 합니다. 현장에서 실천하면서 느낀 한계, 가졌던 고민을 풀어볼 다른 방법을 찾아보고, 배우러 갑니다. 한번쯤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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