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는 과연 누구인가? 천안 워크숍을 마치고 진행팀 회고 과정에서 가장 강하게 남은 질문이다. 회원, 운영위원, 사무국 상근활동가 등으로 구성된 조직을 기반으로 하는 활동을 ‘전통적' 시민운동이라고 부른다면, 사안에 따라 자유롭게 모이고 흩어지는 자발적 시민 참여 활동이나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같은 사회적 경제 영역은 비교적 새로운 운동의 모델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각각의 영역에 속한 이들이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활동가로서의 정체성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갖고 있는지 개별 인터뷰를 통해 확인하고자 했다.
첫번째 인터뷰의 주인공은 이른바 ‘전통적' 시민운동이라 할 수 있는 지역 시민단체 천안KYC의 공정해 활동가다. 천안KYC는 지난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제법 오래된 단체로, 벽화 그리기나 텃밭 만들기 같은 주민참여 활동에서 청년 평화교류활동 등 사회적 가치를 되짚는 작업까지 폭넓은 활동을 벌여왔다. (천안KYC 20주년 자료집 참고)
공정해님은 아이를 키우며 아파트 주민활동에 참여하던 중 마침 아파트 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던 천안KYC를 만나면서 시민운동을 처음 접했다. 그 후 수년간 반상근/상근 활동가로 꾸준히 일하다가 최근 비상근대표를 맡으며 실무에서 물러났다. 그런 경험에 걸맞게, 인터뷰를 통해서 지역 시민단체의 신규 활동가 유입 경로를 확인하고, 장기간 일한 뒤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는 활동가들의 고민과 전망을 짐작해볼 수 있었다.
- 인터뷰이 : 공정해 / 천안KYC
- 인터뷰어 : 신비(더이음 운영위원), 시도(더이음 공익활동가포럼 총괄기획)
- 일시 : 2018년 5월 28일
- 장소 : 천안NGO센터 강당

(* 공익활동가이야기캠프에서 천안 지역 활동가들과 대화 중인 공정해님. 사진 가운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주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며 하루를 보내는지요?
지금은 상근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규칙적인 생활은 하지 않아요. 재작년 6월 반상근대표에서 비상근대표로 전환했거든요. 실무는 대표보다 사무국장이 주로 끌어가는 형태라 고민이나 결정도 사무국장이 주로 하죠.
이전에는 종일 바쁘게 다니는 편이었는데 비상근하면서 일을 아주 많이 내려놓았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하반기로 미뤄진 일정도 많아서 최근 4개월 정도 특히 여유롭게 지내고 있어요. 원래 단체에서 주민자치 영역의 일을 해왔는데 비상근으로 활동하면서부터는 충남단위의 주민자치위원회 교육과 컨설팅 등의 활동을 하고 있어요. 올해부터는 천안KYC에서도 천안에서 주민자치위원회 교육과 컨설팅 사업을 할 계획이에요. 단체와 별개로 퍼실리테이터 / 워크숍 / 조직 내 갈등관리를 주로 다루는 비영리민간단체를 만들어서 활동중이기도 해요. 이 일이 주로 선거 후로 미뤄져서 여유롭지만, 하반기에는 바빠질 거라 걱정하고 있어요.
현재 하고 있는 일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2007년에 천안KYC에서 반상근을 맡으면서 활동을 시작했어요. 그때 아이들 어릴 때라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 부녀회 활동 하면서 도서관 만들고 동아리 모임 만들고 그랬는데, 그 시기에 천안KYC가 내가 살던 아파트에 와서 아파트 공동체 활동을 추진했어요. 마침 일할 사람이 필요하니 함께 하자고 해서 아이를 돌보며 일하기 위해 반상근으로 시작했죠.
그냥 우연히 내가 사는 곳에서 아이들과 재밌게 살기 위해서 시작한 활동이 시민사회활동으로 연결된 경우죠. 내 또래 활동가들과는 다른 특별한 케이스예요. 처음에는 상근자 두명에 저까지 세 명이 일했어요. 중간에 상근, 반상근으로 근무 형태를 계속 바꾸면서 십년 째 이어왔어요.
활동을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있었지요? 활동가로 살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있죠. 왜 없었겠어요. 내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바뀌지 않네, 내 능력이 부족한가 하는 자괴감 같은 것 자주 느꼈어요. 이렇게 민간단체에서 하는 것보다 중간지원조직이나 정치 영역에서나 잘 해결될 수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고. 지금은 상근 할 때와는 다른 영역에서 기존에 접하지 않던, 또는 서로 색안경 끼고 보던 영역인 행정이나 관변단체라고 부르는 같이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분들과 대화하고 같이 일을 해보니 이전에는 내가 잘 몰랐구나, 우리는 하지 못하는 일들을 그분들은 잘 해내기도 하는구나 라고 느끼는 부분도 있어요. 거꾸로 아, 역시 이렇게는 안되겠구나 싶을 때도 있지만.
혹시 활동하면서 세대차이를 느끼나요? 본인은 어떤 세대라고 생각하시는지, 다른 세대와 어떻게 다르고 그게 활동에 영향을 주는지요?
단체 이름부터가 청년연합이고, 청년 활동가와 함께 하는 걸 중요시 하는 곳이라 세대 문제가 크게 불거지는 편은 아니예요. 예전에는 대학생 실습 이나 인턴으로 들어오기도 하고, 그 중에서 졸업 후 활동가로 함께 하는 경우도 있고요. 주부로서 결합한 경우는 제가 시작이었어요.
오래 조직에 참여해온 회원들과 새롭게 들어오는 세대 사이에 차이가 당연히 있지만 그래도 천안KYC는 중간 세대가 그걸 연결하는 역할을 해줘요. 다른 단체들은 이 문제로 고민이 많더라고요. 제일 큰 문제는 우리가 중간 세대를 못 키웠다는 점. 아마도 저를 포함한 선배그룹들이 그때 그때 필요한 일을 그냥 직접 하고, 몸으로 때우고 그러다 보니 중간 세대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거나 반영하지 못한 게 아닌가 해요.
당신을 움직이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요? 일종의 활동의 동력 같은거요.
도서관 활동, 벼룩시장, 영화상영회 등 처음부터 생활과 연관된 활동이 주였기 때문에, 나도 재미있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니까 좋아했죠. 실무를 하느라 많이 즐기지 못한 것도 있지만, 단체가 반상근 근무형태나 육아휴직 등으로 개인적인 시간 여유나 형편을 많이 배려해주어서 크게 무리 없이 해왔어요.
앞으로 활동가로서 더 성장하는데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또 활동가로서 미래 전망은 어떠한가요?
상근 그만두면서 고민은 많이 했어요. 그만둔 후로도 제법 바쁘게 지내와서 여전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구나 싶긴 하지만, 너무 바쁘게 지내다 보니 어떻게 하면 여유롭게 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요즘 마을지원사업이나 도시재생, 사회적경제 등 중간지원조직 많이 생기면서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그쪽으로 많이 들어가는데요. 과연 그게 정답일까 고민도 되고. 좀 내려놓고 내가 하고 싶은 걸 선택하는게 어떨까 싶기도 하고.
지역에서 오래 일해온 활동가들 중에서 중간지원조직으로 가는 경우는 경제적인 이유도 분명 있겠지만, 시민사회의 요구로 생겨난 조직이 잘 운영되어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을 것이고, 단체의 새로운 변화를 위해서는 사람이 교체되어야만 한다는 생각도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에서 조직의 지속가능성 관련 모임 때 가서 본 적이 있어요. 이게 우리만의 고민이 아니구나, 그리고 역시 서울은 우리보다 한발 더 빠르구나 생각했어요. 정답이라는 게 있을 수 없고, 지역마다 또 다르겠지만 내가 있는 지역과 조직에서 이 문제를 계속 이야기해 나가야 한다는 고민을 하고 있어요.
천안지역 시민사회 상황은 어떤가요? 천안 뿐만 아니라 한국 시민사회운동의 현재를 진단하신다면?
지역 현안에 대한 집회를 하거나 세월호, 백남기 농민 사건 등, 사회적 이슈에 함께 행동하고 목소리를 내는 활동들에 힘이 실리지 않아 다들 고민이예요. 지역에서 10개의 단체가 천안시민사회단체협의회를 결성해서 활동 중인데, 다들 고유 활동이 있고 바쁘고 하니 현안에 동의하더라도 함께 하기가 어려운 형편이예요. 최근 시민단체는 사회운동이나 정치적인 의제만이 아니라 다양한 영역의 활동들을 하면서 회원층도 다양해졌어요. 그러다보니 다른 관점의 회원들이 많아서 내부 합의도 쉽지 않고요. 정치 이슈나 촛불 같은 사안에 문자를 보내면 항의하거나 탈퇴를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도 촛불 이후에 조금은 달라지고 있는 것 같기도해요.
함께 한다는 건 꼭 일을 같이 한다기보다는 활동에 대해 모여서 함께 고민하고, 지역 현안이 생기면 함께 목소리 내고 그런 것이잖아요. 기존에 해오던게 필요없어져서 안하는 게 아니라 상황 때문에 미루다보니 이렇게 된 것 같아요. 나뿐 아니라 현장 활동가들도 비슷할거라고 생각하는데, 기존 활동을 제쳐두고 '새 술은 새 부대에' 라고 말하기보다는 변화하는 동시에 지속할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시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1년 전에 지역의 중견 활동가들이 모여서 이런 이야기 많이 했었는데, 그게 지속되지 못하고 있어서 아쉬워요. 뭐가 더 중요한지는 각자 생각이 다를테니 모여서 이야기하며 찾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번 이야기캠프가 기존에 하던 이런 고민을 다시 꺼내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우리가 준비가 되었을 때 한번 더 이런 자리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어요.
‘공정해’님의 경우 육아라는 현실적 필요가 아파트 공동체 활동으로 이어졌다. 그것이 마침 아파트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와 접속하려던 시민사회단체와 만나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개인 삶에 맞닿은 활동의 동력을 조직화된 시민사회단체로 결합시킨 사례는 또 어떤 것이 더 있을까? 한편, 조직의 지속가능성은 천안 지역에서도 중요한 의제임을 확인했다. 천안KYC는 청년을 기반으로 하는 특성상 조직 내 세대간 갈등이나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지만 천안 시민사회 전반적으로는 이 문제가 심각하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공정해님은 성급히 ‘새 술은 새 부대에’라고 말하기보다는 기존의 역량을 지속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매일 바쁘게 뛰며 반복적인 업무에 파묻혀있는 기존 활동가들이 이 문제의식을 주도적,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장을 마련할 방법은 무엇일까?
#공정해 #천안 #충남 #충청남도 #신비 #시도 #천안KYC
활동가는 과연 누구인가? 천안 워크숍을 마치고 진행팀 회고 과정에서 가장 강하게 남은 질문이다. 회원, 운영위원, 사무국 상근활동가 등으로 구성된 조직을 기반으로 하는 활동을 ‘전통적' 시민운동이라고 부른다면, 사안에 따라 자유롭게 모이고 흩어지는 자발적 시민 참여 활동이나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같은 사회적 경제 영역은 비교적 새로운 운동의 모델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각각의 영역에 속한 이들이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활동가로서의 정체성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갖고 있는지 개별 인터뷰를 통해 확인하고자 했다.
첫번째 인터뷰의 주인공은 이른바 ‘전통적' 시민운동이라 할 수 있는 지역 시민단체 천안KYC의 공정해 활동가다. 천안KYC는 지난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제법 오래된 단체로, 벽화 그리기나 텃밭 만들기 같은 주민참여 활동에서 청년 평화교류활동 등 사회적 가치를 되짚는 작업까지 폭넓은 활동을 벌여왔다. (천안KYC 20주년 자료집 참고)
공정해님은 아이를 키우며 아파트 주민활동에 참여하던 중 마침 아파트 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던 천안KYC를 만나면서 시민운동을 처음 접했다. 그 후 수년간 반상근/상근 활동가로 꾸준히 일하다가 최근 비상근대표를 맡으며 실무에서 물러났다. 그런 경험에 걸맞게, 인터뷰를 통해서 지역 시민단체의 신규 활동가 유입 경로를 확인하고, 장기간 일한 뒤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는 활동가들의 고민과 전망을 짐작해볼 수 있었다.
(* 공익활동가이야기캠프에서 천안 지역 활동가들과 대화 중인 공정해님. 사진 가운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주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며 하루를 보내는지요?
지금은 상근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규칙적인 생활은 하지 않아요. 재작년 6월 반상근대표에서 비상근대표로 전환했거든요. 실무는 대표보다 사무국장이 주로 끌어가는 형태라 고민이나 결정도 사무국장이 주로 하죠.
이전에는 종일 바쁘게 다니는 편이었는데 비상근하면서 일을 아주 많이 내려놓았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하반기로 미뤄진 일정도 많아서 최근 4개월 정도 특히 여유롭게 지내고 있어요. 원래 단체에서 주민자치 영역의 일을 해왔는데 비상근으로 활동하면서부터는 충남단위의 주민자치위원회 교육과 컨설팅 등의 활동을 하고 있어요. 올해부터는 천안KYC에서도 천안에서 주민자치위원회 교육과 컨설팅 사업을 할 계획이에요. 단체와 별개로 퍼실리테이터 / 워크숍 / 조직 내 갈등관리를 주로 다루는 비영리민간단체를 만들어서 활동중이기도 해요. 이 일이 주로 선거 후로 미뤄져서 여유롭지만, 하반기에는 바빠질 거라 걱정하고 있어요.
현재 하고 있는 일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2007년에 천안KYC에서 반상근을 맡으면서 활동을 시작했어요. 그때 아이들 어릴 때라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 부녀회 활동 하면서 도서관 만들고 동아리 모임 만들고 그랬는데, 그 시기에 천안KYC가 내가 살던 아파트에 와서 아파트 공동체 활동을 추진했어요. 마침 일할 사람이 필요하니 함께 하자고 해서 아이를 돌보며 일하기 위해 반상근으로 시작했죠.
그냥 우연히 내가 사는 곳에서 아이들과 재밌게 살기 위해서 시작한 활동이 시민사회활동으로 연결된 경우죠. 내 또래 활동가들과는 다른 특별한 케이스예요. 처음에는 상근자 두명에 저까지 세 명이 일했어요. 중간에 상근, 반상근으로 근무 형태를 계속 바꾸면서 십년 째 이어왔어요.
활동을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있었지요? 활동가로 살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있죠. 왜 없었겠어요. 내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바뀌지 않네, 내 능력이 부족한가 하는 자괴감 같은 것 자주 느꼈어요. 이렇게 민간단체에서 하는 것보다 중간지원조직이나 정치 영역에서나 잘 해결될 수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고. 지금은 상근 할 때와는 다른 영역에서 기존에 접하지 않던, 또는 서로 색안경 끼고 보던 영역인 행정이나 관변단체라고 부르는 같이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분들과 대화하고 같이 일을 해보니 이전에는 내가 잘 몰랐구나, 우리는 하지 못하는 일들을 그분들은 잘 해내기도 하는구나 라고 느끼는 부분도 있어요. 거꾸로 아, 역시 이렇게는 안되겠구나 싶을 때도 있지만.
혹시 활동하면서 세대차이를 느끼나요? 본인은 어떤 세대라고 생각하시는지, 다른 세대와 어떻게 다르고 그게 활동에 영향을 주는지요?
단체 이름부터가 청년연합이고, 청년 활동가와 함께 하는 걸 중요시 하는 곳이라 세대 문제가 크게 불거지는 편은 아니예요. 예전에는 대학생 실습 이나 인턴으로 들어오기도 하고, 그 중에서 졸업 후 활동가로 함께 하는 경우도 있고요. 주부로서 결합한 경우는 제가 시작이었어요.
오래 조직에 참여해온 회원들과 새롭게 들어오는 세대 사이에 차이가 당연히 있지만 그래도 천안KYC는 중간 세대가 그걸 연결하는 역할을 해줘요. 다른 단체들은 이 문제로 고민이 많더라고요. 제일 큰 문제는 우리가 중간 세대를 못 키웠다는 점. 아마도 저를 포함한 선배그룹들이 그때 그때 필요한 일을 그냥 직접 하고, 몸으로 때우고 그러다 보니 중간 세대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거나 반영하지 못한 게 아닌가 해요.
당신을 움직이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요? 일종의 활동의 동력 같은거요.
도서관 활동, 벼룩시장, 영화상영회 등 처음부터 생활과 연관된 활동이 주였기 때문에, 나도 재미있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니까 좋아했죠. 실무를 하느라 많이 즐기지 못한 것도 있지만, 단체가 반상근 근무형태나 육아휴직 등으로 개인적인 시간 여유나 형편을 많이 배려해주어서 크게 무리 없이 해왔어요.
앞으로 활동가로서 더 성장하는데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또 활동가로서 미래 전망은 어떠한가요?
상근 그만두면서 고민은 많이 했어요. 그만둔 후로도 제법 바쁘게 지내와서 여전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구나 싶긴 하지만, 너무 바쁘게 지내다 보니 어떻게 하면 여유롭게 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요즘 마을지원사업이나 도시재생, 사회적경제 등 중간지원조직 많이 생기면서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그쪽으로 많이 들어가는데요. 과연 그게 정답일까 고민도 되고. 좀 내려놓고 내가 하고 싶은 걸 선택하는게 어떨까 싶기도 하고.
지역에서 오래 일해온 활동가들 중에서 중간지원조직으로 가는 경우는 경제적인 이유도 분명 있겠지만, 시민사회의 요구로 생겨난 조직이 잘 운영되어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을 것이고, 단체의 새로운 변화를 위해서는 사람이 교체되어야만 한다는 생각도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에서 조직의 지속가능성 관련 모임 때 가서 본 적이 있어요. 이게 우리만의 고민이 아니구나, 그리고 역시 서울은 우리보다 한발 더 빠르구나 생각했어요. 정답이라는 게 있을 수 없고, 지역마다 또 다르겠지만 내가 있는 지역과 조직에서 이 문제를 계속 이야기해 나가야 한다는 고민을 하고 있어요.
천안지역 시민사회 상황은 어떤가요? 천안 뿐만 아니라 한국 시민사회운동의 현재를 진단하신다면?
지역 현안에 대한 집회를 하거나 세월호, 백남기 농민 사건 등, 사회적 이슈에 함께 행동하고 목소리를 내는 활동들에 힘이 실리지 않아 다들 고민이예요. 지역에서 10개의 단체가 천안시민사회단체협의회를 결성해서 활동 중인데, 다들 고유 활동이 있고 바쁘고 하니 현안에 동의하더라도 함께 하기가 어려운 형편이예요. 최근 시민단체는 사회운동이나 정치적인 의제만이 아니라 다양한 영역의 활동들을 하면서 회원층도 다양해졌어요. 그러다보니 다른 관점의 회원들이 많아서 내부 합의도 쉽지 않고요. 정치 이슈나 촛불 같은 사안에 문자를 보내면 항의하거나 탈퇴를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도 촛불 이후에 조금은 달라지고 있는 것 같기도해요.
함께 한다는 건 꼭 일을 같이 한다기보다는 활동에 대해 모여서 함께 고민하고, 지역 현안이 생기면 함께 목소리 내고 그런 것이잖아요. 기존에 해오던게 필요없어져서 안하는 게 아니라 상황 때문에 미루다보니 이렇게 된 것 같아요. 나뿐 아니라 현장 활동가들도 비슷할거라고 생각하는데, 기존 활동을 제쳐두고 '새 술은 새 부대에' 라고 말하기보다는 변화하는 동시에 지속할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시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1년 전에 지역의 중견 활동가들이 모여서 이런 이야기 많이 했었는데, 그게 지속되지 못하고 있어서 아쉬워요. 뭐가 더 중요한지는 각자 생각이 다를테니 모여서 이야기하며 찾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번 이야기캠프가 기존에 하던 이런 고민을 다시 꺼내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우리가 준비가 되었을 때 한번 더 이런 자리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어요.
‘공정해’님의 경우 육아라는 현실적 필요가 아파트 공동체 활동으로 이어졌다. 그것이 마침 아파트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와 접속하려던 시민사회단체와 만나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개인 삶에 맞닿은 활동의 동력을 조직화된 시민사회단체로 결합시킨 사례는 또 어떤 것이 더 있을까? 한편, 조직의 지속가능성은 천안 지역에서도 중요한 의제임을 확인했다. 천안KYC는 청년을 기반으로 하는 특성상 조직 내 세대간 갈등이나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지만 천안 시민사회 전반적으로는 이 문제가 심각하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공정해님은 성급히 ‘새 술은 새 부대에’라고 말하기보다는 기존의 역량을 지속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매일 바쁘게 뛰며 반복적인 업무에 파묻혀있는 기존 활동가들이 이 문제의식을 주도적,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장을 마련할 방법은 무엇일까?
#공정해 #천안 #충남 #충청남도 #신비 #시도 #천안KY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