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인터뷰] 두 발을 담그는 사람, 부산 신나요 도서관 안소희

경주에서 우리가 운영하는 <신촌서당>에 안소희 활동가를 초대한 적이 있었다. 여러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일의 성과도 성과지만 어떻게 저렇게 신나게 많은 것들을 만들어갈까 매번 궁금했다. 보내주신 강사소개가 이렇다.


“마을에서 요람부터 무덤까지 재미나게 놀고, 먹고, 사는 궁리에 빠져있는 부산 사람. 이웃과 함께 공동체주택을 지어 살고 있다. 공동육아협동조합과 발도르프대안학교를 거치며 아이를 키웠고 생활협동조합 활동을 하며 먹거리를 해결하고 있다. 2018년에는 마을도서관 <신나요 도서관>을 만들어 마을교육협동조합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라는 평범한 명제를 믿으며 오늘도 따로 또 같이 즐겁게 살고 있다.”

유쾌하게 만들고 싶은 것들을 만들어가는 삶, 모든 활동가들의 꿈이 아닐까. 아니 모든 사람들의 꿈인가. 드디어 <신나요 도서관>에 도착했다.


코로나-19 같은 큰 사회적 변화가 있는데요. 요즘 활동은 어떠신가요?

변화는 별로 없고요. 오히려 민간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역할이 조금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도서관은 2주간 휴관하고 계속 문을 열었습니다. 이용객도 소그룹이고 아는 얼굴들이고.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개인 개인에 대한 믿음이 중요해졌습니다. 스스로 방역관리를 철저히 하고. 그런 것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나요 도서관>에 오고 가는 사람들에게 그런 신뢰가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부분 개관을 했는데 우리의 방식이 공립도서관 같은 곳은 불가능했겠지요. 물론 내부적으로도 논란은 있었지만 잘했다 못했다를 떠나서 가능하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안 하면 논의가 없는 거니까. 도전을 해보자. 이것도 훈련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도서관을 운영하시면 좋은 점이 많겠지만 예상치 못했던 좋은 점들이 뭐가 있을까요?

예상은 했는데 막상 하니까 더 좋다 그런 건 있습니다.(웃음)

할아버지든 꼬맹이든 만날 수가 있는 것. 아마 길에서 만났으면 지나쳤겠지요. 책을 좋아하는 숨은 분들, 선의를 베풀고 싶은데 기회가 없었던 분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죠. 가장 큰 것은 다양한 단체들이 여기서 회의를 많이 하는데 그 단체들의 관심사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이 무척 좋습니다. 그 관심사를 같이 논의하면서 우리가 어떤 것들을 여기서 시작해야 하는지 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많이 오나요?

처음에는 많이 안 올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안 올 줄은 몰랐습니다.(웃음) 결국은 시간이 지나면서 커뮤니티 안의 사람들이 도서관을 잘 활용해 주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단체들이 여기를 자주 이용하나요?

생협의 마을 모임이나 공동육아어린이집, 혁신학교 부모모임, 대안학교 부모모임이 자주 이용합니다. 처음에는 대관비를 받았는데 지금은 도서관과 네트워크로 묶이면서 도서관의 단체회원이 되어 월회비를 내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더 가까워진 것이지요.


실제로 운영할 때 책 대출업무가 품이 많이 들지 않나요?

그래서 실무자를 뽑아서 활동비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자원 활동으로 10개월 정도 운영해 보았는데 한계가 보이더라고요. 첫 해에는 1명(반상근), 두 번째 해에는 2명(반상근)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공간을 지키는 일이 생각보다 힘들어서 그쪽으로 예산을 계속 쓰고 있지요.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 놓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는 통장에 600만 원이 들어있을 때 1명을 뽑는다. 이런 계획이 있었습니다. 도서관은 후원금으로 유지가 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구체적인 계획이 중요합니다.



이런 공익활동을 하시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어요?

공연 기획일을 했습니다. 소극장에서 일을 했는데 극단 사다리라고 서울에 있는 어린이극을 하는 곳입니다. 결혼과 출산을 하고 또 활동을 해야겠다는 마음은 먹고 있었는데 공연 기획일이 결혼과 육아를 정상적으로 유지하면서 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른 쪽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지요.

돈이 안 되더라도 사회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해야겠다라는 의지가 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의지만 있다고 되는 건 아니잖아요. 현실화하는 데 또 다른 요소가 있었나요?

그렇지요. 두 가지 정도 좋은 조건이 있었네요. 남편의 경제력이 있었어요.(웃음) 내가 벌지 않아도 가정이 유지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동네에 아이쿱생협이 있었습니다

경제적인 비전이 중요하지 않다고 해도 10년 이렇게 지속하려면 너무 잉여인간 같다는 생각이 들면 힘들었을 것 같아요. 소속도 없이 이런 저런 활동을 하면 말이지요. 그런데 아이쿱이 그 점에서는 많은 부분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이쿱생협에서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적당한 양의 일거리와 조직적인 틀과 교육, 역할을 부여해 준 측면이 있고 적지만 활동비도 지급해 주었습니다.


생협활동이 마음에 맞았군요?

조직 문화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절대 말하면 안 되는 어떤 것들이 없었어요. 자유로운 대화가 되었습니다. 진정한 대중 조직이었고 사업을, 비즈니스를 한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지요. 그 전에는 어떤 모임들에 가면 운동가들이 많았는데 생협은 정말 일반 시민들이 많이 모여있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묘하게 그게 편하고 좋았어요. 그리고 생협의 활동 시간이 유연해서 좋았습니다. 주로 오전에 2시간 정도 중요한 활동이 몰려있었으니까요.


생협 활동에서 힘든 점은 없었나요?

인생을 살면서 항상 하고 싶은 일만 했던 것 같은데 생협에서 책임을 맡으면서는 그렇지 않은 일들도 해야하니까 그게 좀 힘들기는 했던 것 같네요.


그 전에 공연기획을 하면서 직장생활을 했던 경험이 그 이후 활동가로서의 삶에 도움이 되었나요?

도움이 정말 많이 되었어요. 기획을 했었으니까 사업을 구상하고 실행하는 플랜을 짜는 것이었으니 사실 활동가로 활동할 때 다르지 않았어요. 도서관 기획, 공동주택 기획으로 일을 되게 만들었지요. 의외로 전업주부들이 기획 쪽에 약해서 제가 역할을 할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데 별 두려움이 없으신 것 같네요. 제가 만날 때마다 새로운 일을 추진하고 계셔서요(웃음) ?

스타터 라고 부르시는 분들이 있어요. 불씨를 댕기는 사람, 불을 지르고 도망가는 사람(웃음)




활동을 계속하다 보면 정말 큰 힘이 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어떤 사람들인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활동가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요?

돈을 내주는 사람(웃음), 두 발을 다 담그는 사람. 제가 어떤 구상을 이렇게 내놓으면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내가 할 일이 아니어서 구체적인 내용은 모른다. 그러니 당신이 고민해 주세요. 거기서 사람들이 많이 떨어져 나가는데 가끔 자기 일처럼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고 두 발을 담그는 사람들이 매우 드물게 있어요. 그런 분들이 인재지요.

교훈을 얻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두 발을 담그지 않으면 얻을 수가 없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은 얻는 것을 보고 두 발을 담그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청년들에게 과감히 어떤 일에 두 발을 담가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좋은 것을 얻을 가능성이 많거든요.

_ 인터뷰. 피터(경주 신촌서당 대표)


#도서관 #경북 #경주 #마을교육 #안소희 #김용진 #활동가인터뷰공모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