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인터뷰] 생활 속에서 변화를 만드는 모임을 찾고 싶은 보육활동가 임소미

"제가 뭐 큰일 한 것도 없는데" 극구 인터뷰를 거부하던 그녀의 말에서 나는 도발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녀의 말처럼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가시적인 형태로 잘 보이지는 않지만 그녀의 내면에 가치로운 생각들을 하나 정도는 숨기고 있을 것 같아서 그녀 속에 있는 것을 문화재 발굴하듯이 찾아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인터뷰를 하였다.



그녀와의 만남은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지인과 함께 보육교사 면접으로 만남이 시작되었다. 첫 출근하여서도 마치 잘 해 낼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람처럼 서성이는 그녀의 모습이 지금도 떠오른다.


아이들이 임소미 선생님만 찾는 이유


그런 인연이 쌓여서 6년이 지나고 있는 올해 스승의 날에 밖에서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들린다. 임소미 선생님을 만나러 가야 해요 일란성으로 태어난 2학년 00 이와 00이가 올해도 그녀를 찾고 있다. 학교에서 긴급 돌봄에서 편지 썼는데. 어머니 언니를 대동하고 나타난 한무리의 방문객은 올해도 어김없이 그녀를 찾고 있다. 글쎄 학교 담임선생님에게는 편지 안 쓰고 또 임소미 선생님을 찾네요 어머니의 말은 이제 당연한 연중행사가 되었다는 것이다. 어린이집에 다닐 때에도 자기반 선생님께는 편지를 쓰지 않고 임소미 선생님만 부른다고 한다.


선생님 이렇게 선생님의 이름을 아이들이 부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글쎄요. 2018년도에 너무 이뿐 내 반 아이가 주말에 집에서 부모가 지극정성으로 돌봐 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성통곡을 하고 나의 이름을 부르며 '선생님한테 갈래 선생님한테 보내줘' 하면서 한 시간이 지나도록 울어서 부모님이 주말이 너무 힘들었다고 그 다음날 연락이 왔을 때에 묘한 감정이 들었어요. 그리고 어린이집에서 어릴 때 보았던 귀염둥이들이 초등학교에 가서도 기억이 가물가물할 텐데 스승의 날에 편지를 들고 왔을 때에 어리지만 고마운 그 아이의 마음이 너무 소중하고 감사해요. 부모님들도 저에게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길래'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하"



주임교사로 일하셨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온전히 아이들에게 몰입하다보니 옆을 돌아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교사들의 힘든 마음을 같이 공감해 주고 배려해 주어야 하는데 그게 저에게는 마음의 공간이 없었나 봐요. 교사들이 원장님께 어떻게 하길래 저렇게 믿으시냐고 수군거리기도 하고 주임으로서 교사들의 마음을 보듬을 에너지가 고갈되어서 교사들을 챙기는 것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러나 차츰 서로 오해를 풀고 어려움을 함께 나누었던 것 같아요."


어린이집 교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처음 적응하는 며칠은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며 몇 술 뜨다 아이가 응가라고 하게 되면 입에 밥을 넣고 씹으면서 엉덩이를 닦아 주어야 할 때에는 정말 웃프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그렇지만 아이들 돌보는 일은 정말 대충대충 쉽고 간단하게 생각해도 된다는 생각은 절대 금물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아이를 돌보기 전에 나를 돌아보고 나의 가정을 돌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경제적으로 가난한 사람이 따뜻한 마음으로 자신이 가난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선의를 베풀 수는 있어도 지금 내 가정이 어둡고 흔들리고 불행한 상황에서 남의 집 아이들을 돌본다는 것은 조금 위험한 행동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네~ 아이를 가르치는 교사는 먼저 자신이 행복해야 그 행복을 나눌 수 있다는 말씀이군요.)


어린이집 교사를 하면서 생각의 변화나 삶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최선이라는 기준은 무엇이고 최선을 다 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는 아이들을 보면 연애를 할 때처럼 마음이 설레고 가슴이 뛰기도 하고 그 아이들을 보는 것이 너무 행복해져요. 그리고 그 일을 시작한 후로는 내 생활의 중심이 그 아이들이 되고 어린이집이 되었어요. 마트를 가서도 집 앞 장터가 열리고 가족여행으로 산이나 바다를 가도 무엇이든 그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게 되고 그 아이들에게 필요한 놀잇감과 관련된 것들을 고르고 있는 거예요. 우리 가족 우리 아이들에게는 어쩜 원하지 않는 피해를 주었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바르게 자라준 내 아이들에게 감사해요."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안타깝게 생각 되었던 일은 언제였나요?

"아침에 일찍 등원하는 아이의 얼굴표정이나 아이의 그 날 놀이 중 행동 속에서 그 친구의 가정에서 일어났던 가정사를 본의 아니게 알게 되어요. 부모님들께서는 천사같은 우리 아이들이 등원하여 선생님한테 혹은 친구들에게 그 이야기를 다 하는 걸 모르실 거에요 (웃음) 아이들이 겪는 부모님들의 부부싸움현장 목격의 충격은 아이들에게는 전쟁을 겪는 것과 같은 엄청난 강도라고 느껴져요. 부디 부모님들께서 그의 심각성을 알고 적어도 아이 앞에서는 한번 더 생각하고 조심해 주셨으면 하는 당부를 하고 싶어요."


지금 이 순간 기억에 남는 책이 있다면?

"수 년전에 읽은 책이지만 지금도 마음에 남는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생각납니다. 살면서 겪는 너무나 평범하지만 자주 겪는 고민과 망설임이 있을 때, 그리고 누군가로부터 받은 상처 미움의 마음에 따뜻한 위로를 주고 마음의 평안을 주는 책인 것 같아요 여러 번 반복하여 읽었는데 책의 제목처럼 삶의 소중함을 하나씩 하나씩 꺼내 보이는 책인 것 같아요."


환경이나 삶의 모습을 바꿀 기회가 생긴다면?

"생태와 과학을 조합한 집을 지어서 살고 싶어요. 항상 밖을 볼 수 있는 유리로 된 거실과 황토의 조합속에서 마당에 갖가지 꽃과 유실수 나무를 심고 마당 중간에 멋진 정자와 정자 아래 흐르는 연못도 만들고 싶어요. 안전을 위한 현대식 담장을 만들고 자연에 훼손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편리함이 있는 자연에게 미안하지 않는 집을 짓고 살고 싶어요. 인터뷰 때문에 저도 제 삶을 돌아보게 되었어요. 며칠 전 십 수 년 전에 운영하던 내 블로그 속에 있는 “나의 보물들” 이라는 코너에 기록해 둔 내 아이들의 정말 행복한 표정의 사진과 동영상들을 보고 다시 그 때로 돌아가 다시 한번 살아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때로 돌아간다고 해서 우리 아이들을 더 잘 키울 수 있을까 확신은 없지만요."


임소미의 생각들


"저는 가끔 엉뚱한 생각을 해요. 워렌버핏을 만나서 내 돈으로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고 싶어요. 식사하면서 그와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거장이 오염된 지구 환경을 살리기 위해 불편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지구 환경을 살리는 본보기가 되어줄 수 있도록 권유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그가 가진 재산의 대부분을 생태보존과 망가진 지구를 살리는 일을 하는 정직한 기업에 거액을 투자하여 그들의 옳음을 알리고 그 심각성을 모르는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우리 아이들이 지금보다는 조금이라도 나은 미래 환경에서 살게 해 주고 싶다는 그런 생각을 해요. 

지역사회에 봉사한 일들이 별로 없어요. 동네 아이들에게 놀이터를 설치해 줄 것을 건의 해보고 나름대로 사회 변화를 위해 관심은 많았지만 부끄럽네요. 앞으로는 활동가로서 구체적인 일들을 생각해보고 조금씩 실천해보고 싶어요."

(선생님은 많은 아이들을 변화 시키는 너무나 귀한 일들을 해 오신 걸로 알아요. 사회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작은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해요. 작은 개인의 변화를 통해 우리 사회도 자연스럽게 희망이 보일 것이라 생각해요.)


코로나 19시대를 잘 혜쳐나가려면?

"우리가 가진 것을 조금씩 내려놓기를 연습하는 교육이 필요한 것 같아요. 우리가 가지려는 것을 조금씩 내려놓으려면 포기 해야 할 것들이 많아지겠죠. 생태 파괴 행위를 줄이려면 불편을 감수하는 일이 생기기도 하겠죠. 조금씩 천천히 움켜 진 손을 풀고 함께 나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녀의 여러 가지 모습들


그녀는 자신의 일뿐만 아니라 다른 동료들의 일도 기꺼이 즐겁게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모습이 타고난 품성에서 비롯되었는가 궁금해진다. 오염되지 않는 자연생태를 바라듯 그녀의 삶은 분명 주위의 우리들의 모습속 에서 볼 수 없는 순수함이 존재하는 것같다. 나보다 다른 이들을 보호해 주고픈 마음이 그녀의 특별함인 것 같다.

그녀가 소중한 생각과 시간을 영유아들에게 보내는 사이 그녀의 가족과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표면적으로는 그들이 희생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녀가 다른 이들을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며 자란 그녀의 자녀들은 분명 살아있는 교훈을 배웠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자신의 삶에 갇혀서 타인의 삶에는 돌아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공동체의 문제를 보면서도 외면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질문을 던지게 한다.



이제 막 활동가를 꿈꾸는 사람


"내년부터는 보육활동을 접고 나를 보듬어 보고 다시 출발해보고 싶어요. 우리의 생활 속에서 변화를 이끄는 습관을 가진 모임들을 찾아보고 함께 나누는 일들을 찾아보고 싶어요. 앞으로 꿈땅마을학교 사회적 협동조합과 인연을 맺고 지역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개인이 아닌 공동체 활동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고 고민하려고 합니다."


쉴새없이 달려온 그녀의 모습에 마음이 찡하다. 아이들의 응석을 받아주느라 피곤하고 힘든 시간속에서 그녀가 이루어 놓은 것은 무엇일까? 아침 이슬처럼 조용히 스며든 그녀의 피곤한 몸짓속에서 아이들의 환호성과 나풀거리는 몸짓이 스쳐 지나간다. 오늘 아침 산책길에서 작고 노오란 아기똥풀속에서 그녀의 미소가 떠올랐다.

빠르게 변화되는 시대속에서 성과에 몰두하느라 넉 놓고 살아온 우리들. 변화에 누구보다 잘 적응하고자 하는 조바심에 많은 정보들을 빠르고 쉽게 찾아서 실행해보고 별 고민없이 던져버리고 새로운 정보를 갈망한다. 변화를 위해 달려가느라 그 일의 진정한 의미를 잊고 이웃의 아픔들은 지나쳐버린 채 달려가기만 하는 것은 아닌지. 

앞으로 사회활동가의 길에서 서성이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코로나가 우리에게 주고 간 것들을 찾아본다. 두려움, 절망, 한숨의 언덕은 지나고 이제는 가벼워진 장바구니, 산책과 회상, 원하지 않는 쉼과 미래세대들에 대한 걱정들속에서 책한권을 머리맡에 놓아두기 시작하는 것부터 해보면 어떨까 . 바쁘게 살아가느라 잃어버린 것들이 아기똥풀꽃처럼 영롱하고 소박하게 우리들 곁으로 오고 있다. 평범한 아줌마지만 새벽 안개속에 피어나는 들꽃들과 은밀한 대화를 나누며 비어있는 마음의 공간을 채워 가는 그날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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