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활동가인터뷰] 일 벌이고 부추기는 사람, 지숲

'여우책방'을 알게 된 건 페이스북 친구인 지숲을 통해서였다. 처음엔 재미있는 걸 하나보다고 넘겼다. 한 해, 두 해 지켜보며 '여우책방에 가봐야겠다' 마음을 먹었다. 여우책방에서 다루는 생태여성주의 책들에 관심이 있기도 했지만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하는 책방이라는 점, 무엇보다 지숲이란 사람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궁금했다. 글에서, 표정에서, 말투에서, 그 사람이 묻어난다고 하지 않는가. 페이스북에서 접하는 소식만으로도 신나 보였다. 자신이 머무는 지역에서 마음맞는 사람들과 책방을 운영하게 된 계기와 고민들을 들어보고 싶은 마음 반, 나도 기운을 좀 받아볼까 하는 마음 반으로 찾아나섰다. 

여우책방은 책 모임을 함께 하던 동네 사람 다섯명이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하는 생태여성주의 책방이다. 2016년 여름, 지숲이 페이스북에 '동네책방을 살리려거든(은종복/책방 풀무질 기고글)'을 올렸다. '우리 동네에도 책방을 열어볼까?'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얼굴 마주칠 때마다 아이디어를 나누며 책방 이름을 비롯한 정체성이 만들어졌다. 다섯명의 작당은 막걸리와 안주를 파는 '별주막'이란 공간을 만나 2016년 11월 11일,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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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록잠바 입은 사람이 지숲 

 

과천역에서 내려, 공원 오솔길을 걷다보면 상가건물들이 나온다. 여우책방에 들어서자 책모임을 막 시작하려는 듯 집중하는 표정의 사람들과 지숲의 반가운 표정이 분위기로 전해진다. 커피향이 유독 고소하고 달았다. 원두를 어디서 샀냐고 묻자 베란다에서 커피볶는 동네 친구의 ‘베란다 커피’란다.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관계 안에서 살고 있다는 게 보였다. "재은씨도 과천으로 이사와요. 홍대 앞에 살던 친구도 여기로 와서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그녀 말에 홀려(?) 그 동네로 이사 갈 사람이 앞으로도 분명 더 있을 것이다. "이거 해보자, 저거 어때?" 사람들을 들쑤시고 부추기면서 에너지를 발산하는 지숲을 만났다. 

 

우리가 좋아하는 걸 하는, 여우책방 

 

여우책방은 협동조합 형태로 함께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만난 사람들인가요?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방을 로망처럼 품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책을 만들고 싶고 책모임도 하고 싶고. 2016년 여름에 책방풀무질 사장님이 쓴 기고글을 제 페이스북에 공유했어요. 그랬더니 동네 분들이 '나도 로망이야.' 하면서 하나둘 댓글을 달았어요. 누군가가 '우리도 해볼까?'라고 댓글을 달았고, 그러다 동네에서 마주치면 "우리 진짜 꼭 하자, 이렇게 해보면 어때?" 뽐뿌질이 이어졌죠. 만나면서 알았어요. 이 사람들 진짜 할 거구나. 저를 포함해 5명이 모였고 그해 가을, 책방을 열었어요.” 

 

여우책방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됐어요? 무슨 뜻인지 궁금했어요. 

"피노(여우책방 이사장. 서로 별칭을 부르는 관계다)가 낸 아이디어예요. '여자들의 우정' 줄여서 '여우책방'어때? 하더라고요. 생태여성주의 책방을 하자는 것도 피노가 제안했어요. 다 마음에 들었어요."  

 

생태여성주의(1976년 프랑스에 여성 철학자 '프랑소와즈 드본느'가 만든 말. 여성에 대한 억압과 자연에 대한 억압이 같은 억압이라고 보고, 여성의 해방과 자연의 해방이 함께 일어나야 한다는 주장했다./현경, 여우책방 강연회 '길 위의 인생' 중) 책방인 이유가 있나요? 

"2015년 과천 녹색당에서 책 읽기 모임이 있었는데 ‘세상을 바라보는 몇 가지 시선’이란 이름의 모임이었어요. 맨 처음 읽은 책이 '자급의 삶은 가능한가'예요. 저는 거기서 에코페미니즘 개념을 처음 만났어요. 늘 중요하고 가치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에코페미니즘이라는 이름에 담겨있다는 걸 알았어요. 관심을 키워나가다가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페미니즘을 깊이 들여다보게 된 참이었어요." 

 

여우책방에서 모임도 많이 열리는 것 같아요. 어떤 모임들이에요?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면 좋잖아요. 문턱을 낮추려고 모임을 열게 됐어요. 여우책방의 특성을 담아낸 모임도 좋지만 그보다 우리가 관심 있는 것,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는 데에 방점을 두고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모임을 지속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여성주의 책 읽기 모임, 희곡 낭독 모임, 고전 읽기 모임, 시 낭독 모임, 낭독 책 읽기, 글 쓰기 모임… 거의 매일 오전 오후로 모임이 열려요. 거기에 생태나 환경에 대한 책 읽는 모임이 없어서 어떻게 마련할까 고심하고 있어요." 

 

가까이에서 허물없이 지낼 수 있는 스승들이 많은 게 진짜 복

 

과천에서 몇 살부터 살았던 거예요? 지역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 같아요. 

"8살부터 살았어요. 여기 사는 사람들은 이 동네를 좋아해요. 여기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거든요. 저는 저희 동네가 너무 좋아요. 도시가 낡고 불편해서 싫어하는 사람도 있기는 해요. 제가 자란 집도 아주 낡은 집이었어요. 하지만 집을 나오면 갈 곳이 많았어요. 도서관, 공원, 수영장... 나한테 좋은 공부방이 있고 앞마당이 있고 체육시설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낡은 우리 집뿐 아니라 이 동네 전부가 다 내 것 같은 거예요. 이 모든 걸 내 집에 다 갖춰놓고 살지 않아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환경이 있으니까. 

그럼에도 과천은 땅값이 비싸서 언젠가 떠나야 할 곳이라 생각했어요. 그렇게 큰돈을 버는 데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았거든요. 과천보다 훨씬 더 좋은 자연조건을 가진 곳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여우책방 덕에 이웃을 만나서. 이 사람들은 다른 동네에 없더라고요. 집값이 조금 더 저렴한 옆 동네에도 가보았지만 1년을 못 채우고 다시 과천으로 왔어요. '과천에서 평생 살 거야'는 아니어도 안정적으로 뿌리내리고 싶어요. 사람들 덕에. 그렇다고 막 '사랑해'하는 관계는 아니에요. 싸우고 그렇지만 어쨌든.(웃음)" 

 

저도 한 지역에서 오래 살았지만 이웃을 맺는 건 어렵더라고요. 과천 사람들을 알게 된 계기는요? 

"어려서부터 교회를 다니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2014년에 녹색당 활동을 했어요. 과천시장 후보에 녹색당 후보가 나왔거든요. 그때 동네 사람들을 깊숙이 만나게 됐어요. 지뢰 찾기 게임 아세요? 땅을 하나하나 클릭하다가 어느 순간 한꺼번에 땅이 좌라락 열리는 거 있잖아요. 그때 그랬어요. 관계가 열리는 경험." 

 

그때 만난 사람들이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거군요. 

"그 당시 저는 가치지향적이고 뭐랄까. 옳고 그름에 대한 선을 가진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동네에서 활동하고 책방에서 일하고 여성주의나 녹색당에서 여러 의제를 만나면서 세상에 옳고 그름이란 없다는 걸 가슴으로 알게 됐어요. 이를테면 어떤 사람들은 핵발전소를 찬성하잖아요. 예전에 저는 그런 사람들을 경멸했어요. 뜻을 공유하지만 품을 내지는 않는 사람들을 미워하기도 하고요.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생각과 가치가 다를 수 있다는 걸, 실천의 정도가 다를 수 있다는 걸 배우고 있어요. 왜냐하면 나에게도 그런 잣대를 들이대며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었거든요. '너 이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 줄 알아? 네가 관심 있어하는 건 나중 문제이고 더 중요한 것부터 해야지!'라고요. 그분들 덕에 깨닫게 되었어요. 나도 그런 잣대로 사람들을 판단해왔구나." 

 

치열했겠어요, 그 시간들이. 자신을 인정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주변에 좋은 스승들이 너무 많아요. 우러러보아야 마땅한데 가까이에서 허물없이 지낼 수 있는 스승들이 많은 게 진짜 복인 것 같아요. 저희가 에코페미니즘 책방이라고 하니까 여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자기 발로 찾아오거든요. 굉장히 큰 기쁨이에요. 무엇보다 여우책방을 함께 운영하는 동료들이 큰 스승이에요.  

저보다 스무 살 많은 피노가 저랑 참 다른 사람이거든요. 그걸 이해하고 다름을 인정하면서 이렇게 다른 우리가 행복하게 자기 역량을 발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밤새서 고민해오세요. 감동받은 적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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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우책방에서, 사다리에 올라간 사람이 지숲 

 

 

나를 꺾으며 일 했던 직장생활, 그리고 프리랜서로 살아가기  

 

그 전에는 어떤 일들을 했었어요?  

"출판사에 다녔었어요. 교회에서 소식지를 꾸준히 만들었었거든요. 매주 만드느라 힘들었지만 무척 재밌었고 인쇄되어 나오면 황홀했어요. 출판사에 들어가면 얼마나 좋을까. 26살에 출판사에 입사했어요. 근데 내가 그린 표지가 책으로 나왔는데 기쁘지 않은 거예요. 그림만 그려서 그런 걸까? 책 디자인을 다 하면 기쁠까? 그래도 기쁘지가 않았어요. 보람이 없었어요. 

왜 그럴까 살펴보니  많은 부분에서 의사결정 과정에 주체로 참여하기보다 이미 결정된 것을 반영하는 게 제가 하는 일의 대부분이었고 소외감이 컸어요. 학생 때는 우리가 기획하고 취재하고 글 쓰고 편집하고 다 했는데 직장에서 제가 할 일은 그저 책을 꾸미는 일에 불과하다고 느꼈어요. 부품이 된 것 같고 덜 중요한 사람이 된 것 같아서 '평생 할 일은 아니다, 서른에는 그만두자' 생각했죠. 그래도  하다 보면 잘하고 싶어서 마음속에 계속 갈등이 있었어요." 

 

정말 서른에 그만뒀나요?  

"직장 생활하면서 물의를 많이 일으켰어요. 제가 소위 사회성이라는 게 없었어요. 한 번은 사장님이 주말에 나와서 일을 끝내라 하신 적이 있는데 눈 동그랗게 뜨고 "주말엔 나올 수 없는데요."라고 대꾸했어요. 편집자가 시안을 언제까지 줄 수 있냐고 하면 "모르겠는데요. 해봐야 알겠어요." 하고요. 정말 시안을 언제까지 줄 수 있는지 모르겠는 거예요. 어떤 편집자는 저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고도 했어요. 회사에서 요구하는 게 이해가 안 됐어요. 

'사회 언어를 배우는 시기로 갖자. 사회성을 갖는 시기로 생각하자'며 저도 노력했죠. 스스로를 많이 꺾으면서 일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사회에서 통용하는 언어였을 뿐이고 그걸 꼭 지켜야 하는 건 아니었을 텐데 어쨌든 그때는 맞추고 싶었어요. 이 사회를 살기 위해 어떤 조건을 장착해야 하는지를 배우고 익히는 시기였고. 나중에는 회사 송년회에서 MVP상을 받았어요. 동료들이 볼 땐 말 안 듣던 제가 많이 변한 셈이었던 거죠." 

 

'나를 꺾으며 일했다'는 것에 공감이 되네요. 그만두고 뭐 하고 싶었어요? 

"서른에 출판사를 그만두면서 내 작업을 하고 싶었어요. 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내 책을 쓰고 싶었는데 그렇게 못 했어요. 프리랜서 일을 계속했거든요.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프리랜서 디자인 일을 계속해서 결국 회사만 안 갔지 똑같은 일을 하고 있더라고요. 자괴감이 계속 반복되는 상태였어요. 그러면서도 다시 취직할까, 아니야 못해, 그래도 하자. 이게 계속되는 상태요. 

이런 적도 있어요. 공원에 하루 종일 앉아있는 연습을 하자. 오늘은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앉아있는 날이야. 몇 번 했더니 확실히 느슨해졌어요. 느슨해진 게 좋은 건지 모르겠어요.(웃음) 지금은 일을 끝내야 하는데 컴퓨터 켜기 싫어서 계속 딴 걸 해요." 

 

저도 공원에 앉아있어 봐야겠어요. (지숲: 가을이 정말 좋아요.) 지금도 프리랜서로 일을 하고 있어요?

"일을 받아서 하다가 끊었다가 다시 하다가 반복했어요. 지금은 어떠냐면 '돈 되는 일 다 주세요'예요. 대신 얼마 받는지 기준을 제시해요. 그러면 다들 안 해요.(웃음) 옛날에는 내가 이 일 안 하면 누가 하겠어, 하면서 공짜로 많이 했어요. 주면 받고 안 주면 안 받고. 나름 보람도 컸지만 결국은 내 가치가 떨어지더라고요. 보수를 적게 줘도 되는 사람, 혹은 주지 못 해도 하는 사람이 될 뿐이었어요.

여우책방은 수고한 대가를 어떻게든 치르려고 해요. 대가를 지급하지 못하는 일은 아예 시작도 안 하고요. 행사를 여는데 남는 게 이것밖에 없으면 하지 않거나 참가비를 올려야 한다는 고민을 나눠요. 그러다 보니 지금은 ‘얼마 줄 수 있어요?' 물어보는 사람이 됐어요. 제가 밴드 활동도 해요. 지구밴드라고. 공연 의뢰 들어오면 "공연비 책정되어 있나요?" 상대방이 고민할 수 있게 해요. 내가 이걸 기쁘게 하려면 적어도 이만큼은 받아야 즐겁게, 책임감 있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함께 하기 위해 적당한 거리와 방식을 배워가고 있는 중 

 

여우책방을 공동으로 책임지고 운영하는 방식이 힘든 적은 없었어요?  

"물론 힘든 적도 있는데 혼자 끙끙 앓는 일은 없어요. 회의에서 솔직하게 얘기해요. "나 이거 저거 했으니까 돈 더 달라, 이때 이러저러해서 서운했다" 같은 말도요. 소리 지르고 싸운 적도 있어요. 말하다 보면 모자란 속이 다 드러나기도 하는데 그래도 안전하다는 믿음이 있어요. 이런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도 사람들이 저를 편견에 가두지 않는다는 걸 알거든요. 다를 '그래, 그럴 수 있지. 그런 생각할 수 있지' 열린 태도로 듣는 분위기라서. 

저희끼리 온라인 공간이 있거든요. 거기서 댓글의 댓글을 수십 개 달며 언쟁을 벌인 적도 있어요. 그때 굉장히 아프고 힘들었는데... 알게 됐어요. 이 사람은 이걸 건드리면 절대 안 되는 사람이구나. 서로 안 거예요. 이 사람과 함께 하기 위해 내가 어디쯤 서있어야 하는지. 이 이상은 절대 넘지 말아야 이 사람과 지속할 수 있다는 걸요. 적당한 거리와 방식을 배워나가고 있어요." 


지역에서 이런 공간을 운영한다는 건 어떤 걸까요? 저도 늘 로망은 있지만 할 수 있을까 막연해요. 지역에서 산다는 것, 공간을 운영한다는 것.. 두 가지가 무겁게 느껴지거든요. 

"성질이 더러우면 견딜 수 있는 것 같아요.(웃음) 어디든 그렇지만 지역에서 살다 보면 별 일이 다 있고, 이 말 저 말 말들이 난무해요. 처음엔 저도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왜 저렇게 말하지? 내가 그렇게 잘못한 건가? 뭐가 문제인 거지?' 하지만 있는 그대로 수용해주는 여우책방 친구들과 관계 맺으면서, 잘못에 대한 지적과 내 본성을 부정하는 요구를 구분할 수 있게 되었어요. 

현경 선생님('미래에서 온 편지' 등 다수 책의 저자)의 책들이 큰 도움이 되었어요. '내 길을 가자, 내 본성대로 살아야겠다' 생각했어요.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지 않고 일일이 기분 맞춰주지 않아도 돼요. 꼬이고 모자란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편해요." 

 

여우책방에 단골이 많겠어요. 저도 오늘 처음 왔지만 자주 오고 싶을 만큼 애정이 생겨요. 

"소중한 단골들이 계시죠. 손님을 넘어 깊은 우정을 나누는 친구가 됐어요. 가만 생각해보면 ‘이게 다 무슨 일일까' 감격스럽기도 해요.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을 찾아야 하는 숙제는 여전히 있어요."

 

앞으로의 계획이 뭔가요? 

"돈을 벌어야 하는데. 일단 돈을 버는 게 관심사예요. 내가 지속 가능하기 위해 의뢰받는 일에 대한 가격 책정을 어떻게 할지도 고민이에요. 그리고 저는 창작할 때 가장 행복해요. 분야를 국한할 수 없어요.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작가, 밴드 활동을 하는 음악가... 나는 다 재밌어요. 특히 출판사를 그만두면서 내 책을 내려고 했으니까 그것도 리듬을 가지고 완성하고 싶어요. 어쨌든 제가 하고 싶은 것으로 돈을 버는 구조를 만드는 게 숙제예요. 마흔이 되면 사이클이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작업한 책 궁금해요.

"'여우책방, 들키고 싶은 비밀.' 읽어보세요. (웃음) 제가 오늘 말한 것들, 그리고 말하지 않은 것들이 담겨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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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우책방 이사장 피노와 지숲

 

 

먼 길 왔다고 '여우책방, 들키고 싶은 비밀'을 선물 받았다. 지숲과 이야기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책을 읽었다. 무리하지 않고 오래오래 하고 싶은 마음이 잘 읽혔다.  

한 손님이 이렇게 말했다. 여우책방은 살아있는 것 같아. 대단해 보이진 않지만 뭔가 계속 꼼지락 꼼지락 대. 그러다가 훌쩍 나가 있더라.. 어느새 책도 내고, 어느새 저런 강연회도 열고, 또 새로운 모임을 시작하고. 

그 말에 세상을 뒤덮은 초록이 생각났다. 정지한 것처럼 보이는 저 무수한 초록들이 얼마나 강한 생명력으로 세상을 초록으로 잠식해나가는지. 살아있음은 하루의 분량을 성실하게 사는 것이겠지. 살아있음이란 곧 무리하지 않는 게 아닐까. 과식을 하면 다음 끼니를 먹을 수 없다. 오늘 먹을 수 있는 것을 먹고 오늘 내놓을 수 있는 걸 내놓는 것. 그래야 내일 또 먹고 쌀 수 있잖아. 반짝하고 말 여우책방이 아니니. 하다가 그만둘 마음이 우리에겐 없으니. 이대로 건강하게 오래 무리하지 말고 살고 싶다. 

'여우책방, 들키고 싶은 비밀' (여우책방 사람들 지음) p157-158 

 

그녀의 관심사는 사람들이 타인의 욕구가 아니라 '자기다움'을 발현할 수 있게 들쑤시고 부추기는 일이라고 했다. 활동이란 어떤 에너지를 어떤 사람들과 나누냐에서 시작하는지도 모른다. 여우책방을 가꾸는 동료들과 함께 하기에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함께 하는 힘을 조금 맛 본 기분이다. 이상했다. 내가 조금 더 자유로워진 것 같다. 

_ 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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