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활동가인터뷰] 사회 운동의 적정기술 - 프로그램 개발자, 홍영기

‘활동가’가 뭘까. 가끔 스스로에게 질문하곤 한다. 그렇지만 매번 묻기만 하고 시원하게 답을 내린 적은 없다. 우선 ‘활동’이라는 단어 자체가 지칭하는 범위가 넓고 규정하기 어렵다. 그런데 오늘은 여기에 더해 ‘기술’에 대한 이야기까지 해야 할 듯 싶다. 기술이라니, 활동만큼이나 광범위한 단어가 아닌가. 아무리 데이터, 알고리즘, 코딩 같은 단어들이 유행하고 범람하는 시대라지만, 어떤 ‘기술’의 작동원리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런데 오늘 내가 만난 이는 일찍이 사회운동 영역에서 20년 넘게 ‘기술’로 ‘활동’해온 베테랑 개발자다. 생활 기반은 울산이지만, 활동 기반이 무한대로 확장 가능한 온라인이기 때문인지 그는 현재 프리랜서 활동가로 살고 있다. 5월 30일, 참여연대 1층 카페통인에서 그를 만나 ‘사회운동의 적정기술’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신 기술이 꼭 모두에게 좋은 기술은 아니”라고 말하는 그는 사회운동의 적정기술뿐 아니라 자신의 삶의 적정기술까지 터득한 듯 보였다. 




오늘 서울엔 무슨 일로 오셨나요? 

보시다시피. 예식 복장이죠?(웃음) 참여연대 ‘열려라국회’ 사이트 업데이트 회의도 있었고요. 


참여연대 외주 개발자로 알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맡고 계신가요. 

참여연대가 운영하는 웹서비스를 담당하고 있어요. 주로 참여연대 홈페이지, 아카데미느티나무 사이트, 열려라국회 사이트의 유지보수를 맡고 있습니다. 모든 IT(Information technology, 정보통신기술) 시스템에는 ‘유지보수’라는 개념이 들어가 있어요. 뭐든 한 번에 완결되는 경우는 잘 없으니까요. 어떤 프로그램이든 (쓰다 보면) 어딘가 구멍이 나기 마련이거든요. 서비스를 개선해야 한다든지, 문제가 발생한다든지 하는 경우가 꼭 생기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전반적인 유지보수라고 보시면 됩니다. 


최근에 ‘의석수계산기’, ‘그사건그검사’ 사이트 작업도 하셨잖아요. 프로그래머 관점에서 이들 사이트의 유용함이랄지, 어떤 의미의 활동인지 설명해주신다면요. 

‘그사건그검사’는 그전부터 참여연대 홈페이지에 축적되어 있던 자료를 이용자들이 보기 편하게 개편한 거고요. 의석수계산기는 상황이 좀 특별했어요. (바뀐) 선거제도가 워낙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렵다 보니 서비스가 대중적으로 이슈가 된 거 같아요. 의석수계산기는 개발 이슈로는 크게 어렵거나 별다르게 새로운 일은 아니었어요. 다만 기존 작업과 차이라면, 제가 참여연대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다 보니까 (의석수계산기) 제안을 받았을 때 좀 더 빨리 이해하고 구상할 수 있었다고 할까요. 뭔가 연결되는 지점이 있어야 서비스가 나올 텐데, 소위 개발자 중에는 선거법에 관심을 갖고 자세히 연구할 만한 사람이 잘 없으니까요. 반면에 저는 계속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관련 활동을 해온 사람이니까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들이 이슈화를 잘한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분께 공(功)을 넘기시는 건가요. (웃음) 

기술이라는 건 원래 드러나지 않아야 정상이거든요. 반대로 기술이 드러나는 순간은 오히려 문제가 생긴 경우고요.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인 거죠. 기술에 신경 안 쓰고, 변기에 물 내리면 막힘없이 잘 내려가듯이, 기술이란 그런 것이기 때문에.(웃음) 그럼에도 의석수계산기가 주목을 받은 건 (기술 때문이 아니라) 서비스 자체가 사회적으로 흥미 있거나 재밌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작업하시는 과정에서 특별히 까다로웠거나 고생한 점은 없었나요?

처음엔 저도 바뀐 선거법을 잘 이해하기 어려웠으니까, 담당 간사한테 설명을 듣고 공부해가면서 작업했는데 원격으로 일하다보니 소통하는 데서 약간. 가까이 붙어 있었으면 하루 정도 같이 검토하면서 이해가 안 되면 바로 물어보고 고치면서 더 빨리 작업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 그래도 결과적으로 제 손을 거친 사이트가 파급력이 있어서 기분은 좋죠. 



21대국회 의석수계산기 http://watch.peoplepower21.org/election/  :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적용되는 준연동형비례대표제, 연동형캡 등 바뀐 선거제도에 따라 의석수 배분이 복잡해진 21대 총선에서 누구나 쉽고 빠르게 총선 결과를 예측해보는 의석수 계산기

그사건그검사 http://www.peoplepower21.org/WatchPro/ : '그사건그검사'는 검찰의 수사 및 결과를 기록하고, 사건을 담당한 주요 검사와 지휘라인들이 누구인지 기록하고 공유하는 DB 사이트


참여연대 말고 다른 단체들과도 작업을 하시나요. 

다른 데도 많이 하고 있어요. 주로 사회단체들이나 노동조합 이런 데죠. 제가 여기서 (사회운동 판에서) 일을 오래 하다보니까 가끔 답답할 때 연락 오는 단체들이 몇 군데 있어요. 적극적으로 막 영업을 하거나 마케팅을 하는 건 아닌데 여기서 오래 있다 보니까 부정기적으로 알음알음 (연락이 와요).


평소 ‘사회운동의 적정기술’이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고. 어떤 의미인가요. 

제가 만든 말은 아니고요.(웃음) ‘적정기술’이라는 말은 들어봤죠? 기술이라는 게, 최신 기술일수록 비용이 많이 들어가잖아요. 그러다보니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대중화되기 전까지는 초기부터 그런 기술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거든요. 모든 혁신적인 기술이 모든 사람한테 의미 있는 것도 아니고요. 왜냐면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규모가 큰 기술은 작은 조직에서 제대로 쓰기가 어렵거든요. 시민단체 홈페이지를 예를 들어보면 그런 경우가 종종 있어요. IT 업계에서 일하는 어떤 회원이 자기가 후원하는 단체의 홈페이지가 마음에 안 들어서 의욕을 갖고 새롭게 만들어줬단 말이죠. 근데 아까도 얘기했지만 한 번 만들어서 끝나는 게 아닌데, (유지보수) 그런 거까지 책임져주지 않으면 그 기술은 자꾸 단절돼 버리거든요. 그래서 어떤 기술이 어떤 조직에 쓸모가 있기 위해서는 그 조직에 맞는, 그 조직이 감당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해야 지속가능할 수 있다는 거예요.  

 

중요한 지점이네요. 자기 몸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하는데 너무 크거나 화려한 옷을 입으면 안 되는 거군요. 

그렇죠. 기술에 많은 비용을 투자할 수 있는 일반 기업에서 쓰는 기술이랑 반대로 기술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기 어렵지만 동시에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시민단체의 기술은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요. 예를 들어 아프리카에서 물을 쉽게 운반하도록 하는 기술에 막 첨단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잖아요. 시민단체도 마찬가지로 지금은 웹 자체가 많이 발달해서 값싸고 좋은 수단이 됐지만, 세상에 있는 모든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만큼 사회운동에 맞는 적정기술이 필요한 거죠. 

 

생각의 전환을 하게 해주는 말씀이네요. 하지만 그 ‘사회운동의 적정기술’을 고민할 수 있는 프로그래머나 개발 역량을 가진 사람이 사회운동 쪽에 많지 않은 건 사실인 것 같아요. 

맞아요. 제가 참여연대 외주개발자가 된 것도, 여기를 그만두면서 누가 후임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개발자를 구하기 어려워서였으니까요. 오히려 저는 특수한 경우였죠. 일반 업체에서 개발 경험을 쌓은 사람이 아니고 사회운동 하면서 혼자 기술을 익히고 공부해서 개발을 시작한 거니까요. 제 세대에는 그런 사람들이 좀 집단적으로 있었어요. 사회적으로 인터넷 기술이 막 생기고 관심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던 시기에 활동가 중에도 관심 갖는 친구들이 꽤 있었거든요. ‘진보넷’도 비슷한 시기에 생겼고요. 당시엔 진보넷 말고 몇 개 더 있어서 그런 사람들이 사회운동단체에 기술 역량을 제공하는 역할을 했는데, 지금은 거의 사라졌죠. 


어떻게 보면 ‘사회운동 개발자 1세대’(?)인 셈이네요. 그럼 프로그래밍은 언제 처음 배우신 거예요? 

울산에서 현대자동차 다니다가 그만두고 2~3년 후니까 2000년 즈음. 워낙 컴퓨터 관련된 걸 좋아해서 하드웨어든 관련 공부를 취미로 조금씩 하고 있었고 프로그래밍에도 관심이 생겨서 언제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한창 IT 붐으로 교육 프로그램이 많이 생기면서 30대 중반부터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꽤 늦은 나이였네요. 참여연대에 입사하신 된 계기도 궁금해요. 

당시에 어쨌든 현대자동차를 그만두고 크게 하고 싶은 일이 없었어요. 근데 제가 그때 기타를 배운 지 얼마 안 돼서 관심은 있었는데 울산에는 (기타를) 전문적으로 배울 곳이 마땅치 않으니까요. 그래서 서울 쪽에 뭐가 있나 하고 보다가, 대학로에 재즈 아카데미가 있다는 걸 알았고 또 그러다가 노동부에서 보내주는 구인정보 메일을 보고 다행히 참여연대가 개발자를 구한다고 해서.  


구직보다 재즈아카데미가 목적이었군요?(웃음) 

뭐 완벽하게 그것만을 위한 건 아니고요.(웃음) 그전에도 개발자로서 여러 일을 하긴 했지만 깊이 있는 일을 해보지 못했으니까요. 대부분 작은 단체들이었으니까 딱 홈페이지 만드는 정도였다면, 참여연대는 비교적 규모가 큰 단체니까 참여연대에 맞는 웹 서비스를 만들면서 개발자로서 경험도 많이 쌓게 됐죠. 


그땐 지금보다 더 기술 환경이 열악했을 텐데요.   

그래서 참여연대 조직에 맞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변형시키려고 많이 노력했던 것 같아요. 2008년 제가 들어갔을 때만 해도 웹 개발 담당자가 2명 정도 있었는데, 좀 더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내부에서 굳이 소화하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은 밖으로 빼낸다거나. 예전엔 자체 서버를 두고 운영한 적도 있었는데, 개발자가 서버 관리 하면서 웹 개발까지 하는 건 부담이니까요. 그렇다고 (단체에서) 따로따로 담당을 둘 수 있는 형편도 아니었고요. 


일반 회사는 개발자 따로, 기획자 따로, 디자이너 따로 분업이 잘 되어 있지만 시민단체는 그렇지 않잖아요. 그런 지점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어요? 

그건 웹 담당자뿐 아니라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모든 활동가가 그렇지 않나요.(웃음) 일인다역을 하게 되어 있으니까요. 그런 것보단 내부에 업무적으로 도움 받을 사람이나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뭔가 문제라도 생기면 나도 이유를 잘 모르겠고, 원래부터 개발 일을 해서  네트워크라도 있었으면 도움을 받았겠지만 그렇지도 않았으니까요. 혼자서 일일이 검색해보고 찾아보고 해결해야 하니까 처음엔 아주 깝깝했죠.. (웃음)


참여연대에서 직장인 밴드 활동도 잠깐 하셨다고 들었어요. 이름이 ‘드렁큰밴드’라던데? 

기타는 40대 들어서 배우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혼자서 재미삼아 연습하다가 마침 동료 활동가가 드럼을 친다길래 그럼 됐다, 하고 바로 결성했죠. 나머진 다 야매로 배우고(웃음). 


근데 왜 ‘드렁큰밴드’예요? 

술을 먹어야 연주할 수 있다고. 맨정신엔 못한다고(웃음)


잘 다니시던 참여연대를 퇴사하신 이유는 뭔가요. 

집이 울산인데 가족들이랑 너무 오래 떨어져 있다 보니까. 오래 할 게 못 되더라고요. 처음엔 한 1년 할 생각이었는데 4년까지 있게 될 줄 몰랐죠. 아들이 중학교 들어갈 때쯤 다시 울산으로 돌아갔어요. 


서울 태생이신데, 울산에는 어쩌다가 정착하게 되셨나요. 

아실지 모르겠지만 옛날에는 학생운동 출신들이 현장에 많이 갔어요. 제가 거의 마지막 세대, 끝물이었어요. 그래서 대학에서 학생운동 하다가 졸업하고 바로 울산에 있는 공장으로 간 거죠. 그 안에서 노조 활동하려고.  


들어가는 과정이 크게 어렵진 않았나요? 

글쎄요, 저도 어떻게 들어갈 수 있었는지 잘 모르겠어요.(웃음) 공장으로 바로 간 게 아니라 현대자동차가 운영하는 직업훈련소여서 그랬을까요? 일반직에 들어가는 거면 달랐겠지만 생산직이었으니까요. 다른 사람들은 신분을 속여서 들어갔는데 저는 그냥 제 신분으로 들어갔어요. 대학 학력은 빼고, 병적기록만 약간 싹싹 긁어가지고.(웃음) 그렇게 직업훈련소 끝나고 현대자동차로 입사한 거죠. 

 

아내 분을 만난 것도 그 시기예요?  

맞아요. 97년에 결혼했으니까, 서른 살 즈음인가. 만난 건 그보다 1년 전쯤이었을 거예요. 공장 다니면서, 소위 비공개 활동그룹에서 처음 만났어요. 그때는 조직 단위로 현장의 노동자들과 연결해서 같이 공부도 하는 소모임들이 꽤 있었어요. 


아내 분이 울산에서 유명한 지역활동가라고 들었어요.  

엄청나게 뭐 많은 걸 해요.(웃음) 청소년 대상 인문학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탈핵 운동도 열심히 하고요. 


평소 아내 분에 대한 존경심이 남다르시다고. 언제부터 그런 마음을 갖게 되셨나요.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고 살면서 그렇게 된 거 같아요. 일단 뭐든지 열심히 하니까. 결론적으로 참 훌륭한 활동가라고 생각하게 됐죠. 주변에 활동가들이 많이 봤지만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활동한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할 뿐 아니라 잘하기 위해서 노력도 하고, 공부도 많이 하고요. 관심 갖는 분야에 대해서는 작은 강연이나 토론회를 하더라도 엄청 준비를 하고 거의 몸을 사리지 않으니까요. 

 

지역에서 활동가 부부로서의 삶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았을 거 같아요. 

아무래도 그렇겠죠? 지금을 기준으로 보자면 최빈곤층까지는 아니어도 둘이 합쳐서 연봉 3천이 될까요. 당연히 집은 (사는 건) 상상도 못하고요. 근데 워낙 어렸을 때부터 집이 못 살아서 한 번도 풍족하게 살아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별로 불편하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일단 의식주 중에서 주거비용이 적은 편이에요. 지금은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전에는 그보다 더 촌에서 살았어도 월세가 15만 원 정도였으니까요. 그다음 ‘의’… 옷은 뭐 거의 잘 (안 사고). ‘식’도 많이 먹는 편이 아니거든요. 한살림 같은 데서 장을 봐도 많이 사지도 않고 외식도 잘 안 하니까 먹는 비용도 크게 안 들어가는 것 같은데... 단지 술값? 커피? 이런 기호식품이 다른 거에 비해서 비중이 크긴 하지만요.(웃음) 그리고 책값. 아내와 나는 거의 책 수집가예요. 탐독하는 책은 좀 있어야 하는 편이라서요. 그 다음 제 연장도구, 맥북 그 정도?(웃음) 


‘적정’기술일 뿐 아니라 ‘적정’생활인 거네요. 말씀하신 걸 종합해보면 어디 얽매이거나 구애받기보다 자유로움을 추구하시는 느낌이에요. 

뭐든 세상에 절대적으로 자유롭고 이런 건 없잖아요. 사실 전 굉장히 틀이 정해져 있는 편이에요. 그다지 멀리 안 나가거든요.(웃음) 그냥 이 정도, 넓지 않은 범위 안에서 자유로운 거죠. 가끔 좀 튀기도 하고 여러 가지 활동을 하지만 활동 범위 자체가 넓지는 않은 것 같아요. 딱 이 정도 선에서. 

  

일부러 그 정도의 선을 구축해 놓으신 건가요? 선을 넘으면 거기에 끌려다니게 되니까? 

뭐랄까, 범주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넓고 다양하게 활동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그런 타입이 아니라서요. 적정선에서 다양하게 하고 싶어 해요. 제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취미생활을 하더라도 약간 공무원처럼 하는 느낌이랄까.(웃음) 

  

일상이 루틴하면 감정 기복은 덜할 거 같은데, 그럼에도 요즘 고민하시는 게 있나요?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루틴이 깨져서 (고민이에요). 헬스장 못 가고, 수영장 못 가고, 도서관 못 가서. 도서관은 옛날부터 공간 자체를 좋아했어요. 거기 있으면 마음 편하고 몇 시간씩 앉았다 오거든요. 일단 가면 할 게 많잖아요? 정기간행물 <씨네21>부터 <한겨레21>, <시사저널>까지 다 보고, 책도 한 권씩 뽑아 보고. 제 루틴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공간이었는데 요즘 코로나 때문에 못 가게 돼서 완전 패닉….(웃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자신 삶의 ‘최초의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학생운동 시절, 선전부에 있던 그는 얇은 기름종이(등사원지)에 철필이나 수동 타자기로 글씨를 새긴 뒤 등사판에 대고 롤러로 밀어 한 장씩 유인물을 찍어내야 했는데, 어떻게 하면 그 유인물을 좀더 빨리 쉽고 예쁘게 만들까 하는 고민에서 ‘기술’을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이후 워드 프로세서와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그 ‘기술’이 오늘날까지 이어졌다는 그런 이야기였다. 어떻게 하면 노가다를 덜 할까, 꾀부리는 마음이었다고 하지만 어쩌면 그의 ‘기술’엔 언제나 ‘활동'이 먼저였던 건 아니었을까.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기술의 진보가 그러하듯, 그 역시 자신 앞에 놓인 과제를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적정기술을 터득했을 것이다. 최근 공부에 재미를 들인 그는 바쁜 와중에도 노무사 시험 1차에 합격해 오는 8월, 2차 시험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그의 기술은 멈추지 않고 지금도 계속 진보하는 중이다. 

 


인터뷰이 홍영기 프로그램 개발자(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노조 관련 프로그램 개발)
인터뷰어 「월간 참여사회」 편집팀 (이계정, 이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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