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활동가인터뷰] 들썩이는 시장의 에너지, 낑깡


"농부님마다 계절이 보여요. 계절의 흐름에 따라서 다양함을 만날 수 있는 것, 그게 매력적이어서 계속 일하고 있는 것 같아요."

리틀 포레스트가 생각나는 시장에 가보았다 (닷페이스) / 낑깡 인터뷰 중에서  

 

 

한 달에 1번 열리는 마르쉐 농부시장@혜화, 파는 사람 사는 사람 모두 생글생글하다. 주고받는 대화도 길다. 생전 처음 보는 '공심채(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지방에서 즐겨 먹는 열대식물)'를 들었다 놨다 고민하자 어떻게 먹으면 좋은지 레시피를 상세히 알려주신다. 자신이 직접 키운 채소들을 뿌듯한 표정으로 설명하는 농부와 눈을 맞추면 역시, 안 살 수가 없다. 다양한 먹거리와 다양한 삶이 만나는 농부시장, 마르쉐@는 2012년 10월에 시작했다.

‘마르쉐친구들'은 마르쉐라는 장(場)을 여는 시장기획 집단이다. 몸을 쓰고 손을 움직이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지속될 수 있도록, 도시 사람들이 건강한 먹거리를 먹을 수 있도록 연결하고 초대한다. 그리고 마르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친구가 생각났다. (그 나이엔 이걸 해야 하는) 타인의 기준에서 벗어나 22살에 대학을 자퇴하고 일을 시작했다.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사는 것과 사람들을 만나고 연결하는 시장 기획의 공통점이 있지 않을까. 낑깡을 만나자 시장 특유의 활기찬 에너지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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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낑깡)

 

 

시장과 잘 맞는 에너지

 

낑깡은 ‘언니, 누나, ~씨' 같은 호칭보다 누구에게나 편하게 불리고 싶어 어감이 재미있는 ‘낑깡(한국말로 금귤)'을 택했다. 마르쉐 서포터스들과 놀면서 지었다. 일본말인지 알았으면 다른 별칭으로 지었을 거란다.

 

마르쉐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어요?

"2016년 6월에 일을 시작했어요. 이제 4년 차네요. 시장 보조일을 하다가 작년에 혜화에서 열리는 마르쉐 판돌이(담당자)였어요. 지금은 홍보를 담당하고 있고요."

 

혜화 시장을요? 꽤 규모가 큰데 맡아서 하는 건 할만했어요?

"배치도를 그리고 싶었어요. 시장을 담당한 동료가 배치도 그리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거든요. 업무 분장할 때 시장을 맡겠다고 했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더라고요. 전체 구조를 파악하고 팀의 성향에 맞게 시장의 그림을 그려나가요. 공간이 좁으니까 짐이 많은 팀과 아닌 팀, 전기를 사용하는 팀과 아닌 팀, 요리팀에서는 디저트류와 식사류. 그리고 농부팀은 여기로 꺼내야 잘 보이니까 배치하고.. 복합적인 정보가 많아야 해요."

 

시장을 열면서 어땠어요?

"하면 할수록 저는 시장이랑 잘 맞는 것 같아요. 에너지가 맞아요. 이것저것 조정할 것도 많고 바쁘고 힘들지만 내 롤이 있어요. 문제가 생겼을 때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하는 힘이 쌓여요. 무엇보다 우리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가치를 전달할 수 있어 좋아요."

 

어떤 가치인가요?

"2016년도에 ‘꿀장’을 했어요. 꿀이 그렇게 다양한지 몰랐어요. 농부마다 작물 수분을 돕는 벌을 조금씩 키우고 있는데, 그들의 꿀을 모아 진열했어요- 색깔이랑 결점이 다 다른 거예요. 농부시장 혜화는 매 시장 주제를 가지고 열려요. 3월의 씨앗장과 7월의 햇밀장, 11월 토종장이 대표적인 시장이죠. 도시에서 씨앗이나 햇밀을 어떻게 보겠어요. 이런 것들을 시장에서 자연스레 녹일 수 있어요. 토종씨앗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삶을 알릴 수 있죠. 마르쉐에서 일하는 게 재밌고 뿌듯해요. 내 에너지와 하고 싶은 것들을 잘 버무리는 공간이 시장이에요."

 

마르쉐의 특징도 자연스레 나오네요. 농부님들을 만나며 자극받는 것도 많겠어요.

"맞아요. ‘마르쉐친구들’은 농가를 직접 다녀요. 농가행이나 채소지(채소를 알고 기록하는 곳)를 통해 방문하기도 하고 지역 프로그램이 있으면 겸사겸사 가요. 농부님을 만나고 그들이 꾸리는 땅을 보면 농부마다 철학과 고집이 있어요. 장인을 만나는 느낌이죠. 어떤 결심이 없으면 힘든 일이고 이 작물 하나만 보는 게 아니라 큰 단위로 생각하기도 하고.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삶의 방식을 다양하게 풀어내는 모습에 자극받아요."

 

예를 들면요? 

"단순히 ‘닭과 달걀은 양계장’이라고 생각했어요. 농사지으며 닭을 키우는 분들을 만나니 순환구조를 고민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잘 키운 채소는 시장에서 팔고 벌레 먹은 못난 채소는 닭들에게 실컷 먹인대요. 닭들이 뛰노는 땅 주변은 분변이 퇴비가 되어 나무도 잘 자라고요. 웬만해선 걱정을 안 하신대요. 

그리고 환경 운동하다가 사과농사 지으시는 분을 만났어요. 과일류는 병해충, 날씨에 민감해요. 농약을 안 쓰셨는데 어느 해엔 병해충이 심각해진 거죠. 그 과정에서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선택을 하는지 들을 수 있어요. 농부님들이 꾸준히 공부하는 모습에 배울 점이 많아요. 이 분들의 이야기를 잘 담아서 시장을 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제 원동력이에요."

 

시장을 여는 다른 동력도 있어요?

"우리 집 식탁이 바뀌는 거요. 요리를 즐겨하진 않았었는데 시장을 열다 보니 내가 먹을 밥상을 차리는 일이 참 중요하다는 걸 느껴요. 소박한 삶, 생태적은 삶을 위해서는 부엌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해요. 직접 장을 보고 상을 차리고 뒷정리하는 과정이 순환의 삶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책이 생각나는데요. 

지금 가장 맛있는 채소를 살 수 있고 그것으로 요리하다 보면 농부님 생각이 나서 잘 먹게 돼요. 할 얘기가 많으니 친구들을 초대하게 되고요. 어떤 농부님이 어떻게 농사지은 거라 설명도 하고,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먹을지 연구하는 과정이 재밌어요."

 

어렵고 고민되는 점은 뭐예요?

"한 달에 시장이 3번 열리거든요. 농부님에게 야채를 사는데요. 보면 사야 된다는 강박이 있어요. 농부들이 정성껏 키워 멀리서 오신 건데 장사가 잘 되면 좋잖아요. 그게 3번이니까 내가 3번을 사서 버리고 있는 거예요. ‘잘 먹는 게 정말 중요하겠다, 계속 사기만 하는 것도 마음의 짐에서 비롯됐구나' 알아차리고 내려놓았어요. 버릴 거면 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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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마르쉐 페이스북)

 

 

22살에 시작한 일

 

대학을 3학기 다니고 자퇴했다. 활동을 하고 돈을 벌고 싶던 차에 서울시 뉴딜 매니저 공고를 보게 된다. 물 만난 물고기처럼 3년 간 신나게 일하다가 올해 3월부터 주 3일 근무로 전환했다. 오래오래 일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동료들의 배려가 있어 가능했다.    

 

마르쉐에서 일하게 된 계기가 있어요?

"활동가로 살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해왔었고요. 일을 하고 싶었어요. 대학을 3학기 다녔는데 학비도 아깝고. 사실 학교를 다닌 1년 반 만에 '이거면 됐다' 했어요. 사물놀이 동아리, 학보사, 옥상텃밭 모임 그리고 씨씨까지(웃음). 미련 없이 해버려서 돈을 벌고 싶던 차에 뉴딜 공고를 봤어요. 마르쉐에서 사람을 뽑는다고."

 

서울시 뉴딜 매니저요?

"네. 뉴딜 매니저는 학생 신분이면 안 되거든요. 부모님을 설득해서 자퇴했죠. 마르쉐 말고도 여러 곳이 있었는데 마르쉐가 눈에 띄었어요. 10대 때 홍대 프리마켓 자원활동을 했었거든요. 시장에서 얻는 즐거움을 알고 있었어요. 게다가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아빠도 농사지으며 사시거든요. 흙을 만지고 농사일을 돕는 건 저에게 익숙한 일이었어요."

 

22살에 일을 시작한 거네요. 힘든 점은 없었어요? 

"아무래도 첫 직장이고 다른 조직을 경험한 적이 없어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 눈치 없거나 어린애처럼 보이기 싫어서 애썼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나를 숨겼던 것 같아요. 잘 못하는 게 당연하고 다른 사람들도 알고 있을 텐데 혼자 스트레스받았죠.

그리고 마르쉐에서 처음 일을 할 때 신경 쓸 게 많았어요. 그런 거 있잖아요. 의미나 가치에 묻어나는 뉘앙스를 파악하는 데에만 6개월이 걸렸어요. 아직도 잘 모르겠는 것도 많아요." 

 

그랬겠어요. 그래도 연차가 늘어가면서 적응도 되고 조금 달라졌겠는데요?

“연차가 늘어나니까 조직에서 나한테 원하는 게 많아졌어요. 일이 많고 야근하는 게 힘들었어요. 마르쉐에서 일은 계속하고 싶으니까 정말 오랫동안 얘기한 끝에 주 3일 근무를 하게 됐어요. 올해 3월부터요. 다행히 생각했던 만큼만 힘들어요. (웃음)"

 

생각한 만큼이 뭐예요?

 "분명 3일보다 더 일을 할 거라 생각했거든요. 실제 그렇게 하고요. 그 정도만 힘들어요. 일이 많을 때는 3일 출근하고 나머지 4일은 집에서 해요. 출퇴근을 안 하는 게 어디야 싶고. 물론 연말엔 계속 이 구조로 일을 할지 의논해야 하지만요."

 

낑깡만 주 3일로 바뀐 거죠? 조직에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겠어요.

"그렇죠. 마르쉐친구들이 다섯 명이다 보니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는 편이에요. 누구 하나 특화된 건 없지만 잘하는 것과 하기 싫은 것들이 있으니까 업무 분장하면서 종합적으로 논의하고요. 제가 사무실에 앉아있기 힘들어하는 걸 아니까 오랜 시간 끝에 조정했죠."

 

조직 문화랄까, 내부 분위기는 어때요?

"나는 우리 팀이 좋아요. 시장 일은 몸을 많이 쓰거든요. 현장에서의 합이 중요해요. 센스, 눈치 같은 것들을 맞춰가니까 일을 하면서 쿵작이 잘 맞는 느낌이에요. 덥거나 추운 날에도 시장을 무사히 마무리하고  '우리 멋있다' 자아도취에 빠지기도 해요. 사이가 좋아서 밥 먹으면서 수다 떨고 재밌어요.

가족보다 오랜 시간을 보내는 거잖아요. 밖에서는 유별나다고 할 것들을 마르쉐친구들은 함께 불편을 겪죠. 그런 면에서 편해요. 안 좋은 점이 있다면 여기서 누구 하나 빠지면 타격이 엄청 클 거예요."

 

일이 많다고 했는데 요즘은 어떤 것들로 바빠요?

"바쁜 이유가 매년 달라요. 인건비를 마련하기 위해 사업을 많이 벌인 적도 있고요. 올해는 새로운 시장을 실험하다 보니 바빠요. 한 달에 한 번은 혜화에서, 한 번은 성수에서 했었는데 지금은 성수 시장을 없애는 대신 채소장을 두 번 열고 있어요."

 

일을 지속하기 위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이 뭐예요? 

"노동시간 단축이요.(웃음)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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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마르쉐@)

 

내가 열고 싶은 모임

 

일하지 않는 시간에 ‘일 걱정'을 하는 편이지만 친구들과 만나고 모임을 여는 것도 취미이다. "우리 집에서 밥 먹고 가" 그녀가 자주 하는 말이기도 하다. 시장을 열고 판을 까는 일이나 집에 친구들을 초대하는 역할이 비슷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했다. "듣다 보니 마담 기질이 있네요"라 말하자 그녀가 진지하게 끄덕인다. 일주일이 7일이라는 게 안타까울 정도로 열고 싶은 모임이 많다고 덧붙였다.  

 

일하지 않는 나머지 시간에 무얼 제일 하고 싶었어요?

"영어 학원을 다니고 운동을 하고 여행을 다니려고 했어요. 전혀 그렇지 못하죠. 밥 해 먹는 거 말고 뭘 안 해요.(웃음) 주 3일 일하고 나서 갑자기 많아진 시간이 낯설었어요. '시간을 어떻게 보내지, 내가 왜 할 일이 없지' 심심하니까 자괴감 들고 뭐라도 해야 한다는 강박이 한 달 정도 갔어요. 지금은? 지금은 뭐하지. 나도 잘 모르겠어요.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것도 아니고. 하루 종일 일 걱정해요. (웃음)"

 

주 5일 출근하던 관성이 있어서 그만두면 그만뒀지 주 3일이라니. 나라면 절대 못했을 거예요. 

"안 그래도 사람들이 그래요. 그럴 바에 그냥 5일 일하라고. 어떻게든 버텨보겠다고 했어요. 홍보를 전담하기 때문에 이렇게 일할 수 있는 건데요. 마르쉐 인스타그램에 시장 홍보 포스팅을 하루에 4-5번 정도 하는 편이에요. 

한 번은 미리 준비를 해서 출근하지 않는 날 홍보할 수 있게 예약을 걸었거든요. 주 3일 일하려면 사전에 내가 준비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내 일의 규모나 시스템을 정리해두면 가능할 것도 같아요. 며칠 일하느냐 보다 내가 맡은 일을 얼마나 주도적으로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기도 해요."

 

앞으로 어떻게 지내고 싶어요?

"일을 하면서도 내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있어요. 친구들을 만나서 모임을 여는 것. 지금도 3-4개 모임을 하고 있어요. 마르쉐에서 산 채소들로 해 먹는 반찬 모임, 새로운 음악을 들을 기회가 되는 음감회, 최근엔 하모니카 모임이랑 망원동에서 농구모임이요. 모임을 열고 싶은 아이템이 정말 많은데 일주일이 7일이라는 게 안타까워요(웃음)."

 

모임을 여는 게 왜 좋아요?

"즐거움은 제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에요. 혼자 하는 것보다 둘, 셋이서 하면 더 재미있는 것들이 있죠. 점 일이 아닌 영역에서 친구들을 만나는 게 어렵잖아요. 저는 중학교까지 일반학교를 다니고 고등학교는 다니지 않았어요. 또래 집단에 소속되지 않은 상태로 3년을 보내니 동아리 같은 모임이 필요했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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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낑깡)

  

내가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을 그려나간 10대 시절

 

얘기를 들으니 낑깡의 10대가 궁금해요.  

"중학교 때부터 학교 다니기가 힘들었어요. 나는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었고 교복, 치마 이런 것들이 나를 힘들게 했어요. 정말 별 거 아닌 것에 트집 잡혔거든요. 체육복 입고 학교 가면 체육수업 2시간 전후로만 체육복을 입을 수 있다는 학칙이 생긴다던지. 학교랑 마찰이 깊었죠. 교실에 앉으면 산이 보여요. 계절의 변화가 보이니까 나가고 싶은데 교실이 답답했어요."

 

질풍 노드의 시기였군요.

"여자애들 중에 목소리 큰 애 있잖아요.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선생님이랑 싸우고 남자애들이랑 싸우고. 애들이 춥다고 하면 에어컨 끄고 문 열어놓는 캐릭터요. 사춘기도 한몫했고. 지금도 만나는 중학교 동창이 그래요. 의로운 양아치였다고.(웃음)"

 

부모님 얘기를 안 물어볼 수가 없네요.

"부모님이 잘 대처해주셨죠. 학교 가기 싫다, 싫다 하다가 어느 날은 학교를 안 갔어요. 교문 앞에서 집으로 돌아갔어요. 컴퓨터를 하고 있는데 소식을 들은 아빠가 집에 왔어요. 화를 내지 않고 협상을 하셨어요. 왜 학교가 다니기 싫은지, 대신에 무얼 하고 싶은지. 그래서 일주일 동안 재량활동으로 학교에 안 가고 도서관 다니고 영화 보고 그랬어요."

 

고등학교 대신 뭐하고 싶었어요?

"학교를 그만두는 대신 '여행, 공부, 봉사' 3가지를 알아서 하겠다고 약속했어요. 부모님이 원하는 것과 내가 원하는 것 3가지만 해보자. 혼자 여행도 다니고 친구랑 인도도 다녀오고, 희망제작소 인턴이나 홍대 프리마켓 자원활동을 했고요. 

그리고 학교 밖 청소년 모임도 열었어요. 온라인 카페가 있는데 거기서 친구들을 만났죠. 포럼을 열고 테이블 토크를 하고. 친구들 반응이 좋았어요. 이런 자리 열어줘서 고맙다는 문자를 받으니까 뿌듯했죠. 내가 하고 싶은 것들,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으며 했어요."

 

학교가 싫다면서 대학을 갔네요?(웃음)

"그렇게 3년을 사니까 지쳤어요.(웃음) 아무래도 부모님이 걱정하시니까 내가 하루, 한 달, 1년을 스스로 계획하고 잘 살아야 했어요. 도망치고 싶을 때도 있었죠. 주체적으로 살기 싫다, 어딘가에 기대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어요.  

인도 여행에서 만난 일본 언니가 내 얘기를 듣더니 사회학이 잘 맞겠다며, 내가 무엇을 선택하든 좋은 베이스가 될 거라 조언해줬어요."

 

10대에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구분했다니 대단해요. 

"저도 지금 생각해봐도 그때의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아요. 대단한 인물 같아요. 청소년 강의 어디에서 막 발표도 했어요. 아직까지 어딜 가든 막내거든요. 왜 아직 나이 안 먹냐는 질문도 들어요.(웃음) 학교 안 간 건 내 인생에서 가장 잘 한 선택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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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낑깡)

 

10대에서 20대, 앞자리가 달라진다고 삶이 크게 변하는 것은 아니다. 자기 에너지답게 선택하며 살아간다. 학교 밖 청소년, 여행, 자원활동, 사회학, 대학 자퇴, 마르쉐, 친구들과의 모임... 올해로 25살인 그녀의 경험은 무궁무진하다. 특히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고, 마르쉐에서 길고 오래 일하고자 주 3일로 전환한 것이 놀라웠다. 동료들의 배려 없이는 어려운 결정이다. 그러나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하는 주도적인 면이 없다면 불가능할 것이다.

낑깡이 가진 가볍고도 명쾌한 에너지는 곧 축제에서 느낄법한 '들썩임'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 에너지를 바탕에 두고, 세 가지 축으로 자신의 삶을 구성한다. 내가 맡은 일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동료들과 함께 실험하기, 일 하지 않는 시간은 내가 즐거운 방식으로 모임 만들기, 마지막으로 나만의 창작활동 이어가기.  

 

"한 달에 100만 원 정도 벌고 있는데 서울에서 월세 내면서도 '잘' 살고 싶어요. 그러려면 소비하지 않고 최대한 구할 수 있는 건 구해서 쓰고 직접 만들어야 하더라고요. 지금은 뜨개질 밖에 못 하지만 만들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의식주를 잘 꾸리는 생활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노래를 계속 만들고 있어요. 올해는 뭐라도 녹음해보려고 했는데 벌써 9월이네요.(웃음) 기록하는 의미로써 남겨놓고 싶어요. 나만의 창작을 하려고요.” 


그녀는 9월 말, 친구들과 남해에서 영화제를 연다고 했다. 낑깡의 앞으로 열어갈 장(場)이 더 궁금해지는 대화였다.

_ 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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