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활동가인터뷰] 사회적기업을 배우고, 직접 창업하고, 그게 다 활동가 정신이죠.- 안명선

안명선 님은 경남 창원에서 활동하는 사회적기업가입니다. 2003년 비영리단체 '해맑음 문화활동센터'를 설립해 활동을 이어오다가 2013년부터는 문화예술활동으로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을 설립,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을 포함해 자발적이며 자립적인 비영리 활동에 관한 경험과 의견을 중심으로 대화를 나누어보았습니다.

 

  • 일시: 2018년 10월 30일
  • 장소: 마산YMCA 강당
  • 인터뷰이: 안명선 (주)해맑음 인증사회적기업 대표
  • 인터뷰어: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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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을 시작한 계기가 있었나요? 

아들이 둘 있어요. 육아 하면서 뭐든 필요한 건 그때 그때 배워서 아이들에게 가르쳐줬어요. 동화구연 배워서 대회도 나가고, 모빌 만들기 배우다가 모빌 가르쳐주는 선생이 되고 그랬거든요. 손재주가 좋은 편이기도 하고 집에만 가만히 있는 성격도 아니고 그래서인것 같아요.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드니까 어떻게 더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교육을 좀 받아야겠다 싶어서 대학원에 갔어요. 청소년학과로. 

그 전에도 성당에서 청소년 주일학교 교사도 하고 여러 가지 손으로 하는 것도 많아서 지역의 비영리단체에서 행사가 있거나 축제 같은 거 할 때 요청받아서 가서 돕고 그랬어요. 교수님이 그러지 말고 직접 단체를 만들어서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고 해서, 2003년에 비영리단체를 등록해서 활동을 시작했어요. ‘해맑음 문화활동센터’로. 

 

해맑음 문화활동센터에서는 어떤 활동을 해오셨나요?

문화 활동을 다양하게 했어요. 풍선 만들기, 마술, 요리, 굉장히 여러 가지. 회원들도 있고, 자격증 딴 강사들이 수업하고. 저희가 재능기부로도 활동을 많이 했어요. 소년원에도 가고, 봉사활동도 다니고. 보호관찰 받는 그런 아이들과 함께 해왔는데, 그 중에는 초등학생 때 만나서 이제 대학원 다니는 아이도 있어요.

 

비영리단체로 시작하셔서 사회적기업으로 바꾸신 이유는 뭐였나요?

처음 활동할 때 정부 보조금 사업을 해보라는 제안을 받아서 몇 번 해봤어요. 그런데 별로 좋지 않았어요. 항목이 까다롭고 정산도 주부로 있던 제가 하기에는 너무 어려웠어요. 그걸 이리저리 궁리를 해서 맞추는 거, 저는 그러고 싶지 않더라고요. 복지를 국가가 해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는데, 그러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직접 돈을 버는 거였어요. 간이과세자 사업자등록 따로 내서 돈 벌어서 그 수입으로 단체 활동하는 데 썼어요.

10년을 그렇게 해 왔는데, 누가 이게 사회적기업에 해당한다고 해서 예비사회적기업으로 등록을 했어요. 그러면 1년 동안 직원 인건비, 사업개발비 지원 받거든요. 그런데 1년 해보니까 인건비 지원은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2년차에는 혼합형으로 바꾸고 인건비는 따로 벌어서 충당했어요.

주로 청소년들이 직접 활동하는 거 지원해주고 있어요. 지역 축제 때 마켓 열어서 수익금을 기부하는 일도 하고, 그런 사업을 아이들이 직접 기획하고, 동아리활동 신청할 때는 프레젠테이션도 직접 하고 그렇게 하도록 도와줘요.

 

현재 운영하시는 사회적기업은 어떤 일로 수익을 내시나요?

축제 기획하고, 감독하고, 축제 행사 체험부스 운영  등 현재 직원 두 명이 있고, 필요에 의해 등록된 강사들과 함께 하고 있고 사회제공 서비스로 청소년동아리활동지원, 은퇴예술단이 15명 정도 돼요. 60세 이상 은퇴자들이 마술, 댄스 그런 것 배워서 매주 공연을 다니고 계세요. 지역아동센터 가서 파티하고 체험학습도 하고, 시니어클럽 가서 강의하고. 다들 좋아해요.

저희 어르신직원 한 분은, 제가 나오든 안 나오든 일 있을 때 알아서 사람들 모아서 공연 일정 짜고 정말 잘 하세요. 학교강의 가서 만난 분이었는데, 계속 눈여겨보다가 졸업과 동시에 채용했어요. 그렇게 들어오는 분들은 정말 잘 하세요. 재밌게 활동하는 모습  볼 때 보람을 느껴요.

 

사회적기업 지원에 한계가 있더라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인건비, 시설장비비 지원하는 경우 있는데요, 일단 시설장비비는 도움이 되죠. 그리고 혹시 하다가 안 되면 환수하면 되니까. 그런데 인건비 지원은 도움이 안 돼요. 사회적기업이 다들 규모가 작거든요. 취약계층 한두 명은 고용해서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굳이 필요도 없는데 직원만 늘려서 될 일이 아니에요. 인건비지원금이 일부 보조가 되지만 정부에서 나오는 걸 아니까 직원들도 소속감을 갖기 어렵고. 지원받아서 고용한 사람과 기존 직원은 물과 기름 같이 겉돌더라고요. 그리고 저희는 사무실에 근무하는 것보다 외근이 많아서 오래전부터 탄력근무를 하고 있어요. 그게 인건비지원금 받기 힘든 조건이더라고요. 시간 정해서 출퇴근 기록하고 자리 지키고 그렇게 일하지 않으니까요. 사무실 문 닫혀있다고 불편한 일이 발생 할 때도 있고 그래요.

사회적기업 관련해서 이야기 나누다보면 회의가 들 때 있어요. 관에서  지원해주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또 사회적기업이니 더 싸게 아니면 자원봉사로 해달라는 경우가 있기도 하죠. 사회적기업 말 그대로 기업인데 그리고 우리는 이미 사회제공서비스를 통해 나눔의 실천을 하고 있고 또 취약계층고용으로 많은 것을 하고 있는데.

해마다 여는 기업, 닫는 기업 보면 내가 사회적기업가로서 제대로 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요. 지원 끝나면 닫는 기업이 발생하게 되죠. 어느 날 사라지는 거죠. 창업 몇 건, 일자리 몇 개 늘었다고만 홍보할게 아니라, 사회적기업에게 법인세 면제를 해주든가 비영리단체로서 하도록 도와주든가. 정부로부터 독립하지 않으면 기회가 없어요. 지원해주는 것 보다 판로 개척을 도와주면 좋을 것 같아요.

 

활동하시는 지역의 최근 상황에 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정치적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아요. 최근 도지사가 바뀌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그동안 사회적경제협의회 할 때 그렇게 안 오던 사람들이 권력 바뀌니까 여기저기서 나타나서 자기가 해보겠다고 나서고, 자리를 탐하고. 사회가 잘 사는 것보다 개인이 잘 사는 데에 관심이 많은 느낌이 들어요. 현장도 모르고 진정성도 부족한데 정치인들은 또 그런 사람들이 필요한가봐요.

그래서인지 이쪽이 당선되면 이쪽 사업 다 받아가고, 저쪽이랑 뭘 같이 하면 비판하고, 그런 게 있어요. 물론 사업으로서는 정치적 입장보다는 일이 우선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그런 비판을 받을 때도 있고. 하지만 비영리단체와 운동가들은 정부와 밀착관계보다는 견제하는 세력으로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너무 친화적으로 바뀌어 가는 듯해요 

아마 그 길이 자기의 평생 업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그렇게 정치와 가까워지면 비판의 목소리를 못내요. 오히려 옹호단체가 되겠죠. 저는 86학번으로 대학에 들어갔고, 629선언 당시에 함께 있었어요. 그래서 시대적으로 사회 운동의 의미에 공감했고 개인적 관심도 있었어요.

그런데 단체들, 주로 큰 단체들은 정말로 연대를 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어요. 필요할 때는 손잡고 아니면 외면하고. 마음을 다쳐서 혼자 울기도 해요. 시민사회를 위해 함께 하면 더 좋은 일들을 할 수 있을 텐데, 일이나 성과를 개별 단체로만 가져가는 경향이 있어요. 

이해는 해요. 자기 단체를 살려야 하니까. 그렇지만 구조적인 관계가 될수록 연대의식은 낮아지는 것 같아요.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요. 정부도 큰 단체가 아니면, 신뢰가 안 된다고 기회를 잘 안 줘요. 규모 있는 법인이어야 가능한 일들이 많고. 하지만 민간단체는 법인이 아닌 상태로 있는 이유가 있는데.

신뢰를 받고 규모도 있고 그런 단체는 작은 단체들이 같이 할 수 있게, 때로 역량이 좀 떨어진다 싶으면 활동가로서 성장할 수 있게 도왔으면 해요. 그마저도 무슨 지원사업을 받아서 하는 게 아니라 사명감을 가지고 했으면 좋겠어요. 4-5년 전까지만 해도 그런 고민을 들은 적이 종종 있지만 최근에는 그런 생각할 시간조차 없다고들 말해요. 가르쳐놓은 직원 나갈까봐 걱정이고, 급여 만드느라 걱정이고.

지금 시민단체에 들어오는 새로운 세대는 단체의 미래에 관심이 없어요. 단체도 직장이고, 연봉이 중요하고. 사명감만으로 일하는 경우가 그다지 없어요. 조직이 그걸 요구해서도 안 되고요. 단체들이 다 어렵고, 열정페이가 많아요. 거의 최저임금 수준인데, 야근하고, 주말에는 캠프 가고. 가끔 활동가들 보면, 그런 현실 속에서 조직 운영을 맡은 사람들은 얼마나 활동가들의 처지를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밖에서 옳은 소리 하고 다니는 것도 좋지만 그럴 거면 정말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사업을 해서 기금을 마련하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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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30일 공익활동가 이야기캠프 창원 편에 참석한 안명선 님. 사진: 임동준)

 

활동가로서 동력을 어디서 얻으시나요?

혼자여서 힘들 때가 많아요. 법리회계 봐주시는 사외이사가 있고, 같이 하는 직원도 있지만 대표는 혼자일 수밖에 없구나 느낄 때가 많아요. 편이 없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사업적인 것 외에 이런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잘 없어요. 인간적인 관계는 아주 약간은 있지만. 이런 저런 뒷말 듣고,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자는 생각을 한두 번 한 게 아니에요. 서운한 건 서운한데 그래도 결국은 제가 하고 싶은 걸해요.

책 보고 글 쓰고. 그게 마음을 달래는 유일한 방법이에요. 현장 일을 하다보면 책 속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어요. 앞으로 어떤 일을 어떻게 할지 판단하고, 실제 사업 제안서 쓰거나 할 때 도움이 돼요.

현장에 있으니까 하고 싶은 말도 많은데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부족하지만 글로서 학회 같은 곳에서 이야기하면 전달할 기회가 되니까. 최근에는 상담 기법에 관해 연구하고 있어요. 상담사들이 여러 가지 프로그램으로 상담을 하고 있지만, 요즘 청소년들은 기존 상담 방식 보다 그냥 놀면서 자연스럽게, 타로도 하고 마술도 하고. 그렇게 라포를 만드는 걸 더 좋아해요.. 상담 받아본 아이들 이야기도 듣고, 신종유흥업소 다녀온 아이들 얘기도 들어보고, 그러면서 개별 기법이 아니라 통합적으로 접근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또한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아이들과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 지구시민교육으로서. 그걸 놀이와 접목하고 싶어서 연구하고 있어요.

 

현장에서 고민이 많은 활동가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면?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을 하는 사람들도 활동가라고 생각해요. 활동가라고 띠 두르고 나가는 것만 아니고요. 그건 우리 세대 이야기죠. 사회적기업 강의 듣고 실제로 창업해서 운영해나가고, 그런 게 다 활동가정신이죠. 잘 해나갔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안명선 님은 사회적기업도 비영리단체도 결국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스스로 기여하려는 자발적 활동의 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기회를 찾는 노력 뿐 아니라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한 열정으로 해 나가는 모습이 곧 활동가라는 안명선 님과의 진솔한 대화에 인터뷰어도 힘을 얻었습니다. _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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