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활동가인터뷰] 시민사회와 청년이 만나려면? - 약사명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서진렬

문화기획, 마을 공동체 사업을 통해 비영리적 가치를 추구하는 영역에 진입한 청년 개인이 사회적경제, 도시재생 등에서 일하며 시민사회단체에 관심을 가지기까지의 여정과 고민을 들어보았다. 

 

  • 인터뷰이: 서진렬(약사명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 인터뷰어: 시도
  • 일시: 2018년 10월 11일
  • 장소: 춘천 담작은도서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소개해주세요.

약사명동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에서 사무원으로 일하고 있어요. 일한지 3년차에요. 근화소양이라고 소양강 스카이워크 강가 주변 마을을 담당하다가 지금은 명동상권 바로 옆 재개발 해제구역 약사명동이라는 곳에 발령 받아 총 4명이서 일하고 있어요. 행정과 주민 사이에서 중간매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주민분들 의견을 받아서 행정에 전달드리고 행정업무도 하면서 다양한 활동주체와 계획도 수립하고 실행도 하는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활동을 시작하게 되셨어요?

대학교 때 문화예술교육론이라고 문화재단에서 일하시는 선배님의 강의를 우연찮게 듣게 되면서 그분하고 인연이 되서 문화기획쪽으로 들어오게 되었어요. 강승진 선배님이라고 춘천문화재단 팀장님이셨는데 지금은 자발적 백수로 여행하고 계세요. 처음에 담작은마을 도서관이 있는 효자동에 생활마을공동체사업을 같이 하자고 해서 대학교 4학년 때 마을공동체 영역으로 들어왔어요.

2년 정도 마을에서 활동하다가 사업이 종료되니까 갈 데가 없잖아요. 그 때 동네방네협동조합이 마을투어라든지 마을공동체 프로그램을 하는 상황이었어요. 동네방네 조한솔 대표가 어차피 같은 분야의 일을 하고 활동이 겹치니까 같이 일하자고 해서 사회적경제 쪽으로 넘어갔어요. 원래는 문화기획을 하고 싶었는데 크게 데었어요. 문화기획을 한다고 이것저것 했는데 지역의 선배님들에게 욕도 좀 먹고. 제가 그냥 너무 어렸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마음에 상처도 받고 이런저런 오해도 하고. 결국 문화기획자가 아닌 마을활동가나 지역활동가에 대한 관심이 커졌어요. 사회적 경제 안에서도 사회적 가치 추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면서 맥락이 비슷한 동네방네협동조합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들어가서 두가지 파트로 일했어요. 하나는 명동의 중앙시장에서 ‘궁금한 2층집’이라고 유휴공간을 활용해서 카페로 만든 곳이 있었는데 거기 매니저 일과 또 하나는 조합에서 운영하는 지역활성화 프로그램에 결합해서 동네방네에서 2년 8개월 일했어요. 그리고 서울에 가서 전통시장 사업을 하는 신창시장에서 10개월 정도 일했어요. 거기서 많이 배웠죠. 그렇게 지역과 관련된 일을 하다가 도시재생에 관심 갖게 되었고 이번에도 강승진 선배님이 알려주신 덕분에 운이 좋게 지금의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로 일을 하게 되었어요.


활동하면서 고민되거나 어려운 점이 있다면요?

동네방네를 그만둘 땐 너무 지쳤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없긴 한데 게스트하우스도 가야하고  카페 운영도 해야 하는데 중간에 카페운영하다가 프로젝트성으로 들어오는 사업도 같이 들어가야 했었어요. 무엇보다 저는 카페를 하고 싶지 않았어요. 카페할 때 제가 추구했던 것은 공간 상인분들과 어떻게 교류할까가 더 핵심이었는데 아시다시피 그렇게 하면 카페 수입은 별로 없어요. 그래서 수익성을 내라고 요청받는데 나는 못한다, 아니 안한다 등 여기서부터 안 맞는 지점이 시작이 되었고 대표랑도 몇 번 싸웠죠. 결국 원만하게 해결했어요.

원년멤버는 아니지만 초기에 2년 8개월 같이 활동하면서 재미있었거든요. 동네방네에서는 우리가 재미있어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활동비가 올라가긴 했지만 이 돈 가지고 살 수 있을까?  생활은 할 수 있는데 우리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미래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가 같이 결합되면서 고민의 지점들이 많이 생겼죠. 그러면서 자기 갈 길을 찾아 떠난 친구들도 있고 새로 들어온 친구들도 있고.

 

신창시장에서는 어떤 점을 배울 수 있었어요?

제가 마을 활동가 베이스인데 거기서는 완전 마케팅적 관점에서 활동을 볼 수 있었어요. 이런 관점도 있구나 배웠죠. 이런 관점이 사람들에게 더 설득력 있게 들리고 명확하게 보일 수 있겠구나 생각했죠. 제가 했던 문화적 관점은 좋은 게 좋은 건데 마케팅적 관점에선 그래서 우리가 무얼 할 수 있고 서비스 대상자나 상인들에게 얼마만큼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 묻더라구요. 명확했어요. 숫자, 데이터가 아니더라도 측정가능한 부분을 만들어내는 것도 새로운 접근이었어요.

 

본인이 생각하는 활동이란? 당신은 활동가인가요?

저에게 활동가는 Job보다는 공공성을 추구하는 일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하는 도시재생사업에서 보면 그 마을로 이사가서 그 마을에 거주하면서 활동하면 제가 활동가라고 할 수 있는 기본이 되는 것 같아요. 지금은 그런 활동가는 아니에요. 그런 활동가가 되고 싶은 청년 내지 지역사람이라는 정도만 생각하고 있어요. 센터 일을 하는 건 공공성도 있지만 직업에 대한 개념이 더 커요. 그래서 저는 활동가를 지향하는 청년 정도인 것 같아요. 남들은 너도 지역활동가라고 하는데 제 기준에서는 좀 달라요. 시민활동가에 관심있고 NPO에도 관심있고. 그냥 성향이 그런 것 같아요.

 

활동을 선망하면서 활동가가 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요?

막상 마을에 들어가서 사는 것은 괴리가 있을 것 같아요. 일로써 하는 것과 활동으로 하는 것은 부딪히는 게 많을 것 같아요. 겁이 나는 거죠.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로망은 있지만 실제로 이런 부분으로 내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부분의 뒷받침이 어느 정도 되어야 재미도 있고 선망하는 모습으로 다가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내가 힘들어지는 부분은 뭘까? 경제적인 부분이 걸리니까 안주하게 되는거죠. 내가 그렇게까지 활동을 해야하나 생각하게 되고요. 따지고 보면 용기가 없는거죠.

일로써는 여기까지만 하면 되는데 활동가로 일하면 그 이상을 관여하거나 갈등의 구조에 들어가야 하는거에요. 근데 중간지원조직은 거기까지 들어가는 것은 지원조직이 해야할 일의 범위가 아니라고 하는거죠. 그건 주민분들과 단체에서 해야지란 벽이 생겨요. 이건 어쩔 수 없는 구조인데 이 부분의 중립을 지키며 어떻게 풀 것이냐가 센터에서 일하는 저의 고민이에요.

 

그럼에도 활동의 범주에서 계속 무언가를 하시게 되는 이유와 동력은 뭐에요?

꿈꾸는 부분을 놓치고 싶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관계를 중요시하는데 단지 내 주변의 관계가 아니라 지역에서 관계성을 만들면서 변화의 모습을 만들어가는게 좋아요. 그게 마을공동체이지 않을까. 제 삶의 비전같은거죠. 그걸 놓치지 않고 계속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요. 상인 분들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고 마을 주민 분들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고. 그런 관계 속에서 제가 도움이 되는 역할을 했을 때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성취감을 얻더라구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게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방향이지 않을까. 저는 주민분들이 변하는 모습을 보는게 좋고 관계가 생기면 사업이 없더라도 가는거에요. 모든 사업이 그렇게 되진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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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작은도서관 1층에서 서진렬님

 

세대 차이는 못 느끼시나요?

제가 어린 친구들에게 꼰대짓을 하기 때문에.(웃음) 옛날에는 더 심했어요. 예전에 천주교 중고등부 교사를 했는데 그래서인지 아이들 가르치는 성향이 은연중에 나와서 또래들은 안 좋아했어요. 내가 아는 것을 이야기하는건데 너는 왜 타박하고 가르치려고 하냐고 하더라구요. 그 땐 그걸 몰랐어요. 나는 좋은 마음으로 한건데 상대방은 좋은 맘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해서 이젠 많이 고쳤죠. 웬만하면 말을 하지 말자. 선을 지켜야지.

지역활동할 때 만난 주민분들과는 그나마 나아요. 어르신 분들하고 주로 대화를 하고 마을 사업을 5-6년 하다보니까 그 분들이 하는 말투나 큰 소리로 이야기하는 부분들이 더 자연스러워요. 저는 제 또래인 이삼십대 친구들이랑 더 세대차이를 느껴요. 소통의 세대차이죠. 나이 많은 분들에게 말 하기가 편하고 오히려 이야기가 잘 되는 부분들이 있어요.

시민사회 운영위원하면서 볼 때는 기존에 계속 활동했던 그룹들과는 바라보는 시대상이나 방향의 갭이 커요. 저는 좀 더 일상적이고 실천적인 걸 원하는데 여긴 좀 더 운동적이거나 큰 범위에서 하는 활동들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그게 청년들이나 지역에서 활동하는 젊은 사람들에게 와닿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관련은 있지만 크게 와닿지 않고 깊게 들어가게 되지 않는 범위의 주제들, 문제들을 다룰 때는 친구들이 관심이 적거든요. 그나마 저는 활동을 하고 싶어서 가니까 그나마 관계를 맺고 이해하려고 하는데 나머지 친구들을 관심이 없죠.

 

관심없는 친구들과 시민사회가 왜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뭔가를 같이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 자연스럽게 만나는 건 좀 필요하지 않나요? 다른 영역의 사람들이 어떤 형태로 활동하는지 궁금해하지 않잖아요. 우리(문화 영역)끼리만 잘 만나서 재미있게 놀면 되니까. 근데 저는 적어도 서로가 무슨 활동을 하는지 느슨하게나마 만나다보면 자연스럽게 지역성을 담아낼 수 있는 청년활동이라는 것이 생기지 않을까. 지금의 문화기획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모습이 청년을 대표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다양한 분야에서 청년들이 지역성을 가져가야 건강한 생태계가 만들어진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있어요.

춘천의 흐름이 쪼개져있어요. 청년들의 네트워킹이 단단하지 않고 영역이 나눠져서 활동하는데 그게 아울러지는 네트워킹이나 연대가 필요해요. 시민사회운동이라는게 어떻게 보면 접근하기 힘들잖아요. 예를 들면 문화기획과 사회적경제가 만나서 같이 작당모의를 하고 네트워킹을 하며 지역의 문제를 고민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시민사회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말씀하신 것들이 이루어지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시민사회 영역에서 풀어 나가는 방식은 자연스러운 만남 안에서 공감과 필요를 만드는 것이에요. 근데 그 중심역할을 하고 끌어가는 힘이 필요해요. 시민연대에서 이런 흐름의 맥을 보고 끌어갈 수 있는 힘이 있었으면 해요. 그래도 시민연대가 그런 시도를 하고 있어요. 지역의 청년들을 키운다는 건 그 일을 주축으로 할 중간 역할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더라구요. 그런데 그 역할을 할 사람이 제가 몰라서 그러는건지 지역 내에 많지 않아요. 저도 관심은 많지만 저조차도 못하니까. 일을 하다보면 그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거에요.

운영위원으로 참여도 하고 있지만 정말 죄송하게도 1년동안 몇 번 못 갔어요. 안 가게 되는 부분도 있어요. 왜냐면 도움이 되고 싶은 부분도 있는데 애매한 부분도 있고 일도 많이 겹치고 그러다보니까 멀어지는데. 그런 부분을 어떻게 하면 메꿀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보니 시민연대활동에 이런 모임들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해요. 윗세대 분들은 운동도 많이 하시고 모임도 많이 하세요. 철학책 모임, 자전거 모임 등이 있는데 상대적으로 세대가 고루 분포하지 못한 부분도 있고 이후에 이것을 이어받을 세대는 이삼십대인데 그런 연결고리가 약하거든요.

 

그 중에 참여하시는 모임이 있나요?

철학책 모임에 참여했었어요. 처음에는 잘 참여했는데, 나중에 참여하기 어려워졌어요. 일도 그렇고 제 또래가 없어서 그랬는지 분위기가 무겁고 부담스럽더라고요. 시민사회주권의식 등 필요는 한데 어려운 주제를 다룬다고 생각되더라구요. 젊은 친구들이 참여하기는 어렵지 않았나 싶어요. 부담스럽지 않고 눈높이가 낮은 단계부터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제 친구들은 시민사회운동을 하는 곳에서 하는 모임에 가면 운동을 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있는 것 같더라구요. 내 주위 사람을 끌어들인다고 될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작은 프로젝트나 실천하는 시도들을 하며 조금씩 흡수되는 것들이 있어야 시민사회의 자연스러운 문화에 적응도 하고 세대교체도 되지 않을까. 저 역시도 해야 한다는 마음은 있는데 힘든거죠.


춘천 지역사회에 필요하거나 제안하고 싶은 게 있으시다면요?

저도 이런 말을 하지만 활동을 잘 못하고 있어요. 기회가 되면 우리 또래 친구들하고 같이 작지만 실천할 수 있는 것을 시민연대와 연계해서 만들어내는 것을 하면 좋지 않을까. 이런 말을 하면서도 하지 못하는 제가 죄송스럽고. 대학 그룹 안에서 시민연대와 연결될 활동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아요. 대학교 안에서도 소녀상 관련한 모임들이 활발하더라구요. 관심 있어 하는 주제를 가지고 연계해서. 더디고 느려서 힘드시겠지만 연대에서 그런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여력이 안되서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요. 우리 또래의 관심 있는 사람들이 역할을 해주면 좋겠지만. 저도 청년이니까 어떻게 하면 시민사회 영역에 올 것 같냐 물으면 ‘문재인이 오면?’ 이렇게 말하겠는데 어떻게 그 후로 이어질 수 있을까?



시민사회에 관심은 있지만 접근하기 매력적이지 않고 열심히 하시는 모습이 대단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은 아니고, 청년들의 참여가 필요하지만 나는 그 일을 할 수 없다고 말하는 너머에 존재하는 것은 무엇일까. 시민사회에 대한 존경과 동시에 그 길에 나는 가고 싶지 않다는 모순과 내적갈등은 인터뷰이만의 것은 아니다.

대화 속에서는 ‘자연스럽게’, ‘저는 못하지만…’ 이란 말이 자주 등장했다. 나는 못하지만 필요한 그것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바람이 느껴졌다. 시민사회와 젊은 세대가 만나기 위해 건드려야할 것은 무엇일까. 기존 시민사회가 새로운 세대에게 신선한 바람을 일으켜주길 바라는 마음처럼 청년들 역시 지역의 시민사회에게 새로움을 기대한다. 그 새로움의 정체가 무엇인지 서로에 대한 기대의 시선을 공통의 지향을 위한 협동의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다면, 세대를 넘어서 동시대에 필요한 운동이 무엇인지 질문을 바꾼다면 변화의 실마리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_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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