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아이쿱생협에서 일하는 송현섭은 반농반X의 삶을 지향하며 5년 전 춘천으로 귀촌했다. 자기의 삶을 새롭게 개척하면서 사회를 변화시키는 일도 병행하는 셈이다. 최근 조직이 아닌 다른 형태로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그 이야기를 주로 들어보았다.
- 2018년 10월 11일
- 장소: 담작은도서관
- 인터뷰이: 송현섭
- 인터뷰어: 신비
(인터뷰 장소인 담작은도서관 3층 테라스에서)
춘천오시기 전에는 어떤 생활을 하셨나요?
원주에서 대학까지 다녔어요. 학교 다닐때 사회활동을 하긴 했어도 “어떤 단체에 들어가겠어” 그런 건 없었어요. 졸업 후 천주교 관련 일을 하던 중에 온 가족이 서울로 이주했어요. 지역을 옮기니까 아는 사람도 없고, 무슨일을 할까 고민하다가 학교 다닐때 꾸준히 하던 공부방 자원활동 생각이 났어요. 아이들도 좋아하고 해서, 시민단체 구인구직 게시판 같은데서 찾아서 공부방 일을 한 3년 했어요. 그룹홈에서도 좀 있었고.
귀촌을 해야겠다, 생각하신 계기는요?
30대 초반까지는 늦게 퇴근하고 집에서는 잠만 자고 그래도 의미있는 일을 하는 게 좋았어요. 그러다 지방에 다시 가고 싶어서 원주로 돌아갔어요. 처음 1년은 쉬고 또 1년은 계약직 일을 했는데, 다시 구직을 하면서 가능하면 아주 작은 도시로 가서 급여를 적게 받아도 여유롭고 평화로운 일상을 누리고 싶다 생각했어요. 그러면 생협이 좋겠더라고요. 딱 정해둔 건 아니었고, 여기저기 지원하던 중에 춘천으로 오게 되었어요.
근무 형태를 조정하셨다고 하셨는데요.
처음 2년은 사무국장을 했는데, 이후에 조직이 활동과 사업을 분리시키면서 역할이 좀 바뀌었어요. 매장 경영은 운영팀에서 하게 되서 인사관리 재고확인 경영분석 등의 업무를 덜게 되었죠. 안그래도 9-to-6에다가 몸에 안 맞는 일 하는게 힘들어서 일하는 시간이나 양을 좀 줄이고 싶었는데 그게 저랑 시기가 잘 맞았어요. 변화를 생각하던 시기에 아이쿱도 변화가 있어서요.
활동국장으로 바뀌고 훨씬 자유로워졌어요. 근무시간을 작년에 파격적으로 10-to-4로 줄였고, 반상근으로 했거든요. 저는 인생에 반정도는 농사를 짓고 싶어서 시간이든 날짜든 분배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올해는 다시 사무행정 일이 추가되고 시간도 늘었어요. 10-to-5로.
그럼 오늘은 근무시간인데 어떻게 나오셨어요?
반차 냈어요. 올해 5년차인데, 생협과 공통분모가 없거나 낮은 활동이 점차 늘어서 조금 신경이 쓰여요. 반차를 너무 자주 내게 되서.. 계속 이렇게 활동할 수 있을지 좀 걱정이에요. 아무래도 직원이니까요.
작년 올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춘천 오기전에 비영리단체 일을 하긴 했었지만 힘들잖아요. 사생활도 없고. 밖에서 볼때 생협이 좀 여유로워보였어요. 먹고 사는 일에 관심도 맞닿아 있는데다 조금 여유롭게 살 수 있겠다, 생활도 시간도. 그런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여전히 9-to-6 형태로 일하는 거예요. 조직이란게 재미도 있지만 지루할때도 있고... 주어진 일 하는게 심심하기도 하고 그러던 찰나에 조금씩 사람들 만나고 하면서 활동이 늘었어요.
처음에는 녹색당원으로서만 활동했는데 여러가지 접점으로 사람들을 만나게 되더라고요. 그 사이 방사능 생활감시단 모임도 생겼고, 3년 전부터는 자전거 타는 모임을 했는데 그쪽 활동이 올해 많이 늘었어요. 그리고 지역에서 탈핵 고민하던 분들이 강의도 같이 듣고, 전환도시 토트네스 다녀온 활동가가 있어서 같이 얘기 나누면서 공부하는 모임도 하다보니까 비슷한 사람들이 각자 여러가지 활동을 하고 있는 거예요. 방사능 감시 모임, 자전거 모임, 미세먼지 모임 등. 마침 올해 지방선거가 다가왔고, 이참에 춘천을 생태적으로 바꾸는 활동을 해보자고 활동을 넓혔죠. 후보들에게 요구도 하고. 다른 지역은 주도적으로 역할하는 환경단체가 있는데 춘천에 있는 단체는 내부 상황도 있고 그래서 사정이 어려워요.
지역의 기존 단체들이 역할 해주는 게 좋지만 조직 유지도 힘들고 활동가도 정체되고 해서 어려움이 있겠다 생각은 했거든요.
지금 저희가 하는 방식이 좋기는 한데 각자 역량에 따라서 지속이 안되기도 하고.. 총괄하는 사람이 필요하기는 해요. 그런 단계가 된 듯해요. 궁극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건 도시가 생태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 상태는 안되고 패러다임 전환을 해야 한다, 그렇게 큰 틀을 보고 가져갈 사람이 필요해요.
방사능 문제가 심각하더라고요. 다른 지역도 재보면 어떨지 모르겠는데 춘천은 4-5년 전에 방사능 모임 생겨서 기기 구입해서 측정을 많이 했는데 평균보다 훨씬 높아요. 요인은 골재라고 판단되는게, 최근 지은 아파트 중 수치가 낮은 곳이 있어서 알아보니 골재를 홍천에서 가져왔대요. 그밖에 다른 곳들은 춘천에 있는 두 업체에서 대부분 가져오는데 굉장히 높거든요. 그 수치를 측정한 지도 발표하고 뉴스에도 나오고, 이제는 지자체에서 해결해달라 요구하고 그러는 중이예요.
지방선거로 시장이 바뀐 것도 영향이 있나요?
아무래도 기대는 좀 하고 있어요. 그동안은 공무원들이 우리를 아무도 만나주지를 않았어요. 그런데 이제 기후에너지과가 방사능감시단을 만나겠다고 찾아오기도 하고. 그래서 신기하더라고요. 시장 바뀌고 두 달동안 준비위원회 과정이 있었는데 같이 활동하던 분도 거기 참여하셨어요. 그리고 작년에 혁신파크가 전주랑 춘천이 시범으로 지정되었어요. 주로 사회적기업이랑 협동조합 하셨던 분들이 추진을 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 힘이 될 것 같아요.
(인터뷰 후 11월 2일 열린 춘천 공익활동가이야기캠프에서 발제하는 모습)
앞에서 말씀하실 때 일과 활동이라는 표현이 좀 구분되는 것 같아요.
제 스스로 정말 하고 싶고 나를 성장시킨다거나 에너지를 주는 일은 밖에서 하는 활동에 있는 것 같고, 낮에 직원으로서 하는 일은 어쩌면 누가 해도 할 수 있는 일 같고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두 가지 다 하려니 너무 피곤하잖아요.
사람들은 뭐 그렇게 많이 하냐고 그러는데요, 지금은 피곤하고 소진되었다기보다는 오히려 물 들어왔을때 노젓고 싶다는 심정이랄까? 그런데 제가 역량이 부족해서 지역에서 좀 더 잘 조직하고 당기면 뭔가 재미난 일이 만들어질수도 있을거 같은데.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한두군데 집중해서 재밌게 해보고 싶어요.
만약 그런 일자리가 생긴다면 하실 건가요?
너무 좋겠죠.
그러면 지금도 자기가 활동가라고 생각하고 계신건가요? 활동의 경계가 많이 바뀌고 있는데..
저는 활동가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확실히 그런 건 있어요. 선입견일수 있는데 주어진 일의 반복이라든가 하기 싫은 일을 할 때는 활동가보다는 직원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내 스스로 일을 만들어내지 않고 누가 하라고 해서 하는 느낌? 그건 조직의 문화이기도 할텐데 실무자에게 일상적이고 반복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해치워야 하는 일을 시키는 경향이 있잖아요. 그런 부분이 싫었던 것 같아요. 끊임없이 일을 같이 하게끔 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이사나 활동가들은 다 차려진 후에 나와서 말하고 활동하고 사람들과 뭔가 진행하고. 그것만이 아니라 모든게 다 활동인데 때로는 준비까지의 과정은 실무자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문화? 그런 걸 바꾸고 싶었죠. 그래서 같이 하자, 그 과정도 사실 재밌게 만들면 자연스럽게 같이 하게 되더라고요.
혹시 어떤 경험 얘기해줄 수 있나요?
예를 들면 신규 조합원 정기 모임이 있으면 그 전에는 실무자들이 세팅을 해 두면 활동가들이 나타나는 식이었다면, 그걸 준비단계부터 같이 하는 거죠. 재료는 누가 살지 역할분담도 하고, 음식도 같이 만들고, 청소도 같이 하고.
그러자고 했을때 주위에서 호응을 해 주었나요?
제가 해야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기보다는 공감하는 이들이 생겨났어요. 반상근 하고는 좀 더 그랬어요. 사람들과 같이하는 문화를 만들어내고, 회의때 구체적인 얘기까지 하다보면 나도 좀 분담해야겠다 느끼는 분위기가 생기더라고요. 아이쿱생협의 활동에 관해 기존 운동보다 좀 부족하다고 보는 분들이 계시지만, 저는 다른 색깔의 운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직접 와서 보니까. 분명 아이쿱 조합원들도 새로운 운동을 하고 있다고 느끼는데 받아들여지지 않는 면이 있어요.
춘천아이쿱만 놓고 보면, 아무래도 한명이 오래 하는 조직의 문제점들이 있어요. 지금 완전 혼자는 아니지만 제가 상근하고 반상근 한 명 있어요. 작년에는 반상근만 넷이 했어요. 저는 재밌고 많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조직 내에서는 누군가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불안이 있어서 올해 다시 바꾼 건데요. 재밌기도 하고 사람들도 좋지만 아무래도 계속 있으면 나도 변하지 않을거고 아주 새로운 것도 안 나오고 그럴테니 사람이 좀 바뀌는게 좋겠다고 생각해요. 여기 일은 처음에 낯설더라도 누구든지 재밌게 할 수 있는 일이고, 해 보면 성장하고, 그러니까 계속 바뀌면 좋겠다 싶어요.
결국 내 일자리를 지키기는 어려운 방식이잖아요.
그렇죠. 작년에는 갑자기 급여가 60% 수준으로 줄었으니까요. 그래도 저는 반농반X가 목표라서 그렇게 한번 살아보자 라고 그냥 버텼어요. 지금 다른 활동에서는 돈이 나오는 건 또 아니니까, 노력을 좀 더 해서 급여도 만들고 그럴 수 있다면 어떨까 싶어요. 제 일자리만 아니라 지역에 필요한 일이어서요.
춘천에서 이런 활동을 조금이라도 지원하는 곳이 없나요?
대부분 새로 조직을 만들든 해야 하는 거 같아요. 어쩌면 리빙랩이나 혁신파크가 그런 역할을 해줄지도 모르겠어요. 최근에 지인이 비슷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조직을 나와서 이런 식으로 일하는 것도 좋더라고 말은 하더라고요.
춘천에서 현재 상태로 계속 사는 건 좋으세요?
가끔 생각해봐요. 내가 춘천에 왜 왔지? 시간이 흐르고 활동을 조금씩 더 하고 그러다보니 좋은 점도 안 좋은 점도 반반인데, 좀 더 좋아진 건 작년, 올해 정도예요. 결국은 사람인 거 같아요. 좋은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들과 같이 일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어요. 어떤 활동은 사람이 좋아도 일이 좋아지지 않기도 하는데요, 최근에는 좋은 사람과 좋은 일이 맞는게 좀 생겨난 거 같아요.
좋은 이야기네요. 작은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삶을 향해가고 있달까요.
이런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살 수 있나? 의문도 있지만, 도시가 생태적으로 변해야만 바꿀 수 있으니까. 춘천이 정말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각자 자기 역할은 하고 있는데 우리가 좀 모이고 같이 하는 게 약해서 그것까지만 가능하다면 변화는 시작되리라는 생각이 들어요.
송현섭은 최근 만난 활동가 중에서는 드물게, 스스럼없이 자신이 활동가라고 말했다. 그 말에는 어떤 단체에 속하거나 어떤 목적을 추구하는가보다는 일하는 방식과 태도에 관한 생각이 담겨있었다. 송현섭은 활동가란 스스로 일을 만들어내고,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발적 동력으로 움직이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돈이나 집 같은 물리적 조건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스스로도 좋은 사람이 될 때 가능한 일이 아닐까? 거기까지 도달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을 추구하는 활동은 이미 자연스럽게 삶으로 녹아나오지 않을까? (신비)
#송현섭 #춘천 #강원 #강원도 #춘천아이쿱생협 #생협 #사회적경제 #환경 #신비
춘천 아이쿱생협에서 일하는 송현섭은 반농반X의 삶을 지향하며 5년 전 춘천으로 귀촌했다. 자기의 삶을 새롭게 개척하면서 사회를 변화시키는 일도 병행하는 셈이다. 최근 조직이 아닌 다른 형태로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그 이야기를 주로 들어보았다.
(인터뷰 장소인 담작은도서관 3층 테라스에서)
춘천오시기 전에는 어떤 생활을 하셨나요?
원주에서 대학까지 다녔어요. 학교 다닐때 사회활동을 하긴 했어도 “어떤 단체에 들어가겠어” 그런 건 없었어요. 졸업 후 천주교 관련 일을 하던 중에 온 가족이 서울로 이주했어요. 지역을 옮기니까 아는 사람도 없고, 무슨일을 할까 고민하다가 학교 다닐때 꾸준히 하던 공부방 자원활동 생각이 났어요. 아이들도 좋아하고 해서, 시민단체 구인구직 게시판 같은데서 찾아서 공부방 일을 한 3년 했어요. 그룹홈에서도 좀 있었고.
귀촌을 해야겠다, 생각하신 계기는요?
30대 초반까지는 늦게 퇴근하고 집에서는 잠만 자고 그래도 의미있는 일을 하는 게 좋았어요. 그러다 지방에 다시 가고 싶어서 원주로 돌아갔어요. 처음 1년은 쉬고 또 1년은 계약직 일을 했는데, 다시 구직을 하면서 가능하면 아주 작은 도시로 가서 급여를 적게 받아도 여유롭고 평화로운 일상을 누리고 싶다 생각했어요. 그러면 생협이 좋겠더라고요. 딱 정해둔 건 아니었고, 여기저기 지원하던 중에 춘천으로 오게 되었어요.
근무 형태를 조정하셨다고 하셨는데요.
처음 2년은 사무국장을 했는데, 이후에 조직이 활동과 사업을 분리시키면서 역할이 좀 바뀌었어요. 매장 경영은 운영팀에서 하게 되서 인사관리 재고확인 경영분석 등의 업무를 덜게 되었죠. 안그래도 9-to-6에다가 몸에 안 맞는 일 하는게 힘들어서 일하는 시간이나 양을 좀 줄이고 싶었는데 그게 저랑 시기가 잘 맞았어요. 변화를 생각하던 시기에 아이쿱도 변화가 있어서요.
활동국장으로 바뀌고 훨씬 자유로워졌어요. 근무시간을 작년에 파격적으로 10-to-4로 줄였고, 반상근으로 했거든요. 저는 인생에 반정도는 농사를 짓고 싶어서 시간이든 날짜든 분배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올해는 다시 사무행정 일이 추가되고 시간도 늘었어요. 10-to-5로.
그럼 오늘은 근무시간인데 어떻게 나오셨어요?
반차 냈어요. 올해 5년차인데, 생협과 공통분모가 없거나 낮은 활동이 점차 늘어서 조금 신경이 쓰여요. 반차를 너무 자주 내게 되서.. 계속 이렇게 활동할 수 있을지 좀 걱정이에요. 아무래도 직원이니까요.
작년 올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춘천 오기전에 비영리단체 일을 하긴 했었지만 힘들잖아요. 사생활도 없고. 밖에서 볼때 생협이 좀 여유로워보였어요. 먹고 사는 일에 관심도 맞닿아 있는데다 조금 여유롭게 살 수 있겠다, 생활도 시간도. 그런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여전히 9-to-6 형태로 일하는 거예요. 조직이란게 재미도 있지만 지루할때도 있고... 주어진 일 하는게 심심하기도 하고 그러던 찰나에 조금씩 사람들 만나고 하면서 활동이 늘었어요.
처음에는 녹색당원으로서만 활동했는데 여러가지 접점으로 사람들을 만나게 되더라고요. 그 사이 방사능 생활감시단 모임도 생겼고, 3년 전부터는 자전거 타는 모임을 했는데 그쪽 활동이 올해 많이 늘었어요. 그리고 지역에서 탈핵 고민하던 분들이 강의도 같이 듣고, 전환도시 토트네스 다녀온 활동가가 있어서 같이 얘기 나누면서 공부하는 모임도 하다보니까 비슷한 사람들이 각자 여러가지 활동을 하고 있는 거예요. 방사능 감시 모임, 자전거 모임, 미세먼지 모임 등. 마침 올해 지방선거가 다가왔고, 이참에 춘천을 생태적으로 바꾸는 활동을 해보자고 활동을 넓혔죠. 후보들에게 요구도 하고. 다른 지역은 주도적으로 역할하는 환경단체가 있는데 춘천에 있는 단체는 내부 상황도 있고 그래서 사정이 어려워요.
지역의 기존 단체들이 역할 해주는 게 좋지만 조직 유지도 힘들고 활동가도 정체되고 해서 어려움이 있겠다 생각은 했거든요.
지금 저희가 하는 방식이 좋기는 한데 각자 역량에 따라서 지속이 안되기도 하고.. 총괄하는 사람이 필요하기는 해요. 그런 단계가 된 듯해요. 궁극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건 도시가 생태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 상태는 안되고 패러다임 전환을 해야 한다, 그렇게 큰 틀을 보고 가져갈 사람이 필요해요.
방사능 문제가 심각하더라고요. 다른 지역도 재보면 어떨지 모르겠는데 춘천은 4-5년 전에 방사능 모임 생겨서 기기 구입해서 측정을 많이 했는데 평균보다 훨씬 높아요. 요인은 골재라고 판단되는게, 최근 지은 아파트 중 수치가 낮은 곳이 있어서 알아보니 골재를 홍천에서 가져왔대요. 그밖에 다른 곳들은 춘천에 있는 두 업체에서 대부분 가져오는데 굉장히 높거든요. 그 수치를 측정한 지도 발표하고 뉴스에도 나오고, 이제는 지자체에서 해결해달라 요구하고 그러는 중이예요.
지방선거로 시장이 바뀐 것도 영향이 있나요?
아무래도 기대는 좀 하고 있어요. 그동안은 공무원들이 우리를 아무도 만나주지를 않았어요. 그런데 이제 기후에너지과가 방사능감시단을 만나겠다고 찾아오기도 하고. 그래서 신기하더라고요. 시장 바뀌고 두 달동안 준비위원회 과정이 있었는데 같이 활동하던 분도 거기 참여하셨어요. 그리고 작년에 혁신파크가 전주랑 춘천이 시범으로 지정되었어요. 주로 사회적기업이랑 협동조합 하셨던 분들이 추진을 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 힘이 될 것 같아요.
(인터뷰 후 11월 2일 열린 춘천 공익활동가이야기캠프에서 발제하는 모습)
앞에서 말씀하실 때 일과 활동이라는 표현이 좀 구분되는 것 같아요.
제 스스로 정말 하고 싶고 나를 성장시킨다거나 에너지를 주는 일은 밖에서 하는 활동에 있는 것 같고, 낮에 직원으로서 하는 일은 어쩌면 누가 해도 할 수 있는 일 같고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두 가지 다 하려니 너무 피곤하잖아요.
사람들은 뭐 그렇게 많이 하냐고 그러는데요, 지금은 피곤하고 소진되었다기보다는 오히려 물 들어왔을때 노젓고 싶다는 심정이랄까? 그런데 제가 역량이 부족해서 지역에서 좀 더 잘 조직하고 당기면 뭔가 재미난 일이 만들어질수도 있을거 같은데.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한두군데 집중해서 재밌게 해보고 싶어요.
만약 그런 일자리가 생긴다면 하실 건가요?
너무 좋겠죠.
그러면 지금도 자기가 활동가라고 생각하고 계신건가요? 활동의 경계가 많이 바뀌고 있는데..
저는 활동가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확실히 그런 건 있어요. 선입견일수 있는데 주어진 일의 반복이라든가 하기 싫은 일을 할 때는 활동가보다는 직원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내 스스로 일을 만들어내지 않고 누가 하라고 해서 하는 느낌? 그건 조직의 문화이기도 할텐데 실무자에게 일상적이고 반복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해치워야 하는 일을 시키는 경향이 있잖아요. 그런 부분이 싫었던 것 같아요. 끊임없이 일을 같이 하게끔 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이사나 활동가들은 다 차려진 후에 나와서 말하고 활동하고 사람들과 뭔가 진행하고. 그것만이 아니라 모든게 다 활동인데 때로는 준비까지의 과정은 실무자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문화? 그런 걸 바꾸고 싶었죠. 그래서 같이 하자, 그 과정도 사실 재밌게 만들면 자연스럽게 같이 하게 되더라고요.
혹시 어떤 경험 얘기해줄 수 있나요?
예를 들면 신규 조합원 정기 모임이 있으면 그 전에는 실무자들이 세팅을 해 두면 활동가들이 나타나는 식이었다면, 그걸 준비단계부터 같이 하는 거죠. 재료는 누가 살지 역할분담도 하고, 음식도 같이 만들고, 청소도 같이 하고.
그러자고 했을때 주위에서 호응을 해 주었나요?
제가 해야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기보다는 공감하는 이들이 생겨났어요. 반상근 하고는 좀 더 그랬어요. 사람들과 같이하는 문화를 만들어내고, 회의때 구체적인 얘기까지 하다보면 나도 좀 분담해야겠다 느끼는 분위기가 생기더라고요. 아이쿱생협의 활동에 관해 기존 운동보다 좀 부족하다고 보는 분들이 계시지만, 저는 다른 색깔의 운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직접 와서 보니까. 분명 아이쿱 조합원들도 새로운 운동을 하고 있다고 느끼는데 받아들여지지 않는 면이 있어요.
춘천아이쿱만 놓고 보면, 아무래도 한명이 오래 하는 조직의 문제점들이 있어요. 지금 완전 혼자는 아니지만 제가 상근하고 반상근 한 명 있어요. 작년에는 반상근만 넷이 했어요. 저는 재밌고 많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조직 내에서는 누군가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불안이 있어서 올해 다시 바꾼 건데요. 재밌기도 하고 사람들도 좋지만 아무래도 계속 있으면 나도 변하지 않을거고 아주 새로운 것도 안 나오고 그럴테니 사람이 좀 바뀌는게 좋겠다고 생각해요. 여기 일은 처음에 낯설더라도 누구든지 재밌게 할 수 있는 일이고, 해 보면 성장하고, 그러니까 계속 바뀌면 좋겠다 싶어요.
결국 내 일자리를 지키기는 어려운 방식이잖아요.
그렇죠. 작년에는 갑자기 급여가 60% 수준으로 줄었으니까요. 그래도 저는 반농반X가 목표라서 그렇게 한번 살아보자 라고 그냥 버텼어요. 지금 다른 활동에서는 돈이 나오는 건 또 아니니까, 노력을 좀 더 해서 급여도 만들고 그럴 수 있다면 어떨까 싶어요. 제 일자리만 아니라 지역에 필요한 일이어서요.
춘천에서 이런 활동을 조금이라도 지원하는 곳이 없나요?
대부분 새로 조직을 만들든 해야 하는 거 같아요. 어쩌면 리빙랩이나 혁신파크가 그런 역할을 해줄지도 모르겠어요. 최근에 지인이 비슷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조직을 나와서 이런 식으로 일하는 것도 좋더라고 말은 하더라고요.
춘천에서 현재 상태로 계속 사는 건 좋으세요?
가끔 생각해봐요. 내가 춘천에 왜 왔지? 시간이 흐르고 활동을 조금씩 더 하고 그러다보니 좋은 점도 안 좋은 점도 반반인데, 좀 더 좋아진 건 작년, 올해 정도예요. 결국은 사람인 거 같아요. 좋은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들과 같이 일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어요. 어떤 활동은 사람이 좋아도 일이 좋아지지 않기도 하는데요, 최근에는 좋은 사람과 좋은 일이 맞는게 좀 생겨난 거 같아요.
좋은 이야기네요. 작은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삶을 향해가고 있달까요.
이런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살 수 있나? 의문도 있지만, 도시가 생태적으로 변해야만 바꿀 수 있으니까. 춘천이 정말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각자 자기 역할은 하고 있는데 우리가 좀 모이고 같이 하는 게 약해서 그것까지만 가능하다면 변화는 시작되리라는 생각이 들어요.
송현섭은 최근 만난 활동가 중에서는 드물게, 스스럼없이 자신이 활동가라고 말했다. 그 말에는 어떤 단체에 속하거나 어떤 목적을 추구하는가보다는 일하는 방식과 태도에 관한 생각이 담겨있었다. 송현섭은 활동가란 스스로 일을 만들어내고,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발적 동력으로 움직이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돈이나 집 같은 물리적 조건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스스로도 좋은 사람이 될 때 가능한 일이 아닐까? 거기까지 도달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을 추구하는 활동은 이미 자연스럽게 삶으로 녹아나오지 않을까?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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