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활동가인터뷰] 활동의 경계에서 활동을 말한다 - 김태형

활동가는 과연 누구인가? 천안 워크숍을 마치고 진행팀 회고 과정에서 가장 강하게 남은 질문이다. 회원, 운영위원, 사무국 상근활동가 등으로 구성된 조직을 기반으로 하는 활동을 ‘전통적' 시민운동이라고 부른다면, 사안에 따라 자유롭게 모이고 흩어지는 자발적 시민 참여 활동이나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같은 사회적 경제 영역은 비교적 새로운 운동의 모델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각각의 영역에 속한 이들이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활동가로서의 정체성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갖고 있는지 개별 인터뷰를 통해 확인하고자 했다.

천안에서 했던 세번째 인터뷰의 주인공은 첫 대면에 “저처럼 복지관에서 일하는 사람도 공익활동가라고 불러도 될까요?” 라고 물었다. 활동의 경계는 어디에 있을까? 활동가와 활동가가 아닌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천안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주민조직가 교육을 통해 자신이 하는 일이 활동이라고 인식하게 된 김태형님을 만났다. 천안장애인종합복지관은 2004년에 개관해서 지역사회와 동화되기 위해 노력해왔고 농촌 주민 중심의 조직사업을 3년째 진행중이다.


  • 인터뷰이 : 김태형 / 천안장애인종합복지관
  • 인터뷰어 : 시도(더 이음 공익활동가포럼 총괄), 신비(더 이음 운영위원)
  • 일시 : 2018년 5월 28일
  • 장소 : 천안NGO센터

 

아침부터 저녁까지 주로 어떤 일을 하고 지내세요? 

팀장으로써 팀원 분들 사업 총괄 관리와 재가장애인 여가활동, 후원·자원봉사관련 행사, 장애인 인식 개선 캠페인 등 규모가 큰 경우 주로 참여하고 있다. 대외업무가 잦아서 융통성있게 시간을 쓴다. 천안시 수신면을 현장으로 장애 당사자 중심이 아닌 농촌 주민 중심의 조직 사업을 3년째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2015년도 여름부터 논의를 시작했다. 충남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내용으로 제안해보면 어떻겠냐고 했고 특정 대상으로 국한되면 지원할 수 없다고 해서 장애인만이 아닌 지역사회 문제에 대한 해결을 고민하게 되었다. 천안이 도·농복합도시인데 모든 복지 기반 시설이 도시에 집중되어 있다. 읍·면에 종합복지관이 없다. 농촌에서 복지 체감도를 높일 수 없을까,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면 찾아가는 서비스를 해보자고 해서 시작하게 되었다. 농촌에 대해 16년 2월부터 사업을 시작해 올해가 마지막이다. 농촌에 대해서 1도 모르는 도시 사람이 가서 3년이 되었다.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현재 하시는 일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셨나요? 

고2때 선생님이 사회복지사를 제안해주셨다. 그전엔 사회복지는 자원봉사라고 생각했다. 청량리에 다일천사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다가 장애인복지관련 봉사를 하고 싶다고 하니 부천 혜림원을 알려주셨다. 부천까지 왕복 세 시간을 봉사를 다녔다. 고3 1년 동안 봉사만 1002시간 했다. 방학 때도 매일 가고 주말도 매주 가고 사람이 좋았다. 내가 좋으니까 주변 친구들도 같이 봉사하자고 꼬셨다. 그 당시에는 봉사만 하면 사회복지사 되는 줄 알았다. 

대학을 가야 사회복지사가 된다고 해서 천안에 있는 나사렛대학교에 봉사전형으로 입학했다. 사회복지가 주 전공, 노인복지를 복수 전공했다. 교수님 추천으로 천안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 일하게 되었고 천안으로 대학을 와서 첫 직장을 복지사로 시작해서 지금까지 복지사이고 아내도 사회복지사다.

작년 전까지는 활동가란 정체성이 전혀 없었다. 직업사회복지사였다. 관장님의 영향이 크다. 16년 3월에 관장님의 추천을 받아 코넷의 주민조직가교육을 듣기 시작했다. 지역의 변화를 위해서는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판단해 트레이너를 모셔서 10명이 함께 기초과정교육을 받았다. 올해 3기째 진행 중이다. 복지사들의 반응은 반반이다. 복지관 고유 업무가 많아서 현장에서 풀어낼 계기가 별로 없지만 사업을 구상할 때 당사자 중심, 이용자 중심으로 생각이 바뀐다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현재는 코넷 워크숍 촉진자 과정을 서울 오가며 듣고 있고 6회기를 곧 수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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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활동가이야기캠프에서 소통에 대한 이해를 돕는 프로그램 참여중. 오른쪽이 김태형님

 

활동을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있었는지, 이유는 무엇이고 어떻게 대처했나요? 활동을 지속하기 어렵게 만드는 조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일에서는 번아웃이 안 올 것 같은데 사람으로 인해 올 것 같다. 어려움이 온다면 동료와의 관계가 문제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입사초기에 동료들과 인간관계로 힘들었다. 아내와 몇몇 동료들이 응원해준 덕분에 시간이 지나니까 나름 괜찮아졌다. 관계가 어려웠던 동료들이 고향으로도 가고, 타 직장으로 이직을 하면서 관계에 대한 어려움이 많이 해소되었다. 

3년 동안 주민조직가를 공부하고 활동하는 것이 영역을 넓히고 인식을 바꾸는데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직장동료들은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고 있고 이해를 못한다. 장애인복지관에서 왜 하는 거야? 실적이 어디 있어? 성과평가는 어떻게 해? 사람들 왜 만나?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 나누고 하는 것이 실적이고 성과인데... 몇몇 동료들은 놀고 다닌다고 생각한다. 이를 변화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동료들과 이야기를 하는 것도 있지만 기관 전반적으로 주민조직에 대한 공동의 이해와 성찰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활동을 하며 세대 차이를 느끼나요? 자신이 어떤 세대라고 생각하며, 다른 세대와는 어떻게 다르고 그게 활동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요즘 친구들을 이해 못하는 부분도 있다. 나도 신입일 때는 밤을 샜다. 목표가 있고 달성해야한다는 생각이 있으면 무조건 했는데 요즘 친구들은 그렇지 못하다. 내가 꼰대인가 싶을 때도 있다. ‘난 했는데 넌 못해?’ 내가 했다고 해서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되는데. 그렇지만 막 열심히 하는 모습이 안 보인다고 할까요? 스스로 업무 완료 기간을 정하게 하고 개인적인 상황까지 고려해서 시간을 더 주었는데도 업무수행이 안됐다. 3년차 이상씩 된 친구들인데 그렇다. 그래서 더 고민된다.

생각해보면 선배들의 업무량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 분들도 처음에는 저처럼 업무량이 많았다가 점점 중간관리자가 되면서 개인 고유 업무량이 줄어드는 것 같다.

요즘 뉴스에서 나오는 청년들의 실업이나 취업에 대한 고민에 공감이 안 된다. 내가 일을 하고 있으니까, 주변에는 다 취직을 했으니까. 왜 일을 안 할까? 눈이 높은가? 중소기업에는 사람이 없는데 왜 이런 실업률이 나올까? 많은 사람이 공무원 공부하는 걸 보면 사회의 기준에 맞춰서 진로를 고민하기 때문은 아닐까? 근데 내가 만약 그만두고 서울 부모님 집으로 올라가면 나도 그런 고민할 것 같다.

 

당신을 움직이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요? 활동을 하기 잘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을 때 극복할 수 있었던 계기가 있다면요?

솔직히 주민조직 한다고 주민들과 이야기하고 활동을 하긴 했는데 ‘3년 동안 뭐했어?’ 라고 하면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 3년 사업 끝나면 수신면에 갈 이유가 없나 싶고. 어떤 분이 “자네가 와서 주민들이 좀 모이는 것 같고 좀 더 이야기도 하는 것 같네.” 하시는데 힘이 났다. 내가 바람같이 사라지는 것이 맞을지 옆에서 같이 활동하면서 지속적으로 촉진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관장님이랑 계속 같이 이야기하는 과정에 있다.

 

앞으로 자신이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현재 활동분야나 소속과 연결해서 어떤 미래를 상상하나요?

코넷 교육도 그런 차원에서 받고 있고 앞으로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좀 더 알아야 할 것 같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민사회조직들이 하는 일을 잘 모른다. NGO센터도 처음에는 몰랐다가 지역의 중심역할을 하는 것을 보면서 지원조직이구나 알았다.

비영리컨퍼런스에 관심이 없었지만 관장님 요청으로 갔는데 “복지관에서도 왔네요.” 라고 하니까 ‘복지관에서 오면 안 되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편견을 깨려고 한다. 막상 가보니까 재미있었다. 특히 관심 있는 분야는 사회적 경제, 협동조합 분야다. 천안에서는 그런 부분들이 활발하더라. 주민들이 물어보면 어떻게 답할까 생각하면 알아야할 것이 너무 많다. 전공분야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주민조직가가 전문가일까? 장애인복지가 전문가일까? 농촌 문제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접점이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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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활동가이야기캠프에서 테이블 토론중인 김태형님 (오른쪽에서 세번째 위치)

 

천안지역 시민사회에 대한 생각이나 의견이 있다면요? 시민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지역에서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활동가라는 개념을 고민해본 게 얼마 안 된다. 직업으로는 사회복지사였고 천안의 시민활동하시는 분들은 있지만 나와 관계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주민조직도 지역사회복지론 이라는 책에 나오긴 하지만 비중이 적다. 저희 조직만 그럴 수도 있는데 지역의 시민단체랑 일을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시민사회단체를 조금 융통성이 있는 반면 복지관이란 곳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곳이다. 기관장이 바뀌면서 왜 지역 시민사회와 함께 하지 않는 것인지 질문하기 시작하면서 여기저기 문을 두드리며 다니고 있다.

복지관끼리는 다 함께 모이고 팀끼리 분과모임을 1년에 6회씩 하고 아동, 장애인 등 분야별로 만난다. 시민사회는 우리 지역에 쉽게 생각하지 않는 다양한 이슈들에 대한 고민이 많다. 업무상 농촌에 나가다보니 도시와 농촌의 교류들에 대한 고민이 있다. 복지관에 있는 사람들도 지역으로 나와서 연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굳이 기존 선배활동가들이 다음 세대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가? 그렇다고 하면 새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틀이 생긴다. 물론 기본적인 경제적 여건은 신경을 써야한다. 이렇게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해주는 건 좋은데 굳이 틀을 주고 준비해주는 건 새로운 생각을 막아버리는 것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시민사회가 먹고 사는 문제나 처우가 잘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들이 느껴졌다. 사회복지사처럼 근무시간과 업무가 명확하면 자유로움은 없다. 서로 좋은 부분들이 접점을 가지면 좋겠다.



김태형은 의미있는 일에서 재미를 느끼는 ‘전형적’인 활동가다. 고등학교때 요리사가 되려던 꿈을 포기하고 접한 복지시설 자원봉사로 활동에 눈을 떴다. 하지만 스스로는 활동가라는 생각을 전혀 갖지 않고 있다.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복지관에서 정규직 직원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외계층의 삶에 깊이 접속하는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내적 동기와 관료적 조직의 일원으로서 지켜야 하는 직업적 윤리가 강하게 결합하기 때문에 직업과 활동의 경계에서 마찰이 생기기 마련이다. 김태형은 이 문제를 주민조직운동과의 만남으로 풀고 있는 듯하다. 복지시설이 전무한 농촌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 활동을 북돋우면서 스스로도 주민조직가로서의 정체성을 키우고 있다. (_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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