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하면서 힘든 이야기도 웃으면서 하는 사람, 익산희망연대 이진홍 국장과 인터뷰를 하고 떠올린 인상평이다. 본인 스스로도 20년 가까이 활동하면서 본인이 하는 일 때문에 힘든 적은 별로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역에서 같이 활동하는 사람들 사이에 생기는 갈등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어쩌면 그런 개인적인 스타일이 감시와 비판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전통적인 시민단체의 활동가보다는 지역의 공동체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밥 한끼 같이 먹으면서 차 한잔 마시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민운동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본인이 직접 선수로 나서서 활동하기 보다는 단체의 회원들과 시민들이 활동하는 것을 옆에서 도와주는 것을 더 좋아하고, 익산희망연대가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은 익산참여연대와 같은 단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하는 이진홍 국장을 만났다.
- 인터뷰이 : 이진홍 / 익산희망연대 사무국장
- 일시 : 2018년 5월 31일(목)
- 장소 : 익산미디어센터
*공익활동가이야기캠프에서 지속가능한 익산 시민사회 생태계를 위한 제안을 발표중인 이진홍 사무국장
현재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경로가 궁금합니다.
익산참여연대가 창립한 후 3-4년 정도 되었을 때 참여연대에서 일하고 참여하는 사람들을 보니 거의 대부분이 대학 선배들, 학생운동 했던 사람들, 조금 더 일찍 사회에 진출해서 사회운동 해오던 사람들이었어요.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원광대학교에서 학생운동 했던 분들이 많았죠.
그런데 저와 같은 90년대 초반 학번들이 사회로 나오면서는 공동체주의 운동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저도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인데요. 당시는 전북 운동권의 분화가 이루어진 시기였으며 학생운동 그룹들의 사상적 변화도 있었고, 그 과정에서 어떤 그룹은 정치권으로, 어떤 그룹은 북한민주화운동으로 옮겨갔어요. 그리고 익산에 있는 우리는 사회 나가서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한 그룹이 있었는데 저는 지역에 남아서 계속 사회운동을 하고 싶어 익산에서 시민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근데 익산참여연대가 정치와 행정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 저희가 똑같이 그런 일을 할 필요는 없었죠. 처음에는 익산참여연대에 결합해 함께하자는 의견이 있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더 많은 시민들이 다양한 시민활동을 경험하고, 우리 사회와 지역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공동체적 관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익산희망연대가 만들어진 거죠. 익산참여연대가 주로 이슈파이팅과 견제감시와 같은 전통적인 시민단체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 우리는 좀 다른 방식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현재 장수에 있는 이남곡 선생님이 그 당시에는 경기도 화성의 야마기시즘 실현지에 계셨는데 그때 제가 특강 연찬회에 참여하면서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사회 구조를 바꾸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시민들의 의식이나 일상생활을 바꾸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한거죠. 익산희망연대 만들기 전에 원광대에서 학생운동 했던 15명이 모여서 이남곡 선생님과 1년 동안 토론만 했어요. 새로운 문명, 새로운 인간, 새로운 사회의 모습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어떻게 지역에서 활동할지 시간을 가진 거죠. 활동가들이 운동하고 시민들은 후원하고 지지하는 시민운동이 아니라 시민들이 좀 더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그런 시민운동을 생각한 거예요.
익산희망연대가 좀 더 자유롭게 시도해볼 수 있는 바탕에는 익산참여연대가 지역 이슈를 중심으로 역할을 해주니까 그 부분에서 좀 자유로울 수 있었어요. 그동안 두 단체가 서로 자극을 주고받고, 영향을 준 부분도 많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주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면서 보내시나요?
출근은 9시 30분이예요. 저녁에 일정들이 많아서 9시 출근이 아니구요. 출근하면 지역에서 돌아가는 일들을 파악하기 위해 지역 신문을 봅니다. 사무국장으로 희망연대 전체 업무를 총괄하고 있으며, 대외 연대사업, 정기적으로 지역 현안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는 희망포럼, 지역의 작은도서관을 활성화시키는 일과 사회창안사업 등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업무들도 있지만 상근활동가들이 맡고 있는 일이 완전한 업무 분담이 이루어진 게 아니라서 여러 가지 일을 함께 하고 있어요. 단체의 행사나 프로그램이 많아서 어떨 때는 우리가 이벤트 회사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현재 사무국에서는 몇 명이 일하고 있나요?
현재 사무국에는 4명이 일하고 있는데 저는 단체 창립 때부터 일했으니 15년 되었고, 창립 준비과정까지 따지면 17년 되었어요. 같이 활동했던 분 중 한 명은 익산 시의원이 되었고, 이후에 들어온 상근활동가들은 모두 희망연대 회원들이예요. 저 빼고 제일 오래된 분이 10년, 그리고 7년, 5년씩 같이 일했네요. 두 명은 여성이고, 한 명은 미혼 남성인데 저는 결혼해서 맞벌이하고 있어서 경제적 여건이 좀 낫죠. 다들 경제적 어려움은 있지만 미혼이거나, 맞벌이다 보니 버티면서 하고 있는 거죠. 젊은 청년들은 장기적인 전망을 가지고 시민운동을 하는 것이 참 어려운 것 같아요. 근무여건도 그렇고, 보수나 복지 등 모든 것이. 공개 채용을 한 번 했는데 대부분 주부거나 희망연대를 다른 직장으로 가기 위한 경력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서 결국은 우리 회원들 중에서 도와줄 수 있는 분들을 찾게 되었고, 그 분들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활동가로 살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저는 대학교 들어오기 전에는 범생이로만 살았어요. 그런데 부모님이 볼 때는 아들이 갑자기 대학가더니 총학생회장이 되고, 집에 연락도 안하고, 교도소까지 다녀오니까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했을 거에요. 그런데 저는 똑같았던 것 같아요. 학생운동 할 때도 범생이었어요. 학생운동 하면서도 한 번도 힘들다고 하거나 방황한 적이 없이 선배 말 잘 들고, 조직이 하라는 대로 하는 범생이었어요. 사회에 나와서도 시민운동만 하면서 계속 가고 있어요. 어떤 때는 이거 관성에 의해서 계속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라는 생각도 들고, 여기에 매몰되어가는 건 아니지 고민이 되기도 해요. 다른 사람들은 변함없이 계속 이 길을 가는 저를 보며 신념이 대단하다고 하는데 제 입장에서 보면 가장 평범하고 가장 쉬운 일을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전 대학교를 졸업하고 당연히 사회운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중간 중간 힘들었던 적은 있었는데 저는 갈등이 생기면 힘들어져요. 아마도 제 성격상 참여연대와 같은 조직에서 일했으면 꽤 힘들었을 거예요. 공무원들, 정치인들 비판도 해야 하고 관계가 안 좋아질텐데 그걸 각오해야 하니까요. 저는 그런 걸 잘 못하는 것 같아요. 갈등 상황에 직면하는 것 자체를 힘들어하거든요. 예전에 익산시민사회단체협의회 집행위원장을 맡았는데 그때 역할이 주로 익산시나 의회하고도 싸워야 해요. 그럴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지역사회에서 살다보면 서로 다 잘 알아요. 오늘 같은 경우도(지방선거 후보자 TV토론회 패널토론자로 참여) 토론회 패널로 나가면 양쪽 후보자에게 다 악역을 해야 해요. 제가 그런 역할을 좀 불편해해요. 단체 내에서도 제가 회원들이나 활동가들과 갈등이 있었던 적은 별로 없는데 회원과 회원간에, 상근자와 회원간에, 상근자들간에 갈등이 있으면 그걸 보고 있으면 답답하고 힘들어요.
*공익활동가이야기캠프에서 익산 지역 활동가들과 대화 중인 이진홍국장. 사진 가운데
본인의 미래 전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
희망제작소와 함께 책을 낸 적이 있어요. 그게 벌써 7-8년 전인데요. 그 책에 제가 시민단체에서 정년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라는 글을 썼어요. 시민단체 일을 하다보면 중간에 정치로 가는 경우도 있고, 연차가 되다보면 대표 하다가 다른 곳으로 가기도 하고, 큰 무대로 가기도 하고, 중간지원조직이 많이 생겨 그쪽으로도 많이 가죠. 하지만 난 사무국장으로 혹은 상근활동가로 정년을 하고 싶다, 그걸 보여주고 싶다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사무국장을 계속 하다보니까 새로운 사람들이 더 들어오고 성장할 수 있는데 내가 막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래서 이제 상근대표 체계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오고가고 있어요. 진짜 상근대표를 해야 한다면 한 2-3년 하고 지금부터 최대 4년 정도 그 역할을 하고 그리고 나서 딱 그만두고 나가주는 게 새로운 변화의 물꼬를 트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익산 지역에 활동가 네트워크나 활동가들이 정기적으로 만나는 모임이 있나요?
회의에서 만나거나 우연히 술자리에서 만나기는 하지만 정기적인 모임은 없어요. 또 지역 의제를 중심으로 네트워크가 만들어진 적은 있는데 활동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함께 나눠본 적도 없어요. 단체 일의 비중이 줄어야 그런 이야기를 나눌 여력이 생길텐데 현실적으로 그러지 못하죠. 익산희망연대 내부에서 그런 이야기를 해보기도 했는데 자연스럽지가 못했어요. 단체 내에서 이야기하기보다 외부 사람들도 함께 참여하는 제3의 공간에서 만나야 해요.
혼자 활동하는 사람들, 단체 기반이 아니라 뜻맞는 사람들이 모여서 커뮤니티 활동 정도를 하고 싶은 사람들은 있나요?
저도 그런 방식에 관심이 있긴 해요. 그런 면에서 플랫폼에 관심이 많습니다. 기존의 단체 활동이 틀에 짜여져 있어서 주요 사업을 변경하거나 그만 두기가 쉽지 않아요. 회원들 중에서도 꼭 단체의 주요 사업이 아니더라도 공익적인 주제로 뜻 맞는 사람들과 뭔가 해보고 싶어 하는 분들이 있어요. 익산희망연대가 그런 시민활동의 뒷배가 되는 역할을 해보고 싶기도 합니다. 시민들 스스로 만들어낸 다양한 공익활동을 통해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사람들을 키워낼 수 있다면 지역의 변화에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어떤 분들은 익산희망연대가 이미 플랫폼 역할, 지원조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도와주는 역할을 이미 하고 있다구요.
익산 지역 시민사회에 정말 필요한게 뭘까요?
익산에 NGO센터와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만약 만들어진다면 그 일을 해보고 싶긴 해요. 세대교체에 대한 이야기나 인적 자원의 부족 이야기가 나오는데 사실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에요. 청년들이 기존의 시민단체보다 창업이나 협동조합에 더 관심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다 그런 것도 아니에요. 시민단체 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들이 여전히 있어요. 꼭 청년들이 아니더라도 활동가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을 키워낼 수 있는 기반 자체가 없는 게 문제죠. 단체 활동가들은 1년 내내 단체 사업하기도 바쁘니까요. 익산이 작은 중소도시지만 NGO센터가 만들어진다면 활동가들을 키워내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사람과 자원이 부족한 중소도시에서 자립적으로 운영되는 풀뿌리 단체의 존재는 지역활동을 고민하는 나에게 지속가능한 시민사회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희망연대는 그런 기대를 받는 단체이고 그 가운데 차분한 열정을 가진 이진홍국장이 있었다.
이진홍은 지역의 시민사회 생태계를 지속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에 대한 자기 비전을 가지고 있으며 희망연대를 통해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다양한 공익활동을 전개하며 지역 내에서 시민사회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활동가들이 감수해야 할 경제적 어려움이나 새로운 활동가의 유입에 대한 고민은 있지만 지역에 필요한 역할을 잘 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15년 전 단체 설립을 준비하며 15명이 1년간 ‘지금 우리 지역에 필요한 운동은 무엇인지’ 학습하고 토론했다는 부분이 인상 깊고 부러웠다. 익산참여연대 이후 어떤 활동이 지역사회에 필요한지 치열한 고민 끝에 희망연대가 탄생한 것처럼 시민사회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학습하고 토론하는 1년을 보낼 순 없을까. 15년 전의 질문을 다시 가져와 묻고 싶다. 지금 이 시대에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활동은 무엇인지. (조아신)
#이진홍 #익산 #전북 #전라북도 #익산희망연대 #대화 #플랫폼 #지원조직 #조아신 #시도 #시민운동
활동하면서 힘든 이야기도 웃으면서 하는 사람, 익산희망연대 이진홍 국장과 인터뷰를 하고 떠올린 인상평이다. 본인 스스로도 20년 가까이 활동하면서 본인이 하는 일 때문에 힘든 적은 별로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역에서 같이 활동하는 사람들 사이에 생기는 갈등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어쩌면 그런 개인적인 스타일이 감시와 비판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전통적인 시민단체의 활동가보다는 지역의 공동체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밥 한끼 같이 먹으면서 차 한잔 마시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민운동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본인이 직접 선수로 나서서 활동하기 보다는 단체의 회원들과 시민들이 활동하는 것을 옆에서 도와주는 것을 더 좋아하고, 익산희망연대가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은 익산참여연대와 같은 단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하는 이진홍 국장을 만났다.
*공익활동가이야기캠프에서 지속가능한 익산 시민사회 생태계를 위한 제안을 발표중인 이진홍 사무국장
현재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경로가 궁금합니다.
익산참여연대가 창립한 후 3-4년 정도 되었을 때 참여연대에서 일하고 참여하는 사람들을 보니 거의 대부분이 대학 선배들, 학생운동 했던 사람들, 조금 더 일찍 사회에 진출해서 사회운동 해오던 사람들이었어요.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원광대학교에서 학생운동 했던 분들이 많았죠.
그런데 저와 같은 90년대 초반 학번들이 사회로 나오면서는 공동체주의 운동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저도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인데요. 당시는 전북 운동권의 분화가 이루어진 시기였으며 학생운동 그룹들의 사상적 변화도 있었고, 그 과정에서 어떤 그룹은 정치권으로, 어떤 그룹은 북한민주화운동으로 옮겨갔어요. 그리고 익산에 있는 우리는 사회 나가서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한 그룹이 있었는데 저는 지역에 남아서 계속 사회운동을 하고 싶어 익산에서 시민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근데 익산참여연대가 정치와 행정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 저희가 똑같이 그런 일을 할 필요는 없었죠. 처음에는 익산참여연대에 결합해 함께하자는 의견이 있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더 많은 시민들이 다양한 시민활동을 경험하고, 우리 사회와 지역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공동체적 관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익산희망연대가 만들어진 거죠. 익산참여연대가 주로 이슈파이팅과 견제감시와 같은 전통적인 시민단체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 우리는 좀 다른 방식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현재 장수에 있는 이남곡 선생님이 그 당시에는 경기도 화성의 야마기시즘 실현지에 계셨는데 그때 제가 특강 연찬회에 참여하면서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사회 구조를 바꾸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시민들의 의식이나 일상생활을 바꾸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한거죠. 익산희망연대 만들기 전에 원광대에서 학생운동 했던 15명이 모여서 이남곡 선생님과 1년 동안 토론만 했어요. 새로운 문명, 새로운 인간, 새로운 사회의 모습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어떻게 지역에서 활동할지 시간을 가진 거죠. 활동가들이 운동하고 시민들은 후원하고 지지하는 시민운동이 아니라 시민들이 좀 더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그런 시민운동을 생각한 거예요.
익산희망연대가 좀 더 자유롭게 시도해볼 수 있는 바탕에는 익산참여연대가 지역 이슈를 중심으로 역할을 해주니까 그 부분에서 좀 자유로울 수 있었어요. 그동안 두 단체가 서로 자극을 주고받고, 영향을 준 부분도 많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주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면서 보내시나요?
출근은 9시 30분이예요. 저녁에 일정들이 많아서 9시 출근이 아니구요. 출근하면 지역에서 돌아가는 일들을 파악하기 위해 지역 신문을 봅니다. 사무국장으로 희망연대 전체 업무를 총괄하고 있으며, 대외 연대사업, 정기적으로 지역 현안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는 희망포럼, 지역의 작은도서관을 활성화시키는 일과 사회창안사업 등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업무들도 있지만 상근활동가들이 맡고 있는 일이 완전한 업무 분담이 이루어진 게 아니라서 여러 가지 일을 함께 하고 있어요. 단체의 행사나 프로그램이 많아서 어떨 때는 우리가 이벤트 회사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현재 사무국에서는 몇 명이 일하고 있나요?
현재 사무국에는 4명이 일하고 있는데 저는 단체 창립 때부터 일했으니 15년 되었고, 창립 준비과정까지 따지면 17년 되었어요. 같이 활동했던 분 중 한 명은 익산 시의원이 되었고, 이후에 들어온 상근활동가들은 모두 희망연대 회원들이예요. 저 빼고 제일 오래된 분이 10년, 그리고 7년, 5년씩 같이 일했네요. 두 명은 여성이고, 한 명은 미혼 남성인데 저는 결혼해서 맞벌이하고 있어서 경제적 여건이 좀 낫죠. 다들 경제적 어려움은 있지만 미혼이거나, 맞벌이다 보니 버티면서 하고 있는 거죠. 젊은 청년들은 장기적인 전망을 가지고 시민운동을 하는 것이 참 어려운 것 같아요. 근무여건도 그렇고, 보수나 복지 등 모든 것이. 공개 채용을 한 번 했는데 대부분 주부거나 희망연대를 다른 직장으로 가기 위한 경력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서 결국은 우리 회원들 중에서 도와줄 수 있는 분들을 찾게 되었고, 그 분들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활동가로 살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저는 대학교 들어오기 전에는 범생이로만 살았어요. 그런데 부모님이 볼 때는 아들이 갑자기 대학가더니 총학생회장이 되고, 집에 연락도 안하고, 교도소까지 다녀오니까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했을 거에요. 그런데 저는 똑같았던 것 같아요. 학생운동 할 때도 범생이었어요. 학생운동 하면서도 한 번도 힘들다고 하거나 방황한 적이 없이 선배 말 잘 들고, 조직이 하라는 대로 하는 범생이었어요. 사회에 나와서도 시민운동만 하면서 계속 가고 있어요. 어떤 때는 이거 관성에 의해서 계속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라는 생각도 들고, 여기에 매몰되어가는 건 아니지 고민이 되기도 해요. 다른 사람들은 변함없이 계속 이 길을 가는 저를 보며 신념이 대단하다고 하는데 제 입장에서 보면 가장 평범하고 가장 쉬운 일을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전 대학교를 졸업하고 당연히 사회운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중간 중간 힘들었던 적은 있었는데 저는 갈등이 생기면 힘들어져요. 아마도 제 성격상 참여연대와 같은 조직에서 일했으면 꽤 힘들었을 거예요. 공무원들, 정치인들 비판도 해야 하고 관계가 안 좋아질텐데 그걸 각오해야 하니까요. 저는 그런 걸 잘 못하는 것 같아요. 갈등 상황에 직면하는 것 자체를 힘들어하거든요. 예전에 익산시민사회단체협의회 집행위원장을 맡았는데 그때 역할이 주로 익산시나 의회하고도 싸워야 해요. 그럴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지역사회에서 살다보면 서로 다 잘 알아요. 오늘 같은 경우도(지방선거 후보자 TV토론회 패널토론자로 참여) 토론회 패널로 나가면 양쪽 후보자에게 다 악역을 해야 해요. 제가 그런 역할을 좀 불편해해요. 단체 내에서도 제가 회원들이나 활동가들과 갈등이 있었던 적은 별로 없는데 회원과 회원간에, 상근자와 회원간에, 상근자들간에 갈등이 있으면 그걸 보고 있으면 답답하고 힘들어요.
*공익활동가이야기캠프에서 익산 지역 활동가들과 대화 중인 이진홍국장. 사진 가운데
본인의 미래 전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
희망제작소와 함께 책을 낸 적이 있어요. 그게 벌써 7-8년 전인데요. 그 책에 제가 시민단체에서 정년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라는 글을 썼어요. 시민단체 일을 하다보면 중간에 정치로 가는 경우도 있고, 연차가 되다보면 대표 하다가 다른 곳으로 가기도 하고, 큰 무대로 가기도 하고, 중간지원조직이 많이 생겨 그쪽으로도 많이 가죠. 하지만 난 사무국장으로 혹은 상근활동가로 정년을 하고 싶다, 그걸 보여주고 싶다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사무국장을 계속 하다보니까 새로운 사람들이 더 들어오고 성장할 수 있는데 내가 막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래서 이제 상근대표 체계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오고가고 있어요. 진짜 상근대표를 해야 한다면 한 2-3년 하고 지금부터 최대 4년 정도 그 역할을 하고 그리고 나서 딱 그만두고 나가주는 게 새로운 변화의 물꼬를 트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익산 지역에 활동가 네트워크나 활동가들이 정기적으로 만나는 모임이 있나요?
회의에서 만나거나 우연히 술자리에서 만나기는 하지만 정기적인 모임은 없어요. 또 지역 의제를 중심으로 네트워크가 만들어진 적은 있는데 활동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함께 나눠본 적도 없어요. 단체 일의 비중이 줄어야 그런 이야기를 나눌 여력이 생길텐데 현실적으로 그러지 못하죠. 익산희망연대 내부에서 그런 이야기를 해보기도 했는데 자연스럽지가 못했어요. 단체 내에서 이야기하기보다 외부 사람들도 함께 참여하는 제3의 공간에서 만나야 해요.
혼자 활동하는 사람들, 단체 기반이 아니라 뜻맞는 사람들이 모여서 커뮤니티 활동 정도를 하고 싶은 사람들은 있나요?
저도 그런 방식에 관심이 있긴 해요. 그런 면에서 플랫폼에 관심이 많습니다. 기존의 단체 활동이 틀에 짜여져 있어서 주요 사업을 변경하거나 그만 두기가 쉽지 않아요. 회원들 중에서도 꼭 단체의 주요 사업이 아니더라도 공익적인 주제로 뜻 맞는 사람들과 뭔가 해보고 싶어 하는 분들이 있어요. 익산희망연대가 그런 시민활동의 뒷배가 되는 역할을 해보고 싶기도 합니다. 시민들 스스로 만들어낸 다양한 공익활동을 통해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사람들을 키워낼 수 있다면 지역의 변화에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어떤 분들은 익산희망연대가 이미 플랫폼 역할, 지원조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도와주는 역할을 이미 하고 있다구요.
익산 지역 시민사회에 정말 필요한게 뭘까요?
익산에 NGO센터와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만약 만들어진다면 그 일을 해보고 싶긴 해요. 세대교체에 대한 이야기나 인적 자원의 부족 이야기가 나오는데 사실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에요. 청년들이 기존의 시민단체보다 창업이나 협동조합에 더 관심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다 그런 것도 아니에요. 시민단체 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들이 여전히 있어요. 꼭 청년들이 아니더라도 활동가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을 키워낼 수 있는 기반 자체가 없는 게 문제죠. 단체 활동가들은 1년 내내 단체 사업하기도 바쁘니까요. 익산이 작은 중소도시지만 NGO센터가 만들어진다면 활동가들을 키워내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사람과 자원이 부족한 중소도시에서 자립적으로 운영되는 풀뿌리 단체의 존재는 지역활동을 고민하는 나에게 지속가능한 시민사회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희망연대는 그런 기대를 받는 단체이고 그 가운데 차분한 열정을 가진 이진홍국장이 있었다.
이진홍은 지역의 시민사회 생태계를 지속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에 대한 자기 비전을 가지고 있으며 희망연대를 통해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다양한 공익활동을 전개하며 지역 내에서 시민사회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활동가들이 감수해야 할 경제적 어려움이나 새로운 활동가의 유입에 대한 고민은 있지만 지역에 필요한 역할을 잘 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15년 전 단체 설립을 준비하며 15명이 1년간 ‘지금 우리 지역에 필요한 운동은 무엇인지’ 학습하고 토론했다는 부분이 인상 깊고 부러웠다. 익산참여연대 이후 어떤 활동이 지역사회에 필요한지 치열한 고민 끝에 희망연대가 탄생한 것처럼 시민사회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학습하고 토론하는 1년을 보낼 순 없을까. 15년 전의 질문을 다시 가져와 묻고 싶다. 지금 이 시대에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활동은 무엇인지. (조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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