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활동가인터뷰] 내면의 힘으로 움직이는 활동 - 강희숙

하루는 가장자리에서 자기 내면의 힘으로 움직이는 활동가다. 혼자 두 아이를 키우면서 겪은 고난이 세월호 사건 앞에서 사회적 고통으로 터졌다. 어릴때부터 보아온 이웃 노인들의 곤란한 현실에 대한 연민을 십시일반으로 이웃을 돕는 ‘착한 바가지’ 운동으로 확장했다. 조직이나 정치의 주역을 맡는 것은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알게’ 하는 일로 보여서 싫어한다. 아무리 제도가 발달하고 공공기관이 나서도 드러나지 않는 사각지대가 있음을 알고, 거기서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해나가기를 원한다. 그동안 만난 무수한 상근활동가들 중에서 ‘정말 하고싶은 일’을 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 더 그렇다. 자기 내면의 동기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런 활동가에게 시민사회는 어떤 장으로 존재해야 할까?(_신비)


  • 인터뷰이 : 강희숙 (하루) / 시민사회활동 7년차
  • 인터뷰어 : 시도(더 이음 공익활동가포럼), 신비(더 이음 운영위원)
  • 일시 : 2018년 5월 28일
  • 장소 : 천안NGO센터

 


아침부터 저녁까지 주로 어떤 일을 하고 지내세요? 

요일별로 달라요.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집에서 작업을 하는데 돈을 벌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요. 나머지 시간은 자유로워요. 늘 무언가 일정이 있고 만들어내요. 젠더모니터링도 하고 내일은 웰다잉 강의도 들으러 가고 매주 수요일은 수요장터에 가고요. 지역의 로컬푸드 마켓에서 시계를 만들어 팔기도 하고 리벳작업도 좋아해요. 데님 업사이클링 등 개인적 관심으로 하는 일도 있어요. 시시팜이라고 원성동에 로컬푸드 직매장이 있었는데 지역의 싱어송라이터 강너울님의 재능기부를 받아서 나눔콘서트 공연을 진행했어요. 수익금 전액은 적립해서 어르신 반찬지원 사업도 했어요. 주말은 철저하게 가족과 보내요. 제가 가장이라 생존을 위해 하는 일은 오전에 하고 오후에는 인간 ‘하루’의 꿈을 위해 깜냥만큼 활동해요.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사회적 약자, 대상자, 수혜자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아요. 상대적으로 어려운 분들을 시혜적인 시선으로 보고 싶지도 않고 이 분들이 옆집에 사는 이웃이라고 생각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크고요. 혜택을 받고 있진 않지만 홀로 사시는 노모가 계시고 저 자신이 이혼한 사람이고 장애가 있는 조카가 있기도 해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아이들이 어릴 때는 활동을 많이 못 했는데 더 가열차게 활동해야 생각했다는 계기는 세월호가 커요. 그 전에는 KYC 회원으로 서명받고 지지하는 정도였어요. KYC는 대학선배가 이런 시민단체가 있다고 소개해주셨는데 선배님 밥사준다고 생각하고 후원을 시작하게 됐어요.

저는 그 날 너무 생생하게 기억하거든요. 언제 누구랑 밥을 먹고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어제 일처럼 생생히 기억하거든요. 오보가 한 차례 났고. 그래도 믿었어요. 우리가 알고 있는 군사력이나 해군함정이나 이런 것들을. 먼 거리도 아니고. 전혀 의심이 없었어요. (침묵) 그게 안 잊혀지는거에요. 의자를 들어서 창을 깨려는 모습들이 안 잊혀지는거에요. 그 큰 배가 5분, 10분만에 가라앉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면서 너무 안타까웠거든요. 

처음엔 사람들이 같이 안타까워하다가 여론이 돌아서고 사람들이 냉혹하게 지겹다 그만해라 할 때 제가 맞는 것처럼 아팠어요. 단순한 공포감이 아니라, 제 아이 또래기도 하고 원래 천안의 청수고가 예약했다 취소하고 단원고가 간거였거든요. 그래서 세월호 관련된 곳을 다 따라다녔던 것 같아요. 집회에서 전경들에게 막혀서 화장실조차 못 갈정도로 고립된 적이 있었는데 응원하러 같이 올라갔다가 휴대폰 배터리가 떨어져서 동지들이랑 떨어졌거든요. 집에 잘 내려오긴 했는데 온 몸이 젖어있고 최루탄이며 냄새도 나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아이가 안 자고 기다리면서 걱정하는 모습 보면서 그 후로는 그렇게까지 따라다니진 않았어요. 그렇지만 너무 아프고 세월호 관련된 것들은 다 모으고. 여전히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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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활동가이야기캠프에서 조별 발표중. 맨 왼쪽이 강희숙님

 

활동하며 어려운 점이 있다면요?

‘착한 바가지가게’라고 기금조성전문가과정에서 기획한 게 있는데 자영업하는 분들이 하루에 한 사람에게만 착한 바가지를 씌워서 모은 돈을 십시일반 모아서 따뜻한 이웃 공동체를 복원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어요. 저를 믿고 시작해주신 1,2,3호가 있고 자영업 하시는 분들이 모인 곳에는 반가운 마음으로 바가지가게를 소개하러 다녀요. 한번은 청소년들이 봉사활동하면 VMS해주는 단체냐? 단체 중심으로 물어보시는데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도 알면 좋겠는 분들이더라구요. 저는 왼손이 하는 일을 왼손도 몰랐으면 좋겠거든요. 그 분들 입장에서는 제가 꿈을 꾸는 것 같고 현실을 모르는 것 같다고 생각하세요. 기부를 하는 것이 상부상조의 개념이거나 친목회라고 생각하시거나 제가 이런저런 설명을 하면 “너 사람 모아서 정치하려고 그래?” 라고 하는데 지역에서 워낙 오래 있었던 분들이고 그저 그분들 시선이니까요. 남들 눈 별로 신경 안써요. 나이나 그런 것도 그다지 신경쓰지 않구요. 

  

그럼에도 하루를 계속 움직이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요? 

한국사회의 문제가 여러 가지 있지만 이웃이 사라진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저 어렸을 때만 해도 골목에서 같이 놀고 어른들이 계시고. 지금 생각해보면 안전했던거죠. 저 어렸을  할아버지들은 전쟁터에 끌려가시고 할머니가 동네에 많으셨어요. 지금 말로 하면 치매고 그 당시에 노망드신 어르신이 마을에 계시면 집집마다 밥 한 숟가락씩 덜어서 그 집에 가져다줬어요. 지금은 무슨 단체가 도와주네 하며 사진 찍지만 그냥 내 이웃이니까 같이 살아야 하니까 돕는거에요. 제가 생각하는 삶은 그런 삶이에요.  

어렸을 때는 옆에 사는 사람이 이웃이었는데 옆에 산다고 이웃이 아니구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이웃이구나 싶어요. 지금 이웃은 결이 비슷한 분들이에요. 좀 많이 소심해졌지만 이웃 중에 조금 더 불편한 분과 나누는 것이 제일 중요한 활동이에요. ‘소외된’ 이란 표현을 싫어해요. 저에게는 조금 더 '불편한' 분이 이웃인 것 같아요.

저에게 이웃의 범위는 혼자 사는 어머니, 아버지, 부모님 없는 친구들도 다 우리 이웃이에요. 근데 사람들은 정확하게 한 대상을 정하길 원해요. 그래서 니가 누굴 도우려고 하는데? 장애인? 한부모가정? 다문화? 근데 다 이웃인데 누구를 골라내요? 그리고 그 안에도 빈익빈부익부가 있거든요. 천안에 삼일육아원(고아원)이 있어요. 근데 스무살이 되면 나가야해요. 나이가 성인이 되었다고 자립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방이 있고 정기적인 수입이 있어서 생활이 되어야 독립이 가능하잖아요.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은 우리 나라가 아직 부족한 것 같아요. 

혼자서 벅차니까 여기저기 만나고 다니는 것 같아요. 독거어르신 반찬 지원사업도 기존에 하고 있는 분들에게 후원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고요. 서류에 드러나지 않은 어려움을 가진 이웃들을 찾아내는 것, 그 집 사정 뻔한 것은 제가 더 잘 아니까 제가 그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깜냥만큼 해요. 

  

이렇게 왕성하게 활동하시는데 풀타임으로 활동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세요?

저는 단체에 계시는 분들 많이 뵙기도 하고 지원사업하는 것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어요. 지원사업을 받는 한 행정이나 성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죠. 돕는 일이 업무로 변질되고요. 사진과 증빙서류가 사라져야 해요. 이슈파이팅은 지원사업을 받는 것이 아니에요. 

이름이 시민사회단체라고 시민사회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에요. 더 중요하거나 본질적인 것들은 안 하고 그 외의 것만 한다면요. 그래서 저는 독립활동가를 하는거에요. 지원금을 받으면 해야할 사업과 업무가 있는 거잖아요. 하는 일이 작으면 어때요. 결과물이 작으면 어때요. 심지어 결과물이 안 나오면 어때요. 하는거죠. 그러면 동참해주는 사람들이 생기고 그분들이 동력이고요. 그래서 어려운 일이더라도 지원사업처럼 결과를 내야하는 것보다 이게 더 나은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조직에 속할 마음이 없어요. 지역의 사무국장님 등 상근활동하시는 분들 보면 본인들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느끼는 분은 없더라구요. 계시긴 하겠지만 제가 만난 사람들은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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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활동가이야기캠프에서 조별 발표를 돕는 중. 오른쪽이 강희숙님.

 

천안지역 시민사회를 바라보는 하루의 생각은 어떤가요?

천안은 소수가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고 있어요. 내 말을 잘 듣고 표를 줄 사람을 중심으로 전략 공천하는 상황이에요. 저는 사표란 없다고 생각하고 제가 하고 싶은대로 투표해요. 사람들을 설득할 때는 선거하는 사람들의 선거비용이라도 마련해주자는 차원에서 독려하고요. 시의원 선거를 하는데 다른 후보가 미세먼지 공약 내니까 자기도 미세먼지 공약을 내는 것이 아니라 예를 들면 봉명동에 장애인이 몇 명 살고 어떤 문제가 있고 우리 지역에 살아보니 이런 문제가 있고 이걸 이렇게 해결하겠다고 하고 각각 다른 정책을 들고 나오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미세먼지를 지방 시의원이 어떻게 해결하나요? 보면 말도 안되는 것을 내놓지만 당선이 되잖아요. 이건 선거 제도가 잘못되었어요. 예산 공부를 해보니 의회와 단체장의 권한이 막강해서 권한을 더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시민들의 권한이 강화되어야죠.

단체마다 성격이 다른 것 같아요. 여성의 전화에서 젠더 모니터링을 하고 있어요. 작년에 젠더 모니터링을 여러 단체가 하면서 참 좋았어요. 독립적이서 할 수 있는 건 공감되는 부분에만 함께 참여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하고 싶은 것 찾아서 이 테이블 기웃, 저 테이블 기웃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노동이든 운동이든 사회변화의 방향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주제가 없어요. 과거엔 민주화 하나면 됐는데. 지역의 많은 활동가들이 아까워요. 환경샴푸 만들고 비누 만들고 조직화하고 회원들 응집시키기 위해 필요한 일들이니까. 근데 조금 안타까운 건 있어요. 저 멋진 활동가들이 저것만 하고 있으니까. 제 눈에만 그렇게 보일 수도 있고요.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어요? 

환경에 대한 부분도 후손에게 빌려오는 것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는데 이런 소리를 하면 너는 세상을 아직 모르는 거라고 말해요. 사는게 무섭지 죽는게 무섭진 않아요.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데 사는 동안은 이렇게 살고 싶어요. 딱히 사람이 죽고 사는 일 아니면 제가 하는 일에 제가 책임지며 살면 되는거니까. 내 선택에 매우 만족해요. 앞으로 큰 이변이 없는 한 오늘 하루도 세상 모르고 철 안들고 사는 것. 그렇게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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