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활동가인터뷰] 더 많은 사람들이 '활동'을 만날 수 있었으면 - 권은유

권은유는 자기 삶의 방향을 찾고 싶은 마음에 두리번대다 자발적으로 사회 활동과 접속했다. 천안 시민 페이스북 운영팀 활동에서는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비정형적 집단에서 내부의 부정의를 스스로 해결할 역량이 없음을 자각했고, 호두와트에서는 즐겁고 참신한 활동, 좋은 사람들과 쌓아나가는 유대 관계, 다양한 문화적 경험이 주는 일상의 풍부함에 매료되었지만 주 활동층 외에 더 폭넓은 시민들의 참여가 쉽지 않다는 문제를 느끼고 있다. 전공과 연계해 얻은 직장은 내용적으로는 공익활동에 맞닿아 있으나 급여를 받고 제 몫을 해야 하는 직장이라는 점에 부담이 크다. 인터뷰 후 안내해준 원도심 책방이나 지인들이 벌이는 도시 재생 활동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편안한 생기가 느껴졌던 것과 대조적이다. 기존 시민사회단체 및 중간지원조직이 청년층에게는 이미 이런 ‘직장’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활동’을 어떻게 정의내려야 할까?


  • 인터뷰이: 권은유 / 호두와트(커뮤니티), 천안시자살예방센터(직장)

  • 인터뷰어: 신비(더이음 운영위원), 시도(더이음 공익활동가포럼 총괄)

  • 일시: 2018년 5월 28일

  • 장소: 천안 NGO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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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활동가이야기캠프에서 천안 지역 활동가들과 대화 중인 권은유님. 사진 가운데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천안시자살예방센터에서 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어요. 7시나 7시 반에 일어나서 8:30분 정도 출근하고 오후 6시에 퇴근해요. 전반적으로 자살고위험군 사례관리나 자살예방교육과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어요. 

전부터 활동해온 천안 지역 청년 공동체 모임인 호두와트에는 참여한 지 1년 정도 되었어요. 무기공장이라는 모임도 했는데 지금은 호두와트에 거의 흡수되었어요. 취직을 하고 나니까 아르바이트랑 달리 직장에서는 받는 급여도 높고, 무엇보다 소속이 있다는 것이 안정감을 느끼게 해요. 아쉬운 것은 호두와트를 비롯한 활동이 주로 낮시간에 외부에서 있으니까 참여하기가 곤란해진 점이예요.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경로가 궁금해요.

대학 때 봉사 동아리 만들어서 활동했는데, 휴학하니까 너무 무료했어요. 붕 뜬 느낌에 빠져있다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연히 공익활동을 접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찾아가는게 너무 어색했어요. 공익활동이 뭔지는 모르고 그냥 내가 뭔가를 찾기 위해서 시작하게 된 거예요. 사회복지 공부하다보니 이런 쪽에 관심이 있긴 했어요. 그런데 내가 참여한다는 생각보다는 사회복지기관을 이용할 대상자의 활동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장애인이나 저소득층, 노인 등으로요. 천안 시민 페이스북 페이지가 있어요. 거기 운영진으로 참여한 게 제일 첫 경험이예요. 그 안에서 이런저런 동아리 활동 하다가 천안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천안의 여러 기관에서 홍보 요청이 오거나 하는 걸 보면서 다양한 정보를 접했죠. 그런데 불특정 다수가 모이다보니 문제도 생기고 그래서......

 

어떤 문제가 있었나요?

아무래도 불특정다수가 온라인에서 모이고 오프라인으로 만나다 보니 개인 간 돈을 빌리고 갚지 않는 문제, 성(性)적인 문제 등 여러 문제가 발생했어요. 나름의 내부 규칙을 만들었지만,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라는 이유로 분명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 특정한 제제를 쉽게 가할 수가 없었어요. 커뮤니티의 운영진이나 몇몇 사람들이 그들만의 이익을 취하려한다는 시선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요. 그런 중에 호두와트라는 청년 모임을 알게 되었어요. 

호두와트에서 주로 활동하는 사람들은 스물 서너명 되는데, 각자 직업도 있고 그래서 정기모임을 한다든지 자주 모이기는 어려운 형편이예요. 그렇지만 그 사람들과 있으면 삶이 다양하다는 걸 느끼고, 내가 다른 색을 갖고 있어도 그대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 뭔가 다툼이 생겨도 안심하고 의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되요. 멋있게 활동하는 이들 보면서 나만의 커리어를 쌓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활동가로서 살아가는 데 어떤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어려움이라기보다, 활동가로서의 정체성을 아직은 찾아가는 중이예요. 사회복지 중에도 정신장애, 청년 등. 관심의 스펙트럼이 넓어서 이거다 라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작년에 청년지원조례를 놓고 각자 생각을 이야기하는 자리에 참여했을때 뭘 말해야할지 고민했던 기억이 있어요. 아직은 뭔가 만들어내기 보다는 현재 있는 정보나 기회를 주변에 알려주는 걸 좋아하는 편이예요.

  

세대차이를 느끼나요?

윗 세대와 만나서 대화하고 배우고 그런 걸 좋아하는 편이어서 그분들로부터 듣는 이야기가 도움이 되요. 술 너무 좋아하는 건 좀 싫지만, 내가 모르는 영역에 대해서 알아가는 건 좋아요. 현재 [공간 사이]의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연령대가 다양하지만 나이를 떠나서 서로 도와주고 챙겨주고 그런 분위기가 있어요. 격식 차리지 않고 같은 시기를 살아가는 사람들로 대하려고 서로 노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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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사진 / 권은유 제공

  

활동을 지속하게 하는 힘은 어디에서 나온다고 생각하세요?

천안 지역에서 청년들의 접점이 별로 없는데 호두와트 통해서 서로 알게되고 의지하게 되서 도움이 되었어요. 사람이 소중한 걸 알게 되었죠.시민들 중에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더라고요. 지금 직장을 선택한 데는 그런 생각 때문이기도 한 듯 해요. 호두와트를 통해 제가 경험한 것처럼 즐거운 활동, 유대감, 문화적 경험을 다른 사람들도 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좀 더 성장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일단 지금은 정신건강사회복지사로서 좀 더 실력을 쌓고 싶어요. 아직은 직장에서 역량이 충분치 않다고 느껴요. 전공이나 영역 상관없이 자원을 순환시키는 그런 쪽에 기여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었어요. 결혼도 잘 준비하고 싶고, 30대를 멋있게 준비하고 싶기도 해요. 엄마의 30대를 기억하는데요. 제가 초중학생이던 시기였죠. 집에서 일하고 밥하고 나를 키우느라 너무 고생했던 모습이어서 30대를 생각하면 ‘엄마’로서의 삶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호두와트 활동 하면서 주변에서 30대 이상의 멋진 활동가를 계속 보다보니 나도 멋있게 30대를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천안 지역 시민사회에 꼭 필요한 게 있다면?  

활동을 할 때는 다양하고 새로운 사람들이 더 참여하게 해야 하는데 늘 같은 사람들이 하는 건 좀 아쉬워요. 호두와트는 지원금을 받아서 활동해도 인건비가 없으니까 너무 번아웃 되기 쉬워요. 좋은 기획을 하고 잘 준비한다고 해도 늘 모이는 사람 모이고, 가는데마다 아는 사람들 만나고 그렇게 되죠. 새로운 사람들 모이고 만나게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예요. 모르는 이들에게는 끼리끼리 모이는 것으로도 비칠 수 있어요. ‘너희끼리 즐거운 모임을 굳이 지원받아서 한다’는 비판을 받을때도 있거든요. 그런 부분은 고민이 되요. 새로운 사람이 와도 지속적으로 관계맺기는 쉽지 않은데, 우리끼리 너무 친밀해서 못끼어드는 건 아닐까 걱정스럽고.

무엇보다 지역에서 모여서 술만 마시는 것 말고, 술 없이도 무언가 할 수 있는, 그런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내가 즐겁고, 내가 사는 곳의 자원을 알아간다는 것이 활동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어떤 사람에게는 모임과 활동이 스트레스일 수 있어요. 그럴 때는 거창한 활동이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취미와 취미를 공유할 모임을 하나쯤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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