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활동가인터뷰] 20년차 지역활동가의 고민 - 이상민

서울과 같은 거대 도시가 아닌 소규모 도시나 시골에서 ‘문제를 드러내는 사람’은 불편한 시선이 주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던 것들을 문제라고 이야기하고, 남들은 무관심한 것 속에서 문제를 발견해서 지적하면 사람들은 불필요한 논쟁을 유발한다고도 하고, 조용히 넘어가도 되는 문제를 왜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내냐고도 한다. 

익산참여연대의 이상민 사무처장은 그런 불편한 시선을 어쩔 수 없이 감내하며 20년간 익산 지역에서 시민운동을 해온 활동가다. 지역의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일을 중심으로 하는 익산참여연대라는 단체 한 곳에서만 20년 동안 있다보니 지역 사회의 여러 쟁점 한 가운데 서있는 경우가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삶이 피곤하고 체질에 맞지도 않지만 지역에 한 곳쯤은 그런 역할을 해야 하는 단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단체에서 20년을 일해왔다. 그는 20년간 한 단체의 활동가로 살아오면서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는걸까? 익산 지역 시민사회에 대해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을까? 그의 생각을 듣기 위해 익산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_조아신)


  • 인터뷰이 : 이상민 / 익산참여연대 사무처장
  • 인터뷰어 : 조양호(더 이음 대표), 김혜민(더 이음)
  • 일시 : 2018년 5월 31일(목)
  • 장소 : 익산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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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활동가이야기캠프에서 지속가능한 익산 시민사회 생태계를 위한 제안을 발표중인 이상민 사무처장

 

현재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경로가 궁금합니다.

대학 시절 학생운동까지 포함해서 운동하는 공간을 떠나본 적이 없으니까 그것까지 합치면 벌써 30년이 되었네요. 학교 졸업하고 익산참여연대의 창립 멤버로 99년부터 시작했으니 19년, 내년이 만 20년이 됩니다. 특별히 시민운동을 해야겠다는 고민을 하고 시작했던 건 아니예요. 80년대 후반에 경실련이 만들어지고, 90년대 초반에 참여연대가 등장하면서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 재야운동의 전통적인 운동과는 다른 운동방식에 대한 언론의 주목이 있었고, 87년 이후 절차적 민주주의는 만들어졌다는 생각, 그리고 지역역사회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시민운동을 시작하게 된거죠.  

87년도에 정권교체를 했다면 시민운동을 했을까? 그런 생각을 가끔 해봐요. 아마도 87년에 정권교체를 이루었다면 시민운동으로의 진입은 더 늦어졌을지도 모르겠네요. 90년대 초반은 사회주의국가 소련이 무너지고 이념적으로도 많이 혼란스러운 시기였어요. 학생운동에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 시기이기도 하죠. 95년도에 졸업은 했지만 3년 정도 학교에 더 있었네요. 시민운동에 대한 고민이 깊었던 것은 아니지만, 합법적인 운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 정도가 있었던 것 같아요. 

대학을 다니는 과정에서 믿었던 이념의 차이가 추후 활동에 영향을 준 측면이 있어요. 우리 세대는 전통적인 의미의 시민단체를 만들고 그 내용을 채워가는 과정에 있었거든요. 결과적으로 놓고 보면 지금은 익산희망연대와 잘 지내고 있어요. 참여연대 입장에서는 희망연대가 없었으면 지역에서 운동하기 참 힘들었겠다 싶고요. 희망연대도 참여연대가 없었으면 힘들었을거예요.  

 

요즘 개인적으로 가장 고민거리는 무엇인가요?

제가 50살이 다 되었는데 지금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지역에서 앞으로 어떤 전망을 가지고 일해야 할까 고민이죠. 지역 시민사회 내에 세대교체 할 토대가 부족한 것에 대한 고민도 있고, 운동 방식과 관련해서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져서 그에 맞는 변화의 필요성도 느끼고 있어요. 

지역 내 시민사회가 어떻게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있죠. 익산에는 시민사회단체협의회가 있는데 13개 단체로 시작했어요. 지역의 시민단체는 주로 지역 의제와 관련된 것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민주노총이나 전교조 등과 같은 사회단체는 주로 전국 의제를 중심으로 이야기하려는 경향이 있죠. 노동, 교육과 같은 전국적인 의제에 대해 지역 시민단체들은 지역의제에 대한 우선순위를 두다보니 단체 간에 간극 같은 게 있었어요.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겠지만 지역의 시민운동 역사를 거슬러가 보면 학생운동 때부터예요. 옛날 이야기지만 NL, PD와 같은 진영으로 갈등했던 것이, 사회 나와서 활동하는데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해요. 학교에서 함께 운동을 했던 사람들이면 지역에서 다른 생각을 가져도 통합이 되는데, 그렇지 않고 오직 일로 만난 관계에는 갈등의 요소가 더 많아요. 오래된 문제긴 하죠.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가 고민이네요. 

 

활동가로 살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전국적으로 참여자치 지역운동연대가 있는데요. 거기서 제가 두 번째로 나이가 많아요. 대도시는 인적 변화가 있는데 중소도시는 인적 변화가 거의 없어요. 경제적인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개인적인 혹은 조직적인 전망 문제로 들어가면 역할 모델을 찾기가 어려워요. 

현재 익산참여연대에는 상근활동가가 3명인데요. 한 명은 저와 나이가 같고, 다른 한 명은 46살 이예요. 단체에게 요구되는 역할에 비해 일하는 사람이 적다보니 상근활동가 한 명이 차지하는 몫이 너무 커요. 그러다보니 조직적인 시스템으로 풀기 어렵고 모두 개인의 역량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요. 조직적 사고나 조직 구조의 개선 등에 대한 고민은 규모가 최소 10명이 되어야 가능한데 지금은 그럴 수 없는 상황이죠. 개인의 역량이 곧 조직이 역량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세대교체는 참 어렵고, 사람도 없지요. 

활동이 있어야 회원이 있고 회원이 있어야 단체가 운영되죠. 조직의 질적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부분, 기존의 역할을 내려놓아야 새로운 것을 시도해볼 수 있는데 지역사회의 새로운 요구는 늘어나는데,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여력이 많이 부족하죠. 1년 반 전에 상근활동가가 한명 바뀌었는데 경력있는 사람을 뽑을 수밖에 없었어요. 새로운 사람을 뽑아서 성장을 기다릴 수 없는 상태인거죠. 개인이 쉬고 충전할 수 있는 상황이 안되니까 대체가 어럽구요. 이런 상황을 개선하려면 큰 틀에서 회원들간의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다. 제일 어려운 것은 제 존재에 대한 가치로 들어가는거예요. 시민사회에서의 제 역할, 지역에서의 제 역할에 대한 자존감이 상처를 받을 때 가장 힘들죠.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세대 차이를 느끼나요? 자신은 어떤 세대이고 지금 세대와 어떻게 다른지, 그게 활동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요?

개인적으로 세대 차이를 느낀 다기 보다는 세대 간의 간극도 크고 젊은 세대의 활동가들이 없어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죠. 다가올 변화를 미리 준비할 수도 있고, 이렇게 가다가 한계에 이르러 변화를 강제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우선 지금 단체의 구성원들 사이에 시민사회의 가치와 역할에 대한 합의가 핵심이라고 봐요. 사실 단체 운영위원들은 세대교체가 부분적으로 되고 있어요. 30대도 있고, 주로 40대가 운영위원 역할을 하고 있어요. 근데 운영위원 중에 저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요.  

시민단체의 경우 다른 단체와 다르게 일상적인 대화보다는 의제 중심의 대화를 하다 보니 세대가 다르다고 괴리감을 느끼는 부분은 크게 없어요. 지역에서 생기는 사안에 대한 격렬한 논쟁도 별로 없어요. 그러나 논의를 활성화시키거나 새로운 의제를 제안하는 부분에서는 상당히 장벽이 있는 것 같아요. 사실 단체 내에서 의제를 만드는 몫은 제 몫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우선 의제에 대한 정보의 양에서 차이가 있죠. 방송토론회에 가끔 나가는데 그게 자기 학습을 많이 시키는 효과가 있어요. 

운영위원회는 한 달에 한 번 모이기도 만만치 않아요. 7-8년 전부터 변화가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오늘 비핵화와 관련된 강의가 있는데요. 과거에는 참여연대 내 여러 동아리 활동을 하는 회원들이 의무적으로 강의를 들었다면, 이제는 자신의 요구에 의해서 참여여부를 결정하게 되죠. 그렇다 보니 오랜 회원들과의 만나는 접점이 갈수록 적어요.  예를 들어 예산학교를 하면 그와 관련된 사람들 중심으로 조직을 하고, 협동조합학교를 하면 협동조합에 관심있는 사람들 중심으로 모입니다. 그래서 조직을 중심으로 핵심적으로 활동했던 활동회원들이 줄어들게 되고, 그러면서 사무처의 역할이 더 높아지게 되는 거죠.  

시민단체의 활동방식이 예전에는 문제점과 비리를 폭로하는 등 이슈화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분석하고 정리하는 일로 좀 더 고도화된 측면이 있어요. 예를 들어 과거에는 얼마의 예산을 누가 썼느냐가 이슈였다면 지금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운영전략을 분석하는 것으로 방식을 바뀌었어요. 익산시 상황만 살펴본다고 되는 문제도 아니구요. 익산시 뿐만 아니라 주변의 다른 자치단체까지 조사해서 결과물로 만들어내야 하는데 그런 역량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캠페인 단체로서의 위상을 넘어서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껴요. 우리가 학교 다닐 때는 사회과학 책을 읽거나 교내 활동을 통해 자기만의 생각이나 활동방식을 만들어냈다면 요즘에는 그런 경험을 가진 가질 기회가 별로 없잖아요. 시민단체의 상황이 경제적 문제도 있지만 지금 지역 내 단체 상황이 이 안에서 장기적인 전망을 세울 수 있는 기회를 주거나 성장할 때까지 기다려주기가 참 어려워요. 안타까운 상황이죠. 사실 공무원들은 진급하면 6개월씩 교육을 받아요. 예전 운동권 출신의 활동가들은 정책적인 측면에서는 강한데 소통방식이나 회의, 의사결정 등은 약하잖아요. 근데 그걸 단체 독자적으로 풀어나갈 여력이 안되요. 사실은 좀 더 조직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서울의 큰 단체들에게 이런 업무를 맡길 수도 없고, 교육기회를 오래 보장하면서 급여를 줄 재정상황도 안되고, 한마디로 진퇴양난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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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활동가이야기캠프에서 익산 지역 활동가들과 대화 중인 이상민 처장. 사진 가운데

 

당신을 움직이게 하는 힘, 활동의 동력은 무엇인가요?

우리 사회가 어떠해야 한다는 개인적인 지향과 가치가 있죠. 나이가 들어서는 나의 활동이 지역을 얼마만큼 변화시킨다는 생각보다는 이런 가치를 위해 일하는데 자존감이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커요. 사실 20년 전과 지금까지 무엇이 변했나 생각하면 찾기가 쉽지 않아요. 하지만 정치와 행정에 문제제기하고 지역 의제를 발굴해서 사람들과 함께 활동하는 것마저 없었다면 지역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죠. 지역의 질적 변화라는 것은 소도시 차원에서 파악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지방자치 운영원리가 사회적 가치로 합의되고 정치권의 이슈가 되지 않는 이상 질적 전환이 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자치’라는 것이 우리 사회의 기본원리로 가야한다는 것이 운동의 명분 중 하나였다면 이것이 삶의 문제로까지는 가지 못한거죠. 선거법 개정이나 개헌 등 우리 사회가 변해야 하는 방향으로 압력을 행사하는 역할을 하긴 했죠. 근데 정치권이 이걸 받아들여주지 않으니… 이런 가치가 받아들여져야 지역 내에 질적 변화가 일어날텐데 쉽지 않아요. 지역은 인구소멸 등으로 쪼그라들면서 이중고 삼중고가 있어요. 소상공인이 무너지고 인구는 떠나고 있어요. 먹고 사는 문제가 너무 커서 지방자치가 확산되고 논의될 기회 자체를 가질 수 없죠. 아직 지역의 사람들에게 분권이나 자치가 지역 의제로 와 있지도 않구요. 

 

본인의 미래 전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

제가 그다지 진취적이지는 않은 것 같아요. 시민운동하면 정치권으로 많이 가요. 사실 경제적 문제와 정치적 문제 두 가지가 있는데 경제적 문제는 안 쓰면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었어요. 물론 아이들이 고3, 고1 되니까 내가 안 쓰는 문제랑 다른 문제가 생기긴 하지만요. 그 전에는 내가 안 쓰면 되니까 경제적 문제로 갈등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어요. 

근데 지금 와서 다른 분야 일을 하려면 맨 땅에 헤딩을 해야 해요. 그게 좀 숨막히게 해요. 20년 정도 활동했으면 사회에서 인정하는 경력, 예를 들면 박사나 석사 같은 것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건 없죠. 그래서 보통 정치를 하던지 정치권과 관계를 맺는 것이 자기 전망이 되기 쉬워요. 자리를 보고 도와주거나 정치를 하거나. 근데 이게 저는 개인적으로 안 맞아요. 특히 가난한 시민운동가에게 정치는 절망이예요. 시민단체 출신 시의원이 있는데 두 분 다 개인 역량으로 인정은 받아요. 근데 시민단체 출신이라는 이유로 경조사나 민원 등에 요구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어요. 또 선거 때가 되면 7~8천만 원을 만들어야 하는데 정치가 지속가능하지 않죠. 지역에서 재정을 마련해주기도 하는데 첫 번째 당선 이후 두 번째 선거에서는 혼자 감당해야 해요. 시민운동 한다면 좋은 일 한다고 하는데, 정치는 좋은 말보다는 안 좋은 말을 많이 듣고 권한이 있기 때문에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요. 

제 진로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치를 배제하고 보니까 다른 영역은 맨땅에 헤딩이라 안되고 별다른 선택지가 안보이는게 사실입니다. 서울은 운신의 폭이 좀 넓잖아요. 서울에 있는 활동가들은 정치와 행정의 영역으로 가는 게 새로운 길로 들어선다고 보여질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지역에서는 정치를 하면 전향한다고 주로 생각해요. 기존의 정치인을 보듯이 정당에 발을 담구는 문제는 이제까지 지켜왔던 가치를 내려놓는다고 보여지는거죠. 

제가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역에 주민자치, 사회적경제, 마을 등 분야를 아우르고 시민운동을 지원하고 시민사회 생태계를 조성하는 시민재단이 필요하다고 봐요. 생태계란 내가 활동하는 공간,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물적 토대잖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통합적인 기운과 소통, 연대가 필요해요. 지금 당장 일을 하는 것과 별개로 이제까지 시민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던 사람들의 전망이 필요해요. 

지역에 만들어진 NGO센터는 사실 별 도움이 되지 않아요. 센터에서 주된 역할이 교육프로그램이나 사업비 지원 정도인데 재정 구조가 뻔 하죠. 센터보다 재단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국비, 시비가 매년 들어오고 자치단체는 출연 의무만 있게 해서 지역 내 정치권과 행정의 영향을 받지 않게 해야 해요. 센터는 위탁을 받기 때문에 정치나 행정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아직은 사회의 공기로 시민사회단체가 존재하고 유지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인식이 부족해요. 아름다운재단이 있고 여러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해요. 자치단체가 출연하고 독립성을 보장하는 재단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네요. 그 일을 해보고 싶기도 합니다. 

지역 시민단체는 사무국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거죠. 구성원들 역시 세대교체에 대한 문제인식이 있지만 대체 가능한 거냐에 대한 고민이 있어요. 사무국장 혹은 사무처장이라고 하는 건 실무를 책임지는 건데 한 사람이 계속 이 자리에 있으면 사무처의 나이가 늙어가요. 사실 상근대표 체계라는 것도 잘 안 맞아요. 사무국장과 상근대표와 무슨 차이가 있느냐가 고민이죠. 저도 내년 2월이면 상근대표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요구가 있어요. 근데 상근대표를 하면 그 전하고 달라야 하는데 오히려 지금 대표를 맡고 있는 사람들의 역할을 없애버리기만 할 수 있어요. 상근대표에게 모든 게 집중될 수 있는 거죠.  

참여연대 같은 경우는 제가 연구소 형태로 사무처 한켠으로 빠지는 구조를 생각해보기도 해요. 활동방식도 사무처와 다르게 가구요. 연구소는 외부 자원들을 모아서 연구 활동을 하고 그걸 상근자들을 서포트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

 

익산 지역 시민사회에 정말 필요한 게 뭘까요? 

단체마다 각자의 역할이 있어요. 참여연대가 새로운 운동 방식으로 전환을 한다면 아마도 익산희망연대와 비슷해질 수도 있겠죠. 지역에는 익산참여연대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 최소한 한 군데는 있어야 해요. 저는 생태계라고 하는 건 어떤 꿈이 있거나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지원받거나 같이 할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생태계를 만드는 일은 혼자 고민하는 게 아니라 지역에서 활동가들의 힘으로 추진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 여력이 안되는 게 아쉽죠. 개인적으로는 단체의 활동이나 지역 의제와는 별개로 지역의 시민사회 생태계를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지 고민하고 있어요. 사실 지역에 원광대학교가 있는데 시민사회와 교류를 못하고 있어요. 대학원과 함께 지역 연구를 하거나 서로 인적 자원을 교류할 수 있는 부분이 있거든요. 또 참여연대와 같은 단체는 정책 역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민단체라서 그런 연구와 인적 자원과의 교류가 중요한데 지역 대학과의 협력도 부족한 편이구요.

지역에서 20년간 자기 자리를 지켜온 오래된 활동가의 이야기였다. 술자리에서라면 듣지 않을 이야기를 인터뷰라는 형식 안에서 깊게 경청할 수 있었다. 자기 진로에 관해 정치는 안 맞아서, 다른 영역에 가면 맨 땅에 헤딩이라고 말하는 이상민처장의 말은 젊은 내가 듣고 싶어했던 고연차활동가의 솔직한 이야기였다. 거창한 명분이 아니라 개인이 드러난 그의 말은 동시대를 살아가며 시민사회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동료로 서로를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했지만 여전히 하고 싶은게 많은 이상민처장은 지쳐보였다. 새로운 활동가의 성장을 기다릴 새 없이 지역의 요구들은 쏟아지고 상근자 한 명이 감당해야 하는 업무는 많고 대체할 수 없다고 했다. 시대 흐름에 따른 운동방식 변화의 필요성이나 익산지역 시민사회의 지속가능성도 고민하고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꿰기엔엔 무거워 보였다. 한 해만 지역의 요구에 호응하는 것을 멈추고 조직과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실험을 상상해볼 순 없을까? 



20년이라는 세월이 주는 울림이 있었다. 내가 살아온 세월의 3분의 2를 한 지역에서 활동했다는 것에 대한 존중감이다. 이런 울림을 유지하면서 서로 동등하게 관계 맺고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대화하고 공유하는 방법은 없을까. 다양한 세대가 소통하며 함께 동시대의 문제를 고민한다면 우리가 바라는 사회가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_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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