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비(이하, 신) : 지금까지 어떤 활동을 하셔서 현재 일을 하고 계신거에요?
– 휘휘호호(이하, 휘) : 2014년에 처음 단체에 들어갔는데, 공원에 나무 심는 단체였어요. 거기서 1년 반 정도 하다가 2015년 8월에 환경단체로 옮기고 지금까지 일을 하고 있어요. 단체 들어가기 전에는 거의 학교에만 있었고, 정규직으로 사회 활동을 한 건 거기가 처음이었어요.
– 신 : 첫 단체에서는 급여를 받는 상근활동가였어요?
– 휘 : 네. 원래 상근자는 한 명 있었어요. 제가 환경 관련 학과를 나와서 시민참여나 공원관리 같은데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처음 단체 생기면서 자원봉사자 뽑을 때 참여해서 계속 활동하다가, 2014년에 활동이 좀 안착하면서 상근자를 뽑는다기에 지원하게 된 거에요.
– 신 : 1년 정도 활동하면서 재밌으셨어요?
– 휘 : 네, 처음엔 되게 재밌었는데요, 그냥 매일 시간되면 가서 작업복 갈아입고 해질 때까지 일 하고 내려와서 집에 가는 그 땀 흘리면서 일하는, 말그대로 노동이라는게 뭔지 어렴풋이 낭만적으로 느꼈는데, 그게 매일 계속되니까 되게 힘들더라고요. 몸이 일단 힘드니까 하기 싫어지는 거에요. 국장님이 엄청 헌신적이고 열심이신데 거기 못 따라 간다는 생각 하니까 더 힘들더라고요. 맨날 산에 가 있으니까 밖에서 누구 오면 되게 반갑고.. 그런게 쌓여서 나중엔 못하겠다고 말씀 드렸죠.
– 신 : 이직을 하신게 아니고 일단 그만두신거네요. 그 다음엔 어떻게 하셨어요?
– 휘 : 한 두 달 놀고 있는데 지금 단체에서 연락이 왔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단체가 오래되고 위계도 있고 그랬어요. 이전에 한두 번 가봤을 때는 되게 회사 같은 느낌이었고요. 아, 안되겠다 싶어서 처음에는 자신 없다고, 이전 단체에서 맨날 풀만 벴지 단체에서 하는 일 잘 모른다고 말했는데 그래도 해보라고 하셔서 갔어요. 가니까 되게 다르긴 하더라고요. 일단 사람도 많고, 그 사이에 있는 갈등까지는 아니지만 미묘한 관계들도 있고 그러더라고요. 이전에는 전혀 몰랐던..
– 신 : 제안을 받았으니 일단 가 보신거에요, 아니면 전부터 그런 단체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계셨어요?
– 휘 : 단체 활동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마음은 계속 있었는데 그게 그 단체일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어요.
– 신 : 그러면 준비를 해서 원하는 단체를 찾아 가실 생각으로 있다가 제안을 받으신거네요.
– 휘 : 네.
– 신 : 그래서 다시 1년 반. 지금은 어떠세요? 재미있으세요?
– 휘 : 네. 지금은 또래는 아니지만 어쨌든 같이 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되게 좋아요. 결정을 하는 권한을 가진 국장님이나 처장님도 뭔가 해보겠다고 하면 일단 해보라고 하시는 편이니까. ‘아 그거 왜 하냐고, 품 드는데’ 이런 스타일이 아니어서 좋아요.
– 신 : 그런 스타일도 경험하신 거에요?
– 휘 : 그건 아닌데, 저희 팀장님은 안그렇지만 다른 팀에는 그런 걸 안 좋아하는 분도 계셔서..
– 신 : 다른 팀의 그 활동가는 왜 그런 걸 안 좋아하는지 이해는 좀 하셨어요? 아니면 별로 모르겠어요?
– 휘 : 직접 토론한 게 아니라서 당시에는 이해를 잘 못했는데, 어느 날 무슨 얘길 하다가 성과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어렴풋이 느낄 수가 있었어요. 과정의 재미라든지 우리끼리 뭔가 얻는 것도 중요할테지만 그거보다는 일단 뭘 하고 나면 성과를 남겨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이 있는게 아닐까 하고. 저야 뭐 재밌는 사람 찾아서 잘못되도 그냥 같이 하는 거 자체가 좋은데, 저 보다 더 많이 운동하고 그런 분들은 이미 그런 시기를 지나서 이게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을 하시는건가 싶었죠.
– 신 : 직접 묻지 못하셨어요?
– 휘 : 음, 단체 분위기가 대화가 자연스러운 문화는 아니에요. 뭔가 껄끄러운 문제가 생기거나 하면 조금 정적이 흐르다가 넘어간다거나..
– 신 :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 휘 : 얘기했을 때 잘 안풀리면 업무하기 껄끄럽고, 계속 요청을 주고받아야 하는데 자기 것만 딱 할 수 없잖아요. 그런 게 아닐까요? 그리고 개인 성격도 있겠죠. 저같은 경우에는 일단은 귀찮고, 단체에 친구 사귀려고 온 건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밖에 나가면 만날 수 있는 친구도 많은데 업무시간에 서로 왜 그랬냐 얘기하고 풀어주고 그러는게 좀 피곤하다고 해야 하나.. 저는 좀 그런 거 같아요. 다른 분들은 어떤지 잘 모르겠어요.
– 신 : 기존 활동을 오래 했던 분들은 일단 거기서 멈추고 술마시면서 푸는 경우가 많잖아요.
– 휘 : 아, 그건 있어요. 저희도 술 되게 많이 먹어요. 술먹는 거 저도 좋아해서 마시고 얘기하고 그러긴 해요. 하지만 어떤 사건이 있었던 그 지점에 대해서 다시 얘기하고 푸는 그런 술자리는 별로 없어요. 제가 가지는 술자리는요. 그게 제 성격과 연결되는 거 같긴 해요. 끄집어 내서 얘기하고 그런 편 아니에요.
– 신 : 아까 같이 의논하고 일하고 그럴 동료가 많아져서 좋다고 하셨잖아요. 그것도 그렇게 깊이 들어가는 건 아니고,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고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그런 정도의 관계인거에요? 아니면 좀 더 동료로서 더 애착이 있으신건지.
– 휘 : 동료로서 애착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저는 걔네들이 다 잘되었으면 좋겠어요. 잘 했으면 좋겠고.
– 신 : 그럼 아까 그 얘기는 선배와의 관계에 대한 거에요?
– 휘 : 네, 그렇죠.
– 신 : 나름의 경계가 좀 있네요. 그걸 세대라는 식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 휘 : 그런데 세대라는 말이 좀 맞지 않다고 느끼는게.. 나이가 어린데도 직급이 부장이나 팀장이면 그 마인드가 되버리더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그 자리가 만든 책임감 그런게 있더라고요. 이걸 세대로 말하는 게 맞을까 싶어요. 그런 건 세대의 문제가 아닌 거 같아요.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랑 하는 얘기가, 운동은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라고. 짬이 진짜 중요한 거 같아요. 경험치.
– 신 : 그럼 좀 다르게 표현해서, 경험이 많으면 대체로 그런 양상을 보여요?
– 휘 : 그것도 좀 다른 거 같아요. 제가 느끼기에는 자기가 이 운동을 하는 이유가 명확하고 그게 자신만을 위한 게 아니라면 세대나 연차에 상관없이 열려있고, 역동적이고 변화하려고 하더라고요. 익숙해진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계속 변하려고 하고.. 시대 흐름에 같이 가려고 노력하고. 그런데 활동을 개인적인 것으로 보고 직장으로 봐서 안주해버리는 애매한 연차 활동가 중에는 태도가, 뭘 하려고 하면 ‘굳이 왜 쓸데없이 품을 들이니?’ 그런 경우가 있어요.
– 신 : 그럼 종합해보면, 직급이나 연차가 좀 생기고 이 시스템에서 깊이 들어가면 안주하는 경향은 나오는데, 그래도 개인차는 있다. 그런 거네요.
– 휘 : 네.
– 신 : 안주하려고 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느끼세요? 아니면 그래도 대체로는 변화하려고 하시는지.
– 휘 : 대체로는 노력하시는 거 같아요. 약간 있지, 대부분은 그렇지 않아요.
– 신 : 그럼 여긴 왜 다 이래, 이런 느낌은 아니네요.
– 휘 : 네, 전혀 아니에요.
– 신 : 그럼 그 점이 활동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건가요?
– 휘 : 네. 막 싫다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운동을 하는 이유가 명확하고 그게 자신만을 위한 게 아니라면
세대나 연차에 상관없이 열려있고, 역동적이고 변화하려고 해요.
– 신 : 전에 했던 활동이랑 완전 다르잖아요. 이곳에서의 활동 자체는 어때요? 아무래도 서류나 회의나 그런게 많을텐데.
– 휘 : 가끔 그런 생각 들때 있어요. 몸쓰는 활동은 몸쓰면 그냥 끝인데, 회의나 서류는 제 이름이 남아있는 거잖아요. 그런 데서 오는 조심스러운 느낌이나 부담 같은 거요. 그 현장에 없었던 분들은 자료만 보고 판단하는 거잖아요.
– 신 : 예를 들면 어떤 거에요?
– 휘 : 공문 보내는 것도 그렇고 기자회견문이나 보도자료 작성, 현수막 문구 마찬가지에요. 다 그냥 아무렇게나 하는게 아니고 중요하고 알려야 해서 하는 거니까. 그런 안보이는 부담감이 있는 거 같아요.
– 신 : 그래도 의사결정구조가 있어서 모니터링은 같이 하잖아요?
– 휘 : 그래서 무슨 일이든 제가 했어도 스스로 책임지지 못하고 팀장님이나 다른 분들이 책임을 더 많이 지게 되잖아요. 그런 것도 좀 불편해요. 제가 한 일에 대해서 제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근데 저 같은 일개 활동가가 질 수 있는 책임이라는 게 별로 없잖아요. 전에 있던 곳에서도 못하면 혼나는 건 똑같은데 거기서는 나무나 풀한테 미안하면 끝인데, 여기서는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사회적인 파급력이나 단체 내부에 끼치는 영향, 연결고리 같은 게 더 복잡하고 그래요. 사람이 많아서 그런 거 같긴 해요, 제 생각엔.
– 신 : 제가 만난 활동가 중에는 반대의 고민을 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성과든 기획이든 활동가 본인의 것으로 해주지 않고 조직의 것으로 삼는 거 말이에요. 개인의 역할을 표현해주지 않는 걸 부당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렇지는 않아요?
– 휘 : 네, 그렇지는 않아요. 처장님이든 국장님이든 이거 누가 한 거라고 어디 가서 다 얘기해주고 내부에서도 다 알고 있고. 저희 사무실이 칸막이 구분이 안되는 구조예요. 그래서 누가 뭐하는지 조금만 보면 다 알거든요.
– 신 : 그런 면에서는 소통이 되는 분위기인가요?
– 휘 : 소통이 된다기보다는, 일단 젊은 애들이 되게 드세요. 근데 그게 되게 중요한 거 같아요. 알게 모르게 전체 분위기를 몰아가는 게 있어서. 그리고 국장님 처장님이 잘 받아주시는 편이에요. 그게 또 되게 중요한 거 같아요.
– 신 : 드세다는 건 개인들의 특징일까요, 분위기가 만드는 게 있는 걸까요?
– 휘 : 개인들의 특징이죠. 조직이 그걸 또 받아주고.
– 신 : 그렇다면 그런 분들이 모이는 이유가 있을까요? 드센 걸 표현할 수 있는 분들이 모이는 이유.
– 휘 : 그건 모르겠어요. 그 전에 어떤 분들이 계셨는지 잘 몰라서..
– 신 : 다른 단체와 연대하면서 만나는 활동가들은 어때요?
– 휘 : 우리는 술 먹고 잘 놀고 가서 막 아는 척 잘하고 그런 스타일이 많아요. 저도 그렇고. 다른 단체 활동가들 만나서 안지 별로 안되었어요. 최근에 연대체 간사 맡으면서 알게 되었는데, 또래나 신입 활동가 만나보면 다른 직장 다니는 친구들 만날 때와는 다르게 같이 술 마시고 이야기하고 그러면 공감대가 있어서 거기서 오는 재미가 또 있어요.
– 신 : 주변에 또래 활동가는 잘 보이나요?
– 휘 : 보니까 중간 허리가 거의 없더라고요. 아예 신입이거나 아예 고연차거나 해서. 그게 한편으로는, 미래를 생각해보면 자연스러울 수도 있는게 아닌가 싶어요. 활동 3~4년 되면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어느 정도 활동을 알게 되고 나름의 네트워크도 생기고 그러면 좀 더 재밌는 걸 해보고싶을 수도 있죠. 그게 10년차 된 후에 나가서 하는 거랑, 무모한 패기가 있을때 바로 해보는 거랑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3~4년차에 뭔가 해보고 싶은게 있고 나가고 싶고 쉬고 싶은게 있다면 그 결정을 그때 하는게 더 자연스럽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신 : 그런 면에서는 10년 20년 활동하는 분들은 신기하겠어요.
– 휘 : 대단하죠. 그것도 한 단체에서. 아무리 자기 안에 열정과 그런 게 넘쳐도 단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사회나 되게 다이나믹 하잖아요. 그 안에서 자기 역할 못 찾으면 인고의 세월을 견뎌야 되는 거 같은데. 저도 가끔 되게 바쁠 때도 있지만 제가 찾아서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아무 일이 없을 때가 있단 말이에요. 근데 만약에 안 바쁘면서 10년 20년 그런 시간 보내고 그러려면 정말 많이 참아야 할거 같은데… 물론 진짜 바쁘고 엄청 열심히 활동하고 그러면 그 정도 시간은 훌쩍 갈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인내력이 필요할거 같아요.
– 신 : 그렇다면 본인은 꼭 활동을 오래 해야 한다거나 오래 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고, 지금 하는 것에 좀 더 재미나 보람을 느끼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보는 건가요?
– 휘 : 오래 있으면 좋죠. 한 단체에 오래 있을 수 있다면. 저도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저희가 회원 단체다보니 10년 20년 후원해주시는 분들 계시더라고요. 그 분들은 활동가들이 가입을 권유한 경우가 많은데요, 그렇게 가입한 회원이 긴 시간 후원하는 동안 그 활동가가 같이 활동하고 있으면 참 좋겠다 싶더라고요. 긴 시간 걸려서 어떤 운동의 성과가 났을때, 그걸 오래 지켜봤고 같이 기뻐할 수 있는 회원과 활동가가 있으면 좋겠다, 멋있겠다 싶더라고요.
– 신 : 그럼 그런 게 내 미래의 모습 중 후보로 있는 거에요?
– 휘 : 한 단체에 오래 있으면서 후배 활동가들 오면 화이팅 많이 해 주고싶고 그래요.
– 신 : 그렇지만 뭔가 더 재밌고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굳이 참지는 않는다?
– 휘 : 그렇죠. 저는 사실 명확한 꿈이 하나 있어요. 이민을 가는 거에요. 한국에서 못살겠다 딱히 그런 건 아닌데, 의료보험 민영화 되면 정말 어디 다른데로 가고 싶어요.
– 신 : 의료 민영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아요?
– 휘 : 그런 거 같아요. 되게 걱정되요. 노후도 안 보이고, 안 행복할 거 같아요.
– 신 : 생존의 위기에 처한 사회라고 보시는 건가요?
– 휘 : 네.
– 신 : 그 문제를 대부분은 어떻게든 돈을 많이 벌어 아파트를 사고 그렇게 풀려고 하잖아요. 하지만 시민단체는 월급이 나오긴 해도 돈이 안될텐데.. 일단 지금 생활은 어때요?
– 휘 : 현재 생활을 딱 유지할 정도예요. 혼자 원룸사는데 주거비가 급여의 4분의 1정도 들고, 나머지는 교통비, 밥, 술 등이에요. 행운이죠. 마이너스는 아닌데 저축을 전혀 안 해서 거의 제로에 가까워요.
– 신 : 혹시 공부하면서 대출 같은 게 있어요?
– 휘 : 아뇨. 그런 건 없어요. 행운이죠.
– 신 : 행운이라고 생각하는 건 왜죠?
– 휘 : 빚이 없으니까요. 또 부모님이 알아서 생활 하시니까, 제가 매달 보태드려야 한다거나 하는 것도 없어요. 부모님 정년퇴직하시고 나면 좀 걱정이 되겠죠. 고정적으로 돈이 나온다고 해도 갑자기 필요할 때가 있을텐데 그럴때 제가 보태드릴 수 없을테니까요.
– 신 : 이민을 간다면 어떻게 살 생각이에요?
– 휘 : 거기서도 노동자로 살겠죠.
– 신 : 학자금대출 등 금전적 문제로 원하는 선택을 못하는 사람이 주변에 많아요?
– 휘 : 모르겠어요. 요즘 주변에 보면 특히 활동가처럼 급여가 적은 사람들은 예를 들면 시에서 만든 희망급여통장 같은 게 있어서 약간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는 거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어중간해서 별로 해당은 안되는데 더 어려운 경우는 약간 혜택이 있는 거 같아요. 단체 활동 하고 싶은데 돈을 벌어야 해서 포기하고 그런 경우는 별로 못 봤어요. 누가 지나가는 말로 그러던데 요즘 취업이 어려워서 단체에 지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도 하더라고요. 일단 진입장벽이 그리 높지 않으니까. 학력 인플레 예전처럼 심하지도 않고. 단체도 되게 많아졌잖아요. 사회적 경제, 마을.. 제가 생각하는 운동 단체 아니어도 단체 형태인데 가서 할 수 있는 게 많으니까 주변에 꽤 많아요.
– 신 : 그건 현재 서울시장의 특징이겠죠? 한시적이라 지속될지는 모를텐데요.
– 휘 : 그렇죠. 바뀌면 또 달라지겠죠. 충분히.
– 신 : 어쩄든 본인은 이 활동을 무조건 지속하겠다는 건 아니고, 미래는 확실히 어떨지는 모르겠다는 거죠.
– 휘 : 지금 삶이 막 나쁘고 그러지는 않는 거 같아요. 경제적 이유로 너무 어렵다거나 그런 건 없어요.
– 신 :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급여는 적다고 생각하시나요?
– 휘 : 네. 한 200만원은 되야 할 거 같아요. 다른 단체에 비해 적은 편은 아니고 비슷한 거 같은데, 충분치는 않아요. 여력만 된다면 많이 주는게 맞다고 봐요.
– 신 : 많이라는 건 기준이 어느 정도일까요?
– 휘 : 음, 중소기업정도?
– 신 : 연봉 한 3천?
– 휘 : 네, 그 정도면 좋을 거 같아요. 그런데 저는 단체도 그렇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급여가 너무 낮다고 생각하거든요. 물가는 올라가는데.. 다 같이 많이 받으면 단체에서 많이 받는 것도 자연스러울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우리 단체만 급여를 올려서 많이 받는다면 그 자체는 좋을 수 있지만, 다른 단체랑 다 같이 상승효과를 가져올지는 모르겠어요. 그렇게 차이가 나면 박탈감 같은 게 생길 수도 있을 거 같아요.
– 신 : 지금 단체 회원들이 활동가 인맥이나 그렇게 계속 쌓여온 거라고 하셨잖아요. 그 방식으로 계속 갈 수 있을 거 같아요?
– 휘 : 아니요. 그게 어렵다고 느낀게, 일단 지인들에게 가입 요청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그 사람이 그만두면 회원들도 같이 나가서 되게 불안정하더라고요. 모르는 사람이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게 제일 좋은 거 같은데 그건 쉽지가 않아요. 홍보 마케팅이라고 할까, 그런 역량이 단체들은 별로 없고, 행동으로 감동을 주고 회원으로 가입하게 만든다는 게 어려운 거 같아요. 정치적 입장을 갖고 만든 단체가 아니지만 4대강 문제 같은 건 정치적으로 연결되잖아요. 그런 얘길 하다보면 더 어려운 거 같아요.
– 신 : 어떤 방법 있을지 생각해본 것 있으세요?
– 휘 : 유명하고 멋지고 선망의 대상이 되는 그런 사람이 나와서 기부하라고 하고 홍보해주고 그런거. 연예인들이 기부하는 거 그냥 하는 거라고 생각해도 단체가 알려지는 게 꽤 되거든요. 팬들도 후원하고. 단시간에 효과를 줄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 신 : 그럼 기부나 모금 쪽으로 투자를 더 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 휘 : 그런 활동가를 뽑으면 되지 않을까요? 업무가 그 쪽인. 제가 느끼기에는 단체들 상황에서 홍보 마케팅 같은데 투자를 하는 게 리스크가 큰 거 같아요. 그런데 활동가가 있고 그 사람의 업무가 그거라면 괜찮을 것 같아요.
– 신 : 지금 스스로 활동가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렇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다면 뭘까요?
– 휘 : 저보다 한 살 많은 친 언니가 있는데 이쪽에 관심이 되게 많았어요. 지금은 해외에 있지만… 환경 뿐 아니고 전체적인 사회문제에 대해 저에게 얘기를 많이 해줬어요. 그때는 관심이 없었는데 한미FTA 즈음이었나, 혼자 데모하러 나갔었는데 이거 되게 무섭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도 집에 있는 것 보다는 관심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해주는 게 좋겠다 싶어서 계속 다녔어요. 그리고 제가 대학에서 조경학과를 나왔는데요, 공원을 만들면서 쓸 사람 생각지도 않고 디자인 하는 거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럴거면 사람들이 직접 참여해서 만들고 그러는게 좋지 않나 하고요. 이용자 중심이죠. 그래서 마을만들기에 관심이 생겼어요. 그러다가 마을 관련 단체를 알게 되서 맨날 따라다니고 그랬어요. 학교 다닐 때도 막연하게 제가 대기업 같은 데에 갈 거라는 생각은 별로 안 했구요. 그러면 할 수 있는 게 단체라든지 그런 쪽이었어요.
– 신 : 요즘은 사회적 기업도 좀 있잖아요.
– 휘 : 그래도 마을에 관심이 많았어요. 마을지원센터 같은거 막 생기기 시작할 때여서 계속 지켜보는데 제가 봤을 때 이해가 잘 안 되는 거에요. 몇몇 잘 된 사례만 계속 양산하려는 느낌이 들어서.
– 신 : 그런데 시민단체는 접해보니까 좀 다르셨던 건가요?
– 휘 : 일단 처음 마을만들기에 관심 생겨서 찾아간 곳이 시민단체였던 거에요. 지금 있는 단체는 마을 쪽이랑은 접점이 별로 없어서 활동이 좀 다르고요. 그래도 저랑 잘 맞는 거 같아요. 다른 단체 활동가들 만나고 네트워킹 하고 그런거 저 되게 좋아해요.
– 신 : 일상적인 업무들은 어때요?
– 휘 : 성명서나 기자회견문 쓰는 거 자체는, 활동가가 완전 전문가는 아니잖아요. 부스터 같은 역할을 하는 건데, 그래서 성명서 같은 건 조심스럽고 부담스러워요. 핵심을 다 알고 있는 것도 아닌데 촉구한다, 좌시하지 않겠다 그런 거 쓰는게. 그래도 나가서 피켓 들고 얘기하고 그런 건 좋아요. 저는 속도감 있는 일이 좋거든요. 근데 그런 건 한달 전에 정해놓고 그러지는 않잖아요.
– 신 : 다른 분들과 역할을 나누면 안 될까요?
– 휘 : 네, 잘 못하겠다고 하면 다른 분이 쓰시고 그렇게 해요.
– 신 : 그래도 처음 활동 시작할 때 교육은 잘 받으신 거 같아요?
– 휘 : 네, 사무처 내에서 교육도 했었고. 근데 저는 촌각을 다투는 일을 직접 부딪치면서 배운 경운데, 그게 오히려 더 나은거 같아요. 쓰고 나서 보여드리고 고치고 그러면서. 간단한 퍼포먼스 관련 보도자료였고, 기자회견문은 썼는데 회견이 취소되서 못 나갔어요. 다행이었죠. 일단 쓰는 경험을 했으니까. 언론사 전체에 나가는 건데 미숙한 저의 글이 단체에 대한 평가가 될까봐 조심스러웠어요.
성명서는 조심스럽고 부담스러워요.
핵심을 다 알고 있는 것도 아닌데
촉구한다, 좌시하지 않겠다는 표현을 쓰는 것도.
– 신 : 그러면 단체에서는 충분히 지원하고 교육해줬지만, 일 자체의 성격이 본인에게는 부담이었다는 거네요.
– 휘 : 네. 기자회견문 쓰고 앞에 나가서 연설하고 그런거를 전문 기자분 모셔다 교육시켜주신 적도 있어요. 활동가들이 필요하다고 요구해서 해주셨어요. 교육에 대해서는 되게 아낌없이 해주려고 하세요.
– 신 : 그냥 해, 우리도 배워서 한 적 없어 그런 적은 없어요?
– 휘 : 그러진 않아요. 가끔 농담삼아 그런 말이 나올때는 있지만. 그러면 또 지금이 옛날이냐고 받아치고 그래요. 얼마 전에 활동가들의 처우에 대해서 연대체에서 설문조사를 했는데, 재밌는 게 있었어요. 만족도 조사에서 특정 항목에 40대 이상은 다 만족, 이하는 다 불만족 이렇게 확 나뉘는 게 종종 있더라고요.
– 신 : 그 이유에 대해 이야기 나눴어요?
– 휘 : 그땐 그냥 웃고 넘어갔어요. 제 느낌에는 어쨌든 십 몇년 활동한 분들은 험한 세월 많이 겪고 넘어왔으니까 이정도면 다닐만하지 않냐 그런 생각인 거 같아요. 저 또래나 젊은 사람들은 단체를 직장으로 보면 초과근무도 많고 주말에 행사도 많아서요. 대체휴일 잘 쓰게 해주긴 해도 그 밖에 해줄 수 있는 게 없잖아요. 그러니까 불만족스러울 수 있고.
– 신 : 본인은 어떤 입장이에요?
– 휘 : 저는 활동이 직장은 아니라는 생각은 하는데, 아직 정립은 잘 안되었어요. 제가 맨날 주위에 물어봐요. 활동가는 노동자에요? 그럼 노조 만들겠다고. 근데 또 무조건 그렇지도 않은 거 같고. 일단 급여를 받고 일을 하면 노동자는 맞는데, 활동가가 곧 노동자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사측이랄 게 명확히 없고, 결정권자들이 개별 사정을 안봐주는 것도 아니어서요. 회사에선 집에 김장하러 간다면 미쳤다 할건데 여기선 봐주기도 하니까. 그런게 참 판단하기가 복잡해요. 한편으론 그렇게 양해해주는게 보상 같은 느낌이어서, 급여로 해줄 수 없는 걸 다른 걸로 보상하는 느낌도 있어요. 한번은 근무시간을 줄여달라고 제안을 한 적이 있어요. 급여도 올려달라고 하고. 그랬더니 두 가지가 충돌할 수 있으니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시는거에요. 저는 그게 이해가 안되더라고요. 거기서 또 그런 느낌이 왔어요. 여기는 직장이라고 생각하면 직장이 아닌거 같고, 아니라고 생각하면 또 직장 같고.
– 신 : 근무시간 줄이자고 제안한 이유는 뭐에요?
– 휘 : 9시부터 6시까지 사무실에 나와있는다고 다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토요일 쉰다고 해서 오롯이 자기를 위해 시간을 보내지 못할 때도 많잖아요. 월요일에 기자회견 잡히면 주말에 퍼포먼스 생각하고 그러고 있는거죠. 그럴거면 차라리 하루 빼서 다른거 하더라도 자기 시간 있고, 재택근무하고 그런 걸 보장해달라는 거였어요. 근데 아직 부정적이시더라고요. 그냥 한번 해보자고 했는데도 거부반응이 확 오더라고요.
– 신 : 좀 신기하네요. 김장하러 가는 건 되는데 근무시간은 왜 건드리면 안되는지. 그게 합리적인 판단일까요, 이면에 뭔가 생각할 부분이 있는걸까요?
– 휘 : 만약에 10시-7시로 일을 한다, 그런게 기정사실화 되면 집행위나 회원 등 사정을 잘 모르는 쪽에서는 일 안하는 걸로 보일 수 있다는 게 아닐까요?
– 신 : 그런 말을 들으셨어요? 아니면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 휘 : 그냥 제 생각에요.
– 신 : 실제 그런 설명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9시에 사무실에 전화했는데 아무도 안 받는다거나 하면 문제가 된다든지.
– 휘 : 그 시간에 전화 잘 안오던데.. 요즘은 시도때도 없이 카톡방 올라오고, 주말에도 자료 올리고 집회 나가고 그래야 하잖아요. 그걸 대휴로 처리하자고 하면 또 부정적이고… 그런 얘기를 여러 명 있을때 하면 안된다고 하는데, 1대1로 얘기하면 해줄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선배들은 자기와 조직을 대입시켜서 그렇게 판단하는 거 같아요. 공식적으로 허용해주면 다 쉰다고 해버릴까봐 걱정되는건지…
– 신 : 어쩌면 노조 만들고 협상하고 그렇게 공식적으로 하면 양쪽 다 잃을 게 있을 수도 있네요.
– 휘 : 그럴 수 있죠. 정말 칼같이 하면 활동가들 각각의 입장에서도 불리한 면도 있을거에요.
– 신 : 근태관리는 안하죠?
– 휘 : 해요. 종이에 매일 써요. 대부분 9시에 잘 나와요. 저 빼고. 저는 도저히 안되서 10시-7시로 바꿨어요.
– 신 : 출근시간이 꽤 이른 편이네요. 활동가들은 저녁에 일이 많아서 오전에 힘들어들 하던데.
– 휘 : 저희는 되게 잘 나와요. 원래 지각하면 패널티가 있었어요. 그런데 저희가 그건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문제제기해서 결국 없애는 걸로 했어요. 문제제기 하면 대체로 잘 들어주세요. 개인적 사정으로 10시 출근으로 변경하는 건 내규에 있어서, 운영위에 보고하고 저만 바꿨어요. 사실 다 같이 바꿨으면 해서 요구했는데 그건 안 들어주셔서 저만 요청해서 바꾼 거에요. 그래도 회의 있는 날은 엄청 일찍 오지만 그런다고 일찍 퇴근하는 건 아니에요. 유연하게 하자고 하니까 그건 또 안된다고 하시더라고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오고 가야 한대요. 서로가 알아야지 매일 다른 시간에 오면 누가 언제 오는지 어떻게 아냐고. 제가 보니까 만약에 열 명 중에 여덟 명이 다 이렇게 하자, 하면 할 거 같아요. 근데 서너명이 하자고 하고 나머지는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 하고 있으면 안된다고 해요.
– 신 : 근본적으로 보수적인 판단을 하는 거네요. 하자 하지말자가 나눠져 있으면 일단 하지 않는 쪽을 택하는 거니까. 조직의 속성일지, 내부 사람들의 어떤 경험에서 나온 건지 궁금하네요.
– 휘 : 그건 잘 모르겠어요.
– 신 : 마지막으로, 혹시 지금 활동하는 데 있어서 좀 중요한 영향을 줬다거나 그런 공부 같은게 있다면 뭐라고 생각해요? 꼭 책이라야 하는 건 아니고, 현재의 삶을 사는데 영향을 줬거나 지금 힘을 주는 거. 다른 활동가들과 만나서 술 마시는거라도?
– 휘 : 네, 활동가들과 술 마시는 거 그거 힘이 되요. 왜 하지말라면 더 하고 싶은거 있잖아요. 부모님이 저 활동하는 거 되게 싫어해요. 그리고 오래 사귄 남자친구도 아주 싫어하는데, 주위의 반대가 더 저를 불타게 하는 게 있어요. 저희 집이 좀 보수적이라, 그리 좋게 보시지는 않아서요. 언젠가는 가족들을 좀 바꿔보리라 그런 생각도 하고요.
– 신 : 그렇게 반대해도 이게 좋다는 생각하시는거에요?
– 휘 : 그런거 보다는 일단 사회가 이상하고 잘못된 게 많다는 걸 안 이상은 그냥 돌아서기 힘든 마음이 있고요, 페이스북으로 친구들이 공유해주는 글이나 정보 같은 거 보면 재밌는 거 많은데, 활동하면서 재미난 것도 할 수 있고, 돈도 벌수 있고 그래서 아직은 괜찮아요. 좋은 거 같아요. 책은… ‘하이라인 스토리’이라는 책을 되게 재밌게 봤어요. 인터뷰처럼 구성된 책인데, 그걸 보고 뜻 맞는 사람들끼리 뭔가를 도모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 신 : 그 책은 왜 읽으셨어요?
– 휘 : 학교 수업에서 읽었어요. 전공이라 봤는데, 재밌더라고요.
– 신 : 어떤 내용이에요?
– 휘 : 좋은 일을 멋있게 해요. 그걸 또 혼자 하는게 아니고. 좋은 사람들을 좋은 일을 위해 만나는 것 자체가, 이 일이 끝나고 다른 걸 하더라도 그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것 자체가 좋다는 생각을 했어요. 같은 꿈을 꾸는 사람을 만나는 게 쉽지 않잖아요. 보면 어딘가는 도와주는 사람도 있고. 로비라는 거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활동가가 로비스트까지는 아니지만 협상력을 가지고 사회가 좋은 결정을 하도록 돕는 거 멋진 일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결국 결정은 사람들이 하는 거잖아요. 그걸 돕는 중요한 역할을 내가 하면 좋겠다는 생각 했어요.
활동가가 협상력을 가지고
사회가 좋은 결정을 하도록 돕는 것은 멋진 일이라는 생각해
– 신 : 롤모델 같은 건가요?
– 휘 : 네. 사실 책의 주인공들도 원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이었어요. 각자 자기 삶이 있는. 그런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운동까진 아닐지라도 사회활동하는게 멋있었어요.
– 신 : 앞으로도 어쨌든 활동가로서 살아갈 가능성이 높아 보이네요. 맞을까요?
– 휘 : 네. 근데 잘 모르겠어요. 지금은 이렇지만.
– 신 : 환경단체여야 한다거나 생태주의에 몰입하거나 그런 건 아니신거죠?
– 휘 : 네, 전혀. 그리고 저는 제가 바꾼다고 생각은 안하고,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서 응원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응원할 대상이 제 동료 활동가가 될수도 있고, 제가 모르는 다른 시민일 수도 있어요. 활동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고 그냥 문제의식을 느끼는 시민이라면 그게 더 멋있을 거 같아요.
– 신 : 본인이 생각하는 활동가의 상이 그런 건가요? 지금 활동이 그 과정이라고 생각하시고요?
– 휘 : 네. 저는 제가 나서서 뭔가 하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하는게 좋아요. <끝>
#환경운동 #서울 #신비 #장상미 #환경단체
– 신비(이하, 신) : 지금까지 어떤 활동을 하셔서 현재 일을 하고 계신거에요?
– 휘휘호호(이하, 휘) : 2014년에 처음 단체에 들어갔는데, 공원에 나무 심는 단체였어요. 거기서 1년 반 정도 하다가 2015년 8월에 환경단체로 옮기고 지금까지 일을 하고 있어요. 단체 들어가기 전에는 거의 학교에만 있었고, 정규직으로 사회 활동을 한 건 거기가 처음이었어요.
– 신 : 첫 단체에서는 급여를 받는 상근활동가였어요?
– 휘 : 네. 원래 상근자는 한 명 있었어요. 제가 환경 관련 학과를 나와서 시민참여나 공원관리 같은데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처음 단체 생기면서 자원봉사자 뽑을 때 참여해서 계속 활동하다가, 2014년에 활동이 좀 안착하면서 상근자를 뽑는다기에 지원하게 된 거에요.
– 신 : 1년 정도 활동하면서 재밌으셨어요?
– 휘 : 네, 처음엔 되게 재밌었는데요, 그냥 매일 시간되면 가서 작업복 갈아입고 해질 때까지 일 하고 내려와서 집에 가는 그 땀 흘리면서 일하는, 말그대로 노동이라는게 뭔지 어렴풋이 낭만적으로 느꼈는데, 그게 매일 계속되니까 되게 힘들더라고요. 몸이 일단 힘드니까 하기 싫어지는 거에요. 국장님이 엄청 헌신적이고 열심이신데 거기 못 따라 간다는 생각 하니까 더 힘들더라고요. 맨날 산에 가 있으니까 밖에서 누구 오면 되게 반갑고.. 그런게 쌓여서 나중엔 못하겠다고 말씀 드렸죠.
– 신 : 이직을 하신게 아니고 일단 그만두신거네요. 그 다음엔 어떻게 하셨어요?
– 휘 : 한 두 달 놀고 있는데 지금 단체에서 연락이 왔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단체가 오래되고 위계도 있고 그랬어요. 이전에 한두 번 가봤을 때는 되게 회사 같은 느낌이었고요. 아, 안되겠다 싶어서 처음에는 자신 없다고, 이전 단체에서 맨날 풀만 벴지 단체에서 하는 일 잘 모른다고 말했는데 그래도 해보라고 하셔서 갔어요. 가니까 되게 다르긴 하더라고요. 일단 사람도 많고, 그 사이에 있는 갈등까지는 아니지만 미묘한 관계들도 있고 그러더라고요. 이전에는 전혀 몰랐던..
– 신 : 제안을 받았으니 일단 가 보신거에요, 아니면 전부터 그런 단체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계셨어요?
– 휘 : 단체 활동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마음은 계속 있었는데 그게 그 단체일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어요.
– 신 : 그러면 준비를 해서 원하는 단체를 찾아 가실 생각으로 있다가 제안을 받으신거네요.
– 휘 : 네.
– 신 : 그래서 다시 1년 반. 지금은 어떠세요? 재미있으세요?
– 휘 : 네. 지금은 또래는 아니지만 어쨌든 같이 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되게 좋아요. 결정을 하는 권한을 가진 국장님이나 처장님도 뭔가 해보겠다고 하면 일단 해보라고 하시는 편이니까. ‘아 그거 왜 하냐고, 품 드는데’ 이런 스타일이 아니어서 좋아요.
– 신 : 그런 스타일도 경험하신 거에요?
– 휘 : 그건 아닌데, 저희 팀장님은 안그렇지만 다른 팀에는 그런 걸 안 좋아하는 분도 계셔서..
– 신 : 다른 팀의 그 활동가는 왜 그런 걸 안 좋아하는지 이해는 좀 하셨어요? 아니면 별로 모르겠어요?
– 휘 : 직접 토론한 게 아니라서 당시에는 이해를 잘 못했는데, 어느 날 무슨 얘길 하다가 성과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어렴풋이 느낄 수가 있었어요. 과정의 재미라든지 우리끼리 뭔가 얻는 것도 중요할테지만 그거보다는 일단 뭘 하고 나면 성과를 남겨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이 있는게 아닐까 하고. 저야 뭐 재밌는 사람 찾아서 잘못되도 그냥 같이 하는 거 자체가 좋은데, 저 보다 더 많이 운동하고 그런 분들은 이미 그런 시기를 지나서 이게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을 하시는건가 싶었죠.
– 신 : 직접 묻지 못하셨어요?
– 휘 : 음, 단체 분위기가 대화가 자연스러운 문화는 아니에요. 뭔가 껄끄러운 문제가 생기거나 하면 조금 정적이 흐르다가 넘어간다거나..
– 신 :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 휘 : 얘기했을 때 잘 안풀리면 업무하기 껄끄럽고, 계속 요청을 주고받아야 하는데 자기 것만 딱 할 수 없잖아요. 그런 게 아닐까요? 그리고 개인 성격도 있겠죠. 저같은 경우에는 일단은 귀찮고, 단체에 친구 사귀려고 온 건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밖에 나가면 만날 수 있는 친구도 많은데 업무시간에 서로 왜 그랬냐 얘기하고 풀어주고 그러는게 좀 피곤하다고 해야 하나.. 저는 좀 그런 거 같아요. 다른 분들은 어떤지 잘 모르겠어요.
– 신 : 기존 활동을 오래 했던 분들은 일단 거기서 멈추고 술마시면서 푸는 경우가 많잖아요.
– 휘 : 아, 그건 있어요. 저희도 술 되게 많이 먹어요. 술먹는 거 저도 좋아해서 마시고 얘기하고 그러긴 해요. 하지만 어떤 사건이 있었던 그 지점에 대해서 다시 얘기하고 푸는 그런 술자리는 별로 없어요. 제가 가지는 술자리는요. 그게 제 성격과 연결되는 거 같긴 해요. 끄집어 내서 얘기하고 그런 편 아니에요.
– 신 : 아까 같이 의논하고 일하고 그럴 동료가 많아져서 좋다고 하셨잖아요. 그것도 그렇게 깊이 들어가는 건 아니고,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고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그런 정도의 관계인거에요? 아니면 좀 더 동료로서 더 애착이 있으신건지.
– 휘 : 동료로서 애착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저는 걔네들이 다 잘되었으면 좋겠어요. 잘 했으면 좋겠고.
– 신 : 그럼 아까 그 얘기는 선배와의 관계에 대한 거에요?
– 휘 : 네, 그렇죠.
– 신 : 나름의 경계가 좀 있네요. 그걸 세대라는 식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 휘 : 그런데 세대라는 말이 좀 맞지 않다고 느끼는게.. 나이가 어린데도 직급이 부장이나 팀장이면 그 마인드가 되버리더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그 자리가 만든 책임감 그런게 있더라고요. 이걸 세대로 말하는 게 맞을까 싶어요. 그런 건 세대의 문제가 아닌 거 같아요.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랑 하는 얘기가, 운동은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라고. 짬이 진짜 중요한 거 같아요. 경험치.
– 신 : 그럼 좀 다르게 표현해서, 경험이 많으면 대체로 그런 양상을 보여요?
– 휘 : 그것도 좀 다른 거 같아요. 제가 느끼기에는 자기가 이 운동을 하는 이유가 명확하고 그게 자신만을 위한 게 아니라면 세대나 연차에 상관없이 열려있고, 역동적이고 변화하려고 하더라고요. 익숙해진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계속 변하려고 하고.. 시대 흐름에 같이 가려고 노력하고. 그런데 활동을 개인적인 것으로 보고 직장으로 봐서 안주해버리는 애매한 연차 활동가 중에는 태도가, 뭘 하려고 하면 ‘굳이 왜 쓸데없이 품을 들이니?’ 그런 경우가 있어요.
– 신 : 그럼 종합해보면, 직급이나 연차가 좀 생기고 이 시스템에서 깊이 들어가면 안주하는 경향은 나오는데, 그래도 개인차는 있다. 그런 거네요.
– 휘 : 네.
– 신 : 안주하려고 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느끼세요? 아니면 그래도 대체로는 변화하려고 하시는지.
– 휘 : 대체로는 노력하시는 거 같아요. 약간 있지, 대부분은 그렇지 않아요.
– 신 : 그럼 여긴 왜 다 이래, 이런 느낌은 아니네요.
– 휘 : 네, 전혀 아니에요.
– 신 : 그럼 그 점이 활동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건가요?
– 휘 : 네. 막 싫다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운동을 하는 이유가 명확하고 그게 자신만을 위한 게 아니라면
세대나 연차에 상관없이 열려있고, 역동적이고 변화하려고 해요.
– 신 : 전에 했던 활동이랑 완전 다르잖아요. 이곳에서의 활동 자체는 어때요? 아무래도 서류나 회의나 그런게 많을텐데.
– 휘 : 가끔 그런 생각 들때 있어요. 몸쓰는 활동은 몸쓰면 그냥 끝인데, 회의나 서류는 제 이름이 남아있는 거잖아요. 그런 데서 오는 조심스러운 느낌이나 부담 같은 거요. 그 현장에 없었던 분들은 자료만 보고 판단하는 거잖아요.
– 신 : 예를 들면 어떤 거에요?
– 휘 : 공문 보내는 것도 그렇고 기자회견문이나 보도자료 작성, 현수막 문구 마찬가지에요. 다 그냥 아무렇게나 하는게 아니고 중요하고 알려야 해서 하는 거니까. 그런 안보이는 부담감이 있는 거 같아요.
– 신 : 그래도 의사결정구조가 있어서 모니터링은 같이 하잖아요?
– 휘 : 그래서 무슨 일이든 제가 했어도 스스로 책임지지 못하고 팀장님이나 다른 분들이 책임을 더 많이 지게 되잖아요. 그런 것도 좀 불편해요. 제가 한 일에 대해서 제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근데 저 같은 일개 활동가가 질 수 있는 책임이라는 게 별로 없잖아요. 전에 있던 곳에서도 못하면 혼나는 건 똑같은데 거기서는 나무나 풀한테 미안하면 끝인데, 여기서는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사회적인 파급력이나 단체 내부에 끼치는 영향, 연결고리 같은 게 더 복잡하고 그래요. 사람이 많아서 그런 거 같긴 해요, 제 생각엔.
– 신 : 제가 만난 활동가 중에는 반대의 고민을 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성과든 기획이든 활동가 본인의 것으로 해주지 않고 조직의 것으로 삼는 거 말이에요. 개인의 역할을 표현해주지 않는 걸 부당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렇지는 않아요?
– 휘 : 네, 그렇지는 않아요. 처장님이든 국장님이든 이거 누가 한 거라고 어디 가서 다 얘기해주고 내부에서도 다 알고 있고. 저희 사무실이 칸막이 구분이 안되는 구조예요. 그래서 누가 뭐하는지 조금만 보면 다 알거든요.
– 신 : 그런 면에서는 소통이 되는 분위기인가요?
– 휘 : 소통이 된다기보다는, 일단 젊은 애들이 되게 드세요. 근데 그게 되게 중요한 거 같아요. 알게 모르게 전체 분위기를 몰아가는 게 있어서. 그리고 국장님 처장님이 잘 받아주시는 편이에요. 그게 또 되게 중요한 거 같아요.
– 신 : 드세다는 건 개인들의 특징일까요, 분위기가 만드는 게 있는 걸까요?
– 휘 : 개인들의 특징이죠. 조직이 그걸 또 받아주고.
– 신 : 그렇다면 그런 분들이 모이는 이유가 있을까요? 드센 걸 표현할 수 있는 분들이 모이는 이유.
– 휘 : 그건 모르겠어요. 그 전에 어떤 분들이 계셨는지 잘 몰라서..
– 신 : 다른 단체와 연대하면서 만나는 활동가들은 어때요?
– 휘 : 우리는 술 먹고 잘 놀고 가서 막 아는 척 잘하고 그런 스타일이 많아요. 저도 그렇고. 다른 단체 활동가들 만나서 안지 별로 안되었어요. 최근에 연대체 간사 맡으면서 알게 되었는데, 또래나 신입 활동가 만나보면 다른 직장 다니는 친구들 만날 때와는 다르게 같이 술 마시고 이야기하고 그러면 공감대가 있어서 거기서 오는 재미가 또 있어요.
– 신 : 주변에 또래 활동가는 잘 보이나요?
– 휘 : 보니까 중간 허리가 거의 없더라고요. 아예 신입이거나 아예 고연차거나 해서. 그게 한편으로는, 미래를 생각해보면 자연스러울 수도 있는게 아닌가 싶어요. 활동 3~4년 되면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어느 정도 활동을 알게 되고 나름의 네트워크도 생기고 그러면 좀 더 재밌는 걸 해보고싶을 수도 있죠. 그게 10년차 된 후에 나가서 하는 거랑, 무모한 패기가 있을때 바로 해보는 거랑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3~4년차에 뭔가 해보고 싶은게 있고 나가고 싶고 쉬고 싶은게 있다면 그 결정을 그때 하는게 더 자연스럽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신 : 그런 면에서는 10년 20년 활동하는 분들은 신기하겠어요.
– 휘 : 대단하죠. 그것도 한 단체에서. 아무리 자기 안에 열정과 그런 게 넘쳐도 단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사회나 되게 다이나믹 하잖아요. 그 안에서 자기 역할 못 찾으면 인고의 세월을 견뎌야 되는 거 같은데. 저도 가끔 되게 바쁠 때도 있지만 제가 찾아서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아무 일이 없을 때가 있단 말이에요. 근데 만약에 안 바쁘면서 10년 20년 그런 시간 보내고 그러려면 정말 많이 참아야 할거 같은데… 물론 진짜 바쁘고 엄청 열심히 활동하고 그러면 그 정도 시간은 훌쩍 갈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인내력이 필요할거 같아요.
– 신 : 그렇다면 본인은 꼭 활동을 오래 해야 한다거나 오래 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고, 지금 하는 것에 좀 더 재미나 보람을 느끼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보는 건가요?
– 휘 : 오래 있으면 좋죠. 한 단체에 오래 있을 수 있다면. 저도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저희가 회원 단체다보니 10년 20년 후원해주시는 분들 계시더라고요. 그 분들은 활동가들이 가입을 권유한 경우가 많은데요, 그렇게 가입한 회원이 긴 시간 후원하는 동안 그 활동가가 같이 활동하고 있으면 참 좋겠다 싶더라고요. 긴 시간 걸려서 어떤 운동의 성과가 났을때, 그걸 오래 지켜봤고 같이 기뻐할 수 있는 회원과 활동가가 있으면 좋겠다, 멋있겠다 싶더라고요.
– 신 : 그럼 그런 게 내 미래의 모습 중 후보로 있는 거에요?
– 휘 : 한 단체에 오래 있으면서 후배 활동가들 오면 화이팅 많이 해 주고싶고 그래요.
– 신 : 그렇지만 뭔가 더 재밌고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굳이 참지는 않는다?
– 휘 : 그렇죠. 저는 사실 명확한 꿈이 하나 있어요. 이민을 가는 거에요. 한국에서 못살겠다 딱히 그런 건 아닌데, 의료보험 민영화 되면 정말 어디 다른데로 가고 싶어요.
– 신 : 의료 민영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아요?
– 휘 : 그런 거 같아요. 되게 걱정되요. 노후도 안 보이고, 안 행복할 거 같아요.
– 신 : 생존의 위기에 처한 사회라고 보시는 건가요?
– 휘 : 네.
– 신 : 그 문제를 대부분은 어떻게든 돈을 많이 벌어 아파트를 사고 그렇게 풀려고 하잖아요. 하지만 시민단체는 월급이 나오긴 해도 돈이 안될텐데.. 일단 지금 생활은 어때요?
– 휘 : 현재 생활을 딱 유지할 정도예요. 혼자 원룸사는데 주거비가 급여의 4분의 1정도 들고, 나머지는 교통비, 밥, 술 등이에요. 행운이죠. 마이너스는 아닌데 저축을 전혀 안 해서 거의 제로에 가까워요.
– 신 : 혹시 공부하면서 대출 같은 게 있어요?
– 휘 : 아뇨. 그런 건 없어요. 행운이죠.
– 신 : 행운이라고 생각하는 건 왜죠?
– 휘 : 빚이 없으니까요. 또 부모님이 알아서 생활 하시니까, 제가 매달 보태드려야 한다거나 하는 것도 없어요. 부모님 정년퇴직하시고 나면 좀 걱정이 되겠죠. 고정적으로 돈이 나온다고 해도 갑자기 필요할 때가 있을텐데 그럴때 제가 보태드릴 수 없을테니까요.
– 신 : 이민을 간다면 어떻게 살 생각이에요?
– 휘 : 거기서도 노동자로 살겠죠.
– 신 : 학자금대출 등 금전적 문제로 원하는 선택을 못하는 사람이 주변에 많아요?
– 휘 : 모르겠어요. 요즘 주변에 보면 특히 활동가처럼 급여가 적은 사람들은 예를 들면 시에서 만든 희망급여통장 같은 게 있어서 약간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는 거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어중간해서 별로 해당은 안되는데 더 어려운 경우는 약간 혜택이 있는 거 같아요. 단체 활동 하고 싶은데 돈을 벌어야 해서 포기하고 그런 경우는 별로 못 봤어요. 누가 지나가는 말로 그러던데 요즘 취업이 어려워서 단체에 지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도 하더라고요. 일단 진입장벽이 그리 높지 않으니까. 학력 인플레 예전처럼 심하지도 않고. 단체도 되게 많아졌잖아요. 사회적 경제, 마을.. 제가 생각하는 운동 단체 아니어도 단체 형태인데 가서 할 수 있는 게 많으니까 주변에 꽤 많아요.
– 신 : 그건 현재 서울시장의 특징이겠죠? 한시적이라 지속될지는 모를텐데요.
– 휘 : 그렇죠. 바뀌면 또 달라지겠죠. 충분히.
– 신 : 어쩄든 본인은 이 활동을 무조건 지속하겠다는 건 아니고, 미래는 확실히 어떨지는 모르겠다는 거죠.
– 휘 : 지금 삶이 막 나쁘고 그러지는 않는 거 같아요. 경제적 이유로 너무 어렵다거나 그런 건 없어요.
– 신 :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급여는 적다고 생각하시나요?
– 휘 : 네. 한 200만원은 되야 할 거 같아요. 다른 단체에 비해 적은 편은 아니고 비슷한 거 같은데, 충분치는 않아요. 여력만 된다면 많이 주는게 맞다고 봐요.
– 신 : 많이라는 건 기준이 어느 정도일까요?
– 휘 : 음, 중소기업정도?
– 신 : 연봉 한 3천?
– 휘 : 네, 그 정도면 좋을 거 같아요. 그런데 저는 단체도 그렇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급여가 너무 낮다고 생각하거든요. 물가는 올라가는데.. 다 같이 많이 받으면 단체에서 많이 받는 것도 자연스러울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우리 단체만 급여를 올려서 많이 받는다면 그 자체는 좋을 수 있지만, 다른 단체랑 다 같이 상승효과를 가져올지는 모르겠어요. 그렇게 차이가 나면 박탈감 같은 게 생길 수도 있을 거 같아요.
– 신 : 지금 단체 회원들이 활동가 인맥이나 그렇게 계속 쌓여온 거라고 하셨잖아요. 그 방식으로 계속 갈 수 있을 거 같아요?
– 휘 : 아니요. 그게 어렵다고 느낀게, 일단 지인들에게 가입 요청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그 사람이 그만두면 회원들도 같이 나가서 되게 불안정하더라고요. 모르는 사람이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게 제일 좋은 거 같은데 그건 쉽지가 않아요. 홍보 마케팅이라고 할까, 그런 역량이 단체들은 별로 없고, 행동으로 감동을 주고 회원으로 가입하게 만든다는 게 어려운 거 같아요. 정치적 입장을 갖고 만든 단체가 아니지만 4대강 문제 같은 건 정치적으로 연결되잖아요. 그런 얘길 하다보면 더 어려운 거 같아요.
– 신 : 어떤 방법 있을지 생각해본 것 있으세요?
– 휘 : 유명하고 멋지고 선망의 대상이 되는 그런 사람이 나와서 기부하라고 하고 홍보해주고 그런거. 연예인들이 기부하는 거 그냥 하는 거라고 생각해도 단체가 알려지는 게 꽤 되거든요. 팬들도 후원하고. 단시간에 효과를 줄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 신 : 그럼 기부나 모금 쪽으로 투자를 더 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 휘 : 그런 활동가를 뽑으면 되지 않을까요? 업무가 그 쪽인. 제가 느끼기에는 단체들 상황에서 홍보 마케팅 같은데 투자를 하는 게 리스크가 큰 거 같아요. 그런데 활동가가 있고 그 사람의 업무가 그거라면 괜찮을 것 같아요.
– 신 : 지금 스스로 활동가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렇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다면 뭘까요?
– 휘 : 저보다 한 살 많은 친 언니가 있는데 이쪽에 관심이 되게 많았어요. 지금은 해외에 있지만… 환경 뿐 아니고 전체적인 사회문제에 대해 저에게 얘기를 많이 해줬어요. 그때는 관심이 없었는데 한미FTA 즈음이었나, 혼자 데모하러 나갔었는데 이거 되게 무섭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도 집에 있는 것 보다는 관심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해주는 게 좋겠다 싶어서 계속 다녔어요. 그리고 제가 대학에서 조경학과를 나왔는데요, 공원을 만들면서 쓸 사람 생각지도 않고 디자인 하는 거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럴거면 사람들이 직접 참여해서 만들고 그러는게 좋지 않나 하고요. 이용자 중심이죠. 그래서 마을만들기에 관심이 생겼어요. 그러다가 마을 관련 단체를 알게 되서 맨날 따라다니고 그랬어요. 학교 다닐 때도 막연하게 제가 대기업 같은 데에 갈 거라는 생각은 별로 안 했구요. 그러면 할 수 있는 게 단체라든지 그런 쪽이었어요.
– 신 : 요즘은 사회적 기업도 좀 있잖아요.
– 휘 : 그래도 마을에 관심이 많았어요. 마을지원센터 같은거 막 생기기 시작할 때여서 계속 지켜보는데 제가 봤을 때 이해가 잘 안 되는 거에요. 몇몇 잘 된 사례만 계속 양산하려는 느낌이 들어서.
– 신 : 그런데 시민단체는 접해보니까 좀 다르셨던 건가요?
– 휘 : 일단 처음 마을만들기에 관심 생겨서 찾아간 곳이 시민단체였던 거에요. 지금 있는 단체는 마을 쪽이랑은 접점이 별로 없어서 활동이 좀 다르고요. 그래도 저랑 잘 맞는 거 같아요. 다른 단체 활동가들 만나고 네트워킹 하고 그런거 저 되게 좋아해요.
– 신 : 일상적인 업무들은 어때요?
– 휘 : 성명서나 기자회견문 쓰는 거 자체는, 활동가가 완전 전문가는 아니잖아요. 부스터 같은 역할을 하는 건데, 그래서 성명서 같은 건 조심스럽고 부담스러워요. 핵심을 다 알고 있는 것도 아닌데 촉구한다, 좌시하지 않겠다 그런 거 쓰는게. 그래도 나가서 피켓 들고 얘기하고 그런 건 좋아요. 저는 속도감 있는 일이 좋거든요. 근데 그런 건 한달 전에 정해놓고 그러지는 않잖아요.
– 신 : 다른 분들과 역할을 나누면 안 될까요?
– 휘 : 네, 잘 못하겠다고 하면 다른 분이 쓰시고 그렇게 해요.
– 신 : 그래도 처음 활동 시작할 때 교육은 잘 받으신 거 같아요?
– 휘 : 네, 사무처 내에서 교육도 했었고. 근데 저는 촌각을 다투는 일을 직접 부딪치면서 배운 경운데, 그게 오히려 더 나은거 같아요. 쓰고 나서 보여드리고 고치고 그러면서. 간단한 퍼포먼스 관련 보도자료였고, 기자회견문은 썼는데 회견이 취소되서 못 나갔어요. 다행이었죠. 일단 쓰는 경험을 했으니까. 언론사 전체에 나가는 건데 미숙한 저의 글이 단체에 대한 평가가 될까봐 조심스러웠어요.
성명서는 조심스럽고 부담스러워요.
핵심을 다 알고 있는 것도 아닌데
촉구한다, 좌시하지 않겠다는 표현을 쓰는 것도.
– 신 : 그러면 단체에서는 충분히 지원하고 교육해줬지만, 일 자체의 성격이 본인에게는 부담이었다는 거네요.
– 휘 : 네. 기자회견문 쓰고 앞에 나가서 연설하고 그런거를 전문 기자분 모셔다 교육시켜주신 적도 있어요. 활동가들이 필요하다고 요구해서 해주셨어요. 교육에 대해서는 되게 아낌없이 해주려고 하세요.
– 신 : 그냥 해, 우리도 배워서 한 적 없어 그런 적은 없어요?
– 휘 : 그러진 않아요. 가끔 농담삼아 그런 말이 나올때는 있지만. 그러면 또 지금이 옛날이냐고 받아치고 그래요. 얼마 전에 활동가들의 처우에 대해서 연대체에서 설문조사를 했는데, 재밌는 게 있었어요. 만족도 조사에서 특정 항목에 40대 이상은 다 만족, 이하는 다 불만족 이렇게 확 나뉘는 게 종종 있더라고요.
– 신 : 그 이유에 대해 이야기 나눴어요?
– 휘 : 그땐 그냥 웃고 넘어갔어요. 제 느낌에는 어쨌든 십 몇년 활동한 분들은 험한 세월 많이 겪고 넘어왔으니까 이정도면 다닐만하지 않냐 그런 생각인 거 같아요. 저 또래나 젊은 사람들은 단체를 직장으로 보면 초과근무도 많고 주말에 행사도 많아서요. 대체휴일 잘 쓰게 해주긴 해도 그 밖에 해줄 수 있는 게 없잖아요. 그러니까 불만족스러울 수 있고.
– 신 : 본인은 어떤 입장이에요?
– 휘 : 저는 활동이 직장은 아니라는 생각은 하는데, 아직 정립은 잘 안되었어요. 제가 맨날 주위에 물어봐요. 활동가는 노동자에요? 그럼 노조 만들겠다고. 근데 또 무조건 그렇지도 않은 거 같고. 일단 급여를 받고 일을 하면 노동자는 맞는데, 활동가가 곧 노동자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사측이랄 게 명확히 없고, 결정권자들이 개별 사정을 안봐주는 것도 아니어서요. 회사에선 집에 김장하러 간다면 미쳤다 할건데 여기선 봐주기도 하니까. 그런게 참 판단하기가 복잡해요. 한편으론 그렇게 양해해주는게 보상 같은 느낌이어서, 급여로 해줄 수 없는 걸 다른 걸로 보상하는 느낌도 있어요. 한번은 근무시간을 줄여달라고 제안을 한 적이 있어요. 급여도 올려달라고 하고. 그랬더니 두 가지가 충돌할 수 있으니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시는거에요. 저는 그게 이해가 안되더라고요. 거기서 또 그런 느낌이 왔어요. 여기는 직장이라고 생각하면 직장이 아닌거 같고, 아니라고 생각하면 또 직장 같고.
– 신 : 근무시간 줄이자고 제안한 이유는 뭐에요?
– 휘 : 9시부터 6시까지 사무실에 나와있는다고 다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토요일 쉰다고 해서 오롯이 자기를 위해 시간을 보내지 못할 때도 많잖아요. 월요일에 기자회견 잡히면 주말에 퍼포먼스 생각하고 그러고 있는거죠. 그럴거면 차라리 하루 빼서 다른거 하더라도 자기 시간 있고, 재택근무하고 그런 걸 보장해달라는 거였어요. 근데 아직 부정적이시더라고요. 그냥 한번 해보자고 했는데도 거부반응이 확 오더라고요.
– 신 : 좀 신기하네요. 김장하러 가는 건 되는데 근무시간은 왜 건드리면 안되는지. 그게 합리적인 판단일까요, 이면에 뭔가 생각할 부분이 있는걸까요?
– 휘 : 만약에 10시-7시로 일을 한다, 그런게 기정사실화 되면 집행위나 회원 등 사정을 잘 모르는 쪽에서는 일 안하는 걸로 보일 수 있다는 게 아닐까요?
– 신 : 그런 말을 들으셨어요? 아니면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 휘 : 그냥 제 생각에요.
– 신 : 실제 그런 설명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9시에 사무실에 전화했는데 아무도 안 받는다거나 하면 문제가 된다든지.
– 휘 : 그 시간에 전화 잘 안오던데.. 요즘은 시도때도 없이 카톡방 올라오고, 주말에도 자료 올리고 집회 나가고 그래야 하잖아요. 그걸 대휴로 처리하자고 하면 또 부정적이고… 그런 얘기를 여러 명 있을때 하면 안된다고 하는데, 1대1로 얘기하면 해줄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선배들은 자기와 조직을 대입시켜서 그렇게 판단하는 거 같아요. 공식적으로 허용해주면 다 쉰다고 해버릴까봐 걱정되는건지…
– 신 : 어쩌면 노조 만들고 협상하고 그렇게 공식적으로 하면 양쪽 다 잃을 게 있을 수도 있네요.
– 휘 : 그럴 수 있죠. 정말 칼같이 하면 활동가들 각각의 입장에서도 불리한 면도 있을거에요.
– 신 : 근태관리는 안하죠?
– 휘 : 해요. 종이에 매일 써요. 대부분 9시에 잘 나와요. 저 빼고. 저는 도저히 안되서 10시-7시로 바꿨어요.
– 신 : 출근시간이 꽤 이른 편이네요. 활동가들은 저녁에 일이 많아서 오전에 힘들어들 하던데.
– 휘 : 저희는 되게 잘 나와요. 원래 지각하면 패널티가 있었어요. 그런데 저희가 그건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문제제기해서 결국 없애는 걸로 했어요. 문제제기 하면 대체로 잘 들어주세요. 개인적 사정으로 10시 출근으로 변경하는 건 내규에 있어서, 운영위에 보고하고 저만 바꿨어요. 사실 다 같이 바꿨으면 해서 요구했는데 그건 안 들어주셔서 저만 요청해서 바꾼 거에요. 그래도 회의 있는 날은 엄청 일찍 오지만 그런다고 일찍 퇴근하는 건 아니에요. 유연하게 하자고 하니까 그건 또 안된다고 하시더라고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오고 가야 한대요. 서로가 알아야지 매일 다른 시간에 오면 누가 언제 오는지 어떻게 아냐고. 제가 보니까 만약에 열 명 중에 여덟 명이 다 이렇게 하자, 하면 할 거 같아요. 근데 서너명이 하자고 하고 나머지는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 하고 있으면 안된다고 해요.
– 신 : 근본적으로 보수적인 판단을 하는 거네요. 하자 하지말자가 나눠져 있으면 일단 하지 않는 쪽을 택하는 거니까. 조직의 속성일지, 내부 사람들의 어떤 경험에서 나온 건지 궁금하네요.
– 휘 : 그건 잘 모르겠어요.
– 신 : 마지막으로, 혹시 지금 활동하는 데 있어서 좀 중요한 영향을 줬다거나 그런 공부 같은게 있다면 뭐라고 생각해요? 꼭 책이라야 하는 건 아니고, 현재의 삶을 사는데 영향을 줬거나 지금 힘을 주는 거. 다른 활동가들과 만나서 술 마시는거라도?
– 휘 : 네, 활동가들과 술 마시는 거 그거 힘이 되요. 왜 하지말라면 더 하고 싶은거 있잖아요. 부모님이 저 활동하는 거 되게 싫어해요. 그리고 오래 사귄 남자친구도 아주 싫어하는데, 주위의 반대가 더 저를 불타게 하는 게 있어요. 저희 집이 좀 보수적이라, 그리 좋게 보시지는 않아서요. 언젠가는 가족들을 좀 바꿔보리라 그런 생각도 하고요.
– 신 : 그렇게 반대해도 이게 좋다는 생각하시는거에요?
– 휘 : 그런거 보다는 일단 사회가 이상하고 잘못된 게 많다는 걸 안 이상은 그냥 돌아서기 힘든 마음이 있고요, 페이스북으로 친구들이 공유해주는 글이나 정보 같은 거 보면 재밌는 거 많은데, 활동하면서 재미난 것도 할 수 있고, 돈도 벌수 있고 그래서 아직은 괜찮아요. 좋은 거 같아요. 책은… ‘하이라인 스토리’이라는 책을 되게 재밌게 봤어요. 인터뷰처럼 구성된 책인데, 그걸 보고 뜻 맞는 사람들끼리 뭔가를 도모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 신 : 그 책은 왜 읽으셨어요?
– 휘 : 학교 수업에서 읽었어요. 전공이라 봤는데, 재밌더라고요.
– 신 : 어떤 내용이에요?
– 휘 : 좋은 일을 멋있게 해요. 그걸 또 혼자 하는게 아니고. 좋은 사람들을 좋은 일을 위해 만나는 것 자체가, 이 일이 끝나고 다른 걸 하더라도 그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것 자체가 좋다는 생각을 했어요. 같은 꿈을 꾸는 사람을 만나는 게 쉽지 않잖아요. 보면 어딘가는 도와주는 사람도 있고. 로비라는 거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활동가가 로비스트까지는 아니지만 협상력을 가지고 사회가 좋은 결정을 하도록 돕는 거 멋진 일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결국 결정은 사람들이 하는 거잖아요. 그걸 돕는 중요한 역할을 내가 하면 좋겠다는 생각 했어요.
활동가가 협상력을 가지고
사회가 좋은 결정을 하도록 돕는 것은 멋진 일이라는 생각해
– 신 : 롤모델 같은 건가요?
– 휘 : 네. 사실 책의 주인공들도 원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이었어요. 각자 자기 삶이 있는. 그런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운동까진 아닐지라도 사회활동하는게 멋있었어요.
– 신 : 앞으로도 어쨌든 활동가로서 살아갈 가능성이 높아 보이네요. 맞을까요?
– 휘 : 네. 근데 잘 모르겠어요. 지금은 이렇지만.
– 신 : 환경단체여야 한다거나 생태주의에 몰입하거나 그런 건 아니신거죠?
– 휘 : 네, 전혀. 그리고 저는 제가 바꾼다고 생각은 안하고,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서 응원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응원할 대상이 제 동료 활동가가 될수도 있고, 제가 모르는 다른 시민일 수도 있어요. 활동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고 그냥 문제의식을 느끼는 시민이라면 그게 더 멋있을 거 같아요.
– 신 : 본인이 생각하는 활동가의 상이 그런 건가요? 지금 활동이 그 과정이라고 생각하시고요?
– 휘 : 네. 저는 제가 나서서 뭔가 하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하는게 좋아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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