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활동가인터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농사지으면서 살아가는 마을을 꿈꾸는 최문철


사회적 경제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사회적 농업이라는 말은 아직은 낯설다. 사회적 농업은 사회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에게 건강과 돌봄, 치유, 환경보전 등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농업을 말한다. 문재인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2018년부터 정부 차원의 연구와 모델 개발, 정책사업을 시행 중이다.

충남 홍성의 <꿈이자라는뜰>에서 일하는 최문철씨는 사회적농업에 관한 포럼 자리에서 처음 만났다. 정부의 사회적농업 정책을 놓고 여러 전문가와 현장활동가, 정책담당자가 소통하는 자리였는데 그는 <꿈이자라는뜰>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의 농장에서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농사를 지으면서 그들과 함께 마을에서 살아가는 꿈을 키워가고 있다. 2018년 겨울, 충남 홍성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발달장애 청소년을 위해 온마을이 함께 가꾸어가는 농촌형 배움터와 일터 – 꿈이자라는뜰


<꿈이자라는뜰>은 발달장애 청소년들이 농사 일을 통해 건강한 일꾼으로 성장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공교육 특수교사와 마을 주민교사가 협력하여, 유기농업에 생태교육과 직업교육을 엮은 ‘전인교육과정’을 만들어가고 있지요. 우리는 우리 아이들이 마을이라는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배우고, 익히고, 관계 맺고, 자기 자리를 찾아, 제 몫의 일을 하며,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꿈꿉니다. 우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돕고 배우며 어울려 살아가는 마을을 꿈꿉니다. ( 꿈이자라는뜰 홈페이지 : https://www.greencarefarm.org/ )

* 꿈이자라는뜰 앞에서 최문철님 (출처 : 한국농수산물식품유통공사 블로그)

 

지난 포럼 자리에서 <꿈이자라는뜰>의 이야기를 듣고 꼭 다시 한 번 만나뵙고 싶었습니다. 오늘은 사회적 농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활동가로서 일하시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이나 필요한 지원,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을 여쭤보려고 합니다. 사회적 농업이 의제화되기 훨씬 전인 10년 전부터 활동을 해오신 것으로 아는데 처음 시작은 어떻게 하신거예요? 

처음부터 사회적농업을 생각하고 일을 시작한 건 아니예요. 2009년에 시작할 때는 사회적농업이라는 말도 쓰지 않았죠. 이후에 교육농업, 치유농업, 사회적농업이라는 말이 들리기 시작했는데 우리가 하는 일과 관련있지만 그 단어에 갇힐까봐 조심스럽기도 해요.

지역에서 특수교사로 일하던 선생님들이 발달장애학생들이 일 없이 지내는 게 안타까워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어 하셨어요. 농촌에는 도시처럼 카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공장도 별로 없으니까 농사 일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마을 구성원으로 함께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죠.

당시만 해도 장애인을 고용한 농업으로 돈을 버는 모델은 있었는데 장애인들이 어려서부터 텃밭교육을 받아서 자립적인 텃밭 농장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없었어요. 근데 여기에는 초중고등학교가 가까이  있으니까 농사 교육부터 시작했고, 장애 학생들이 일주일 동안 농장이나 도서관,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경험도 쌓게 하면서 장기적으로 텃밭 농사를 통해 살아갈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온 거죠. 시간이 지나다보니까 저희가 하고 있는 일이 사회적 농업으로 불리기 시작하네요.

 

사회적농업이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 과제 중 하나가 되면서 관심이 높아지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사회적농업 시범사업을 위한 지역도 선정해서 지원하고 했죠. 꿈이자라는뜰도 이러한 사회적농업 정책의 지원을 받고 있나요?

사회적경제나 사회적 일자리처럼 사회적농업도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게 당연한 것처럼 되어있는데요. 궁극적으로는 자립적 공간에서 장애 친구들도 자립하고, 일하는 사람도 자립하고 싶었어요.

여기는 농촌이라서 내 땅은 없지만 저렴하게 농지를 구할 수도 있고, 시간이 지나면 일의 숙련도도 높아질테니 생산성도 자연스럽게 올라가지 않을까 예상했어요. 장애 일꾼들의 부족한 생산성은 마을의 역량으로 채워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장애 일꾼들의 생산성이 생각보다 훨씬 낮았어요. 게다가 빌려쓰던 땅도 중간에 돌려주고 나가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서 완전히 새롭게 다시 시작해야 할 때 힘들고 어려웠어요. 그런 어려움이 있으니 외부 지원은 필요한데 어떤 지원을 어떻게 받느냐가 중요하겠죠.

 

지금, 꿈이자라는뜰은 어떻게 운영하고 있어요?

지금은 마을 분들이 1만원, 2만원씩 매월 후원해줘요. 마을 분들은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는지 다 알고, 일하는 게 눈에 보이니까 굳이 별도의 성과 보고서를 내지 않아도 괜찮아요. 물론 마을 분들을 농장에 초대하거나 편지를 보내는 등 일상적인 활동으로 지역 내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정부 지원은 계획서를 내고 거기에 맞춰서 일을 하고 성과 보고서를 내야 하니까 힘들죠. 사회적으로 필요하고 좋은 일이니까 정부 지원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면 좋겠는데, 지금은 지원받기 위해 별도의 계획을 세우고 성과를 증명해야죠. 그런 일이 우리 구성원들의 자발성과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측면도 있어요. 또 누구는 시범사업에 선정되고 누구는 안되고 그러면 상대적 박탈감도 생기기 때문에 사회적 관계를 망가지게 하는 원인이 된다고도 생각해요.

사회적농업이라면 농업과 연계한 서비스에만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사회적농업에 종사하는 구성원들 사이에 ‘사회적 관계’를 좋아지게 하는 것이 중요한데, 외부 지원이 섬세하지 못하면 그런 관계를 만들기가 쉽지 않아요. 지원사업에서 고민되는 지점이죠.

 

그럼 지금까지 전혀 지원을 받은 적이 없나요? 

중앙정부에서 지원하는 사회적농업 시범사업은 받지는 않았지만 지자체 지원을 받은 적은 있어요. 지원 기관인 홍성군 농업기술센터는 비교적 유연하고 우호적이어서 다른 지원사업보다 수월하긴 했지만 우리에게는 그것도 쉽지 않았어요.

지원금으로 컨테이너와 데크시설 등의 농장 기반시설을 마련하고, 활동가 역량 강화나 농장 설계, 돌봄 농부로서의 성장을 위한 비폭력대화나 퍼머컬쳐 등의 교육프로그램을 했었죠. 워낙 이 분야에 대한 정보가 없다보니까 함께 공부하고, 정보를 나누고, 교류하는 측면에서는 좋았지만 쉬운 과정은 아니었어요. 지원사업비에 인건비를 책정할 수 없으니까 실제 그 일들을 진행하려고 기존 인력의 추가 인건비까지 더 들어가야 했으니까요.

독일의 사례를 들은 적이 있는데 독일은 지원을 하더라도 성과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해요. 이미 사회적으로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을 알고 지원하니까요. 구체적으로는 모르지만 선발 과정도 경쟁을 시키지 않는다고 하더라구요. 우리는 공정성을 이유로 경쟁을 하게 하죠. 아마 1년 안에 예산을 다 털어야하는 우리와 회계기준이 다를 수도 있겠죠.

<꿈이자라는뜰> 농장은 그리 크지도 않은데 땅 주인은 따로 있다. 정부는 땅이나 건축물과 같은 자산에는 지원해주지 않는다. 농장에 컨테이너가 들어선 이유다. 지속가능한 기반을 다지고, 여러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활동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 보다 당장 눈에 보이는 프로젝트에 지원한다. 물론 인건비도 지원해주지 않는다. 정부가 해야 하는 일,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일을 민간이 하고 있는데 인건비는 없다.

 

사회적경제 분야도 그렇고 정부의 지원이 일의 본질을 지원해주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눈에 보이는 사업 중심으로 가다보니까 일의 본질을 놓치게 되는게 아닌가 염려되기도 해요. 만약에 그러한 사회적농업 예산을 실제 설계하고 집행하는 자리에 있다고 하면 어떤 지원을 해주고 싶으세요? 

전 제일 좋은 건 기본소득을 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 다음으로는 우리처럼 사회적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일, 특히 농촌의 일에는 관찰자, 기록자 역할을 할 사람을 보내주면 좋겠어요. 계획을 세울 때 정리해주고, 실행하는 과정을 관찰해주고, 정보를 아카이브하고, 결과도 정리해주는 사람요.

지금은 농부들이 계획서를 쓰고, 농부들이 일을 하고, 농부들이 결과보고서를 쓰잖아요. 낮에는 땅에서 일하고 밤에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해야 해요. 진짜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가 없으니까 계획서에는 잘 될거라고 부풀려서 쓸 수밖에 없어요. 결과보고서도 문제점이나 한계를 정확하게 쓰지 못하죠.

농사 일을 하면서 기록하는 것도 쉽지 않거든요. 우리가 지금 하는 일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려면 과정이 기록되고 공유되어야 하는데 농부들이 이 모든 일을 다 하기에는 어려워요. 일의 과정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사람이 있어서 섬세하고 전 과정을 다른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게 기록하고 공유해 주면 좋겠어요. 그걸 보면서 우리도 가치를 재발견하고 문제점을 개선해가면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겠죠.

마지막으로는 일을 잘 했을 때 나중에 보상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소셜인센티브같은 거겠죠. 그 보상금을 사적으로 쓰는 사람은 거의 없을거예요. 그게 시드머니(Seed Money)가 되는거죠. 농사일은 계획대로 안되는 경우가 많아요. 근데 지원사업 계획대로 맞추다보면 현장 상황이 바뀔 수 있는데 그것에 맞춰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잖아요. 계획서에 적힌대로 해야 하니까요. 시드머니가 생긴다면 새롭고 의미있는 일을 보다 적극적으로 도전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봐요.

 

사업비가 아니라 기록자나 관찰자가 필요하다는 말은 새로운 시각이네요. 생각해보니 특히 농업 분야에서는 그런게 필요할 것 같아요. 일을 도와주기 보다는 함께 있으면서 관찰하고 기록하고 정리하고 공유하는 역할 말이죠.

농업은 일에 집중해야 할 ‘시간’이 필요해요. 밖에 나가서 눈에 보이는 일을 하다보면 끝이 없어요. 노련한 사람은 책상 앞에 앉아 머리와 몸으로 하는 일을 구분하고, 계획서를 쓰고 정리하고 나서 농사 일도 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해가 뜨면 농사 일을 해야 하고 밤에 가서 문서 정리해요. 너무 힘들죠.

돌봄 영역의 일이 기본적으로 그래요. 이 분야는 한도 끝도 없는 영역인 것 같아요. 사람이 누군가를 돌보는 일이… 문서에 적혀진대로 안되죠. 돌봄 과정과 그때그때 마주하는 상황을 기록하기도 힘들죠. 그래서 그런 과정이 기록으로 남아서 그게 의미있게 쓰이고, 다시 현장에서 활용되고, 비슷한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실수를 줄이고 좀 더 일에 집중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시범사업을 하다보면 성공사례 찾기에 바빠요. 근데요. 사실 실패사례도 중요하죠. 실패사례 정리는 스스로 하지 못해요. 누군가가 정리해주면 좋죠. 이 사람이 실패한 이유, 이 일이 잘 안되는 이유를 알아야 성공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거잖아요. 그런 측면에서도 관찰자, 기록자가 필요해요.

 

하시는 일이 농업을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지만 장애문제에 대한 공부도 필요하고, 장애학생과의 관계도 만들어나가야 하고, 더군다나 교육에 대해서도 같이 공부를 해서 쉬운 일은 아니겠네요.

그렇죠. 일반적으로 텃밭교육이라고 하면 농사 일을 알면 되는데, 저희는 장애 문제까지 알아야 하니까 이 분야를 낯설고 어려워해요. 텃밭교사 양성과정도 있는데 여기에 장애가 결합하면 또 달라져요.

다른 지역에서 텃밭교육 받으신 분들이 학교쪽에 요청해서 장애 관련 과정을 만들고 도시농업을 공부한 동료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한 경우가 있었어요. 원예치료사가 농장을 열어서 근처의 복지관과 함께 수업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구요.

 

앞으로 이 분야의 활동을 어떻게 해나가고 싶으세요?

장애와 농촌, 장애와 마을을 연결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당사자인 장애학생의 부모들도 있고 마을 주민들도 있으니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어요.

외국엔 캠프힐 모델이 있는데 장애인 공동체예요. 한 집에 비장애인과 장애인들이 함께 살죠. 이 집에 단기 도우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6개월에서 1년씩 그 집에 거주하면서 일을 하구요. 이러한 집들이 모여서 캠프힐 마을을 이루고 있어요.

우리 공간이 생기고 우리 농장이 생기고 우리 집이 생기면, 여기에 사람들이 캠프힐처럼 일을 하고 쉬고 공부하고 훈련받는 곳이 되면 좋겠어요. 캠프힐은 전 세계에 다 있는데 훌륭한 모델이죠. 젊은이들이 자원봉사자로도 많이 참여하는데 우프에 가면 농사일과 농촌 공동체 일을 골고루 경험하고 오잖아요. 캠프힐에 가면 장애문제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함께 살아보는 경험을 하고 오죠. 인생에서 하기 힘든 경험을 하고 오는 거예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면 좋은 일이 생길 가능성이 많아요.

초창기에는 농장의 자립이 중요했는데 노선을 좀 바꿨어요. 원래 배우고 일하는 농장을 만드는 게 초기 모델이었는데 하다보니까 배우기 어려워하고 농사 일을 잘 못하는 사람들도 사람들도 있더라구요. 일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자연을 만나고 농장을 즐기고 여기 공간에서 사람을 만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이 공간은 장애인이 일하고 배우는 공간을 넘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관계를 맺고 자연을 만날 수 있는 농장으로 변하는거죠.

캠프힐은 장애인을 위해 만들어진 생활공동체이다. 1940년 영국 스코틀랜드 에버딘에서 칼 쾨니히가 설립했는데 현재 100여개의 공동체가 세계 각국에서 운영 중이다. 캠프힐에서는 장애를 가진 아동과 성인들이 상호 보살핌과 존중을 바탕으로 건강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타인과 함께 생활하고, 배우고, 일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일을 한다.

캠프힐에는 빌리져(Villager)라고 하는 캠프힐에 거주하는 장애인이 있고, 캠프힐에서 일하며 거주하는 비장애인 자원봉사자인 코워커(Coworker), 각 집에서 부모역할을 하는 하우스패런츠(House Parents), 작업장을 관리하는 마이스터(Meister)가 함께 살고 있다. SBS에서 2009년에 <희망의 가족공동체, 캠프힐>라는 제목으로 스페셜 다큐를 방송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사회적 농업이라는 말보다는 돌봄농업, 돌봄농부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네요. 

그렇죠. 우리가 최근에 의료생협과도 협력하려고 하는데요. 장애인들 뿐만 아니라 노인들도 여기 와서 좀 쉬고 했으면 좋겠어요. 치매가 있는 어른들도 정원을 가꾸실 수 있으면 좋겠고, 호스피스 병동에 계신 분들도 TV만 보다가 생을 마감하는 게 아니라 자연의 변화, 아이들이 뛰는 모습을 보다가 돌아가시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소위 말하는 취약계층 안에 있는 이주여성이나 청년들도 있구요. 비장애인 중에서도 마음 아픈 사람들도 많죠.

몰입하고 한 곳에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그런 사람들도 찾아오는 농장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일반적으로 치료나 치유를 생각하면 전문가를 만나서 둘이 어떻게 어떻게 해서 풀어질거라 생각하는데… 저는 자연스럽게 어떤 공간이 가지고 있는 기운, 문화, 분위기가 사람들 사이의 녹아들어 있다가 안정감을 주면서 자기를 열고 자기를 증명하는 게 스스로를 돌보고 치유하는 가장 좋은 길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담배가 건강에 해로운 거 다 알아요. 좋은 음식 먹고 운동하면 건강해진다는 것도 다 알지만 안 하잖아요. 건강하게 사는 방법을 몰라서 안하는 게 아니란 말이예요. 같이 좋은 음식을 나눌 수 있는 사람, 함께 운동할 수 있는 사람, 이야기하면서 속내를 드러내도 안전한 사람이 많지 않아서 그런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여기가 그런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여기에 젊은 사람들이 온다고 꼭 뿌리박을 필요는 없어요. 잠시 닻을 내렸다가 그 경험을 가지고 도시에서 살고, 도시에서 살다가 충전이 필요하면 다시 오고 그러면 되죠. 그럴 수 있으려면 여기는 다시 찾아 올 만한 곳이 되어야 하고, 반가이 맞아줄 사람이 머물러 있어야 하죠.




농사가 다 끝난 한 겨울에 <꿈이자라는뜰> 농장 한 켠에 세워진 컨테이너에서 최문철씨를 만났다. 컨테이너 유리창 너머로 말라버린 풀들과 딱딱하게 굳은 땅, 그리고 나지막한 언덕이 보였다. 바람이 불면 한 번의 막힘도 없이 언덕까지 도달할 것 같은 가까운 거리였다.

 

그가 이야기한 꿈,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마을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면서 일하고 서로 돌보면서 계속 살아갈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이곳에 있으면 참 어울리겠다 싶었다. 이 풍경 속에 최문철 활동가의 이야기, 죽음을 앞두고 호스피스 병동에 있는 환자가 TV를 보다가 죽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농작물을 돌보다가, 들판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다가 죽음을 맞이하면 좋겠다는 말이 오버랩되었다. 그래, 그렇게 죽는다면 훨씬 평온하겠다 싶었다.그의 바람이 농장의 나지막한 언덕을 넘어, 홍성 지역을 넘어, 바다를 건너 캠프힐이 시작되었다는 스코틀랜드의 에버딘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

 

** 꿈이자라는뜰에 관한 자세한 소개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문철 활동가는 기록의 어려움을 이야기했지만 홈페이지에는 10년에 가까운 기록들이 잘 남겨져 있다. 

_ 조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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