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을 덜 사용하기 위한 텀블러 사용과 장바구니 이용은 활동일까 아닐까? 개인의 관심과 욕구에서 출발하지만, 실천의 과정과 의미를 타인과 공유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활동일까, 아닐까? 직업적으로 돈을 받고 의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면 활동일까, 아닐까? 요즘엔 지구적 의제를 개인의 일상 속 변화를 통해 조금 덜 무해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 2019년 트렌드 분석을 보니 이제는 친환경이 아니라 ‘필(必)환경’이라고 한다. 이들의 일상적 실천을 무엇이라 정의할 수 있을까? 일회용품을 덜 쓰기 위해 자신을 관찰하고 SNS에서 공유하는 모습, 자연주의 농법으로 키운 노각과 수수를 들고나와 마르쉐에 파는 모습, 우프코리아를 통해 연결된 우퍼들과 노동을 교환하고 자급농의 경험을 나누는 모습, 종합재미상사가 하는 활동이다. 영리, 비영리, 혼자 또는 함께와 무관하게 자신이 살고 싶은 모습으로 사는 것, 그것이 지구와 이웃에 무해한 것, 더 나아가 유익하고 보탬이 되는 것.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삶으로 살고 있는 사람이 주는 감동이 있다. 종합재미상사에서 종합재미농장까지의 여정이 활동과 어떤 연결고리를 가지는지 들어보았다.
- 인터뷰이: 안정화 (종합재미상사)
- 인터뷰어: 시도 (더 이음)
- 인터뷰 날짜: 2019-01-17
‘종합재미상사’가 뭐 하는 곳인지 궁금해요. 재미를 파는 곳인가요?
안녕하세요, 종합재미상사의 안정화입니다. 종합재미상사는 세상의 모든 재미를 취급하는 가상의 회사에요. 종합재미상사의 구성원인 안정화, 김신범 두 사람이 ‘지구에 해를 덜 끼치는 삶’을 살고자 하면서 만나는 재미난 것들을 사람들과 나누고 있습니다. 저희는 스스로 삶의 재미를 만들어내고 일상에서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2014년부터 4년간 겨울에 짝을 잃어버린 외짝 장갑의 새로운 짝을 찾아주는 <장갑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결혼 이후에는 우리가 한 결혼식을 토대로 '작은 결혼식'에 관심 있는 친구들과 <내가 그린 결혼 그림>이라는 대화모임을 만들어봤습니다. 친환경적인 삶, 농사짓는 삶을 고민하며 유럽의 친환경 공동체와 농장을 여행한 이야기를 「우리가 농부로 살 수 있을까」라는 책으로 엮었고, 지금은 삶에 좀 더 큰 변화를 위해 지역에 내려가 <종합재미농장>이라는 이름으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습니다.
2018년 연말 <일회용 플라스틱 없는 연말>이라는 이름으로 2주간 사용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를 사람들과 공유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짝 잃은 장갑을 찾는 <장갑프로젝트> 2017년 초에 청년허브 공간에서 진행했다.
여러 가지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오셨다고 느껴요. 특히 생태, 환경과 관련된 개인적 실천들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계신다고 느끼는데 하고 있는 실천을 무엇이라 정의하세요? 활동이라고 한다면 활동이란 무엇인가요?
인터뷰 요청을 받고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시도는 내 무엇을 보고 활동이란 무엇인지, 나는 활동가인지 질문한 것일까? 고민하다 녹색창 사전에 ‘활동’을 검색해봤어요. 사전에는 ‘몸을 움직여 행동함’이라고 나오더라고요.
사람은 누구나 몸을 움직여 행동하지요. 굳이 ‘활동’이라 이름붙일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봤어요. 정리해 보자면 저는 ‘활동’이라는 것은 자기가 하는 행동과 그 행동의 영향이나 방향성, 목적에 대해 알고 고민하고 계획하고 행동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사실 저는 직업적으로 협동조합에서 활동가로 일하고 있지만 그것을 내 활동가 정체성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는 못하거든요. 저는 아직 제가 ‘협동조합 활동가’라고 생각되지 않아요. 조합에서는 생계를 유지할 수단으로 일하고 있는 것에 가까워서요. ‘운동’으로서 조직의 목적과 방향성을 이루기 위해 무언가를 하지만 그것을 내 이름 앞에 걸고 그 방향성을 향해 충분히 활동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제가 저의 정체성으로 더 크게 가져가고 있는 건 제 짝꿍과 함께 활동하고 있는 ‘종합재미상사’에요. 종합재미상사의 안정화라는 사람으로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그것들을 삶에서 녹여내는 모습들을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종합재미상사 활동을 하는 활동가인가요? 어떤 사람이 활동가일까요?
종합재미상사는 실재하는 조직이 아니라 저희 둘이 만든 가상의 회사니까 사실 활동가라고 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에요. 요즘은 독립활동가라는 말도 나오고 1인활동가라는 말도 하지만 그래도 저에겐 아직 ‘00단체 활동가’라는 말이 좀 더 익숙해요. 활동가라 하면 분명한 대상을 두고 조직을 만들어 그 안에서 활동하는 사람이라는 틀이 있다고나 할까요. 재벌이면 재벌, 무슨 법제도면 법제도. 이렇게 목표와 방법, 대안을 상정해놓고 단체를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알리고 시위를 하고 서명을 받고. 이런 운동 혹은 활동은 지금 이 시점에서도 충분히 역할이 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내 삶에 중요한 것, 나 자신이 변하는 것, 나와 내 주변에 영향을 주는 것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싶어요. 예를 들어, 쓰레기를 줄이는 운동을 하는 누군가가 있는데 공적으로는 캠페인을 하고 법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데 카페에 가서 항상 일회용 컵을 쓴다면 그 사람은 활동가인가요? 쓰레기 줄이는 운동을 하는 회의를 하느라 사람들이 모여 일회용 컵이나 일회용 접시 같은 걸 사용한다면 ‘대의를 위해 이 정도 쓰레기는 어쩔 수 없지.’라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는 건가요?
조직의 큰 목표와 방향성에 동의하지만, 그 안의 사람들이 그와 부합하지 않은 삶을 살 때 조직에 환멸을 느끼게 되거나, 큰 목표를 위해 조직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불합리한 일들이 요구된다고 할 때 운동이나 활동 자체가 의미 없게 느껴질 수도 있죠.
그래서 결국 활동을 한다는 건 조직이나 운동뿐 아니라 자기 삶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저도 불합리한 것들을 눈감고 살아갈 때도 분명 있기는 하지만 그런 것들을 깨닫고 고치고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삶을 관통하는 무언가를 활동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게 아닐까요? 그렇게 삶을 통틀어 노력하는 사람이 활동가였으면 좋겠고요.

* 종합재미농장에서 농사 짓고 있는 안정화님
지금의 활동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해요. 그 활동이 나에게 미친 영향도요.
지금의 활동은 짝꿍과 함께 시작했어요. 저희는 둘 다 환경문제에 관심 있었는데 다행히 둘 다 자기가 생각하는 바를 자기 삶에서 변화로 만들어가는 걸 중요시하는 사람이었어요.
저는 제가 재미있는 걸 발견하고 참여해보는 걸 좋아해요. 근데 친구들한테 이런 거 해봤다, 저런 거 해봤다고 말하면 그런 거 본 적 없다며 어떻게 찾아다니냐고 신기하게 생각하는 거예요. 짝꿍은 뭔가를 하고 싶잖아요? 사람들한테 이야기해서 뚝딱뚝딱 모임을 만들더라고요.
근데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는 그렇게 못한다고 너는 어떻게 그러냐고 말하더라고요. 대부분은 다른 사람들이 다 자기처럼 산다고 생각하고 어쩔 수 없다고 하면서 살잖아요? 저는 좀 더 보여주고 이야기해주고 싶었어요. “이런 것을 만드는 사람도 있어.”,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어.”, “이런 재미난 워크숍이 있어. 너도 참여할 수 있어.”
잘 보이지 않는 친구들을, 활동들을 00하는 재미라는 이름으로 소개하는 것으로 우리의 활동이 시작되었어요. 한참 여러 가지 재미들을 소개한 후에는 저희가 그런 재미들을 만들기 시작했지요. 그래서 세상의 모든 재미를 취급하는 종합재미상사에요.(웃음)
지금은 2기랄까. 다양한 삶의 모양과 재미들을 이야기하다가 지금은 처음부터 저희의 관심사였던 ‘지구에 해를 덜 끼치는 삶’을 실천해보기 위해 농사를 짓는 삶을 시도해보고 있어요. 이런저런 활동을 하면서 제 세계가 좀 더 열린 것도 있었죠. 저는 혼자 사부작사부작하고 다니는 성격이지 사람들하고 같이 뭔가 하려고 하진 않았거든요. 혼자 만들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니 사람들하고 같이 해야 한다는 걸 깨달은 건 꽤 큰일이었죠.
활동하며 어려웠던 점은 없으세요? 내적으로든 외적으로든. 회의감이 들거나 활동을 그만두고 싶을 때요.
‘이런 활동이 개인의 변화나 사회에 무슨 영향이 있나.’ 이런 생각이 들면 힘이 빠지죠.
작년부터 쓰레기 문제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올해 플라스틱 쓰레기 관련해서 뭔가를 해보고 싶었어요. 올해가 가기 전에 뭔가 해보자 싶어 이번 연말에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 없는 연말>이라고 이름 붙이고 짝꿍과 함께 우리가 사용하는 쓰레기, 특히나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봤어요.
사실 둘 다 큰 소비 활동도 없고 한 명은 농사짓는다고 집에 있어서 쓰레기가 별로 안 나온다고 당당하게 생각해왔었거든요. 근데 정말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처음에 짝꿍이 이거 안 쓰는 건 너무 힘들다, 불가능하다고 했을 때 그럼 사용한 걸 찍어서 정리해보자. 우리가 뭘 쓰는지라도 알아보자고 했거든요. 근데 정말 많이 사용해서 나중에는 찍어서 보여주기가 부끄러울 정도였어요. 그리고 사실 사용하고 나중에 깨닫는 경우도 많았어요. 그게 일회용 플라스틱이라고 깊게 생각해 본 적 없는 것들이 주변에 너무 많은 거예요.
2주가 지나 정리해서 개인 SNS에 올리는데 이게 무슨 소용인가 싶었어요. 왜냐면, 우리가 먹거리 자급자족에 대한 지향도 있어 시골 내려와서 농사짓고 있지만 사실 모든 걸 다 만들어 먹을 수는 없거든요. 몇 가지 사 먹는 게 다 비닐 포장, 플라스틱 포장인데 내가 선택을 안 하는 거로는 일반적인 삶이 유지가 안 되는 거에요. 결국 제도나 시스템이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내가 이걸 해서 뭐가 바뀌나 싶고요. 그래서 이런 걸 깨달은 사람들이 조직을 만들어 법과 제도를 바꾸고 사람들에게 보이는 큰 활동들을 해왔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마르쉐 장터에서 종합재미농장의 생산물을 판매하는 중. 레시피도 함께 적어 두었다.
나 혼자만의 노력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특히 플라스틱,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과정의 안타까움은 저도 무척 공감해요. 그럼에도 계속 일상 속 실천을 해나가는 동력은 어디에서 오나요? 활동을 지속하는 동기는 무엇인가요?
그냥 내 삶을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싶은 마음이요. “그래, 니 말 맞아. 그렇지만 어떻게 그렇게 사니?”라고 말하고 눈을 질끈 감기보단 그래도 “이렇게 해볼 수는 있겠지?”라고 해보고 싶은 거예요. ‘지구에 해를 덜 끼치는 삶’을, 결국엔 살아내고 싶은 내 욕망이에요.
지금 우리 지역에 또는 일하는 영역에서 필요한 변화와 그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활동은 무엇일까요?
연관성 혹은 인과관계를 생각하는 능력이 필요한 거 같아요.
내 눈앞에 보이는 문제를 가지고 무언가 활동을 만들다보면 결국은 다 연결되어 있더라고요. 물건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게 문제라 생각해서 물건을 줄이다 보면 내가 왜 이렇게 많은 소비를 해왔는가 고민도 하게 되고, 쓰레기 문제와 연결이 되잖아요. 그럼 어떤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지 왜 그런 쓰레기가 많이 생기는지도 생각하게 되고요.
요즘 친환경 물건이 많아지는데 가끔 찬찬히 보다 보면 의도는 정말 좋은데 어떤 기준에서 어디를 개선하여 친환경적인가 하는 생각도 드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하나의 문제만 바라보고 그것만 해결하는 거죠. 사실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그 문제의 직접적인 원인일지 더 앞쪽일지 모르거든요. 앞 뒤 인과관계와 연관성을 파악하는 능력, 전체를 조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요.

*해마다 작성하는 환경다짐서약서.
요즘 가장 집중하고 있는 생각, 그리고 하고 싶은 일(활동)이 있다면요?
지구에 해를 덜 끼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지금은 지역에 내려와 농사를 짓고 있어요. 농사를 지어 내가 먹을 것을 생산해내고 적게 소비하고 많이 움직이는 삶을 살고 싶은데 쉽지 않아요. 지역에서 산다고 해도 우리의 삶은 자본주의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더라고요.
자연농이라는 방식으로 농사를 시작했지만, 걱정도 욕심도 생기니 어디까지 타협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들고, 경제적인 측면이나 체력적인 측면에서 앞으로도 이 방식으로 계속 해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계속 고민하고 노력해서 이렇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냈으면 좋겠다. 그게 요즘 많이 하는 생각이에요.
#환경 #기후 #생태 #농업 #종합재미상사 #안정화 #시도 #서울
‘종합재미상사’가 뭐 하는 곳인지 궁금해요. 재미를 파는 곳인가요?
안녕하세요, 종합재미상사의 안정화입니다. 종합재미상사는 세상의 모든 재미를 취급하는 가상의 회사에요. 종합재미상사의 구성원인 안정화, 김신범 두 사람이 ‘지구에 해를 덜 끼치는 삶’을 살고자 하면서 만나는 재미난 것들을 사람들과 나누고 있습니다. 저희는 스스로 삶의 재미를 만들어내고 일상에서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2014년부터 4년간 겨울에 짝을 잃어버린 외짝 장갑의 새로운 짝을 찾아주는 <장갑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결혼 이후에는 우리가 한 결혼식을 토대로 '작은 결혼식'에 관심 있는 친구들과 <내가 그린 결혼 그림>이라는 대화모임을 만들어봤습니다. 친환경적인 삶, 농사짓는 삶을 고민하며 유럽의 친환경 공동체와 농장을 여행한 이야기를 「우리가 농부로 살 수 있을까」라는 책으로 엮었고, 지금은 삶에 좀 더 큰 변화를 위해 지역에 내려가 <종합재미농장>이라는 이름으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습니다.
2018년 연말 <일회용 플라스틱 없는 연말>이라는 이름으로 2주간 사용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를 사람들과 공유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짝 잃은 장갑을 찾는 <장갑프로젝트> 2017년 초에 청년허브 공간에서 진행했다.
여러 가지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오셨다고 느껴요. 특히 생태, 환경과 관련된 개인적 실천들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계신다고 느끼는데 하고 있는 실천을 무엇이라 정의하세요? 활동이라고 한다면 활동이란 무엇인가요?
인터뷰 요청을 받고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시도는 내 무엇을 보고 활동이란 무엇인지, 나는 활동가인지 질문한 것일까? 고민하다 녹색창 사전에 ‘활동’을 검색해봤어요. 사전에는 ‘몸을 움직여 행동함’이라고 나오더라고요.
사람은 누구나 몸을 움직여 행동하지요. 굳이 ‘활동’이라 이름붙일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봤어요. 정리해 보자면 저는 ‘활동’이라는 것은 자기가 하는 행동과 그 행동의 영향이나 방향성, 목적에 대해 알고 고민하고 계획하고 행동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사실 저는 직업적으로 협동조합에서 활동가로 일하고 있지만 그것을 내 활동가 정체성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는 못하거든요. 저는 아직 제가 ‘협동조합 활동가’라고 생각되지 않아요. 조합에서는 생계를 유지할 수단으로 일하고 있는 것에 가까워서요. ‘운동’으로서 조직의 목적과 방향성을 이루기 위해 무언가를 하지만 그것을 내 이름 앞에 걸고 그 방향성을 향해 충분히 활동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제가 저의 정체성으로 더 크게 가져가고 있는 건 제 짝꿍과 함께 활동하고 있는 ‘종합재미상사’에요. 종합재미상사의 안정화라는 사람으로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그것들을 삶에서 녹여내는 모습들을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종합재미상사 활동을 하는 활동가인가요? 어떤 사람이 활동가일까요?
종합재미상사는 실재하는 조직이 아니라 저희 둘이 만든 가상의 회사니까 사실 활동가라고 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에요. 요즘은 독립활동가라는 말도 나오고 1인활동가라는 말도 하지만 그래도 저에겐 아직 ‘00단체 활동가’라는 말이 좀 더 익숙해요. 활동가라 하면 분명한 대상을 두고 조직을 만들어 그 안에서 활동하는 사람이라는 틀이 있다고나 할까요. 재벌이면 재벌, 무슨 법제도면 법제도. 이렇게 목표와 방법, 대안을 상정해놓고 단체를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알리고 시위를 하고 서명을 받고. 이런 운동 혹은 활동은 지금 이 시점에서도 충분히 역할이 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내 삶에 중요한 것, 나 자신이 변하는 것, 나와 내 주변에 영향을 주는 것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싶어요. 예를 들어, 쓰레기를 줄이는 운동을 하는 누군가가 있는데 공적으로는 캠페인을 하고 법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데 카페에 가서 항상 일회용 컵을 쓴다면 그 사람은 활동가인가요? 쓰레기 줄이는 운동을 하는 회의를 하느라 사람들이 모여 일회용 컵이나 일회용 접시 같은 걸 사용한다면 ‘대의를 위해 이 정도 쓰레기는 어쩔 수 없지.’라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는 건가요?
조직의 큰 목표와 방향성에 동의하지만, 그 안의 사람들이 그와 부합하지 않은 삶을 살 때 조직에 환멸을 느끼게 되거나, 큰 목표를 위해 조직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불합리한 일들이 요구된다고 할 때 운동이나 활동 자체가 의미 없게 느껴질 수도 있죠.
그래서 결국 활동을 한다는 건 조직이나 운동뿐 아니라 자기 삶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저도 불합리한 것들을 눈감고 살아갈 때도 분명 있기는 하지만 그런 것들을 깨닫고 고치고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삶을 관통하는 무언가를 활동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게 아닐까요? 그렇게 삶을 통틀어 노력하는 사람이 활동가였으면 좋겠고요.
* 종합재미농장에서 농사 짓고 있는 안정화님
지금의 활동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해요. 그 활동이 나에게 미친 영향도요.
지금의 활동은 짝꿍과 함께 시작했어요. 저희는 둘 다 환경문제에 관심 있었는데 다행히 둘 다 자기가 생각하는 바를 자기 삶에서 변화로 만들어가는 걸 중요시하는 사람이었어요.
저는 제가 재미있는 걸 발견하고 참여해보는 걸 좋아해요. 근데 친구들한테 이런 거 해봤다, 저런 거 해봤다고 말하면 그런 거 본 적 없다며 어떻게 찾아다니냐고 신기하게 생각하는 거예요. 짝꿍은 뭔가를 하고 싶잖아요? 사람들한테 이야기해서 뚝딱뚝딱 모임을 만들더라고요.
근데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는 그렇게 못한다고 너는 어떻게 그러냐고 말하더라고요. 대부분은 다른 사람들이 다 자기처럼 산다고 생각하고 어쩔 수 없다고 하면서 살잖아요? 저는 좀 더 보여주고 이야기해주고 싶었어요. “이런 것을 만드는 사람도 있어.”,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어.”, “이런 재미난 워크숍이 있어. 너도 참여할 수 있어.”
잘 보이지 않는 친구들을, 활동들을 00하는 재미라는 이름으로 소개하는 것으로 우리의 활동이 시작되었어요. 한참 여러 가지 재미들을 소개한 후에는 저희가 그런 재미들을 만들기 시작했지요. 그래서 세상의 모든 재미를 취급하는 종합재미상사에요.(웃음)
지금은 2기랄까. 다양한 삶의 모양과 재미들을 이야기하다가 지금은 처음부터 저희의 관심사였던 ‘지구에 해를 덜 끼치는 삶’을 실천해보기 위해 농사를 짓는 삶을 시도해보고 있어요. 이런저런 활동을 하면서 제 세계가 좀 더 열린 것도 있었죠. 저는 혼자 사부작사부작하고 다니는 성격이지 사람들하고 같이 뭔가 하려고 하진 않았거든요. 혼자 만들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니 사람들하고 같이 해야 한다는 걸 깨달은 건 꽤 큰일이었죠.
활동하며 어려웠던 점은 없으세요? 내적으로든 외적으로든. 회의감이 들거나 활동을 그만두고 싶을 때요.
‘이런 활동이 개인의 변화나 사회에 무슨 영향이 있나.’ 이런 생각이 들면 힘이 빠지죠.
작년부터 쓰레기 문제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올해 플라스틱 쓰레기 관련해서 뭔가를 해보고 싶었어요. 올해가 가기 전에 뭔가 해보자 싶어 이번 연말에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 없는 연말>이라고 이름 붙이고 짝꿍과 함께 우리가 사용하는 쓰레기, 특히나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봤어요.
사실 둘 다 큰 소비 활동도 없고 한 명은 농사짓는다고 집에 있어서 쓰레기가 별로 안 나온다고 당당하게 생각해왔었거든요. 근데 정말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처음에 짝꿍이 이거 안 쓰는 건 너무 힘들다, 불가능하다고 했을 때 그럼 사용한 걸 찍어서 정리해보자. 우리가 뭘 쓰는지라도 알아보자고 했거든요. 근데 정말 많이 사용해서 나중에는 찍어서 보여주기가 부끄러울 정도였어요. 그리고 사실 사용하고 나중에 깨닫는 경우도 많았어요. 그게 일회용 플라스틱이라고 깊게 생각해 본 적 없는 것들이 주변에 너무 많은 거예요.
2주가 지나 정리해서 개인 SNS에 올리는데 이게 무슨 소용인가 싶었어요. 왜냐면, 우리가 먹거리 자급자족에 대한 지향도 있어 시골 내려와서 농사짓고 있지만 사실 모든 걸 다 만들어 먹을 수는 없거든요. 몇 가지 사 먹는 게 다 비닐 포장, 플라스틱 포장인데 내가 선택을 안 하는 거로는 일반적인 삶이 유지가 안 되는 거에요. 결국 제도나 시스템이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내가 이걸 해서 뭐가 바뀌나 싶고요. 그래서 이런 걸 깨달은 사람들이 조직을 만들어 법과 제도를 바꾸고 사람들에게 보이는 큰 활동들을 해왔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마르쉐 장터에서 종합재미농장의 생산물을 판매하는 중. 레시피도 함께 적어 두었다.
나 혼자만의 노력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특히 플라스틱,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과정의 안타까움은 저도 무척 공감해요. 그럼에도 계속 일상 속 실천을 해나가는 동력은 어디에서 오나요? 활동을 지속하는 동기는 무엇인가요?
그냥 내 삶을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싶은 마음이요. “그래, 니 말 맞아. 그렇지만 어떻게 그렇게 사니?”라고 말하고 눈을 질끈 감기보단 그래도 “이렇게 해볼 수는 있겠지?”라고 해보고 싶은 거예요. ‘지구에 해를 덜 끼치는 삶’을, 결국엔 살아내고 싶은 내 욕망이에요.
지금 우리 지역에 또는 일하는 영역에서 필요한 변화와 그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활동은 무엇일까요?
연관성 혹은 인과관계를 생각하는 능력이 필요한 거 같아요.
내 눈앞에 보이는 문제를 가지고 무언가 활동을 만들다보면 결국은 다 연결되어 있더라고요. 물건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게 문제라 생각해서 물건을 줄이다 보면 내가 왜 이렇게 많은 소비를 해왔는가 고민도 하게 되고, 쓰레기 문제와 연결이 되잖아요. 그럼 어떤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지 왜 그런 쓰레기가 많이 생기는지도 생각하게 되고요.
요즘 친환경 물건이 많아지는데 가끔 찬찬히 보다 보면 의도는 정말 좋은데 어떤 기준에서 어디를 개선하여 친환경적인가 하는 생각도 드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하나의 문제만 바라보고 그것만 해결하는 거죠. 사실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그 문제의 직접적인 원인일지 더 앞쪽일지 모르거든요. 앞 뒤 인과관계와 연관성을 파악하는 능력, 전체를 조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요.
*해마다 작성하는 환경다짐서약서.
요즘 가장 집중하고 있는 생각, 그리고 하고 싶은 일(활동)이 있다면요?
지구에 해를 덜 끼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지금은 지역에 내려와 농사를 짓고 있어요. 농사를 지어 내가 먹을 것을 생산해내고 적게 소비하고 많이 움직이는 삶을 살고 싶은데 쉽지 않아요. 지역에서 산다고 해도 우리의 삶은 자본주의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더라고요.
자연농이라는 방식으로 농사를 시작했지만, 걱정도 욕심도 생기니 어디까지 타협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들고, 경제적인 측면이나 체력적인 측면에서 앞으로도 이 방식으로 계속 해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계속 고민하고 노력해서 이렇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냈으면 좋겠다. 그게 요즘 많이 하는 생각이에요.
#환경 #기후 #생태 #농업 #종합재미상사 #안정화 #시도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