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누구와의 만남]사람들의 사랑을 모아 꼭 필요한 곳에 제대로 전달하는 사람 –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정문선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에게 정말 필요한 것을 전해줄 줄 아는 사람이 되라’


모금가로 첫발을 내딛는 그녀에게 주어진 미션. 가능할까? 모금에 대해 무지한 덕분에 무모한 도전을 시작할 수 있었다. 6년 후, 복지관 개소식에 화분을 사갈지 화장지를 사갈지 고민하는 사람(정확한 표현을 하자면 바로 ‘나’)에게 ‘저는 후원금을 내려고 해요.’라며 지혜로운 조언을 해준다. 수많은 청년들이 좌절하고 방황하는 대한민국이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희망’이 필요한 곳엔 ‘희망’을, ‘용기’가 필요한 사람에겐 ‘용기’를 전하며 모금가의 길을 가고 있는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정문선 대리를 만났다.

 

‘사람들의 사랑을 모아 꼭 필요한 곳에 제대로 전달하는 사람’

 

유난히 공부가 하기 싫었던 고3 어느 날, 신문에서 본 기사 하나에 ‘나도 대학생이 되면 해외자원봉사를 할 수 있겠지?’ 생각했다던 정문선은 대학에 합격하자 마자 기사에서 본 한마음한몸운동본부를 찾았다. 첫 여름 방학을 국제자원활동 프로그램인 ‘띠앗누리’에 참가를 시작으로 대학생활 4년 동안 띠앗누리 스태프, 행정자원봉사와 캠퍼스 캠페인을 주도하면서도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 입사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 졸업을 앞두고 일하는 분들의 모습이 ‘행복’해 보여 NGO에서 일하기로 결심했다. 마음이 전해졌는지 그 해 처음으로 생긴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국제협력팀 인턴으로 선발되어 6개월 동안 일하는 기회를 얻었다.

 

2010년 2월 공채로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 정식으로 입사하게 되었는데요. 자원개발부 모금담당자로 배치를 받게 되었어요. 그날 신부님께서 저에게 해 주신 말씀이예요.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참 중요하구나’ 하고 생각했죠.


‘사람들의 사랑을 모아 꼭 필요한 곳에 제대로 전달하는 사람’ 모금가에 대해 이처럼 쉽고 명확한 정의가 있을까? 신부님은 오랫동안 보아온 정문선에게서 모금가의 자질을 발견하고 훌륭한 모금가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런 미션을 내렸다 보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서 일하게 된지도 벌써 7년, 모금 담당자로 출발했던 정문선은 이제 모금가로서 마음과 자세를 스스로 들여다 보면서 팀과 전체 조직을 볼 줄 아는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기부자와 기증자를 이해하기 위해 제3자의 입장에서 단체를 바라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정문선에게 좀 더 특별한 ‘생애첫기부’ – 시작, 깨달음, 성장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기억에 남거나 특별한 의미가 있는 프로젝트가 있는지 물었더니 망설임 없이 ‘생애첫기부’를 꼽았다. ‘생애첫기부’라…… 다른 NGO나 비영리 재단에서도 많이 하고 있는 이 후원프로그램이 정문선에겐 어떤 특별한 의미를 가질까 궁금했다. 정문선은 시작. 깨달음. 성장 세가지 키워드로 그 특별함을 이야기 한다.

 

‘생애첫기부’는 제가 입사하고 모금가로 처음 맡은 프로젝트예요. 그리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기부자와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인연이 시작되기에 저와 단체에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죠. 아이의 백일, 돌을 맞아 잔치 대신 기부를 선택한 가족들, 돌잔치에서 받은 선물들을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 받는 다른 아이들에게 선물하는 분들의 마음과 사연 하나 하나가 저희에게도 정말 소중해요. 그래서 더 정성을 다해 그분들을 맞이합니다. 백일을 맞아 기부를 시작한 아이의 돌에 축하메시지를 보내고 생일 때마다 메시지를 보내면서 소중한 ‘첫기부’를 우리가 기억하고 있다는 걸 전해드리고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가려고 노력해요.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생애첫기부’는 2008년 돌잔치에서 받은 반지를 기부한 가족에서 시작되어 매년 600가족 이상이 참여하고 있는 후원프로그램이다. 기부금 전달을 위해 아이와 부모가 직접 본부로 방문하는 번거로움이 있기도 하지만 후원 분야에 대한 소개와 기부자의 기부금이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한 상담을 받을 수 있어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방문을 권하고 있다. 

1:1 결연은 아니지만 국내의 난치병 아이들 치료비를 지원하거나 지구촌 아프리카·아시아 아이들 돕기로 후원분야를 선택할 수 있다. 상담을 받은 부모들은 집에서 충분한 상의 후에 분야를 결정하고 아이가 자라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후원분야를 바꾸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기부금 전달식과 함께 진행되는 기념사진 촬영은 기부자가족들에게 아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촬영한 사진은 홈페이지 게재는 물론 기부자에게 모두 보내주는데 사진을 받은 부모들은 인터넷 블로그나 카페, SNS를 통해 지인들과 자신의 기부 경험을 나누고 기부프로그램을 소개하기도 한다. 단순히 ‘누구를 도왔다.’ 는 자랑이 아니라 가족의 사연과 ‘베풂’과 ‘나눔’의 의미를 배우게 되었다는 기부자들의 진솔한 글은 주변 사람들을 새로운 기부자로 참여하게 한다. 기부자가 모금가의 역할을 해주는 아름답고 감사한 순간이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 홈페이지 http://obos.or.kr/)


모금가 정문선에게 ‘생애첫기부’는 ‘깨달음’의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모금담당자로 제가 ‘생애첫기부’를 맡고 나서 기부자가 30명에서 400명으로 늘어났어요. 그런데 아무도 칭찬을 안 해주는 거예요. 처음엔 너무 서운했죠. 그런데 단체에서 걱정하는 건 ‘과연 이 돈이 제대로 쓰일 수 있을까’ 였어요. 배분역량을 넘어서는 모금은 오히려 그 사업을 망칠 수도 있다는 거예요. 우리 조직의 실정과 규모에 맞는 모금을 하는 사람이 진짜 모금가라는 걸 깨닫게 해주려고 하셨던 거죠. 무조건 많이 모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저에게는 좀 충격적인 결과였지만 모금가의 진정한 역할에 대해 확실히 인지하게 되었어요.


정문선에게 특별했던 이 경험이 나에겐 모금을 하는 조직이 가져야 할 진정성과 윤리성,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확고한 신념이 모금가의 가치 형성과 기부자의 신뢰도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그때 정문선이 칭찬을 받았더라면……’ 

모금가 정문선과 ‘생애첫기부’는 함께 성장하고 있다. ‘생애첫기부’를 통해 만난 기부자들과 오랫동안 관계를 맺으면서 자연스럽게 지속 가능한 기부구조가 형성되면서 ‘생애주기별기부’가 탄생했다. 기부의 즐거움을 경험한 많은 가족들이 아이의 생일 때마다 기부를 위해 지금도 정문선을 찾는다고 한다.

 

모금 담당자로 일하는 동안 7번 만난 가족이 있어요. 반가운 얼굴, 반가운 목소리가 가득한 만남이 계속 되고 있죠. 아픈 사연이 있었던 가족들을 다시 만나게 될 때는 더 반갑고 기뻐요. 우리가 아이의 자라는 모습을 보고 함께 기뻐하듯 기부자들도 우리가 해나가는 일들을 지켜보고 함께 한다는 점에서 ‘생애주기별기부’는 후원자와 우리 단체를 동시에 성장시키지 않나 생각해요.


성장의 에너지는 2014년부터 ‘생애주기별기부’ 후원자 예우프로그램인 부모교육으로 이어진다.

 

‘생애첫기부’가 5년 되던 해에 총 2,000가족이 참여하였어요. 기부자와 단체가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어왔듯이 후원자들간의 만남의 시간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같은 마음을 가진 분들이 함께 나눔 교육을 받으면 더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 같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부모교육은 ‘자존감’, ‘가족나눔교육’, ‘감각통합교육’, ‘나눔&교육’을 주제로 4주 동안 진행이 되는데요, 나눔과 자녀 교육 분야의 전문가가 직접 강의를 합니다.

나눔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행복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선 먼저 부모가 행복해야 하잖아요. 그 바탕이 되는 ‘부모의 자존감 확립’을 쉽고 친근하게 접근하고 싶었어요.

‘나누미네 티타임’이라 이름 짓고 교육을 일반 강의실이 아닌 나눔 카페 ‘허그인’에서 진행하는 건 오신 분들이 편안한 공간에서 온전히 쉼과 소통을 함께 누릴 수 있게 해주고 싶어서 입니다. 3시간의 교육을 받고 행복한 모습으로 돌아가는 가족들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껴요. ‘정문선, 참 잘했다.’ 고 제가 저를 칭찬하면서도 더 잘 해나가야겠다는 책임감도 커지네요.


참가자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다른 기부자 가족들을 만나고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기부자-기부자, 기부자-단체의 관계가 단단해지고 친근감을 넘어 소속감을 갖게 된다고 한다. 단체의 입장에서도 기부자들의 조언을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그만둘 리가 없을 듯하다.

 

배움과 나눔을 위해 오늘도 공부한다

 

기부자들을 위한 예우프로그램으로 교육을 택한 건 평소 배움을 통해 정문선 스스로 모금가로서의 성장과 변화를 체험했기 때문이다. 모금가들 사이에서 정문선은 열심히 공부하는 모금가로 알려져 있다. 모금전문가학교를 시작으로 모금 스터디, 포럼과 컨퍼런스, CFRE(Certified Fund Raising Executive 국제공인모금전문가) 교육까지 끊임없이 공부하는 그녀에게 도대체 왜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는지 이유를 물었다.

 

일하면서 만나는 기부자들에게 진정한 나눔의 가치를 배운다면, 모금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던 제가 기부자를 배려하는 마음을 갖고 전정성 있는 모금가로 조금씩 변할 수 있게 도와준 건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그 동안 만났던 모금가들과 교육 덕분에 변화하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즐거움도 있어요. 모든 강의가 저에겐 큰 힘이 되었지만 나눔의 의미와 모금가에게도 자존감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전성실(나눔교육연구회 대표)선생님과 모금가는 모금뿐 아니라 조직 전체를 살피고 긴급상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걸 가르쳐 준 김현수(대한민국 1호 CFRE) 선생님의 강의에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고맙게도 정문선의 배움은 개인의 배움에서 끝나지 않는다. 모금교육에서 배운 내용을 잘 정리해 두었다가 도움을 요청하는 모금가들과 공유하고 새롭게 얻은 모금관련 자료들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보내주기도 한다. 모금가가 아닌 내가 현장 모금가들이 ‘모금 윤리’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하는 자리인 ‘모금윤리 스터디’에 참여하고, 모금단체에서 조차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기부보험의 현실과 해결방안’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특별 세미나를 접할 수 있던 것도 정문선의 배움과 나눔에 대한 열정과 배려덕분이다. 

한 단체의 모금전문가로 일하면서 같은 길을 가고 있는 모금가들을 위해 교육을 기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은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이런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 모금교육기획자로서의 정문선의 활약은 그래서 더욱 빛난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행복한 모금가를 꿈꾼다.

 

모금가들은 영리기업의 영업사원 못지 않게 많은 사람을 만난다. 정문선도 참 많은 기부자와 기증자, 자원봉사자, 모금가들을 만났다. 그녀에게 기부자들과의 만남은 어떤 의미일까? 가끔은 거절을 당하기도 하고, 때로는 상처를 받고 자존감이 떨어지는 순간도 있지만 툴툴 털고 일어선다. 오히려 모금가로서 아름다운 나눔의 향기를 전하는 역할에 감사하고 힘을 얻는다고 했다.

 

저희 단체의 기부자중에는 매일 매일 5천원을 기부하는 기초수급대상자도 있고 난치병을 앓고 있으면서 난치병 아이를 위해 후원을 하는 분도 있어요. 모금가로서 돈의 액수도 중요하지만 그 분들이 전해주는 나눔의 가치는 정말 소중하고 큰 힘이 됩니다. 저도 그 가치를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 마음을 다하게 되고요.

 


‘만약 이 일을 하지 않았다면 제가 어떻게 이런 분들을 만날 수 있었을까요?’ 라고 되묻는 정문선의 말에 기부자를 향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다. 모금가에게 던지는 공식 질문 ‘정문선에게 모금이란?’ 질문에 ‘모금은 세상을 움직이는 부드러운 힘’이라 답했다. 세상을 움직이는 부드러운 힘은 모금가 정문선의 또 다른 이름 같다.

누군가는 작은 돈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작은 돈이 당장 세상을 바꿀 수 없더라도 나눔의 가치와 울림이 제대로 전해질 때 사람을 변화시키고 세상도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것을. 지금 하는 일이 ‘진짜 행복한 일’이라고 소신 있게 말하는 정문선. 그녀의 꿈은 ‘행복한 모금가’다. 한 조직의 리더이든 자원 봉사자이든 중요하지 않지만 자신의 행복도 찾을 줄 아는 모금가로 살고 싶다고 한다.

모든 모금가가 정문선처럼 행복한 건 아니다. 정문선 역시 모든 모금프로젝트를 성공한 건 아니다. 설령 지금까지 별탈 없이 지내왔다고 해도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멀고 어떤 어려움과 위기가 나타날 지 예측할 수도 없다. 그리고 젊은 모금가 한 사람의 성장을 위해 조직과 리더가 전폭적인 지지를 해주는 단체도 흔하지 않다.

현장모금가들이 얼마나 힘들고 열악한 상황에서 일하는지도 안다. 누군가 ‘모금가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는 거 아니냐’ 비판한다면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순간, 어디선가 모금가를 꿈꾸는 청년들이 있다면 모금가 정문선을 꼭 한번 만나보라고 당부하고 싶다. 끊임없는 도전, 따뜻한 참여, 세상을 향한 관심을 가져달라는 그녀의 조언을 함께 전하며.


글쓴이 : 이경원
누구나 한번쯤은 살아보고 싶어하는 서울-지리산-통영을 오가며 나름대로 일과 삶의 균형을 지켜나가고 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지만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면서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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