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누구와의 만남]개와 고양이를 돌보는 그림작가 이민경

우리의 만남은 거대한 담론(談論)을 위한 것이 아니다. 단지, 평범한 시민이 일상생활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방식과 과정에 대해 조금 길게 이야기를 나누려는 것이다. 누군가는 공감할 것인고 누군가는 반대의 뜻을 표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나눈 소소한 주제에 애정의 눈길을 보내 주었으면 하는 욕심을 부려본다.

 

‘그녀의 동물사랑은 이효리 못지 않게 심각한(?) 수준이다. 열 마리의 개와 고양이 세 마리가 그녀의 가족, 그리고 길에 버려진 고양이와 개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주인을 찾으러 온 동네를 누비고 다니며 반드시 찾아주고야 만다.’ -<통영 느리게 걷기 : 통영에서 만난 사람 중에서>


몇 년 전, 통영에서의 생활을 소개하는 책을 쓰면서 ‘유기견의 빅마마’로 그녀를 소개한 적이 있다. 개와 고양이를 키운다는 말을 듣고 그저 오타쿠 기질이 다분한 그림작가의 흔한 취미 정도로 생각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작업실을 찾았을 때, 말 그대로 완전 개판(!)이었던 당황스러운 광경이 아직도 기억난다. 누구와의 만남 여섯 번째 누구는 개와 고양이를 돌보는 그림작가 이민경이다.


더 늘어난 가족12+15, 여전히 빅마마


이민경은 여전했다. 통영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 좋은 집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사랑하는 반려동물들을 돌보며 지낸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외출이 자유롭지 못하지만 가뭄에 콩 나듯 그림도 그리고 제철 재료로 매끼 식사를 준비하며 맛있게 살고 있다.

이 정도면 도시의 삶에 찌든 사람들이 모두 부러워할 지역에서의 여유로운 생활이지만 실상은 Oh My God! 이다.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통영으로 내려올 때 데려온 멍이 두 마리와 냥이 세 마리가 지금은 멍이 열 두 마리와 냥이 열다섯 마리가 되어 있었다. 3년 전의 당황스러움은 애교수준이다. 이번엔 아예 집안으로 들어갈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이러니 매일 밤 개와 고양이들에게 침대를 내 줄 수 밖에……’ 버려진 개와 고양이를 데려와 키우고, 가끔 지인들이 여행을 떠나거나 할 때 맡아서 돌봐주는 건 놀랍지도 않지만 어쩌다 이지경(?)까지 되었냐고 물었다.

 

냥이는 얼마 전에 새끼고양이 세 마리가 태어나는 바람에 열다섯 마리가 되었는데 저도 이렇게 많아질 줄은 꿈에도 몰랐지요.ㅎㅎㅎ 데려온 아이도 있고, 입양한 아이도 있고, 그냥 들어온 아이도 있고, 그냥 가져다 안기고 가버린 아이도 있고, 우리 집에 와서 태어난 아이도 있고요. 중성화 수술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우리 집에서 태어난 아이들 빼고는 일곱 마리가 길냥이 출신입니다.

임신한 걸 모르고 유기견 센터에서 입양해 온 멍이가 집에 데려온 지 한달 만에 새끼를 여섯 마리 낳았는데, 견종(犬種)이 발바리다보니 겨우 한 녀석만 입양되고 나머지는 그대로 우리 집에 남게 되었어요. 거기에 옆집에서 불쌍하게 살고 있던 아이, 내가 맡아주지 않으면 안락사 시켜야 한다던 아이, 길에 풀어놔 버릴 거라는 아이, 이사가면서 버리고 간 아이, 한번 안아나 보라더니 그냥 그대로 덜컥 안겨주고 가버린 아이도 있고요.

어쩌겠어요. 내가 데려오지 않으면, 키우지 않으면 당장 죽을지도 모르는데…… 그냥 둘 수 없잖아요. 그래도 그나마 잘 자라주면 고마운데 길거리에 버려져 면역이 약해진 상태에서 못 먹고, 병에 걸린 아이들은 데리고 와도 하루를 못 버티고 떠나버릴 때도 있어요. 그 땐 정말 너무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죠.


사료, 용품은 물론이고 병원, 호텔, 보험업까지 등장하면서 반려동물 시장규모는 커지고 있다고 하는데 버려지거나 학대당하는 동물들의 수도 갈수록 많아진다고 하니 정말 이상한 현실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 발표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버려진 반려동물의 수는 평균 9만3467마리, 지난해만 8만 마리의 유기동물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런 기사를 접할 때면 이민경, 그리고 또 다른 이민경들이 하고 있는 일들이 반려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유기동물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그들은 언제까지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반, 포기 반의 심정이 되고 만다. ‘사람 살기도 힘든 세상인데 도둑고양이를 돕는다고?’ 이민경은 요즘 매일 밤 검정봉지를 들고 집을 나선다. ‘심야의 밥셔틀’

 

처음엔 길고양이들 밥 주는 것에 자신이 없어서 지인들이 길고양이들에게 밥 주는 걸 보면서도 ‘난 못할 거야’ 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작년 봄에 우리 집과 옆 집 담장 틈 사이로 두 달이 될까 말까한 새끼고양이 3남매가 숨어들어왔는데 이 녀석들이 제법 길고양이 티를 내며 나를 경계하는 바람에 곧장 집안으로 들이지는 못하고 집 바깥쪽에 밥을 놓아두길 시작했죠. 문제는 이 밥을 이 꼬마들만 먹는 게 아니라 근처에 사는 다른 길고양이들도 모여 들어 먹고 간다는 걸 알아버렸다는 거예요. 그래서 밥을 좀 더 놓아두게 되고, 조금 더 멀리 한군데 더 놓게 되고, 그러다 또 한군데 더 놓게 되고. 그렇게 시작되어 버렸어요. ㅎㅎㅎ


1년이 넘게 계속되고 있는 심야의 밥셔틀은 한 사건을 계기로 일이 더 커져버렸다. 작년 10월, 이민경이 주는 밥을 먹던 새끼고양이들이 6~7개월령이 되어 중성화 수술을 시키러 병원에 갔다가 한 마리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미안함과 걱정으로 보름이 넘게 밤마다 찾으러 다녔지만 결국 찾지 못했는데 그 때 골목 골목마다 눈에 들어오는 길고양이들이 너무 안타까웠다고 한다. 그래서 고양이를 찾으러 갈 때마다 사료를 가지고 다니면서 길고양이들이 보이면 조금씩 주기 시작했고 언제부턴가 장소와 시간을 정해 길고양이들에게 일정한 양의 밥을 주게 된 것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몇 년 동안 하고 계신 분들에 비하면 말도 꺼내기 창피할 정도예요. 게다가 난 아주 약간은 사심을 가지고 시작했어요. 이렇게 내가 다른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면, 어디선가 길을 잃고 길고양이가 되어있을 내 고양이에게도 누군가가 밥을 주지 않을까 하는 그런……


사심이면 어떻고 흑심이면 어떤가, 어느 골목에서 쓰레기봉지를 뜯거나 누군가의 집 담을 넘는 비행고양이가 될 뻔한 길고양이들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고 있지 않은가.

 

비 오는 날에도 나를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이 있어요. 멀리서부터 냥냥 거리며 달려오는 녀석도 있고 봉지밥을 냉큼 입에 물고 새끼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녀석도 있고요. 그런 모습들이 눈에 자꾸 보이니 쉽게 멈출 수가 없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까지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줄 수 있을 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분명 능력의 한계는 올 것이고 능력치를 웃도는 일을 할만큼 큰 그릇의 사람도 아니거든요.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만 해도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합리화시키는 보통의 평범한 사람, 어찌 보면 꽤 비겁한 사람일 수도 있구요.


비겁이라니! 지금 당장, 길고양이들을 돌보는 일을 멈춘다고 해도 아무도 그녀를 탓할 수 없다. 무엇보다 쉽게 이 일을 그만두지 못할 거라는 걸 안다. 그래서 나는 말해주고 싶었다. ‘힘들 땐 조금 비겁해도 된다고.’

나는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더구나 길고양이는 더더욱 피하고 싶은 존재였다. 골목 어딘가에서 불쑥 튀어나와 깜짝 놀라게 하고, 자동차 밑에 들어가 꼼짝도 않고 앉아있는 통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경험도 있고, 그리고 빤히 쳐다보는 눈도 무서웠다. 그래서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일명 ‘캣맘’들을 볼 때마다 고양이를 향한 지나친 애정의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이민경과 나는 정반대의 사람이다. 그래서 이민경의 활동에 더 관심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고양이는 생각보다 무서운 애들이 아니예요. 괜히 눈빛이며 굉음 따윌 내는 바람에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거죠. 인간에게서 위협을 느끼지 않으면 먼저 공격하는 일은 없거든요. 억지로 좋아할 것까진 없지만 겁먹을 필요도 없습니다. 알고 보면 굉장히 허술하고 웃기고 귀엽답니다. 전국의 많은 캣맘들이 길고양이들을 살찌우겠다고 밥을 주는 것만은 아니에요. 밥을 제대로 먹으면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쓰레기 봉투를 찢을 일이 없어지겠죠. 당연히 동네 골목이나 공원도 깨끗해지겠죠. 이건 제가 1년 동안 느낀 작은 변화이기도 하답니다. 길고양이들과 친해지면 중성화수술을 시키는 캣맘들도 있어요. 늘어나는 길고양이 개체수를 걱정만 할게 아니라 할 수 있는 일들을 스스로 찾는 거죠. 그러니 너무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지 말아주세요.^^


누군가는 이민경에게 ‘사람들도 살기 힘든데 도둑고양이를 돕는다’고 나무라기도 하고 유기동물들은 빨리 사라져야 하는데 왜 자꾸 우리 앞에 나오게 하냐고 곱지 않는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올해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샀던 용인 캣맘 벽돌 사망, 유기동물 불법포획 유통 같은 반려동물을 둘러싼 사건, 사고들이 전해질 때마다 유기동물 보호를 위한 호소문과 서명운동이 쏟아져 나오지만 반대의견이 만만치 않은 것도 이런 맥락이 아닐까? 인간과 동물은 소유와 종속의 관계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관계라는 신념이 있기에 이민경은 아직까진 이런 따가운 눈총에 의연하다.

부족한 셈 능력과 초긍정 마인드, 그리고 고마운 사람들


길고양이들에게 주는 사료가 하루에 5kg, 한 달이면 150kg. ‘언제 이렇게 양이 많아졌지?’하며 스스로 놀란다. 빠듯한 생활비를 쪼개 이 모든걸 혼자서 감당한다는 건 무리다. 길고양이뿐 아니라 그녀에겐 27마리의 식솔이 집에 또 있지 않은가.

 

당연히 경제적인 압박감이 있죠. 계속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요. 음… 때때로 ‘난 전생에 개장수가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그때 지은 죄가 너무 많아서 이번 생에서나마 조금이라도 갚으라고 인간으로 태어난 걸지도 모른다고. 농담이지만 그럼에도 나름, 진지하기도 합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셈 능력이 부족한데다 ‘은행의 모든 돈이 내 돈이다’라는 이상한 초긍정 마인드가 있나봐요.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대책없음도 거들고 있고. 감사하게도 좋은 분들이 가끔 우리동네 길고양이들 주라고 사료나 캔을 보내주시기도 해요.


다행히 이민경에게는 좋은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다. 유기견 카페에서 임시보호나 입양 보내는 활동을 하면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 인터넷 블로그나 카페에서 만난 사람들은 개와 고양이를 좋아하고 키운다는 이유만으로도 서로에게 큰 의지가 되고 지지자가 되어 주고 있다. 요즘에는 SNS에 올리는 멍냥이들이라 불리는 그녀의 개와 고양이들 사진과 이야기를 좋아해주는 팬들도 생기고 있다고 하니 힘들지만 조금은 기운을 낼 수 있지 않을까?

 

뭘 어떻게 해드린 것도 없는데 이렇게나 베품을 받는 건, 어쩌면 ‘나’라는 사람 때문이 아니라 우리 멍이들과 냥이들 덕분이라 생각해요. ^^

정말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부하세요.

통영에서는 유기견을 발견하면 많은 사람들이 이민경에게 S.O.S를 보낸다. 이미 너무 많은 동물들을 돌보고 있어 힘들다는 걸 알면서도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니 또 그녀에게 매달리는 것이다. 미안한 마음에 이민경의 활동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후원자가 되겠다고 지역에서 몇몇 사람들이 뜻을 모은 적이 있지만 이민경은 거절했다. 거절의 이유가 공식적인 도움을 받게 되면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상황이 발생할까에 대한 걱정으로 기억된다. 꽤 시간이 흐른 지금, 만약 다시 제안을 받는다면 여전히 거절인가? 아니면 받아들이겠는가? 물었다.

 

오오~ 맞아요. 감사하지만 제 대답은 No, Thank you입니다. 전 보통의 아주 평범한 능력치를 가진 사람이에요. 지금도 제대로 못해서 늘 허둥지둥인데, 지금보다 더 일이 커지면 절대 감당 못할 거예요. 그림도 영영 못 그리게 될 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차라리 나보다는 더 오랫동안, 더 많은 가여운 개와 고양이들을 위해 애쓰고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세요. 아니면, 급하게 치료해야 하거나 보호해야 하는데 비용문제로 곤혹스러운 유기견, 유기묘들도 많으니 부디 그 아이들에게 도움을 손길을 내밀어 주시길 바래요. 그러면 제 마음도 한결 기쁘고 감사할 것 같습니다.

개와 고양이 그리고 그림


 

아 맞다! 잠시 잊고 있었다. 이민경은 동물보호 활동가가 아니라 따뜻한 그림을 그리는 그림작가이다. 화가인 아버지의 우월한 유전자를 물려받아서인지 어릴 때부터 그림을 참 잘 그렸다. 서울에서 동화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고 통영에 내려와서도 초반에는 꽤 여러 작업을 했다.

 

최근 몇 년 동안은 그림을 그리지 못해 그녀의 재능을 아는 사람들은 늘 안타까워하고 있다. 개와 고양이를 돌보는 것이 너무 큰 비중을 차지 하는 것 같아 동물 보호 1인 활동가로 전향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그저 동물을 좋아하고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진 보통의 평범한 사람일 뿐, 지금은 잠시 개점휴업 상태이지만 ‘나는 일러스트레이터다.’라고 분명히 했다. 신기하게도 나의 질문을 받기 하루 전에 책상과 의자를 새로 장만했다고 한다. 그림을 그리든 낙서를 하든, 무엇이든 다시 시작해보고 싶은 마음에.

 

그 동안 시간도 시간이지만, 그보다는 정신적인 여유가 더 없어서 꽤 오랫동안 우울했어요. 그러다 보니 그림 그리기가 더 힘들어져서 하루는 물감이며, 붓이며 다 챙겨서 종이박스 안에 집어넣고 숨겨버렸죠. 그리곤 눈감고 고개 돌려 마음에서 지워보려 했는데, 그게 참.. 안되더라구요. 멋진 그림이나 좋은 일러스트 정보들만 보이면 어느새 챙겨보고 있고 ‘좋아요’를 누르고 있는 나를 발견했죠. 난 그림을 놓을 수도, 놓아지지도 않는 사람이예요.

안심이다. 이민경의 그림을 앞으로도 볼 수 있다니. 며칠 뒤, 함께 살고 있는 냥이와 멍이들의 사진과 오랜만에 그렸다며 고양이가 그려진 그림카드를 보내왔다.


이민경이 그리는 꿈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작은 텃밭에 한 끼에 딱 한 줌씩만 따먹을 수 있을 정도의 고추랑 상추랑 오이랑 호박이랑 심어놓고, 내 사랑하는 멍냥이들과 함께 한 방에서 모두 같이 뒹굴며 그림동화책 쓰고 그리면서 살고 싶어요. 그리고 내 사랑하는 멍냥이들의 마지막까지 다 지켜보고 편히 떠나 보낼 수 있을 정도로 조금은 건강했음 좋겠고요. 그거면 됩니다.

사람들의 생각은 비슷하고 꿈도 그리 대단하지 않다. 욕심내지 않고 나와 너, 그리고 우리가 함께 조금씩 행복해지는 꿈을 꾼다.

 

“하지만 ‘이’ 불가사리에게는 큰 차이가 있겠죠.”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 작은 한걸음부터 시작하라 중에서」

 

해변의 불가사리를 살리기 위해 바다로 던지는 어떤 사람에게 보고 있던 옆 사람이 말한다. 몇 천 마리나 되는 불가사리를 당신이 전부 바다로 돌려보낼 수는 없지 않느냐고. 당신이 그 일을 하든 안 하든 별다른 차이가 없지 않겠냐고. 그 사람은 한 마리의 불가사리를 주워 바다에 던지며 말했다. “하지만 ‘이’ 불가사리에게는 큰 차이가 있겠죠.”라고

평범한 몇 사람의 움직임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유기동물 몇 마리 돌본다고 당장 세상이 동물천국으로 바뀌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안다. 지나친 합리화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이민경 덕분에 동네의 찢어지는 쓰레기 봉투가 하나씩 줄어들고, 시간은 좀 걸리더라도 한 마리 두 마리 중성화 수술을 받은 길고양이가 늘어나면 더 이상의 개체수 증가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이민경과의 만남에서 ‘동물보호법’의 효력을 두고 정부정책을 비판하며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거나 유기동물을 위해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획기적인 캠페인을 해보자고 으샤으샤 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그 동안 외면하거나 조금은 부정적으로 바라본 유기동물 보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고 싶었다. 

2015년 12월, 이민경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물이 모두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지금 이순간도 자신의 소신을 가지고 작은 것부터 하나씩 행동하는 많은 이민경이 있다는 것, 그들이 있어 우리가 사는 세상은 더욱 촘촘하고 알차게 채워지고 있다는 걸 기록하고 또 기억하려 한다. 나는 난생 처음 고양이 사료를 주문했다.

 

* 이민경과 멍냥이들의 이야기는 https://www.facebook.com/merplie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글쓴이 : 이경원
누구나 한번쯤은 살아보고 싶어하는 서울-지리산-통영을 오가며 나름대로 일과 삶의 균형을 지켜나가고 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지만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면서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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