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미팅만 4개다. 모두 새로운 일. 그리고 목욜(목요일) 3개, 금욜(금요일)도 토욜(토요일) 행사준비 시키고 바로 이어지는 월욜(월요일)행사 준비하고 그사이 미팅도 있고 스케줄 장난 아니데 서류도 작업할게 산더미다. 우왕~~~ 일복이 터지는 요즘. 나와 처음 일을 시작하고 이제 1개월이 지나가는 김대리에게 “조금만 견뎌라 다음 화요일부터는 휴가 가라”라고 얘기 하니 그나마 견딜 힘이 나는 듯 해 보인다. 갔다가 안 오는 건 아니겠지 김대리?^^ 사장님 나빠요~ 하면서?^^’
2015년 8월 18일 김홍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니 여전히 바쁘고 거기다 새로 입사한 김대리가 떠날까봐 노심초사 하고 있다. 웃고는 있지만 속은 타 들어가는 모양이다. 다행히 김대리는 떠나지 않았다. 2015년 9월 3일 우리는 함께 밥을 먹고 차도 마셨다.
행사의 신! 사명감이 밥 먹여 줍니다.
김.홍.구
2005년부터 7년 동안 아름다운 가게 앞치마를 두르고 ‘움직이는 가게’를 이끌었고, 간간히 비영리 단체 활동가와 모금가들을 위한 네트워크 파티를 만들었던 그가 ‘비영리 행사의 신’이 되고자 현장에 뛰어 들었다. 1인 기획사로 출발했던 홍구기획은 벌써 창립 2주년을 맞았다. 최근에 ‘따뜻한 기획자’가 되고 싶다고 스스로 고생문을 열고 들어온 청년 김대리 덕분에 2인 기획사로 본의 아니게 성장했다.
‘알아서 다 해주니까 우리에겐 굉장히 좋은 파트너죠.’
‘저렇게 다 퍼주고 다니면 밥은 먹고 살 수 있을까 걱정이야.’
김홍구와 함께 일을 해 본 사람들은 처음에는 좋은 파트너로 그를 인정하지만 관계를 지속하며 인간적인 교류를 쌓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걱정으로 바뀌게 된다.
“안타까워하고 걱정하는 말들, 당연히 많이 듣죠. 그런데 그분들도 결정적인 순간, 위기의 순간에는 저를 찾아요.ㅎㅎㅎ 비영리단체가 돈을 쌓아놓고 행사를 하거나 또 돈 내고 컨설팅 받을 형편이 아니잖아요. 지금 당장 돈이 안된다 해도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어디든지 갑니다. 그 분들 상황을 아니까 거절할 수도 없고요. 일종의 사명감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직까지 이 사명감 덕분에 밥 먹고 사는데 지장은 없습니다. 이렇게 하다보면 좋은 기회도 오겠죠. ㅎㅎㅎ ”
[사명감 : 주어진 일을 제대로 해내려는 마음]은 누군가를 영웅으로 만들기도 하고, 가끔은 이 무거운 짐을 이겨내지 못하고 쓰러지게 만들기도 한다. 김홍구의 사명감은 아직까지 그를 먹고 살게 해 준다고 하니 다행이다. 혼자 차린 회사지만 CEO가 되면서 ‘나를 찾아주면 고마운 거다. 돈이 되든 안 되든 거절하지 말자.’라고 다짐한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가는 우직함도 인정해주기로 했다.
기획자가 잊지 말아야 할 한가지 정.체.성
“비영리 단체들의 프로그램들은 더 단단해져야 해요. 강의를 할 때도 이 점을 항상 강조해요. 그래야 모금도 하고 홍보도 하고 단체도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영리든 비영리든 마찬가지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행사의 정체성입니다. 우리가 초심을 잃지 말자고 하잖아요. 행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 왜 이 행사를 기획하게 되었는지를 잊으면 안 되요. 그런데 가끔 단체분들과 회의를 하다 보면 놓치는 경우가 있어요. 그게 ‘예산 때문이다,’ ‘상부의 지시가 그렇다.’는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
김홍구는 올해 환경재단과 함께 제12회 서울환경영화제 이벤트 기획에 참여했다. ‘환경영화제가 단순히 영화를 보여주는 행사로 끝나서는 안 된다. 영화제 때문에 우리가 비환경적인 일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 행사주최자들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환경 문제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스스로에게 미션을 부여했다.
영화제에서 영화가 상영되기까지의 과정에서 발생되는 탄소발생량과 행사에서 발생되는 쓰레기량은 얼마나 될까? 영화제 홍보와 안내를 위해 제작되는 수많은 인쇄물들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등을 고민했다. 그리고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캠페인 전단 다시 쓰기를 제안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영화제에 온 관람객은 안내 전단을 깨끗하게 보고 바닥이나 쓰레기통에 버리는 대신 다음 관람객을 위해 반납하면 끝이다. 부스로 이동해야 하는 약간의 번거로움을 제외하곤 3살짜리 꼬마도 할 수 있는 캠페인이다.
그리고 서울환경영화제와 에너지의 날 행사에서 부스마다 현수막 대신 ‘칠판 간판’을 걸었던 것도 김홍구의 아이디어다. 쉽고 작은 탓에 너무 평범해 ‘이것도 캠페인이야?’ 할 수도 있지만 이런 작은 시도와 실천이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의 집념이 매번 빛을 내는 건 아니다. 무리한 진행으로 곤욕을 겪기도 하는데 얼마 전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한평 책시장]행사에서는 소나기 예보를 가볍게 여기고 행사를 강행했다가 폭우를 만났다. 사소한 것도 가벼이 여기지 말자는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세상을 바꾸는 캠페인 그리고 김홍구의 꿈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사진이라고 소개하며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홀트아동복지회가 대중적인 캠페인에 나선 역사적인 행사의 기록이에요. 홀트=입양 이라는 공식을 깨고 대중 앞에 나와 미혼모에 대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자원봉사자들과 찍은 기념사진이죠. 미혼모가 아기를 포기하지 않도록 지원하는 홀트의 마음과 적극적이고 헌신적인 직원들을 가까이에서 확인한 좋은 기회였습니다. 모금의 명분 개발과 행사의 전략 수립까지 함께 해서 더 기뻤고 성공적으로 모금된 금액으로 첫 시설 개소식을 할 때도 참여하여 뜻 깊었죠.”
특별하지 않아 보이는 사진이지만 캠페이너 김홍구에겐 아주 특별한 역사이다. 2013년 쓰레기가 넘쳐나던 홍대 거리를 보고만 있을 수 없어 홍대 앞 공원에서 예술가들과 학생 자원봉사자들을 모아 특이하고 재미있는 분리배출 캠페인을 시작했다. 3일 동안 진행된 이 캠페인은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었고 처음에는 깨진 병으로 위협하던 노숙자들까지 주변의 모든 쓰레기들을 주워와 분리 배출을 도왔다. 2년이 지난 지금, 생각만 해도 정말 뜻 깊고 보람된 캠페인이라고 한다.
김홍구의 꿈은 세상에 유익한 이벤트기획자이자 campaigner. 그리고 젊은 campaigner를 키워내는 것이다. 다행히 올해 크고 작은 행사들을 함께 하고 있는 환경재단이 그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있다. 환경영화제의 그린티어, 에코브릿지의 환경캠페이너는 단순한 자원봉사자와 활동가로 인식될 수도 있지만 김홍구의 생각은 다르다. 청년들이 환경에 관심을 갖고 쓰레기 분리배출과 식기 재사용 캠페인 등 교육과 활동을 통해 분야별 전문캠페이너로 성장할 수 있는 첫걸음이라 여기고 있다.
또 하나의 명함
김홍구는 만나는 사람에게 2개의 명함을 꺼낸다. 하나는 홍구기획 대표의 명함, 또 하나의 명함은 더나눔플러스 사무국장이다. 비영리행사의 기획자이기도 하면서 비영리 단체에서 실무자로 일하고 있다. 더나눔플러스는 의료봉사, 웨딩봉사, 움직이는 도서관을 운영하는 봉사단체로 ‘좋은 일하자’에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시작했다.
김홍구대표는 아름다운 가게 시절에 더나눔플러스봉사단과 인연을 맺고 올해 초 사단법인이 만들어지면서 사무국장을 맡아 단체를 꾸려 나가고 있다. 작년 과로로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가며 모두를 놀라게 한 김홍구가 캄보디아 의료 봉사를 다닌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걱정 섞인 놀림을 받기도 한다.
더나눔플러스의 캄보디아 의료봉사는 쓰레기마을의 공동 정수시설 설치 지원사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봉사도 사명감때문일까? 단언컨대 김홍구에게 봉사는 힐링이다. 거창한 이유와 분명한 근거는 없지만 봉사를 하러 가면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잊게 되고 몸은 힘들어도 마음이 개운해진다고 했다.
김홍구의 일은 사람과 사람이 서로 합을 맞춰가는 일이고,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김홍구의 봉사 역시 마음으로 사람을 대해야 하는 것이니 어쩌면 사람으로 인해 생긴 자신의 상처를 다른 사람의 상처를 보듬는 것으로 회복하는 자가 치유의 방법을 찾은 것이 아닐까.
서로에게 솔직하고 계약서를 꼭 쓰자!
아직 갈 길은 멀지만 그 동안의 회사 운영을 통해 클라이언트와 스타트업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비영리 단체의 비영리 행사로 큰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접었습니다. 얘기를 들으면 정해진 예산이 어느 정도 될 거라는 것도 대충 감이 와요. 그러니 처음부터 예산이 어느 정도인지, 어떤 것을 원하는지 정확하고 솔직하게 얘기해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일을 시작할 때는 반드시 계약서를 쓰고 시작해야 합니다. 잘 아는 단체였고 담당자가 급하다고 하니까 일단 일부터 시작했지만 행사가 갑자기 취소되었어요. 제 기획료는 고사하고 이미 투입된 비용도 한 푼도 못 받았습니다. 담당자는 엄청 미안해 했지만 결재를 받을 수 없으니 돈을 줄 수 있는 항목이 없다는 거죠. 웃으며 시작했다 울면서 돌아서는 사이가 안 되려면 명심해야 합니다. ”
이 글을 읽고 있는 많은 ‘을’들이 공감하는 부분이리라. 모두 선택하고 모두 집중한다. “하고 싶은 걸 놓을 수가 없어요. 포기할 수 없이니 해 내야죠.” 가끔 일에 치여 힘들어하는 김홍구를 볼 때면 답답하기도 하고 얼마나 성공하려고 저러나 싶기도 하다. 우리는 성공한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얼마나 치열하게 정진하고 전진하는지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처럼 성공하기 위해 늘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고 세상은 우리에게 빨리 선택하고 집중하라고 겁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모두에게 인정받는 성공은 아닐지라도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 수 있다면 이 또한 작은 성공이 될 수 있다는 걸 김홍구는 보여준다. 설사 그것이 지금 당장의 성공이 아니면 어떤가. 사는 게 다 그렇지. 영화 [우드잡 wood job]의 대사 ‘일을 잘 했나 결과가 나오는 건 우리가 죽은 후야.’처럼 모두 선택하고 모두 집중하는 답답한 삶이 50년 후 성공한 삶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시일 내에 보란 듯이 그가 행사의 신으로 성공하길 바라며 건투를 빈다.
김홍구가 제안하는 Make your event ‘Green’
교통
- 될 수 있으면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좋은 곳으로 장소를 선정하세요.
- 참가자들이 될 수 있으면 자가용을 사용하지 않도록 독려해 주세요.
- 가급적 카풀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 주세요.
쓰레기
- 행사장에서는 쓰레기를 최소화합니다.
- 발생하는 쓰레기를 잘 분리할 수 있도록 분리수거함을 준비합니다.
- 일반 매립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 음식 쓰레기 등이 잘 분리되도록 안내합니다.
- 일회용은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음식
- 가급적 공정무역 제품, 유기농 또는 로컬 푸드 등을 이용합니다.
- 포장용기가 적게 사용된 제품을 사용하여 쓰레기의 양을 줄입니다.
- 음식물은 남지 않도록 적당한 양을 준비합니다.
- 남은 음식은 나눠서 가져갈 수 있도록 포장지를 미리 준비해 두는 것도 좋다.
종이사용
- 포스터나 전단 대신 웹플라이어 등 웹 기반의 홍보물을 이용합니다.
- 현장에서도 종이 사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실천합니다.
- SNS를 기반으로 행사가 홍보되도록 준비합니다.
재활용, 재사용
- 행사용품은 최대한 재사용품을 이용하거나 랜탈하여 새 상품 구매를 최소화합니다.
- 행사가 끝나고 난 뒤 조형물 등이 폐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꼭 필요한 조형물이나 조형물이나 홍보물은 폐기하는 과정도 고려하여 재활용할 수 있도록 구상합니다.
_ 김홍구 대표가 환경운동연합에서 일하면서 영국 지구의 벗 자료를 참조해 만든 모금이벤트 운영매뉴얼 중 발췌.
[누구와의 만남] 일 – 사람 – 조직의 이야기
“저 더플랜B에 나눔과 모금을 주제로 글을 쓰기로 했어요.” 10편의 글을 어떻게 써 나갈지 나름의 목차를 정하고 지인에게 조언을 구했을 때 축하는 아니지만 격려 정도는 내심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반응은 의외였어요. “더 플랜B 저도 자주 보는데요, 거기… 글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들도 내공이 장난 아니던데요…… ” 덜컥 겁이 났습니다. 그제서야 무심코 지나쳤던 다른 사람들이 쓴 글과 사람들의 면면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쩌자고 그랬지’로 시작된 후회는 ‘어떻게든 되겠지’로 결론지어졌습니다. 그래서 써보기로 했습니다. 전문가가 아니면서 전문가인척하고 글을 쓸 수는 없겠지요. 여전히 나눔은 모호하고, 기부는 부족하고, 모금은 어렵기만 합니다. 하지만 책으로, 귀동냥으로 배운 얕은 지식으로 나눔. 기부. 모금에 대한 글을 써 보겠다고 마음 먹은 ‘나’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며 누구와의 만남을 통해 작지만 소중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글쓴이 : 이경원
누구나 한번쯤은 살아보고 싶어하는 서울-지리산-통영을 오가며 나름대로 일과 삶의 균형을 지켜나가고 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지만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면서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는 중.
#홍구기획 #김홍구 #이경원 #행사 #이벤트 #캠페인 #서울
2015년 8월 18일 김홍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니 여전히 바쁘고 거기다 새로 입사한 김대리가 떠날까봐 노심초사 하고 있다. 웃고는 있지만 속은 타 들어가는 모양이다. 다행히 김대리는 떠나지 않았다. 2015년 9월 3일 우리는 함께 밥을 먹고 차도 마셨다.
행사의 신! 사명감이 밥 먹여 줍니다.
김.홍.구
2005년부터 7년 동안 아름다운 가게 앞치마를 두르고 ‘움직이는 가게’를 이끌었고, 간간히 비영리 단체 활동가와 모금가들을 위한 네트워크 파티를 만들었던 그가 ‘비영리 행사의 신’이 되고자 현장에 뛰어 들었다. 1인 기획사로 출발했던 홍구기획은 벌써 창립 2주년을 맞았다. 최근에 ‘따뜻한 기획자’가 되고 싶다고 스스로 고생문을 열고 들어온 청년 김대리 덕분에 2인 기획사로 본의 아니게 성장했다.
김홍구와 함께 일을 해 본 사람들은 처음에는 좋은 파트너로 그를 인정하지만 관계를 지속하며 인간적인 교류를 쌓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걱정으로 바뀌게 된다.
[사명감 : 주어진 일을 제대로 해내려는 마음]은 누군가를 영웅으로 만들기도 하고, 가끔은 이 무거운 짐을 이겨내지 못하고 쓰러지게 만들기도 한다. 김홍구의 사명감은 아직까지 그를 먹고 살게 해 준다고 하니 다행이다. 혼자 차린 회사지만 CEO가 되면서 ‘나를 찾아주면 고마운 거다. 돈이 되든 안 되든 거절하지 말자.’라고 다짐한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가는 우직함도 인정해주기로 했다.
기획자가 잊지 말아야 할 한가지 정.체.성
김홍구는 올해 환경재단과 함께 제12회 서울환경영화제 이벤트 기획에 참여했다. ‘환경영화제가 단순히 영화를 보여주는 행사로 끝나서는 안 된다. 영화제 때문에 우리가 비환경적인 일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 행사주최자들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환경 문제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스스로에게 미션을 부여했다.
영화제에서 영화가 상영되기까지의 과정에서 발생되는 탄소발생량과 행사에서 발생되는 쓰레기량은 얼마나 될까? 영화제 홍보와 안내를 위해 제작되는 수많은 인쇄물들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등을 고민했다. 그리고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캠페인 전단 다시 쓰기를 제안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영화제에 온 관람객은 안내 전단을 깨끗하게 보고 바닥이나 쓰레기통에 버리는 대신 다음 관람객을 위해 반납하면 끝이다. 부스로 이동해야 하는 약간의 번거로움을 제외하곤 3살짜리 꼬마도 할 수 있는 캠페인이다.
그리고 서울환경영화제와 에너지의 날 행사에서 부스마다 현수막 대신 ‘칠판 간판’을 걸었던 것도 김홍구의 아이디어다. 쉽고 작은 탓에 너무 평범해 ‘이것도 캠페인이야?’ 할 수도 있지만 이런 작은 시도와 실천이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의 집념이 매번 빛을 내는 건 아니다. 무리한 진행으로 곤욕을 겪기도 하는데 얼마 전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한평 책시장]행사에서는 소나기 예보를 가볍게 여기고 행사를 강행했다가 폭우를 만났다. 사소한 것도 가벼이 여기지 말자는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세상을 바꾸는 캠페인 그리고 김홍구의 꿈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사진이라고 소개하며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특별하지 않아 보이는 사진이지만 캠페이너 김홍구에겐 아주 특별한 역사이다. 2013년 쓰레기가 넘쳐나던 홍대 거리를 보고만 있을 수 없어 홍대 앞 공원에서 예술가들과 학생 자원봉사자들을 모아 특이하고 재미있는 분리배출 캠페인을 시작했다. 3일 동안 진행된 이 캠페인은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었고 처음에는 깨진 병으로 위협하던 노숙자들까지 주변의 모든 쓰레기들을 주워와 분리 배출을 도왔다. 2년이 지난 지금, 생각만 해도 정말 뜻 깊고 보람된 캠페인이라고 한다.
김홍구의 꿈은 세상에 유익한 이벤트기획자이자 campaigner. 그리고 젊은 campaigner를 키워내는 것이다. 다행히 올해 크고 작은 행사들을 함께 하고 있는 환경재단이 그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있다. 환경영화제의 그린티어, 에코브릿지의 환경캠페이너는 단순한 자원봉사자와 활동가로 인식될 수도 있지만 김홍구의 생각은 다르다. 청년들이 환경에 관심을 갖고 쓰레기 분리배출과 식기 재사용 캠페인 등 교육과 활동을 통해 분야별 전문캠페이너로 성장할 수 있는 첫걸음이라 여기고 있다.
또 하나의 명함
김홍구는 만나는 사람에게 2개의 명함을 꺼낸다. 하나는 홍구기획 대표의 명함, 또 하나의 명함은 더나눔플러스 사무국장이다. 비영리행사의 기획자이기도 하면서 비영리 단체에서 실무자로 일하고 있다. 더나눔플러스는 의료봉사, 웨딩봉사, 움직이는 도서관을 운영하는 봉사단체로 ‘좋은 일하자’에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시작했다.
김홍구대표는 아름다운 가게 시절에 더나눔플러스봉사단과 인연을 맺고 올해 초 사단법인이 만들어지면서 사무국장을 맡아 단체를 꾸려 나가고 있다. 작년 과로로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가며 모두를 놀라게 한 김홍구가 캄보디아 의료 봉사를 다닌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걱정 섞인 놀림을 받기도 한다.
더나눔플러스의 캄보디아 의료봉사는 쓰레기마을의 공동 정수시설 설치 지원사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봉사도 사명감때문일까? 단언컨대 김홍구에게 봉사는 힐링이다. 거창한 이유와 분명한 근거는 없지만 봉사를 하러 가면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잊게 되고 몸은 힘들어도 마음이 개운해진다고 했다.
김홍구의 일은 사람과 사람이 서로 합을 맞춰가는 일이고,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김홍구의 봉사 역시 마음으로 사람을 대해야 하는 것이니 어쩌면 사람으로 인해 생긴 자신의 상처를 다른 사람의 상처를 보듬는 것으로 회복하는 자가 치유의 방법을 찾은 것이 아닐까.
서로에게 솔직하고 계약서를 꼭 쓰자!
아직 갈 길은 멀지만 그 동안의 회사 운영을 통해 클라이언트와 스타트업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많은 ‘을’들이 공감하는 부분이리라. 모두 선택하고 모두 집중한다. “하고 싶은 걸 놓을 수가 없어요. 포기할 수 없이니 해 내야죠.” 가끔 일에 치여 힘들어하는 김홍구를 볼 때면 답답하기도 하고 얼마나 성공하려고 저러나 싶기도 하다. 우리는 성공한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얼마나 치열하게 정진하고 전진하는지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처럼 성공하기 위해 늘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고 세상은 우리에게 빨리 선택하고 집중하라고 겁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모두에게 인정받는 성공은 아닐지라도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 수 있다면 이 또한 작은 성공이 될 수 있다는 걸 김홍구는 보여준다. 설사 그것이 지금 당장의 성공이 아니면 어떤가. 사는 게 다 그렇지. 영화 [우드잡 wood job]의 대사 ‘일을 잘 했나 결과가 나오는 건 우리가 죽은 후야.’처럼 모두 선택하고 모두 집중하는 답답한 삶이 50년 후 성공한 삶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시일 내에 보란 듯이 그가 행사의 신으로 성공하길 바라며 건투를 빈다.
김홍구가 제안하는 Make your event ‘Green’
교통
쓰레기
음식
종이사용
재활용, 재사용
_ 김홍구 대표가 환경운동연합에서 일하면서 영국 지구의 벗 자료를 참조해 만든 모금이벤트 운영매뉴얼 중 발췌.
#홍구기획 #김홍구 #이경원 #행사 #이벤트 #캠페인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