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누구와의 만남]재미있는 것은 함께 하면 더 재미있다. - 바라봄사진관 나종민

“재밌잖아요. 내가 누군가에게 요청을 하고 또 거절을 당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상대를 이해하고 대응하면서 관계를 맺어간다는 게.”

기부요청을 거절당했을 때의 기분을 묻는 질문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재밌잖아요.’란 재미있는(?) 답이 돌아왔다. 좀 어려운, 그리고 곤란한 상황의 질문을 던질 때에도 한결같이 ‘재밌잖아요.’가 첫 대답이다. ‘매사가 너무 가벼운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 역시 재미있는 삶에 의미를 조금 담아보자는 생각으로 살다 보니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누구와의 만남 첫 번째 누구는 재미를 아는 남자 바라봄 나종민 대표다. 

인터넷에 ‘나종민’을 입력하면 바라봄 사진관, 착한 사진가 등의 관련 검색어가 뜨고, 그와 관련된 기사들을 읽어보면 잘 나가던 외국계IT 기업 지사장이 회사를 그만두고 취미로 배운 사진으로 장애인을 위한 국내 최초의 사진관을 만들어 소외계층을 위한 사진재능기부를 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는 정보가 가득하다. TV, 라디오, 잡지를 통해 미디어에 노출되는 횟수가 잦아지면서 지인들은 이러다 방송인 되는 거 아니냐며 걱정이 담긴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나종민 대표와의 인연은 5년 전 희망제작소의 모금전문가학교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나는 모금을 배웠지만 당장 써먹을 데가 없었고 사명감으로 중무장한 활동가와 모금가들의 고뇌를 멀리서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시기였다. 우연히 함께 차를 타고 가다 바라봄 이야기를 듣고 감동한 나는 그 자리에서 멘티를 자청했고 ‘생애 최초의 고액기부’ 기회를 얻어냈다. 생각해보면 ‘재미있게 일하고, 재미있게 사는’ 그의 삶을 무척이나 닮고 싶었나 보다.

 

“재미있는 것은 함께하면 더 재미있다.”


취미로 시작한 사진이 봉사로 이어지고 혼자만의 재미가 누군가의 행복이 된다니 더 재미있었다고 한다. 필요하지만 아무도 시작하지 않아 장애인을 위한 사진관을 만들었고, 사진이 필요한 곳이라면 장애인 행사뿐 만 아니라 소규모 비영리 단체들의 행사에도 예외 없이 달려갔다. 바라봄의 이름으로 년간 100회 이상의 사진 재능기부를 했으니 3일에 한번은 재능기부를 한 셈이다. 한 장의 사진을 위해 수십, 수백 컷의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그의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성북구에서 주식회사로 시작한 바라봄 사진관이 더 많은 사람들과 소규모 단체를 지원하기 위해 2014년 서울시 비영리민간단체 바라봄으로 새출발을 하게 된 것도 마음을 모아준 지지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바라봄은 소규모 비영리 단체이다. 다른 단체들처럼 한달 살림을 걱정해야 하고, 후원자를 발굴하고 모금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합정동의 작은 사무실에는 재미있는 일을 함께 만들어보자는 사람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고, 작은 시도들이 하나씩 성과를 이뤄가고 있다는 것이다.

 

 

혼자 카메라를 메고 전라도의 깊숙한 숲 속에 위치한 시설로 봉사를 갔던 날 결심했다던 <행복을 배달하는 사진유랑단>은 크라우드펀딩 목표금액을 초과달성하며 모금에 성공했다. 덕분에 전라남/북도와 인천시 강화도, 장봉도를 돌며 11개 지역 17개 단체의 700여명 수혜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최근에는 SH공사, 하나투어, POSCO과 함께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의료봉사단체와 함께 캄보디아로 사진봉사를 다녀오기도 했다.

 

기업과 NPO가 함께 만든 선물 같은 하루


2015년 3월 마포구의 <오테르 헤어살롱>. 2년간 미용실을 한번도 가지 못한 엄마가 휠체어에 앉아 염색을 한다.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그녀를 위해 헤어디자이너는 잠시 가위를 내려 놓고 그녀를 안고 샴푸실로 향한다. 옆자리에는 당뇨병으로 갑자기 시력을 잃기 시작해 지금은 빛을 모두 잃은 남편이 나란히 앉아 염색을 하고 있다. 19개월 딸 유리도 막대사탕을 물고 배추머리 아가씨로 변신중이다.

변신을 끝낸 유리네 가족은 바라봄 사진관의 스튜디오에서 처음으로 가족 사진을 찍는다. 딸의 백일사진도, 돌사진도 찍어주지 못해 늘 마음이 쓰였던 엄마는 ‘잊을 수 없는 선물’을 받았다며 감격스러워 한다. 이 날 촬영은 맡은 자원봉사자는 딸이 입던 한복을 손수 준비해 모두를 더욱 감동시켰다. 오늘의 마지막 코스는 사회적 기업 오요리가 운영하는 <카페 슬로비> 제철 음식재료로 정성껏 준비한 집밥으로 하루를 마무리 한다.

 

오.로.라의 선물 같은 하루.

 

2015년 2월부터 시작된 오테르 헤어살롱, 사회적 기업 카페 슬로비, 나종민 대표의 바라봄 사진관이 함께 만든 사회공헌 프로젝트의 이름이다. “장애인 가족들을 위해 대단한 걸 해보자는 아니었어요. 같은 동네에 있는 기업과 단체가 모여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으로 시작해보자고 했죠. 헤어, 사진, 외식이 누군가에게는 아주 흔하고 평범한 일상이 될 수 있지만 평생 단 한번 하기 쉽지 않은 사람들도 있잖아요.” 헤어와 메이크업, 가족 사진 촬영, 맛있는 식사로 이어지는 오로라 프로젝트는 그의 바람대로 한달에 한번, 한가족에게 선물 같은 하루가 되어주고 있다.

유리네 가족 못지 않게 선물 같은 하루의 주인공들은 다양하다. 작은 딸의 돌사진 이후 한번도 사진을 찍지 못한 가족들이 13년 만에 모여 3대가 함께 가족사진을 찍게 되고,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일하지만 정작 가족과 함께 미용실을 가 본 적이 없는 비영리단체 간사의 사연도 뭉클했다. 천주교 신자인 가족을 위해 나종민대표가 라디오 출연으로 인연을 맺은 신부님이 직접 특별한 미사를 마련해 수혜자 가족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최근 들어 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V (Creating Shared Value)가 강조되면서 기업들마다 많은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지만 기업과 단체가 서로를 파트너로서 존중하고 수혜자와 직접 교감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한없이 행복한 작은 사회공헌프로젝트의 가치가 더 크게 느껴진다. 

주변에 선물 같은 하루가 필요한 가족이 있다면 바라봄에 지금 당장 추천 메일을 보낼 수 있다. 선물 같은 하루의 주인공이 되지 못해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가족사진이 필요하다면 바라봄 사진관이 운영수익을 환원하는 1+1 사진 촬영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된다.

 

“너무 예쁘고 기특하지 않아요?”

 

평소 SNS로 소통하기를 즐겨 하는 나종민 대표가 바라봄의 새 기부자들을 소개하는 글을 올렸다. ‘하뉴’라는 대학생봉사연합동아리 회원들이 조금씩 용돈을 모아서 정기후원을 한다는 글이었다. 한 재단의 행사에서 재능기부와 자원봉사 참여했던 인연이 몇 년 뒤 기부로 이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생애 첫 기부를 하게 되어 즐겁습니다.”
“작은 도움이지만 따뜻한 마음들이 모였습니다.”
“함께 걸을 수 있어 좋습니다.”

 

기부의 금액보다 기부에 참여하는 스물 한 명의 사진과 각자의 사연이 담긴 앨범 선물에 더 감동 받았다며 흐뭇한 아빠미소를 지어 보인다. 어쩌면 이 청년들이 ‘함께 하는 나눔의 재미’를 이미 알고 있다는 것에 감동한 것이 아닐까? 조만간 이 청년들을 위해 뭔가 재미있는 일을 꾸미려는 눈치다.

나종민 대표는 일에서 사명감을 내세우지 않는다. 한 단체와의 인터뷰에서도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사명감’만으로는 할 수 없다. 이 일이 정말 재미있어 하고 있다. 다만, 일을 해 나갈수록 만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우리 사회가 좀 더 밝고 좋은 방향으로 바뀌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지고 있다’는 생각을 전했다. 바라봄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조용한 움직임_오로라 프로젝트와 하뉴의 첫번째 후원 프로젝트처럼 우리 사회가 함께 하는 것의 재미를 알아간다면 조금은 더디지만 좋은 변화는 멀리 있지 않음을 만남을 통해 확신하게 되었다. 

끝까지 이 글을 읽어준 분들께 고마움의 표시로 고급정보를 살짝 흘린다. 비영리 단체 바라봄의 대표로 조직을 이끌고, 현장에선 사진을 찍고 모금을 하고, 강연과 교육으로 활동하지만 나종민대표는 알고 보면 통 큰 기부자다. 외부 강연과 강의로 받는 강사료를 따로 모아 기부통장을 만들어 도움이 꼭 필요한 곳에는 반드시 기부를 하고야 만다. 우리끼리는 ‘기부에 결정타를 날린다.’고 표현하는데 확실한 명분을 가지고 그에게 요청하면 100%다.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 그에게 요청하라.

 

[누구와의 만남] 일 – 사람 – 조직의 이야기  

 

“저 더플랜B에 나눔과 모금을 주제로 글을 쓰기로 했어요.”   10편의 글을 어떻게 써 나갈지 나름의 목차를 정하고 지인에게 조언을 구했을 때 축하는 아니지만 격려 정도는 내심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반응은 의외였어요.  “더 플랜B 저도 자주 보는데요, 거기… 글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들도 내공이 장난 아니던데요…… ”   덜컥 겁이 났습니다. 그제서야 무심코 지나쳤던 다른 사람들이 쓴 글과 사람들의 면면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쩌자고 그랬지’로 시작된 후회는 ‘어떻게든 되겠지’로 결론지어졌습니다. 그래서 써보기로 했습니다. 전문가가 아니면서 전문가인척하고 글을 쓸 수는 없겠지요. 여전히 나눔은 모호하고, 기부는 부족하고, 모금은 어렵기만 합니다. 하지만 책으로, 귀동냥으로 배운 얕은 지식으로 나눔. 기부. 모금에 대한 글을 써 보겠다고 마음 먹은 ‘나’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며 누구와의 만남을 통해 작지만 소중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글쓴이 : Leelawadee
누구나 한번쯤은 살아보고 싶어하는 서울-지리산-통영을 오가며 나름대로 일과 삶의 균형을 지켜나가고 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지만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면서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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