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공익활동가주간]음성에서 꽃과 나무를 가꾸며 외국인의 정착을 지원하는 고소피아

변화를만드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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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봉사활동 중인 고소피아 센터장


#1.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음성에서 꽃과 나무를 가꾸며 외국인의 정착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는 고소피아입니다. 어렸을 적 아버지가 군인이셔서 이사가 잦았습니다. 어린 나이에 친구들과의 헤어짐이 아쉽고 슬펐지만, 이내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계기가 됐고, 낯선 이와 친해지는 방법을 터득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후 성인이 되어서는 SK에서 해외영업 업무를 했습니다. 48개국을 대상으로 국제 전화망 구축 사업을 담당했습니다. 사업 내용으로는 현지 통신사와, SK 간 망 연결 그리고 이를 현지에서 관리해 줄 한국인 업자 3자 간 이해관계 조율이었습니다.


#2. 소피아센터의 사업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소피아센터의 가장 큰 목적은 음성 내 외국인의 현지 적응을 돕는 것입니다. 관련해서 총 6개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1. TOPIK 강의
  2. 법무부, 외국인 사회통합프로그램
  3. 16개 외국인 커뮤니티 운영
  4. 농구, 배구팀 운영
  5. 기타 동호회
  6. 네팔 초등학교 봉사


제11회 음성 외국인 노동자 축구 대회


하나씩 말씀드리자면 TOPIK은 한국어 판 TOIEC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하지만 점수제로 나오는 토익과 달리 토픽은 1단계(1,2급), 2단계(3,4,5,6급)이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3급 정도의 수준이면 공공기관 이용 및 실생활 대화에 지장이 없는 수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TOPIK 강의는 주말 오전, 오후 내내 강의해도 수강 희망자를 다 소화해낼 수 없는 상황입니다.

법무부, 외국인 사회통합프로그램은 외국인의 한국 사회의 정착을 위해 언어 뿐만 아니라 문화 및 기본소양 등을 체계적으로 학습하는 과정입니다. 프로그램을 통과하게 되면 면접심사 면제권이 주어집니다. 토픽과 더불어 인기가 높은 과정입니다. 의무 출석율이 높은 과정임에도 소피아센터를 이용하는 외국인 친구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농구, 배구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함께 땀 흘리며 운동하는 것만으로도 친구가 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만, 이보다 더 큰 목적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규칙에 대해 학습하고 체득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었습니다. 다양한 국적에서 온 다양한 연령대의 외국인 친구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다 스포츠를 통해 보다 쉽게 함께 할 수 있겠구나란 생각이 들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사업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아 사비로 팀을 운영했습니다. 두 가지 종목에 종목별로 여러 팀이 있다 보니 예산이 생각보다 빠르게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지금은 참여하는 외국인 친구들이 십시일반 회비를 내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타 동호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타 뿐만 아니라 밴드 연습실을 두고 베이스, 드럼, 기타 등 합주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여러 나라에서 온 외국인 친구들이 하나의 규칙을 가지고 엮일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한 것입니다. 연말이나 각 나라별 명절이 되면 한 번 씩 공연을 하기도 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어려워졌지만 이전까지는 네팔에 있는 초등학교 및 요양원에 직접 봉사활동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봉사활동은 센터 자체 사업이기도 했지만, 무극시장 상인회의 도움이 컸습니다. 음성 사회의 새로운 구성원이자 고객인 외국인에 대한 감사는 물론 선행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사업이었습니다.


#3. 어떻게 이런 일을 시작하시게 됐나요?

국제 전화망 구축 사업 중 해외영업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48개국을 대상으로 해외출장을 다녔습니다. 주된 업무 내용은 현지 통신사 담당자와 한국인 로컬 에이전시 담당자 그리고 SK 간 이해관계 조율이었습니다. 업무를 하며 각국에서 외국인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알 수 있었습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언어의 장벽이었습니다. 의사소통이 감정을 공유하는 과정임에는 만국이 같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에 대한 도움을 주는 일을 해야겠다는 어렴풋한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다 미국에서 오랜 기간 지낼 기회가 생겼습니다. 미국은 주(county) 단위로 커뮤니티 센터가 잘 되어 있습니다. 한국에도 이런 시설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주민이 쉽게 섞여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자주 마련되는 점도 좋았습니다.

아무튼, 한국에 오는 외국인에게도 따뜻한 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 일을 평생 하겠구나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이후 14년 간 다니던 직장을 정리하고 이 활동에 매진하게 되었습니다.


#4. 음성이라는 지역은 어떻게 선정하게 됐나요?

공중전화기에서 쓸 수 있는 국제전화카드 판매 사업도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판매량, 사용량 등의 데이터를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나눠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수도권 지역은 구로, 안산 등이 많았고, 비수도권은 음성이 압도적이었습니다. 당시에 약 1800명 정도가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노동자가 아닌 결혼 이주 여성이 많았습니다. 농공단지, 산업단지 등 앞으로 외국인이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거라는 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습니다. 앞으로의 활동이 확대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해 음성을 활동 배경으로 잡았습니다.

이후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기 전에 음성에 창업을 했습니다. 당시 음성에는 1800여명 정도의 외국인이주민이 있었습니다. 당시 결혼 이주 여성들은 뚜렷한 직장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시안 푸드마켓을 창업하고, 베트남 이주 여성들을 고용했습니다. 각종 비용을 제하고 남은 수익 전부를 센터 운영비로 사용했습니다.


#5. 최근에는 어떤 활동들을 하고 있나요?

앞서 소개한 것처럼 TOPIK 강의가 매주 주말에 있습니다. 강의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울러 쓰레기 줍기 및 야간 자율 방범대 순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줍기는 센터가 처음 생겼을 때부터 꾸준히 해오고 있는 사업입니다. 외국인이 음성이라는 사회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가장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꾸준히 해오고 있고, 이제는 주변 상인이나 주민들이 음료 등 간단한 간식거리를 내어주시고 안부를 물어주실 정도로 친밀도가 높아졌습니다.

야간 자율 방범대를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습니다. 외국인에 대한 한국인의 단속이 외국인에게는 보다 무섭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에 반해 같은 외국인의 생활지도는 보다 유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영향으로 늦은 시간 까지 길에서 술을 마시는 외국인이 많이 줄어 치안에 기여하는 등의 성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네팔 국적 노동자로 구성된 방범대 활동 사진


#6. 앞으로 만들어내고자 하는 변화는?

외국인이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내가 뿌리는 작은 밀알 하나 하나가 큰 변화를 가져올 거라 믿습니다. 공용공간 청소 루틴을 잡는데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지역 청소를 하며 주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듣는 데까지 8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고 믿습니다.

지역내에서 함께 활동해 줄 사람 셋을 찾았고, 강의를 나눠서 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역마다 외국인이 있지만, 이들을 정착시키기 위해 활동해 줄 사람이 없습니다. 타지역에서도 동지가 나타나면 좋겠습니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의 규모가 많이 커졌다. 토픽은 대회의실 2개를 밤낮으로 돌려도 수강 희망자를 다 소화할 수 없고, 외국인사회통합프로그램도 정원 10명 교육이지만 30명이 수강하고 있습니다. 넉넉한 규모의 강의실과 제반 교육 기자재가 필요합니다.


#7. 동료 활동가들에게 보내는 응원 메시지

그 자리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큰 힘이 됩니다.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을 보며 많은 아이디어를 얻고 있습니다. 일일이 언급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분야에 계신 활동가 여러분들이 여러 어려운 상황이 있겠지만 잘 버텨주시길 바랍니다.

2026년이 되면 이 활동을 만 20년째 하게 됩니다. 그간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견디고 해결해 오면서 얻은 성과들이 내 자산이 되었습니다.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합니다. 함께 활동해주셔서 포기하지 않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음성 #이주민 #외국인노동자 #고소피아 #활동가인터뷰 #변화를만드는사람들


인터뷰어 : 민범기(충북시민사회지원센터 팀장)

2024공익활동가주간을 맞아 다양한 지역과 분야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활동가들을 만나 이들의 일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하는 활동가인터뷰 공모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뷰 공모에는 여러 지역의 활동가들이 참여해주셨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공익활동가사회적협동조합 동행>, <한국시민사회지원조직네트워크>, <지리산이음>이 공동주최하고, <아름다운재단>이 지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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