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변화를만드는사람들] 지구와 나에게 이로운 공간으로. 로컬의 실험은 계속 돼야죠. - 공동체 활동가 이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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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협동조합 이공 이세형 이사장은 광주시 광산구 송정을 거점으로 청년들과 함께 다양한 일을 벌인다. 청년들의 자립과 대안의 삶을 모색하던 공간으로 출발한 카페이공은 제로웨이스트샵과 비건레스토랑을 운영하며 기후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실천을 권한다. 이상하고 이로운 공간에서 펼쳐지는 청년 이세형의 실험실로 초대한다.    

※이번 인터뷰는 1부는 이세형과 협동조합 이공의 활동, 2부는 이세형과 함께 카페라떼클럽을 기획, 운영하는 공공활동기획자 김지현과의 공동인터뷰로 구성했습니다.  


“청년들의 꿈을 지지하고 응원하고자 협동조합이공(이하 이공)을 만들고 청년들과 함께 다양한 실험들을 하면서 인생을 즐기고 있는 이세형입니다.”

(사진촬영 : 바라봄사진관)


1부. 이세형과 이공


공식 직함이 협동조합 이공 대표님이군요! 활동명은 왜 세모예요?

이름이 세형인데 제가 되게 성격이 모났거든요. 포용력이 많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굉장히 까칠하고 내면에 가는 바늘 하나 들어가지 못하게 저만의 기준과 잣대들이 엄청나게 많은 뾰족한 사람이어서 세모예요. 그런데 아는 건축가가 세모가 가장 안정적인 도형이라고 얘기하더라고요. 요즘은 자원순환 강의하면서 분리배출 표시 세모라고 밀어붙이고 있어요.(웃음)


모두 묘하게 설득력이 있네요.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은 사람으로 공익활동가의 정체성을 가지게 된 건 얼마나 되었나요?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일했었는데 그때만 해도 전혀 공익활동에 대해서는 몰랐어요. 남들이 대학가니까 나도 대학가고, 직장은 서울로 가니까 나도 서울 가서 살아볼까 이랬던 것 같아요. 그러다 2008년에 정토회에 들어가 5년 동안 공동체 생활하면서 환경, 인권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고 2년 반 동안 인도의 불가촉천민들을 위한 학교에서 NGO 활동하면서 삶이 변하게 된 것 같아요. 이전에는 남들처럼 경쟁하면서 나만을 위한 삶을 살았다면 5년 동안의 공동체 생활이 공동체에 대한 고민이라든지 나의 행복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소비와 자립, 생산적인 삶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했어요. 아이들을 위해 10년은 봉사하겠다는 마음으로 인도로 갔는데 2년 만에 건강이 너무 안 좋아져서 어쩔 수 없이 강제귀국하게 되면서 그동안 배웠던 것을 광주에서 한번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2013년부터 활동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어요. 


#광주로 돌아와 청년들의 생산적인 삶과 공동체를 이야기하다


인도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싶었나요?

학교파트 담당자였는데 교육은 1, 2년 안에 되는 게 아니라 적어도 10년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불가촉천민 아이들을 위한 학교에서 대안 교육을 하고 싶었어요. 지금 인도의 아이들도 공부해서 공무원이 되고, 그런 직업을 가져야만 자신의 삶이 변화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공무원이 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으니 좌절하는 아이들이 많았죠.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지금 나의 삶 속에서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끼며 살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인도JTS에서 현지 스태프를 위한 교육을 진행하는데, 학생들에게도 삶에 필요한 적정기술과 인문교육을 병행하는 대안교육을 경험하게 하고 싶었어요. 중간에 한국에 들어와 충청남도 홍성에 있는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를 가보기도 했어요. 하지만 제 건강상태가 안 따라준 거죠. 슬펐어요.

그래서 광주에 와서 청년들의 생산적인 삶과 공동체를 이야기하는 이공을 만들게 되었어요. 인도에서의 경험이 없었다면 저의 삶은 또 완전히 달라졌겠죠. 


이공을 만들게 된 계기를 좀 더 듣고 싶어요.  

12년 만에 광주에 와서 뭘 할지 막막했는데 여행을 좋아하기도 했고 새로운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걸 좋아하니 게스트하우스를 해보자 싶었어요. 송정동이 맘에 들었고 KTX송정역이 생기기 전에 그 앞에 있는 여인숙들을 돌면서 게스트하우스를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어요. 물론 다들 거절했지만요. 그때 혼자서 게스트하우스 이름을 이공(異空), 서로 다른 꿈들을 공유하며, 내 안에 있는 꿈에 대한 욕망을 비워내는 공간이라고 지었어요. 

저는 인도에서 제가 원했던 꿈을 모두 이뤘거든요. 공부하기 싫었지만 교사를 꿈꿨고 결국 교장 역할도 했어요. 사진작가의 꿈은 인도 아이들의 모습을 담는 걸로 충족이 되었어요. 그러면서 청년들이 자신의 꿈을 이야기 할 수 있고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꿈.잣.돈 프로젝트>를 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답니다.  

하지만 가진 것도, 아는 사람도 없는 제가 게스트하우스를 하기는 어려웠어요. 어찌어찌해서 송정공원 근처에 단독주택을 얻었고 친구들을 모아 셰어하우스를 열었어요. 그때 이공이라는 이름을 썼는데 그곳에서 다양한 상상들을 펼칠 수 있었어요. 많은 사람이 모였고 그 사람들과 더 재밌는 일들을 시작했어요. 자연스레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꿈이 청년 공동체를 만드는 것으로 바뀌었어요. 자체적으로 동네 문화제를 만들기도 하고 누군가 무상으로 내어준 집을 수리해 셰어하우스 2호점을 열었죠. 그러다가 협동조합을 만들게 되었고 자연스레 이공이라는 이름을 쓰게 되었어요. 

협동조합 이공이 추구하는 가치가 청년들의 마을살이(공동체)를 지원하는 것인데, 그런 가치에 동의하는 이들은 주로 대안학교를 나왔거나 대학을 선택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려는 청년들이에요.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건 ‘소속’인 것 같아요. 낯선 곳에 홀로 떨어진 나에게도 소속이 필요하고 울타리가 필요한 것처럼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이곳에서 뿌리내리고 살 수 있으려면 네트워크와 울타리가 필요하잖아요. 이공은 어쩌면 청년들이 자유롭게 이 우주를 여행하다 가끔씩 충전할 수 있는 우주정거장이 아닐까 생각해요.


광주에서 활동을 시작할 때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12년 만에 광주로 돌아왔을 때 이 지역에서 학연, 지연으로 연결된 엄청나게 끈끈한 관계망 속에 나라는 개인이 들어가기가 되게 어려웠어요. 제가 느끼기에 새로운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있는 것 같았어요.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니까 당연하겠다 싶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생각보다 빨리 광주에서 자리를 잡았어요. 물론 저의 정토회 활동 이력이 단체 활동가들에게 매력적으로 내비쳐진 게 크지요.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이세형이라는 사람이 개인의 욕심보다는 공동체나 환경, 청년을 위한 공익적인 활동을 하는 구나’라고 인정을 해주시는 것 같아요. 제가 초반에 겪었던 어려움은 외지에서 온 활동가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게 아닐까 싶어요. 


#. 청년의 꿈이 현실이 되는 理想한 공간에서 지구와 나에게 이로운 공간으로 


거점으로서 혹은 멤버십으로든 조직과 공간이 주는 힘이 크죠. 카페이공은 협동조합 이공에서 운영하는 공간인데요, 어떤 활동들을 해 왔나요?

2014년에 광산구 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마을공동체팀장을 맡았는데 교육과 컨설팅을 주로 했어요. 그런데 저는 경험주의자여서 제가 마을공동체나 협동조합을 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지식만으로, 직업으로서 사람들에게 교육과 컨설팅을 한다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직접 청년들과 마을공동체를 만들고 협동조합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센터를 그만뒀거든요. 

청년들의 공동체를 위해서는 삶터와 일터, 놀이터와 배움터가 필요했어요. 2016년 협동조합 이공을 만들고 삶터인 셰어하우스 이공 2호점을 오픈하며 청년주거독립을 이야기 했어요. 조합원인 한 청년이 무상으로 작은 아파트를 내줬고 1년 동안 그 집을 고쳤어요. 그리고 2017년 3월에 일터와 배움터, 놀이터인 청년플랫폼 카페이공을 오픈했고 3년 동안 100회 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협동조합이공은 주민플랫폼 공간을 2017년 광주시 광산구 건물을 임대해 송정마을카페이공을 만들고 운영하고 있다.  (사진촬영 : 바라봄사진관) 


청년플랫폼 카페이공에서는 청년들이 문화와 교육의 수혜자나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로서 스스로 기획하고 하고 싶은 건 다 할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일공데이인 매월 10일에는 전시하고 싶은 사람은 전시하고, 이공데이(매월 20일)에는 공연이나 워크숍 등 본인의 날로 기획해서 운영하고, 삼공데이(매월 30일)에는 다양한 광주지역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대안적인 삶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프로그램들을 진행했어요. 

그리고 셰어하우스 이공 2호 점 수익금으로 청년들이 꿈꾸는 걸 모두 해보면 좋겠다 해서 꿈으로 가는 노잣돈을 지원하는 <꿈.잣.돈 프로젝트>도 진행했어요. 삶의 팁을 공유하는 삶팁 강좌, 적정기술교육, 민주시민교육 등을 열기도 했어요. 2017년부터 2019년까지를 이공의 시즌 1이라고 해요. ‘혼자서는 이룰 수 없는 꿈을 함께 이루는, 꿈이 현실이 되는 이상한 공간’이지요.

지금의 카페이공은 시즌 2예요. 2019년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느끼면서 청년플랫폼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 지 고민에 빠졌어요. 대안적인 삶, 지속가능한 삶을 이야기해왔던 이공이었기에 자연스레 지구와 나에게 이로운 공간으로 바뀌게 된 거죠. 


시즌2를 맞아 기후위기 대응 활동 차원에서 제로웨이스트샵과 비건식당을 운영하는거군요. 또 어떤 변화가 있나요?  

이공은 조합원들이 다들 직업이 있고 제가 주로 실무 책임자로 카페이공을 운영했는데 작년부터는 실무 이사진으로 꾸리고 싶어서 김지현님을 영입했어요.  

사실 좀 외로웠거든요. 3년 동안. 같이 목소리를 내고 이 공간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되게 외로웠고 조합에 대한 고민도 많았고요. 그래서 작년에는 1년 동안 이사장직을 물러나기도 했었어요. 다시 돌아오긴 했지만...... (웃음)

카페이공은 진짜 애증의 공간이에요. 저는 정말 유목민 같은 삶을 즐기는 사람인데 이 공간이 저에게는 되게 부담이기도 했어요. 조합원들에게 여러분이 원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보라고 끊임없이 얘기도 했지만 실제적으로 그렇게 하기는 어려웠어요. 그 과정에서 저희도 갈등을 겪었고 변화가 있었어요. 작년부터 아예 이 공간에 몸을 풍덩 담가버려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외부 활동을 하지 않는 대신 내가 하고 싶은 활동을 이 공간에 담아보기로 했어요. 이게 카페이공이 변화된 계기이고 김지현님은 저한테 코 껴서 이 공간에 같이 몸을 담그게 된 거죠. 같이 하게 돼서 전 너무 행복했어요. 우리 활동에 관심 있는 친구들도 지금 같이 일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좀 더 시너지가 나는 것 같기도 해요. 


#지금 이공은 공감하는 사람들과 치열하게 일하며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과정 


지금 같이 일하는 분들은 조합원인가요? 아니면 이 활동이 좋아서 오신 분들인가요?

아니오. 지금 같이 일하는 짱똘과 제이는 우리 활동에 공감하고 같이 하고 싶어서 온 청년들이에요. 조합원들은 활동가가 많아요. 환경단체 활동가, 대안학교 교사, 저보다 더 자유로운 영혼들이 많아요. 그래서 사실 조합원들과 카페에 대해서 깊이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어요. 그게 저의 가장 큰 외로움이었죠.

작년에 카페이공을 바꿔야겠다고 마음먹으면서 우리의 취지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일할 수 있게 만들기로 했어요. 

이제는 직원들이 먼저 ‘비건으로 가야 되지 않습니까? 일회용 테이크아웃컵 빼야 하지 않을까요?’ 하면서 저에게 이거 해야 된다, 저거 해야 된다 압박해요. 이런 상황을 되게 기다렸는데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어요. 작년에 팝업스토어 하면서 일회용 테이크아웃 컵을 뺄 것인가를 두고도 치열하게 싸웠어요. 이런 과정이 피곤한 거예요. 3년 동안 혼자서 외로웠지만 혼자 결정하고 혼자 하는 편안함도 있잖아요.(웃음) 

지금 카페이공은 새로운 걸 하자고 제안하는 사람이 시스템을 준비해서 들여와요. 비건으로 가야 된다고 한 친구는 우리가 왜 비건으로 가야 하는지, 음료를 어떻게 대체할 수 있는지를 직접 찾아와요. 그러니까 저는 노(NO)할 수가 없는 거죠. 그동안은 저 혼자 일했던 협동조합인데 지금은 이 공간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이들이 조합원은 아니지만 직원으로서 역할을 하고 실무 이사진들이 붙으니까 저도 힘이 생겨요. 

혼자 사는 외로움을 견디기 힘들어서 함께 사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공동체를 꿈꿔왔는데 지금은 진짜 불편하지만 너무나 든든하고 더 이상 외롭지 않게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딱 4년 만에 이루어진 거죠.


#기후위기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역할  

(사진촬영 : 바라봄사진관)


요즘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건강?(웃음) 

이공이죠. 이공의 활동이 다양해지고 커지면서 만나는 사람들도 되게 많아졌고 자원순환활동이 개인의 실천에서 끝나지 않도록 이곳에서 어떻게 기후시민을 양성할지가 요즘 가장 큰 관심사예요. 단순히 분리배출만 잘하면 된다고 말할 순 없잖아요. 

이공이 카페이공을 어떻게 운영하는지 관심을 가지는 분들도 있고, 일주일에 다섯 건 정도는 자원순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카페이공을 방문해요. 저는 오시는 분들과 자원순환을 이야기하고 공간 운영의 다양한 요소들을 안내하는 일에 좀 더 집중하려고 해요. 사람들을 좀 불편하고 피곤하게 하더라도 에너지와 먹거리를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왜, 어떻게 소비를 줄여하는지 알리는 게 제 역할이자 사명인 것 같아요.


저도 카페이공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해요. 리더가 갖는 고민들이 있겠지요.  

카페이공은 매출은 있지만 수익은 없는 공간이에요. 처음부터 수익을 많이 내려고 시작한 건 아니에요. 전에는 이 공간이 청년들이 자립할 수 있고 대안적인 삶에 대한 고민을 하는 곳이었다면, 지금은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공간이에요. 오히려 공간을 운영하는 사명감이 더 커진 것 같아요. 

공간을 만들면서 ‘내가 운영해야한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누구든 원하는 청년들에게 공간을 내어주고 나는 뒤에서 지원하겠다는 거였는데 하다보니까 그게 안 되는 거예요. 청년공동체를 만들고 청년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려고 했던 것 자체가 되게 오만했다는 회의감과 결국 내가 몸을 풍덩 담그고 있지만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여전합니다. 

공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도 사실 엄청 많아요. 이 공간을 2022년 12월 31일까지 사용할 수 있어서 그 이후에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별도의 공간을 만들고 확장해서 나아갈 건지 아니면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가질 것인지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일단 2년 동안은 지금 하고 싶은 걸 한번 해보자 했는데, 하다 보니 계속 사회적 책임감이 생겨요. 아마도 내년이 돼봐야 뚜렷이 알 것 같아요.


#카페이공이야 말로 Green New Deal의 축소판


저희는 이 공간에 대한 자부심이 진짜 커요. 맨날 우리끼리 ‘이공이 최고야’ 이러면서.(웃음) 이공을 통해서 영감을 받는 분들도 많고 여기서 일하고 싶은 청년들도 늘어나고 있는데 제가 무책임하게 내년까지만 하고 끝이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들이 점점 저에게 다가오고 있거든요. 그러면 나는 또 어디까지 몸을 담가서 그 기반을 만들어야 할 것인가 고민이 생겨요.

이건 정말 오만한 얘기일 수도 있는데 여기는 그린green 일자리를 만드는 공간이고 그린뉴딜green new deal의 현장이고 축소판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그렇다면 나는 이 일을 계속해야 하고 이 공간은 청년들이 일하고 싶은 공간이 돼야 되고,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을 한 명이라도 더 기후 시민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의 사명인데 나의 사적 욕망 때문에 기한을 두고 이 일을 하는 게 맞나 이런 고민들을 끊임없이 하게 돼요. 

올해는 카페이공에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실질적으로 저를 대체할 수 있는 영역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저는 그걸 느껴요. 그래서 조금 여유가 생겼어요.


코로나19 이후 활동에 변화가 있나요? 제약이라든가 오히려 더 활발해졌다든가.  

카페라떼클럽 활동도 그렇고 이공도 아무래도 영향이 있어요. 사람들이 모이는 것도 쉽지 않고 사람들이 뭔가 해보려고 할 때 위축되는 게 분명히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공동체에 대한 고민, 동네 안에서 우리가 어떻게 연대하면서 살아갈지에 대한 논의가 깊어지는 걸 느껴요. 


#. 혼자 즐거운 삶과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고 연결하는 삶 사이에서의 고민 


세형님의 기억 속에 가장 뿌듯하거나 인상적인 장면을 떠 올린다면 언제인가요?

내가, 우리가 꿈꿔왔던 공동체가 단순히 사람들이 같이 살면서 뭔가를 하는 정도로 머물지 않고 카페이공이라는 공간과 이공이 하고 있는 활동들이 작게라도 사람들을 변화시키려고 하고 있구나 생각하면 좀 뿌듯해요.

저는 작은 사람이에요. 욕망도 별로 크지 않고 그냥 비오는 날 낮에 술이나 먹고 놀았으면 좋겠고. 항상 아주 작은 사적 욕구가 많은 사람이에요.   

제가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건 나라는 사람의 능력은 되게 작은데 나의 능력을 너무 과하게 평가하고 엄청난 제안들이 들어왔을 때예요. 저는 진짜 그걸 못 견뎌하거든요. 숨 막혀하고. 그런데 그게 이중적인 감정인 것 같아요 그런 제안들이 들어왔을 때 부담스럽고 항상 어떻게 거절하지 걱정하면서도 한편으로 느끼는 감정은 ‘내가, 이공이 그래도 잘하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에요. 카페이공을 다른 곳에도 만들자는 제안들이 있어요. 사실 엄청 스트레스 받죠. 하지만 거기에서 오는 즐거움이 커요. 

몇 년 전부터 지리산으로 가고 싶다, 제주도로 갈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지금 내가 농사지어서 키운 농작물로 요리해서 누군가와 나눠 먹는 게 큰 즐거움인데 내가 그렇게만 살 수 있는 사람일까 생각이 들기도 해요. 계속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고 연결하는 일들을 하던 내가 산속에 들어가서 혼자 농사짓고 사는 게 가능할까 그런 두 가지 마음이 있어요.

이세형님은 공공활동기획자 김지현님과 3년 전부터 종이팩 자원순환 프로젝트 <카페라떼클럽>을 운영 중이다. 마을단위의 작은 실험에서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며 자원순환모델로 정착중인 카페라떼클럽 프로젝트 이야기, 두 사람이 서로를 응원하며 일하는 방식을 들어보기로 했다. ( 공공활동기획자 김지현의 2020 활동가 인터뷰 보기 )


2부. 이세형과 김지현, 그리고 카페라떼클럽   

(사진촬영 : 바라봄사진관)


김지현님 소개 부탁해요.      

▶ (김지현) 저는 공공활동기획자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김지현입니다. 지역에서 마주치는 많은 것들에 관심 두고 고민하고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어요. 


두 분의 공식적인 관계는 협동조합 이공 이사장과 이사지만 이공에서 처음 만난 사이는 아니죠? 만남부터 들어볼까요?

▶ (이세형) 지현님은 광주에서 계속 활동해왔고 저는 외부에서 지내다 12년 만에 광주로 돌아왔어요. 광산구 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일할 때 동료의 친구로 처음 만났어요. 둘 다 녹색당 당원이기도 했고 저희가 만나는 지점이 되게 많았어요. 자연스럽게 언니 동생으로 만나다가 이공에서 2019년부터 청년들에게 민주시민교육을 하고 싶어서 지현님에게 의뢰했죠. 지현님은 지역에서 기획활동을 굉장히 활발하게 하고 있고, 민주시민교육에 관련된 공정여행, 제로웨이스트 분야를 스스로, 혼자서 개척해나가고 있었어요. 제로웨이스트 활동과 카페라떼클럽을 같이 하면서 이제는 동지로 함께 하고 있지요. 카페이공이 지구와 나에게 이로운 공간으로 변화를 갖게 된 건 지현님의 공이 커요.

▶ (김지현) 협동조합 이공에 조합원으로 합류한 건 작년인데요, 전에는 카페이공을 이용하거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결합해서 뭔가를 해보는 지역 청년 중의 한 사람이었어요. 저도 여기에서 10, 20, 30데이할 때 10데이에는 친구들 여행사진으로 전시를 하고, 전시에 참여한 다른 지역 청년들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어요. 카페이공은 뭔가 해보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공간이었던 것 같아요. ‘이런 거 해봐도 돼요?’라고 물을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잖아요. 근데 여기는 저 이런 거 해 보고 싶은데 해봐도 돼요? 하면 ‘얼마든지’ 라고 장을 열어주는 공간이었어요.


김지현님은 지난해 활동가 인터뷰에서 활동가의 정체성, 기획자로서의 고민을 많이 하는 분 같았어요.    

▶ (김지현) 20대에 국제교류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다가 서른이 되며 퇴사를 했어요. 퇴사하고 쉬면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러면서 활동가의 정체성이 강화된 것 같아요. 계속 갸우뚱하면서 살아온 것 같은데 ‘이 정도도 활동가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살아온 지는 10년이 넘은 것 같고, 이렇게 활동하는 것도 활동가의 다른 모습으로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최근에는 확실히 들었어요. 

전에는 좀 억울한 마음도 있었어요. 단체에서 일하는 사람은 입사 일주일이어도 외부에 자기를 소개할 때 ‘저는 OOOO(단체명) 활동가 OOO입니다’로 소개해요. 소속만으로 활동가의 정체성을 갖는데 저는 독립적으로 활동하다 보니까 계속 뭔가를 더 증명해야 된다는 압박을 스스로 더 받았던 것 같아요. 이제는 그렇게 스트레스 안 받고 활동가이기도 하고 기획자이기도 하다, 우리가 만들고 싶은 변화를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더 잘 전달할 수 있을지, 참여를 이끌 수 있을지 활동의 기획을 고민하는 사람이라 생각해요. 


이세형님은 ‘마을’을 기반으로 ‘청년’들과 공동체 활동을 하고 김지현님은 ‘주제’나 ‘이슈’를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일하는 스타일도 좀 다를 것 같고요.

▶ (김지현) 세형님은 이공이라는 조직과 거점 공간이 있는 상태에서 활동을 하고 저는 온전히 개인으로 활동하고 어쩌면 그게 한계이기도 해서 그렇게 보였을 것 같아요. 주제나 이슈 중심 활동으로 보이는 건 아마 활동 환경의 차이가 아닐까 싶어요. 그래도 이공을 중심으로 마을에서 청년들과 활동하고 그 속에서 확장성 있는 일들을 많이 해요.

▶ (이세형) 맞아요. 저희가 일하는 스타일도 많이 달라요. 저는 추진력으로 일하는 사람이에요. 일단 공간부터 만들고 사람을 모으고 그 힘으로 나아가는 스타일이에요. 폭주 기관차처럼 일단 하자고 하면 오케이 하고 무조건 질러버려요. 그런데 지현님은 디테일을 갖춘, 체계적이고 완벽하게 준비를 하고 가야 되는 사람이에요. 서로 맞춰가는 과정들이 힘들었고 지금도 여전히 힘들지만 이제는 서로 인정하고 기다려 주죠. 우리가 너무 다르지만 둘이 같이 하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해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아니까 서로에게 고마운 존재죠.

▶ (김지현) 각자 일했던 스타일이 10년 넘게 있잖아요. 그걸 파악하는 시간도 꽤 걸렸어요. 일하는 스타일이 다르다는 예를 하나 들어볼게요. 저는 조직에서 프로젝트를 할 때 메일에 CC(참조)를 넣었거든요. 저도 누가 공유해 주면 팔로잉 하는 스타일이라 모든 상황을 공유해야 된다고 생각을 하는데 상대방에겐 CC가 스트레스가 되더라고요. 정말 몰랐던 지점이에요.(웃음)

저희 진짜 많이 싸웠어요. 둘이 단짝인 건 많이들 알지만 우리는 되게 치열하게 싸워요. 근데 중요한 건 다시는 안 본다가 아니니까. 싸워도 우리는 다시 볼 사이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 우리가 함께 하는 걸 서로 알고 있잖아요, 그래서 다시 만나서 친구가 될 수 있는데 만약 외부에서 이렇게 싸우면 다시는 안 보게 되죠. (웃음)

이렇게 다른 두 사람이 3년 전부터 카페라떼클럽이라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벌써 3년째죠? 각자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나요?

카페라떼클럽은 ‘종이팩은 종이가 아니다’를 슬로건으로 광주지역 여러 마을 가게와 주민들이 참여해 종이팩을 수거 재활용 모델을 만드는 실험이다. 2019년 재단법인 숲과 나눔의 시민아이디어 사업화 지원사업인 풀씨 사업에 선정되었고 2020년과 2021년에는 풀꽃사업으로 선정되어 프로젝트를 확장해가고 있다. (사진촬영 : 바라봄사진관)


▶ (이세형) 카페라떼클럽은 지현님이 카페이공에서 종이팩을 동주민센터로 가져가면 화장지로 교환해준다는 걸 보고 이런 정책이 있다는 걸 좀 알려보자고 해서 시작하게 된 거예요. 

▶ (김지현) 그때 기억이 나요. 2019년에 아이디어가 생겼을 때 종이 한 장에 그림을 그려서 이렇게 하면 종이팩 재활용 모델 구조가 나오겠는데 하면 재밌지 않을까 했더니 세형님이 ‘그래 하자’ 해서 시작한 거예요. 저는 실험 기획과 어떻게 실행할지, 다음 단계로의 확장을 생각하고 세형님은 마을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광주라는 지역과 마을 안에서 이 활동을 어떻게 풀어야 될지 고민하는 역할들을 하고 있고요. 카페라떼클럽은 지역 안에서 점점 진화하고 있어요. 2019년에는 세형님이 송정마을, 저는 양림동에서 직접 종이팩을 수거하면서 이 모델을 실험해 봤어요. 2020년에는 우리가 아니라 이 모델이 마을에 들어가서도 될까 해서 마을 사람들을 모아 그들이 이 모델을 실험해봤어요. 2021년에는 마을의 활동주체들이 다양해졌어요. 청소년기관, 마을공동체, 시민단체, 관심 있는 주민들의 모임처럼 다양한 그룹들이 운영했을 때 어떤 모습들이 나오는지 사례들을 확인해보려고요. 


광주 외에 까페라떼클럽이나 제로웨이스트 활동을 매개로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지역이 있나요?

▶ (이세형) 전주 모악산의 아침, 포항 쓰맘쓰맘 등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모임이나 프로젝트팀들이 있어요. 전주, 경주, 포항 등 다른 지역에서도 시작하는 곳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요. 

중요한 건 종이팩이 잘 재활용돼야 하는 거잖아요. 올해는 종이팩 재활용 실태 조사와 자치구나 광주시와 적극적으로 만나서 어떻게 하면 재활용이 더 잘 될 수 있을지 이야기하고, 흩어져있는 정보들을 모으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종이팩을 매개로 카페라는 공간에서 사람과 사람이 새롭게 만나게 되는 거잖아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생기는 마을의 변화, 관계의 발전도 있을 것 같아요. 

▶ (이세형) 3년 동안 카페라떼클럽이 종이팩을 카페에서 수거하고 지자체에서 포인트나 화장지로 교환해서 다시 지역사회에 돌려주는 순환모델을 만들었어요. 광주만 해도 저희 네트워크가 13군데 정도 되고, 자체적으로 마을에서 그냥 해보겠다고 분들도 늘어나고 전국화 되면서 중요한 핵심은 말씀하신 것처럼 마을안의 관계인 것 같아요. 저희가 프로젝트처럼 두 달만 먼저 해보자라고 제안했지만 두 달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본인들의 활동으로 이어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카페에서 종이팩만 수거하는 게 아니고 마을 안에서 어떻게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서로 성장하는 과정이랄까. 그런 관계들도 생기는 거죠.

▶ (김지현) 저희가 해보니까 10주가 넘어가면 활동을 그만두기가 정말 애매해지는 시점이 와요. 카페들이 종이팩을 지속적으로 재활용하고픈 마음은 있어도 실제로 1인 카페의 경우 배출할 여력이 안 되기도 해서 계속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데, 우리가 빠졌을 때 어떻게 해야 되나 하면서 애매한 짐 진 마음이 생겨요. 그러면 계속 가게 되거든요. 실제로 저희가 작년에 그렇게 프로젝트를 했을 때 함께한 모든 마을 팀이 계속 활동을 이어갔어요. 10주간의 1차 실험이 끝나고 중간에 자율 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그 팀들이 12월까지 계속하는 거예요. 

마을에서 뿌리를 잡는 시간들이 필요한 것 같고 그런 기획은 좀 넉넉한 시간으로 만들어지는 것 같긴 해요.

(사진촬영 : 바라봄사진관)


실험이 이제는 일상화되어서 마을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순환모델로 자리 잡고 있네요. 카페라떼클럽을 보면서 우유팩이 재활용되는 과정이 모니터링이나 추적을 통해서 참여했던 분들에게 피드백으로 이어지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어요

▶ (김지현) 올해 그 모니터링 작업을 해보려고 해요. 자원순환 분야만 해도 관련 정책이나 제도를 시민들이 아예 모르기도 하고, 제도가 바뀌어도 실행기관에서 그걸 모르는 경우도 허다해요. 지역마다 정책이 달라서 시민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경우도 있고요. 예를 들어 종이팩은 보통 우유팩 하면 생각나는 일반팩(살균팩)과 내부에 은박 코팅이 된 멸균팩 두 종류가 있는데 둘 다 재활용 마크가 붙은 분리배출 대상이거든요. 그런데 멸균팩은 안 받는 지역도 있더라고요. 행정복지센터에 가져가도 아예 거절되거나 2차 선별장까지 가서 마지막에 재활용에서 탈락하는 거예요. 시민들은 잘 배출했으니까 재활용되겠지 했는데 마지막 단계에서 폐기되는 상황들이 발생하는 거죠.

이런 제도는 시민들을 헷갈리게 만들면 안 되거든요. 마크가 있으면 무조건 재활용이 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 환경부나 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에게 책임지고 종이팩이 재활용되게 하라고 시민들의 목소리로 생산자에게 책임을 묻는 걸 준비하고 있어요.

전국 제로웨이스트샵 네트워크인 도모도모모임에서 함께 멸.종.위기(멸균팩과 종이팩의 위기탈출)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요, 기초지자체별로 종이팩 선별과 재활용을 어떻게 하는지도 알아보고, 제대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의 캠페인을 진행해보려고 해요.

▶ (이세형) EPR(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제도 자체가 소비자들이 물건 값을 지불할 때 재활용 비용까지 지불하는 건데 왜 기업들은 재활용품 분리배출 마크를 달고도 재활용을 어렵게 만드느냐, 이걸 개선하라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내는 거죠. 

▶ (김지현) 전국 지자체의 30% 이상이 종이팩 선별 자체를 안 하고 있대요. 우선은 실태조사를 통해서 어떤 지자체가 잘하는지 파악하고 안하고 있는 지자체 블랙리스트도 만들려고요. 그런데 정보들이 분절돼 있어요. 교육을 하는 사람들, 종이팩 재활용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제각각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이걸 좀 정리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어요.

저희가 2019년에 종이팩 재활용 순환모델을 만들어보자고 했을 때는 다른 것들은 어느 정도 되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종이팩을 잘 버리기만 하면 재활용이 될 줄 알았는데 허점들을 많이 발견하게 돼요. 그래서 선별장도 직접 찾아가 보고 수거하는 업체도 만나보고 그렇게 하고 있어요.


카페라떼클럽은 앞으로 계속 할 생각인가요? 

▶ (이세형) 종이팩 자원순환 모델을 만들었고 작년에는 영상도 제작하고 ‘종이팩은 종이가 아니다’ 포스터도 만들어서 전국에 보낼 수 있는 기본 인프라는 갖춰졌어요. 이제는 네트워크와 종이팩 관련 정책들을 계속 모니터링하자고 얘기하고 있어요. 

종이팩 재활용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어요. 그게 저희의 존재 이유일 것 같아요.

우리가 카페라떼클럽을 하면서 이런 실험모델을 전국화 시킨 것도 있지만 광주 지역은 사실 작년에 종이팩 열풍이 불었거든요. 행정에서도 관심을 갖게 되고 광주에서 자원순환 관련된 모임이나 마을 공동체 사업에 종이팩이 들어갔어요. 광산구는 아파트 단지에 종이팩 수거함을 설치했어요. 이런 사례들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에 저희가 사회적 책임감이 생긴 걸 수도 있고 앞으로도 종이팩을 가지고 가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카페라떼클럽과 유사한 종이팩 재활용 모델들이 많이 생겼죠?

▶ (김지현) 네, 정말 많아졌어요.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실험들이 이뤄지는데, 다음 활동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우리가 먼저 제시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래, 마을에서 종이팩 수거 모델을 만들었다고? 그렇다면 그 다음은 이걸 해보자!’ 이런 느낌으로 말이에요. 

종이팩 재활용 제도의 허점들이 많더라고요. 점점 우리가 제도 개선이나 정책 제안을 해나가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전국적으로 11월에 액션들이 들어갈 것 같고. 어쨌든 저희가 처음에 ‘이런 거 해볼까 재밌겠지?’ 했을 때보다는 지금 훨씬 더 많이 온 거죠.


‘따라할 테면 따라해 봐. 우리가 그 다음을 알려주지’ 라는 자신감이 너무 좋아요. 그럼에도 좀 속상한 경험도 있다고요?

▶ (김지현) 리플렛에 들어갈 문구 하나하나를 고심해서 정하고 오기나 비문은 없는지 비용을 지불하며 감수도 별도로 받았거든요. 그런데 그 내용을 짜깁기해서 다른 곳에서 홍보물 만든 걸 우연히 보게 되면 속이 상하죠. 때로는 포스터 디자인을 그대로 따다 살짝 바꿔버리는 일들도 벌어져요.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라 먼저 협력 요청이나 문의를 하고, 이거는 레퍼런스가 카페라떼클럽이라고 밝혀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 이메일 문의도 많이 와서 1시간씩 걸려서 장문의 답변을 해 주는데 정작 그 팀들의 인스타그램이나 채널에 저희 언급이 하나도 없을 때는 제 스스로가 내가 지금 뭐하는 거지? 생각이 들 때도 많았어요. 


그래서 포스터도 다운로드 받으려면 구글 독스에서 입력을 해야 되는 거군요

▶ (김지현) 우선 두 가지 이유인데요. 보통은 포스터를 다운로드해서 누구나 쓸 수 있게  잘 안 하잖아요. 저희는 포스터를 인쇄해서 배포하는 방식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해요. 원하는데 보내주겠다 하면 꽤 많은 수량을 인쇄해야 하고, 그걸 발송하는 과정에서도 수많은 택배를 보내며 탄소배출을 하게 되죠. 비용 문제도 있고요. 하지만 온라인에 올려 각자 출력하게 하면, 탄소배출도 조금이나마 줄이고, 누구나 쉽게 활용가능하게 되죠. 프린트만 해도 붙일 수 있게 하니까 제주, 포항 전국 곳곳에 저희 포스터들이 붙어 있어요. 

종이팩은 종이가 아니다 포스터는 링크로 접속해 정보를 입력하면 다운받을 수 있다. 인쇄와 배송과정에서의 에너지와 비용을 줄이고 활용정보 수집과 활동계획 수립에도 도움이 된다. (사진제공 : 카페라떼클럽)


또 이렇게 하면 어디서 활용했는지 알 수 있어 향후 활동을 계획할 때 도움이 돼요.  어떤 지역은 학교에서 교육 목적으로 쓰고 어느 지역은 아파트 분리 배출함에 붙여놓겠다고 신청해요. 저희도 그런 정보들을 조사하면서 ‘아 이게 이렇게 쓰일 수도 있구나’를 역으로 알게 돼요. 연락처가 있으니까 나중에 어떻게 붙어 있는지 사진을 요청할 수도 있어서 저희 홍보가 얼마만큼 파급 효과가 있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이세형에게 김지현은 어떤 사람인가요?

▶ (이세형) 저는 사실 개인적인 특별한 경험을 통해서 새로운 세상에 눈을 떴고 지금 이렇게 활동하고 있지만 나의 변화가 우선이고 아주 작은 사람이에요. 제가 했던 활동들도 청년 당사자로서 청년에 대한 고민이나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거여서 어떻게 보면 나의 만족감이 되게 높고 내 안에서 스스로 만족하는 게 컸다면 김지현님은 저를 확장해 주고 활동가는 이렇게 해야 되지 않을까, 내가 혼자 쓰레기 줍기 한다고 활동가가 아니라 어떻게 더 공적으로 변화시키고 확대할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잔소리하고 채찍질 해주는 꼭 필요한 사람이에요.

제가 김지현님을 좋아하고 존경하는 이유는 무언가를 한쪽 시선으로 보는 게 아니라 다각화시켜서 보고 확장한다는 거예요. 전 지구적 관점에서 우리가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끊임없이 지역사회에서도 일깨워주는 사람이에요.

예를 들어 카페라떼클럽 프로젝트를 하면서 종이팩 재활용만이 아니라 노동과 인권의 문제로 확장해서 연결지점들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계속 질문을 던져요. 그래서 쓰레기 매립장이나 선별장에 다녀와서도 단순히 ‘아!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구나, 우리가 재활용을 어떻게 해야 되겠다’가 아니라 거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를 생각하고 고민하도록 우리에게, 우리 지역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라고 할까요. 

지역 안에서의 역할을 봐도 지현님은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생각밖에 없어요. 작은 거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이렇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들로 가득 차 있어요. 그 상상을 실현해 나가는데 있어 인정받고 싶은 것도 있고, 귀하게 대해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큰 것 같아요. 


김지현이 생각하는 김지현은요?

▶ (김지현) 연결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예를 하나 들어볼게요. 요즘 광주에 갑자기 비가 오는 날이 많아요. 비가 오면 우산을 매번 사는 게 아니라 빌려서 우산이 계속 도시 안에서 움직이면 좋겠어요. 지금 광주에서 헌 우산을 수리하는 프로젝트를 하는데 수리한 우산이 공공기관과 거점 공간에 배치되고 비 올 때 빌려서 사용하면서 수리된 우산이 순환되면 좋겠다, 이런 게 자원순환의 한 모습이지 않을까 연결하는 상상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김지현에게 이세형은 어떤 사람인가요? 

▶ (김지현) 세형님은 그걸 잘해줘요. “여기까지 해도 된다.” 

혼자 일하다 보면 완급 조절이 안 돼서 ‘이 정도까지는 해야 되지 않나?’가 계속 커지고 높아져요. 그러다보면 꼭 무리를 하게 되고, 오히려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많아요. 그런데 세형님은 제가 폭주하는 걸 끊어주는 역할을 잘해요. “그건 필요 없는 것 같아. 여서기 멈춰도 돼.” 거기까지는 안 가도 된다는 걸 말 안 해주면 폭주하듯 계속 가거든요. 진짜로. 스스로 힘들어하면서도 그렇게 해야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는 게 많거든요. 그런 걸 잘 잡아줘요.

또 세형님은 사람들을 잘 연결하고 확장하는 능력이 탁월해요. 크고 넓은 사람. 저는 지역에서 까칠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세형님은 사람들을 포용할 줄 알아요. 그래서 어른들이 되게 좋아해요. 시민단체 선배들도 그렇고. 

▶ (이세형) 저희는 사실 광주에서 낄 데가 없는, 약간 아웃사이더의 느낌도 있어요. 오히려 다른 지역 사람들과 더 많이 교류하는 것 같기도 해요. 선배활동가들에게 비춰지는 이세형, 김지현은 작고 예쁜 거 좋아하는 활동가인 거예요. 누군가는 좀 더 큰 일 해봐야 되지 않겠냐고 얘기해요. 우리는 작고 예쁜 프로젝트를 크게 키우려는 생각이 있는데 그 확장성을 보지 않는 게 전에는 스트레스였는데 지금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김지현님에게도 당신은 전 지구적 사람이니까 지역 안에서 듣는 말에 너무 상처받지 말라고 해요.  

(사진촬영 : 바라봄사진관)


훈훈한 분위기인데요, 그동안의 활동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나요?

▶ (김지현) 잔잔하게 많은 것 같은데요, 카페라떼클럽 활동을 하면서 알게 모르게 활동이 확장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고 이공에서 저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들에 사람들이 와서 감응하는 것도 되게 반갑고 그래요. 저희도 하면서 아리까리(알쏭달쏭의 전라도 사투리로 입말을 그대로 옮김)한 게 많잖아요. 일회용 테이크아웃 컵을 카페에서 없앨 때, 우리가 잘 할 수 있을까 했는데 사람들이 와서 텀블러를 대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 이게 가능하구나’를 저희도 확인하면서 뿌듯해요. 외부에서 이공과 같이 해보자고 제안을 해 올 때도 뿌듯하고요. 저는 청소년들을 만나는 활동을 하는데 교육을 통해서 만난 청소년들이 자기 기획을 하는 모습을 보면 그것도 되게 뿌듯하더라고요. 


5년 후, 이세형과 김지현은 어디에 있을까요? 이공에서 여전히 함께 하고 있을까요?

▶ (김지현) 사람들이 저에 대해 갖는 이미지가 하나가 있는데 ‘자유로운 영혼’일 것 같다는 거예요. 실제는 아니거든요. 해외로 여행은 다녔지만 광주를 떠나서 살아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마흔이 다 되도록 한 번도 다른 지역에서 안 살아봤다는 게 뭔가 미숙하다는 느낌도 들기도 해요. 인간이 자립을 위해서는 다른 지역에서 한 번 살아보는 경험이 필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계속 들어서 5년 후에는 광주에 다시 돌아오더라도 다른 지역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어요. 배포를 키우는 시간들이 필요할 것 같고, 그 시간 안에 있지 않을까 해요. 어디서 저를 좀 불러주시면 좋겠는데 제가 있다는 존재조차 모르니까.(웃음)

▶(이세형) 저는 미래를 계획하면서 사는 사람은 아니고 약간 즉흥적이거든요. 오늘 당장 때려 치고 어딘가로 끌리는 곳에 가버린다든지 약간의 직관과 즉흥으로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모르겠어요. 진짜 잘 모르겠어요. 



피플포체인지가 만난 공동체활동가 이세형은 사람과 마을을 읽고 연결하며 이로움을 찾아내는 실험가이자 연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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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경원
기획, 기록, 연결로 변화를 만드는 일과 사람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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