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드닝이 공동체를 회복하고 살필 수 있을까?
정원활동가 김현아의 대답은 ‘YES’다. 더불어 기후위기대응, 인간과 자연 생태계의 공존하기 위한 환경운동으로도 정원활동이 될 수 있고, 공동체 정원은 민주주의의 장이며 그 속에 세대를 아우르는 힘이 있다고 말한다. 취미로 시작한 가드닝을 더욱 공공적으로 펼치기 위해 비영리스타트업의 리더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 김현아 마인드풀가드너스 대표를 만났다.
“정원활동가 김현아입니다. 정원 기반으로 할 수 있는 활동이 많아요. 가드닝은 개인의 취미를 넘어서 사회적인 참여와 변화를 이룰 수 있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해서 저를 정원활동가로 소개해요. 다양한 가드닝 사례들을 찾아서 생태계와 공동체 회복을 위해 시도해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소개하는 활동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마인드풀가드너스 김현아 대표 (사진촬영 : 바라봄사진관)
가드닝이 대세입니다. 시대의 자연스러운 흐름인지 코로나19의 영향인지 심지어 출판에서도 콘텐츠개발서와 자기계발서 제목에 가드닝이 등장해요.
우리나라가 최근에 가드닝이 흐름이라고는 하지만 주거 환경의 한계 때문에 실내에서 식물 키우는 거 위주로 얘기를 많이 해요. 그런데 해외에서는 이미 기후위기정원에 대한 얘기들도 많이 나오고 있어요. 이 내용들도 새로운 실천을 다룬 건 아니에요. 경작을 해서 자연주기를 체험해보고, 일상에서 생태계 유기적인 흐름을 감각적으로 익히고, 그러면서 나는 무엇을 실천해야 할지 얘기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한국은 주거상황이 마당 있는 집이 로망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드닝이 굉장히 유효한 얘기인 것 같아요.
저도 가드닝을 취미로 시작했지만 공동체 운동으로도 좋은 툴이 될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어떤 분들은 사치스러운 취미 아닌가 하는데 전혀 사치스럽지 않고요, 저는 현대인이라면 필수적으로 가져야 될 취미라고 얘기해요. 가드닝이 꼭 식물을 가꾸는 것이 아니어도 괜찮거든요, 할 수 있는 활동들이 많고 여러 가치를 담고 있는데 어떻게 표현하는 게 좋을지 고민이라 정원이라는 기반 위에서 하는 활동으로 정원활동, 정원활동가라는 말을 쓰고 있어요. 딱 맞는 단어가 아직은 없어서 저희도 고민하고 있어요.
#. 정원활동은 일상에서 실천하는 새로운 환경운동
그래서인지 정원활동이 굉장히 익숙하지만 좀 멀게 느껴지기도 해요.
저희가 사례로 소개하는 정원활동은 식물을 키우고 가꾸는 것 뿐 아니라 관찰하고 모니터링하는 것까지 포함해요. 마당이 없는 한국의 상황에서는 공공의 정원인 공원이나 가로수로 할 수 있는 활동들이 많고 기후위기 대응상황에서 필요한 활동들을 준비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정원활동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환경 운동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어요. 아파트에서 새를 관찰하며 그들이 사는 서식지로서 아파트 환경을 어떻게 조성하는게 좋을지 고민하는 <아파트 탐조단>이나 무분별한 가로수 가치치기 시민제보 모임인 <가로수를 아끼는 사람들>처럼 확장된 정원활동을 통해 우리 일상에서 굉장히 가까운 곳에 있는 것들을 관찰하고 어떻게 공존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하는 단위들이 생겨나고 있어요.
도시에서 인간이 자연 생태계와 어떻게 공존해서 살아가야 할지, 인간만의 공간이 아니라 공유하는 공간이라는 인식에서 동물권을 넘어서 생명권에 대한 얘기까지도 해야 되는 시대라는 점에서 시각을 전환하는 데 가드닝은 굉장히 좋은 출발점이라고 생각해요.
가드닝에 정말 다양한 활동과 가치를 담을 수 있다고 본다면 환경운동가들도 정원활동가라고 할 수 있겠네요.
네. 저희는 그렇게 보고 있는데요. 인터뷰를 하러 가면 처음에는 ‘나는 정원활동가 아닌데’하던 분들도 저희가 이런 맥락을 설명하면 그런 의미로는 맞겠다고 하세요. 가로수 가지치기 활동하는 분들은 오랫동안 생태 보존 활동들을 해 왔는데 지금까지의 운동은 모니터링을 통해서 행정이나 공공기관에서 보존해야 된다고 제시만 하고 그걸 어떻게 보존해야 될지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같이 간담회 하면서 앞으로의 활동은 좀 더 포괄적으로 정원활동과 결합해서 도심에서 가까운, 예를 들어 습지를 어떻게 보존해야할지를 정원활동의 연장선상에서 활동을 발굴하고 발전해 나가면 좋겠다고 얘기해 주시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여러분도 정원활동가라고 명명했더니 받아들이셨어요.(웃음)
아름다운 재단에서 12년 동안 모금업무를 담당하셨죠? 변화를 만든 사람들을 지원하는 일을 하다가 현장으로 나와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재단에서 배운 것도 많고 얻은 것도 많지만 오래 일하기도 했고 사실 약간 매너리즘이 올만한 시기잖아요. 이미 넘었죠. 다른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좀 있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될까 이 고민을 되게 많이 했던 시기이기도 했어요.
인생이모작을 준비하기 위해서 그만둔다고 했을 때 이사님들은 40대 중반이면 너무 이르지 않느냐고 했는데 준비하고 전환할 시간을 생각하면 지금이 적기라고 했더니 다들 수긍하셨어요.
그만두고 바로 정원활동을 시작했나요?
정원과 관련된 일을 현장에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그만두고 3년 동안은 개인프로젝트를 했어요. SNS에 커뮤니티 가드닝 해보고 싶은데 혹시 같이 할 사람 있을까 올렸는데 12명이 모였어요. 그래서 같이 꽃도 키우고 텃밭 활동을 했어요.
#. 키우는 즐거움도 좋지만 선물하는 기쁨이 커요
3년 동안 했던 프로젝트가 궁금해요.
3년 동안은 절화라고 꽃다발로 쓰는 꽃을 키웠어요. 처음에는 땅이 없으니까 가까운 주말 농장에서 시작했는데 주말 농장이 도심에서 사는 사람들이 오래 앉아서 정원을 감상하고 이럴 수 있는 데가 아니잖아요. 그러면 수확해서 집에 가져가서 테이블에 놓고 볼 수 있는 걸 심자 해서 꽃을 키운 거고요. 채소도 키우긴 했지만 다들 바빠서 요리할 시간이 없으니 채소를 그렇게 원하지는 않더라고요. 꽃은 수확해서 꽂아서 보다가 시들면 다시 흙으로 순환시키는 간단한 처리만 하면 되니 부담이 없으니까 다들 좋아하셨어요. 그래서 저희가 활동하면서 합의한 원칙은 공동으로 활동해야 하는, 힘을 많이 써야 되는 3일 정도를 빼고는 자기가 편한 시간에 나와서 관리하고 노동한 만큼 수확해서 가져가는 거였어요.
한 해 동안 피고지고를 반복하는 일년초를 많이 심었는데 생산성이 되게 좋았어요. 그런데 다들 바빠서 수확하러 못 나오는 거예요. 그나마 열심히 나올 수 있는 두 세분하고 저만 꽃이 넘치도록 집에 가져갔어요. 나중에는 저 나름의 작은 프로젝트라고 생각하는데 꽃다발을 만들어서 누군가 만날 때 선물 했어요. 그때는 주로 비영리 활동가들, 옛날 동료들을 만났는데 꽃다발을 선물했더니 다들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집에 꽂아서 혼자 보는 것보다 선물 받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게 기쁘고 좋았어요. 그때부터 틈나면 꽃다발을 선물하고 나중에는 페이스북에 꽃 받고 싶으면 나랑 만나서 커피를 마시라고 했거든요.(웃음)
비영리 스타트업을 하면서 디자인된 정원의 형태로 활동을 해보고 싶었어요. 멘토링을 받으면서 사회적으로 나누는 활동으로 뭘 할까 하다가 3년 동안의 경험으로 <컷 플라워 가드닝 캠페인 cut flower gardening campaign>을 시작했어요. 슬로건은 시인 랄프 왈도 에머슨이 한 말인데 ‘지구는 꽃으로 웃는다’예요.
컷 플라워 가드닝 캠페인은 100일 동안 키운 꽃을 수확해서 나누는 활동으로 정원활동가 김현아의 개인프로젝트에서 출발했다. (사진출처 : 마인드풀가드너스 페이스북 페이지)
꽃을 키우고 수확해서 누군가와 나누는 활동인데요, 꽃을 키우는 것 까지 100일이 걸렸고 수확은 10월 말 서리 내릴 때까지 하니까 봄, 여름, 가을동안 지속되는 거죠.
시작할 때는 코로나 때문에 우울하고 다들 힘들고 지친 상황이라 마음을 표현하는 활동이면 좋을 것 같아 가족, 이웃도 좋지만 사회적인 메시지를 줄 수 있는 분들께도 전달하자 했어요. 참여하시는 분들이 모르는 누군가에게 꽃을 선물하는 게 아직은 좀 익숙하지 않으니까 우선 가까운 이웃이나 복지기관 사회복지사들이 자원봉사자에게 전달하는 정도의 활동을 하고 있어요.
캠페인에는 주로 어떤 커뮤니티가 참여했나요?
36개 커뮤니티를 우선으로 신청을 받았어요. 복지기관, 마을공동체의 가드닝 공동체도 있고요, 개인 참여자도 있어요. 파종에서 모종을 키우는 것까지는 실내에서 가능하지만 꽃을 키우는 건 최대한 노지가 좋아요. 안 되면 옥상이라도. 그래서 햇빛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들이 있었거든요. 그게 어려운 분들을 위해서 서울이나 수도권에 계신 분들 중 땅이 없는 분들이 참여할 수 있게 서울숲에 시범 부지를 마련하고 서울숲 커뮤니티를 만들었어요. 모종을 키워서 서울숲으로 가져와 옮겨 심고 관리를 하면서 꽃이 나오면 그 꽃을 나누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저희도 처음 서울숲과 협의할 때 성동구 보건소나 복지기관, 선별진료소에 꽃을 나눠드리려고 했는데 지금 상황이 아무리 좋은 의미라 해도 뭔가 전달하는 게 수월치 않아요. 그래서 하반기에 조금 더 사회적인 의미를 갖는 나눔 이벤트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살피는 아름다움이 있는 정원활동을 위한 안내서는 공동체가드닝의 취지와 가드닝 기초정보, 다양한 정원활동 사례들로 구성했다. (사진출처 : 마인드풀가드너스 페이스북 페이지)
<살피는 아름다움이 있는, 정원활동을 위한 안내서>도 만들었죠?
네. 공동체가드닝을 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만한 콘텐츠를 만들어서 배포하는 일을 하는데 공동체가드닝을 어떻게 시작할지 잘 모르겠다는 분들을 위해서 만든 매뉴얼이에요. 총 세 파트로 구성했는데요, 공동체가드닝의 취지에 대한 설명도 있지만 땅이 없는 도시 사람들이 부지를 찾고, 예산을 확보하고 서로 어떻게 논의해서 시작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어요. 아직 충분하지는 않지만 아주 기초적인 단계에 얻을 수 있는 정보라도 제공하자 해서 만들었어요. 그리고 공동체가드닝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마을에서 다 같이 모여서 화단을 가꾸는 걸 많이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정원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상상력을 가질 수 있을만한 사례들을 보여드리면 좋겠다 해서 다양한 정원활동 사례들을 넣었어요. 마인드풀가드너스가 특정 부지에 거점을 만들고 마을 공동체를 모아서 활동하고 있다 보다는 지금은 사람들이 뭔가 해보고 싶을 때 제공할 수 있는 정보가 더 필요한 것 같아서 그런 활동을 하고 있어요.
#. 세대를 아우르는 정원의 힘, 그 속에서 발견한 것들
동네에 가면 화분 예쁘게 키우는 분들이 참 많아요. 그 분도 정원활동가라고 볼 수 있는 거죠?
네 맞아요. 저는 개인적 활동이라도 그것이 공동체를 풍요롭게 만들면 누구나 정원활동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취재를 하고 매뉴얼을 만드는 과정에서 공동체 정원활동을 하는 분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는데 많은 분들이 정원 활동하면서 세대를 아우르면서 만나는 거예요. 저는 이게 정원이 가진 힘이구나 생각했어요.
정원활동가 김현아는 개인의 정원활동이 공동체를 풍요롭게 만들면 누구나 정원활동가가 될 수 있고, 정원에서 세대와 계층에 상관없이 모두가 평등하게 만나기를 바란다. (사진촬영 : 바라봄사진관)
정원활동은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고 같이 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네요.
그런데 세대나 계층에 상관없이 정원에서 모두가 평등하게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되게 이상적인 생각이었다는 지점을 발견했어요. 의외로 갈등 요소가 많아요. 생활방식의 차이에서 오는 취향의 차이죠.
예를 들면 조금 편하게 관리하려면 농약을 쓰자와 그래도 좀 친환경적으로 해보자, 디자인과 식물의 취향도 어르신들과 요즘 세대들 서로 안 맞는 경우도 있다는 거예요. 공유지에서 하는 활동이다 보니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갈등이 생기는 지점이 있어요. 그걸 보면서 여기가 민주주의의 장으로 굉장히 어려운 영역이라고 느꼈죠.
마을 공동체나 도시재생 분야에서 정원사업을 지원하잖아요. 공적자금으로 정원사 양성교육이나 원예기술은 가르치는데 공동체와 마을정원을 바꾸는 가치, 그 안에서의 의사결정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도 해 보지 않고 시작하는 팀들이 꽤 있더라고요. 그래서 갈등이 생기는 거예요. 어떻게 조정해야할지를 난감해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간과하고 있는 지점이구나’ 생각해서 뭔가 해보려고 고민하고 있는 단계예요.
이런 작업들을 공공기관의 파트너로 함께 해 본 경험이나 계획은 없나요?
아직은 없어요. 저희가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마을 가드닝공동체 활동이 정형화되고 일률적이지 않은, 시민 주도형이었으면 좋겠다는 문제 제기로 시작한 것도 있거든요. 좀 다양하게 재미있는 기획으로 시민이 주도해서 만들 수 있는 것들이 있지 않을까 해서 공공기관과 안하겠다가 아니라 지금은 좀 다양한 걸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조금 전에 아주 중요한 얘기를 해주셨어요. 공동체 정원 안에서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교육이 먼저 선행이 되어야 한다는.
다양한 세대가 모여서 사이좋게 잘 진행되는 공동체들은 스스로도 이렇게 연령대가 다른 분들과 활동하게 될 줄 몰랐는데 되게 좋다고 하지만 반대로 엄청 갈등이 일어나는 데도 있는 거예요. 지역자치단체에서 하는 정원 관련 교육이 원예 기술을 가르치고, 지역에서 활동할 자원봉사자를 양성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는데 그것도 충분히 가치 있고 의미 있지만 공동체에 대한 논의를 할 시간은 좀 부족하고 일단 활동을 시작하면 그걸 논의하는 게 좀 쉽지가 않은 거예요. 그래서 함께 마을 정원을 가꾸는 가치라든가 활동 원칙에 대해 한번은 이야기하고 시도해볼 수 있는 공간이나 콘텐츠를 만들어서 제공하면 어떨까 고민하고 있어요. 이런 어려움을 공감하는 팀들이 많아서 같이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얘기 나누고 있는 상황이에요.
특히 공적 자금을 지원 받아 정원활동을 할 때는 세금이 쓰이는 것에서 오는 기관의 원칙과 시민들의 인식의 차이에서 갈등도 많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맞다 틀리다가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서로 논의하고 합의해서 우리에게 맞는 원칙을 정하는 과정이 꼭 필요한데 이런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는 거죠.
동네에서 정원활동을 하면 어떤 식물을 심을지, 화분을 어디에 놓을지, 물을 누가 줄지 갈등이 생긴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이런 논의와 합의를 하려면 공동체정원 활동에도 촉진자가 필요하겠네요.
제가 인터뷰한 분들 중에 공동체 활동 경험이 있는 리더가 있으면 갈등이 생겼을 때 조정을 잘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공동체 정원안에서의 리더그룹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공동체 활동을 하셨던 분들과 같이 이런 이야기 나누는 계기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비영리스타트업을 시작했을 때 예상했던 상황인가요?
아니오. 이런 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공유지를 사용하면서 필요한 윤리가 있고 그러다보니 공동체 안에서의 문화나 민주적인 의사결정이 굉장히 중요하다까지 온 것 같아요.
처음에 제가 이 일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저를 생태적인 삶으로 전환하려는 사람으로 소개하더라고요, 전 그렇게까지는 아닌데 생각했는데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따를 수밖에 없는 정원과 관련된 일들이 놓여 있는 것 같더라고요.
정원활동하면서 생긴 일상에서의 변화나 새로운 관심분야가 있나요?
제가 엄청나게 생태나 환경, 기후위기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던 사람은 아니었는데요, 저희의 사업도 그렇고 정원 일을 하면서 자연 감각을 다시 일깨우는 것이 중요하고 식물을 알아가고 자연을 알아갈수록 지금의 환경 위기에 대해서 무시할 수 없는 지점이 당연히 따라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정원을 가꾸는 게 부담 없이 생태적인 감각과 환경에 대한 의식, 공동체에 대한 생각으로 진입할 수 있는 좋은 첫걸음이 되겠다 생각이 들어요. 그렇다고 일상에서 대단한 실천을 하는 건 아니지만 SNS로 서로 공유하면서 관심도 생기고 정보도 주고 받는 것 같아요.
정원 가꾸기가 우리의 일상에서 생태적인 감각과 환경에 대한 의식, 공동체에 대한 생각으로 진입할 수 있는 좋은 첫걸음이라고 소개했다. (사진촬영 : 바라봄사진관)
정원활동에서 나오는 쓰레기 때문에 고민하는 분들도 많아요. 모종포트를 볼 때마다 죄책감이 들어서 플라스틱 대신 종이나 커피찌꺼기 같은 걸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그런 종류의 화분이나 플라스틱을 덜 쓰는 가드닝 도구들이 있긴 있어요. 앞으로 더 성장해야 될 부분이기도 하고요. 농업용 친환경 자재들을 가드닝에서 많이 가져다 쓰거든요, 농업에서 친환경 자재가 더 개발되면 좋은데 아직은 수요가 많지 않아요. 플라스틱을 덜 쓰고 가드닝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는 제로웨이스트 가드닝에 대한 책도 조만간 나올 것 같고 유튜브 보면 실천할 수 있는 사례들도 굉장히 많아요. 코로나19로 집에서 정원활동 하는 인구가 많아져서 압축 배양토가 엄청 판매되었어요. 전에는 모두 수입이었는데 최근에 국내에서도 특허 받고 개발하는 업체가 생겼대요. 아직은 시장이 작지만 수요가 계속 생기면 이런 제품들이 나오겠죠. 저도 최근에 한국에서 나오면 엄청 잘 팔릴 것 같은 제품을 아마존에서 하나 구매했어요.
그런 제품은 당장 만들어서 사업화 하셔야죠. 그럴 생각은 없나요?
저도 처음 시작할 때 누가 이런 걸 좀 해줬으면 좋겠고, 누가 이런 걸 지원해 주면 좋겠고, 누가 이런 걸 생산해 주면 좋겠는데 아무도 없으니까 이것도 해볼까 저것도 해볼까 했는데 필요하다고 저희가 모든 걸 다 할 수 없으니 어디에 집중해야 될지 고민하고 있어요. 수익사업을 하는 것도 지속성을 가져가는 방법 중에 하나지만 과연 많이 팔릴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웃음)
정원활동이 자연, 사람, 공간이 잘 어우러져서 관계를 맺어야 하고, 공동체 정원은 그래도 모이는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모이는 게 어려워요. 코로나19로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제약이 있을 것도 같거든요
제약이 있긴 한 대요, 엊그제 파주의 공동체 텃밭을 다녀왔는데 거기서 만난 분이 코로나 시기에 이 텃밭이라도 없었으면 나는 미쳤을 같다고 얘기하시는 거예요. 그 말에 너무 공감하고 저희가 ‘개인적인 취미를 넘어 함께하는 의미를 찾자’고 했을 때 지금 이 상황이 제약은 있지만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그 제약을 조금 돌파하고 있다고 봐요.
모여서하는 교육을 기획했다가 어려워져서 교육영상 만들어서 커뮤니티에 제공하고, 요즘은 온라인에서 식물 키워가는 과정을 인증하는 플랫폼도 있고요. 그래도 뭔가 함께 한다는 느낌이 덜 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어요. 그래서 모두가 대면으로 만나야 되는 것만이 아니라 뭔가 함께 행동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이벤트를 기획하려고해요.
3년 동안 프로젝트 하면서 요즘엔 다들 바쁜데 날짜를 맞춰서 다 같이 게 쉬운 건 아니라서 공동체 가드닝이지만 꼭 함께 모여서 뭘 해야 하는 공동체라고 생각하지 말자고 처음부터 얘기했어요. 자유롭게 자기 시간에 맞춰서 하는 활동이 좋겠다 생각했고 앞으로는 더더욱 참여하는 분들에 따라서 공동체를 어떻게 운영해야 될지 맞춰야 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공동체라고 무조건 다 같이 모여서 뭘 해야 되는 상황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좀 들어요.
그런 마음으로 시작하지 않으면 아예 시작을 못할 것 같기도 하네요. 정원활동가로서 지역에서 이런 공동체 활동, 공동체 정원을 해보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 주신다면.
공동체 의사결정이나 조직문화가 중요해서 공동체 관련 강의를 들어보면 어느 공동체나 똑같은 문제를 겪고 있고 잘 운영되는 공동체 의사결정 원칙을 사례로 얘기해주는 강의가 있었어요. 들으면서 정말 저렇게 하고 있을까 하면서도 실제로 그렇게 안 된다고 우리만의 원칙을 만들고 해보는 게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사례로 소개된 공동체 원칙에서 얘기한 것 중 하나가 공동체 활동에는 어쩔 수 없이 무임승차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거였어요. 공동체라고 해서 모든 걸 균등하게 할 수는 없고 결국은 누군가가 나서서 해야 하는 상황이 있다. 나서는 사람이 있으면 고운 시선으로 봐주고 언젠가는 내가 나서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또 생기는 날이 올 거다 이런 내용이었거든요.
리더가 되거나 내가 하고 싶은 거라서 더 열심히 했을 때 다른 구성원들이 그만큼 따라오지 않는다고 해서 마음의 상처를 받지 말고 스스로도 할 수 있는 양을 자기 상황에서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는 거죠. 그리고 이런 것들을 안전하게 서로 대화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요. 이건 정원 얘기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얘기기도 해요.
우리 세대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의사소통을 배워 본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조금 느슨한 조직에서부터 한두 가지씩 좀 실험해보고 훈련해보면 좋겠어요.
원칙을 만드는 것보다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안전한 대화의 자리를 먼저 만드는 게 필요하네요. 정말 정원은 민주주의의 장이고, 정원 활동은 민주적인 의사 결정과 실천의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네 맞아요. 그래서 정원이 굉장히 좋은 플랫폼이라고 생각해요. 정원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공동체이기도 하지만 이 공동체는 굉장히 확장돼서 자연, 유기적인 생태계까지 연결되는 공동체라고 생각해서 거대하지만 쉽게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관찰이 관심으로 그리고 돌봄으로 이어지는 정원활동
정원을 얘기할 때 어떤 식물을 심고 어떻게 키울까에 머물러 있었는데 다른 시각을 갖게 되었어요.
가드닝을 꽃과 나무를 키우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식물에만 집중하고 내가 심고 싶은 것, 취향에만 집착하면 망하는 일이 많아요. 저도 활동을 하면서 많은 사례에서 배웠던 것 중에 하나는 최근에는 기후위기정원이나 해외의 담론들로 생태적 서식지로서의 정원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거든요. 서식지로서의 정원이 되려면 식물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식물과 거기에 살고 있는 동물이 유기적으로 어떻게 서식지를 이루고 있느냐 이게 되게 중요한 사항인 거예요.
마인드풀가드너스 로고에는 곤줄박이가 있다. 서식지로서 도심과 정원에 작은 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로고디자인에 반영했다.
도심에, 또 정원에 작은 새가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인지하게 되고 정원활동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마인드풀가드너스 로고에 곤줄박이를 넣었어요. 그전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부분인데 서식지로서 정원에 작은 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나니 이상하게도 저런 새가 도심에서 살았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새가 눈에 보이는 거예요. 관찰이 관심으로 그리고 돌봄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바로 정원활동의 중요한 지점이겠구나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정원을 서식지로서의 중요성을 얘기할 때 박쥐 서식지까지 얘기가 나오고 있어요. 이번에 코로나19 터지고 박쥐의 서식지가 파괴에 대한 얘기도 나왔잖아요. 박쥐도 이 생태계 안에서, 정원이라는 서식지 안에서 벌레나 곤충을 잡아먹는 걸로서 역할이 분명 있는 거예요. 우리나라 환경에서는 조금 너무 동떨어진 얘기지만 어떠한 이야기들이 있는지, 우리가 놓치고 있는 담론은 없는지 좀 살펴보자 해서 계속 찾아보고 있는 중이에요. 그리고 이런 소동물이 사는 정원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가 해외의 기후위기대응정원을 만드는 매뉴얼에 많이 나오는 내용 중의 하나예요.
조직에서 활동하다가 현장에 나와서 자기의 프로젝트를 하는 즐거움도 있지만 법인 설립이나 조직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도 있을 것 같아요.
3년 동안 개인프로젝트를 하면서 내가 땅을 소유하지 않고 공동체정원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는데 그게 공유지였어요. 공유지를 받으려면 개인 보다는 지속성과 신뢰성을 갖춘 형태의 구조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에서 법인을 만드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비영리 스타트업으로 인큐베이팅 과정을 거치면서 필요하다면 만들어야지라고 생각하지만 너무 빨리 법인체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좀 부담이 되기도 해요. 우리에게 맞는 법인 형태도 결정해야 하고 거기에 맞는 정관도 만들어야 하고요. 법인 설립은 내년 상반기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요.
저도 재단에서 일했기 때문에 개인과 분리된 공적인 성격의 법인, 공익 법인이 생기면 영속해야 된다는 생각들이 있었는데 어느 시점에서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소임을 다하면 정리되어도 좋지 않을까, 그래도 되겠다 생각하면서 마음을 좀 가볍게 하기로 했어요. 법인 설립을 무겁게 생각했는데 활동이 잘 되고 소임을 다해서 비전을 달성해서 마무리하면 제일 좋겠지만 그게 잘 안 돼서 해산을 해야 되는 상황이 되더라도 그로서의 역할은 다한 거라고 생각하자로 마음을 먹기로 했어요.
그런데 너무 무겁게 가지 말자고 생각하면서도 한 번 시작하면 또 책임져야 될 부분들도 있는 것 같아서 하루에도 생각이 오르락내리락하는데 일단 가는 데까지 가보자라는 생각이고요. 지금은 작은 조직이어서 큰 부담 없이 단출하게 뭔가를 해볼 수 있잖아요. 그런 면에서 지금 뭘 실험해도 상관없는 스타트업인데 어때, 안 되면 해산하지 이런 생각도 하면서 좀 가볍게 가려고 하고 있어요.
오래된 조직의 초기 문화와 조직 문화, 일하는 방식을 배운 사람들이 조직을 나와서 다른 형태로 새로운 주제를 가지고 일하는 것 자체도 충분히 좋으니 법인이라는 조직체에 너무 연연하지 말자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조직 운영과 같이 일할 사람들을 발굴하는 건 어렵지 않나요?
MZ세대들은 개인 프로젝트로도 소셜 미션을 가진 일들을 잘 하잖아요. 활동하면서 만나보면 ‘굳이 조직에 들어가서 해야 돼?’ 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꽤 많아요. 이게 MZ세대와 일하는 유연한 조직들의 일하는 방식이더라고요.
비영리스타트업을 시작하고 인큐베이팅 과정에서 멘토링도 받고 활동하면서 구성원도 변동이 생겼어요. 이 일을 하면서 파트너를 고민하고 있을 때 주변에서 굉장히 많은 추천을 받았어요. 그때 제가 이일을 시작하게 된 맥락과 비슷한, 정원 활동을 통해서 사회적 의미를 찾고 싶어 하는 분들이 주변에 참 많다는 걸 발견하게 됐어요. 이런 고민을 하는 MZ세대들도 알게 되고 이 일이 앞으로도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인드풀가드너스와 잘 맞을 것 같다고 추천해주는 분들도 계셨고 운 좋게 좋은 동료를 만났어요.
MZ세대들은 워낙에 개인프로젝트에 능한 세대라서 일단 재미있으면 다들 해보는 거예요. 정원이 좋은 것 중 하나는 다양한 세대가 같이 만날 수 있는 점이 좋은 활동인 것 같아요.
생각이나 활동 방식이 되게 유연해졌네요.
#. 앞으로의 삶에서 X에 담고 싶은 두가지 ‘나눔과 정원’
정원활동가 김현아에게 영감을 주는 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제가 정원 관련된 일을 하면서 활동하려고 했을 때 영감을 받았던 책이 『반농반X의 삶』이에요. 그 책을 읽고 이렇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고 일을 그만두고 나온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경작하는 것에 기본 삶의 반을 두고 X에 뭘 넣을까 했을 때 하나가 가드닝이었고, 또 하나가 모금.
예전에 비해 모금 담당자도 많이 늘었고 아카데미도 있긴 하지만 모금 일을 오래 했고 도움이 필요한 데가 있으면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 돕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처음에 그만둘 때 정원 관련 일을 하겠다고 했지 비영리 활동을 하겠다고 생각한 건 아닌데 ‘나눔과 정원’ 이 두 개를 X에 놓고 보니 정원활동이 된 것 같아요.
3년 후에는 100명의 정원활동가와 함께 하는 축제를 만들 계획이죠?
저희 중장기 비전이죠. 정원끼리 정원활동가끼리 네트워킹 하는 축제를 하고 싶었어요. 미국에는 A.C.G.A(American Community Gardening Association)가 있거든요. 거기서 매년 컨퍼런스를 해요. 그리고 영국에서는 첼시 프린지 페스티벌이라고 정원사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페스티벌이 있어요. 3년 후의 축제의 모습이 컨퍼런스가 될 수도 있고, 마르쉐 같은 장터가 될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상상을 하고 있어요. 그런 게 있으면 나가고 싶었거든요. 없으니까 내가 만들어봐야겠다 이런 생각이었는데 만나는 분들과 얘기해보면 ‘맞아 나도 그런 생각했어.’하는 거예요. 그러면 조만간 만들 거니까 같이 하자고 해요. 3년 후에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작게 시작해서 점점 키워 가면 되지 생각하니까 내년 봄에 할 수도 있겠다 싶어요. 봄에 각자 키운 모종 들고 와서 모종장도 열고 바구니도 만들고 천연염색도 하고 예술 활동도 하고 할 수 있는 게 되게 많아요.
5년 후에도 이 활동을 하고 있을까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지금 MZ 세대와 파트너로 같이 일하고 있는데요, 저와 비슷한 맥락으로 이 일을 시작한 분인데 이 활동을 통해서 뭔가 얻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는 창립자로 법인을 만들기는 하겠지만 계속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파트너에게도 5년 후에는 ‘정원활동가의 생태계가 만들어져서 새로운 구성원이 참여해서 새로운 방향을 만들어가도록 하고 저는 다른 일 하고 싶다. 그래서 함께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얘기 했어요. 지금 같이 활동하는 분들 중에 조직에 들어오고 싶지 않다고 해서 외부에서 협업하는 분들도 있거든요. 마인드풀가드너스가 그 분들의 커뮤니티, 플랫폼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5년 후가 될 지는데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정원을 가꾸고 정원활동가들이 모이는 축제에 계속 참여하지만 저의 최종적인 꿈은 양묘장이나 육묘장 같은 농장을 하는 거예요.
마인드풀가드너스 김현아 대표 (사진촬영 : 바라봄사진관)
마이드풀가드너스의 미션이 정원활동가의 생태계를 구축하여 재미와 아름다움이 있는 공동체적 일상을 회복하자인데요, 김현아 대표님의 미션일 것 같기도 하거든요.
네. 제 개인적인 미션이기도 하죠. 아무래도 제 취향이 많이 담겨서 만들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최근에 요즘 사람들이 관계성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다들 완전히 소외되는 걸 원하지도 않고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고 싶은 마음이 있잖아요. 내 위치가 어디인가 확인하는 것, 그리고 관계를 확인 게 결국 자연감각인 거예요. 그래서 농사를 짓고 가드닝을 하면서 계절감을 활자나 뉴스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감각적으로 느끼고 결국은 관계 안에서 재미를 찾고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되거든요.
저희 핵심 가치가 살피는 아름다움이에요. 이 활동에서는 아름다움이 되게 중요해요. 생산성, 효율성을 따지는 활동이 아니라 관계 안에서의 아름다움을 더 살펴야 되는 활동이 아닐까, 재미와 아름다움이 일상에서 좀 발현될 수 있는 삶이 우리가 원하는 공동체적인 삶이 아닐까 생각해요.
피플포체인지가 만난 정원활동가 김현아는 하고 싶은 일로 사람과 자연, 공간을 살피고 아름답게 공존하는 세상을 만드는 연결자입니다.
#서울 #김현아 #마인드풀가드너스 #정원 #가드닝 #2021년 #변화를만드는사람들 #피플포체인지 #아름다운재단
글쓴이 : 이경원
기획, 기록, 연결로 변화를 만드는 일과 사람을 돕는다.
가드닝이 공동체를 회복하고 살필 수 있을까?
정원활동가 김현아의 대답은 ‘YES’다. 더불어 기후위기대응, 인간과 자연 생태계의 공존하기 위한 환경운동으로도 정원활동이 될 수 있고, 공동체 정원은 민주주의의 장이며 그 속에 세대를 아우르는 힘이 있다고 말한다. 취미로 시작한 가드닝을 더욱 공공적으로 펼치기 위해 비영리스타트업의 리더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 김현아 마인드풀가드너스 대표를 만났다.
“정원활동가 김현아입니다. 정원 기반으로 할 수 있는 활동이 많아요. 가드닝은 개인의 취미를 넘어서 사회적인 참여와 변화를 이룰 수 있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해서 저를 정원활동가로 소개해요. 다양한 가드닝 사례들을 찾아서 생태계와 공동체 회복을 위해 시도해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소개하는 활동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마인드풀가드너스 김현아 대표 (사진촬영 : 바라봄사진관)
가드닝이 대세입니다. 시대의 자연스러운 흐름인지 코로나19의 영향인지 심지어 출판에서도 콘텐츠개발서와 자기계발서 제목에 가드닝이 등장해요.
우리나라가 최근에 가드닝이 흐름이라고는 하지만 주거 환경의 한계 때문에 실내에서 식물 키우는 거 위주로 얘기를 많이 해요. 그런데 해외에서는 이미 기후위기정원에 대한 얘기들도 많이 나오고 있어요. 이 내용들도 새로운 실천을 다룬 건 아니에요. 경작을 해서 자연주기를 체험해보고, 일상에서 생태계 유기적인 흐름을 감각적으로 익히고, 그러면서 나는 무엇을 실천해야 할지 얘기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한국은 주거상황이 마당 있는 집이 로망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드닝이 굉장히 유효한 얘기인 것 같아요.
저도 가드닝을 취미로 시작했지만 공동체 운동으로도 좋은 툴이 될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어떤 분들은 사치스러운 취미 아닌가 하는데 전혀 사치스럽지 않고요, 저는 현대인이라면 필수적으로 가져야 될 취미라고 얘기해요. 가드닝이 꼭 식물을 가꾸는 것이 아니어도 괜찮거든요, 할 수 있는 활동들이 많고 여러 가치를 담고 있는데 어떻게 표현하는 게 좋을지 고민이라 정원이라는 기반 위에서 하는 활동으로 정원활동, 정원활동가라는 말을 쓰고 있어요. 딱 맞는 단어가 아직은 없어서 저희도 고민하고 있어요.
#. 정원활동은 일상에서 실천하는 새로운 환경운동
그래서인지 정원활동이 굉장히 익숙하지만 좀 멀게 느껴지기도 해요.
저희가 사례로 소개하는 정원활동은 식물을 키우고 가꾸는 것 뿐 아니라 관찰하고 모니터링하는 것까지 포함해요. 마당이 없는 한국의 상황에서는 공공의 정원인 공원이나 가로수로 할 수 있는 활동들이 많고 기후위기 대응상황에서 필요한 활동들을 준비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정원활동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환경 운동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어요. 아파트에서 새를 관찰하며 그들이 사는 서식지로서 아파트 환경을 어떻게 조성하는게 좋을지 고민하는 <아파트 탐조단>이나 무분별한 가로수 가치치기 시민제보 모임인 <가로수를 아끼는 사람들>처럼 확장된 정원활동을 통해 우리 일상에서 굉장히 가까운 곳에 있는 것들을 관찰하고 어떻게 공존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하는 단위들이 생겨나고 있어요.
도시에서 인간이 자연 생태계와 어떻게 공존해서 살아가야 할지, 인간만의 공간이 아니라 공유하는 공간이라는 인식에서 동물권을 넘어서 생명권에 대한 얘기까지도 해야 되는 시대라는 점에서 시각을 전환하는 데 가드닝은 굉장히 좋은 출발점이라고 생각해요.
가드닝에 정말 다양한 활동과 가치를 담을 수 있다고 본다면 환경운동가들도 정원활동가라고 할 수 있겠네요.
네. 저희는 그렇게 보고 있는데요. 인터뷰를 하러 가면 처음에는 ‘나는 정원활동가 아닌데’하던 분들도 저희가 이런 맥락을 설명하면 그런 의미로는 맞겠다고 하세요. 가로수 가지치기 활동하는 분들은 오랫동안 생태 보존 활동들을 해 왔는데 지금까지의 운동은 모니터링을 통해서 행정이나 공공기관에서 보존해야 된다고 제시만 하고 그걸 어떻게 보존해야 될지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같이 간담회 하면서 앞으로의 활동은 좀 더 포괄적으로 정원활동과 결합해서 도심에서 가까운, 예를 들어 습지를 어떻게 보존해야할지를 정원활동의 연장선상에서 활동을 발굴하고 발전해 나가면 좋겠다고 얘기해 주시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여러분도 정원활동가라고 명명했더니 받아들이셨어요.(웃음)
아름다운 재단에서 12년 동안 모금업무를 담당하셨죠? 변화를 만든 사람들을 지원하는 일을 하다가 현장으로 나와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재단에서 배운 것도 많고 얻은 것도 많지만 오래 일하기도 했고 사실 약간 매너리즘이 올만한 시기잖아요. 이미 넘었죠. 다른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좀 있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될까 이 고민을 되게 많이 했던 시기이기도 했어요.
인생이모작을 준비하기 위해서 그만둔다고 했을 때 이사님들은 40대 중반이면 너무 이르지 않느냐고 했는데 준비하고 전환할 시간을 생각하면 지금이 적기라고 했더니 다들 수긍하셨어요.
그만두고 바로 정원활동을 시작했나요?
정원과 관련된 일을 현장에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그만두고 3년 동안은 개인프로젝트를 했어요. SNS에 커뮤니티 가드닝 해보고 싶은데 혹시 같이 할 사람 있을까 올렸는데 12명이 모였어요. 그래서 같이 꽃도 키우고 텃밭 활동을 했어요.
#. 키우는 즐거움도 좋지만 선물하는 기쁨이 커요
3년 동안 했던 프로젝트가 궁금해요.
3년 동안은 절화라고 꽃다발로 쓰는 꽃을 키웠어요. 처음에는 땅이 없으니까 가까운 주말 농장에서 시작했는데 주말 농장이 도심에서 사는 사람들이 오래 앉아서 정원을 감상하고 이럴 수 있는 데가 아니잖아요. 그러면 수확해서 집에 가져가서 테이블에 놓고 볼 수 있는 걸 심자 해서 꽃을 키운 거고요. 채소도 키우긴 했지만 다들 바빠서 요리할 시간이 없으니 채소를 그렇게 원하지는 않더라고요. 꽃은 수확해서 꽂아서 보다가 시들면 다시 흙으로 순환시키는 간단한 처리만 하면 되니 부담이 없으니까 다들 좋아하셨어요. 그래서 저희가 활동하면서 합의한 원칙은 공동으로 활동해야 하는, 힘을 많이 써야 되는 3일 정도를 빼고는 자기가 편한 시간에 나와서 관리하고 노동한 만큼 수확해서 가져가는 거였어요.
한 해 동안 피고지고를 반복하는 일년초를 많이 심었는데 생산성이 되게 좋았어요. 그런데 다들 바빠서 수확하러 못 나오는 거예요. 그나마 열심히 나올 수 있는 두 세분하고 저만 꽃이 넘치도록 집에 가져갔어요. 나중에는 저 나름의 작은 프로젝트라고 생각하는데 꽃다발을 만들어서 누군가 만날 때 선물 했어요. 그때는 주로 비영리 활동가들, 옛날 동료들을 만났는데 꽃다발을 선물했더니 다들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집에 꽂아서 혼자 보는 것보다 선물 받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게 기쁘고 좋았어요. 그때부터 틈나면 꽃다발을 선물하고 나중에는 페이스북에 꽃 받고 싶으면 나랑 만나서 커피를 마시라고 했거든요.(웃음)
비영리 스타트업을 하면서 디자인된 정원의 형태로 활동을 해보고 싶었어요. 멘토링을 받으면서 사회적으로 나누는 활동으로 뭘 할까 하다가 3년 동안의 경험으로 <컷 플라워 가드닝 캠페인 cut flower gardening campaign>을 시작했어요. 슬로건은 시인 랄프 왈도 에머슨이 한 말인데 ‘지구는 꽃으로 웃는다’예요.
컷 플라워 가드닝 캠페인은 100일 동안 키운 꽃을 수확해서 나누는 활동으로 정원활동가 김현아의 개인프로젝트에서 출발했다. (사진출처 : 마인드풀가드너스 페이스북 페이지)
꽃을 키우고 수확해서 누군가와 나누는 활동인데요, 꽃을 키우는 것 까지 100일이 걸렸고 수확은 10월 말 서리 내릴 때까지 하니까 봄, 여름, 가을동안 지속되는 거죠.
시작할 때는 코로나 때문에 우울하고 다들 힘들고 지친 상황이라 마음을 표현하는 활동이면 좋을 것 같아 가족, 이웃도 좋지만 사회적인 메시지를 줄 수 있는 분들께도 전달하자 했어요. 참여하시는 분들이 모르는 누군가에게 꽃을 선물하는 게 아직은 좀 익숙하지 않으니까 우선 가까운 이웃이나 복지기관 사회복지사들이 자원봉사자에게 전달하는 정도의 활동을 하고 있어요.
캠페인에는 주로 어떤 커뮤니티가 참여했나요?
36개 커뮤니티를 우선으로 신청을 받았어요. 복지기관, 마을공동체의 가드닝 공동체도 있고요, 개인 참여자도 있어요. 파종에서 모종을 키우는 것까지는 실내에서 가능하지만 꽃을 키우는 건 최대한 노지가 좋아요. 안 되면 옥상이라도. 그래서 햇빛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들이 있었거든요. 그게 어려운 분들을 위해서 서울이나 수도권에 계신 분들 중 땅이 없는 분들이 참여할 수 있게 서울숲에 시범 부지를 마련하고 서울숲 커뮤니티를 만들었어요. 모종을 키워서 서울숲으로 가져와 옮겨 심고 관리를 하면서 꽃이 나오면 그 꽃을 나누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저희도 처음 서울숲과 협의할 때 성동구 보건소나 복지기관, 선별진료소에 꽃을 나눠드리려고 했는데 지금 상황이 아무리 좋은 의미라 해도 뭔가 전달하는 게 수월치 않아요. 그래서 하반기에 조금 더 사회적인 의미를 갖는 나눔 이벤트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살피는 아름다움이 있는 정원활동을 위한 안내서는 공동체가드닝의 취지와 가드닝 기초정보, 다양한 정원활동 사례들로 구성했다. (사진출처 : 마인드풀가드너스 페이스북 페이지)
<살피는 아름다움이 있는, 정원활동을 위한 안내서>도 만들었죠?
네. 공동체가드닝을 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만한 콘텐츠를 만들어서 배포하는 일을 하는데 공동체가드닝을 어떻게 시작할지 잘 모르겠다는 분들을 위해서 만든 매뉴얼이에요. 총 세 파트로 구성했는데요, 공동체가드닝의 취지에 대한 설명도 있지만 땅이 없는 도시 사람들이 부지를 찾고, 예산을 확보하고 서로 어떻게 논의해서 시작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어요. 아직 충분하지는 않지만 아주 기초적인 단계에 얻을 수 있는 정보라도 제공하자 해서 만들었어요. 그리고 공동체가드닝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마을에서 다 같이 모여서 화단을 가꾸는 걸 많이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정원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상상력을 가질 수 있을만한 사례들을 보여드리면 좋겠다 해서 다양한 정원활동 사례들을 넣었어요. 마인드풀가드너스가 특정 부지에 거점을 만들고 마을 공동체를 모아서 활동하고 있다 보다는 지금은 사람들이 뭔가 해보고 싶을 때 제공할 수 있는 정보가 더 필요한 것 같아서 그런 활동을 하고 있어요.
#. 세대를 아우르는 정원의 힘, 그 속에서 발견한 것들
동네에 가면 화분 예쁘게 키우는 분들이 참 많아요. 그 분도 정원활동가라고 볼 수 있는 거죠?
네 맞아요. 저는 개인적 활동이라도 그것이 공동체를 풍요롭게 만들면 누구나 정원활동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취재를 하고 매뉴얼을 만드는 과정에서 공동체 정원활동을 하는 분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는데 많은 분들이 정원 활동하면서 세대를 아우르면서 만나는 거예요. 저는 이게 정원이 가진 힘이구나 생각했어요.
정원활동가 김현아는 개인의 정원활동이 공동체를 풍요롭게 만들면 누구나 정원활동가가 될 수 있고, 정원에서 세대와 계층에 상관없이 모두가 평등하게 만나기를 바란다. (사진촬영 : 바라봄사진관)
정원활동은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고 같이 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네요.
그런데 세대나 계층에 상관없이 정원에서 모두가 평등하게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되게 이상적인 생각이었다는 지점을 발견했어요. 의외로 갈등 요소가 많아요. 생활방식의 차이에서 오는 취향의 차이죠.
예를 들면 조금 편하게 관리하려면 농약을 쓰자와 그래도 좀 친환경적으로 해보자, 디자인과 식물의 취향도 어르신들과 요즘 세대들 서로 안 맞는 경우도 있다는 거예요. 공유지에서 하는 활동이다 보니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갈등이 생기는 지점이 있어요. 그걸 보면서 여기가 민주주의의 장으로 굉장히 어려운 영역이라고 느꼈죠.
마을 공동체나 도시재생 분야에서 정원사업을 지원하잖아요. 공적자금으로 정원사 양성교육이나 원예기술은 가르치는데 공동체와 마을정원을 바꾸는 가치, 그 안에서의 의사결정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도 해 보지 않고 시작하는 팀들이 꽤 있더라고요. 그래서 갈등이 생기는 거예요. 어떻게 조정해야할지를 난감해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간과하고 있는 지점이구나’ 생각해서 뭔가 해보려고 고민하고 있는 단계예요.
이런 작업들을 공공기관의 파트너로 함께 해 본 경험이나 계획은 없나요?
아직은 없어요. 저희가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마을 가드닝공동체 활동이 정형화되고 일률적이지 않은, 시민 주도형이었으면 좋겠다는 문제 제기로 시작한 것도 있거든요. 좀 다양하게 재미있는 기획으로 시민이 주도해서 만들 수 있는 것들이 있지 않을까 해서 공공기관과 안하겠다가 아니라 지금은 좀 다양한 걸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조금 전에 아주 중요한 얘기를 해주셨어요. 공동체 정원 안에서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교육이 먼저 선행이 되어야 한다는.
다양한 세대가 모여서 사이좋게 잘 진행되는 공동체들은 스스로도 이렇게 연령대가 다른 분들과 활동하게 될 줄 몰랐는데 되게 좋다고 하지만 반대로 엄청 갈등이 일어나는 데도 있는 거예요. 지역자치단체에서 하는 정원 관련 교육이 원예 기술을 가르치고, 지역에서 활동할 자원봉사자를 양성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는데 그것도 충분히 가치 있고 의미 있지만 공동체에 대한 논의를 할 시간은 좀 부족하고 일단 활동을 시작하면 그걸 논의하는 게 좀 쉽지가 않은 거예요. 그래서 함께 마을 정원을 가꾸는 가치라든가 활동 원칙에 대해 한번은 이야기하고 시도해볼 수 있는 공간이나 콘텐츠를 만들어서 제공하면 어떨까 고민하고 있어요. 이런 어려움을 공감하는 팀들이 많아서 같이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얘기 나누고 있는 상황이에요.
특히 공적 자금을 지원 받아 정원활동을 할 때는 세금이 쓰이는 것에서 오는 기관의 원칙과 시민들의 인식의 차이에서 갈등도 많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맞다 틀리다가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서로 논의하고 합의해서 우리에게 맞는 원칙을 정하는 과정이 꼭 필요한데 이런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는 거죠.
동네에서 정원활동을 하면 어떤 식물을 심을지, 화분을 어디에 놓을지, 물을 누가 줄지 갈등이 생긴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이런 논의와 합의를 하려면 공동체정원 활동에도 촉진자가 필요하겠네요.
제가 인터뷰한 분들 중에 공동체 활동 경험이 있는 리더가 있으면 갈등이 생겼을 때 조정을 잘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공동체 정원안에서의 리더그룹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공동체 활동을 하셨던 분들과 같이 이런 이야기 나누는 계기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비영리스타트업을 시작했을 때 예상했던 상황인가요?
아니오. 이런 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공유지를 사용하면서 필요한 윤리가 있고 그러다보니 공동체 안에서의 문화나 민주적인 의사결정이 굉장히 중요하다까지 온 것 같아요.
처음에 제가 이 일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저를 생태적인 삶으로 전환하려는 사람으로 소개하더라고요, 전 그렇게까지는 아닌데 생각했는데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따를 수밖에 없는 정원과 관련된 일들이 놓여 있는 것 같더라고요.
정원활동하면서 생긴 일상에서의 변화나 새로운 관심분야가 있나요?
제가 엄청나게 생태나 환경, 기후위기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던 사람은 아니었는데요, 저희의 사업도 그렇고 정원 일을 하면서 자연 감각을 다시 일깨우는 것이 중요하고 식물을 알아가고 자연을 알아갈수록 지금의 환경 위기에 대해서 무시할 수 없는 지점이 당연히 따라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정원을 가꾸는 게 부담 없이 생태적인 감각과 환경에 대한 의식, 공동체에 대한 생각으로 진입할 수 있는 좋은 첫걸음이 되겠다 생각이 들어요. 그렇다고 일상에서 대단한 실천을 하는 건 아니지만 SNS로 서로 공유하면서 관심도 생기고 정보도 주고 받는 것 같아요.
정원 가꾸기가 우리의 일상에서 생태적인 감각과 환경에 대한 의식, 공동체에 대한 생각으로 진입할 수 있는 좋은 첫걸음이라고 소개했다. (사진촬영 : 바라봄사진관)
정원활동에서 나오는 쓰레기 때문에 고민하는 분들도 많아요. 모종포트를 볼 때마다 죄책감이 들어서 플라스틱 대신 종이나 커피찌꺼기 같은 걸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그런 종류의 화분이나 플라스틱을 덜 쓰는 가드닝 도구들이 있긴 있어요. 앞으로 더 성장해야 될 부분이기도 하고요. 농업용 친환경 자재들을 가드닝에서 많이 가져다 쓰거든요, 농업에서 친환경 자재가 더 개발되면 좋은데 아직은 수요가 많지 않아요. 플라스틱을 덜 쓰고 가드닝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는 제로웨이스트 가드닝에 대한 책도 조만간 나올 것 같고 유튜브 보면 실천할 수 있는 사례들도 굉장히 많아요. 코로나19로 집에서 정원활동 하는 인구가 많아져서 압축 배양토가 엄청 판매되었어요. 전에는 모두 수입이었는데 최근에 국내에서도 특허 받고 개발하는 업체가 생겼대요. 아직은 시장이 작지만 수요가 계속 생기면 이런 제품들이 나오겠죠. 저도 최근에 한국에서 나오면 엄청 잘 팔릴 것 같은 제품을 아마존에서 하나 구매했어요.
그런 제품은 당장 만들어서 사업화 하셔야죠. 그럴 생각은 없나요?
저도 처음 시작할 때 누가 이런 걸 좀 해줬으면 좋겠고, 누가 이런 걸 지원해 주면 좋겠고, 누가 이런 걸 생산해 주면 좋겠는데 아무도 없으니까 이것도 해볼까 저것도 해볼까 했는데 필요하다고 저희가 모든 걸 다 할 수 없으니 어디에 집중해야 될지 고민하고 있어요. 수익사업을 하는 것도 지속성을 가져가는 방법 중에 하나지만 과연 많이 팔릴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웃음)
정원활동이 자연, 사람, 공간이 잘 어우러져서 관계를 맺어야 하고, 공동체 정원은 그래도 모이는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모이는 게 어려워요. 코로나19로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제약이 있을 것도 같거든요
제약이 있긴 한 대요, 엊그제 파주의 공동체 텃밭을 다녀왔는데 거기서 만난 분이 코로나 시기에 이 텃밭이라도 없었으면 나는 미쳤을 같다고 얘기하시는 거예요. 그 말에 너무 공감하고 저희가 ‘개인적인 취미를 넘어 함께하는 의미를 찾자’고 했을 때 지금 이 상황이 제약은 있지만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그 제약을 조금 돌파하고 있다고 봐요.
모여서하는 교육을 기획했다가 어려워져서 교육영상 만들어서 커뮤니티에 제공하고, 요즘은 온라인에서 식물 키워가는 과정을 인증하는 플랫폼도 있고요. 그래도 뭔가 함께 한다는 느낌이 덜 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어요. 그래서 모두가 대면으로 만나야 되는 것만이 아니라 뭔가 함께 행동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이벤트를 기획하려고해요.
3년 동안 프로젝트 하면서 요즘엔 다들 바쁜데 날짜를 맞춰서 다 같이 게 쉬운 건 아니라서 공동체 가드닝이지만 꼭 함께 모여서 뭘 해야 하는 공동체라고 생각하지 말자고 처음부터 얘기했어요. 자유롭게 자기 시간에 맞춰서 하는 활동이 좋겠다 생각했고 앞으로는 더더욱 참여하는 분들에 따라서 공동체를 어떻게 운영해야 될지 맞춰야 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공동체라고 무조건 다 같이 모여서 뭘 해야 되는 상황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좀 들어요.
그런 마음으로 시작하지 않으면 아예 시작을 못할 것 같기도 하네요. 정원활동가로서 지역에서 이런 공동체 활동, 공동체 정원을 해보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 주신다면.
공동체 의사결정이나 조직문화가 중요해서 공동체 관련 강의를 들어보면 어느 공동체나 똑같은 문제를 겪고 있고 잘 운영되는 공동체 의사결정 원칙을 사례로 얘기해주는 강의가 있었어요. 들으면서 정말 저렇게 하고 있을까 하면서도 실제로 그렇게 안 된다고 우리만의 원칙을 만들고 해보는 게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사례로 소개된 공동체 원칙에서 얘기한 것 중 하나가 공동체 활동에는 어쩔 수 없이 무임승차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거였어요. 공동체라고 해서 모든 걸 균등하게 할 수는 없고 결국은 누군가가 나서서 해야 하는 상황이 있다. 나서는 사람이 있으면 고운 시선으로 봐주고 언젠가는 내가 나서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또 생기는 날이 올 거다 이런 내용이었거든요.
리더가 되거나 내가 하고 싶은 거라서 더 열심히 했을 때 다른 구성원들이 그만큼 따라오지 않는다고 해서 마음의 상처를 받지 말고 스스로도 할 수 있는 양을 자기 상황에서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는 거죠. 그리고 이런 것들을 안전하게 서로 대화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요. 이건 정원 얘기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얘기기도 해요.
우리 세대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의사소통을 배워 본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조금 느슨한 조직에서부터 한두 가지씩 좀 실험해보고 훈련해보면 좋겠어요.
원칙을 만드는 것보다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안전한 대화의 자리를 먼저 만드는 게 필요하네요. 정말 정원은 민주주의의 장이고, 정원 활동은 민주적인 의사 결정과 실천의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네 맞아요. 그래서 정원이 굉장히 좋은 플랫폼이라고 생각해요. 정원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공동체이기도 하지만 이 공동체는 굉장히 확장돼서 자연, 유기적인 생태계까지 연결되는 공동체라고 생각해서 거대하지만 쉽게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관찰이 관심으로 그리고 돌봄으로 이어지는 정원활동
정원을 얘기할 때 어떤 식물을 심고 어떻게 키울까에 머물러 있었는데 다른 시각을 갖게 되었어요.
가드닝을 꽃과 나무를 키우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식물에만 집중하고 내가 심고 싶은 것, 취향에만 집착하면 망하는 일이 많아요. 저도 활동을 하면서 많은 사례에서 배웠던 것 중에 하나는 최근에는 기후위기정원이나 해외의 담론들로 생태적 서식지로서의 정원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거든요. 서식지로서의 정원이 되려면 식물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식물과 거기에 살고 있는 동물이 유기적으로 어떻게 서식지를 이루고 있느냐 이게 되게 중요한 사항인 거예요.
마인드풀가드너스 로고에는 곤줄박이가 있다. 서식지로서 도심과 정원에 작은 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로고디자인에 반영했다.
도심에, 또 정원에 작은 새가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인지하게 되고 정원활동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마인드풀가드너스 로고에 곤줄박이를 넣었어요. 그전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부분인데 서식지로서 정원에 작은 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나니 이상하게도 저런 새가 도심에서 살았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새가 눈에 보이는 거예요. 관찰이 관심으로 그리고 돌봄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바로 정원활동의 중요한 지점이겠구나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정원을 서식지로서의 중요성을 얘기할 때 박쥐 서식지까지 얘기가 나오고 있어요. 이번에 코로나19 터지고 박쥐의 서식지가 파괴에 대한 얘기도 나왔잖아요. 박쥐도 이 생태계 안에서, 정원이라는 서식지 안에서 벌레나 곤충을 잡아먹는 걸로서 역할이 분명 있는 거예요. 우리나라 환경에서는 조금 너무 동떨어진 얘기지만 어떠한 이야기들이 있는지, 우리가 놓치고 있는 담론은 없는지 좀 살펴보자 해서 계속 찾아보고 있는 중이에요. 그리고 이런 소동물이 사는 정원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가 해외의 기후위기대응정원을 만드는 매뉴얼에 많이 나오는 내용 중의 하나예요.
조직에서 활동하다가 현장에 나와서 자기의 프로젝트를 하는 즐거움도 있지만 법인 설립이나 조직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도 있을 것 같아요.
3년 동안 개인프로젝트를 하면서 내가 땅을 소유하지 않고 공동체정원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는데 그게 공유지였어요. 공유지를 받으려면 개인 보다는 지속성과 신뢰성을 갖춘 형태의 구조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에서 법인을 만드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비영리 스타트업으로 인큐베이팅 과정을 거치면서 필요하다면 만들어야지라고 생각하지만 너무 빨리 법인체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좀 부담이 되기도 해요. 우리에게 맞는 법인 형태도 결정해야 하고 거기에 맞는 정관도 만들어야 하고요. 법인 설립은 내년 상반기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요.
저도 재단에서 일했기 때문에 개인과 분리된 공적인 성격의 법인, 공익 법인이 생기면 영속해야 된다는 생각들이 있었는데 어느 시점에서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소임을 다하면 정리되어도 좋지 않을까, 그래도 되겠다 생각하면서 마음을 좀 가볍게 하기로 했어요. 법인 설립을 무겁게 생각했는데 활동이 잘 되고 소임을 다해서 비전을 달성해서 마무리하면 제일 좋겠지만 그게 잘 안 돼서 해산을 해야 되는 상황이 되더라도 그로서의 역할은 다한 거라고 생각하자로 마음을 먹기로 했어요.
그런데 너무 무겁게 가지 말자고 생각하면서도 한 번 시작하면 또 책임져야 될 부분들도 있는 것 같아서 하루에도 생각이 오르락내리락하는데 일단 가는 데까지 가보자라는 생각이고요. 지금은 작은 조직이어서 큰 부담 없이 단출하게 뭔가를 해볼 수 있잖아요. 그런 면에서 지금 뭘 실험해도 상관없는 스타트업인데 어때, 안 되면 해산하지 이런 생각도 하면서 좀 가볍게 가려고 하고 있어요.
오래된 조직의 초기 문화와 조직 문화, 일하는 방식을 배운 사람들이 조직을 나와서 다른 형태로 새로운 주제를 가지고 일하는 것 자체도 충분히 좋으니 법인이라는 조직체에 너무 연연하지 말자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조직 운영과 같이 일할 사람들을 발굴하는 건 어렵지 않나요?
MZ세대들은 개인 프로젝트로도 소셜 미션을 가진 일들을 잘 하잖아요. 활동하면서 만나보면 ‘굳이 조직에 들어가서 해야 돼?’ 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꽤 많아요. 이게 MZ세대와 일하는 유연한 조직들의 일하는 방식이더라고요.
비영리스타트업을 시작하고 인큐베이팅 과정에서 멘토링도 받고 활동하면서 구성원도 변동이 생겼어요. 이 일을 하면서 파트너를 고민하고 있을 때 주변에서 굉장히 많은 추천을 받았어요. 그때 제가 이일을 시작하게 된 맥락과 비슷한, 정원 활동을 통해서 사회적 의미를 찾고 싶어 하는 분들이 주변에 참 많다는 걸 발견하게 됐어요. 이런 고민을 하는 MZ세대들도 알게 되고 이 일이 앞으로도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인드풀가드너스와 잘 맞을 것 같다고 추천해주는 분들도 계셨고 운 좋게 좋은 동료를 만났어요.
MZ세대들은 워낙에 개인프로젝트에 능한 세대라서 일단 재미있으면 다들 해보는 거예요. 정원이 좋은 것 중 하나는 다양한 세대가 같이 만날 수 있는 점이 좋은 활동인 것 같아요.
생각이나 활동 방식이 되게 유연해졌네요.
#. 앞으로의 삶에서 X에 담고 싶은 두가지 ‘나눔과 정원’
정원활동가 김현아에게 영감을 주는 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제가 정원 관련된 일을 하면서 활동하려고 했을 때 영감을 받았던 책이 『반농반X의 삶』이에요. 그 책을 읽고 이렇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고 일을 그만두고 나온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경작하는 것에 기본 삶의 반을 두고 X에 뭘 넣을까 했을 때 하나가 가드닝이었고, 또 하나가 모금.
예전에 비해 모금 담당자도 많이 늘었고 아카데미도 있긴 하지만 모금 일을 오래 했고 도움이 필요한 데가 있으면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 돕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처음에 그만둘 때 정원 관련 일을 하겠다고 했지 비영리 활동을 하겠다고 생각한 건 아닌데 ‘나눔과 정원’ 이 두 개를 X에 놓고 보니 정원활동이 된 것 같아요.
3년 후에는 100명의 정원활동가와 함께 하는 축제를 만들 계획이죠?
저희 중장기 비전이죠. 정원끼리 정원활동가끼리 네트워킹 하는 축제를 하고 싶었어요. 미국에는 A.C.G.A(American Community Gardening Association)가 있거든요. 거기서 매년 컨퍼런스를 해요. 그리고 영국에서는 첼시 프린지 페스티벌이라고 정원사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페스티벌이 있어요. 3년 후의 축제의 모습이 컨퍼런스가 될 수도 있고, 마르쉐 같은 장터가 될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상상을 하고 있어요. 그런 게 있으면 나가고 싶었거든요. 없으니까 내가 만들어봐야겠다 이런 생각이었는데 만나는 분들과 얘기해보면 ‘맞아 나도 그런 생각했어.’하는 거예요. 그러면 조만간 만들 거니까 같이 하자고 해요. 3년 후에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작게 시작해서 점점 키워 가면 되지 생각하니까 내년 봄에 할 수도 있겠다 싶어요. 봄에 각자 키운 모종 들고 와서 모종장도 열고 바구니도 만들고 천연염색도 하고 예술 활동도 하고 할 수 있는 게 되게 많아요.
5년 후에도 이 활동을 하고 있을까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지금 MZ 세대와 파트너로 같이 일하고 있는데요, 저와 비슷한 맥락으로 이 일을 시작한 분인데 이 활동을 통해서 뭔가 얻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는 창립자로 법인을 만들기는 하겠지만 계속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파트너에게도 5년 후에는 ‘정원활동가의 생태계가 만들어져서 새로운 구성원이 참여해서 새로운 방향을 만들어가도록 하고 저는 다른 일 하고 싶다. 그래서 함께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얘기 했어요. 지금 같이 활동하는 분들 중에 조직에 들어오고 싶지 않다고 해서 외부에서 협업하는 분들도 있거든요. 마인드풀가드너스가 그 분들의 커뮤니티, 플랫폼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5년 후가 될 지는데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정원을 가꾸고 정원활동가들이 모이는 축제에 계속 참여하지만 저의 최종적인 꿈은 양묘장이나 육묘장 같은 농장을 하는 거예요.
마인드풀가드너스 김현아 대표 (사진촬영 : 바라봄사진관)
마이드풀가드너스의 미션이 정원활동가의 생태계를 구축하여 재미와 아름다움이 있는 공동체적 일상을 회복하자인데요, 김현아 대표님의 미션일 것 같기도 하거든요.
네. 제 개인적인 미션이기도 하죠. 아무래도 제 취향이 많이 담겨서 만들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최근에 요즘 사람들이 관계성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다들 완전히 소외되는 걸 원하지도 않고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고 싶은 마음이 있잖아요. 내 위치가 어디인가 확인하는 것, 그리고 관계를 확인 게 결국 자연감각인 거예요. 그래서 농사를 짓고 가드닝을 하면서 계절감을 활자나 뉴스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감각적으로 느끼고 결국은 관계 안에서 재미를 찾고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되거든요.
저희 핵심 가치가 살피는 아름다움이에요. 이 활동에서는 아름다움이 되게 중요해요. 생산성, 효율성을 따지는 활동이 아니라 관계 안에서의 아름다움을 더 살펴야 되는 활동이 아닐까, 재미와 아름다움이 일상에서 좀 발현될 수 있는 삶이 우리가 원하는 공동체적인 삶이 아닐까 생각해요.
피플포체인지가 만난 정원활동가 김현아는 하고 싶은 일로 사람과 자연, 공간을 살피고 아름답게 공존하는 세상을 만드는 연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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