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변화를만드는사람들]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돈이 없어도 공부할 수 있는 사회가 되는 게 맞지 않을까요? - 개발자 박용

피플포체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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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을 業으로 교육불평등을 해결해보려는 사람이 있다. 과연 가능할까? 조금은 무모해 보이는 도전이지만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로 세상에 필요한 변화를 만들 수 있다면 무척 행복한 도전일 것이다. 기업의 소프트웨어 개발자에서 스타트업 창업자로, 학교밖 청년들에게 엑셀을 가르치던 비영리협동조합 봉사자에서 비영리단체 대표가 된 개발자 박용.

‘개발자가 무슨 비영리야?’‘어쩌다 이 마이너한 세계로 왔어?’라는 말에 가끔 불끈하지만 99%를 위한 교육을 위해 기꺼이 1%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는 구구컬리지 박용 대표를 만났다. 


(사진촬영 : 바라봄사진관)


“저는 ‘99퍼센트를 위한 교육’을 미션으로 비영리단체 구구컬리지를 운영하는 박용입니다. 개발자로 일한 지는 10년이 넘었네요. 프로그램 개발하는 걸 되게 좋아해요. 지금은 교육 단체를 운영하다 보니 강의도 하고 있고요. 개발하면서 강의하면서 비영리 단체를 운영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개발자 비영리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었어요. 비영리단체 설립과정부터 정기이체, 애자일 방식을 이용한 비영리 활동 조직 시스템까지. 유익하고 유용한 글이었어요. 한편으로 박용이란 인물이 궁금해졌어요. 어떻게 비영리단체를 만들게 되었나요? 

회사를 다니는 2년 동안 개발자로서 일이 재미있고 적성에도 맞았어요. 그런데 이것만 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어느 순간 좀 다른 것도 해보고 싶어서 회사를 그만두고 스타트업 창업을 하게 됐어요. 제가 가진 전문지식과 하드웨어를 연계해 헬스케어사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2014년은 스타트업 창업 붐이 일어나던 시기였어요. 정부 지원도 많아지고. 

대학 동기랑 6개월 정도 준비했었는데 투자를 받는 과정이 쉽지 않았어요. 투자 직전까지 갔다가 안 되는 상황이 되게 많았어요. 공장도 있어야 하고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한다는 게 너무 어렵더라고요. 투자를 받으면 거기에 상응하는 것들을 모두 이뤄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고요. 그런데 사실은 정작 투자는 안 되고... 우리는 굉장히 지쳐있었던 상태였어요.  

‘좀 쉬자, 잠깐 쉬자.’ 하고 쉬는 동안 뭘 할까 했는데 여행보다는 내 마음을 치유하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봉사활동을 검색하다 청년들의 진로와 자립을 돕는 비영리 협동조합 <일하는 학교>에 연락을 했죠.

처음 보낸 메일에는 답이 없었어요. 왜 답장이 없지 해서 2주 후에 한 번 더 보냈죠. 한 달 뒤엔가 메일로 혹시 엑셀 강의 가능하시냐고 연락이 왔어요. 


엑셀강의로 <일하는 학교>, 비영리의 세계와 연결이 되었군요.

네. 그 때 <일하는 학교>와 인연이 맺어져서 학교 밖 청년들에게 엑셀을 가르치는 봉사 활동을 시작을 한 거죠.


학교 밖 청소년이 아니라 청년들인가요?

중학교, 고등학교 자퇴를 하거나 개인 사정으로 안 다닌 친구들이 성인이 되면 학교 밖 청년들이 되는 거죠. 학교 밖 청소년들을 케어해 주는 단체들은 있지만 스무살이 넘으면 혜택을 못 받아요. <일하는 학교>는 그 청년들에게 기업의 인턴이나 일자리를 연결해주는 활동을 했어요. 인턴으로 연결이 되어도 뭔가 일을 시키려고 하면 기본적인 컴퓨터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알아야 하는데 못 다루는 청년들이 되게 많았거든요. 엑셀이라도 할 줄 알면 인턴과정 들어가는 데 기본적인 조건은 갖추는 거죠. 


지금도 엑셀강의 봉사를 하나요?

지금은 엑셀을 가르치진 않고요. 취업 중심의 멘토나 현직자 멘토 프로그램에 가끔 부르시더라고요.


2년간 소프트웨어 개발자, 6개월간의 창업 준비, 한 달 간의 봉사로 구구컬리지가 시작되었네요.   

초등학생 때부터 컴퓨터를 만지기 시작해서 대학원까지 내 인생은 컴퓨터로만 이루어져 있으니까 조금 다른 것도 해봐야 되지 않을까 생각이 계속 있었나 봐요. 

<일하는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저는 한 달 동안 엑셀을 가르치는 거였지만 이 친구에게는 인생이 바뀌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걸 목격하고 나니 교육이 중요하다, 이 교육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고 크게 다가왔어요. 이 활동을 계속하고 싶은데 어떻게 계속할 수 있지 고민하다 ‘과연 비영리 세계는 어떻게 일을 하고 운영되고 있을까’가 궁금한 거예요. 그래서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한 거죠. 그래서 비영리IT지원센터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 구구컬리지 활동도 계속 했었어요. 취약계층 대상으로 무료로 강의도 하고. 4~5년 정도 한 것 같아요.


비영리IT지원센터에서는 어떤 일을 담당했나요? 

IT 관련 교육 기획과 컨설팅 업무를 했었어요. (박용은 비영리 단체로 구구컬리지 설립 전 비영리IT지원센터와 AUD사회적협동조합에서 공익활동을 경험했다.)

 

비영리조직에서 일하면서 구구컬리지 활동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해도 될 텐데 굳이 단체를 만들게 된 이유가 있나요? 

사실 작년까지도 구구컬리지를 공식적인 단체로 만들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최근에 어떤 생각을 했냐면 구구컬리지와 상시적으로 활동을 같이 하는 청년들이 있거든요. 이 청년들에게 내가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구구컬리지가 공식적인 단체가 되면 같이 하는 활동을 이력서에 최소한 어떤 한 줄이라도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더라고요. 그게 조금은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러면 할 필요가 있겠다 싶었어요. 사실 그게 가장 중요한 이유예요. 


함께 일하는 청년들의 공식적인 경력이 될 수 있는 단체가 되고 싶었군요.

네. 그게 가장 컸고 생각해 보면 나도 어차피 이 활동을 계속 할 건데 단체나 시스템을 만들어서 운영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래서 비영리 활동을 위한 조직 시스템을 애자일 방식으로 실험하고 있군요. 비영리단체 구구컬리지의 활동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나요?  

그동안은 제 개인 활동처럼 하다 보니 기관들과 공식적인 파트너 맺기가 애매했는데 이제 조직간 협력 파트너들이 조금씩 생기는 단계입니다. 서로 필요한 것, 같이 일할 수 있는 거리를 찾는 중입니다. 


최근 6년은 박용의 삶의 전환기이기도 하네요. 주변 지인들은 어떤 반응인가요?

다행히 가족들은 잘 이해해 주는 것 같아요. 친구들은 신기해해요.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을 못 봤으니까. 처음에는 공대 나오고 대학원까지 공부해서 왜 복지를 하냐고 했어요. 본인들이 생각하기에는 복지는 다른 분야의 일이어서. 많이 신기해하면서도 도울 수 있는 거 있으면 말하라고 하고 얘기해요. 


#. 모르는 건 질문하고 아는 것은 공유하자  

(사진촬영 : 바라봄사진관)


평소 개발자 박용의 행동철학이 있나요? 

모르는 건 물어보고 아는 것은 공유하자예요. 개발자들은 모르는 게 있으면 질문하고 아는 게 있으면 공유하는 게 자연스러운 문화거든요. 저도 이 문화에 익숙해졌다고 해야 할까요. 프로그래밍을 하다가 막히면 인터넷 가서 질문하고 자유롭게 답변하고 거기에서 내가 얻은 깨달음이 있으면 이렇게 해서 알게 됐다고 공유하는 문화가 되게 강해요. 대학원에서도 어떤 시스템을 만들 때 혼자서 처음 만들면 너무 방대하고 어려워요. 그래서 대학원생들도 개발을 하면 소스를 공개하고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하더라도 후속 연구자들은 그걸 보고 고쳐나가죠. 개발자들의 문화는 되게 개방적이고 공개하는 데 주저함이 없어요. 그런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오랫동안 지내왔던 환경이 자연스럽게 박용의 행동철학이 되었군요.

네. 그래서 내가 뭔가 배우고 싶은데 모두 유료 강의만 있다면 ‘이건 아닌 것 같은데?’, ‘왜 아무도 공유 안 하지? 같이 크면 더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거예요. 이런 것에 좀 예민한 편인 것 같아요. 


그래서 검정고시 문제풀이 앱 <ㄱㅈㄱㅅ>을 만들게 되었나요?  

검정고시 학원들의 목표는 고득점이거든요. 그런데 검정고시를 가르치다 보니 찾아오는 청년들은 사실 커트라인만 넘겨 졸업자격을 갖는 게 목적이에요. 그렇다면 검정고시 기출문제를 여러 번 풀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문제를 풀기 위해 굳이 나를 만나러 오지 않더라도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여러 번 문제를 풀어보고 시험을 치는 게 맞을 것 같아서 만들었어요. 어차피 제가 하는 일이 개발이니 할 수 있었죠. 앱을 만드는 데 4시간 정도밖에 안 걸렸어요. 초기 버전은 정말 간단했고 과학 한과목이 들어가 있었어요. 앱을 올려놓고 잊고 지냈어요. 6개월 후에 누가 쓰고 있나 들어가 봤는데 꽤 많이 쓰고 있었던 거예요. 제가 기억하기로는 다운로드가 천 번 정도 됐었던 것 같아요. 천 번 정도 다운로드를 했다면 누군가 계속 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광고나 홍보를 하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찾아오는 건 필요하다는 얘기니까 업그레이드해서 올렸죠.

지금은 오히려 예전보다 다운로드 수는 좀 줄었어요. 비슷한 어플리케이션들이 생겨서 예전에는 검정고시 검색하면 저희 앱이 1위였는데 지금은 다른 앱들이 위에 있어요. 만들기가 쉽고 제가 보기에는 소문이 조금 나서 학생들이 주제나 용어를 카피해서 만든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아주 기쁘게 생각하고 있어요.


새로운 공공재를 만든 거네요. 

그동안 왜 <ㄱㅈㄱㅅ> 같은 앱이 없었을까요? 학교 밖 청소년이나 청년을 위한 가장 쉬운 지원이었을 텐데요. 

검정고시라는 시장이 워낙 작으니까 돈을 벌 수 없는 구조니 기업입장 에서는 굳이 투자를 할 이유가 없죠. 그렇다 보니까 아무도 이쪽에는 신경을 안 쓴 거죠. 검정고시 문제와 해답은 교육청에서 다 올려줘요. 공개된 데이터인 거죠. 아무도 앱이나 서비스로 만들어주지 않았을 뿐. 그래서 예전에는 출력해서 풀고 채점하고 이런 식으로 했었던 거예요.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대학진학을 위한 정보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ㄱㅈㄱㅅ>가 우리가 놓친 가장 기본적인 지원서비스가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저도 검정고시를 가르치지 않았다면 만들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검정고시를 가르치는데 매번 똑같은 기출문제 정답을 체크해 주는 게 귀찮았고, 이 풀이를 위해 버스타고 시간 내서 멀리 오는 친구들도 힘들고. 

마침 저는 개발자였고 그런 것들이 맞물려 만들게 된 거죠. 사실 처음에 만들어서 ‘이거 괜찮을 것 같아요?’라고 여쭤봤을 때 선생님들의 반응은 별 효과 없을 것 같다는 분위기였는데 당사자들은 의외로 많이 썼거든요.


관련부처나 공공기관에서 해야 할 일을 비영리단체가 시작한 거네요. 

정부나 공공기관이 이런 서비스를 만드는 건 너무 늦잖아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요. 비영리 단체가 오히려 빠르게 대응이 가능하니까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디지털 어플리케이션은 사용자를 충분히 고려해서 만들어야 되는데 공공서비스 차원의 앱들은 너무 불편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버거킹이나 롯데리아 같은 기업에서 만드는 키오스크는 분명히 특정 의도를 가지고 만들겠지만 정부에서 만든다고 하면 사용자 경험을 고려해야 하는데 그걸 충분히 검토하고 만드는 건지 모르겠어요. 

예전에는‘만들었으니 사용하시오’였다면 이제는 잘 쓸 수 있게 개인화해주고 추천을 해주는 시스템이 들어가는 구조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데 공공 영역은 아직 그 단계로 못 넘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정보나 교육을 위한 어플리케이션이 개발에 포커싱 되는 것도 좋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개발이 이루어져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패러다임이 그렇게 바뀌어야 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 아쉽지만 의미 있는 시도
- 비영리단체를 위한 프로젝트 NPO99 

(사진촬영 : 바라봄사진관)


비영리단체를 위한 웹 사이트 제작 솔루션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워드프레스 사용방법 매뉴얼을 공개했죠? 서비스에 대한 책임을 같이 지고 같이 개선해 나가고 싶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되고 있나요?

그렇게 생각하고 출발을 했는데요, 런칭 후 제대로 홍보해 보지는 않았지만 거의 반응이 없었어요. 자체적으로 비영리 단체들이 웹사이트에 그다지 관심이 있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비슷한 시기에 런칭한 비전공자를 위한 콘텐츠와 비교해 반응이 10%도 안돼요.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려면 어느 정도 사용자가 있어야 하잖아요. 홍보, 마케팅의 문제일까 단체에서 관심이 없는 걸까 아직 잘 모르겠어요. 비영리 단체가 웹사이트 개발에 대한 스트레스를 좀 덜고, 기능이 들어가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면 커뮤니티로 접근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거든요.  예를 들어 작은 비영리 단체들이 100만 원씩 비용을 마련할 수 있다면 10개 단체가 모여 천만 원짜리 기능을 만들어 같이 사용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은데...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비영리 단체에서 웹사이트를 만들고 기획하고 잘 운영해서 뭔가를 하는 것에 관심이 없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10개 단체가 100만 원씩 내서 1000만 원짜리 모금이나 후원시스템을 만든다면 꽤 유의미한 시도일 것 같아요. 관심을 가질 만도 한데... 잘 파악은 안 되지만 관심이 그렇게 많이 있지 않은 것 같아요. 비영리단체는 웹사이트를 한 번 만들고 그냥 관심을 끊는 게 아닐까? 필요성은 느끼지만 관심이나 투자가 뒤따르지 않는.

작은 단체일수록 전담 인력을 두기 어려우니 새로운 정보에 접근성이 떨어지기도 하고 관심을 가지는 순간 본인의 일이 되니 외면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 거예요.


그럼 현재로서는 솔루션 업데이트나 추가 개발 계획은 없는 건가요? 

현재로서는 생각하고 있지 않아요. 누군가 같이 하자라고 하면 할 텐데......구구컬리지의 학습사이트 운영을 안정화 시키고 나면 그걸 공개할 수 있을 것 같긴 해요. 특정 프로젝트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저희가 구현하면서 만들었던 것들을 공개하면 온라인 학습이 필요한 교육단체들이 그걸 기반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으니까요.


요즘은 코로나19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구구컬리지로 활동은 6~7년 전부터 해 왔지만 참 어려운 시기에 단체를 설립했어요. 지금 하는 일이나 조직을 운영하는 측면에서 코로나19로 인해서 생긴 변화나 제약은 없나요?

2020년은 년 초에 구구컬리지 활동계획도 세워져 있었고 연말까지 강의가 이미 차 있었어요. 코로나19 터지면서 예정되어 있던 오프라인 교육들이 다 날아가는 거예요. 저는 온라인으로 강의하는 건 좀 효과가 없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무조건 오프라인 교육을 했었거든요. 활동을 아예 못하고 일 년이 날아간 거예요.  

그러다가 어떤 걸 발견했냐면 학교 밖 청년들이나 취약계층 대상 지원 기관들이 대부분 오프라인 기반이잖아요. 코로나19가 터지고 나서 이 친구들이 올 수 없으니 학습지원이나 돌봄에 공백이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이런 상황이 발생하거나 오프라인으로 못 오는 친구들을 위해서 구구컬리지 사이트에 온라인 학습 기능을 추가하게 되었어요.

코로나든, 어떤 환경적인 제약으로든 교육을 받고 싶은데 못 받는 친구들은 분명히 있을 거니 그 친구들에게 제공하는 교육서비스가 있어야하니까요. 


#. 가상의 세계에 세워질 구구컬리지를 상상하며

(사진촬영 : 바라봄사진관)


고정 관념으로 사람을 모이게 하려면 오프라인 공간을 마련을 해야 된다. 거기서 계속 수업을 해야 된다 라는 생각만 했는데 코로나19로 깨졌어요. 온라인에 만들면 돈도 안 드는데 내가 왜 비싼 임대료를 내면서 공간을 만들려고 했을까, 오히려 온라인을 만들면 지방에서도 구구컬리지에 올 수 있는데 말이죠. 

교육격차는 서울이나 수도권, 비수도권에서 제공되는 교육의 질에서도 생길 수 있는데 온라인으로 하면 부산에서도 올 수 있고 제주도에서도 올 수 있는 거잖아요. 제가 갖고 있던 고정관념이 최근에 하나씩 깨지고 있는 거 같아요.


코로나19가 활동방식의 전환을 가져온 셈이네요. 코로나19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면 구구컬리지의 교육은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할 생각이었던 거군요. 

네. 완전히. 이제는 비대면 교육에 많이 익숙지는 것 같고요. 하지만 상황이 나아지면 오프라인 교육도 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서로 마주 보면서 학습을 하는 것도 되게 중요한 거니까.

하반기에 시작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메타버스 같은 가상의 세계에 구구컬리지를 만들고 학기를 시작하려고 해요. 입학도 하고 정해 놓은 시간에 같이 들어와서 수업하고 끝나면 동아리 활동도 하고 진짜 학교처럼 학기제를 운영하는 게 목표인데 그렇게 될지 모르겠어요. (웃음)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나오면 우리는 또 너무 신기하기만 한 다른 세계입니다. 채팅은 해보셨죠? 채팅방으로 있는 게 아니라 3D들이 왔다 갔다 하는 거예요. 핵심은 이야기하는 것, 소통이 핵심이에요. 저도 최근에 서비스를 고민하다가 한 번 해봤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가 여기에 학교를 만들고 서로 공부하고 강의하고 하면 되겠다 싶었어요.


이런 서비스를 구현하는데 까지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이건 제가 하는 건 사실 없죠. 메타버스에 들어가서 학교 만들고 강의하는 것만 제가 하거나 선생님이 하면 될 것 같아요. 


최근 기사를 보면 가상의 세계에서 생기는 범죄나 사회문제에 대한 걱정이 많아져요. 그 공간에서 교육서비스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바라보는 지 궁금해요.

이건 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학교에도 오리엔테이션이 있잖아요. 서비스를 이용하기 전에 오리엔테이션을 통해서 문화를 익히고 뭘 해야 하는지, 하면 안 되는지 배우는 거죠. 학생회가 생기면 조정의 기능도 생기게 되고요. 메타버스라고 해도 사람들이 활동을 하는 거고 어떤 방이 있으면 그 방에 규칙들이 만들어질 거라고 봅니다. 현실 세계에서 통용되는 문화가 메타버스라는 가상의 세계에서도 정착될 거라 생각하고 있어요. 이용자가 많아지면 거기에 맞는 규칙이 생기고, 서비스 기관에 적합한 기능을 개발하면서 개선이 될 거고요. 


#. 멀지만 가고 싶은 길
- 공짜가 아닌 공유, 비즈니스가 아닌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IT 솔루션 만들기

(사진촬영 : 바라봄사진관)


지금 현재 비영리 단체를 만들고 운영하는 입장에서 그리고 개발자로서 앞으로 만들고 싶은 IT 솔루션이 있나요?

일단은 저희 구구컬리지 학습 기능을 좋은 학습이 될 수 있게 만드는 게 가장 최우선이고요, 내년 쯤에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인공지능을 활용한 추천 시스템이 들어갈 거 같아요. 어떤 문제를 풀면 관련 있는 다른 문제를 풀어보라고 유도하는 거죠. 이 기능을 추가하는 게 제 목표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구구컬리지 후원자 리워드를 디지털로 드릴 수 있을까’하는 고민도 하고 있어요. 저희 단체가 돈이 없으니까 실물로 뭔가를 선물하기에는 약간 부족해요. 그러면 돈이 없어도 해드릴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디지털 리워드를 생각하게 되었어요. 팔찌나 실물이 아니더라도 후원하는 분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자랑할 수 있지 않을까요? 국내에도 대형 재단들이 많은데 왜 이런 거 안 할까 궁금해요. 


구구컬리지 후원자들은 ‘99%를 위한 교육에 동참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넣으면 되겠네요. 저도 후원이나 캠페인 선물로 에코백, 머그컵 더 이상 받고 싶지 않아요. 디지털 리워드 얘기를 들으니 메신저나 SNS 프로필에 달린 백신접종확인 버튼이 떠오르네요. 

네 맞아요. 후원자들이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공유할 수 있고 서로 자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교육 사이트와 후원시스템. 이 두 가지를 디지털을 좀 더 잘 활용해서 뭔가 해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고민은 계속 하고 있어요. 

그리고 말을 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비영리 단체 후원 시스템 솔루션을 새롭게 만들어보고 싶기도 해요. 웹은 인터렉티브한 도구인데 기존의 후원시스템이나 후원페이지는 너무 정적인 거예요. 기존 페이지들은 텍스트 기반이라 비영리 단체들 간에 차별화가 안 된다는 점에서 단체를 운영하는 고객입장에서는 조금 불만족스러워요. 후원 신청과 내역 확인하는 정도여서 내가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고 만들 수 있으면 해 보고 싶긴 한데...... 이건 솔루션을 만드는 회사들이 참고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이 기능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기능이 있으면 바로 옮겨갈 것 같아요. 

오~ 단체 성격에 맞게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후원 페이지 솔루션이 생기면 진짜 좋을 것 같아요. 


#. 건강하고 편견없는 비영리 생태계를 꿈꾸는 리더

(사진촬영 : 바라봄사진관)


시작하는 비영리단체의 리더로서 고민도 있겠지요?  

단체는 한 명이 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시스템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비영리 단체가 한 명의 리더십으로 엄청 성장하다가 그 한 명이 그만두거나 다른 곳으로 가게 되면 조직이 무너지고 위축되는 걸 좀 많이 봤거든요. 그런 경우는 시스템이 없어서라는 생각이 들어서 시스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요.

제가 애자일을 이용해 일하는 방식을 실험해보고 글로 올리는 것도 다른 곳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서 먼저 공유하고 같이 개선하기 위해서예요. 활동이나 캠페인 성격에 따라서 조직체계나 시스템이 달라지겠지만 그래도 비영리 단체라는 틀 안에 있기 때문에 아마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을 것이고 한 명의 리더가 아니라 분명히 시스템으로 해결하는 곳이 있을 거잖아요. 서로 공유가 되면 개발 오픈 소스처럼 어딘가에서 그걸 업데이트하거나 수정해서 발전시키는 시스템이 나올 것 같아요. 혼자 끙끙대지 말고 비영리 조직들이 이런 걸 서로 공유하고 같이 개선해나가면 좋겠어요.  

저는 지금 활동가로서 구구컬리지 활동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일을 잘하기 위한 시스템은 어떤 시스템일까라는 고민을 많이 하고 여러 가지를 시도 해보는 것 같아요. 제가 겪어본 바로는 시스템이 있어야 누군가를 탓하지 않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비영리단체들이 정보 공유를 좀 많이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큰 단체들, 작은 단체들이 간단하게라도 좋으니까 뭔가 어떤 문제를 해결한 경험을  공유해 주시면 저희 같은 작은 단체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시스템이라는 게 조직의 행동 양식과 기준이기도 하죠. 예를 들면 비영리 단체에서 후원을 받는데 이 돈을 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 결정해야 할 때 리더 개인의 판단이나 결정이 아니라 명확한 기준이 있으면 전혀 고민거리가 되지 않죠. 


이런 고민을 같이 나누거나 활동을 지지해주는 사람이나 단체가 있나요?

주변에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이 많아요. 비영리 단체에서 팀을 이끌어야 하는 팀장님, 사무총장, 사무국장님들과 이런 얘기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도움도 많이 주시고. 의견도 많이 주시고요. 


생각보다 비영리단체들이 교류와 공유에는 보수적이고 폐쇄적이죠? 공익활동을 하는 비영리단체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 있나요?

5~ 6년 동안 활동해보니까 비영리단체 영역과 규모가 점점 줄고 있다는 걸 느껴요.  사회적 기업, 사회적 협동조합처럼 소셜(social)을 내세운 큰 축이 생겨나면서 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이 분야로 이동하잖아요. 사회적기업은 기업으로서의 비즈니스모델과 역할이 있듯이, 비영리단체들이 사회에서 해야 할 역할이 있는데 20대 청년들을 만나면 비영리단체에 대해 잘 몰라요. 기부도 대형 기관에만 하게 되고요. 또 새로운 주체들이 비영리 섹터로 유입되지 않고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요. 해보니까 현실로 크게 와 닿아요. 비영리 단체들도 규모가 작더라도 같이 살아갈 방법을 고민하면서 일해야 하지 않을까요. 


#. 누가 뭐래도 나는 교육불평등을 해결하고 싶은 개발자 

(사진촬영 : 바라봄사진관)


이런 고민을 털어놓을 안전한 네트워크가 생긴다면 어떤 분들을 만나고 싶은가요?

저는 비영리단체를 막 시작한 대표들과 만나서 얘기하고 싶어요. 저와 비슷한 고민들을 하고 계실 게 뻔하기 때문에.(웃음) 그리고 교육 분야 비영리 단체를 많이 만나고 싶어요. 최근에 교육분야 비영리 단체가 거의 없잖아요. 


그동안 활동하면서 느꼈던 불편함이 있다고요?

구구컬리지가 온라인 학습사이트를 운영한다고 하면 그거 개발자 있어야 되는데 쉽게 할 거 아니라고 해요. 저 개발자인데요 하면 그러냐고 그래도 실력이 좀 있어야 될 것 같은데 해서 대기업 개발자에 석사라고 되받아 쳤더니 “그런데 왜 여기서 일하세요?”라고 질문이 나와요. 기분이 되게 나쁘더라고요. 좀 많이 속상했죠.

개발자에 대한 편견도 좀 있는 것 같아요. 개발자라고 하면 뭔가 자기의식이나 철학을 가지고 일을 만드는 주체가 아니라 누군가 만들고 싶은 걸 말하면 만들어주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래서 활동 초반 몇 년 간은 개발을 하고 있지만 개발자라고 굳이 얘기하지는 않았어요. 왜냐하면 그걸 말하게 되면 약간 네가 말을 해봐야 뭘 알겠어, 그냥 내가 만들어달라고 하는 거 만들어주는 사람이지 이런 느낌을 많이 받았거든요. 

예전에 어떤 모임에서 삼성전자에서 개발자로 일했다고 했더니 “그런데 왜 마이너 한 데로 오셨어요?”라고 물어보셨어요. 그래서 마이너요? 아닌데요. 라고 했어요. 또 한번은“무슨 활동하세요?”물어서 “교육 불평등을 해결하려고 합니다.”라고 소개했더니 약간 당황하면서 저희를 시대에 뒤떨어지는 단체로 봐요. 


그런 반응은 어떤 의미일까요?

나라가 발전하면서 교육 불평등은 어느 정도 사라진 게 아닌가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아요. 교육수준이나 학벌이 분명 높아진 게 맞긴 한데 사실은 비어 있는 데가  꽤 있거든요. 저는 그게 좀 심각하게 다가와요.

태어났을 때 부모님이 안 계시면 일단 거기서부터 불평등이 시작되고 초등학교에서도 학습은 되지만 소외되고, 결국에 고등학교를 못가는 친구들이 기초적인 교육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성인이 되어서 취직을 하는 게 아르바이트인 거고 최저 시급 받으면서 그 생활을 계속 하다보면 본인의 업그레이드가 안 되잖아요. 자기 계발할 돈도 시간도 없으니까. 반면에 나에게 돈 많은 부모님이 있고 좋은 대학교 가서 심지어 유학을 가면 좋은 회사를 갈 확률이 높고 연봉이 높을 확률이 크고 그렇다면 진로를 바꿀 때 충분히 모아놓은 돈으로 1 ~ 2년 동안 대학원에 간다고 하면 같은 나이인데도 엄청난 격차가 생기는 거죠. 

극단적인 비교를 했지만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불평등도 있어요. 저도 박사를 하고 싶은데 공부하는 동안에 수입이 없어지니까 공부를 할 수 없어요. 생활비 걱정 없이 배울 수 있는 구조가 되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교육 불평등이 있다고 생각해요. 

시간 상관없이 돈에 상관없이 교육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있어서 일하면서 배우고 뭔가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시대가 좋은 시대 아닐까요.


5년 후의 박용은 어떤 모습일까요? 박용과 구구컬리지가 만든 변화를 좀 상상해 볼까요?

상상을 해봤는데 지금은 비영리 단체 활동하면서 개발, 강의, 운영을 하고 있지만 그때도 운영을 하고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는 개발을 정말 좋아하고 앞으로도 개발자는 저의 굉장히 중요한 아이덴티티입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도 개발을 하고 있을 거고, 강의하는 것도 되게 좋아하거든요. 정보를 수집하고 정제해서 필요한 누군가에게 알려주는 것도 되게 좋아하는 편이에요. 개발과 강의, 이 두 가지는 5년 후에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구구컬리지는 5년 뒤면 아마 올 하반기에 시작하려고 하는 가상학기제가 좀 공고화돼서 지방에서도 오고 해외에서도 올 수 있게 조금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체가 되어 있지 않을까요. 구구컬리지에 저도 모르는 동아리가 막 생겨나고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고 구구컬리지 졸업장을 자랑스럽게 페이스북에 올리는 상상을 해 봐요. 


이루어질 수 있는 상상이라고 생각해요. 소수를 위한 학교가 아닌 99%를 위한 구구컬리지가 만들어지기를 응원하겠습니다.


 피플포체인지가 만난 개발자 박용은 이상을 일상으로,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도전을 멈추지 않을 모험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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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경원
기획, 기록, 연결로 변화를 만드는 일과 사람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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