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 다 활동가는 고도의 전문성과 책임감을 지닌 특수한 직업군이라고 생각한다. 이승현은 사회문제를 창의적 아이디어로 풀고 싶다는 개인적 관심에서 상근자가 아닌 회원으로 조직에 결합했다. 권순표는 사회적기업을 설립하고 운영하지만, 자립하고 지속할 수 있을 정도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조건을 ‘사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활동’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사적 경험에 따라 결이 다르긴 해도 둘 다 ‘좋은’ 일, ‘의미있는’ 일을 벌이는 것만으로는 활동이라고 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강하게 보였고, 그런 기준 때문에 스스로의 활동을 좀 더 엄격하게 평가한다. 민주적 소양을 가진 시민으로서 존재하는 것과 사회 문제에 구조적으로 개입하고 바꾸는 활동은 어떻게 다른가. 경쟁과 자기개발에 몰두할 수 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먹고사니즘’과 직업적 활동가의 삶은 근본적으로 어떻게 다른가. 그런 질문을 품게 만드는 대화였다. - 장상미 (더 이음 운영위원)
- 인터뷰이 : 이승현 / 익산희망연대 회원
- 인터뷰어 : 장상미(더 이음 운영위원), 유일영(더 이음 사무국장)
- 일시 : 2018년 5월 31일(목)
- 장소 : 익산미디어센터
승현님의 ‘활동’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경로가 궁금합니다.
“현재 대학교 2학년이에요. 사회적인 영역에 눈을 뜬 것은 이제 1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학교라는 울타리 때문에 활동에 참여를 많이 못 했어요. 고등학생 때는 지원했다가 떨어진 적이 있는(^^) 희망연대의 시민참여스쿨에 대학생이 되어 참여하게 되면서 희망연대 활동가와 회원들을 많이 알게 되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제가 했던 활동은 나무와 식물을 많이 심어서 익산시를 생태도시로 만들어보자는 것으로 시청에서 상도 받았었는데 결국 흐지부지 해졌어요. 관 차원에서 구현시키지 못하면 시민의 영역에서 해보자, 익산에 숲을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아이디어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런 ‘활동’에는 어느 정도 시간을 쓰는지요?
“많이 쓰지는 않습니다. 희망연대 운영위원이어서 회의에 참여하고 사회참여 서포터즈 회의와 벽화 그리는 봉사활동에 가는게 주 활동인데요, 한 달에 24시간 정도를 활동에 쓰는 것 같네요.”
본인이 생각하는 ‘활동/가’란 어떤 의미인가요?
“익산의 많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시너지를 내고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활동가’라고 생각합니다. 주변 친구들이나 아저씨 이모 등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면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많은데 그것을 구현시키기가 어렵더라구요. 실무적인 것이나 기획, 조직 등을 시민조직네트워크를 해서 아이디어를 구현시키는 것이 활동가의 일이 아닐까 싶은데 저는 그런 일을 해보고 싶긴 해요.”
기회가 되면 쭉 활동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이후 계획을 가지고 있는 건가요?
“쭉 활동한다는 것이 상근활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에요. 현재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고, 시간 날 때마다 활동하면서 용돈 등 돈이 필요한 것은 알바로 보충하면서 생활합니다. 그런데 사무실에 앉아 있는 일은 힘들 것 같고 자유롭게 활동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시민운동가가 경제적으로 안정되면 더 늘어날 것 같긴 합니다. 활동가가 경제적으로 안정될 수 있는 문화와 구조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보거든요. 전 여전히 시민운동을 하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못 하는 사람이 많은 거라고 생각해요.”
현재 활동하는 단체의 재정적 상황은 어떤지요?
“익산희망연대는 상근활동가가 4명이고 회원이 900명이에요. 매 년마다 재정모금을 위한 후원행사를 하고, 다른 단체의 경험이 없어서 현황은 잘 모르나 단체 운영이 비교적 안정적인 편이고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등록금 문제나 청년들의 취업 준비 등 청년들의 시간이나 돈이 형편이 좋은 편이 아니라는 얘기들이 많은 것에 비해서 본인은 여력이 좀 더 있는 편이고 그것을 활동에 투여하고 있다는 의미일까요?
“개인적으로는 ‘청년실업문제’를 잘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시민단체 영역과 봉사활동 등 자신이 참여하고 능력을 발휘하면서 의미도 있는 영역이 얼마든지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공무원 준비만 하는 청년들을 보면 사실 좀 답답하기도 합니다.”
주변 친구들은 어떤가요?
“학교에 있는 친구들과 별로 관계가 없어서 잘 모르겠으나 대체로는 시험 준비 등을 할 것 같네요. 청년들이 봉사활동이나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 더 의미있고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사회구조나 문제의식에 대해서는 친구들이 군대를 가서 얘기를 많이 못 나눠봤어요. 쌍둥이 형도 군대를 갔는데 군대를 준비하면 다른 의욕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 그게 안타깝습니다. 우리나라 청년들이 제일 활발해야 할 때가 20대 초반인데 상황 상 제일 무기력할 수 밖에 없는 듯 해요.”
앞으로도 익산에서 지낼 예정이세요?
“네. 익산에서 태어나서 쭉 살고 있어요. 정치외교학과를 다니는데 고등학생 때부터 대한민국은 ‘서울공화국’이라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거든요. 대다수의 사람들은 익산시를 하나의 지역이 아니라 ‘서울의 외곽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물론 서울은 사람도 많고 익산의 인프라와는 비교가 안 되겠지요. 우리가 소비하는 문화도 대부분 서울에서 생산된 것이고, 의식마저 다 서울에 종속되어 있는 것 같아요. 다 서울에 가는 것이 아니라 익산에 남아서 익산을 키우는 게 결국 시민사회의 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민사회활동도 지역사회를 키우는 쪽으로 발전이 되어야 되지 않을까요?
익산의 발전이나 균형발전을 생각해보면 나는 결국 개인이지만 익산에 남는 것이 말초라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개인적인 것보다는 큰 것을 바라는 것인데 여기서 시민활동이 시작되고 민주주의가 발전한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세상이 돈:돈, 물질:물질로 발전하는데 저는 그게 틀렸다고 단언합니다. 물질적 이익을 초월해서 공익적인 것을 하는 것이 분명 있으니, 모든 사람들이 그런 심성이 조금씩은 있을 것이라고 믿어요.
대한민국이 살기 힘든 이유는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없어서에요. 다들 파편화 되어 있어요. 네트워크가 부족한거죠. 그러니까 외롭고요. 시민사회활동의 가치는 다른 시민들과 연대하고 네트워크 하면서 풀뿌리가 주는 가치에서 있다고 생각하고요, 이렇게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 적어도 고립감에서는 벗어날 것 이라고 생각해요.
시민사회활동의 가치를 풀뿌리가 주는 가치로 이야기하셨는데, 풀뿌리의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또 앞으로 시민사회는 어떤 비전을 가져야 할까요?
“사람이 혼자 있는 것과 둘 이상이 모여 있는 것과는 차이가 큰 것 같아요.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이타적이고 공익적인 목표,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연결된 사람들은 행복을 만드는 것 같아요.
익산희망연대에 가입하고 봉사활동을 하는 것들도 경제적인 이익이나 목적이 아니라 사람 만나는 게 좋아서였어요. 한국 시민사회의 방향은 사람들이 연대할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 아닌 타인에 대한 관심이 우리의 행복만이 아닌 민주주의에 대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고3 때 에피소드 하나 얘기해드릴까요? 제가 학생회는 아니었지만 스쿨버스 운영과 관련된 학생 서명운동을 받으려고 했는데 대다수가 저에게 왜 이런걸 하냐는 반응을 보이더라구요. 공부는 잘 하는 아이들이 우리가 처한 문제에 대해서 당사자들도 무관심한 것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타인에 대한 무관심,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어디 그 친구들뿐이었겠냐만은 그때의 문제의식이 지금도 이어져 있고, 일종의 오기처럼 우리 사회에 바꾸고 싶은 것을 ‘사람’ 이라고 생각했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특정한 조직이나 목표를 설정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활동들이 다양한 수위에서 다양하게 의미부여 되는 것이 좋은 방향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다양한 활동들이 창조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보면 좋다고 생각해요. 다만 조직과 분명한 목표는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야 개별 활동들이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승현님의 앞으로 계획을 들려주세요.
“대학 졸업 후에 대해선 아직 여러 가지를 해보는 과정인 것 같아요. 한 길로 가는 것 보다는 열려있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네요. 하고 싶은 것이 많으니 해보면 길이 만들어지겠지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에 대한 생각을 실현시키는 것을 1차 목표로 하고 있고, 취업에는 관심이 없는데 스스로도 무슨 깡으로 이렇게 있지?! 라는 질문을 해보긴 했어요. ^^ 어렸을 때부터 이 사회에서 무언가 일을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했기에 무궁무진하게 일을 벌려보고 싶네요.
전 지금도 아이디어가 많거든요. 제일 처음 얘기한대로 나무심기도 계속 하고 저도 옆의 순표님처럼 사회적경제도 하고 싶고 .. 성격 자체가 이익을 남기는 것이 안 맞기도 하지만 수익은 안 남아도 이로운 일을 만들어내는 것에 자신이 있기도 해요.
길거리의 나뭇가지나 잡초를 외국에서는 녹색폐기물이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아직 재활용이 안 되고 있어요. 이걸 활용해서 퇴비나 사료로 재활용하는 사회적기업을 만들고 싶어요.. 큰 차원에서 재활용을 하면 지역사회가 그야말로 말로만 듣던 ‘지속가능’하게 되는 게 아닐까요?
그런데 하고 싶은 것은 항상 떠오르는데 실현 시키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희망연대 사회창안서포터즈에서 공익적인 프로그램을 창안하는데, 그 중에 하나가 시민창조스쿨이에요. 몇 년 전에 지하보도 황폐화된 것을 재구성하는 활동을 했는데, 익산시 아이들의 벽화 그리기, 스마트폰 사진 공모전 등 아이디어가 직접 실행되는데는 희망연대 이진홍 국장님의 실무적인 힘과 추진력이 크게 작용되는 걸 봤어요. 이래서 시민의 아이디어를 실현시켜줄 전문적 활동가가 필요하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이진홍 국장님처럼은 못할 것 같으나 전문적인 활동가와 아이디어 있는 시민 중간에서 시너지를 내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익산에서 두 청년 활동가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묘한 기분이 들었다. 새롭고 반가웠으나 한편 낯설고 또 신기했다.
표면적 이유는 ‘단체의 상근활동가’가 아니었기 때문이겠지만 이미 충분히 활동을 하고 있는데도 인터뷰 마지막까지도 손사래를 치며 본인들은 활동가가 아니라고 했다. 무엇이 그들의 활동을 스스로 활동이라 정의하기 어렵게 할까? 활동가는 누구이고 활동은 무엇을 의미하기에? 보다 다양한 활동과 활동가유형이 존재하고 있지만, 여전히 활동의 기준은 엄격하고 소위 전문적이어야 하며 활동가의 삶은 희생적이고 열악하기 때문은 아닐까 속상했다.
그러나 한편 새로운 움직임은 언제나 설레고 잘 되기를 응원하게 되는지라, 이승현 회원의 활동 아이디어와 실질적 참여, 권순표 대표의 에너지와 구체적 사업계획을 어떤 기준이나 명제로 규정하는 것이 오히려 불필요하게도 느껴졌다. 특히 이승현 회원의 사회활동과 NGO의 역할에 대한 생각은 청년세대에 대한 나의 부족한 통념을 아주 가볍게 깨주었는데, 인터뷰 기록을 수차례 읽을 때마다 그의 이런 생각이 더 넓게 많이 퍼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권순표 대표의 6월 전량매입 계획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많이 궁금하다. - 유일영(더 이음 사무국장)
#익산 #유일영 #신비 # #장상미 #이승현 #익산희망연대 #대학생 #청년 #회원 #전북 #전라북도
두 사람 다 활동가는 고도의 전문성과 책임감을 지닌 특수한 직업군이라고 생각한다. 이승현은 사회문제를 창의적 아이디어로 풀고 싶다는 개인적 관심에서 상근자가 아닌 회원으로 조직에 결합했다. 권순표는 사회적기업을 설립하고 운영하지만, 자립하고 지속할 수 있을 정도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조건을 ‘사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활동’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사적 경험에 따라 결이 다르긴 해도 둘 다 ‘좋은’ 일, ‘의미있는’ 일을 벌이는 것만으로는 활동이라고 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강하게 보였고, 그런 기준 때문에 스스로의 활동을 좀 더 엄격하게 평가한다. 민주적 소양을 가진 시민으로서 존재하는 것과 사회 문제에 구조적으로 개입하고 바꾸는 활동은 어떻게 다른가. 경쟁과 자기개발에 몰두할 수 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먹고사니즘’과 직업적 활동가의 삶은 근본적으로 어떻게 다른가. 그런 질문을 품게 만드는 대화였다. - 장상미 (더 이음 운영위원)
승현님의 ‘활동’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경로가 궁금합니다.
“현재 대학교 2학년이에요. 사회적인 영역에 눈을 뜬 것은 이제 1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학교라는 울타리 때문에 활동에 참여를 많이 못 했어요. 고등학생 때는 지원했다가 떨어진 적이 있는(^^) 희망연대의 시민참여스쿨에 대학생이 되어 참여하게 되면서 희망연대 활동가와 회원들을 많이 알게 되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제가 했던 활동은 나무와 식물을 많이 심어서 익산시를 생태도시로 만들어보자는 것으로 시청에서 상도 받았었는데 결국 흐지부지 해졌어요. 관 차원에서 구현시키지 못하면 시민의 영역에서 해보자, 익산에 숲을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아이디어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런 ‘활동’에는 어느 정도 시간을 쓰는지요?
“많이 쓰지는 않습니다. 희망연대 운영위원이어서 회의에 참여하고 사회참여 서포터즈 회의와 벽화 그리는 봉사활동에 가는게 주 활동인데요, 한 달에 24시간 정도를 활동에 쓰는 것 같네요.”
본인이 생각하는 ‘활동/가’란 어떤 의미인가요?
“익산의 많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시너지를 내고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활동가’라고 생각합니다. 주변 친구들이나 아저씨 이모 등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면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많은데 그것을 구현시키기가 어렵더라구요. 실무적인 것이나 기획, 조직 등을 시민조직네트워크를 해서 아이디어를 구현시키는 것이 활동가의 일이 아닐까 싶은데 저는 그런 일을 해보고 싶긴 해요.”
기회가 되면 쭉 활동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이후 계획을 가지고 있는 건가요?
“쭉 활동한다는 것이 상근활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에요. 현재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고, 시간 날 때마다 활동하면서 용돈 등 돈이 필요한 것은 알바로 보충하면서 생활합니다. 그런데 사무실에 앉아 있는 일은 힘들 것 같고 자유롭게 활동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시민운동가가 경제적으로 안정되면 더 늘어날 것 같긴 합니다. 활동가가 경제적으로 안정될 수 있는 문화와 구조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보거든요. 전 여전히 시민운동을 하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못 하는 사람이 많은 거라고 생각해요.”
현재 활동하는 단체의 재정적 상황은 어떤지요?
“익산희망연대는 상근활동가가 4명이고 회원이 900명이에요. 매 년마다 재정모금을 위한 후원행사를 하고, 다른 단체의 경험이 없어서 현황은 잘 모르나 단체 운영이 비교적 안정적인 편이고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등록금 문제나 청년들의 취업 준비 등 청년들의 시간이나 돈이 형편이 좋은 편이 아니라는 얘기들이 많은 것에 비해서 본인은 여력이 좀 더 있는 편이고 그것을 활동에 투여하고 있다는 의미일까요?
“개인적으로는 ‘청년실업문제’를 잘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시민단체 영역과 봉사활동 등 자신이 참여하고 능력을 발휘하면서 의미도 있는 영역이 얼마든지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공무원 준비만 하는 청년들을 보면 사실 좀 답답하기도 합니다.”
주변 친구들은 어떤가요?
“학교에 있는 친구들과 별로 관계가 없어서 잘 모르겠으나 대체로는 시험 준비 등을 할 것 같네요. 청년들이 봉사활동이나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 더 의미있고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사회구조나 문제의식에 대해서는 친구들이 군대를 가서 얘기를 많이 못 나눠봤어요. 쌍둥이 형도 군대를 갔는데 군대를 준비하면 다른 의욕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 그게 안타깝습니다. 우리나라 청년들이 제일 활발해야 할 때가 20대 초반인데 상황 상 제일 무기력할 수 밖에 없는 듯 해요.”
앞으로도 익산에서 지낼 예정이세요?
“네. 익산에서 태어나서 쭉 살고 있어요. 정치외교학과를 다니는데 고등학생 때부터 대한민국은 ‘서울공화국’이라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거든요. 대다수의 사람들은 익산시를 하나의 지역이 아니라 ‘서울의 외곽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물론 서울은 사람도 많고 익산의 인프라와는 비교가 안 되겠지요. 우리가 소비하는 문화도 대부분 서울에서 생산된 것이고, 의식마저 다 서울에 종속되어 있는 것 같아요. 다 서울에 가는 것이 아니라 익산에 남아서 익산을 키우는 게 결국 시민사회의 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민사회활동도 지역사회를 키우는 쪽으로 발전이 되어야 되지 않을까요?
익산의 발전이나 균형발전을 생각해보면 나는 결국 개인이지만 익산에 남는 것이 말초라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개인적인 것보다는 큰 것을 바라는 것인데 여기서 시민활동이 시작되고 민주주의가 발전한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세상이 돈:돈, 물질:물질로 발전하는데 저는 그게 틀렸다고 단언합니다. 물질적 이익을 초월해서 공익적인 것을 하는 것이 분명 있으니, 모든 사람들이 그런 심성이 조금씩은 있을 것이라고 믿어요.
대한민국이 살기 힘든 이유는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없어서에요. 다들 파편화 되어 있어요. 네트워크가 부족한거죠. 그러니까 외롭고요. 시민사회활동의 가치는 다른 시민들과 연대하고 네트워크 하면서 풀뿌리가 주는 가치에서 있다고 생각하고요, 이렇게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 적어도 고립감에서는 벗어날 것 이라고 생각해요.
시민사회활동의 가치를 풀뿌리가 주는 가치로 이야기하셨는데, 풀뿌리의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또 앞으로 시민사회는 어떤 비전을 가져야 할까요?
“사람이 혼자 있는 것과 둘 이상이 모여 있는 것과는 차이가 큰 것 같아요.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이타적이고 공익적인 목표,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연결된 사람들은 행복을 만드는 것 같아요.
익산희망연대에 가입하고 봉사활동을 하는 것들도 경제적인 이익이나 목적이 아니라 사람 만나는 게 좋아서였어요. 한국 시민사회의 방향은 사람들이 연대할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 아닌 타인에 대한 관심이 우리의 행복만이 아닌 민주주의에 대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고3 때 에피소드 하나 얘기해드릴까요? 제가 학생회는 아니었지만 스쿨버스 운영과 관련된 학생 서명운동을 받으려고 했는데 대다수가 저에게 왜 이런걸 하냐는 반응을 보이더라구요. 공부는 잘 하는 아이들이 우리가 처한 문제에 대해서 당사자들도 무관심한 것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타인에 대한 무관심,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어디 그 친구들뿐이었겠냐만은 그때의 문제의식이 지금도 이어져 있고, 일종의 오기처럼 우리 사회에 바꾸고 싶은 것을 ‘사람’ 이라고 생각했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특정한 조직이나 목표를 설정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활동들이 다양한 수위에서 다양하게 의미부여 되는 것이 좋은 방향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다양한 활동들이 창조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보면 좋다고 생각해요. 다만 조직과 분명한 목표는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야 개별 활동들이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승현님의 앞으로 계획을 들려주세요.
“대학 졸업 후에 대해선 아직 여러 가지를 해보는 과정인 것 같아요. 한 길로 가는 것 보다는 열려있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네요. 하고 싶은 것이 많으니 해보면 길이 만들어지겠지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에 대한 생각을 실현시키는 것을 1차 목표로 하고 있고, 취업에는 관심이 없는데 스스로도 무슨 깡으로 이렇게 있지?! 라는 질문을 해보긴 했어요. ^^ 어렸을 때부터 이 사회에서 무언가 일을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했기에 무궁무진하게 일을 벌려보고 싶네요.
전 지금도 아이디어가 많거든요. 제일 처음 얘기한대로 나무심기도 계속 하고 저도 옆의 순표님처럼 사회적경제도 하고 싶고 .. 성격 자체가 이익을 남기는 것이 안 맞기도 하지만 수익은 안 남아도 이로운 일을 만들어내는 것에 자신이 있기도 해요.
길거리의 나뭇가지나 잡초를 외국에서는 녹색폐기물이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아직 재활용이 안 되고 있어요. 이걸 활용해서 퇴비나 사료로 재활용하는 사회적기업을 만들고 싶어요.. 큰 차원에서 재활용을 하면 지역사회가 그야말로 말로만 듣던 ‘지속가능’하게 되는 게 아닐까요?
그런데 하고 싶은 것은 항상 떠오르는데 실현 시키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희망연대 사회창안서포터즈에서 공익적인 프로그램을 창안하는데, 그 중에 하나가 시민창조스쿨이에요. 몇 년 전에 지하보도 황폐화된 것을 재구성하는 활동을 했는데, 익산시 아이들의 벽화 그리기, 스마트폰 사진 공모전 등 아이디어가 직접 실행되는데는 희망연대 이진홍 국장님의 실무적인 힘과 추진력이 크게 작용되는 걸 봤어요. 이래서 시민의 아이디어를 실현시켜줄 전문적 활동가가 필요하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이진홍 국장님처럼은 못할 것 같으나 전문적인 활동가와 아이디어 있는 시민 중간에서 시너지를 내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익산에서 두 청년 활동가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묘한 기분이 들었다. 새롭고 반가웠으나 한편 낯설고 또 신기했다.
표면적 이유는 ‘단체의 상근활동가’가 아니었기 때문이겠지만 이미 충분히 활동을 하고 있는데도 인터뷰 마지막까지도 손사래를 치며 본인들은 활동가가 아니라고 했다. 무엇이 그들의 활동을 스스로 활동이라 정의하기 어렵게 할까? 활동가는 누구이고 활동은 무엇을 의미하기에? 보다 다양한 활동과 활동가유형이 존재하고 있지만, 여전히 활동의 기준은 엄격하고 소위 전문적이어야 하며 활동가의 삶은 희생적이고 열악하기 때문은 아닐까 속상했다.
그러나 한편 새로운 움직임은 언제나 설레고 잘 되기를 응원하게 되는지라, 이승현 회원의 활동 아이디어와 실질적 참여, 권순표 대표의 에너지와 구체적 사업계획을 어떤 기준이나 명제로 규정하는 것이 오히려 불필요하게도 느껴졌다. 특히 이승현 회원의 사회활동과 NGO의 역할에 대한 생각은 청년세대에 대한 나의 부족한 통념을 아주 가볍게 깨주었는데, 인터뷰 기록을 수차례 읽을 때마다 그의 이런 생각이 더 넓게 많이 퍼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권순표 대표의 6월 전량매입 계획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많이 궁금하다. - 유일영(더 이음 사무국장)
#익산 #유일영 #신비 # #장상미 #이승현 #익산희망연대 #대학생 #청년 #회원 #전북 #전라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