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인터뷰] 익산의 공공재 같은 활동가 - 김명희

몇십년동안 한자리에 활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큰 역할을 하지 않아도 그 존재만으로 지역사회에 힘이 되는 사람이 있다. 일명 공공재 활동가!! 지역을 기억하고 있는 살아있는 아카이빙이자 알게 모르게 따뜻한 지지와 필요한 자원을 내밀고 돌아서는 기반 같은 사람 말이다. 그들은 후배나 지역을 위한 든든한 지원기반을 되기를 희망한다. 익산 지역에서 생협운동으로 시작하여 지금은 사회적 경제 영역 곳곳에 새로운 씨앗을 다독이고 있는 김명희 이사님을 만났다. 익산 지역의 공공재 같은 활동가, 선배 활동가가 꿈꾸는 '조직 떠나온 활동가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시간이었다. _ 더이음 운영위원 박운정, 이주희

 

  • 인터뷰이 : 김명희 / 솜리아이쿱생협
  • 인터뷰어 : 박운정(더이음 운영위원), 이주희(더이음 운영위원)
  • 일시 : 2018년 5월 30일
  • 장소 : 익산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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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처음 저희 인터뷰 요청 받으시고 어떠셨어요?

"사전에 보내 준 질문지를 봤는데 '심각하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어요. 내가 갈 자리인가 고민이 되기도 했어요. 하지만 질문의 내용을 보면서 우리 솜리 아이쿱 생협 활동가들과 이야기 해봐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활동가들의 고민과 닿아 있을 것 같아요."

 

이런 고민 함께 나눌 활동가, 혹시 '활동가'는 어떤 사람이라고 정의하세요?

요즘은 정의하기가 쉽지 않죠. 요즈음은 제일 활동가스러운 활동가도 스스로 활동가가 아니라고 이야기 해요. '활동가'라고 하면 생기는 부담감이 많아요. 기존 활동가에서 오는 이미지 때문에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렇게 함께 묶이고 싶지 않다.' 그런 표현인 거 같아요.

 

활동가로서 요즘 가장 큰 어려움이 있다면? 특히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활동하면서 느끼는 어려움은?

협동조합은 그냥 운동단체와는 또 달라요. 여기는 공익적인 비영리와 다른 영역이에요. 사회적 가치가 실현 되면서도 수익모델이 운영이 되어야 하죠. 이 두 가지를 모두 가져가는 것이 힘들어요. 시간이 많이 필요한 일이에요. 특히 오래 된 생협이나 소비자협동조합보다 사회적협동조합은 더욱 어려워요. 전라도에도 몇 개 없고 창출된 수익이 고스란히 재투자되면서 실질적으로 조합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적으니 더 어려운 일이죠. 몇사람들만의 헌신만으로 어려워요.

또 얼마나 운영 역량을 가지고 있나. 그 역량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이 들어요. 당사자 그룹이 모여서 협동조합을 만들고 싶다기에 제가 교육이며 자원을 연결해서 함께 만들었어요. 요즘은 이렇게 당사자들의 사회적 경제에 들어오는 사례가 많아지지만 운영 역량이 부족했어요. 당연히 사회적 가치는 충분하지만 조직 운영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어렵지요. 자기 사업의 내용을 만들어 내기도 힘들고, 기본적인 회의 진행하는 것도 어려워요. 조직 형태는 그냥 만들 수 있지만 제대로 운영하는 것은 쉽지가 않아요. 리더가 있거나 전문가 집단의 도움 있어도 한참 걸려야겠구나 싶어요. 갈 일이 정말 멀어요. 그래서 지원 체계들도 함께 성장하는 것이 중요해요.

조직이 만들어지는, 그 어려운 과정에서 살아남고 힘 있게 가는 사람은 결국 활동했던 사람들이었어요. 시민단체 없이 사회적 기업으로 가기 전에 협동조합을 발판으로 생각하기만 해요. 익산 내 협동조합만 120여개, 사회적 기업이 20여개. 그 중에 협동조합 전수 조사 했을 때 진짜 협동조합의 원칙대로 운영하는 곳은 15%가 될까 싶어요.

급식 재료를 납품하는 협동조합이라고 해서 지역 부모모임과 연결하려고 가봤어요. 생각보다 너무 적극적인거에요. 공장을 가보니 법에서 말하는 최소한의 기준은 지키고 있었지만 협동조합의 원리대로 운영되고 있지는 않았죠. 즉, 법을 활용하는 법은 너무 잘 알지만 기본 가치는 없는 거에요. 그런 사례가 너무 많아요.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세대차이를 느끼나요?

(기억 나는 사례는) 솜리아이쿱생협에서 친환경 먹거리를 주제로 음식 모임을 했는데 나이든 활동가들은 손 많이가도 건강에 좋은 나물음식들을 중심으로 프로그램구성을 생각하고 있고 젊은활동가들은 즉석식품을 이용한 간단요리프로그램을 더 선호하는차이가 있었습니다. 함께 공부도 하고 소통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시간이 참 필요한 일 같아요.

(새로운 사람들과 일하기 위해서) 일하는 새로운 방식을 실험해보기도 했지만 쉽지 않아요. 조직이 참 묘하더라구요. 거기에서도 차이가 생겨요. 변화를 수용하는 속도에 따라 배제가 생겨요. 그렇게 새롭게 일해 본 경험이 꼭 좋지만은 않았어요. 결국 서로 정리를 하더라구요. 변화는 원하지만 실제 변화를 수용하기 어려워해요. 하지만 그런 노력들이 일이나 권한을 나누는 방식은 변화가 있다는 건 느껴요. 지금은 과도기적인 시대라고 생각이 되어요.

세상이 변했으니 누구나 변해야하는 게 당연하죠. 빠져야할 때를 알아야 해요. 빠져서 남은 사람들이 그들대로 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리더그룹 혹은 중심활동 그룹이 바꾸어졌다면 일하는 방식도 변하더라구요. 보고 있으면 뿌듯해요. 완벽하지 못해도 잘 하고 있어요. 나는 (선배로서) 내 영역을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그걸 못해서 걱정이지 그들이 걱정이 아니에요. 저 같은 사람이 나가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걸 못하는 것이 문제에요.

앞서 나온 사람들이 어떻게 자리 잡고 도전할 것인가가 관건이죠.

 

그럼 점에서 젊은세대나 선배세대나 조직과 함께 개인의 성장이 중요한 거 같아요. 조직이 성장하는 만큼 개인이 성장하고 있을까? 우리는 동반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생협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이 &나는 예전에는 아이만 키우던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어디 나가서 말도 하고 교육도 하고 하네.&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해요.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조직이죠. 하지만 생협 언니들을 외부로 보내는 일이 생기기도 해요. 활동 하다가 역량 쌓아서 다른 일을 하기도 하는 거죠. 교육도 하고 토론하고 많은 과정을 통해서 성장한 분들이 다른 영역과 현장에서 그 역량을 발휘하기도 해요. 솔직히 아쉽긴 하지만 그 성장을 만들어 내는 것을 우리의 성과로 생각하고 그 분들이 일 할 수 있는 판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하는 것이 동반성장을 위한 조직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스스로 되돌아보면 활동을 통해 &나도 성장했다.&라고 생각이 들어요. 어려운 대차대조표도 볼 수 있게 되고..^^ 끝자락에서 조직 운동을 했던 사람이라서 명분이나 이상보다는 구체적인 &생활운동& 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많이 성장한 거 같아요.

 

자신의 성장과 경험이 녹아있는 익산 지역에는 활동가, 그들의 성장, 그리고 무엇이 더 필요할까요? 지역 안에 지원기반, 네트워크나 연대는 어떤가요?

지역에서 이미 영역별 협의회들이 존재해요. 다양하게 존재하죠. 하지만 들여다보면 역량은 거기서 거기에요. 중간지원조직을 맡을 민간의 역량이 있는가.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제 곧 민간이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을 가져와야할 시기가 있을 것이고 우리가 어떤 방향과 준비를 해야하는지 고민이 들어요.

 

활동가로서 다음 꿈은 무엇입니까?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오랫동안 좋은 사람들과 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하고 싶은 일이라고 하면 우리자산=지역자산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를 지역에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통해 제안서도 만들고 모아보는 걸 시작하려고 해요. 지금 하고 있는 사람이 잘 버티면서 다음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너무 열악해요. 그런 거에 도움을 주면 좋겠어요.

이제는 사회적 경제도 몇 년 되었으니 지속가능한 지역활동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시민단체의 자산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매년 각 단체의 재정운영을 위한 후원행사 하는게 너무 힘들어요. 없는 시민단체끼리 품앗이 하는셈이죠. 전에 들으니 농민회에서는 재정사업으로 주유소도 했다고 하는데 이제는 지역에서 시도하여 돌려막기식의 후원행사 안하고 활력을 만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내용을 함께 만들어야 해요. 사회적 경제를 통해서 해야한다고 봐야하는데 전통적인 시민사회는 그런 생각을 못하고 있는 거 같아요. 그래야 새로운 젊은이들 들어올 수 있어요. 지금 지역 활동가들도 나이가 많아요. 언제까지 계속 할 수는 없잖아요. 재생산구조도 만들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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