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 활동가의 연구 활동을 독려하는 사람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된 만남
풀뿌리민주시민연구회 프로젝트에서 박배민을 처음 만났다. 풀뿌리민주시민연구회 프로젝트는 시민 스스로가 가진 현장의 고민을 탐구한 후, 이를 보고서로 만들어보는 활동이다. 이 프로젝트에서 박배민은 현장 활동가와 연구자를 구분하지 않았다. 그는 현장 활동가도 자신의 경험을 연구로 풀어내는 과정에 참여해보자고 얘기했다. 나 역시 현장 활동가의 탐구와 의경정리에 대한 갈증으로 참여했지만, 여전히 현장 활동가와 연구자는 각자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는 혹은 현장 활동가와 연구자의 각자 역할에 충실하기도 어렵지 않은가란 의구심이 있었다. 이에 <상찰과 성장>의 박배민을 만나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다.
<풀뿌리민주주의시민연구회 발표>
Q. 풀뿌리민주시연구회에서 만나고 오랜만에 뵙는 자리네요. 지금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시나요?
지금은 제가 설립한 <성찰과 성장>의 지속가능성책임 역할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혜란님은 풀뿌리민주시민연구회가 단체명인줄 아셨죠? 근데 풀뿌리민주시민연구회는 <성찰과 성장>이 운영하는 여러 프로그램 중 하나랍니다.
Q. 풀뿌리민주시민연구회가 단체명이 아니라 프로그램 중 하나라고요? 그럼, 다른 프로그램들도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성찰과 성장>이 어떤 단체인지 또 무슨 프로그램을 하는지 궁급해집니다.
<성찰과 성장>은 더 나은 사회를 꿈꾸며 일상에서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함께 실천할 사람을 찾을 때 들를 수 있는 학습놀이터입니다. 2023년에 김설, 신동주씨와 함께 만들었어요. 시민들과 함께 민주주의, 대안경제, 생명권과 관련된 지식을 나누고 실천에 옮길 수 있는 활동들을 해보고 있어요.
<성찰과 성장>이 민주주의, 대안경제, 생명권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이 주제가 지구 우리 사는 사회에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먹고 사는 문제 정말 최우선이잖아요? 그래서 대안경제를 고민하게 되었고요. 음. 생명권은요. 요즘 비참한 사고가 너무 많았잖아요. 일상생활에서 생명권을 보호받지 못했던 상황, 사람들이 존재하고요. 과로사도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대안경제를 만들고 생명권을 지키려면 결국 우리 사회에 무언가를 제안하고 요청해야하는데 그러려면 민주주의는 필수죠.
이를 위해 우리는 모여서 독서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합니다. 혜란님이 참여하신 풀뿌리민주시민연구회는 연구를 통해 민주주의, 대안경제, 생명권을 이해해볼 수 있는 일상 속 활동이죠.
#.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민주주의 학습이 필요한 이유
활동가 독서모임 성장가들
Q. 아. 일상에서 사람들이 학습놀이터를 찾아와 독서도 하고 글도 쓰고 연구를 즐겁게 해보면 된다는 거죠? 근데 학습을 해야 한다니, 음. 물론 즐겁게 하기를 바라는 의미는 알겠어요. 하지만 학습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으레 학창시절의 암기 같은 공부나 성적을 내기위한 정답이나 결과물이 떠올라 조금 소극적이 되기도 해요. 더군다나 이를 일상에서 하라니..아하하. 또 전 학습이라는 단어가 계몽과도 연결되더라고요. 거기에 연구는 전문가들의 영역으로 동떨어져 있는 것만 같고요. 배민님이 학습이라 단어를 가져온 이유가 있을까요?
와. 어쩌죠. <성찰과 성장>의 학습에서 저희가 지양!하는 정답과 결과물, 계몽이라는 세 단어가 모두 나왔어요. 학습이라는 단어를 우리가 가깝게 받아들일 때 혜란님이 말씀하신 뉘앙쓰가 있다는 것도 맞아요. 학습이라는 단어를 지금 우리가 하는 활동에 맞게 만드는 건 정말 숙제인 것 같네요. 음. 학습을 대체할 수 있는 말을 찾아 제 생각을 얘기해보면 탐구, 탐색, 탐험, 발견정도가 현재 떠오릅니다. 어떤 내용에서 기존의 혹은 새로운 내용을 알아가고 또 재해석해보는 과정이 저희가 하는 활동이니까요.
연구(硏究, 영어: research)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정의는 다음과 같다. 지식에 대한 탐구를 기반으로 한 인간의 활동이며 세상의 여러 측면에 대하여 인간이 새롭게 알게 되었거나 이미 존재하던 지식의 발견, 해석, 정정, 재확인 등에 초점을 맞추는 체계적인 조사를 일컫는다. 세상의 무언가를 탐구해 발견, 해석, 재확인해 보는 과정이라는 연구의 정의는 배민님이 <성찰과 성장>의 활동에 대해 한 이야기와 맞닿아있다. 우리 스스로가 가진 현장의 고민 즉 무언가를 실행하면서 발견한 고민을 탐구한 후 이를 해석, 재확인해 그 내용을 보고서로 만들어본 활동이 꼭 연구자만 할 수 있는 과정은 아니겠단 생각에 이르렀다.
Q. 탐구, 탐색, 탐험, 발견과 같은 단어를 들으니 그래도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제가 아니, 우리가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데 여전히 민주주의를 학습하고 실천한다는 게 그렇게 쉬운가요? 이건 <성찰과 성장> 활동을 궁금해 할 수 있는 분들을 대신해 드리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물론 제가 시민참여로 제도와 정책을 만들고 변화시키는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있어요. 2020년, 도봉구청년네트워크에서 일하면서 청년들과 만든 3개 정책이 2021년에 실제로 도봉구 청년정책에 반영됐어요. 서울시 청년수당정책이 바로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제도화한 대표적인 예죠.
저는 이 경험을 통해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구나와 우리 주변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는 제도나 방법은 꽤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실제 참여예산제도나 주민참여제도 등도 그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시민들이 스스로 참여해보는 과정은 상당히 중요하고 스스로 무언가를 해야 사회가 변하지 않겠어요? 이미 우리는 시민활동가만이 아닌 시민 다수가 참여해 공동의 목소리를 낸 결과로 만든 많은 사회변화를 목격해온 사람들이에요. 대통령 1명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는걸 알고 있죠.
지금은 나는 동의한 적 없는 운동, 시민의 의견을 지레짐작해 진행하는 운동 즉 시민과 가깝지 않은 운동은 통하지 않는 것 같아요. 또 시민들의 무관심을 그냥 외면하거나 혹은 이를 시민들의 무책임으로 전가하는 건 오히려 시민활동에 몸담고 있는 활동가들이 고민해봐야 할 과제죠. 개인의 목소리가 모두의 목소리로 바뀌어 가는 걸 눈으로 본 이상 우리는 소위 시민 없는 시민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분명 사회는 나를 만드는데 영향을 미치고, 나 역시 사회를 만드는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민주주의는 나의 사회를 만들고, 가꾸고, 바꾸는 행위이면서 일종의 규칙을 만드는 과정에서 필요한 선이다. 결국 내가 원하는 나를 만들어가는 토대랄까?
당장 돈을 더 많이 벌수 있게 되는 변화보다 어쩌면 민주주의와 같은 제도나 방식의 변화에 참여해 만드는 것이 더 확산력 있고 변화에 가까워질 수도 있지 않은가란 생각도 마음 한구석에 있는데 일상생활에 치이다보니 나도 이런 얘기를 멀리했었다.
일상 속에서 민주주의를 가까이 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면 문득문득 우리 사회의 변화와 나 그리고 이를 위한 나의 실천에 대해 고민해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드니 배민님의 이야기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가고 있다.
#. 민주주의 학습 끌어당기기 도전
주민자치회의 강의
Q. 일상 속 민주주의의 실천이라는 이야기에 조금씩 동조되고 있어요. 하지만 선거 외에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한다는 의미가 잘 다가오지 않아요.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일상에서 실천한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선거만이 민주주의는 아니죠.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한다는 건 민주주의를 느끼며 살아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대의민주주의도 있지만 숙의민주주의나 참여민주주의도 있잖아요. 시민들도 자신이 원하는 건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안도와 내야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우리 사회에 개입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모든지 가능해요. 실제로 쉽게 할 수 있는 작은 활동도 많고요.
물론 시민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낸다는 강도를 사람마다 다르게 얘기할 수는 있어요. 예를 들면 정당가입만으로도 충분하거나 혹은 좀 더 강하게 목소리를 내려면 집회에 참여하고 SNS를 통한 의사표현도 할 수 있죠. 저 역시 <성찰과 성장>에서 조금은 강도가 있는 참여를 얘기해요. 단순히 사회이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뉴스를 보는 정도를 넘어 뉴스에 나온 이슈와 관련된 모임이나 스터디를 나간다던가 아니면 정당모임에 나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거죠. 즉 목소리를 내보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시민들이 참여하는 모임이나 스터디가 <성찰과 성장>이 될 수 도 있겠죠? 아하하.
Q.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안도와 내야겠다는 의지를 가지면 모든지 가능하다고 했지만 이 또한 준비가 필요한 것 같아요. 민주주의를 실천하는데 필요한 환경이나 역량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모두가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는데 거기에 머가 많이 필요하겠어요? 하지만 시민력, 시민성도 함양하는 거라고는 생각해요.
시민력, 시민성 함양이라는 건 키워지는 건데. 이렇게 얘기를 들으니 왜 배민님이 학습을 강조했는지 알 것도 같다. 맞다. 민주주의는 사실 날 때부터 타고난 능력이 아닌 우리가 배워서 알게 되는 능력 아닌가?
검찰 특활비 국회 기자회견
Q. 시민력, 시민성 항양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주시겠어요?
첫 번째로 저는 민주주의를 위한 시민력, 시민성 함양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두 번째로 사실 시민력, 시민성 함양을 이해하고 경험하는데 필요한 각자의 역량도 다를 수 있어요. 그렇기에 우리에겐 민주주의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해보고 이를 자라게 할 수 있는 자발적 학습시간이 필요한 겁니다. 이게 민주주의에 대한 여러 지식, 경험에 노출될 수 있는 과정이죠.
이런 측면에서 저는 시민들이 민주주의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간을 기회라고 본다면 이에 대해 보상해줄 수 있는 참여소득, 소셜 크레딧과 같은 제도도 고민해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시간은 우리사회 즉 공동체를 고민하는 시간이잖아요.
Q. 오늘 우리가 한 이야기들 중 시민력, 시민성 함양은 사실 활동가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잖아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역량이죠. 전 <성찰과 성장>이 우리 모두의 시민력, 시민성 함양을 키우는데 역할을 할 비영리 활동가들을 위한 플랫폼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저도 비영리 활동가에게 <성찰과 성장>과 같은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일하다가 힘들 때 같이 술 마시고 조직이나 선배 욕해주는 것 말고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얘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청년활동가들이 지금 일하는 곳에서 덜 이탈했으면 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모든 이들이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해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비영리 활동가와 비영리 활동가가 아닌 사람을 구분하지 않는 상황으로 가는 것이 결국에는 더 중요합니다. 우리 모두 다 나은 사회를 고민하는 사람들이고 더 나은 사회에서 살고 싶은 사람들이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같이 고민하고 얘기할 수 있는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성찰과 성장>이었으면 좋겠습니다.
Q. 앞으로 <성찰과 성장>은 어떤 모습일지 또 이를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요?
미래엔 <성찰과 성장>을 민주주의 센터로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현재로 보면 많은 사람들이 <성찰과 성장>에 문을 두드렸으면 좋겠어요. 왜 커리어 하면 어디, 투자하면 어디, 동물권하면 어디 등 어떤 주제에 대해서는 이곳에 가면 알 수 있다 혹은 기타나 바둑은 이곳에 가면 배울 수 있다는 게 있잖아요. 저는 민주주의에 대해 알고 싶다면 <성찰과 성장>이 떠올랐으면 좋겠어요. 에를 들면 민주주의나 정당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자신 있게 <성찰과 성장>을 추천하는 거죠.
이런 사람들과 함께 하다보면 저도 그리고 우리도 지금 살고 있는 사회에서 불안없이 안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상식적인 세상을 만들고 있을 것 같아요. 이게 제가 <성찰과 성장>을 만든 이유이기도 하고요.
검찰특활비 대검 기자회견
박배민은 자신을 소개하는 키워드로 현장과 제도를 연결하는 활동가를 언급했다. 시민참여에서 중요한 건 현장과 제도, 시민과 전문가, 시민과 정책, 활동가들간의 사이를 잇는 게 필요하기 때문이란다. 그의 성장배경을 들으니 혼자가 아닌 공동체의 목소리가 사회에서 울릴 수 있다는 걸 겪어봤기에 이런 가치관을 가지게 된 건가란 생각을 했다.
박배민은 수능시스템에 모순이 있다고 봐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스스로 학교밖청소년을 선택했던 거다. 학교밖청소년 당사자로 이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안 좋은지 느낀 후 그 인식을 바꾸고, 학교밖청소년들이 좌절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기위한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이 활동을 통해 스스로 학교밖청소년이 된 이들 외에도 학교폭력, 학습부진과 유학 후 대한민국의 학교로 돌어갈 수 없었던 학생들을 만났다고 했다.
그는 세상에 모든 사람은 이상하기 때문에 이 이상한 사람들은 서로 대화를 해야한다고도 잠깐 언급했었는데 이 또한 그가 겪은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닌가라고 이해하게 됐다.
이후 청소년 당사자 운동은 청년 당사자 운동으로 이어졌다 청년 당사자 운동에 참여하면서 제도와 정책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쪽수가 중요하단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부당하고 느낀 순간 같이 얘기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았고, 그들과 같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방법을 개발하고 그 방법 중 제도와 정책에 집중하는데 집중했던 것 같다.
나는 그를 보며 분노했을 때 이를 긍정적으로 풀어내는 방법도 있을 수 있음을 다시금 깨달았다.
<성찰과 성장>의 박배민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 사회가 좌절할 때 그 분노와 좌절을 외면하거나 증폭시키는 것이 아닌, 긍정적인 변화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수많은 방법이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에 중요한 역할이 있겠단 의미에 공감을 좀 더 깊게 하게 됐다.
#민주주의 #박배민 #검찰특활비 #풀뿌리 #성찰과성장
인터뷰어 : 혜란
모든 이의 지속가능에 관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10년차 엔피오(NPO)직원으로 지속가능한 활동을 찾아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기록하는 활동도 합니다.
2024공익활동가주간을 맞아 다양한 지역과 분야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활동가들을 만나 이들의 일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하는 활동가인터뷰 공모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뷰 공모에는 여러 지역의 활동가들이 참여해주셨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공익활동가사회적협동조합 동행>, <한국시민사회지원조직네트워크>, <지리산이음>이 공동주최하고, <아름다운재단>이 지원했습니다. |
#. 현장 활동가의 연구 활동을 독려하는 사람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된 만남
풀뿌리민주시민연구회 프로젝트에서 박배민을 처음 만났다. 풀뿌리민주시민연구회 프로젝트는 시민 스스로가 가진 현장의 고민을 탐구한 후, 이를 보고서로 만들어보는 활동이다. 이 프로젝트에서 박배민은 현장 활동가와 연구자를 구분하지 않았다. 그는 현장 활동가도 자신의 경험을 연구로 풀어내는 과정에 참여해보자고 얘기했다. 나 역시 현장 활동가의 탐구와 의경정리에 대한 갈증으로 참여했지만, 여전히 현장 활동가와 연구자는 각자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는 혹은 현장 활동가와 연구자의 각자 역할에 충실하기도 어렵지 않은가란 의구심이 있었다. 이에 <상찰과 성장>의 박배민을 만나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다.
<풀뿌리민주주의시민연구회 발표>
Q. 풀뿌리민주시연구회에서 만나고 오랜만에 뵙는 자리네요. 지금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시나요?
지금은 제가 설립한 <성찰과 성장>의 지속가능성책임 역할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혜란님은 풀뿌리민주시민연구회가 단체명인줄 아셨죠? 근데 풀뿌리민주시민연구회는 <성찰과 성장>이 운영하는 여러 프로그램 중 하나랍니다.
Q. 풀뿌리민주시민연구회가 단체명이 아니라 프로그램 중 하나라고요? 그럼, 다른 프로그램들도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성찰과 성장>이 어떤 단체인지 또 무슨 프로그램을 하는지 궁급해집니다.
<성찰과 성장>은 더 나은 사회를 꿈꾸며 일상에서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함께 실천할 사람을 찾을 때 들를 수 있는 학습놀이터입니다. 2023년에 김설, 신동주씨와 함께 만들었어요. 시민들과 함께 민주주의, 대안경제, 생명권과 관련된 지식을 나누고 실천에 옮길 수 있는 활동들을 해보고 있어요.
<성찰과 성장>이 민주주의, 대안경제, 생명권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이 주제가 지구 우리 사는 사회에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먹고 사는 문제 정말 최우선이잖아요? 그래서 대안경제를 고민하게 되었고요. 음. 생명권은요. 요즘 비참한 사고가 너무 많았잖아요. 일상생활에서 생명권을 보호받지 못했던 상황, 사람들이 존재하고요. 과로사도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대안경제를 만들고 생명권을 지키려면 결국 우리 사회에 무언가를 제안하고 요청해야하는데 그러려면 민주주의는 필수죠.
이를 위해 우리는 모여서 독서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합니다. 혜란님이 참여하신 풀뿌리민주시민연구회는 연구를 통해 민주주의, 대안경제, 생명권을 이해해볼 수 있는 일상 속 활동이죠.
#.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민주주의 학습이 필요한 이유
활동가 독서모임 성장가들
Q. 아. 일상에서 사람들이 학습놀이터를 찾아와 독서도 하고 글도 쓰고 연구를 즐겁게 해보면 된다는 거죠? 근데 학습을 해야 한다니, 음. 물론 즐겁게 하기를 바라는 의미는 알겠어요. 하지만 학습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으레 학창시절의 암기 같은 공부나 성적을 내기위한 정답이나 결과물이 떠올라 조금 소극적이 되기도 해요. 더군다나 이를 일상에서 하라니..아하하. 또 전 학습이라는 단어가 계몽과도 연결되더라고요. 거기에 연구는 전문가들의 영역으로 동떨어져 있는 것만 같고요. 배민님이 학습이라 단어를 가져온 이유가 있을까요?
와. 어쩌죠. <성찰과 성장>의 학습에서 저희가 지양!하는 정답과 결과물, 계몽이라는 세 단어가 모두 나왔어요. 학습이라는 단어를 우리가 가깝게 받아들일 때 혜란님이 말씀하신 뉘앙쓰가 있다는 것도 맞아요. 학습이라는 단어를 지금 우리가 하는 활동에 맞게 만드는 건 정말 숙제인 것 같네요. 음. 학습을 대체할 수 있는 말을 찾아 제 생각을 얘기해보면 탐구, 탐색, 탐험, 발견정도가 현재 떠오릅니다. 어떤 내용에서 기존의 혹은 새로운 내용을 알아가고 또 재해석해보는 과정이 저희가 하는 활동이니까요.
Q. 탐구, 탐색, 탐험, 발견과 같은 단어를 들으니 그래도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제가 아니, 우리가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데 여전히 민주주의를 학습하고 실천한다는 게 그렇게 쉬운가요? 이건 <성찰과 성장> 활동을 궁금해 할 수 있는 분들을 대신해 드리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물론 제가 시민참여로 제도와 정책을 만들고 변화시키는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있어요. 2020년, 도봉구청년네트워크에서 일하면서 청년들과 만든 3개 정책이 2021년에 실제로 도봉구 청년정책에 반영됐어요. 서울시 청년수당정책이 바로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제도화한 대표적인 예죠.
저는 이 경험을 통해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구나와 우리 주변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는 제도나 방법은 꽤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실제 참여예산제도나 주민참여제도 등도 그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시민들이 스스로 참여해보는 과정은 상당히 중요하고 스스로 무언가를 해야 사회가 변하지 않겠어요? 이미 우리는 시민활동가만이 아닌 시민 다수가 참여해 공동의 목소리를 낸 결과로 만든 많은 사회변화를 목격해온 사람들이에요. 대통령 1명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는걸 알고 있죠.
지금은 나는 동의한 적 없는 운동, 시민의 의견을 지레짐작해 진행하는 운동 즉 시민과 가깝지 않은 운동은 통하지 않는 것 같아요. 또 시민들의 무관심을 그냥 외면하거나 혹은 이를 시민들의 무책임으로 전가하는 건 오히려 시민활동에 몸담고 있는 활동가들이 고민해봐야 할 과제죠. 개인의 목소리가 모두의 목소리로 바뀌어 가는 걸 눈으로 본 이상 우리는 소위 시민 없는 시민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 민주주의 학습 끌어당기기 도전
주민자치회의 강의
Q. 일상 속 민주주의의 실천이라는 이야기에 조금씩 동조되고 있어요. 하지만 선거 외에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한다는 의미가 잘 다가오지 않아요.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일상에서 실천한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선거만이 민주주의는 아니죠.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한다는 건 민주주의를 느끼며 살아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대의민주주의도 있지만 숙의민주주의나 참여민주주의도 있잖아요. 시민들도 자신이 원하는 건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안도와 내야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우리 사회에 개입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모든지 가능해요. 실제로 쉽게 할 수 있는 작은 활동도 많고요.
물론 시민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낸다는 강도를 사람마다 다르게 얘기할 수는 있어요. 예를 들면 정당가입만으로도 충분하거나 혹은 좀 더 강하게 목소리를 내려면 집회에 참여하고 SNS를 통한 의사표현도 할 수 있죠. 저 역시 <성찰과 성장>에서 조금은 강도가 있는 참여를 얘기해요. 단순히 사회이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뉴스를 보는 정도를 넘어 뉴스에 나온 이슈와 관련된 모임이나 스터디를 나간다던가 아니면 정당모임에 나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거죠. 즉 목소리를 내보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시민들이 참여하는 모임이나 스터디가 <성찰과 성장>이 될 수 도 있겠죠? 아하하.
Q.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안도와 내야겠다는 의지를 가지면 모든지 가능하다고 했지만 이 또한 준비가 필요한 것 같아요. 민주주의를 실천하는데 필요한 환경이나 역량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모두가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는데 거기에 머가 많이 필요하겠어요? 하지만 시민력, 시민성도 함양하는 거라고는 생각해요.
검찰 특활비 국회 기자회견
Q. 시민력, 시민성 항양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주시겠어요?
첫 번째로 저는 민주주의를 위한 시민력, 시민성 함양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두 번째로 사실 시민력, 시민성 함양을 이해하고 경험하는데 필요한 각자의 역량도 다를 수 있어요. 그렇기에 우리에겐 민주주의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해보고 이를 자라게 할 수 있는 자발적 학습시간이 필요한 겁니다. 이게 민주주의에 대한 여러 지식, 경험에 노출될 수 있는 과정이죠.
이런 측면에서 저는 시민들이 민주주의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간을 기회라고 본다면 이에 대해 보상해줄 수 있는 참여소득, 소셜 크레딧과 같은 제도도 고민해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시간은 우리사회 즉 공동체를 고민하는 시간이잖아요.
Q. 오늘 우리가 한 이야기들 중 시민력, 시민성 함양은 사실 활동가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잖아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역량이죠. 전 <성찰과 성장>이 우리 모두의 시민력, 시민성 함양을 키우는데 역할을 할 비영리 활동가들을 위한 플랫폼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저도 비영리 활동가에게 <성찰과 성장>과 같은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일하다가 힘들 때 같이 술 마시고 조직이나 선배 욕해주는 것 말고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얘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청년활동가들이 지금 일하는 곳에서 덜 이탈했으면 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모든 이들이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해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비영리 활동가와 비영리 활동가가 아닌 사람을 구분하지 않는 상황으로 가는 것이 결국에는 더 중요합니다. 우리 모두 다 나은 사회를 고민하는 사람들이고 더 나은 사회에서 살고 싶은 사람들이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같이 고민하고 얘기할 수 있는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성찰과 성장>이었으면 좋겠습니다.
Q. 앞으로 <성찰과 성장>은 어떤 모습일지 또 이를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요?
미래엔 <성찰과 성장>을 민주주의 센터로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현재로 보면 많은 사람들이 <성찰과 성장>에 문을 두드렸으면 좋겠어요. 왜 커리어 하면 어디, 투자하면 어디, 동물권하면 어디 등 어떤 주제에 대해서는 이곳에 가면 알 수 있다 혹은 기타나 바둑은 이곳에 가면 배울 수 있다는 게 있잖아요. 저는 민주주의에 대해 알고 싶다면 <성찰과 성장>이 떠올랐으면 좋겠어요. 에를 들면 민주주의나 정당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자신 있게 <성찰과 성장>을 추천하는 거죠.
이런 사람들과 함께 하다보면 저도 그리고 우리도 지금 살고 있는 사회에서 불안없이 안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상식적인 세상을 만들고 있을 것 같아요. 이게 제가 <성찰과 성장>을 만든 이유이기도 하고요.
검찰특활비 대검 기자회견
박배민은 자신을 소개하는 키워드로 현장과 제도를 연결하는 활동가를 언급했다. 시민참여에서 중요한 건 현장과 제도, 시민과 전문가, 시민과 정책, 활동가들간의 사이를 잇는 게 필요하기 때문이란다. 그의 성장배경을 들으니 혼자가 아닌 공동체의 목소리가 사회에서 울릴 수 있다는 걸 겪어봤기에 이런 가치관을 가지게 된 건가란 생각을 했다.
박배민은 수능시스템에 모순이 있다고 봐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스스로 학교밖청소년을 선택했던 거다. 학교밖청소년 당사자로 이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안 좋은지 느낀 후 그 인식을 바꾸고, 학교밖청소년들이 좌절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기위한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이 활동을 통해 스스로 학교밖청소년이 된 이들 외에도 학교폭력, 학습부진과 유학 후 대한민국의 학교로 돌어갈 수 없었던 학생들을 만났다고 했다.
그는 세상에 모든 사람은 이상하기 때문에 이 이상한 사람들은 서로 대화를 해야한다고도 잠깐 언급했었는데 이 또한 그가 겪은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닌가라고 이해하게 됐다.
이후 청소년 당사자 운동은 청년 당사자 운동으로 이어졌다 청년 당사자 운동에 참여하면서 제도와 정책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쪽수가 중요하단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부당하고 느낀 순간 같이 얘기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았고, 그들과 같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방법을 개발하고 그 방법 중 제도와 정책에 집중하는데 집중했던 것 같다.
나는 그를 보며 분노했을 때 이를 긍정적으로 풀어내는 방법도 있을 수 있음을 다시금 깨달았다.
<성찰과 성장>의 박배민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 사회가 좌절할 때 그 분노와 좌절을 외면하거나 증폭시키는 것이 아닌, 긍정적인 변화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수많은 방법이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에 중요한 역할이 있겠단 의미에 공감을 좀 더 깊게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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