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공익활동가주간]청소년이 지역에서 발붙이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문화공동체를 꿈꾸는 그루터기 임창희

변화를만드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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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행복해지는 문화공동체 그루터기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돌봄을 제공하기 위해 주민들이 모여 만든 공간입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청년이 지역에서 발을 붙이고 생각을 키워나가며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하는 어른들이 모인 그루터기의 임창희 대표를 만났습니다.


“자기소개를 어떻게 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저의 다양한 활동들이 그루터기가 돌봄 활동을 하는 이 공간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도움이 되어주기에 모두 소개하려고 합니다. 우선 동네에서 부녀회장을 맡고 있고요. 그리고 삼성농협 여성이사를 하고 있어요. 생활개선위원회의 회원이기도 하고 농사 경력 26년 차 농사꾼이며, 그루터기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 농촌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활동을 꿈꾸다


Q. 26년 경력의 농사꾼이라는 소개가 인상적인데요, 어떻게 농업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학생 운동을 하면서 직업을 농업으로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의 개념으로는 ‘농민운동을 선택해야겠다.’ 이런 거였죠. 남편도 서울에서 아주 열심히 학생운동을 하고 농민운동을 하러 내려온 친구여서 농민 운동 하러 들어온 사람들끼리 만나서 결혼도 하고 뭐 그런 좋은 시절이었죠.(웃음)  그렇게 농사를 짓기 시작 했고 아이들을 낳고 키우면서 학교 자모회를 통해 다른 엄마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됐어요. 그러면서 아이 키우는 문제나 교육이나 지향이 도시를 향해 있는 현실이 안타까워서 ‘농촌에서 살면서 농촌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또는 더 잘 할 수 있는 활동들을 고민해 보자’ 해서 그루터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그루터기의 처음은 어땠나요?

처음에는 음성군의 각 읍면을 찾아가는 문화활동을 했어요. 고추장도 만들고 염색도 하고, 아이들하고 함께 송편도 빚는 활동들을 진행했어요. 청소년 축제도 하고 방학 때는 아이들이랑 같이 캠프도 가고 이렇게 활동을 하다가 안정적인 공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고민 끝에 삼성으로 자리 잡게 된 거죠  

초창기엔 음성군에서 농림부 시범사업으로 진행한 결혼이민자들 한국어 지도도 했어요. 3년 동안 한국어를 가르치며 만났던 새댁들이랑은 이제 서로 언니동생이라 부르는 이웃이 됐어요. 



(문화활동 사진)


Q. 청소년을 위한 활동을 하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농민회에서 대중강연을 주민대상으로 열었을 때 참여한 고등학생 친구가 “왜 음성에서는 이런 내용을 우리에게 안 알려 주시나요? 이런 얘기를 들을 수 있는 곳은 아무 데도 없나요?”라는 질문을 했어요.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이야기들을 해줄 사람들이 필요하고, 해 줄 공간도 필요하구나.’ 이렇게 생각 했고,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것들을 우리가 학교 밖에서 한 번 나눠보는 시도를 했습니다.

저는 경쟁도 바라지 않고, 1등 하는 것도 바라지 않고, 대학교 가는 것도 바라지 않고, 특정 직업을 바라지 않거든요. 모두가 그걸 향해서 달려가진 않았으면 좋겠는 거죠. 다양한 생각의 거름을 제공하고 싶어요.


Q. 마을 주민들이 직접 기른 농산물로 차린 청소년의 한 끼 밥상Q. 초기부터 지금까지 예산은 어떻게 충당하셨어요?  

초기에는 다 그냥 냈어요. 초창기 멤버가 7명 정도였는데 각자가 할 수 있는 걸 제공했죠. 예를 들어 염색을 했던 사람이 있어서 천연염색 문화활동을 하고, 고추장도 고추농사 짓는 분이 재료를 대서 만들어 보는 식으로요. 콩농사 지은 콩으로 가지고 두부 만들고, 쌀농사 지은 걸로 방앗간에 부탁해서 송편 만들고 이런 식으로 거의 그때는 자부담이었죠. 우리 안에서 강의도 만들어서 직접 준비해서 지역 주민들이랑 진행하고 그랬었죠.  지금도 회원들의 후원금이 가장 기본이 되어 있고 다행히 음성군에 마을학교라는 사업이 있어서 그 예산을 사업기간인 10달 동안의 공과금과 돌봄 비용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Q. 돌봄 비용이 무엇일까요?

아이들의 식사비용이 제일 커요. 사업비는 지원이 되지만 식비 지원에는 한계가 있거든요. 군에 찾아가서 인건비는 우리가 알아서 어떻게 해볼 터이니 아이들 밥 한 끼를 나라에서 좀 책임져 달라고 제안을 했어요. 학교 끝나고 학원가기 전에 갈 데도 없고, 집에 가면 엄마도 없고, 아침은 안 먹고 하는 게 아이들의 일상이니까. 학교에서 점심 급식 한 끼 먹고 나면 저녁은 편의점에서 대충 때우고 이러니까 저녁 밥 한 끼는 좀 책임져 달라 얘기를 했었죠. 

근데 결론은 그거였어요. 수급 기준을 정해 놓고 복지 혜택을 받을 만한 아이들만 받아라.  처음에는 저희도 그 기준에 맞춰 서류를 받다가 사건이 있었어요. 중학생 아이한테 가족관계 증명서를 가져오라고 했다가 이 아이가 자기 손으로 가족 관계 증명서를 처음 발급해봤는데 엄마가 가족관계 증명서에서 다른 사람이었던 거예요. 그래서 아이가 상처를 받았고 우리도 충격이었죠. 다시는 이런 짓 안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지역 주민들이 직접 지은 농산물, 반찬들과 함께 최소한의 지원으로 식단을 꾸리고 있습니다. 



(직접 차려주신 봄꿈의 밥)


#. 청소년들에게 공간을 제공하고 싶다


Q. 활동하시면서 기억에 남았던 일이 있다면요? 

기억에 남았던 일은 아이들이죠. 아이들의 정서도 되게 많이 바뀌고 있거든요. 봄꿈 1기부터의 아이들은 이 공간에 대한 고마움도 있고요. 나중에 아이들이 결혼할 때도 우린 여기 있을 테니까 친정 오듯이 그렇게 추억했으면 좋겠다고 늘 얘기해요. 한번은 군대 간 아이들이 휴가를 자기들끼리 맞춰서 나온 적이 있어요. 그때 봄꿈에 4.16 현수막을 달 일이 있었어요. 1인 현수막을 신청 받아서 한 50장을 걸어야 됐는데 아이들이 다 같이 와서 현수막을 쫙 걸어주고 사진도 찍어주고 갔는데 정말 고맙더라고요.

또 한 가지는 정말 우리가 경제적으로 궁해져 있을 때, 손을 벌릴 수 있는 사람들이 정해져 있잖아요. 그렇게 손을 벌렸을 때 “그래 얼마면 돼?” 이렇게 말하면서 거금을 흔쾌히 내주시는 그런 분들이 계셔주셔서 감사하죠. 예를 들어 마을 학교사업이 3월부터 시작해서 11월 초면 끝나야 돼요. 그러면 11월부터 2월까지는 알아서 난방비도 해야 되고 인건비도 해야 되고 아이들 간식비도 해야 되고 공과금도 해야 되고 그래요. 그때 이제 우리 겨울을 살 돈이 없다고 했더니 “얼마면 돼? 500만 원 정도는 있어야지?” 이렇게 턱 지원을 해주셨어요. 그런 분들이 계시다는 게 이 활동에 대한 지지라고 생각을 해요.  


Q. 최근 활동 이슈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지금 이슈는 “삼성면에 청소년 문화의 집을 만들자”에요. 청소년 문화의 집은 돌봄을 하지 않기 때문에 청소년 문화의 집에서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돌봄은 그루터기에서 계속 제공하고 이런 식으로 청소년 공간을 만드는 게 가장 큰 이슈죠. 그런데 지자체가 정부의 공모사업에 신청해서 선정돼서 건물 짓고 이러는 과정에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난관이 있어요. 착착 진행되어도 3년인데 공모에 떨어져서 다지 지원하고 이러다 보면 5년, 10년이에요. 하지만 10년 후에 우리 아이들은 이미 없어요. 그래서 저는 계속 지금 당장 하자고 그러는 거거든요. 

지금 그루터기가 있는 건물이 1층에는 하나로마트고 2층은 비어있고 3층의 한쪽은 당구장, 한쪽은 회의실, 나머지 비어있어요. 4층도 그루터기 반대쪽은 비어서 마트에서 창고로 쓰고 있거든요. 차라리 이 건물 자체를 군에서 임대를 해서 각 층을 청소년 공간으로 청소년 센터처럼 해주면 좋겠는 거죠. 그러면 건물 새로 올릴 비용도 안 들고 여기만 리모델링하면 되니 시간도 걸리지 않고요. 아이들에게 필요한 공간으로 스터디 카페도 만들고, 애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제공할 수 있게 난 정말 이 공간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삼성면 이장협의회장님이랑 얘기를 한 상태고 면장님, 주민자치회장님, 군수님 등 만날 수 있는 분들을 다 만나서 얘기를 하려고 해요. 저는  올해 좀 이 얘기가 사람들한테 회자가 됐으면 해요.


Q. 앞으로는 어떤 활동을 하고 싶으신가요? 

청소년센터가 만들어진다면 청년들을 고용해서 청년들이 층층마다 있는 꿈을 꿔요. 그렇게 청년들한테 이 공간을 맡기고 우리는 뒤에서 “돈이 필요해요.” 이러면 돈을 만들어 주고, “뭐가 필요해요.” 그러면 뭐 이렇게 만들어서 주는 식으로 요구 사항이 있으면 그때그때 지원해 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환경에 관심이 있어서 쓰레기 문제에 집중하고 싶어요. 며칠 전에 충주에 있는 클린에너지파크를 다녀왔어요. 그곳에서는 소각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활용해서 주민들에게 전력을 제공해 주기도 하고 자체적으로 건물의 냉난방을 해결하더라고요. 소각과정에서도 2번의 여과를 진행하고 소각해 놓은 재도 여과 과정을 거쳐서 매립과 재사용하기 때문에 토양오염도 덜하고 대기오염도 덜하고요. 음성에서도 쓰레기가 문제거든요. 그래서 지역에서 이런 시설과 시스템을 한번 만들어 보고 싶어요.



(임창희 대표 인터뷰 사진 2)


#. 결국은 사람, 마을, 공동체


Q. 활동하다 어려움이 있으실 때는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운영위원회라는 체계가 있어요. 그루터기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생기는 어려움들은 운영위 체계 안에서 다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 안에서 해결이 된다는 게 제일 든든하네요.  청소년센터도 삼성에서 다 같이 관심을 가지고 지역의 공간으로 지역 주민들과 함께 만들고 싶어요. 그래도 지금은 많이 관심을 갖고 계셔주셔서 감사합니다. 


Q. 지역에서 그루터기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어떤 변화가 있으셨을까요? 

초창기에는 같이 시작한 7명이 자족적인, 우리들의 의미 있는 활동을 진행했다고 하면 지금은 지역에서의 청소년 활동으로 만들어 가야 된다는 생각을 함께 하고 있어요. 지역 분들이 많이 알고 관심을 가져 주시고 계시고요. “아이구야, 저기 한번 후원해야 될 텐데” 이런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있다는 걸 전해 듣는 일이 늘어나고 있어요. 이 자체가 변화인 거고, 그리고 가장 실질적인 변화는 봄꿈을 운영하는 실무주체가 주부에서 청년으로 바뀌었다는 점이에요. 아이들도 이 변화를 좋아하고 정서가 달라지더라고요. 청년이 단체에 오니까 좋아요. 정말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게 청년의 존재입니다.


(2013년 봄꿈청소년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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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어 : 박가현
공익활동과 시민사회를 알아가고 있는 4년차 활동가. 동료 활동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해서 뉴스레터에 오늘&go(오늘엔지오)를 연재했다.

2024공익활동가주간을 맞아 다양한 지역과 분야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활동가들을 만나 이들의 일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하는 활동가인터뷰 공모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뷰 공모에는 여러 지역의 활동가들이 참여해주셨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공익활동가사회적협동조합 동행>, <한국시민사회지원조직네트워크>, <지리산이음>이 공동주최하고, <아름다운재단>이 지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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