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공익활동가주간]아직 각자의 고유한 개성과 쓸모를 찾지 못한 청년들에게 - 펭귄의 날갯짓 이광호

변화를만드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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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펭귄의 날갯짓이라는 단체를 소개해주세요. 

펭귄이 날개가 있는데 날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날개가 ‘쓸모없다’고 생각하는데 알고 보면 펭귄이 헤엄을 치거나, 걸을 때 날개가 유용하게 쓰여요. 마찬가지로 정신질환이 있는 청년들도 사회에서는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경우가 있는데요. 정신질환이 있는 청년들도 각자의 고유한 개성과 쓸모를 찾지 못한 것뿐이지 모든 청년들의 삶은 가치 있다라는 뜻에서 펭귄의 날갯으로 지었습니다.


Q. 펭귄의 날갯짓이 추구하는 목표가 정신질환을 가진 청년들이 편하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든 걸까요?

네, 맞아요. 우선 당사자들이 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같이 살 수 있기를 바라고요. 정신질환의 유무로 사람을 구분하지 않고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동시에 어떻게 하면 활동가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임금을 받으면서 지속 가능한 활동 구조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Q.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와 어울리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전혀 없다고는 못하겠어요. 근데 그게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목소리를 더 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라도 목소리를 먼저 내야 이름이나 얼굴을 밝히는 게 어려운 분들이 밖으로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Q.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을 바꾸기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정해진 원칙은 아니지만 이름이나 얼굴을 드러내고 활동하고 있어요. 인터뷰나 요청에도 적극적으로 임하려고 하고 있고요. 저희가 가지고 있는 증상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편이에요. 저는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가지고 있고요. 약물 치료 4년차입니다. 이런 식으로 공개하고 있어요. 이런 것들도 사회적 시선을 바꾸기 위한 일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겠네요.


Q. 현재 청년들이 겪고 있는 주요 정신 건강 문제가 어떤 거라고 생각 하시나요?

우울과 불안은 기본인 것 같아요. 우울과 불안 중 하나가 있으면 다른 질병이 올 확률이 높은 게 사실이니까요. ADHD나 조울도 제법 많아요. 우울증으로 진단을 받았다가 1~2년 뒤에 조울로 진단받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우울증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조증을 동반한 조울이었던 거죠. 

청년 정신건강 문제에서는 불안과 우울이 제일 높을 거라고 봐요. 불확실한 사회잖아요. 취업 시장이나 노동 환경도 굉장히 안 좋고요. 거기에 경쟁도 심하고요. 지금 청년들은 초‧중‧고등학교에서 경쟁을 습득한 사람들이잖아요. 이것들을 내면화할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이런 사회에서 불안과 우울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청년들이 정신 건강 문제를 숨기고 살아가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 다. 흔히 "네가 의지가 부족해서 그런다." 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럴 힘으로 살아봐." 라고 하잖아요. 그런 비난이 그 사람을 위한 건지 잘 모르겠어요. 오히려 그런 식으로 말했을 때 자신의 감정을 더 숨기게 되겠죠. 정신질환을 숨기게 되는 것도 같은 이유인 것 같아요. 말하지 못하니까 적절한 시점에 치료를 받지도 못하고, 개입도 힘들어지고요.

정신질환을 의지의 문제, 노력의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것. 문제의 원인이 개인에게 있다고 말하는 것이 당연시되어버렸잖아요. "개인이 노력하지 않았다." 라고 지적하는 방식이 먼저 해결돼야 할 것 같아요. 문제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방식이 변해야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도 같이 바뀔 수 있을 것 같아요. 


Q. 이러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당사자가 목소리를 내야 할 것 같아요. 물론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고 정신질환을 공개하는 게 불이익이 되는 지점도 분명히 있을 테니 절대 강요할 수는 없지만요. 하지만 당사자가 사회에 나와서 목소리를 내고 활동하면서 정신질환자와 함께 살아가는 게 문제되지 않는다. 편견처럼 누군가를 해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사회에서 함께 살아야 해요. 함께 살아본 사람들은 알 거거든요.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이랑 내가 일을 해봤는데,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야. 누군가를 공격하거나 해치려는 사람들이 아니야’ 라고 말할 수 있을 거고요. 사회에서 같이 살아야 함께 목소리를 내줄 사람이 조금씩 늘어나겠죠. 그래서 당사자들이 사회로 나와서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펭귄의 날갯짓에서 진행하는 주요 프로그램에 대해 궁금합니다.

저희는 정해놓고 프로그램을 하는 편은 아니에요.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프로그램을 기획합니다. 이용하시는 분들에게 필요한 것, 적절한 것이 무엇일지 고민하면서 만드는 편이라 프로그램은 굉장히 다양해요. 최근에는 정신질환을 경험한 사람들이 일정 교육을 받은 뒤 카페에서 일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연계하고 있어요.

자조 모임도 있는데요. 당사자 분들의 요청이 있어서 제가 우울증 자조 모임을 만들었고, 다른 활동가가 ADHD 자조 모임을 하고 있어요. 미술 치료를 하는 활동가는 미술을 소재로 자기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어요.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있는 활동가는 고립‧운둔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하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미술관에 가는데 뭉크와 베르나르 뷔페 둘 다 정신질환이 있던 미술 작가라고 하더라고요. 이 작가들이 그린 작품들을 감상하고 내면의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동료지원쉼터에서는 동료지원상담을 하고 있는데요. 전문적인 상담은 아니지만 정신질환을 먼저 경험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네요. 누군가를 변화시키려는 목표가 아니라 ‘나도 이런 어려움이 있었는데 당신도 이런 어려움이 있었군요’ 라는 공감대에서 시작하는 상담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Q. 활동하시면서 활동가 분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증상이 언제 어떤 이유로 올라올지 모른다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인 것 같습니다. 본인도 힘들지만 같이 일을 하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도 누군가가 아프거나 증상이 올라와서 일을 하지 못하게 될 수 있잖아요. 그 업무를 누군가 대체해야 하는데 저희가 가지고 있는 자원이 너무 적어요. 상주 인력이 두 명인데 한 명이 못 나오면 다른 한 사람이 일을 더 해야 하는 거잖아요. 자원 부족 문제가 제일 어렵습니다. 자원이라는 건 돈이 될 수도 있고 인력이 될 수도 있고요. 동시에 소진의 문제는 항상 따라오는 것 같아요. 방금 말한 것처럼 일을 누군가 대체하거나 충분히 쉴 수 있는 구조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소진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당사자인데 다른 당사자를 만난다고 했을 때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으로 인해 종사자도 타격을 받을 수가 있거든요. 이 감정을 적절히 다루지 못하면 계속해서 소진되는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어요. 이럴 때 인력 부족으로 휴식을 취하기 어려우니 소진과 자원의 부족이라는 악순환이 되는 거죠.


Q. 그렇다면 이런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저는 일을 할 때 약간의 여유가 있는 수준으로 사람을 채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러려면 돈이 있어야 해요. 하지만 저희가 활동하는 영역이 비영리이기 때문에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구조는 아니고요. 그렇다고 노동시간을 줄이면 활동가들이 적정 임금을 받아가지 못하게 되고요.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만큼의 돈을 벌어야 활동을 유지할 수 있는데 자원이 부족한 딜레마에 빠져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기업의 후원을 받아야 하는지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Q. 활동가로 살면서 얻은 교훈이 있으신가요?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한다.", "사람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존재다."라는 사실이요. 저희가 다른 단체에 도움을 많이 받기도 했고요. 활동가분들과 회원분들이 자기 사정이 되는 한에서 굉장히 많이 활동을 해주고 도와줬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거든요. 인적 네트워크든 자원적인 것이든 연결해주고, 도와주려고 했기 때문에 여러 활동들이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저는 혼자 일하는 걸 더 좋아하는데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 더 많더라고요. 그걸 깨달았습니다.


Q. 그럼 다른 단체와 기관과는 어떻게 협력을 하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저희가 부족한 게 많다보니 선배 단체에 먼저 도움을 청하러 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니면 저희가 교육을 받다가 인연이 돼서 ‘나중에 저희가 모르는 게 있거나 도움을 청할 일이 있으면 연락드려도 될까요?’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아니면 ‘저희 뭔가 같이 해볼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요?’ 하면서 연락처를 공유하기도 했고요. 이런 느슨한 연결고리가 인연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Q. 기억에 남는 단체가 있으신가요?

첫번째로, 뜻밖의 상담소가 기억에 납니다. 저는 개인 혹은 내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런 고민을 가지고 있던 차에 뜻밖의 상담소를 만났어요. ‘상담사분들 중에도 사회적인 접근을 하는 분들이 있구나’, ‘이분들도 힘들게 사시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것 자체만으로도 응원이 됐어요. 

상담을 받다가 편견을 가진 상담으로 인해 "다시는 상담 안 받아!" 이렇게 되는 경우들이 있기도 하고요. 그런데 활동가의 영역에서의 느끼는 문제들을 더 집중적으로 다뤄주는 상담사분들이 있다라는 것만으로도 저는 많은 응원이 됐어요. 

두 번째는 파도손입니다. 파도손은 중증 장애가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활동하시기도 하고, 오래 전부터 활동하셨던 분들이라 저희보다 나이가 많으신데요. 저희를 그냥 이유 없이 반겨주시더라고요. "이런 거 하는 젊은이들이 있네" 이러면서요. 이 나이에 어디 가서 애 취급 받기 쉽지 않은데 오랜만에 애가 된 기분이기도 했고요. 처음 만났는데도 고향에 온 자식을 만난 마냥 친근하게 잘 대해주셨습니다. 이런 따스함이 기억에 남습니다.



Q. 이것을 읽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세지가 있나요?

이런 걸 읽지 않을 만한 사람들에게 10명씩 전달해 주세요.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분명히 사회 문제에 관심이 있는 분들일 테니까요.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에게 우선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요. 이 글을 읽지 않을 만한 분들에게 10명씩 보내주세요.


Q. 마지막으로 최종적인 목표가 있으신가요?

단체의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저는 단체 소멸을 바랍니다. 저희 단체의 존재 이유가 사라졌다는 건 정신질환 문제도 해결됐다는 거니까요. 저희 단체가 없어지는 것이 최종 목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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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어 : 여름
저는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삶을 살고자 하는 여름입니다.
공익활동가이자 심리상담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루고자 합니다.

2024공익활동가주간을 맞아 다양한 지역과 분야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활동가들을 만나 이들의 일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하는 활동가인터뷰 공모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뷰 공모에는 여러 지역의 활동가들이 참여해주셨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공익활동가사회적협동조합 동행>, <한국시민사회지원조직네트워크>, <지리산이음>이 공동주최하고, <아름다운재단>이 지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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