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을 팔던 직장인에서 환경운동가의 삶을 택한 이유는 ‘나는 아빠’ 이기 때문이다. 후손에게서 빌려 쓰는 지구를 잘 쓰고 다시 우리 아이에게 물려 주기위해 노력하는 환경활동가 ‘전희택’씨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Q. 나를 키워드로 표현한다면 어떤 단어를 선택할 수 있을까요?
예쓰, 세바퀴, 환경교육사 이렇게 세 가지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저는 대구에서 제로웨이스트샵 예쓰와 제로웨이스트 협동조합 세바퀴를 운영하는 환경교육사 전희택입니다. 최근에 저를 대표할 수 있는 말이 예쓰, 세바퀴, 그리고 환경교육사거든요. 그런데 ‘나는 00’라고 소개한다면 ‘나는 아빠’라고 말합니다.
보통 사람이 일반적인 삶을 살다가 직장인에서 제로웨이스트샵 사장으로, 협동조합의 이사로 그리고 환경교육사로 갈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는데요. 이대로 살면 ‘우리 아이들은 살기가 어려울 것이다.’ 라는 생각이 컸어요. ‘앞으로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전해줄 것인가’ 라는 고민을 하고 이 활동을 시작했거든요. 그냥 평범한 사람이, 평범한 부부가 작지만, 변화를 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인지 보통 사람이나 아빠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 같아요.
Q. 활동을 시작하기 전, ‘나’는 ‘어떤 사람’이었나요?
저는 그냥 남들과 같은 일반 직장인이었어요. 플라스틱을 팔았죠. 그래서 의아해하시는 분도 있지만 제 분야에서만큼은 열정적으로 일하는 일반 가장이었습니다. 더 열심히 일해서 높은 연봉에, 더 나은 집에서 가족과 사는 게 꿈인 남편이었고 아빠였어요.
서빈이 아빠 전희택
Q. 보통 사람, 보통 아빠, 그리고 직장인으로 살다가 어떻게 환경에 관심을 두게 됐을까요?
코로나 시기에 특히 대구는 밖을 나갈 수 있는 여건이 힘들었어요. 집에서 필요한 물건들은 거의 택배에 의존할 때였죠. 매일 택배 상자며 쓰레기가 계속 늘어나는 거예요. 하루는 분리 배출하러 내려가는데 ,양옆에 쓰레기를 끼우고 양손으로 쓰레기를 잡고도 모자라 많이 남아 있더라고요.
도저히 한 번에 못 가겠구나 싶어서 일주일 모아 놓은 쓰레기를 싣고 내려가는데 현실을 깨닫게 됐어요. 세 식구가 생활하면서 버리는 쓰레기가 이렇게나 많나 싶었죠. 아파트 분리 배출장에 내려가서 문득 든 생각이 ‘1200세대 아파트에서 버리는 쓰레기양이 얼마나 될까’였고 ‘당장 쓰레기를 줄여야겠다.’라는 것이었죠.
그래서 시작한 것이 ‘플라스틱 일기’와 ‘제로, 프라이데이’ 실천이었죠. 일주일 단위로 얼마만큼 쓰레기가 배출되는지 매주 금요일, 제로 웨이스트를 향해 도전하는 일이었어요.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것인 결국 집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대부분 플라스틱이었고 먹는 것과 관련한 비닐 쓰레기가 많다는 것이었죠. 플라스틱 일기는 22일, 제로, 프라이데이는 35주였습니다. 그리고 아내와 함께 제로웨이스트 샵 예쓰를 열었어요.
Q. 제로웨이스트 샵 예쓰, 셀프 리모델링을 고집했던 나만의 이유는?
‘쓰레기를 최대한 많이 줄여야 된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원래 여기에 교복 간판이 9개가 붙어 있었어요. 다 버린다고 생각하니까 일단 줄여 보자는 마음에 못 쓰는 간판 딱 두 개만 보리고 나머지는 천만 바꿔서 그대로 다 썼어요. 재사용한 거죠. 교복집할 때부터니까 20년 30년 가까이 된 거죠. 폐기물 처리 업자 말로는 이정도 가게면 쓰레기가 10톤 정도 나온다고 했어요. 힘들었지만 직접 리모델링하는데 순서도 잘 몰라 했던 작업을 반복해야했고 돈도 제법 들어 후회도 했어요. 쓰레기를 줄이는 게 어찌 보면 요즘 세상에서는 새로 하는 것보다 못한 상황이 되는 거예요. 하지만 배출한 쓰레기를 2톤 260kg로 줄였다는 점에서 만족합니다.
제로웨이스트 샵 예쓰에서 직원, 아내와 함께
Q. 내가 생각하는 제로웨이스트란 무엇인가요?
코로나 때 변수가 생겨 일을 못 하고 플라스틱 일기와 제로, 프라이데이 활동을 하면서 환경 공부를 시작했어요. 알면 알수록 사람들이 환경에 대해 잘 모른다는 말은 몰라서가 아니라 모른 척하고 남에게 떠맡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우리가 당장 나서서 하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될지 걱정됐어요.
‘제로웨이스트’라는 단어는 처음에는 책을 통해서 접했어요. 비 존스의 책, <나는 쓰레기 없이 살기로 했다>를 통해 재활용, 쓰레기 제로에 관해 생각할 수 있었어요. 제로웨이스트요? 처음에는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라고 사람들에게 단순하게 이야기했어요. 앞에 ‘제로’가 붙어 있으니 사람들이 자꾸 쓰레기를 ‘0’으로 만드는 것에 부담을 두고 시작을 못 하는 거예요.
사실 쓰레기 없이 사는 것은 불가능하거든요. 사람들이 좀 더 쉽게 시작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의미를 생각했어요. 제로는 말 그대로 ‘0’이고 웨이스트는 영어로 ‘waste’, 즉 ‘낭비’를 뜻해요. 그러니까 우리가 낭비되는 것을 ‘0’에 가깝게 노력한다고 생각하면 안 할 이유가 없겠죠.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것도 많이 달라졌어요. ‘우리 주변에 낭비되고 있는 것들 뭐 있을까요?’라고 하면 사람들이 입에서 툭툭 튀어나와요. 불필요한 전기, 틀어 놓고 쓰는 물, 남기는 음식도 있지요. 이렇게 낭비되는 것들을 줄여나가는 것이 제로웨이스트예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어요. 그래서 나만의 방법으로 하나씩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요.
Q. 제로웨이스트 협동조합, 세바퀴는 어떤 의미인가요?
오프라인 매장은 찾아오는 손님을 기다리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홍보를 해도 사람들이 매장을 찾아와야 제로웨이스트를 왜 해야 되는지를 설명할 기회가 생기는 거잖아요. 그런데 2022년 10월쯤부터 경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환경’ 이야기가 매스컴에서도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사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세바퀴는 ‘세상을 바꾸는 바퀴’라는 뜻이에요. 이동식 제로웨이스트 샵을 만들고 그곳을 환경교육장으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제로웨이스트를 알리면 좋겠다 싶어 사회적 경제 영역을 선택했어요. 2022년 12월이었네요. 세바퀴가 하는 가장 큰 역할은 제로웨이스트샵 예쓰를 복사하는 것입니다. 저희의 가장 큰 목적은 ‘예쓰’를 100개 이상 만드는 거예요. 이해되시죠?
샵을 운영하면서 힘들게 느꼈던 부분이 재고 관리 부분 이었는데요. 그 부담을 우리가 덜어주고 필요한 만큼만 팔 수 있도록 도와주고 사람들에게 제로웨이스트를 알리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주고 싶어요. 세바퀴가 그 중심에서 물류 창고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두 번째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 만들고 그 안에서 환경 교육의 기회를 늘리는 거예요. 찾아가는 환경교육처럼 환경 교육 역할도 있습니다.
대구 녹색학습원 어린이날 행사
Q. 환경교육사, 전희택씨만의 강의 매력은?
요즘에 세상을 바꾸는 퀴즈라고 최근에 환경 골든벨을 진행해요. 또 다른 세바퀴죠. 사람들에게 짧은 시간에 한 문제라도 함께 풀어보면서 환경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거예요. 환경 강의를 진행하고 마지막 복습으로 골든벨 시간을 마련하면 재미있어서 또 듣게 되거든요. 재미있게 듣고 한 가지라도 환경에 관한 지식을 얻고 실생활에서 행동으로 이어진다면 이것이 바로 세상을 바꾸는 퀴즈, 세바퀴 활동 중 하나겠지요.
저는 강의에서도 서로 소통하고 질문으로 답을 끄집어내려고 해요. 스스로 생각하는 과정을 거치면 알아서 답이 나와요. 지구 온난화, 기후 위기 등의 이야기도 참가자들이 이야기해요. 아빠, 엄마 손을 잡고 온 어린 친구들도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불을 꺼요.’, ‘물도 안 쓸 때 꺼요.’ 등등 막힘없이 나오죠. 퀴즈 풀면서 자연스레 환경 교육을 하는 거죠. 그리고 아내는 늘 든든한 지원자랍니다.
고령 충효환경교실 골든벨 진행
Q. 기대와는 달리 제로웨이스트 샵들이 문을 많이 닫았어요. 어떻게 생각하나요?
처음에는 원망했어요. 이렇게 좋은 뜻을 가지고 사람들이 시작했는데 사람들이 안 찾으니까,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친한 지인도 결국 문을 닫았을 때 더 원망스러웠어요. 시간이 가면서 점점 우리가 바뀌어야 하고 시작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바뀌어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좋은 일을 하면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올 서라고 생각했거든요.
이제는 잘 알리고 좋은 일일수록 같이 하자고 손을 더 내밀어야 사람들이 여기를 더 찾아오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국 우리도 계속 바뀌어야 하는데 안 바뀌고 있었던 거지요. 이 안에서 많은 활동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러 활동을 통해서 사람들이 친근하게 느끼고 오면서 환경에 관한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지금 포인트는 사람이 오는 거예요. 사람이 오게 만들어야 되는 것이죠. 그림책으로 환경을 이야기하고 숫자로 환경을 바라보는 활동을 했어요. 그리고 보드게임과 만들기 등의 활동을 통해서 자연스레 이곳에 발걸음을 디딜 수 있도록 노력 중입니다.
Q.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싶으세요?
‘배려’하는 세상으로 바꾸고 싶어요. 이. 너무 이상적인가요? 우리 미래를 조금만 더 배려한다면 지금 이렇게 못 살죠. 활동하면서 점점 느끼는 것이 ‘마을’이라는 개념이 많이 사라졌어요. 그런데 사람이 사는 곳에 바로 마을이거든요. 마을이 사라지고 나니까 더 개인주의로 바뀌는 느낌이 들어요. 요즘에는 아파트 생활을 하니 마을이 사라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 마을은 정말 중요하거든요. 아이들이 자랄 수 있는 공간,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은 진짜 마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좀 부족한 부분은 마을 안의 구성원들이 함께 나눌 때 풍성해진다고 생각해요. 물론 주위에 그렇게 실천하는 곳도 많이 있어요. 그래서 ‘예쓰’가 마을 공유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마을 사랑방이죠.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곳, 마음을 줄 수 있는 곳, 정을 받아 가는 곳이요. 이런 마을의 시작점으로써 씨앗을 뿌리고 씨앗이 퍼져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좋겠어요. 그 중심에 세바퀴가 힘을 실어 줄 수 있으면 더 좋고요.
영어로 ‘yes’는 긍정의 의미잖아요. 저는 포기 안 했어요. 포기했다면 플라스틱 팔면서 차라리 나 더 잘 먹고 잘사는 방법을 선택했겠죠. 여전히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예쓰는 긍정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의미도 있어요. ‘yes’에서 ‘s’를 하나 더 붙여 ‘yess’예요. 조금이라도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요.
Q. 내가 지금까지 한 일 중에 좀 인상 깊었던 일이 있나요?
참 많은데 지금 여쭤보시니까 문득 든 생각이 어제도 제 강의를 들었던 분이 가게를 오셨어요. 지난주에도 강의를 들었던 분이 식구들 다 데리고 여기로 왔어요. 저는 씨앗만 뿌렸는데 연결로 여기까지 온다는 사실이 신기해요. 최근에는 서로 어디서 봤는데 하다 보면 강의에서 만났거나 세상을 바꾸는 퀴즈에서 만났던 분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저를 만나고 나서 환경에 관해 실천하고 있다는 말을 들을 때 진짜 뿌듯해요. 진짜 미약하지만 내가 그래 작년에 만난 사람만 해도 2만 명을 넘거든요. 처음에는 20명, 그리고 40명, 70명 앞에서 강의하고 100명, 나중에 200명 앞에서 강의하게 됐어요. 다음 날 육촌 아제한테 연락이 왔는데요. 조카가 제 강의를 들었더라고요. 세상 참 좁아요. 제가 부끄러움이 많아 남들 앞에 서는 것을 어려워했는데 환경 활동을 하면서 이렇게 연결되는 것을 보면서 이것이 저를 지탱하는 힘입니다.
수성구청 공무원대상 찾아가는 환경교육
Q. 그러면 활동가로서의 삶, 만족하나요?
활동가들이 잘살아야 되는데 너무 힘들게 살아요. 돈이 안 되고 점점 힘들어 활동하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것을 보면 아쉽죠. 그래서 혼자서는 힘들어요. 같이 나가야 해요. 그래서 세 바퀴가 지금 도전하고 있는 부분이 사실 이 경제적인 부분을 해결하는 것도 있거든요. 저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어요. 이 공간이 더 재미있고 사람이 오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일단 재미있어야 하고 더 나아가서 한 번 더 쓸모를 생각하게 하는 거죠. 물건을 쓰지 않는 게 더 좋은 것이지만 써야 한다면 좀 더 생명을 주고 오래 쓰자는 의미를 함께 고민하자는 겁니다.
그다음에 체험하면 생각이 바뀌어요. 재미있는 체험했다고 생각해 잊히는 것이 아니라 플라스틱 문제가 결국에는 우리와 맞닿아 있다는 것을 깨닫고 미래를 위해 우리가 당장 해야 하는 것이 어떤 것인가 생각할 수 있도록 이끌어요. 결국에 플라스틱을 줄여야겠다는 결론으로 이어지게 하는 거죠. 그래서 이곳에 오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저는 공간의 힘을 믿어요.
그래서 내 인생에서 세 바퀴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진짜 미래예요. 나의 미래 우리의 미래 우리의 미래예요. 그래서 좀 우리 아이들이 살게 하고 싶어요. 우리에게 당연했던 자연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졌으면 좋겠어요.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세상이 돼버렸잖아요. 최소한 그래야 진짜 공평하잖아요. 회복하기에 늦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 아이만큼은 아이들은 진짜 좀 건강한 자연 그 안에서 뛰어놀고 살고 그렇게 하고 싶어요. 세바퀴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과 그렇게 만들어내고 싶어요.
전 진짜 시골 아이였거든요. 청도에서 살았어요. 어릴 때 흙에서 놀고 방학 때면 산에 올라가서 놀았어요. 새총 들고 다니면서 뛰어놀고 왔는데 집에 아무도 없어도 옆집 가서 놀아도 되는 마을에서 살았어요. 그러면 엄마가 집에서 밥 먹으라고 불렀어요. 그런 마을에 살았거든요. 자연이 가까이 있고 마을이 있고 그 마을 안에 사람들이랑 어울려서 사는 저는 그렇게 살았어요. 그런데 그게 불과 얼마 전이에요. 그때까지만 해도 정말 자연이라는 게 늘 가까이 있으니까 너무 그게 정말 당연한 거였거든요. 지금은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세상에 살고 있지만 저는 자연을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어요.
Q. 환경 활동,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처음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요?
환경에 관해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요. 뭔가 하고 싶다면 환경단체라든가 환경교육센터가 아니더라도 복지관에서 봉사할 수도 있어요. 생각보다 쉽게 접할 수 있어요.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죠. 그런데 혼자라도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요. 낭비 없이 살아보려고 하는 거죠. 일단 집에서 쓰레기 먼저 줄여 보는 거예요. 불을 끄고, 집에서 나올 때 콘센트 뽑고 나오는 것부터 하나씩 시작하면 되는 거예요. 뭐 거창한 게 있나요.
Q. 앞으로의 어떤 계획이 있나요?
이 일을 계속하고 싶어요. 올 초에는 그만할지 생각도 했어요.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다지만 이러다가 스스로 너무 힘들어지면 과연 맞는 일인지 고민했어요. 그래도 이게 맞는 일이라는 확신이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 앞으로 어떻게 하실래요? 묻는다면 저는 끝까지 살아남을 거예요. 살아 남아서 이 일을 계속할 거고 저희가 목표하는 거는 이뤄내야죠. 지속적으로 하고 싶어요. 저는 진짜 ‘예쓰’를 너무 좋아하고 이 공간이 살아 있는 것 같아요. ‘예쓰 러버’ 들이 많아져서 ‘예쓰러운’ 사람, ‘예쓰’처럼 생각하고 배려하며 함께 하는 중요성을 아는 ‘예쓰러운’ 사람이 많이 늘어나면 좋겠어요. 함께 하실래요?
보태기 하나!
제가 좋아하는 문구가 있어요. 박경리 선생의 ‘원금은 건드리지 말고 이자만 갖고 살아라’라는 말이에요. 처음 들었을 때 멍하더라고요. ‘지구 생태 용량 초과의 날’이 있어요. 이날로 한 해 주어진 생태자원을 모두 다 쓴 거예요. 이후는 미래에 쓸 자원을 우리가 가져다 쓰는 거죠. 지구 하나를 쓰는데 지구인들 평균으로 따지면 8월쯤 되면 지구 하나를 다 쓴다고 그래요. 그래서 용량을 초과했다고 하는데 올해 우리나라는 자료에 따르면 4월 4일에 지구 생태 용량을 초과했어요. 이렇게 생활한다면 지구가 1년에 3개가 필요한 거죠. 지구가 회복할 시간이 없어요.
그래서 원금은 자연이고 이자가 자연이 주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자연은 그대로 놔두라는 것이 맞아요. 우리가 절대 잊어버리면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원금은 지켜야죠. ‘미래는 지구는 후세로부터 빌린 것이다’ 라는 인디언의 말도 같은 맥락이에요. 환경 일을 하면 더 느끼죠. 빌려 온 세상을 잘 쓰고 우리 아이들에게 남겨주고 싶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금 제가 있습니다.
다섯 번째 대구RE100시민클럽하우스 제로웨이스트샵 예쓰
#대구 #제로웨이스트샵 #전희택 #변화를만드는사람들 #공익활동가
글쓴이 : 서현정
SCN성서공동체FM에서 마을 사람들의 마을 살이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라디오로 전합니다.
2024공익활동가주간을 맞아 다양한 지역과 분야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활동가들을 만나 이들의 일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하는 활동가인터뷰 공모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뷰 공모에는 여러 지역의 활동가들이 참여해주셨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공익활동가사회적협동조합 동행>, <한국시민사회지원조직네트워크>, <지리산이음>이 공동주최하고, <아름다운재단>이 지원했습니다. |
플라스틱을 팔던 직장인에서 환경운동가의 삶을 택한 이유는 ‘나는 아빠’ 이기 때문이다. 후손에게서 빌려 쓰는 지구를 잘 쓰고 다시 우리 아이에게 물려 주기위해 노력하는 환경활동가 ‘전희택’씨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Q. 나를 키워드로 표현한다면 어떤 단어를 선택할 수 있을까요?
예쓰, 세바퀴, 환경교육사 이렇게 세 가지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저는 대구에서 제로웨이스트샵 예쓰와 제로웨이스트 협동조합 세바퀴를 운영하는 환경교육사 전희택입니다. 최근에 저를 대표할 수 있는 말이 예쓰, 세바퀴, 그리고 환경교육사거든요. 그런데 ‘나는 00’라고 소개한다면 ‘나는 아빠’라고 말합니다.
보통 사람이 일반적인 삶을 살다가 직장인에서 제로웨이스트샵 사장으로, 협동조합의 이사로 그리고 환경교육사로 갈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는데요. 이대로 살면 ‘우리 아이들은 살기가 어려울 것이다.’ 라는 생각이 컸어요. ‘앞으로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전해줄 것인가’ 라는 고민을 하고 이 활동을 시작했거든요. 그냥 평범한 사람이, 평범한 부부가 작지만, 변화를 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인지 보통 사람이나 아빠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 같아요.
Q. 활동을 시작하기 전, ‘나’는 ‘어떤 사람’이었나요?
저는 그냥 남들과 같은 일반 직장인이었어요. 플라스틱을 팔았죠. 그래서 의아해하시는 분도 있지만 제 분야에서만큼은 열정적으로 일하는 일반 가장이었습니다. 더 열심히 일해서 높은 연봉에, 더 나은 집에서 가족과 사는 게 꿈인 남편이었고 아빠였어요.
서빈이 아빠 전희택
Q. 보통 사람, 보통 아빠, 그리고 직장인으로 살다가 어떻게 환경에 관심을 두게 됐을까요?
코로나 시기에 특히 대구는 밖을 나갈 수 있는 여건이 힘들었어요. 집에서 필요한 물건들은 거의 택배에 의존할 때였죠. 매일 택배 상자며 쓰레기가 계속 늘어나는 거예요. 하루는 분리 배출하러 내려가는데 ,양옆에 쓰레기를 끼우고 양손으로 쓰레기를 잡고도 모자라 많이 남아 있더라고요.
도저히 한 번에 못 가겠구나 싶어서 일주일 모아 놓은 쓰레기를 싣고 내려가는데 현실을 깨닫게 됐어요. 세 식구가 생활하면서 버리는 쓰레기가 이렇게나 많나 싶었죠. 아파트 분리 배출장에 내려가서 문득 든 생각이 ‘1200세대 아파트에서 버리는 쓰레기양이 얼마나 될까’였고 ‘당장 쓰레기를 줄여야겠다.’라는 것이었죠.
그래서 시작한 것이 ‘플라스틱 일기’와 ‘제로, 프라이데이’ 실천이었죠. 일주일 단위로 얼마만큼 쓰레기가 배출되는지 매주 금요일, 제로 웨이스트를 향해 도전하는 일이었어요.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것인 결국 집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대부분 플라스틱이었고 먹는 것과 관련한 비닐 쓰레기가 많다는 것이었죠. 플라스틱 일기는 22일, 제로, 프라이데이는 35주였습니다. 그리고 아내와 함께 제로웨이스트 샵 예쓰를 열었어요.
Q. 제로웨이스트 샵 예쓰, 셀프 리모델링을 고집했던 나만의 이유는?
‘쓰레기를 최대한 많이 줄여야 된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원래 여기에 교복 간판이 9개가 붙어 있었어요. 다 버린다고 생각하니까 일단 줄여 보자는 마음에 못 쓰는 간판 딱 두 개만 보리고 나머지는 천만 바꿔서 그대로 다 썼어요. 재사용한 거죠. 교복집할 때부터니까 20년 30년 가까이 된 거죠. 폐기물 처리 업자 말로는 이정도 가게면 쓰레기가 10톤 정도 나온다고 했어요. 힘들었지만 직접 리모델링하는데 순서도 잘 몰라 했던 작업을 반복해야했고 돈도 제법 들어 후회도 했어요. 쓰레기를 줄이는 게 어찌 보면 요즘 세상에서는 새로 하는 것보다 못한 상황이 되는 거예요. 하지만 배출한 쓰레기를 2톤 260kg로 줄였다는 점에서 만족합니다.
제로웨이스트 샵 예쓰에서 직원, 아내와 함께
Q. 내가 생각하는 제로웨이스트란 무엇인가요?
코로나 때 변수가 생겨 일을 못 하고 플라스틱 일기와 제로, 프라이데이 활동을 하면서 환경 공부를 시작했어요. 알면 알수록 사람들이 환경에 대해 잘 모른다는 말은 몰라서가 아니라 모른 척하고 남에게 떠맡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우리가 당장 나서서 하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될지 걱정됐어요.
‘제로웨이스트’라는 단어는 처음에는 책을 통해서 접했어요. 비 존스의 책, <나는 쓰레기 없이 살기로 했다>를 통해 재활용, 쓰레기 제로에 관해 생각할 수 있었어요. 제로웨이스트요? 처음에는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라고 사람들에게 단순하게 이야기했어요. 앞에 ‘제로’가 붙어 있으니 사람들이 자꾸 쓰레기를 ‘0’으로 만드는 것에 부담을 두고 시작을 못 하는 거예요.
사실 쓰레기 없이 사는 것은 불가능하거든요. 사람들이 좀 더 쉽게 시작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의미를 생각했어요. 제로는 말 그대로 ‘0’이고 웨이스트는 영어로 ‘waste’, 즉 ‘낭비’를 뜻해요. 그러니까 우리가 낭비되는 것을 ‘0’에 가깝게 노력한다고 생각하면 안 할 이유가 없겠죠.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것도 많이 달라졌어요. ‘우리 주변에 낭비되고 있는 것들 뭐 있을까요?’라고 하면 사람들이 입에서 툭툭 튀어나와요. 불필요한 전기, 틀어 놓고 쓰는 물, 남기는 음식도 있지요. 이렇게 낭비되는 것들을 줄여나가는 것이 제로웨이스트예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어요. 그래서 나만의 방법으로 하나씩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요.
Q. 제로웨이스트 협동조합, 세바퀴는 어떤 의미인가요?
오프라인 매장은 찾아오는 손님을 기다리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홍보를 해도 사람들이 매장을 찾아와야 제로웨이스트를 왜 해야 되는지를 설명할 기회가 생기는 거잖아요. 그런데 2022년 10월쯤부터 경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환경’ 이야기가 매스컴에서도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사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세바퀴는 ‘세상을 바꾸는 바퀴’라는 뜻이에요. 이동식 제로웨이스트 샵을 만들고 그곳을 환경교육장으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제로웨이스트를 알리면 좋겠다 싶어 사회적 경제 영역을 선택했어요. 2022년 12월이었네요. 세바퀴가 하는 가장 큰 역할은 제로웨이스트샵 예쓰를 복사하는 것입니다. 저희의 가장 큰 목적은 ‘예쓰’를 100개 이상 만드는 거예요. 이해되시죠?
샵을 운영하면서 힘들게 느꼈던 부분이 재고 관리 부분 이었는데요. 그 부담을 우리가 덜어주고 필요한 만큼만 팔 수 있도록 도와주고 사람들에게 제로웨이스트를 알리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주고 싶어요. 세바퀴가 그 중심에서 물류 창고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두 번째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 만들고 그 안에서 환경 교육의 기회를 늘리는 거예요. 찾아가는 환경교육처럼 환경 교육 역할도 있습니다.
대구 녹색학습원 어린이날 행사
Q. 환경교육사, 전희택씨만의 강의 매력은?
요즘에 세상을 바꾸는 퀴즈라고 최근에 환경 골든벨을 진행해요. 또 다른 세바퀴죠. 사람들에게 짧은 시간에 한 문제라도 함께 풀어보면서 환경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거예요. 환경 강의를 진행하고 마지막 복습으로 골든벨 시간을 마련하면 재미있어서 또 듣게 되거든요. 재미있게 듣고 한 가지라도 환경에 관한 지식을 얻고 실생활에서 행동으로 이어진다면 이것이 바로 세상을 바꾸는 퀴즈, 세바퀴 활동 중 하나겠지요.
저는 강의에서도 서로 소통하고 질문으로 답을 끄집어내려고 해요. 스스로 생각하는 과정을 거치면 알아서 답이 나와요. 지구 온난화, 기후 위기 등의 이야기도 참가자들이 이야기해요. 아빠, 엄마 손을 잡고 온 어린 친구들도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불을 꺼요.’, ‘물도 안 쓸 때 꺼요.’ 등등 막힘없이 나오죠. 퀴즈 풀면서 자연스레 환경 교육을 하는 거죠. 그리고 아내는 늘 든든한 지원자랍니다.
고령 충효환경교실 골든벨 진행
Q. 기대와는 달리 제로웨이스트 샵들이 문을 많이 닫았어요. 어떻게 생각하나요?
처음에는 원망했어요. 이렇게 좋은 뜻을 가지고 사람들이 시작했는데 사람들이 안 찾으니까,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친한 지인도 결국 문을 닫았을 때 더 원망스러웠어요. 시간이 가면서 점점 우리가 바뀌어야 하고 시작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바뀌어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좋은 일을 하면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올 서라고 생각했거든요.
이제는 잘 알리고 좋은 일일수록 같이 하자고 손을 더 내밀어야 사람들이 여기를 더 찾아오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국 우리도 계속 바뀌어야 하는데 안 바뀌고 있었던 거지요. 이 안에서 많은 활동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러 활동을 통해서 사람들이 친근하게 느끼고 오면서 환경에 관한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지금 포인트는 사람이 오는 거예요. 사람이 오게 만들어야 되는 것이죠. 그림책으로 환경을 이야기하고 숫자로 환경을 바라보는 활동을 했어요. 그리고 보드게임과 만들기 등의 활동을 통해서 자연스레 이곳에 발걸음을 디딜 수 있도록 노력 중입니다.
Q.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싶으세요?
‘배려’하는 세상으로 바꾸고 싶어요. 이. 너무 이상적인가요? 우리 미래를 조금만 더 배려한다면 지금 이렇게 못 살죠. 활동하면서 점점 느끼는 것이 ‘마을’이라는 개념이 많이 사라졌어요. 그런데 사람이 사는 곳에 바로 마을이거든요. 마을이 사라지고 나니까 더 개인주의로 바뀌는 느낌이 들어요. 요즘에는 아파트 생활을 하니 마을이 사라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 마을은 정말 중요하거든요. 아이들이 자랄 수 있는 공간,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은 진짜 마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좀 부족한 부분은 마을 안의 구성원들이 함께 나눌 때 풍성해진다고 생각해요. 물론 주위에 그렇게 실천하는 곳도 많이 있어요. 그래서 ‘예쓰’가 마을 공유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마을 사랑방이죠.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곳, 마음을 줄 수 있는 곳, 정을 받아 가는 곳이요. 이런 마을의 시작점으로써 씨앗을 뿌리고 씨앗이 퍼져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좋겠어요. 그 중심에 세바퀴가 힘을 실어 줄 수 있으면 더 좋고요.
영어로 ‘yes’는 긍정의 의미잖아요. 저는 포기 안 했어요. 포기했다면 플라스틱 팔면서 차라리 나 더 잘 먹고 잘사는 방법을 선택했겠죠. 여전히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예쓰는 긍정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의미도 있어요. ‘yes’에서 ‘s’를 하나 더 붙여 ‘yess’예요. 조금이라도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요.
Q. 내가 지금까지 한 일 중에 좀 인상 깊었던 일이 있나요?
참 많은데 지금 여쭤보시니까 문득 든 생각이 어제도 제 강의를 들었던 분이 가게를 오셨어요. 지난주에도 강의를 들었던 분이 식구들 다 데리고 여기로 왔어요. 저는 씨앗만 뿌렸는데 연결로 여기까지 온다는 사실이 신기해요. 최근에는 서로 어디서 봤는데 하다 보면 강의에서 만났거나 세상을 바꾸는 퀴즈에서 만났던 분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저를 만나고 나서 환경에 관해 실천하고 있다는 말을 들을 때 진짜 뿌듯해요. 진짜 미약하지만 내가 그래 작년에 만난 사람만 해도 2만 명을 넘거든요. 처음에는 20명, 그리고 40명, 70명 앞에서 강의하고 100명, 나중에 200명 앞에서 강의하게 됐어요. 다음 날 육촌 아제한테 연락이 왔는데요. 조카가 제 강의를 들었더라고요. 세상 참 좁아요. 제가 부끄러움이 많아 남들 앞에 서는 것을 어려워했는데 환경 활동을 하면서 이렇게 연결되는 것을 보면서 이것이 저를 지탱하는 힘입니다.
수성구청 공무원대상 찾아가는 환경교육
Q. 그러면 활동가로서의 삶, 만족하나요?
활동가들이 잘살아야 되는데 너무 힘들게 살아요. 돈이 안 되고 점점 힘들어 활동하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것을 보면 아쉽죠. 그래서 혼자서는 힘들어요. 같이 나가야 해요. 그래서 세 바퀴가 지금 도전하고 있는 부분이 사실 이 경제적인 부분을 해결하는 것도 있거든요. 저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어요. 이 공간이 더 재미있고 사람이 오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일단 재미있어야 하고 더 나아가서 한 번 더 쓸모를 생각하게 하는 거죠. 물건을 쓰지 않는 게 더 좋은 것이지만 써야 한다면 좀 더 생명을 주고 오래 쓰자는 의미를 함께 고민하자는 겁니다.
그다음에 체험하면 생각이 바뀌어요. 재미있는 체험했다고 생각해 잊히는 것이 아니라 플라스틱 문제가 결국에는 우리와 맞닿아 있다는 것을 깨닫고 미래를 위해 우리가 당장 해야 하는 것이 어떤 것인가 생각할 수 있도록 이끌어요. 결국에 플라스틱을 줄여야겠다는 결론으로 이어지게 하는 거죠. 그래서 이곳에 오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저는 공간의 힘을 믿어요.
그래서 내 인생에서 세 바퀴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진짜 미래예요. 나의 미래 우리의 미래 우리의 미래예요. 그래서 좀 우리 아이들이 살게 하고 싶어요. 우리에게 당연했던 자연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졌으면 좋겠어요.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세상이 돼버렸잖아요. 최소한 그래야 진짜 공평하잖아요. 회복하기에 늦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 아이만큼은 아이들은 진짜 좀 건강한 자연 그 안에서 뛰어놀고 살고 그렇게 하고 싶어요. 세바퀴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과 그렇게 만들어내고 싶어요.
전 진짜 시골 아이였거든요. 청도에서 살았어요. 어릴 때 흙에서 놀고 방학 때면 산에 올라가서 놀았어요. 새총 들고 다니면서 뛰어놀고 왔는데 집에 아무도 없어도 옆집 가서 놀아도 되는 마을에서 살았어요. 그러면 엄마가 집에서 밥 먹으라고 불렀어요. 그런 마을에 살았거든요. 자연이 가까이 있고 마을이 있고 그 마을 안에 사람들이랑 어울려서 사는 저는 그렇게 살았어요. 그런데 그게 불과 얼마 전이에요. 그때까지만 해도 정말 자연이라는 게 늘 가까이 있으니까 너무 그게 정말 당연한 거였거든요. 지금은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세상에 살고 있지만 저는 자연을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어요.
Q. 환경 활동,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처음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요?
환경에 관해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요. 뭔가 하고 싶다면 환경단체라든가 환경교육센터가 아니더라도 복지관에서 봉사할 수도 있어요. 생각보다 쉽게 접할 수 있어요.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죠. 그런데 혼자라도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요. 낭비 없이 살아보려고 하는 거죠. 일단 집에서 쓰레기 먼저 줄여 보는 거예요. 불을 끄고, 집에서 나올 때 콘센트 뽑고 나오는 것부터 하나씩 시작하면 되는 거예요. 뭐 거창한 게 있나요.
Q. 앞으로의 어떤 계획이 있나요?
이 일을 계속하고 싶어요. 올 초에는 그만할지 생각도 했어요.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다지만 이러다가 스스로 너무 힘들어지면 과연 맞는 일인지 고민했어요. 그래도 이게 맞는 일이라는 확신이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 앞으로 어떻게 하실래요? 묻는다면 저는 끝까지 살아남을 거예요. 살아 남아서 이 일을 계속할 거고 저희가 목표하는 거는 이뤄내야죠. 지속적으로 하고 싶어요. 저는 진짜 ‘예쓰’를 너무 좋아하고 이 공간이 살아 있는 것 같아요. ‘예쓰 러버’ 들이 많아져서 ‘예쓰러운’ 사람, ‘예쓰’처럼 생각하고 배려하며 함께 하는 중요성을 아는 ‘예쓰러운’ 사람이 많이 늘어나면 좋겠어요. 함께 하실래요?
보태기 하나!
제가 좋아하는 문구가 있어요. 박경리 선생의 ‘원금은 건드리지 말고 이자만 갖고 살아라’라는 말이에요. 처음 들었을 때 멍하더라고요. ‘지구 생태 용량 초과의 날’이 있어요. 이날로 한 해 주어진 생태자원을 모두 다 쓴 거예요. 이후는 미래에 쓸 자원을 우리가 가져다 쓰는 거죠. 지구 하나를 쓰는데 지구인들 평균으로 따지면 8월쯤 되면 지구 하나를 다 쓴다고 그래요. 그래서 용량을 초과했다고 하는데 올해 우리나라는 자료에 따르면 4월 4일에 지구 생태 용량을 초과했어요. 이렇게 생활한다면 지구가 1년에 3개가 필요한 거죠. 지구가 회복할 시간이 없어요.
그래서 원금은 자연이고 이자가 자연이 주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자연은 그대로 놔두라는 것이 맞아요. 우리가 절대 잊어버리면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원금은 지켜야죠. ‘미래는 지구는 후세로부터 빌린 것이다’ 라는 인디언의 말도 같은 맥락이에요. 환경 일을 하면 더 느끼죠. 빌려 온 세상을 잘 쓰고 우리 아이들에게 남겨주고 싶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금 제가 있습니다.
다섯 번째 대구RE100시민클럽하우스 제로웨이스트샵 예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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