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디자인이즘은 디자인의 공공성을 생각하며 사회적 문제를 디자이너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사회적 기업입니다. 디자인과 가치를 연결하고 공동체와 행정을 연결하며 디자인으로 사회적 문제를 유연하게 해결하는 공공디자인 이즘의 어딘가 다른 디자이너, 허진옥 대표를 만났습니다.
허진옥 대표 인터뷰 사진
“안녕하세요, 저는 11년차 사회적 경제 기업 활동가 허진옥입니다. 디자인을 전공했고 관련해서 직장생활을 12~13년차 하고 있을 때, 제가 일을 풀어가는 과정을 본 충북시민재단의 제안으로 사회적 기업 육성사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재단이 아니었으면 사회적 기업에 대해 몰랐을 거예요”
#. 공공디자인의 시작 – 사회적 기업이 뭐예요?
Q. 사회적 기업 육성사업에 함께해보자는 제안을 받게 된 대표님의 일하는 방식은 뭐였을까요?
예를 들어 거리 조성 사업으로 헌 간판을 내리고 새 간판 달고 할 때, 간판만 교체하는 하드웨어 사업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사업으로 다르게 풀어가려고 했어요. 일이 다 끝나고 나면 유지 관리하는 건 결국에는 주민들의 힘이잖아요. 그래서 주민들을 모아서 디자인 클래스를 열고, 그 과정을 성과 지표로 가지고 갔어요. 사회협력에 예산을 배정해서 일부러 대학생들을 불러 경험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을 보고 재단에서 제안을 주셨고 “사회적 기업이 뭐예요?”라고 물어본 게 계기가 돼서 여기까지 왔네요. 디자인이 공공성을 가지면 그걸로 창업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안서를 쓰고 시작을 하게 된 거죠. ‘기존에 하던 디자인 말고 좀 다른 디자인을 해보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디자인을 하면서 계속 일을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간판 개선 사업 주민워크숍 사진
Q. 내가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디자인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대해서 더 듣고 싶어요.
학교에서 학문으로 디자인을 배우고 직업으로 경제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한계 지점이 있었어요. 개인의 신념과 일과 삶이 일치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던 차에 사회적 기업에 대해서 알게 됐습니다.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다 보니 일반 기업 운영하는 방식으로는 어렵더라고요. 단순히 기업을 운영하는 게 아니라 사회 변화와 구조 등을 전체적으로 알고 그에 관한 고민을 해야 우리 기업이 지속 가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사회적 경제에 대한 공부도 하고 여기저기 찾아다니면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했어요. 그 과정에서 저의 이상과 가치가 사회적 경제 방식에 잘 맞았던 것 같아요.
#. 공공디자인이즘 “답게” 연결되어 가는 힘
Q. 그렇게 시작된 공공디자인 이즘의 일하는 방식이 궁금해요.
비영리 활동들이 공익성이나 공공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저희가 하는 대부분의 활동은 디자인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그 틈새에 들어가는 거예요. 행정과 시민의 사이에서 디자이너로서 계속 개입해서 조금 더 직관적이지만 유연하게 디자인적인 방법을 통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사실 이런 일들이 굉장히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는 일이기는 하거든요. 하지만 비용으로서가 아니라 사회적, 환경적 가치로 해결하는 과정이 우리를 ‘공공디자인 이즘’답게 만들어요.
협업 과정에서 기업들이 공공디자인 이즘을 알게 되고, 우리와 일을 하고 좋은 성과가 나오는 것을 경험하면 또 다른 일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어요. 순환경제를 이런 곳에서 경험한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사실 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거든요. 이렇게 문제해결 중심에 서거나 협업을 하면서 조금 더디긴 하지만 진짜 우리의 필요를 경험하면서 공공디자인 이즘을 알게 만드는 게 우리 전략인 것 같아요.
자바캠페인 성과 카드 뉴스
Q 협업이라고 하시니 최근 진행하는 자바캠페인이 떠오르네요. 자원순환, 업사이클링, 리사이클링이 이즘의 키워드일까요?
경제활동에서 자원을 순환시키는 것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자바 캠페인이 이즘의 가치랑 잘 맞아요. 한번 사용된 자원을 계속 사용할 스 있는 순환구조를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요. 현수막을 예를 들어보면 일정 시간 짧게 걸려 있거나 사진 찍고 버려지는 경우가 많잖아요. 디자인을 가지고 환경 폐기물을 줄이겠다는 접근보다 디자인이 이렇게 소비되는 게 불편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버려지지 않고 다시 쓸까 고민하다가 처음에는 일반 현수막을 업사이클링 하는 걸 시작했어요. 그러다 본질로 들어가 보니 일반 현수막이 결국에는 소각장으로 간다라는 사실을 알게 됐죠. 그래서 디자인을 설계할 때 소재와 폐기 과정을 우리가 컨트롤 할 수 있겠다는 고민 끝에 소재도 바꾸고 장비도 바꿨죠. 최근에는 상패나 감사패를 나무로 제작하던 걸 리사이클링 제품으로 대체해 보려고 연구를 시작 했어요. 올 봄부터 장비 개발이 들어가 있는 상태고 더 큰 단위와 무게의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제품을 만들어보려는 중이에요.
플라스틱 리사이클링 제품 사진
Q 대표님이 정의하는 이즘의 ‘공공디자인’이란 무엇일까요?
우리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신규 사업을 개발하면 그 안에서 더 많은 취약계층들이 일할 수 있어요.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소비 과정에서 환경 쓰레기를 당사자가 직접 줄이게 만들죠. 이런 게 저희가 생각하는 공공성이 있는 디자인이기도 하고 사회적기업이 추구하는 순환경제 구조이며 우리가 하는 공익활동인 거죠.
디자인을 문제해결 도구로 사용하려고 하는 발상이 좀 달라요. 디자인은 디자인 자체가 결과물이 아니라 어떨 때는 제품이기도 하고 어떨 때는 공간이기도 하고 어떨 때는 그냥 단순한 설계이기도 하고 어떨 때는 마을공동체에 찾아가서 워크숍이나 이런 교육이 되기도 해요. 그렇지만 어쨌든 우리가 하는 건 디자인이다.
Q. “다양한 형태를 띄지만 우리가 하는 건 디자인이다.”라는 말이 인상 깊네요. 그럼 주로 활동하시는 지역은 어떻게 되시나요?
공공디자인은 전국 무대로 활동을 해야 되는데 그런 대비가 되어 있냐는 얘기와 지역사회 문제를 얘기하는데 그 지역이 어디냐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솔직히 말하면 “공간적 범위는 없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도 편도 2시간이 넘어가면 힘들더라고요.(웃음) 우리가 일하는 방식이 현장을 자주 가보고 소통하는 건데 그 부분에 한계가 오면 ‘아, 이거는 좀 어렵겠다.’라는 생각을 좀 하게 됐죠.
저희는 그 과제가 그 지역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는지 우리가 원래 하려고 하는 활동하고 맞는지 이런 것들을 보고 현장에 들어가는 편이에요. 그래서 저희가 쓰는 제안서는 기존이랑 다른 방식을 제안하는 내용이 많아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일이고 우리밖에 못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면 제안을 하는 편이에요.
공공디자인 이즘 사옥 사진
Q. 특별한 원칙을 가지고 부지를 선정했다고 들었어요.
“마을 안에 행정 옆에”이 원칙입니다. 그동안에는 타 지역에 가서 저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했었는데 장기적으로 진짜 그 지역의 변화를 보긴 어렵더라고요. 물리적으로 거리도 멀고 또 원래 우리 사업이 아니었으니까. 디자인으로 금방 변화를 만들어내긴 어렵다는 건 알고 있었고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어디까지고 또 공공디자인 이즘이 터를 잡은 이 공간적 범위 안에서 어떻게 변하는지 이런 것들을 관찰하고 보고 싶기도 해서 마을 안에 그리고 기왕이면 행정 옆에 이렇게 자리를 잡게 됐죠.
현상의 공간 이즘(공공디자인 이즘 1층)은 지역사회에 투자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신규사업을 제품화 시키는 과정에서 시제품을 만들거나 해체 작업을 할 때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고 있어요. 사실 저희 입장에서야 어디 잘하는 곳에 맡기는 게 훨씬 생산성이 잘 나오죠. 그러나 같이 의미 있게 시제품을 만들고, 버려지는 걸 다시 쓸 수 있는 자원으로 만드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Q. 계속해서 자원 순환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네요. 최근 진행하신 프로젝트를 알 수 있을까요?
충북소방본부를 찾아가서 소방복을 활용한 순환 구조를 만들어보자 제안했고 시제품이 나왔어요. 본 제품이 나오면 펀딩을 통해 판매하고 연말에 지역아동센터나 복지 사각지대에 투척소화기등을 전달해서 화재를 예방하는 프로젝트로 진행하고 있어요.
Q. 먼저 찾아가서 제안을 하셨다니 멋지네요. 그러고 보니 대표님은 늘 현장에서 뵐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지역사회 곳곳에 사회 변화나 사회 문제 이런 것들을 관찰하고 의식적으로 내가 계속 인식해야 되는데 사무실에 앉아서 일만 해서는 어렵잖아요. 그래서 저는 현장 가는 걸 놓치지 않고 하려고 해요. 문서로 보고 받는 것과 확실히 다르기도 하고 아직은 구조를 잡고 끊임없이 새로운 걸 발굴해내야 하니까요.
#. 이즘이니까 할 수 있는 일, 이즘이면 더 잘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을 자꾸 만들어야한다
Q. 지금까지 만들어온 변화와 앞으로 만들어 내고자 하는 변화가 궁금합니다.
우리가 시작해서 시장의 흐름이 바뀌거나 달라진 것들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2018년 NGO페스티벌, 두꺼비 마을축제 당시 “현수막 찍어주세요”라고 연락이 왔어요. 근데 일반현수막 관련 장비를 다 팔아서 종이로만 할 수 있는 상황이었죠. 종이로라도 같이 해봤으면 좋겠다고 해서 포스터 사이즈 마닐라지를 현수막 대신에 붙여서 비 오는 날 행사를 했어요. 그 사진 아직도 있습니다.
2018년 행사 사진
그게 시작이 돼서 비 오는 날 종이에 출력했지만 흘러내리지 않는 잉크 소재를 우리가 찾고 장비를 테스트 하고 계속해서 소재를 개발하며 만들어낸 게 종이 피오피에요. 지금은 종이 전시대 검색만 해도 다 나오죠. 검색하면 정말 수없이 많은 업체들이 나와요. 저희 2018년도에 시작할 때 사람들이 다 미쳤다고 그랬어요.
어떻게 보면 되게 무모하지만 가능성을 보고 시작을 해서 굉장히 큰 하나의 시장의 흐름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만들어내는 굿즈나 제품 이런 하나하나가 아니라 그 구조를 봐주기를 바라요. 우리가 필요한 걸, 우리 스스로 만들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랑 같이 쓰면서 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데 기여하는 게 디자인하는 사회적 기업으로서 이즘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공간 안에서 실험적인 게 계속 일어나고, 우리가 하는 걸 보고 다른 데서도 용기 내서 시도해서 우리보다 먼저 성공하기도 하면서 이런 시작지점을 만들어내는 게 사회적경제기업이 하는 굉장히 큰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가진 재능을 나눠서 우리가 원래 실현하고 싶었던 사회 변화를 만들어내는 게 어떻게 보면 우리한테는 진정한 의미의 사회적 가치니까요.
#공익활동가주간 #공익활동가인터뷰 #공공디자인 #이즘 #허진옥 #사회적기업 #시작시점 #변화를만들어내는곳 #충북 #충청 #청주
인터뷰어 : 박가현
공익활동과 시민사회를 알아가고 있는 4년차 활동가. 동료 활동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해서 뉴스레터에 오늘&go(오늘엔지오)를 연재했다.
2024공익활동가주간을 맞아 다양한 지역과 분야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활동가들을 만나 이들의 일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하는 활동가인터뷰 공모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뷰 공모에는 여러 지역의 활동가들이 참여해주셨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공익활동가사회적협동조합 동행>, <한국시민사회지원조직네트워크>, <지리산이음>이 공동주최하고, <아름다운재단>이 지원했습니다. |
공공디자인이즘은 디자인의 공공성을 생각하며 사회적 문제를 디자이너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사회적 기업입니다. 디자인과 가치를 연결하고 공동체와 행정을 연결하며 디자인으로 사회적 문제를 유연하게 해결하는 공공디자인 이즘의 어딘가 다른 디자이너, 허진옥 대표를 만났습니다.
허진옥 대표 인터뷰 사진
#. 공공디자인의 시작 – 사회적 기업이 뭐예요?
Q. 사회적 기업 육성사업에 함께해보자는 제안을 받게 된 대표님의 일하는 방식은 뭐였을까요?
예를 들어 거리 조성 사업으로 헌 간판을 내리고 새 간판 달고 할 때, 간판만 교체하는 하드웨어 사업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사업으로 다르게 풀어가려고 했어요. 일이 다 끝나고 나면 유지 관리하는 건 결국에는 주민들의 힘이잖아요. 그래서 주민들을 모아서 디자인 클래스를 열고, 그 과정을 성과 지표로 가지고 갔어요. 사회협력에 예산을 배정해서 일부러 대학생들을 불러 경험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을 보고 재단에서 제안을 주셨고 “사회적 기업이 뭐예요?”라고 물어본 게 계기가 돼서 여기까지 왔네요. 디자인이 공공성을 가지면 그걸로 창업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안서를 쓰고 시작을 하게 된 거죠. ‘기존에 하던 디자인 말고 좀 다른 디자인을 해보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디자인을 하면서 계속 일을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간판 개선 사업 주민워크숍 사진
Q. 내가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디자인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대해서 더 듣고 싶어요.
학교에서 학문으로 디자인을 배우고 직업으로 경제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한계 지점이 있었어요. 개인의 신념과 일과 삶이 일치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던 차에 사회적 기업에 대해서 알게 됐습니다.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다 보니 일반 기업 운영하는 방식으로는 어렵더라고요. 단순히 기업을 운영하는 게 아니라 사회 변화와 구조 등을 전체적으로 알고 그에 관한 고민을 해야 우리 기업이 지속 가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사회적 경제에 대한 공부도 하고 여기저기 찾아다니면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했어요. 그 과정에서 저의 이상과 가치가 사회적 경제 방식에 잘 맞았던 것 같아요.
#. 공공디자인이즘 “답게” 연결되어 가는 힘
Q. 그렇게 시작된 공공디자인 이즘의 일하는 방식이 궁금해요.
비영리 활동들이 공익성이나 공공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저희가 하는 대부분의 활동은 디자인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그 틈새에 들어가는 거예요. 행정과 시민의 사이에서 디자이너로서 계속 개입해서 조금 더 직관적이지만 유연하게 디자인적인 방법을 통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사실 이런 일들이 굉장히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는 일이기는 하거든요. 하지만 비용으로서가 아니라 사회적, 환경적 가치로 해결하는 과정이 우리를 ‘공공디자인 이즘’답게 만들어요.
협업 과정에서 기업들이 공공디자인 이즘을 알게 되고, 우리와 일을 하고 좋은 성과가 나오는 것을 경험하면 또 다른 일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어요. 순환경제를 이런 곳에서 경험한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사실 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거든요. 이렇게 문제해결 중심에 서거나 협업을 하면서 조금 더디긴 하지만 진짜 우리의 필요를 경험하면서 공공디자인 이즘을 알게 만드는 게 우리 전략인 것 같아요.
자바캠페인 성과 카드 뉴스
Q 협업이라고 하시니 최근 진행하는 자바캠페인이 떠오르네요. 자원순환, 업사이클링, 리사이클링이 이즘의 키워드일까요?
경제활동에서 자원을 순환시키는 것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자바 캠페인이 이즘의 가치랑 잘 맞아요. 한번 사용된 자원을 계속 사용할 스 있는 순환구조를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요. 현수막을 예를 들어보면 일정 시간 짧게 걸려 있거나 사진 찍고 버려지는 경우가 많잖아요. 디자인을 가지고 환경 폐기물을 줄이겠다는 접근보다 디자인이 이렇게 소비되는 게 불편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버려지지 않고 다시 쓸까 고민하다가 처음에는 일반 현수막을 업사이클링 하는 걸 시작했어요. 그러다 본질로 들어가 보니 일반 현수막이 결국에는 소각장으로 간다라는 사실을 알게 됐죠. 그래서 디자인을 설계할 때 소재와 폐기 과정을 우리가 컨트롤 할 수 있겠다는 고민 끝에 소재도 바꾸고 장비도 바꿨죠. 최근에는 상패나 감사패를 나무로 제작하던 걸 리사이클링 제품으로 대체해 보려고 연구를 시작 했어요. 올 봄부터 장비 개발이 들어가 있는 상태고 더 큰 단위와 무게의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제품을 만들어보려는 중이에요.
플라스틱 리사이클링 제품 사진
Q 대표님이 정의하는 이즘의 ‘공공디자인’이란 무엇일까요?
우리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신규 사업을 개발하면 그 안에서 더 많은 취약계층들이 일할 수 있어요.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소비 과정에서 환경 쓰레기를 당사자가 직접 줄이게 만들죠. 이런 게 저희가 생각하는 공공성이 있는 디자인이기도 하고 사회적기업이 추구하는 순환경제 구조이며 우리가 하는 공익활동인 거죠.
디자인을 문제해결 도구로 사용하려고 하는 발상이 좀 달라요. 디자인은 디자인 자체가 결과물이 아니라 어떨 때는 제품이기도 하고 어떨 때는 공간이기도 하고 어떨 때는 그냥 단순한 설계이기도 하고 어떨 때는 마을공동체에 찾아가서 워크숍이나 이런 교육이 되기도 해요. 그렇지만 어쨌든 우리가 하는 건 디자인이다.
Q. “다양한 형태를 띄지만 우리가 하는 건 디자인이다.”라는 말이 인상 깊네요. 그럼 주로 활동하시는 지역은 어떻게 되시나요?
공공디자인은 전국 무대로 활동을 해야 되는데 그런 대비가 되어 있냐는 얘기와 지역사회 문제를 얘기하는데 그 지역이 어디냐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솔직히 말하면 “공간적 범위는 없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도 편도 2시간이 넘어가면 힘들더라고요.(웃음) 우리가 일하는 방식이 현장을 자주 가보고 소통하는 건데 그 부분에 한계가 오면 ‘아, 이거는 좀 어렵겠다.’라는 생각을 좀 하게 됐죠.
저희는 그 과제가 그 지역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는지 우리가 원래 하려고 하는 활동하고 맞는지 이런 것들을 보고 현장에 들어가는 편이에요. 그래서 저희가 쓰는 제안서는 기존이랑 다른 방식을 제안하는 내용이 많아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일이고 우리밖에 못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면 제안을 하는 편이에요.
공공디자인 이즘 사옥 사진
Q. 특별한 원칙을 가지고 부지를 선정했다고 들었어요.
“마을 안에 행정 옆에”이 원칙입니다. 그동안에는 타 지역에 가서 저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했었는데 장기적으로 진짜 그 지역의 변화를 보긴 어렵더라고요. 물리적으로 거리도 멀고 또 원래 우리 사업이 아니었으니까. 디자인으로 금방 변화를 만들어내긴 어렵다는 건 알고 있었고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어디까지고 또 공공디자인 이즘이 터를 잡은 이 공간적 범위 안에서 어떻게 변하는지 이런 것들을 관찰하고 보고 싶기도 해서 마을 안에 그리고 기왕이면 행정 옆에 이렇게 자리를 잡게 됐죠.
현상의 공간 이즘(공공디자인 이즘 1층)은 지역사회에 투자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신규사업을 제품화 시키는 과정에서 시제품을 만들거나 해체 작업을 할 때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고 있어요. 사실 저희 입장에서야 어디 잘하는 곳에 맡기는 게 훨씬 생산성이 잘 나오죠. 그러나 같이 의미 있게 시제품을 만들고, 버려지는 걸 다시 쓸 수 있는 자원으로 만드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Q. 계속해서 자원 순환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네요. 최근 진행하신 프로젝트를 알 수 있을까요?
충북소방본부를 찾아가서 소방복을 활용한 순환 구조를 만들어보자 제안했고 시제품이 나왔어요. 본 제품이 나오면 펀딩을 통해 판매하고 연말에 지역아동센터나 복지 사각지대에 투척소화기등을 전달해서 화재를 예방하는 프로젝트로 진행하고 있어요.
Q. 먼저 찾아가서 제안을 하셨다니 멋지네요. 그러고 보니 대표님은 늘 현장에서 뵐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지역사회 곳곳에 사회 변화나 사회 문제 이런 것들을 관찰하고 의식적으로 내가 계속 인식해야 되는데 사무실에 앉아서 일만 해서는 어렵잖아요. 그래서 저는 현장 가는 걸 놓치지 않고 하려고 해요. 문서로 보고 받는 것과 확실히 다르기도 하고 아직은 구조를 잡고 끊임없이 새로운 걸 발굴해내야 하니까요.
#. 이즘이니까 할 수 있는 일, 이즘이면 더 잘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을 자꾸 만들어야한다
Q. 지금까지 만들어온 변화와 앞으로 만들어 내고자 하는 변화가 궁금합니다.
우리가 시작해서 시장의 흐름이 바뀌거나 달라진 것들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2018년 NGO페스티벌, 두꺼비 마을축제 당시 “현수막 찍어주세요”라고 연락이 왔어요. 근데 일반현수막 관련 장비를 다 팔아서 종이로만 할 수 있는 상황이었죠. 종이로라도 같이 해봤으면 좋겠다고 해서 포스터 사이즈 마닐라지를 현수막 대신에 붙여서 비 오는 날 행사를 했어요. 그 사진 아직도 있습니다.
2018년 행사 사진
그게 시작이 돼서 비 오는 날 종이에 출력했지만 흘러내리지 않는 잉크 소재를 우리가 찾고 장비를 테스트 하고 계속해서 소재를 개발하며 만들어낸 게 종이 피오피에요. 지금은 종이 전시대 검색만 해도 다 나오죠. 검색하면 정말 수없이 많은 업체들이 나와요. 저희 2018년도에 시작할 때 사람들이 다 미쳤다고 그랬어요.
어떻게 보면 되게 무모하지만 가능성을 보고 시작을 해서 굉장히 큰 하나의 시장의 흐름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만들어내는 굿즈나 제품 이런 하나하나가 아니라 그 구조를 봐주기를 바라요. 우리가 필요한 걸, 우리 스스로 만들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랑 같이 쓰면서 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데 기여하는 게 디자인하는 사회적 기업으로서 이즘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공간 안에서 실험적인 게 계속 일어나고, 우리가 하는 걸 보고 다른 데서도 용기 내서 시도해서 우리보다 먼저 성공하기도 하면서 이런 시작지점을 만들어내는 게 사회적경제기업이 하는 굉장히 큰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가진 재능을 나눠서 우리가 원래 실현하고 싶었던 사회 변화를 만들어내는 게 어떻게 보면 우리한테는 진정한 의미의 사회적 가치니까요.
#공익활동가주간 #공익활동가인터뷰 #공공디자인 #이즘 #허진옥 #사회적기업 #시작시점 #변화를만들어내는곳 #충북 #충청 #청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