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보기가 불편하다. 극단적인 빈부격차, 교육의 불평등, 경쟁으로 지쳐가는 아이들, 불안한 북한과의 긴장 관계, 세대 간 성별 간 혐오문화, 모든 사회문제의 결정체인 저출산과 인구소멸까지 다양한 사회문제들이 10년 전 뉴스 화면에 세월호 침몰을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막막함과 무기력함을 느끼며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었다. 우연찮게 40여 년을 시민활동가로 살아온 선배활동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얻었다. 이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지는 않을까! 기대감으로 경기도민간협치위원회 공동부위원장 송성영 선생님을 만났다. 군포시 도시 속 여산송씨재궁중회의 재실인 묵음재에서 마중 나온 그는 생각보다 젊은 중년 신사였다. 묵음재를 지키며 40여 년간 군포와 안양에서 시민운동하고 경기도에서 거버넌스 하면 송성영을 말한다는 그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Q. 지역활동가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으로 계시는 선생님도 처음부터 활동가는 아니셨을 텐데요. 어떤 계기로 시민 활동을 시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학교 다닐 때부터 관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기독청년운동을 했어요. 80년대 기독청년운동이라고 지금의 분들은 잘 모르실 수 있어요. 한국기독청년협의회로 진보적인 기독청년운동 조직이었죠. 유신시대부터 군부독재시대 까지 굉장히 활발하게 활동했어요. 87년 6월 항쟁을 필두로 안양과 군포지역에서 활동했고, 자연스럽게 YMCA와 연결되어 지금까지고 활동하고 있어요. 옛날에는 YMCA가 좀 괜찮았어요.
Q. YMCA가 우리나라에서 정말 오래된 단체고, 활동하는 범위와 분야가 굉장히 넓다고 알고 있습니다.
YMCA는 원래 청소년 단체예요. 중앙에 그렇게 등록되어 있죠. 지역사회로 넘어오면서 지역 이슈, 지역 보호, 청소년, 환경 등 안 하는 게 없어요. 시민중계실을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걸 하는 단체다’ 한마디로 정의를 내리기가 쉽지 않아요.
우리나라가 근대사회로 넘어오면서 시민사회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곳도 YMCA이었어요. 시민사회의 대부격이죠. 여러 시대를 거쳐오면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 부분도 있지만요.
Q. 과거의 시민운동과 지금의 시민운동이 어떤 부분이 다를까요?
과거는 독재정권을 퇴진하는 운동의 성격이 강했어요. 싸움하는 모습이 연상되죠. 정권이 바뀌면서 시민사회가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었어요. 합리적인 대안으로 다변화를 꾀한 거죠. 그런데 역량이 집중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로 확장을 하다 보니 약화 되는 부분도 있어요. 최근에는 시민사회에서 파생되어 발생한 마을공동체, 청소년운동과 같은 활동이 민간주도에서 관 주도로 바뀌면서 시민사회와 시민단체들이 할 일을 관에서 많이 하고 있죠.
시민사회영역은 3주체로서 국가, 시장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해요.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정부나 시장이 어려워질 때 사회를 버티게 해주는 버팀목이죠. 그런 기반인 시민사회가 어려워지고 있는데 경각심이 없어요. 사회가 균형을 잃으면 건강하지 않다는 거잖아요. 사람의 몸처럼 균형을 맞춰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데 지금의 정권은 시민사회를 적대 시 하고 있고, 균형이 깨지면 사회가 붕괴되는 거죠. 어느 때 보다 시민사회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인 것 같아요.
서로의 다른 언어와 편견을 극복해야 하는 민관거버넌스

Q. 오랫동안 시민 활동을 하다 보면, 다양한 역할들을 부여받게 되는데요. 그중에서도 관과 민의 거버넌스에 많은 역할을 해오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시민사회 활동을 오랫동안 하다 보니까 안양에서 10여 년 전쯤 시민사회 전문가의 위치에서 협치위원장을 맡아달라고 해서 수석부위원장을 맡았었어요. 주민참여예산위원으로도 활동했었고, 안양시 1기 주민참여예산위원장을 했어요.
안양에서 협치위원을 했던 경험으로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의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를 10여년간 하면서 경기도의 거버넌스와 관련된 활동으로 경기도시민사회활성화위원회 위원장을 했었고, 현재는 경기도민관협치위원회 공동부위원장을 맡고 있어요. 군포에서는 1기 100인 위원회민간협치위원장을 했었는데 정권이 바뀌면서 할 일이 없어지기도 했어요.
Q. 군포에서 사시는데 안양의 시민사회 영역까지 활동하시네요?
원래 안양, 군포, 의와, 과천이 한동네였어요. 제가 군포 토박이잖아요. 지금은 시로 다 갈라져 있는데, 옛날에는 같은 동네였어요, 안양은 읍내고, 군포는 산골 마을이었지요. 산골이었는데 산을 다 깎아서 지금의 모습이 된 거예요. 군포에는 초등학교 하나밖에 없어서 중고등학교는 안양 읍내로 다녔어요. 행정적으로 나눠 있지만, 정서적으로는 같은 마을이에요. 과천과 의왕도 마찬가지라. 이 지역은 주로 안양·군포로 주로 묶이고, 환경연합 같은 경우는 안양·군포·의왕으로 같이 활동하고 있어요.
Q. 다양한 이해관계와 관과 민의 언어 온도차를 극복한 거버넌스(협치)는 말처럼 쉽지 않은데요.
어렵죠. 협치의 개념은 자치단체장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권한을 시민들에게 이양해서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을 말해요. 협력적 거버넌스의 한 단계 올라간 것이 협치인데 시장이 권력을 시민과 나누는 게 원칙인데 그렇게 된 사례가 거의 없어요. 제가 시민사회 단체연대 상임대표로 경기도민간협치위원 공동부위원장으로 3기에 활동하고 있는데 쉽지 않아요.
경기도는 민간협치위원을 1, 2기에는 30~40명 규모의 전문가 집단으로 운영하다가 3기에는 100여 명으로 확대해서 운영하다 보니까 원활하지 않은 면이 있어요.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까~
협치하려면 학습이 필요하고, 한 단계 올라가기 위한 전문성과 집행부의 정책제안까지 가능해야 해요. 아직은 협치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거버넌스, 협치, 시민사회 활동은 과정이 성과이기 때문에 당장 결과물에 연연하는 게 아니라 과정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협치 분야에 시민사회 활동을 하면서 괜찮은 공무원분들을 만났어요. 의외로 시민과 함께하려고 학습하고 노력하는 분들이 상당수 있고. 거버넌스를 하면서 얻은 교훈은 공무원을 탁상행정만 한다고 생각했던 편견에서 벗어나 함께 뭔가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행정에 리더들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우리가 너무 욕심이 많다는 거죠! 일본강점기부터 만들어졌던 공무원의 경직된 조직문화가 쉽게 바뀌기는 어려워요. 시민과 소통을 할 수 있는 공무원들이 하나둘씩 생기면서 차츰차츰 바뀌는 거 아닐까요~ 열심히 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걸고 같이 연대하면 공무원 조직문화도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요.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 가는 그것이 진정한 협치고 거버넌스죠.
시민사회운동은 과정을 남기고 시민문화를 만들어내는 것!
Q. 시민사회운동은 과정을 남기는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과정은 곧 시민문화를 만드는 활동인데 오랜 시간 동안 시민사회운동을 하시면서 과거의 시민문화와 현재의 시민문화가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성과물이 전 많다고 봐요. 그냥 시간이 흘러간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 영역이 분업화하면서 다양한 파생물을 낳았어요. 공익활동지원센터, 마을공동체, 복지공동체 등으로요. 그게 시민사회의 성과물이거든요. 과정에서 파생되어 확대된 시민사회 조직이 튼튼하게 성장해야 하는 또 다른 과정에 있는 거죠. 지금이 과도기라고 봐요. 지금의 시민사회 단체가 어려워진 것은 분업화되면서 집중돼 있던 역량이 퍼지면서 겪는 당연한 결과예요. 이제는 시민단체가 아니라 시민사회를 건강하게 하려면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국가도 고민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있던 법도 폐기하고 시민사회 활성화 위원회의 활동도 안 하는 거로 알고 있어요. 지금은 답보상태이죠.
Q. 제3 섹터라고 하는 시민사회 영역도 자기 독립성과 자립성을 가져야 하는데, 그동안 행정에 의존적인 경향이 없다고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경험이 많은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대거 행정이나 정치로 전향한 부분도 시민사회의 역량을 약화한 원인이 되지 않을까요?
맞아요. 사람이 하는 일인데, 시민사회 출신들이 행정으로 정치로 많이 들어가서 인력풀이 소실된 부분도 분명 있고요. 또 하나는 과거 엄혹한 시절을 겪으면서 시민사회가 뭉치고 서로 나누면서 단체를 꾸렸는데, 정권이 바뀌면서 느슨하고 안일하게 바뀐 부분도 있다고 봐요.
자생을 위한 대책이 없었죠. 시민단체도 조직인데 장기적 비전과 시대의 변화에 부응한 대책 마련이 필요했는데 그런 부분이 부재했어요. 역량 있는 시민사회 인사들이 정치에 입문하는 과정에서 그 일을 할 만한 사람들도 부족했던 거죠. 요즘 성공과 실패를 많이 하는 지역들이 재단에서 대안을 찾고 있어요.
민간재단의 출현은 그냥 되는 게 아니에요. 시민들의 의식이 뒷받침되어야 시민투자도 할 수 있고, 관도 투자할 수 있는 재단이 되어야 하거든요. 현대사회에서 투쟁하는 시민단체는 현대 시민들의 생리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선진국 같은 경우처럼 관의 투자도 가능해져야 해요.
민간재단의 자금력을 키워야 하는데 시민단체들이 맨날 정권 퇴진운동만 하는데 재단을 만드는 데 지원하라는 것이 설득력이 없어요. 군포도 시민재단을 만들려고 많은 시도를 하고 있어요.
시민단체의 변신이 필요해요.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이나 프로그램들로 호응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봐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시민들의 여론이 형성되고 공감하는 시민들이 많아지면 저는 독립적인 시민재단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시민과 공감하는 새로운 연대가 필요하다.

Q. 이 시점에서 궁금한 게 있어요. 80년대부터 현재까지 오랜 시간 시민 활동을 해오시면서 많은 난관을 극복해 오셨을 거라 생각이 들어요. 그럼 에도 지금이 어려운 시기라고 말씀하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구조상으로 시민사회의 역사를 되짚어 봤을 때 어려운 시기인 건 맞아요. 그런데 그냥 어려운 게 아니라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한 전환기라는 거죠. 단, 이 전환기를 놓쳐버리면 정말 힘들어지는 거죠.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운 관점에서 접근하면 대안을 마련할 수 없어요. 생존에만 몰입될 수 있어요. 전환기로 사고를 바꾸고 대책을 마련하고 연대해야 해요. 위 수탁으로 생존을 지속하는 건 온당치 않아요.
사람이 어려워지면 연대하죠. 시민단체도 마찬가지예요. 물론 시민단체 중에서도 우리만 잘하고 살면 된다고 생각하는 단체가 있을 수도 있어요. 우리만 잘해서 시민단체의 목적인 사회가 건강해지냐는 거죠! 그러니까 시민단체들이 먼저 열고 새롭게 연대하고 시민들과 함께 공감하는 걸 만들지 않으면 전환기가 진짜 위기가 되고 존립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어요.
저와 같은 선배 활동가들이 좀 깨달아서 맨날 정권 퇴진만 외칠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현 정권도 2~3년 뒤면 끝나잖아요. 그 뒤를 봐야 해요. 젊은 후배활동가들이 새까 많게 올라오는데 시민사회를 어떻게 건강하게 끌고 가느냐에 따라 나라가 건강 져요. 현재만 사는 게 아니라 세상은 이어져 가는 건데 단기에만 몰입되어 있으면 안 돼요. 과거 제가 활동했던 피비린내 나게 피 흘려가며 싸워야 만들 수 있는 시기가 있었어요. 지금은 선거로도 바꿀 수 있잖아요.
너머를 보고 지금의 준비를 해야지. 지금 못 살겠다는 부분에만 몰입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 분야에서도 활동하고, 시민들과 공감할 수 있는 미래를 위한 대안도 마련해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제 위 선배들과 의견이 나뉘는 부분이 있어요. 젊은 후배활동가에게 시위참여를 독려하는 것이 진보 꼰대로 비치기도 해요.
요즘 젊은 실무활동가들은 과거의 활동가들과 달라요. 워라벨이 중요합니다. 시대가 달라진 거예요. 우리 시민사회도 세대 간 갈등을 먼저 극복해야 한다고 봐요.
Q. 새로운 연대를 함께 고민하는 단체나 사람들이 있을까요?
군포 공익활동 지원센터가 군포 시민사회단체협의회가 위탁받아 운영했었는데 시 직영으로 전환되면서 군포시민협 내에서 시민사회활성화위원회를 설치하고 우리 자체적으로 새로운 연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어요. 진보적인 단체 외에도 새마을단체라던지 관변 적 요소가 있는 단체들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구조를 구상하고 있어요. 언론과 정계에서 진보, 보수 갈라치기를 해서 그렇지 시민사회는 진보 보수가 없었어요. 시민들을 위한 정책과 대안을 꾸준히 생산하는 역할만 했으면 됐는데 정쟁에 휘말렸죠.
Q. 시민사회는 진보 보수 나눌 필요 없이 시민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면 어느 진영이든 협력할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
진보 보수가 왜 시민사회에 필요하냐고요.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로 있지만, 언론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은 자극적인 이슈나 양쪽으로 갈라져 갈등이 일어나야 장사가 잘되거든요. 우리나라 언론은 촉수를 건드리는 것만 내보내야 대중의 공감을 얻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시민들이 의식이 많이 성장했잖아요. 요즘 시민단체가 잘 안 되는 이유도 시민들의 수준에 못 따라간 부분도 있다고 봐요. 그러니 언론에서 그렇게 난리를 쳐도 요즘 별 반응이 없잖아요. 대안이 있는 것들을 잘 다룰 수 있는 언론이 건강한 언론이거든요. 싸움에 휘말려 들어간 시민사회도 반성이 필요합니다.

Q. 정치권에서 제안이 많이 들어오실 것 같은데요?
제안은 많았죠. 동료 활동가 중에는 정치로 사회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기대로 옮기신 분들도 있고, 시민활동가도 생활인이라 생계를 위해 정치권으로 옮겨가신 분들도 있어요. 일부는 밖에서 답을 찾아 옮겼지만, 일부는 남아서 지켜야 시민사회의 역사가 이어져 간다고 한다고 생각해요. 선배로서 묵묵히 몇 사람은 이 길을 가야 하잖아요.
정치를 바꾸겠다는 명문으로 정치에 들어갔지만, 시민운동으로 바꾼 변화에도 미치지 않았다고 봐요. 시민사회운동도 정치의 다른 행위예요. 선출직이 아닐 뿐이지 생활 정치고 시민 정치입니다. 저는 밖에서 보고 연대하면서 대안을 찾아 나가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시민운동은 삶의 틀을 바꾸는 운동이거든요. 표시는 잘 안 나는지 몰라도 문화를 바꾸고 시민사회의 연대를 끈끈하게 만들어나가는 것은 정당에서 법을 바꿔서 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봅니다.
국회에서 법을 양산하는데 법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부분도 많아요. 사람들이 같이 살아가는데 법은 최소한의 데드라인이지 문화가 바뀌지는 않아요. 인류 역사상에도 법으로 세상을 변화시킨 적은 없어요. 공동체 문화가 형성되고 사회에서 기본적인 규정을 두자고 마지막에 생기는 게 법이거든요.
Q. 시민 활동을 의연하게 지속하려면 선생님과 같은 내공이 필요할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 내공은 필요 없다고 봅니다. 첫째도 연대, 둘째도 연대예요. 머리를 맞대고 연대할 수 있는 내공이 필요한 거예요. 추상적으로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오랫동안 함께하려고 하는 것들이 무너졌어요. 과거의 연대는 한방이 있는 정권 퇴진을 위한 연대였다면 후배들과 같이 가야 할 미래를 위한 연대는 새로운 연대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아이들의 교육문제부터 모든 분야가 개인주의에 빠져들면서 각자도생의 지옥 같은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고 생각해요. 나만 아는 아이들로 키워내면 앞으로의 사회가 어떻게 될까요? 새로운 전환의 시대에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서 힘을 합쳐보자 이런 이야기를 하면 여전히 정권퇴진운동 이야기가 나옵니다. 물론 그 분야도 연대해서 같이 활동하고 있지만, 시민사회 운동은 수백 년 길게 보고 가야 해요.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 아니라 그 과정 중에 있는 한 사람
Q. 지역과 시민사회에서 맡은 역할이 상당히 많으신데요. 체력 안배는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부르면 가니까 바쁠 수밖에 없고, 제가 거절을 할 줄 알아야 하는데 거절을 못 해요. 일부 지인들은 체력적으로 가능하냐고 물어요. 가능하니까 하지 않겠어요. 어느 영화에서 그랬어요. ‘너는 이기려고만 싸우냐?’ 꼭 이겨야 하는 싸움이나 결과가 꼭 나와야 하는 일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힘들고 네가 하는 일이 가능하냐고 묻지만, 시민 사회활동을 하면서 꼭 뭔가가 바뀌거나 세상을 밝게 만들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그냥 그 과정 중에 있는 사람으로서 그 역할을 수행하는 거지! 나 하나가 뭘 바꿔요? 그냥 여러 사람이 모여서 세상이 좀 더 살 만하게 문화를 바꿀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불의를 못 참는 성격이어서 여기저기 부르면 가지만, 부정직하고 불의에 대해서 화를 내는 건 사람이니까 당연하지 않을까요! 워낙 맡은 역할이 많아서 무슨 욕심이 있는 거냐? 는 말도 들어요. 역할이 주어 졌기 때문에 하는 거지 모두가 회피하면 일을 할 사람이 없잖아요.
Q. 내가 이 맛에 시민 활동하지! 라고 생각할 만큼 뿌듯한 경험이 있으셨다면?
2008년 경기도 교육감으로 김상곤 교육감이 처음 보궐선거로 나왔을 때 선거를 도왔어요. 아무도 이길 거라고 보지 않는 선거였어요. 선거 현수막 걸대가 없어서 지역에 있는 YMCA에 걸었어요. 그런데 이겼어요. 선거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는 순간이었죠. 짜릿했어요.
교육운동에 들어갔고 경기도 교육청과 거버넌스를 많이 했죠. 그때 경기 학생인권 조례도 최초로 만들었어요. 김상곤 교육감 혼자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함께 활동했던 사람들이 들어가서 만들어 낸 성과였죠. 아이들의 교육이 바뀌지 않으면 그들이 사회의 지도자가 됐을 때 더 큰 문제가 될 거라는 생각에 교육을 바꾸는데 집중하는 시기였어요. 그때 경기교육희망 네트워크도 만들었고, 아직도 대표예요.
Q. 지금의 사회문제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서 눈덩이가 커질 대로 커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젊은 친구들이 빚을 내서 좋은 차를 타고, 부모들은 빚을 내서라도 좋은 학원에 보내야 하는 것이 뒤틀려버린 교육만의 문제는 아니고 복합적이죠. 복합적 문제를 사회 구조상에서 어떻게 바꿔내느냐가 문제인데. 시민사회의 건강성보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이 잘못될까 봐 시장에만 오로지 예산을 투입해서 시장만 활성화한 결과라고 봅니다.
사회의 한 축으로서 시민사회가 형평성과 균형감각을 가질 수 있다면 복합적으로 연결된 문제에 실마리를 풀 수 있지 않을까요?
아이를 낳고 키우는데 들어가는 평균 비용이 있는데, 그 정도의 급여도 받지 못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교육 불평등이 지속되고 경쟁이 가중된다면 전쟁보다는 갈등으로 나라가 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Q. 마지막으로 시민 활동 분야에 관심 있는 젊은 친구들에게 선배로서 한 말씀 해주신다면?
우리가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역할이면 충분합니다.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젊은 실무자들 앉혀놓고 이야기를 하는 순간 꼰대가 되어버리고 거부감부터 들어요. 그게 잘못된 방향이라고 할지라도 자연스럽게 바뀌게 해야지 바꾸라고 하는 순간 소통에 틈이 생겨버려요.
선배로서 듣고 공감해주고 후배들이 서서히 주변 환경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줘야 사람이 바뀌는 게 아닌가요?
지금 내 이야기에 조금이라도 공감하신다면 그때 문화가 바뀌는 거예요. 한사람 또 한 사람 바뀌면 그만큼 세상이 바뀐 거니까요. 시간이 오래 걸려요. 세상은 확 바뀌지 않아요.

선배 활동가 송성영은 언제나 시민사회는 힘들었다고 말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며 세상이 변화하는 과정에 있는 사람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과정에서 만들어내는 건강한 시민사회문화와 연대의 문화가 더욱 절실하고 필요해지는 시기다. 그에게 지속 가능한 건강과 새로운 연대를 함께 고민하는 동료들이 많이 지길 바라고 응원한다.
#경기 #공익활동가주간 #김영희 #송성영
글쓴이 : 김영희
한사람의 지구인으로 건강한 공동체를 꿈꾸며, 자충우돌 삶과 소통을 실험하고 있는 마을활동가입니다.
2024공익활동가주간을 맞아 다양한 지역과 분야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활동가들을 만나 이들의 일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하는 활동가인터뷰 공모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뷰 공모에는 여러 지역의 활동가들이 참여해주셨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공익활동가사회적협동조합 동행>, <한국시민사회지원조직네트워크>, <지리산이음>이 공동주최하고, <아름다운재단>이 지원했습니다. |
뉴스 보기가 불편하다. 극단적인 빈부격차, 교육의 불평등, 경쟁으로 지쳐가는 아이들, 불안한 북한과의 긴장 관계, 세대 간 성별 간 혐오문화, 모든 사회문제의 결정체인 저출산과 인구소멸까지 다양한 사회문제들이 10년 전 뉴스 화면에 세월호 침몰을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막막함과 무기력함을 느끼며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었다. 우연찮게 40여 년을 시민활동가로 살아온 선배활동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얻었다. 이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지는 않을까! 기대감으로 경기도민간협치위원회 공동부위원장 송성영 선생님을 만났다. 군포시 도시 속 여산송씨재궁중회의 재실인 묵음재에서 마중 나온 그는 생각보다 젊은 중년 신사였다. 묵음재를 지키며 40여 년간 군포와 안양에서 시민운동하고 경기도에서 거버넌스 하면 송성영을 말한다는 그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Q. 지역활동가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으로 계시는 선생님도 처음부터 활동가는 아니셨을 텐데요. 어떤 계기로 시민 활동을 시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학교 다닐 때부터 관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기독청년운동을 했어요. 80년대 기독청년운동이라고 지금의 분들은 잘 모르실 수 있어요. 한국기독청년협의회로 진보적인 기독청년운동 조직이었죠. 유신시대부터 군부독재시대 까지 굉장히 활발하게 활동했어요. 87년 6월 항쟁을 필두로 안양과 군포지역에서 활동했고, 자연스럽게 YMCA와 연결되어 지금까지고 활동하고 있어요. 옛날에는 YMCA가 좀 괜찮았어요.
Q. YMCA가 우리나라에서 정말 오래된 단체고, 활동하는 범위와 분야가 굉장히 넓다고 알고 있습니다.
YMCA는 원래 청소년 단체예요. 중앙에 그렇게 등록되어 있죠. 지역사회로 넘어오면서 지역 이슈, 지역 보호, 청소년, 환경 등 안 하는 게 없어요. 시민중계실을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걸 하는 단체다’ 한마디로 정의를 내리기가 쉽지 않아요.
우리나라가 근대사회로 넘어오면서 시민사회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곳도 YMCA이었어요. 시민사회의 대부격이죠. 여러 시대를 거쳐오면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 부분도 있지만요.
Q. 과거의 시민운동과 지금의 시민운동이 어떤 부분이 다를까요?
과거는 독재정권을 퇴진하는 운동의 성격이 강했어요. 싸움하는 모습이 연상되죠. 정권이 바뀌면서 시민사회가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었어요. 합리적인 대안으로 다변화를 꾀한 거죠. 그런데 역량이 집중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로 확장을 하다 보니 약화 되는 부분도 있어요. 최근에는 시민사회에서 파생되어 발생한 마을공동체, 청소년운동과 같은 활동이 민간주도에서 관 주도로 바뀌면서 시민사회와 시민단체들이 할 일을 관에서 많이 하고 있죠.
시민사회영역은 3주체로서 국가, 시장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해요.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정부나 시장이 어려워질 때 사회를 버티게 해주는 버팀목이죠. 그런 기반인 시민사회가 어려워지고 있는데 경각심이 없어요. 사회가 균형을 잃으면 건강하지 않다는 거잖아요. 사람의 몸처럼 균형을 맞춰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데 지금의 정권은 시민사회를 적대 시 하고 있고, 균형이 깨지면 사회가 붕괴되는 거죠. 어느 때 보다 시민사회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인 것 같아요.
서로의 다른 언어와 편견을 극복해야 하는 민관거버넌스
Q. 오랫동안 시민 활동을 하다 보면, 다양한 역할들을 부여받게 되는데요. 그중에서도 관과 민의 거버넌스에 많은 역할을 해오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시민사회 활동을 오랫동안 하다 보니까 안양에서 10여 년 전쯤 시민사회 전문가의 위치에서 협치위원장을 맡아달라고 해서 수석부위원장을 맡았었어요. 주민참여예산위원으로도 활동했었고, 안양시 1기 주민참여예산위원장을 했어요.
안양에서 협치위원을 했던 경험으로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의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를 10여년간 하면서 경기도의 거버넌스와 관련된 활동으로 경기도시민사회활성화위원회 위원장을 했었고, 현재는 경기도민관협치위원회 공동부위원장을 맡고 있어요. 군포에서는 1기 100인 위원회민간협치위원장을 했었는데 정권이 바뀌면서 할 일이 없어지기도 했어요.
Q. 군포에서 사시는데 안양의 시민사회 영역까지 활동하시네요?
원래 안양, 군포, 의와, 과천이 한동네였어요. 제가 군포 토박이잖아요. 지금은 시로 다 갈라져 있는데, 옛날에는 같은 동네였어요, 안양은 읍내고, 군포는 산골 마을이었지요. 산골이었는데 산을 다 깎아서 지금의 모습이 된 거예요. 군포에는 초등학교 하나밖에 없어서 중고등학교는 안양 읍내로 다녔어요. 행정적으로 나눠 있지만, 정서적으로는 같은 마을이에요. 과천과 의왕도 마찬가지라. 이 지역은 주로 안양·군포로 주로 묶이고, 환경연합 같은 경우는 안양·군포·의왕으로 같이 활동하고 있어요.
Q. 다양한 이해관계와 관과 민의 언어 온도차를 극복한 거버넌스(협치)는 말처럼 쉽지 않은데요.
어렵죠. 협치의 개념은 자치단체장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권한을 시민들에게 이양해서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을 말해요. 협력적 거버넌스의 한 단계 올라간 것이 협치인데 시장이 권력을 시민과 나누는 게 원칙인데 그렇게 된 사례가 거의 없어요. 제가 시민사회 단체연대 상임대표로 경기도민간협치위원 공동부위원장으로 3기에 활동하고 있는데 쉽지 않아요.
경기도는 민간협치위원을 1, 2기에는 30~40명 규모의 전문가 집단으로 운영하다가 3기에는 100여 명으로 확대해서 운영하다 보니까 원활하지 않은 면이 있어요.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까~
협치하려면 학습이 필요하고, 한 단계 올라가기 위한 전문성과 집행부의 정책제안까지 가능해야 해요. 아직은 협치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거버넌스, 협치, 시민사회 활동은 과정이 성과이기 때문에 당장 결과물에 연연하는 게 아니라 과정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협치 분야에 시민사회 활동을 하면서 괜찮은 공무원분들을 만났어요. 의외로 시민과 함께하려고 학습하고 노력하는 분들이 상당수 있고. 거버넌스를 하면서 얻은 교훈은 공무원을 탁상행정만 한다고 생각했던 편견에서 벗어나 함께 뭔가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행정에 리더들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우리가 너무 욕심이 많다는 거죠! 일본강점기부터 만들어졌던 공무원의 경직된 조직문화가 쉽게 바뀌기는 어려워요. 시민과 소통을 할 수 있는 공무원들이 하나둘씩 생기면서 차츰차츰 바뀌는 거 아닐까요~ 열심히 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걸고 같이 연대하면 공무원 조직문화도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요.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 가는 그것이 진정한 협치고 거버넌스죠.
시민사회운동은 과정을 남기고 시민문화를 만들어내는 것!
Q. 시민사회운동은 과정을 남기는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과정은 곧 시민문화를 만드는 활동인데 오랜 시간 동안 시민사회운동을 하시면서 과거의 시민문화와 현재의 시민문화가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성과물이 전 많다고 봐요. 그냥 시간이 흘러간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 영역이 분업화하면서 다양한 파생물을 낳았어요. 공익활동지원센터, 마을공동체, 복지공동체 등으로요. 그게 시민사회의 성과물이거든요. 과정에서 파생되어 확대된 시민사회 조직이 튼튼하게 성장해야 하는 또 다른 과정에 있는 거죠. 지금이 과도기라고 봐요. 지금의 시민사회 단체가 어려워진 것은 분업화되면서 집중돼 있던 역량이 퍼지면서 겪는 당연한 결과예요. 이제는 시민단체가 아니라 시민사회를 건강하게 하려면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국가도 고민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있던 법도 폐기하고 시민사회 활성화 위원회의 활동도 안 하는 거로 알고 있어요. 지금은 답보상태이죠.
Q. 제3 섹터라고 하는 시민사회 영역도 자기 독립성과 자립성을 가져야 하는데, 그동안 행정에 의존적인 경향이 없다고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경험이 많은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대거 행정이나 정치로 전향한 부분도 시민사회의 역량을 약화한 원인이 되지 않을까요?
맞아요. 사람이 하는 일인데, 시민사회 출신들이 행정으로 정치로 많이 들어가서 인력풀이 소실된 부분도 분명 있고요. 또 하나는 과거 엄혹한 시절을 겪으면서 시민사회가 뭉치고 서로 나누면서 단체를 꾸렸는데, 정권이 바뀌면서 느슨하고 안일하게 바뀐 부분도 있다고 봐요.
자생을 위한 대책이 없었죠. 시민단체도 조직인데 장기적 비전과 시대의 변화에 부응한 대책 마련이 필요했는데 그런 부분이 부재했어요. 역량 있는 시민사회 인사들이 정치에 입문하는 과정에서 그 일을 할 만한 사람들도 부족했던 거죠. 요즘 성공과 실패를 많이 하는 지역들이 재단에서 대안을 찾고 있어요.
민간재단의 출현은 그냥 되는 게 아니에요. 시민들의 의식이 뒷받침되어야 시민투자도 할 수 있고, 관도 투자할 수 있는 재단이 되어야 하거든요. 현대사회에서 투쟁하는 시민단체는 현대 시민들의 생리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선진국 같은 경우처럼 관의 투자도 가능해져야 해요.
민간재단의 자금력을 키워야 하는데 시민단체들이 맨날 정권 퇴진운동만 하는데 재단을 만드는 데 지원하라는 것이 설득력이 없어요. 군포도 시민재단을 만들려고 많은 시도를 하고 있어요.
시민단체의 변신이 필요해요.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이나 프로그램들로 호응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봐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시민들의 여론이 형성되고 공감하는 시민들이 많아지면 저는 독립적인 시민재단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시민과 공감하는 새로운 연대가 필요하다.
Q. 이 시점에서 궁금한 게 있어요. 80년대부터 현재까지 오랜 시간 시민 활동을 해오시면서 많은 난관을 극복해 오셨을 거라 생각이 들어요. 그럼 에도 지금이 어려운 시기라고 말씀하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구조상으로 시민사회의 역사를 되짚어 봤을 때 어려운 시기인 건 맞아요. 그런데 그냥 어려운 게 아니라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한 전환기라는 거죠. 단, 이 전환기를 놓쳐버리면 정말 힘들어지는 거죠.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운 관점에서 접근하면 대안을 마련할 수 없어요. 생존에만 몰입될 수 있어요. 전환기로 사고를 바꾸고 대책을 마련하고 연대해야 해요. 위 수탁으로 생존을 지속하는 건 온당치 않아요.
사람이 어려워지면 연대하죠. 시민단체도 마찬가지예요. 물론 시민단체 중에서도 우리만 잘하고 살면 된다고 생각하는 단체가 있을 수도 있어요. 우리만 잘해서 시민단체의 목적인 사회가 건강해지냐는 거죠! 그러니까 시민단체들이 먼저 열고 새롭게 연대하고 시민들과 함께 공감하는 걸 만들지 않으면 전환기가 진짜 위기가 되고 존립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어요.
저와 같은 선배 활동가들이 좀 깨달아서 맨날 정권 퇴진만 외칠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현 정권도 2~3년 뒤면 끝나잖아요. 그 뒤를 봐야 해요. 젊은 후배활동가들이 새까 많게 올라오는데 시민사회를 어떻게 건강하게 끌고 가느냐에 따라 나라가 건강 져요. 현재만 사는 게 아니라 세상은 이어져 가는 건데 단기에만 몰입되어 있으면 안 돼요. 과거 제가 활동했던 피비린내 나게 피 흘려가며 싸워야 만들 수 있는 시기가 있었어요. 지금은 선거로도 바꿀 수 있잖아요.
너머를 보고 지금의 준비를 해야지. 지금 못 살겠다는 부분에만 몰입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 분야에서도 활동하고, 시민들과 공감할 수 있는 미래를 위한 대안도 마련해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제 위 선배들과 의견이 나뉘는 부분이 있어요. 젊은 후배활동가에게 시위참여를 독려하는 것이 진보 꼰대로 비치기도 해요.
요즘 젊은 실무활동가들은 과거의 활동가들과 달라요. 워라벨이 중요합니다. 시대가 달라진 거예요. 우리 시민사회도 세대 간 갈등을 먼저 극복해야 한다고 봐요.
Q. 새로운 연대를 함께 고민하는 단체나 사람들이 있을까요?
군포 공익활동 지원센터가 군포 시민사회단체협의회가 위탁받아 운영했었는데 시 직영으로 전환되면서 군포시민협 내에서 시민사회활성화위원회를 설치하고 우리 자체적으로 새로운 연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어요. 진보적인 단체 외에도 새마을단체라던지 관변 적 요소가 있는 단체들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구조를 구상하고 있어요. 언론과 정계에서 진보, 보수 갈라치기를 해서 그렇지 시민사회는 진보 보수가 없었어요. 시민들을 위한 정책과 대안을 꾸준히 생산하는 역할만 했으면 됐는데 정쟁에 휘말렸죠.
Q. 시민사회는 진보 보수 나눌 필요 없이 시민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면 어느 진영이든 협력할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
진보 보수가 왜 시민사회에 필요하냐고요.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로 있지만, 언론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은 자극적인 이슈나 양쪽으로 갈라져 갈등이 일어나야 장사가 잘되거든요. 우리나라 언론은 촉수를 건드리는 것만 내보내야 대중의 공감을 얻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시민들이 의식이 많이 성장했잖아요. 요즘 시민단체가 잘 안 되는 이유도 시민들의 수준에 못 따라간 부분도 있다고 봐요. 그러니 언론에서 그렇게 난리를 쳐도 요즘 별 반응이 없잖아요. 대안이 있는 것들을 잘 다룰 수 있는 언론이 건강한 언론이거든요. 싸움에 휘말려 들어간 시민사회도 반성이 필요합니다.
Q. 정치권에서 제안이 많이 들어오실 것 같은데요?
제안은 많았죠. 동료 활동가 중에는 정치로 사회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기대로 옮기신 분들도 있고, 시민활동가도 생활인이라 생계를 위해 정치권으로 옮겨가신 분들도 있어요. 일부는 밖에서 답을 찾아 옮겼지만, 일부는 남아서 지켜야 시민사회의 역사가 이어져 간다고 한다고 생각해요. 선배로서 묵묵히 몇 사람은 이 길을 가야 하잖아요.
정치를 바꾸겠다는 명문으로 정치에 들어갔지만, 시민운동으로 바꾼 변화에도 미치지 않았다고 봐요. 시민사회운동도 정치의 다른 행위예요. 선출직이 아닐 뿐이지 생활 정치고 시민 정치입니다. 저는 밖에서 보고 연대하면서 대안을 찾아 나가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시민운동은 삶의 틀을 바꾸는 운동이거든요. 표시는 잘 안 나는지 몰라도 문화를 바꾸고 시민사회의 연대를 끈끈하게 만들어나가는 것은 정당에서 법을 바꿔서 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봅니다.
국회에서 법을 양산하는데 법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부분도 많아요. 사람들이 같이 살아가는데 법은 최소한의 데드라인이지 문화가 바뀌지는 않아요. 인류 역사상에도 법으로 세상을 변화시킨 적은 없어요. 공동체 문화가 형성되고 사회에서 기본적인 규정을 두자고 마지막에 생기는 게 법이거든요.
Q. 시민 활동을 의연하게 지속하려면 선생님과 같은 내공이 필요할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 내공은 필요 없다고 봅니다. 첫째도 연대, 둘째도 연대예요. 머리를 맞대고 연대할 수 있는 내공이 필요한 거예요. 추상적으로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오랫동안 함께하려고 하는 것들이 무너졌어요. 과거의 연대는 한방이 있는 정권 퇴진을 위한 연대였다면 후배들과 같이 가야 할 미래를 위한 연대는 새로운 연대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아이들의 교육문제부터 모든 분야가 개인주의에 빠져들면서 각자도생의 지옥 같은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고 생각해요. 나만 아는 아이들로 키워내면 앞으로의 사회가 어떻게 될까요? 새로운 전환의 시대에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서 힘을 합쳐보자 이런 이야기를 하면 여전히 정권퇴진운동 이야기가 나옵니다. 물론 그 분야도 연대해서 같이 활동하고 있지만, 시민사회 운동은 수백 년 길게 보고 가야 해요.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 아니라 그 과정 중에 있는 한 사람
Q. 지역과 시민사회에서 맡은 역할이 상당히 많으신데요. 체력 안배는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부르면 가니까 바쁠 수밖에 없고, 제가 거절을 할 줄 알아야 하는데 거절을 못 해요. 일부 지인들은 체력적으로 가능하냐고 물어요. 가능하니까 하지 않겠어요. 어느 영화에서 그랬어요. ‘너는 이기려고만 싸우냐?’ 꼭 이겨야 하는 싸움이나 결과가 꼭 나와야 하는 일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힘들고 네가 하는 일이 가능하냐고 묻지만, 시민 사회활동을 하면서 꼭 뭔가가 바뀌거나 세상을 밝게 만들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그냥 그 과정 중에 있는 사람으로서 그 역할을 수행하는 거지! 나 하나가 뭘 바꿔요? 그냥 여러 사람이 모여서 세상이 좀 더 살 만하게 문화를 바꿀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불의를 못 참는 성격이어서 여기저기 부르면 가지만, 부정직하고 불의에 대해서 화를 내는 건 사람이니까 당연하지 않을까요! 워낙 맡은 역할이 많아서 무슨 욕심이 있는 거냐? 는 말도 들어요. 역할이 주어 졌기 때문에 하는 거지 모두가 회피하면 일을 할 사람이 없잖아요.
Q. 내가 이 맛에 시민 활동하지! 라고 생각할 만큼 뿌듯한 경험이 있으셨다면?
2008년 경기도 교육감으로 김상곤 교육감이 처음 보궐선거로 나왔을 때 선거를 도왔어요. 아무도 이길 거라고 보지 않는 선거였어요. 선거 현수막 걸대가 없어서 지역에 있는 YMCA에 걸었어요. 그런데 이겼어요. 선거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는 순간이었죠. 짜릿했어요.
교육운동에 들어갔고 경기도 교육청과 거버넌스를 많이 했죠. 그때 경기 학생인권 조례도 최초로 만들었어요. 김상곤 교육감 혼자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함께 활동했던 사람들이 들어가서 만들어 낸 성과였죠. 아이들의 교육이 바뀌지 않으면 그들이 사회의 지도자가 됐을 때 더 큰 문제가 될 거라는 생각에 교육을 바꾸는데 집중하는 시기였어요. 그때 경기교육희망 네트워크도 만들었고, 아직도 대표예요.
Q. 지금의 사회문제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서 눈덩이가 커질 대로 커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젊은 친구들이 빚을 내서 좋은 차를 타고, 부모들은 빚을 내서라도 좋은 학원에 보내야 하는 것이 뒤틀려버린 교육만의 문제는 아니고 복합적이죠. 복합적 문제를 사회 구조상에서 어떻게 바꿔내느냐가 문제인데. 시민사회의 건강성보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이 잘못될까 봐 시장에만 오로지 예산을 투입해서 시장만 활성화한 결과라고 봅니다.
사회의 한 축으로서 시민사회가 형평성과 균형감각을 가질 수 있다면 복합적으로 연결된 문제에 실마리를 풀 수 있지 않을까요?
아이를 낳고 키우는데 들어가는 평균 비용이 있는데, 그 정도의 급여도 받지 못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교육 불평등이 지속되고 경쟁이 가중된다면 전쟁보다는 갈등으로 나라가 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Q. 마지막으로 시민 활동 분야에 관심 있는 젊은 친구들에게 선배로서 한 말씀 해주신다면?
우리가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역할이면 충분합니다.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젊은 실무자들 앉혀놓고 이야기를 하는 순간 꼰대가 되어버리고 거부감부터 들어요. 그게 잘못된 방향이라고 할지라도 자연스럽게 바뀌게 해야지 바꾸라고 하는 순간 소통에 틈이 생겨버려요.
선배로서 듣고 공감해주고 후배들이 서서히 주변 환경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줘야 사람이 바뀌는 게 아닌가요?
지금 내 이야기에 조금이라도 공감하신다면 그때 문화가 바뀌는 거예요. 한사람 또 한 사람 바뀌면 그만큼 세상이 바뀐 거니까요. 시간이 오래 걸려요. 세상은 확 바뀌지 않아요.
선배 활동가 송성영은 언제나 시민사회는 힘들었다고 말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며 세상이 변화하는 과정에 있는 사람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과정에서 만들어내는 건강한 시민사회문화와 연대의 문화가 더욱 절실하고 필요해지는 시기다. 그에게 지속 가능한 건강과 새로운 연대를 함께 고민하는 동료들이 많이 지길 바라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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