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공익활동가주간]텃밭과 도서관을 가지고 있다면,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다 가진 겁니다. - 광주전남귀농운동본부 신수오

변화를만드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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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광주전남귀농운동본부 대표를 맡고 있는 신수오입니다. 2019년 우리 단체의 전환이 필요하던 때 새로운 대표가 필요해 대표를 맡은 게 어느새 오 년 차네요. 원래 학원을 운영하다, 인생 2막을 시민단체 활동가로 살고 싶어서 활동가로서 광주전남귀농운동본부 일을 하고 있습니다. 곁들어서 광주광역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지속가능한먹거리전환위원회 위원장과 광주광역시 도시농업위원회 위원장, 토종씨드림 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토종학교에서 만난 신수오 대표 사진 Ⓒ권혁민


Q. <광주전남귀농운동본부>는 언제부터 어떻게 활동하게 된 건가요?

1998년 IMF가 오고 그때 실직자들이 많이 생겼잖아요. 그러니까 그때 농으로 돌아가서 새로운 삶과 농촌을 일구자, 그런 운동이 생겼어요. 그때 광주에서는 가톨릭농민회에서 '생태귀농학교'라는 걸 열어요. 그게 98년부터 10기까지 한 십여 년 유지가 됐어요. 그러다 귀농한 분들과 도시의 동문들이 비영리 민간단체로 <광주전남 귀농학교>를 만들었어요. 그게 2008년입니다. 그 후로 2018년까지 '생태귀농학교'에서 1,800여명 정도가 교육을 받았어요. 그 중 300여명 정도는 실제로 귀농을 해서 농부가 되었고요. 

2018년부터 정부에서 지역 인구 소멸 등의 이유로 귀농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기 시작하는데요, 그전에는 교육 이수 후에 수료증으로 인증을 받던 귀농교육이 일종의 공모사업으로 바뀌게 됐어요. 정부에서 지원을 하면 약간의 지원도 있지만 또 국가에서 요구하는 프로그램이 강제되잖아요. 광주전남귀농운동본부는 정부에서 요구하는 방향과 추구하는 게 조금 달랐어요.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삶의 뿌리를 찾아서 농부가 되려고 하는 사람들, 생태 가치와 소농의 자립하는 삶'이거든요. 그래서 거의 이십여 년 동안 했던 귀농 교육을 2018년 이후 중단했어요. 이후에 여러 가지 모색을 통해서 우리 단체의 미션을 새롭게 정립하고 2020년부터 ‘광주토종학교’를 다시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올해로 5년차, 5기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Q. 지금 하시는 일에 대해서 조금 더 소개해 주세요.

광주전남귀농운동본부에서는 몇 가지 사업을 주로 하고 있어요. 먼저 말씀드린 '토종학교'가 지금 5기째 운영되고 있고요. 토종 씨앗으로 함께 농사를 짓고, 작물을 기르며 작물을 배우며 자연과 소통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지혜를 몸으로 터득하는 과정을 밟아요. '씨앗에서 밥상까지'가 토종학교 모토인데요, 여기 학교에서는 함께 농사짓고, 작물을 배우고, 재배한 작물로 밥상을 차려서 나눠 먹어요. 그렇게 생태 자립적인 삶을 추구하는 방법을 함께 모색하는 거지요. 



농장에서 감자를 수확하는 토종학교 5기 Ⓒ권혁민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농사를 주제로 월례 강좌를 열어요. '농(農)인문학 강좌'라는 이름으로 진행하는데, 자급 농업, 교육 농, 건강한 삶, 지구 농부 등의 주제로 지속 가능한 농사와 미래를 고민하는 자리예요. 두 번은 인문학 강의로 진행하고 세 번째는 '소농의 밥상'이라는 이름으로 귀농한 농부들을 초대해요. 그리고 그분들이 직접 농사지은 걸 가져오시라 해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셰프나 회원들 중에서 요리를 좋아하는 분이 요리를 해요. 그걸 나눠 먹고 농부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가져요. 아무래도 먹는 행사이다 보니, 참가자들의 인기가 뜨겁습니다. 


소농이 직접 키운 농산물로 만든 음식을 나누는 소농의 밥상 Ⓒ권혁민


그리고 소농으로 키워낸 농작물을 수확해 자기가 먹기도 하지만, 남는 건 팔아서 다음 농사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하잖아요? 그러기 위해 '보자기장'과 '지구농장터'를 열어요. '보자기장'은 도시농부와 소농, 청소년들이 고추, 배추, 감자 등 열심히 가꾼 작물과 그 작물로 차려낸 건강한 음식들을 선보이는 장이에요. 지자체에서 펼치는 장이 아니라 규모가 그리 크진 않지만, 지금은 꽤 알려져서 이 지역뿐만 아니라 전남의 소농이 찾아와 알차게 열리고 있어요. 

'지구농장터'는 농부와 도시민들을 연결하는 '농부와 친구되기'를 진행해, 삶의 뿌리를 찾아 농부가 되려는 사람들의 '비빌언덕'을 만들고 있어요. 씨앗과 공동체, 공유지를 기반으로 새로운 경제공동체(공유지경제)를 꾸려가는 소농들이 모이는 곳이에요. 

'보자기장'은 앞마당에서, ‘지구농장터’는 ‘광주극장’ 뒷마당과 골목에서 펼치고 있습니다. 장터에 오시면 농부에게 필요한 것, 이를테면 씨앗 같은 걸 서로 나눠요. 또 많은 시민이 참여하고 있는데, 농작물이나 관련 상품을 구입하려 복작거리고 있지요. 성황리에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어요. 

소농들이 토종 씨앗으로 농사를 지으면 사실 수확물이 그리 많지 않거든요. 그만큼 싸게 팔수도 없어요. 그래서 이런 장터에서 소중한 지원과 응원을 받아 소농들이 다음 농사를 이어갈 수 있는 힘을 얻는 거예요. 소농들이 교류하는 곳인 '보자기장'과 '지구농장터'가 중요한 이유예요. 

'토종씨드림'과 연대하는 토종씨앗 증식 및 보급하는 일도 함께 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사단법인<토종 씨 드림>에서 수집한 우리나라 토종 감자 품종이 대략 90여 종 정도가 있어요. 토종학교에서는 토종 씨앗을 <토종씨드림>에서 받아서 농사를 지어요. 그렇게 수확한 거에서 일부는 씨앗으로 <토종씨드림>에 돌려주고, 일부는 지역의 소농, 도시농부들과 학교 텃밭에 나누고, 그리고 남는 건 토종학교의 식구들과 나눠요.


생태 가치를 지키며 소농의 자립하는 삶으로의 여정을 이어나가는 사람

  

Q. 토종씨앗을 지키려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토종 씨앗이 우리 주변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요즘 일반적인 농사를 짓는 분들은 농산물 씨앗을 대부분 기업이 파는 걸 사서 심어요. 그런데 씨앗을 파는 기업이 씨앗만 팔지 않아요. 그 품종에 맞는 농약을 따로 팔아요. 그 농약을 사서 뿌려야 합니다. 또 맞는 비료를 사서 사용해주어야 하고요, 그 품종에서 잘 발생하는 병충해가 생기면 그에 맞는 약을 또 놓아주어야 합니다. 모두 같은 회사에서 제작해서 팔고 있어요. 몇몇 기업이 씨앗을 장악하며 그에 따른 부차적인 것들까지 장악하며, 우리 먹거리 주권을 완전히 가져가 버린 것이죠.

이를테면 저쪽에 심어진 상추는 강화도에서 온 ‘개새빠닥 상추’에요. 적상추 종류인데 저 이파리가 저렇게 붉으니까 그런 이름이 붙은 것 같아요. 토종 씨앗은 단지 그냥 씨앗으로만 의미 있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지역의 언어가 있고, 문화가 있어요.

또 생각해 보면, 저 씨앗을 품고 살았던 지역의 사람들은 저 품종이 자기 입맛과 건강에 맞았던 거라고 볼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씨앗에는 그 지역의 전통과 역사도 함께 내포하고 있는 거예요.

유엔에서는 토종 씨앗을 지키는 것을 전통 지식, 토착 지식으로 넓게 접근하며 문화유산이라고 정의하고 있어요. 



농장에서 수확한 여러 지역의 감자 사진 Ⓒ권혁민


Q. 토종학교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토종학교는 한 기수당 15명씩 모집해 운영을 합니다. 현재 운영하는 땅의 크기나 여러 가지 여건 상 그정도가 적당해요. 헌데 최근 토종학교의 특징이 있다면 예전에 운영했던 생태귀농학교는 주로 50대 남자들이 대부분이었어요. 왜냐하면 은퇴를 앞두고 귀농, 귀촌을 하려는 분들이 많이 왔었거든요. 근데 토종학교에는 40대 여성이 중심이에요. 20대도 여러 명이고 60대 여성도 있어요. 남자는 2명뿐이에요. 귀농, 귀촌에 남성들이 관심이 많았다면 생태적인 농사, 기후위기 시대에 자기의 씨앗으로 자립하는 삶에 대해 관심이 많은 건 여성분들인 듯합니다. 

 

Q. 최근 이슈가 있다면?

지난해까지는 이곳(광주광역시 장등동 ‘짱돌아재농장’)이 아니라 풍암동 호미농장을 토종학교 실습장으로 사용했었어요. 기사를 검색해보시면 아시겠지만, 중앙공원 공원일몰제로 아파트 개발과 공원 조성으로 그 땅이 사라졌어요. 문중 땅을 빌려 사용했었는데, 결국 정리가 되고 만 것이죠. 이제 정말 도시에서 농사짓는 게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어요.

  

Q. 특별히 감사한 사람이 있다면?

글쎄요. 일단 전 대표였던 이종국 형에게 미안하고 감사하죠, 직전 대표로서 늘 현장에서 함께 하고 지지해 주시죠. 그리고 호미농장 시절부터 토종학교를 운영하는데 도움을 주셨던 종국 형과 준석 아우가 떠오르네요. 그리고 토종학교 1기부터 4기 수료하셨던 동문들. 이분들이 지금 운영위원으로 활동을 하시는데, 홍연희 선생님을 비롯한 이런 분들이 힘이 되어 주셔서 제가 열심히 즐겁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 조직은 제가 대표이면서 1인 활동가인 시스템이거든요. 그런데 굉장히 많은 일을 하고 있어요. 토종학교만 놓고 본다면, 1년에 36회 토종학교가 운영되는데, 이걸 혼자서는 운영하기는 어렵잖아요. 누군가 옆에서 거들어 줄 스텝이 필요하고, 품이 많이 팔리는데, 그런 역할들을 우리 운영위원과 토종학교 동문들 270분의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해주고 있어요.


Q. 앞으로 계획하시는 게 있으시다면?

농사를 노동 '선(禪)'이라고 그러는데, 농사는 노동이고, 노동으로 '선(禪)' 활동을 하기에 굉장히 좋아요. 고독하게 반복 활동을 하며 명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거든요. 대표를 맡기 전에는 그렇게 농사에 집중한 적이 있었어요. 언젠가 온전히 농부가 되어 '나'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어요.


Q. 기대하거나 바라는 게 있으시다면?

현재 대표이며 조직의 유일한 활동가로 활동하고 있어요. 운영위원들과 회원들의 도움으로 홍길동이 되어 운영하고 있는데요, 사실 저도 농사에 더 집중하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사무 공간이나 활동비나 여러 가지 상황에서 지금 상황이 그리 좋지 않아서 쉽진 않겠지만, 젊은 활동가와 바톤 터치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시민사회와의 연계 등 조직이 나름 활성화되어가고 있는데,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업을 체계화하여 젊은 활동가가 올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우리는 날마다 뭘 먹어요. 매일 같이 누군가 농사지은 것을 먹으며 살고 있어요. 그런데 정작 내가 먹는 밥상에 나의 기여는 얼마나 될까요? 최소한 상추나 김치 재료는 내 손으로 기를 수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대체로 그냥 돈을 주고 사서 먹지요. 국내산이 아닌 것도 많지요. 식탁 위의 음식 재료가 다국적이에요. 먹거리와 나와의 관계에 대해서 고민해 봤으면 좋겠어요. 먹거리는 정치적이에요. 매일 내가 마트에서 무언가를 구매하는 행위는 지극히 정치적인 행위에요. 대형마트에서 대량 수입된 농산물을 사 먹을 수도 있고, 로컬푸드 매장에서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사 먹을 수도 있어요. 소농들의 농산물을 먹을지, 대기업의 유통물을 먹을지를 선택하는 것은 그래서 정치적이에요. 

농사는 혼자 지을 수 없어요. 예전부터 두레, 품앗이가 있었던 이유가 그것이에요. 도시는 너무 관계가 단절되어 있어요. 그런데 농사를 지으면 다시 공동체가 회복될 수 있어요. 내가 풀을 매면, 누군가는 물을 주고, 누군가는 요리를 할 수도 있어요.

우리는 기후 시민이고 먹거리 시민이잖아요. 기후 위기 시대에 지구를 좀 덜 오염시키는 방식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어요. 기후 위기와 지속 가능한 변화를 염두에 두자는 말이지요. 예전에는 '농(촌)으로 돌아간다'라는 뜻에서 ‘귀농(歸農)’이라 불렀는데, 이제는 '농사를 귀하게 여긴다'는 뜻에서 ‘귀농(貴農)’이에요. 그래서 토종 씨앗이 중요해요. 화학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고 자연 방식의 농사를 지을 수 있어요. 트랙터 쓰고 기름을 소비하며 대규모 농사, 한 가지 품종이 전체를 장악하는 농사를 짓는 게 아니라, 조금 힘이 들더라도 다양한 밭에 다양한 작물이 자라고 다양성이 있는, 그런 농사도 가능하다는 걸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요. 

토종학교를 이수한 모든 분이 계속 농사를 지을 수는 없을 거예요. 하지만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이 농을 매개로 모여 여러 가지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다 보면, 세상을 좀 더 건강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농장에서 수확한 농산물로 점심을 나누는 모습 Ⓒ권혁민



농사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에서 시작된 대표님의 이런 활동이 참 의미 있다고 여겨집니다. 사라지는 씨앗과 생명을 돌보고 살린다는 것의 의미, 힘쓰며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에서 대해 나눈 이야기도 깊이 와닿았습니다. 농사라는 게 사실은 문화이기도 하고, 예술이기도 하고, 우리의 삶을 다르게 고민하고 사유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인문학적 접근이기도 하다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선생님께서 하시는 활동이 참 다양한 면에서 귀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인터뷰에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광주전남귀농운동본부의 변화를 만드는 활동에 계속 관심 가지며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광주 #신수오 #귀농 #농사


묻고 정리한 사람 :  미명
세상의 크고 작은 목소리를 담아내, 별자리를 만들어 봅니다.         

2024공익활동가주간을 맞아 다양한 지역과 분야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활동가들을 만나 이들의 일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하는 활동가인터뷰 공모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뷰 공모에는 여러 지역의 활동가들이 참여해주셨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공익활동가사회적협동조합 동행>, <한국시민사회지원조직네트워크>, <지리산이음>이 공동주최하고, <아름다운재단>이 지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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