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공익활동가주간]장애라는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닌 익숙하지 않은 것이니까요 - 사회적협동조합 해시담 윤해아

변화를만드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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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은 이른 아침, 대학가에 위치한 어느 카페에서 노트북을 옆구리에 낀 대학생의 모습을 한 당당한 걸음걸이의 윤해아 이사를 만났다.


해시담 윤해아 이사 ⓒOVITAL Studio 안현준


Q. 저희는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같이 해서 서로 알고 있지만, 그래도 명색이 인터뷰이니 가볍게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해 봅시다.

저희 해시담은 '해보는 시간을 담다'라는 뜻의 줄임말입니다. 많은 분이 ‘하늘에 떠 있는 해를 본다’고 생각하시지만, 사회적 약자이자 소외계층으로 인식되는 장애인들이 사회에 나와 무언가를 시도해 볼 수 있는 공동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이름을 지었습니다.

저는 사회적협동조합 해시담에서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의 담당자이자 청년 장애인 당사자이기도 한 이사 윤해아라고 합니다.


Q. 장애인의 자립을 도모하거나 인권을 위해 활동을 하는 활동단체는 꽤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해시담의 차별성은 무엇이 있을까요?

저희 해시담은 장애인이 사회에 적응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인식 개선 교육, 고용을 위한 일자리 창출 사업과 자활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스스로가 차별점이 있다는 인식을 두고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지는 않지만, 저희와 함께하는 장애인 당사자들은 단순히 복지 수혜자의 역할이 아니라 스스로가 자신의 활동을 주도적으로 결정하고 참여한다는 특징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당사자들이 좀 더 주체성을 가지고 삶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도록 돕고 또 함께 사회에 참여하는 부분이 저희만의 차별성이 아닐지 생각해요.



ⓒ해시담


특히, 저희가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이 교육사업인데요.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서는 장애를 연민과 동정의 대상이 아닌, 상황과 현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어요. 

물론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고 해서 내가 아닌 다른 장애인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거든요. 또 자신의 장애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분들도 많고요. 그렇기에 인식 교육은 너무나 중요한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러한 교육을 통해 다양한 청년 장애인들이 함께 어울리며 자신감과 자립심을 만들고, 사회 구성원으로 함께 활동할 방법에 중점을 둔다는 것도 차별점이 아닐까 합니다.



KF 한일소프로젝트 ‘한일 배리어프리 투어’ ⓒOVITAL Studio 안현준


Q. 지금은 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법인으로 등록된 단체이지만, 처음부터 인증을 받은 법인은 아니셨을 거 같아요. 해시담의 첫걸음이 궁금합니다.

저희 해시담이 있기 전에는 '어쩌다청년'이라는 단체가 있었고, 그 이전에 '장애 대학생 사회탐구'라는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지금의 해시담 김현준 대표이사가 프로젝트 내에서 장애 대학생을 중심으로 직업 체험 프로그램을 담당했었어요. 당시 장애 대학생이었던 저는, 제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에 도움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참가 신청을 했었죠. 여름방학 3개월 정도 되는 기간 동안 바리스타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음료 제조부터 서빙까지 카페의 운영에 대해서 배웠어요. 

이후에 함께 과정에 참여한 친구들이 편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생겼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서 직접 운영할 수 있는 카페가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어요. 그 과정에서 '어쩌다 청년'이라는 공동체가 만들어졌습니다.

리젠 카페라는 공간이 생기면서 공동체 구성원들의 모임이 활발해졌고, 그것을 통해 리빙랩이나 사회혁신 프로그램의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지금의 '해시담'으로 자연스럽게 발전해 나갔다고 간단히 설명해 드릴게요.


ⓒ해시담


Q. 해시담의 활동을 보면 여러 팀이 각각의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함께하는 팀을 소개해 주세요. 추가로 함께하고 있는 분들은 얼마나 계시나요?

장애청년들 각각의 관심사가 다양하고, 그만큼 다양한 활동에 따라 해시담 안에는 '어쩌다청년', '구디로그', '구디로그 스튜디오'로 나누어 볼 수 있을거 같아요.

어쩌다청년은 청년 장애인 자조모임으로, 해시담의 기초가 되는 하나의 공동체로 볼 수 있고요. 구디로그의 경우 예술 활동에 관심이 있는 청년, 구디로그 스튜디오는 다양한 장애인이 겪는 사회문제 현실을 유튜브 콘텐츠로 제작하는 것에 관심이 있는 청년들이 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팀이 어쩌다청년(자조모임)의 하위 단위가 아닌 독립되어 운영되기 때문에 하나의 팀에서만 활동하기도 하지만, 두 개 이상의 소속을 두고 활동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해시담은 장애인 당사자, 보호자, 비장애인, 대학생, 복지관 같은 유관기관 관계자 및 각 분야 교원분들이 함께해주시고 있어요. 제가 상근활동가로 활동하고 있고, 프로젝트나 사업이 추진됨에 따라 사업을 담당하는 인력을 배정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OVITAL Studio 안현준


Q. 예술 활동에 중심을 두고 있는 구디로그에서 진행했던 크라우드 펀딩이 인상적이었는데요. 펀딩은 어떻게 준비하고 진행하셨을까요?

구디로그에서 추진한 크라우드펀딩과 프로젝트에는 제가 담당자가 아니었기에 참여자로서 이야기를 드릴 수밖에 없을 거 같아요.

구디로그란 이름은 주인공이라는 의미의 '구디'와 이야기라는 의미의 '로그'를 합쳐서 '주인공의 이야기'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요. 최종 후보였던 몇 가지 이름에서 좋은 부분만 담아보는 것을 제가 제안해서 선정되었어요.

말씀하신 펀딩은 당시 편마비로 인해서 오른손을 쓰지 못하는 친구가 있었어요. 한 손으로 머리를 묶는다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일인데, 왼손만으로 머리를 묶는 연습을 계속했고 그러한 스토리를 담아내어 머리끈을 만들었어요.

그 외에도 만약 자신이 가진 장애가 없다면 하고 싶은 일을 그림으로 그려내 달력을 제작하기도 했어요. 저는 12월을 담당했는데, 유명한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가 130cm의 키 제한이 있어서 겨울 특유의 찬 공기를 상쾌하게 맞으며 롤러코스터를 타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보았던 기억이 있네요.



ⓒ해시담


Q. 유형의 굿즈를 만든 구디로그와 또 다르게 무형의 콘텐츠를 만드는 구디로그 스튜디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콘텐츠 3가지를 소개해 주신다면?

적지 않은 영상을 만들면서, 영상에 담기지 않은 이야기가 정말 많아서 고르기가 어려운데요. 

첫 번째는 ‘이지콜 vs 삼겹살’ 편! 어떠한 협력이나 지원 없이 자체 아이디어로 진행한 첫 기획물이었어요. 저도 장애 청년 당사자이지만 이동권에 대해서는 큰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아요. 하지만 우리 공동체와 처음부터 함께한 영상의 주인공인 ‘체어맨’은 나름 오래 알고 지내서 휠체어를 이용하기 때문에 이동권에 제약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어려움이 크다는 것은 이 영상을 찍으면서 새롭게 알게 되었던 것 같아요.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기 위해 대기하면서 고기도 구워 먹고, 짜장면도 시켜 먹고, 탕수육까지 다 먹었는데도 택시가 오기를 대기해야 하는 현실, 콘텐츠를 준비하기 위해서 마트를 이용해야 하는데 진입조차 하지 못하는 현실을 눈앞으로 본 것이죠.

영상이 공개된 이후에 상당히 큰 관심을 받았어요. 정책적으로 접근하는 활동가분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주시기도 하고, 반대로 영상을 내리라는 연락도 상당히 많이 받았고요. 어떠한 형태로든 저희가 장애인의 현실을 알리는 콘텐츠를 스스로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확인한 것이죠.


ⓒ해시담



두 번째는 ‘세기의 대결’ 편.

멤버들이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며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내용인데, 체어맨이 시내버스를 이용하다가 버스 슬로프가 고장이 나버렸거든요. 우리 때문에 버스 운행이 멈춰버린 것일까? 촬영은 어떻게 해야 하지? 이동은 또 어떻게 해야 하지? 정말 머리가 하얘진다는 의미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어요.

한편으론, 버스의 승객분들이 슬로프 조작이 익숙하지 않은 기사님에게 조언을 하기도 하고, 휠체어가 탈 수 있도록 나와서 밀어주고 끌어주는 모습들을 보면서, 그래도 우리 지역이 살만하다는 것을 느끼기도 했어요.

현실은 슬로프가 고장 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렵지만, 그 부족한 환경에서도 도와주고 배려하며 함께해주는 이상적인 모습의 시민들을 보면서 느낀 복잡한 감정은 지금도 기억에 남네요.



KF 한일소프로젝트 ‘한일 배리어프리 투어’ ⓒOVITAL Studio 안현준


마지막은 해외로 진출했던 ‘체어맨 후쿠오카’ 편! 

한국에서 오랜 기간 활동을 하고, 공부를 반복하면서 일본의 배리어프리나 유니버셜 디자인에 대한 사례를 자주 마주할 수 있었어요.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는 궁금함도 컸지만, 앞서 콘텐츠를 만들면서 겪었던 부정적인 경험으로 해외에 나간다는 것은 상상도 못 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중, 2023년에 좋은 기회가 닿아 KF(국제교류재단)의 지원을 받아 일본 후쿠오카를 방문하고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직접 방문해 보니 대중교통에서의 불편함은 느끼지 못했고, 특히 휠체어와 함께 이층버스를 타고 시티투어를 할 수 있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못했거든요. 직접 눈으로 현장을 확인하기도 했고, 많은 것들을 배우고 경험한 것도 기억에 남았고, 첫 일본 여행이라는 것도 기억에 남지만, 시티투어에서 보여준 체어맨의 너무 밝은 그 표정이 마음에 남았던 편이었습니다.



전주 인권친화상점 프로젝트 ⓒOVITAL Studio 안현준


Q. 어려운 상황에도 영상을 만들어내고, 해외 진출까지 하는 진격의(?) 해시담이지만, 단체를 운영하면서 겪는 어려움도 있나요?

다양한 사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지속성인 것 같아요.

앞서서도 이야기가 있었지만, 저희가 하고자 하는 사업들이 대부분 정책사업이나 보조금, 지원 등을 통해서 한정된 기간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종료 시점이 오면 사업이 정리되는 것이죠.

우리 단체의 정체성과 고유성을 보여줄 수 있는 시기까지 꾸준하게 이어 나갈 수 있는 사업을 만드는 것이 가장 어려운 점이네요.

특히, 저희가 교육 이외에 장애 청년의 일자리를 만드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요. 단체의 운영을 위한 수익과 장애인의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사회적 가치, 고객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상품을 모두 갖춘 아이템을 발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운영해 온 카페 외에 다양한 영역을 살펴보면서 조금씩 준비해 나가고 있습니다.



KF ‘한일시민100인 미래대화’ ⓒOVITAL Studio 안현준


Q. 그렇다면 단체의 어려움이 아닌, 활동가 윤해아 개인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고민이 너무나 많은 데 (웃음)


Q. 고민이 많은 게 고민이다?

사실 저는 잘 모르겠어요. 제가 아닌 다른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 주변에서 들려오는 장애인 일자리의 현실을 보면 너무 처참하거든요.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벌금을 면하기 위해서 그저 형식적으로 장애인을 고용하는 곳도 있고, 반대로 역량이 부족해서 취업하지 못해 계속해서 취준생으로 남아있어야 하는 이들도 있죠.

다양한 사회적 요소가 얽힌 문제이긴 하지만,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정규직이 되기 어려워 계약직으로 이리저리 돌고 도는 상황으로 느껴지거든요. 제 정체성을 표현하고 제가 관심 있는 분야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고민이 가장 커요.


ⓒ해시담


Q. 이러한 어려움과 고민에도 불구하고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제가 이러한 활동을 이어 나갈 수 있는 동기는 주변 환경의 변화인 것 같아요. 어쩌다청년으로 활동하던 당시, ‘전주시 사회혁신한마당’이라는 행사에서 장애인식 개선을 위한 부스로 참여했어요. 장애가 있어도 활동가로서, 기획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당사자인 멤버들이 직접 설명하는 부스였죠.

저는 장애라는 것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 것’이라는 교육내용을 담당하였고, 많은 비장애인 참가자가 부스를 방문해서 저희의 활동이 지속되기를 응원해 주셨어요.

제게 있어서는 모르는 사람들, 특히 장애인의 현실에 관해서 관심이 없던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우리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공감 해주는 모습이 큰 에너지가 되었던 것 같아요. 그 에너지를 가지고 우리가 장애라는 사회적 정의를 바꾸고, 인식을 개선할 수 있도록 활동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해시담 홈페이지 : https://sunsee2020.wixsite.com/timeinsunny

해시담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_able_youth/

구디로그 스튜디오 : https://www.youtube.com/@user-is4nq3wo8p


#전주 #해시담 #안현준 


이야기를 기록한 사람 : 안현준
사진과 서브컬처를 기반으로 창작공간 OVITAL Studio에서 다양한 활동을 만들고 있습니다.

2024공익활동가주간을 맞아 다양한 지역과 분야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활동가들을 만나 이들의 일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하는 활동가인터뷰 공모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뷰 공모에는 여러 지역의 활동가들이 참여해주셨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공익활동가사회적협동조합 동행>, <한국시민사회지원조직네트워크>, <지리산이음>이 공동주최하고, <아름다운재단>이 지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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