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공익활동가주간]거울 속의 나에게 다짐합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말하고 행동 하겠다고. - 참교육학부모회(광주) 지부장 김경희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장 김경희 Ⓒ김경희 제공


Q. 쉽지 않은 일이란 생각이 드는데, 참교육학부모회의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88년에 고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89년 2학년 때 전교조가 창립되었는데요, 담임 선생님이 해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함께한 시간은 2개월 정도였지만 이미 담임 선생님과 정이 든 무렵이었고, 담임 선생님에게 계속 가르침을 받고 싶었고, 선생님의 해고가 부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교육에 문제가 있구나, 부조리하구나 느꼈던 거였죠. 친구들과 함께 선생님의 복직을 요구하며 중간고사를 거부했고, 대자보도 붙였고, 구호도 외쳤습니다. 그렇게 학교와 교육청에 담임 선생님을 돌려 달라 항의했던 게 교육운동의 처음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2학년이 다 지나도록, 친구들과 노력했지만 결국 담임 선생님은 복직되지 못했어요. 3학년이 될 때는 친구들이나 저나 지쳐서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부조리한 세상이 견고해서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어린 나이에 깨달으며, 무력감과 열패감에 빠져들었죠. 

실패를 맛 본 이후, 두 아이를 낳아 기르게 될 때까지 세상은 각자도생하는 거라는 생각으로 살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우연히 친구의 소개로 옆 단지에 살고 있던 광주참교육학부모회 당시 지부장을 만나게 되었어요. 고맙게도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 운영위원회 위원으로 함께 활동을 하자고 제안을 해주셨어요. 내 아이의 일이라는 생각에 결국 승낙을 하고 말았지요. 

그렇게 운영위원 활동을 하며 참교육학부모회 회원으로 활동을 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그렇게 열심히 활동을 하지는 않았어요. 지난날의 낭패감이랄까, 고등학교 때의 경험으로 ‘세상은 좀저럼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여전히 생각하던 때였었죠. 

그런데, 그 일이 터진 거예요. 온 국민이 모두 놀라고 슬퍼하고 분개할 수밖에 없었던 그 사건. 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말이에요. 저는 너무 화가 났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 당장에 바뀌지 않더라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옳지 않은 일에 할 말은 하고, 저항도 하고, 행동도 하면서 살아야겠다고 결심했었던 때가 그때였던 것 같아요. 



세월호 주간 연대 시위 모습 Ⓒ김경희 제공


Q. 뉴스를 보면 여러 난제들과 부딪히고 있는 것 같은데, 참교육학부모회에 대한 소개와 함께 최근에 고민하는 것들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우리 아이들에게 입시 경쟁 교육이 아닌 아이들이 저마다의 소질과 개성을 살려 올곧게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자는 게 우리의 모토예요. 입시경쟁 교육 안에서 정말 수많은 복잡한 이해관계가 펼쳐져요. 같은 학부모끼리도 요구와 기대가 달라 충동하는 일도 다반사죠. 

가령 참교육학부모회에서 학생들의 학습 선택권과 학습 다양성을 위해 ‘강제 야간 자율학습’에 대해 반대를 외치면,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하면 책임질 것이냐, 공부해서 실력을 쌓아야 하는데 왜 반대를 하느냐”며 또 반대를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학생들을 더 강제하고 더 위압하더라도 공부를 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는 시대가 흘러도 여전해요. 그게 학생 스스로의 주체성과 자율성, 나아가 인격까지 무시하는 것임을 모르면서(혹은 알면서도) 그러시는 거죠. 학부모들이 하나의 목소리를 갖는다는 건 불가능하겠죠. 하지만 어떤 문제에 대해 학생이 중심인지, 부모가 중심인지 살펴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촌지관행 금지’나 ‘불법찬조금 근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일 때에도 마찬가지에요. “돈 없으면 빠져라, 선생님 식사도 따로 챙기지도 못 하냐, 선물하는 게 당연하다.”는 식으로 공격을 당하기도 해요.

학교나 교육청에서는 학부모는 비전문가이니 선을 넘지 말라는 식으로 교육 정책과 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아예 없거나, 제한되어 있는 게 많아요. 함께 고민하면 더 나아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말이죠.   


Q. 지부장님이 현재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참교육학부모회에 학부모헌장에는 이런 말이 있어요. 

“우리 아이들에게 잃어버린 꿈과 웃음을 되찾아 주고 살아갈 힘과 용기를 주기 위해, 개성과 창의성,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슬기로운 부모가 되어야 한다. 학교를 즐거운 배움의 장으로 만들 수 있도록 진정한 교육개혁을 요구하고, 참여하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저는 당장이 아니더라도, 모든 사람들이 인간답게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꿈꿔요. 그러기 위해서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가능한 선하게 살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저는 지금 ‘학생 인권 보호와 교육 개혁’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공정한 교육 환경 조성’을 위해 앞으로 계속 활동을 이어가려 합니다.



교육청 시위 모습 Ⓒ김경희 제공


Q. 최근 가장 고민하고 있는 화두가 있으신가요? 

‘학부모 학교참여 활성화 방안’에 대해 많이 생각해요. 그동안에 올바른 학교 참여를 위한 학부모 교육과 학부모회, 학교운영위원회 제도 개선 활동 등을 통해 학부모들의 학교 참여 활동이 꽤 활발했졌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3년을 겪으면서 학교의 출입이 통제되고, 그 속에서 모든 일이 알아서 진행되다보니, 이제는 학부모들이 굳이 학교의 정책과 방향과 활동에 참여할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이런 상황이다 보니, 우리 단체나 학부모가 할 수 있는 교육 참여 활동에 대한 관심이 저조해 진 것 같아 안타까워요. 

그리고 또 한 가지가 있어요. 최근 민주인권도시라 자위하는 광주에서 일부 보수 기독교 단체들이 주도해 ‘학생인권조례 폐지’ 주민조례발의가 청구되었고, 광주시의회에서 이게 수리되고 발의되기까지 하는 황당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어요.  

조례 폐지안은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과 배치되는 위법사항으로 주민조례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각하되어야 합니다. 또한, 헌법, 국제인권조약에 따른 교육 기본권과 그 정신을 훼손하는 명백한 위법이기도 해요. 하지만 타지역의 사례들을 보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지금 학생인권 조례가 발의된지 12년째인데, 이를 무시한 학칙들이 여전한 게 문제입니다. 광주광역시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의 공정한 교육과정 참여, 신체적 심리적 안전보장, 차별받지 않을 권리,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지킴으로 학생들의 권리와 안전을 보장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또한 학생들이 교육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권리로 학교규칙의 합리적인 조종요구권 등도 담겨 있고요.

정리하자면,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의 권리와 안전을 보장하고, 학생들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만약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된다면, 당장에 학생인권침해 구제기구도 없어지고 말거예요.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각하 시위 Ⓒ김경희 제공


Q. 최근 가장 보람을 느꼈던 활동은 어떤 일인가요?

학교폭력 사안으로 힘들어 하는 학부모와 상담을 했어요. 이야기를 나누며 지금의 학교, 교육 현장이 아이들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학부모들이 참여하면 바꿀 수 있을 거라는 희망과 믿음을 같이 나눈 일입니다. 이 분은 우리단체 신입회원이 되셨어요.(웃음) 작은 힘이라도 함께 하겠다는 말씀도 주셨는데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Q. 현재 같이 일하고 있는 또는 믿고 신뢰하고 의지하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일까요?  

제가 우리 단체의 전국 수석부회장직을 맡고 있어요. 참교육학부모회의 50개의 지부지회 활동가들이 제 든든한 배경입니다. 각자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모습들이 제게 많은 동기 부여를 주고, 격려가 되기도 해요.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참 많지만 특별히 한 명을 지명하자면, 저와 같이 광주참교육학부모회 활동을 하고 있는 이경숙 사무국장입니다. 마을 안에서 선한 마음으로 공동체를 위해 애쓰는 마을 동생이었다가, 작은 힘이라도 돕겠다며 함께 활동해 주는 마음이 고마워요. 단체 활동이다 보니 회원들과 소통이 중요한데, 매사에 일처리가 꼼꼼해서 든든하기도 하고요. 정말로 회원들과의 친화력이 대단한 활동가입니다. 또 제가 힘들 때마다 잘 챙겨주고 위로해주기도 해서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습니다. 그밖에도 많지만, 일일이 거론하자면 길어지니….(웃음)지치지 않고 이 길을 걸을 수 있는 게 주변에 힘을 주는 분들이 계속 있어서인 것 같아요. 응원을 받는 받는 힘내서 앞으로도 열심히 해야죠.


Q. 앞으로 꿈꾸는 교육은 어떤 건가요?

아주 오래전에 TV에서 영국의 ‘써머힐 스쿨’을 본 적이 있어요. 써머힐 학교는 세상에서 가장 자유롭고 행복한 학교를 지향한다고 하더라고요. 남녀공학인 학교 수영장에서 여학생이 아무렇지도 않게 옷을 전부 벗고 수영장에 다이빙하는 장면이 아직도 충격으로 남아있어요. 물론 한국 방송에선 모자이크 처리되어 보여주었죠. 그런데 한편으론 그런 자유로움이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제가 꿈꾸는 몇 가지 교육 방향은 이렇습니다. 첫 번째로 자유로운 교육이어야 한다. 모든 수업은 학생 자신이 듣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해요. 그리고 두 번째로 학교가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거예요. 학교의 운영은 학생들과 교직원이 함께 참여하는 학교 회의를 통해 결정하는데, 모든 구성원은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합니다. 세 번째로 학교는 자율성이 중시되어야 해요. 학생들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습니다. 이는 '방종이 아닌 자유’라는 원칙에 기반해야 하고요. 

무엇보다 입시 위주 교육이 학생들에게 자유로운 교육 여건을 만들어 주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더 나은 교육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늘 그런 변화를 꿈꿔 봅니다.  


Q. 이후 활동에 대한 각오가 있다면?

우리 회의 목적에 맞게 학부모와 학생의 권리 의무 증진을 위한 상담과 활동지원에 주력하려 합니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배움터에 학부모가 방관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관심 갖고 할 게 많아요. 

학부모회 활동은 제대로 운영되는지?, 학교운영위원회 활동은 제대로 운영되는지? 우리 아이들이 아침에 일어나 기분 좋게 학교에 갈 수 있는 교육환경이 되는지? 우리 아이들의 정규 수업과정 외에 왜 학원수업을 또 받아야 하는지? 우리 아이들의 건강권이 잘 지켜지는지? 우리 아이들이 왜 놀면 안 되는지? 우리 아이들이 민주시민으로 자랄 수 있는 교육을 받고 있는지? 우리 아이들이 제대로 된 성인지 교육을 받고 있는지? 교육수준은 최고인데, 학교폭력은 왜 줄여들지 않는 것인지? 교육예산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등등….

결국, 다시 사람이 희망입니다. 더불어 사는 세상의 교육을 위해, 학부모들이 바로 서서 이 나라의 교육을 똑바로 세울 수 있도록 나부터 노력해야겠구나, 다짐해 봅니다.

    

Q.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모두는 학부모입니다. 현재 학부모이거나, 앞으로 학부모가 될 예정이거나, 또는 이전에 학부모(였으나 이제는 ‘학부모가 될’ 또는 ‘학부모인’ 자녀를 둔 사람이)겠지요. 학부모는 악성 민원인이 아니에요. 

우리는 교육공공성과 학생중심의 교육활동들을 중심에 놓고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미래 사회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까를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만드는 동반자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원하는 것은 아이들이 배우고 익히는 것에 즐거울 수 있는 거예요. 늦게까지 학원에 다니는 과도한 학습이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 있는 아이로 자라길 바라고요. 우리 학부모들이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활동한다면, 분명 더 나은 변화가 찾아올 거라고, 더 나은 교육 환경을 만들어지고 개혁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함께 나아갑시다!



묻고 정리한 사람 : 미명
세상의 크고 작은 목소리를 담아내, 별자리를 만들어 봅니다.       


2024공익활동가주간을 맞아 다양한 지역과 분야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활동가들을 만나 이들의 일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하는 활동가인터뷰 공모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뷰 공모에는 여러 지역의 활동가들이 참여해주셨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공익활동가사회적협동조합 동행>, <한국시민사회지원조직네트워크>, <지리산이음>이 공동주최하고, <아름다운재단>이 지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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