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의 회복력을 믿고 전달하는 사람
불교환경연대 김희선 활동가
김희선 활동가는 삶을 힘껏 산다. 크고 중요한 문제 외에도 카카오톡에 남기는 메시지, 사람들이 모인 작은 자리, 같이 길을 걷고 있는 어떤 순간에서도 말과 행동에 최선을 다한다. 아마 그녀에게 무언가를 함께 하자고 제안한다면 이런 대답을 들을 확률이 높다. “함께하게 된다면 무엇이든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많이 공부하겠습니다!”
그녀와 처음 만난 건 몇 해 전 청년 공간의 지원사업을 통해서였다. 김희선 활동가는 식물을 주제로 자신의 팀과 함께 전시를 진행했다. 재개발 구역 등 도시 곳곳에 자라난 식물을 안전하게 옮겨 심고, 분양하는 전시였다. 나도 화분 하나를 받았다. 한국의 길가나 들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망초였다. 잘 키우지 못해 종내 말라 죽어버렸지만, 김희선 활동가가 식물을 캐고 운반하여 전하기 위해 노력한 것, 애써서 건넨 마음을 오래 간직했다. 처음 만날 때 다른 일을 하고 있던 김희선 활동가는 시간이 흘러 불교환경연대의 활동가가 되었다. 우리는 그 사이에도 종종 만났지만, 그녀가 왜 그 일을 택했고, 정확히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는 몰랐다. 활동가 인터뷰를 통해 그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나의 인터뷰 요청에 김희선 활동가는 많이 망설였다. 자신보다 훌륭한 일을 하는 활동가가 많다는 이유에서였고, 다른 활동가를 소개해 주려고 하기도 했다. 하게 된다면 있는 힘껏 임하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이라 생각했다. 나는 이제 막 활동가의 시작 단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현재의 고민을 꺼내는 것만으로 누군가에게 의미가 있을 거라 설득했다. 김희선 활동가가 마음을 바꿔 인터뷰에 응한 것은 자신이 전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는 믿음을 스스로 찾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연이 준 회복을 씨앗 삼아
김희선 활동가는 자신에게 ‘나무’라는 별명을 붙였다. 활동가가 되기 이전 삶의 궤적에서부터 자연과 함께하는 일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고 느꼈다.
- 환경이나 자연에 관한 관심은 언제부터 생기셨나요?
"어렸을 때 할머니, 외할머니가 계시는 곳이 전라남도 구례라 틈틈이 내려가서 자연과 함께 지냈습니다. 시골 앞 냇가에서 고동을 채집하고 산에서 밤도 따고 소, 닭, 돼지 같은 가축에게 먹이도 주었습니다. 물놀이하며 물고기 잡고 겨울에는 비료 포대를 잘라 눈썰매를 탔고요. 기후 변화가 크던 때가 아니라 오래 눈이 내렸고, 손과 발에 동상 걸릴 때까지 그걸 탔던 기억이 나네요. 여름에는 곤충을 채집했고, 밤에는 오두막에서 잠자며 개구리 소리를 들었고요. 그런 경험이 저에게 생태 감수성의 씨앗을 심어주었습니다.
이후 서울에서 입시 경쟁을 하면서 계속되는 경쟁 상태 속에서 정신적으로 많이 지쳤던 것 같습니다. 그때마다 부모님이랑 오패산, 북서울꿈의 숲에서 산책했고 자연 속에서 제가 회복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나의 경험을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유아숲지도사 자격증을 땄고 그게 여기까지 연결되었던 것 같습니다."
- 자연에 대한 관심사를 활동가로 이어간 것은 특별한 선택으로 느껴져요. 지금 활동하는 단체, 불교환경연대는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사회복지학을 전공해 어린이집에서 근무도 했었고, 산림치유 대학원, 어린이숲학교, 인플루언서 관련 활동, 공공기관 계약직으로도 일했습니다. 여러 일을 거쳐 여기에 온 것이죠. 활동가로 일한 지 이년 반 정도 됐는데요. 아직 활동가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불교환경연대는 숲 해설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수경 스님이 새만금 갯벌 살리기 오체투지 삼보일배를 하시면서 큰 울림을 주셨던 걸 알고 있었어요. 불교환경연대가 그걸 함께한 단체였더라고요. 오체투지는 머리랑 신체의 다섯 군데가 땅에 닿으며 가장 낮은 자세로 나를 낮추는 행위예요. 새만금에서 광화문까지 긴 거리를, 개발을 막고자 생명을 살리고자 가시는 게 감동이었어요. 순수하고 숭고하면서도 마음을 다하는 행동이라고도 느껴졌습니다. 저는 절에서 108배 수행을 하는 것도 버거워하는 사람이니까요. "

- 일하고 계신 불교환경연대를 직접 소개해 주신다면?
"불교환경연대는 부처님의 생명 존중 가르침을 바탕으로 2001년 9월 6일 창립해서 자연환경과 생명살림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는 환경단체입니다. 자연 죽임을 생명 살림으로 전환하기를 큰 원력으로 실천해 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활동에는 4대강 생명살림 100일 수행길, 생태방생 버드나무 심기, 탈핵 에너지 전환, 녹색사찰운동, 살처분반대 동물권 운동 등이 있습니다. 현재는 서울 광주 울산 부산 전북 5개 지부가 활동을 하고요. 인스타그램, 홈페이지, 페이스북 등에서 저희 단체의 소식을 볼 수 있습니다. 저희 활동을 보시고 후원을 해주신다면 지속적으로 활동을 이어나가는데 큰 도움이 될 거예요. 하하."
- 불교환경연대 안에서 희선님은 주로 어떤 일을 담당하고 계신가요?
"홍보 분야를 맡고 있어요. 단체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 회원분들에게 알리고, 다른 단체와 시민에게도 전달합니다. 환경에 관한 의식을 깨우칠 수 있도록 캠페인도 진행합니다. 저희 단체는 생명살림 / 소욕지족 / 기후 에너지 이렇게 크게 세 가지의 목표가 있는데요. 생명살림 중 생태방생 활동을 제가 주로 담당합니다. 방생이라고 해서 단순히 생명을 풀어주는 게 아니라 생태계를 보전하고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활동까지 하는 걸 포함하는 거예요.
예를 들면 겨울 철새 먹이 주기 활동이 있어요. 겨울의 철새들이 러시아에서부터 이동하는데 중간 기착지인 우리나라에 들렀을 때 11월에서 2월 정도까지 추수하고 남은 곡식과 낟알을 먹으며 에너지를 보충하고 떠납니다. 요즘에는 개발이 많이 돼서 철새가 머무르는 서식지나 먹이가 많이 부족하거든요. 그래서 볍씨를 구매해 뿌려주고, 흑두루미, 재두루미, 고니 등 멸종위기 철새들이 잘 머무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그 외 복날 채식 캠페인도 담당합니다. 복날이 보통 7월에서 8월인데 그 기간에 가장 많은 생명이 죽습니다. 복날에 집중되는 육류 소비문화를 줄이기 위해 한 끼라도 채식하며 생명 경시 사상과 탄소 배출을 일으키는 공장식 축산업, 기후 위기에 관해 되짚어보자는 캠페인입니다. 채식이 거창한 게 아니라 비빔밥이든, 햄이 없는 피자든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 속에서도 찾을 수 있거든요. 채식이 참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습니다. "

생명의 창발을 지켜보며
김희선 활동가가 종종 들려주었던 이야기 속에서 나는 개념과 이미지로서의 자연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자연의 한가운데에 와 있는 느낌을 받곤 했다. 그 이야기를 조금 더 듣고 싶었다.
- 최근 단체에서 집중하고 있는 이슈가 있다면 자세히 소개해주세요.
"고운사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많은 분이 아시다시피 2025년 경북 의성 지역에 대형 산불이 났어요. 고운사는 문화재인 가운루, 연수전 등 전각이 소실되고 사찰림 전체 면적의 97%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전례가 없을 정도의 최대 규모 산불 피해인데요. 그런데도 고운사에서는 사찰림의 복원을 자연의 힘에 맡기겠다는 선택을 했습니다. 인공조림을 위한 벌채나 나무 심기, 생태복원 차원에서 씨앗을 심는 등의 인간의 개입이 전혀 없는, 자연의 힘을 믿는 복원이에요. 지금 1년하고 3개월 정도 지났는데 잿더미가 되고 그을렸던 숲에 새싹이 돋아나고 있습니다. 작년에 산불을 피해 사라졌던 동물 친구들이 돌아오는 모습도 발견됩니다. 지금은 저희뿐 아니라 5개 환경 단체, 연구진이 식생, 동물, 음향, 곤충 네 개의 분야에서 함께 이 모습을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

- 고운사를 방문했을 때 김희선 개인으로서는 어떤 감정을 느끼셨나요?
"산불 직후에 고운사를 방문했는데요. 고속도로에서부터 불에 탄 황폐한 산이 보였어요. 4월의 봄날인데도 참으로 황망했습니다. 매캐한 냄새가 몇 km나 맴돌았고요. 고운사에 직접 가서 큰 범종이 깨져 있는 것을 봤을 때는 산불의 무서움도 느꼈습니다. 그날 마찬가지로 산불 피해를 본 운람사에도 방문했는데요. 까맣게 탄 숲을 걷는데 어떤 생명의 소리도 들리지 않더라고요. 모두 타고 무너지고 죽어 있었어요. 불에 탄 멧돼지 사체를 발견하기도 했고요. 내가 목격한 것은 한 마리지만 숲에 살고 있는 수많은 생명이 산불에 피해를 입었을 것을 생각하니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최근에 방문한 것은 2026년 5월인데요. 알락할미새, 되지빠귀 등의 새가 돌아와 있는 걸 봤습니다. 먹이도 먹고, 구애 활동도 하고요. 어미 새와 새끼가 있는 둥지도 발견했습니다. 작년에는 전혀 보지 못했던 모습이라 울음소리를 들으니 무척 반가웠어요. 능선을 타고 올라가면서는 작년에 없었던 민백미꽃, 큰꽃으아리 등을 발견했어요. 죽은 나무에서는 버섯류가, 불에 타 밑동만 남은 나무에서는 풀과 싹이 자라나고 있었어요. 모두 생명의 경이로움을 체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인간의 개입 없이도 ‘이게 정말 되잖아’ 생각했고요. "

- 고운사 모니터링에 여러 단체가 협력하는군요. 불교환경연대는 종교계라는 축과 환경이라는 축, 두 축의 연대가 가능하다는 점이 특별하게 생각돼요. 활동가에게 연대 활동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혼자서 가능한 일이란 게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같이 해야 힘이 나니까요. 저도 그렇고 연대를 통해서 많이 힘을 얻는 것 같아요. 어떤 단체든 대부분의 활동은 기약 없고, 승산도 크지 않은, 어렵고 외로운 싸움이에요. 그런 싸움을 연대를 통해 서로 지쳐가는 부분을 달래고, 의견을 교류하고, 좀 더 힘을 받아서, 같이 나아가는 것 같습니다. 특히 종종 여러 사회 문제 속에서 종교가 나섰으면 좋겠다 하는 부분이 있잖아요. 종교란 게 상징적이니까요. 그런 부분에 대해 다른 종교 단체와 함께 목소리를 내고,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게 종교 본연의 역할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매일 함께 작은 발걸음을 떼다
자연은 한 인간의 회복을 도우면서도, 스스로 힘을 내 일어서기도 한다. 이 모든 걸 자연의 회복력이라고 불러도 될까. 자연의 회복력은 많은 것을 품고, 또 연결하기도 한다는 걸 배우게 된다.
- 활동가로 활동하면서 제일 어렵고 힘든 점이 있었다면?
"저희는 환경단체기 때문에 정부의 어떤 정책이나 특수한 상황과 싸워야 할 경우가 많습니다. 원자력 발전을 반대하는 탈핵 운동을 하면 지나가는 시민분들이 심한 말을 하고 가곤 해요. 북한에 보내라, 아오지 탄광에 보내야 한다, 이런 말이죠. 처음에는 그게 너무 무섭고 두렵고, 내가 잘못된 일을 하는 건가 싶기도 했어요. 이제는 거기에 조금 적응돼서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정도로 넘겨요. 또 대부분 활동가가 급여나 복지에 비해 주어진 일이 많죠. 헤쳐나가야 하는 이슈는 많은데 활동가 개인이 소모되기 쉬운 환경인 것 같습니다. 목소리를 내려면 활동가의 에너지, 체력이 많이 필요한데요. 에너지를 계속 소모만 하니까 번아웃이 오기 쉬운 것 같아요. "
- 다른 활동가들을 만나는 모임을 가지셨다고 들었어요.
"활동기간 3년 차 이내인, 비슷한 고민을 한 활동가끼리 모임을 했었어요. 저는 홍보를 담당하다 보니 후원회원 모집과 굿즈를 만드는 일에 고민이 있는데 다른 단체 분들에게 조언도 얻고, 위로도 많이 얻었습니다. 저는 저희 단체에만 있어서 몰랐는데 다들 비슷한 어려움과 고민을 겪고 있더라고요. 저는 환경단체 사람들만 주로 만나니까, 노동, 인권, 장애인, 성소수자, 농민 이런 다양한 단체들을 만나면서 단체만의 고민과 활동가들의 관점을 보는 게 흥미롭다고 느껴졌어요. 활동가 하기를 잘했네, 이런 생각도 했어요. 그렇게 같이 걷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 해도 위로가 되어서 그런 모임과 응원이 많아진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

- 활동 과정에서 드는 주요한 고민이나 걱정이 있다면?
"저희 단체가 종교 및 환경 단체라서 둘 다 시민들이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주제라 생각합니다. 저희 단체의 주요 회원분들이 50대부터 시작되는 중년, 노년 분들이 대부분이시거든요. 단체의 지속성은 젊은 분들이 함께 활동해야 나갈 수 있는데, 그런 부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종교가 소멸해 가고, 기후 위기 문제는 더 심해지는 시대에 사람들의 인식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많은 분과 함께 나아가고 싶습니다. 저희와 같이 생태 사회로의 전환!을 외치는 분들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 앞으로 더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나 바라는 일이 있나요?
"최근에 <프로젝트 헤일메리>라는 영화를 감명 깊게 봐서 과학이나 분자 생물에 관해 공부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너무 뜬금없나요? 하하."
- 어떤 변화를 꿈꾸나요? 아주 작은 단위, 개인의 변화와 큰 단위의 변화 두 가지로 답해주세요.
"환경 분야를 주제로 공부를 하면서 전문성을 가진 활동가가 되고 싶다는 개인의 바람이 있고요. 사회적으로는 인식 개선이 되었으면 합니다. 요즘은 개인에게 환경에 관한 책임을 다 전가하잖아요. 그만 사용해라, 규제한다, 분리수거 잘해라, 그게 시민들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시민들도 자연스럽게, 일상적으로 환경을 지키는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다 같이 사는 지구 공동체가 되어 쓰레기를 줄이는 것도 한 번만 실천해 보자는 거죠. 앞서 말했듯이 이게 바로 생태 사회의 전환!이라 생각합니다."
- 생태사회의 전환!을 강조해 주셔서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자리를 빌려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다른 모임에 갔을 때 이런 말을 들었는데요. 활동가는 정책과 시민 사이에서 중간 다리 역할을 하며 조율하고, 정책의 빈 구멍을 메우는 존재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에 활동가는 꼭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해요. 이 인터뷰를 읽는 모든 활동가가 계속 나아갈 수 있도록 응원하고 싶습니다."
인터뷰어 : 이인현
독립 서점 운영자이자 작가입니다. 이전에 다큐멘터리를 만들었고 현재는 글을 주로 씁니다. 다큐멘터리를 만들며 가게 된 여러 현장을 통해 활동가와 만났고, 이후 활동가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26년 초기치매 당사자에 관한 책 『호경』을 출간할 예정입니다.
활동가 인터뷰 프로젝트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 은 공익활동가의 지역·영역·세대를 잇는 사회적 지지와 연대의 플랫폼, 2026 공익활동가주간과 함께합니다. 공익활동, 캠페인의 성과보다 그 일을 한 활동가 개인의 이야기에 시선을 맞추는 이 프로젝트는 다양한 지역과 분야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활동가들을 직접 만나 이들의 일과 삶을 기록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으로 지리산이음이 기획·운영하고 있습니다.
자연의 회복력을 믿고 전달하는 사람
불교환경연대 김희선 활동가
김희선 활동가는 삶을 힘껏 산다. 크고 중요한 문제 외에도 카카오톡에 남기는 메시지, 사람들이 모인 작은 자리, 같이 길을 걷고 있는 어떤 순간에서도 말과 행동에 최선을 다한다. 아마 그녀에게 무언가를 함께 하자고 제안한다면 이런 대답을 들을 확률이 높다. “함께하게 된다면 무엇이든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많이 공부하겠습니다!”
그녀와 처음 만난 건 몇 해 전 청년 공간의 지원사업을 통해서였다. 김희선 활동가는 식물을 주제로 자신의 팀과 함께 전시를 진행했다. 재개발 구역 등 도시 곳곳에 자라난 식물을 안전하게 옮겨 심고, 분양하는 전시였다. 나도 화분 하나를 받았다. 한국의 길가나 들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망초였다. 잘 키우지 못해 종내 말라 죽어버렸지만, 김희선 활동가가 식물을 캐고 운반하여 전하기 위해 노력한 것, 애써서 건넨 마음을 오래 간직했다. 처음 만날 때 다른 일을 하고 있던 김희선 활동가는 시간이 흘러 불교환경연대의 활동가가 되었다. 우리는 그 사이에도 종종 만났지만, 그녀가 왜 그 일을 택했고, 정확히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는 몰랐다. 활동가 인터뷰를 통해 그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나의 인터뷰 요청에 김희선 활동가는 많이 망설였다. 자신보다 훌륭한 일을 하는 활동가가 많다는 이유에서였고, 다른 활동가를 소개해 주려고 하기도 했다. 하게 된다면 있는 힘껏 임하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이라 생각했다. 나는 이제 막 활동가의 시작 단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현재의 고민을 꺼내는 것만으로 누군가에게 의미가 있을 거라 설득했다. 김희선 활동가가 마음을 바꿔 인터뷰에 응한 것은 자신이 전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는 믿음을 스스로 찾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연이 준 회복을 씨앗 삼아
김희선 활동가는 자신에게 ‘나무’라는 별명을 붙였다. 활동가가 되기 이전 삶의 궤적에서부터 자연과 함께하는 일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고 느꼈다.
- 환경이나 자연에 관한 관심은 언제부터 생기셨나요?
"어렸을 때 할머니, 외할머니가 계시는 곳이 전라남도 구례라 틈틈이 내려가서 자연과 함께 지냈습니다. 시골 앞 냇가에서 고동을 채집하고 산에서 밤도 따고 소, 닭, 돼지 같은 가축에게 먹이도 주었습니다. 물놀이하며 물고기 잡고 겨울에는 비료 포대를 잘라 눈썰매를 탔고요. 기후 변화가 크던 때가 아니라 오래 눈이 내렸고, 손과 발에 동상 걸릴 때까지 그걸 탔던 기억이 나네요. 여름에는 곤충을 채집했고, 밤에는 오두막에서 잠자며 개구리 소리를 들었고요. 그런 경험이 저에게 생태 감수성의 씨앗을 심어주었습니다.
이후 서울에서 입시 경쟁을 하면서 계속되는 경쟁 상태 속에서 정신적으로 많이 지쳤던 것 같습니다. 그때마다 부모님이랑 오패산, 북서울꿈의 숲에서 산책했고 자연 속에서 제가 회복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나의 경험을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유아숲지도사 자격증을 땄고 그게 여기까지 연결되었던 것 같습니다."
- 자연에 대한 관심사를 활동가로 이어간 것은 특별한 선택으로 느껴져요. 지금 활동하는 단체, 불교환경연대는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사회복지학을 전공해 어린이집에서 근무도 했었고, 산림치유 대학원, 어린이숲학교, 인플루언서 관련 활동, 공공기관 계약직으로도 일했습니다. 여러 일을 거쳐 여기에 온 것이죠. 활동가로 일한 지 이년 반 정도 됐는데요. 아직 활동가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불교환경연대는 숲 해설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수경 스님이 새만금 갯벌 살리기 오체투지 삼보일배를 하시면서 큰 울림을 주셨던 걸 알고 있었어요. 불교환경연대가 그걸 함께한 단체였더라고요. 오체투지는 머리랑 신체의 다섯 군데가 땅에 닿으며 가장 낮은 자세로 나를 낮추는 행위예요. 새만금에서 광화문까지 긴 거리를, 개발을 막고자 생명을 살리고자 가시는 게 감동이었어요. 순수하고 숭고하면서도 마음을 다하는 행동이라고도 느껴졌습니다. 저는 절에서 108배 수행을 하는 것도 버거워하는 사람이니까요. "
- 일하고 계신 불교환경연대를 직접 소개해 주신다면?
"불교환경연대는 부처님의 생명 존중 가르침을 바탕으로 2001년 9월 6일 창립해서 자연환경과 생명살림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는 환경단체입니다. 자연 죽임을 생명 살림으로 전환하기를 큰 원력으로 실천해 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활동에는 4대강 생명살림 100일 수행길, 생태방생 버드나무 심기, 탈핵 에너지 전환, 녹색사찰운동, 살처분반대 동물권 운동 등이 있습니다. 현재는 서울 광주 울산 부산 전북 5개 지부가 활동을 하고요. 인스타그램, 홈페이지, 페이스북 등에서 저희 단체의 소식을 볼 수 있습니다. 저희 활동을 보시고 후원을 해주신다면 지속적으로 활동을 이어나가는데 큰 도움이 될 거예요. 하하."
- 불교환경연대 안에서 희선님은 주로 어떤 일을 담당하고 계신가요?
"홍보 분야를 맡고 있어요. 단체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 회원분들에게 알리고, 다른 단체와 시민에게도 전달합니다. 환경에 관한 의식을 깨우칠 수 있도록 캠페인도 진행합니다. 저희 단체는 생명살림 / 소욕지족 / 기후 에너지 이렇게 크게 세 가지의 목표가 있는데요. 생명살림 중 생태방생 활동을 제가 주로 담당합니다. 방생이라고 해서 단순히 생명을 풀어주는 게 아니라 생태계를 보전하고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활동까지 하는 걸 포함하는 거예요.
예를 들면 겨울 철새 먹이 주기 활동이 있어요. 겨울의 철새들이 러시아에서부터 이동하는데 중간 기착지인 우리나라에 들렀을 때 11월에서 2월 정도까지 추수하고 남은 곡식과 낟알을 먹으며 에너지를 보충하고 떠납니다. 요즘에는 개발이 많이 돼서 철새가 머무르는 서식지나 먹이가 많이 부족하거든요. 그래서 볍씨를 구매해 뿌려주고, 흑두루미, 재두루미, 고니 등 멸종위기 철새들이 잘 머무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그 외 복날 채식 캠페인도 담당합니다. 복날이 보통 7월에서 8월인데 그 기간에 가장 많은 생명이 죽습니다. 복날에 집중되는 육류 소비문화를 줄이기 위해 한 끼라도 채식하며 생명 경시 사상과 탄소 배출을 일으키는 공장식 축산업, 기후 위기에 관해 되짚어보자는 캠페인입니다. 채식이 거창한 게 아니라 비빔밥이든, 햄이 없는 피자든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 속에서도 찾을 수 있거든요. 채식이 참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습니다. "
생명의 창발을 지켜보며
김희선 활동가가 종종 들려주었던 이야기 속에서 나는 개념과 이미지로서의 자연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자연의 한가운데에 와 있는 느낌을 받곤 했다. 그 이야기를 조금 더 듣고 싶었다.
- 최근 단체에서 집중하고 있는 이슈가 있다면 자세히 소개해주세요.
"고운사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많은 분이 아시다시피 2025년 경북 의성 지역에 대형 산불이 났어요. 고운사는 문화재인 가운루, 연수전 등 전각이 소실되고 사찰림 전체 면적의 97%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전례가 없을 정도의 최대 규모 산불 피해인데요. 그런데도 고운사에서는 사찰림의 복원을 자연의 힘에 맡기겠다는 선택을 했습니다. 인공조림을 위한 벌채나 나무 심기, 생태복원 차원에서 씨앗을 심는 등의 인간의 개입이 전혀 없는, 자연의 힘을 믿는 복원이에요. 지금 1년하고 3개월 정도 지났는데 잿더미가 되고 그을렸던 숲에 새싹이 돋아나고 있습니다. 작년에 산불을 피해 사라졌던 동물 친구들이 돌아오는 모습도 발견됩니다. 지금은 저희뿐 아니라 5개 환경 단체, 연구진이 식생, 동물, 음향, 곤충 네 개의 분야에서 함께 이 모습을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
- 고운사를 방문했을 때 김희선 개인으로서는 어떤 감정을 느끼셨나요?
"산불 직후에 고운사를 방문했는데요. 고속도로에서부터 불에 탄 황폐한 산이 보였어요. 4월의 봄날인데도 참으로 황망했습니다. 매캐한 냄새가 몇 km나 맴돌았고요. 고운사에 직접 가서 큰 범종이 깨져 있는 것을 봤을 때는 산불의 무서움도 느꼈습니다. 그날 마찬가지로 산불 피해를 본 운람사에도 방문했는데요. 까맣게 탄 숲을 걷는데 어떤 생명의 소리도 들리지 않더라고요. 모두 타고 무너지고 죽어 있었어요. 불에 탄 멧돼지 사체를 발견하기도 했고요. 내가 목격한 것은 한 마리지만 숲에 살고 있는 수많은 생명이 산불에 피해를 입었을 것을 생각하니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최근에 방문한 것은 2026년 5월인데요. 알락할미새, 되지빠귀 등의 새가 돌아와 있는 걸 봤습니다. 먹이도 먹고, 구애 활동도 하고요. 어미 새와 새끼가 있는 둥지도 발견했습니다. 작년에는 전혀 보지 못했던 모습이라 울음소리를 들으니 무척 반가웠어요. 능선을 타고 올라가면서는 작년에 없었던 민백미꽃, 큰꽃으아리 등을 발견했어요. 죽은 나무에서는 버섯류가, 불에 타 밑동만 남은 나무에서는 풀과 싹이 자라나고 있었어요. 모두 생명의 경이로움을 체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인간의 개입 없이도 ‘이게 정말 되잖아’ 생각했고요. "
- 고운사 모니터링에 여러 단체가 협력하는군요. 불교환경연대는 종교계라는 축과 환경이라는 축, 두 축의 연대가 가능하다는 점이 특별하게 생각돼요. 활동가에게 연대 활동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혼자서 가능한 일이란 게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같이 해야 힘이 나니까요. 저도 그렇고 연대를 통해서 많이 힘을 얻는 것 같아요. 어떤 단체든 대부분의 활동은 기약 없고, 승산도 크지 않은, 어렵고 외로운 싸움이에요. 그런 싸움을 연대를 통해 서로 지쳐가는 부분을 달래고, 의견을 교류하고, 좀 더 힘을 받아서, 같이 나아가는 것 같습니다. 특히 종종 여러 사회 문제 속에서 종교가 나섰으면 좋겠다 하는 부분이 있잖아요. 종교란 게 상징적이니까요. 그런 부분에 대해 다른 종교 단체와 함께 목소리를 내고,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게 종교 본연의 역할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매일 함께 작은 발걸음을 떼다
자연은 한 인간의 회복을 도우면서도, 스스로 힘을 내 일어서기도 한다. 이 모든 걸 자연의 회복력이라고 불러도 될까. 자연의 회복력은 많은 것을 품고, 또 연결하기도 한다는 걸 배우게 된다.
- 활동가로 활동하면서 제일 어렵고 힘든 점이 있었다면?
"저희는 환경단체기 때문에 정부의 어떤 정책이나 특수한 상황과 싸워야 할 경우가 많습니다. 원자력 발전을 반대하는 탈핵 운동을 하면 지나가는 시민분들이 심한 말을 하고 가곤 해요. 북한에 보내라, 아오지 탄광에 보내야 한다, 이런 말이죠. 처음에는 그게 너무 무섭고 두렵고, 내가 잘못된 일을 하는 건가 싶기도 했어요. 이제는 거기에 조금 적응돼서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정도로 넘겨요. 또 대부분 활동가가 급여나 복지에 비해 주어진 일이 많죠. 헤쳐나가야 하는 이슈는 많은데 활동가 개인이 소모되기 쉬운 환경인 것 같습니다. 목소리를 내려면 활동가의 에너지, 체력이 많이 필요한데요. 에너지를 계속 소모만 하니까 번아웃이 오기 쉬운 것 같아요. "
- 다른 활동가들을 만나는 모임을 가지셨다고 들었어요.
"활동기간 3년 차 이내인, 비슷한 고민을 한 활동가끼리 모임을 했었어요. 저는 홍보를 담당하다 보니 후원회원 모집과 굿즈를 만드는 일에 고민이 있는데 다른 단체 분들에게 조언도 얻고, 위로도 많이 얻었습니다. 저는 저희 단체에만 있어서 몰랐는데 다들 비슷한 어려움과 고민을 겪고 있더라고요. 저는 환경단체 사람들만 주로 만나니까, 노동, 인권, 장애인, 성소수자, 농민 이런 다양한 단체들을 만나면서 단체만의 고민과 활동가들의 관점을 보는 게 흥미롭다고 느껴졌어요. 활동가 하기를 잘했네, 이런 생각도 했어요. 그렇게 같이 걷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 해도 위로가 되어서 그런 모임과 응원이 많아진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
- 활동 과정에서 드는 주요한 고민이나 걱정이 있다면?
"저희 단체가 종교 및 환경 단체라서 둘 다 시민들이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주제라 생각합니다. 저희 단체의 주요 회원분들이 50대부터 시작되는 중년, 노년 분들이 대부분이시거든요. 단체의 지속성은 젊은 분들이 함께 활동해야 나갈 수 있는데, 그런 부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종교가 소멸해 가고, 기후 위기 문제는 더 심해지는 시대에 사람들의 인식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많은 분과 함께 나아가고 싶습니다. 저희와 같이 생태 사회로의 전환!을 외치는 분들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 앞으로 더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나 바라는 일이 있나요?
"최근에 <프로젝트 헤일메리>라는 영화를 감명 깊게 봐서 과학이나 분자 생물에 관해 공부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너무 뜬금없나요? 하하."
- 어떤 변화를 꿈꾸나요? 아주 작은 단위, 개인의 변화와 큰 단위의 변화 두 가지로 답해주세요.
"환경 분야를 주제로 공부를 하면서 전문성을 가진 활동가가 되고 싶다는 개인의 바람이 있고요. 사회적으로는 인식 개선이 되었으면 합니다. 요즘은 개인에게 환경에 관한 책임을 다 전가하잖아요. 그만 사용해라, 규제한다, 분리수거 잘해라, 그게 시민들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시민들도 자연스럽게, 일상적으로 환경을 지키는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다 같이 사는 지구 공동체가 되어 쓰레기를 줄이는 것도 한 번만 실천해 보자는 거죠. 앞서 말했듯이 이게 바로 생태 사회의 전환!이라 생각합니다."
- 생태사회의 전환!을 강조해 주셔서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자리를 빌려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다른 모임에 갔을 때 이런 말을 들었는데요. 활동가는 정책과 시민 사이에서 중간 다리 역할을 하며 조율하고, 정책의 빈 구멍을 메우는 존재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에 활동가는 꼭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해요. 이 인터뷰를 읽는 모든 활동가가 계속 나아갈 수 있도록 응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