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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공익활동가주간]"예술가 한 명이 마을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 기록되지 않은 이야기들을 세상과 잇는 사람, 김신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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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 한 명이 마을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기록되지 않은 이야기들을 세상과 잇는 사람, 김신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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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주 최초의 오락부장 출신 시인이에요.”


김신숙 시인은 자신을 그렇게 소개하며 웃었다. 

가벼운 농담처럼 건넨 첫인사였지만, 그 안에는 삶을 바라보는 시인의 뚜렷한 지향이 들어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울고 있으면 어떻게든 웃게 해주고 싶었어요.”


누군가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 

김신숙 시인은 덤덤하게 말했으나,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그 문장이 김신숙 시인의 삶 전체를 가장 잘 설명해 주는 듯했다.


이웃의 슬픔을 살피고 마음을 나누고자 했던 고민은, 자연스럽게 하나의 커다란 화두로 확장되었다.


"예술가 한 명이 마을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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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4.3 예술축전에 함께 한 제주작가 회의 회원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김 시인은 해녀들의 삶을 기록했고, 제주책을 알렸고, 

장애인과 청소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서로 다른 활동처럼 보이지만 그 중심에는 늘 같은 마음이 있었다. 

기록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세상과 연결하는 일이었다.


그 연결의 시작은 제주여민회에서 마주한 4·3 생존자 할머니들의 목소리였다. 


구술 채록에 참여하면서 시인은 세상의 기록이 유독 남성 중심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생존해 있는 할머니들을 찾아다니며 '여성의 서사가 너무나 부족하다'는 것을 뼈아프게 깨달은 시인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가장 가까운 여성이자 해녀인 자신의 어머니에게로 향했다.


2년 동안 어머니의 삶을 인터뷰하며 김 시인은 해녀의 노동과 제주 여성들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게 됐다.

새벽 바다로 향하던 발걸음, 가족을 위해 자신의 삶을 뒤로 미뤄야 했던 시간들, 서로 기대며 살아온 공동체의 기억을 차곡차곡 기록했다. 

그렇게 탄생한 책이 『열두 살 해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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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열두살 해녀'의 주인공 어머니와 함께 한 북토크  - 소라 하영 잡게 해 주세요. 소라 욕심을 벗으라 욕심내는  것이 숭시다. 
소원을 빌라면 햇볕 들게 해 주세요. 바람 잦게 해 주세요. 비는 조금 참아 주세요. 욕심 안 벗어도 되는 소리로 빌어라.  -  

* 하영 : '많이'의 제주어
* 숭시 '흉하고 언짢은 일'의 제주어



김신숙 시인이 해녀의 삶을 들여다보며 주목한 것은 단순한 노동의 고단함만이 아니었다. 그 안을 단단하게 지탱해 온 공동체의 문화와 자연을 대하는 태도였다. 


바다로 향하기 전, 해녀들은 더 많은 수확을 욕심내기보다 자연에 대한 감사와 서로의 무사안녕을 먼저 빌었다.

해녀 사회에서는 누가 더 많이 잡았는지 비교하는 말 자체를 금기처럼 여겼다. 

바다에서의 지나친 욕심은 결국 공동체 전체를 위험하게 만든다는 것을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인은 물질이라는 치열한 생업 현장 속에서도 경쟁보다 함께 살아가는 법을 택한 해녀들의 삶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예술가 한 명이 마을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그 시작은 거창한 무언가를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지만 잊혀가는 가치를 발견하고 기록하는 일에서 출발할지도 모른다. 


김신숙 시인에게 해녀는 단순한 기록 대상을 넘어, 우리 사회가 회복해야 할 공동체의 지혜를 다시 바라보게 만든 이정표였다.


공동체의 가치를 고민하던 시선은 제주의 문학 생태계를 직접 일구는 실천으로 움직였다. 김신숙 시인은 지역 출판사 한그루와 함께 시선집 발간을 추진했고, 자신의 시집을 그 첫 권으로 세상에 내놓았다. 

지역에서 태어나고 살아온 사람이 자신의 언어로 삶을 쓰고, 그 기록이 다시 지역 안에서 읽히는 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는 뒤따라오는 창작자들이 조금은 덜 힘겹게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환경을 다지는 일이기도 했다.


내가 자란 곳에서의 삶과 고민이 문학으로 이어지고, 한 사람의 기록이 또 다른 사람의 기록으로 연결되는 것. 김신숙 시인은 그것이 마을을 변화시키는 지속 가능한 방법이라 믿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지역 출판을 넘어 공간을 통한 구체적인 독서문화 활동으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 서 있는 곳이 '시옷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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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시옷서점에서 작가들의 시를 옷에 담아 전시회를 했다. 시는 옷처럼 우리 가까이에 있다.



‘시옷서점’은 단순히 책을 파는 상업 공간이 아니었다. 

지역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독자들이 제주 책을 만나며, 서로의 고민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랑방 역할을 해왔다. 

서점 초창기에는 제주 시인들의 작품을 옷에 프린팅해 마을 공원에 전시하는 '시옷프린팅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지역 음악가들과 협업해 시노래 음반 『시활짝』과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기도 했다. 


문학은 책장 안에만 머물지 않고 공원으로 나갔으며, 음악이 되어 사람들 사이로 스며들었다. 작품을 만드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문화를 만나는 방식을 바꾸어 갈 때, 비로소 지역의 문화도 살아난다는 활동가로서의 지론이 반영된 결과였다.


김 시인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기록되지 않은 이야기와 사람들에게로 이어졌다. 

독서글쓰기 강사로 활동하며 도서관과 학교에 제주 작가들의 책을 활용한 수업을 먼저 제안했고, 제주어로 놀이를 뜻하는 '제주책 자파리' 활동을 5년 넘게 이어오며 활동가 양성 과정까지 운영했다. 

제주에서 쓰인 이야기가 제주 안에서 읽히고, 다시 주민들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행보였다.


이러한 연대의 발걸음은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이웃들에게로 더 깊숙이 확장됐다.

'인문놀이협동조합'을 통해 소리를 내지 못하는 중증 뇌병변 장애인들과 창작 시를 쓰고 낭독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가 하면, 발달장애인들이 도서관 사서로 활동할 수 있는 가능성도 함께 고민했다. 또한 청소년들과 인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표현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왔다.


그동안 만난 이들은 모두 달랐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우리 사회가 조금만 더 귀를 기울이면 좋을 사람들, 그러나 정작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꺼낼 기회를 얻지 못했던 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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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어머니의 고향 '우도작은도서관'에서 지역 주민과.학생들이 모여 함께 시창작 교실을 진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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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언어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단톡방에서 문자로 제주시인 시집읽기 활동을 하고있다. 열정 가득했던 장애인 주간학교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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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장애인 야간학교 학생들 수업에 제주지역 가수'뚜럼 브라더스'를 초청해 '생이생이 제주생이' 노래창작교실을 함께 하였다.



김신숙 시인은 그들의 목소리를 대신 전하려 하지 않았다.

그보다 이웃들이 스스로 말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판을 깔아주는 것, 

그것이 바로 김신숙 시인이 믿는 문화의 역할이었다.


3년 전 창간한 문학 웹진 『산 15-1』(한라산 백록담의 옛 주소) 역시 '말할 수 있는 무대'를 확장하려는 시도였다.

제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에게 정당한 원고료를 지급하며 지역 문학의 지속 가능한 기반을 넓히고자 했다.

한 사람의 창작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다음 창작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길을 내는 또 하나의 도전이었다.


해녀의 삶을 기록하는 일도, 시옷서점을 운영하는 일도, 제주책 운동과 장애인·청소년 활동도 결국 같은 질문에서 출발했다.


예술가 한 명이 마을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김신숙 시인이 생각하는 변화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사라질 수 있는 이야기를 기록하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다음 사람이 조금 더 쉽게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을 수 있도록 길을 넓혀두는 일이다.


지역에서 문화 활동을 이어가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인내를 필요로 한다. 

사람에게 상처를 받는 일도 있고, 애써 만든 결과가 자신의 이름으로 남지 않는 순간도 있다. 김신숙 시인 역시 그런 시간을 지나왔다.

그럼에도 시인은 다시 사람을 만났고, 다시 기록했고, 다시 새로운 활동을 시작했다.

김신숙 시인이 던진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예술가 한 명이 마을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김신숙 시인은 오늘도 자신의 방식으로 그 답을 써 내려가고 있다.





인터뷰어 : 조정희
제주에서 공익활동 기자로 활동하며 지역의 사람과 공동체, 환경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시민의 시선으로 공익활동 현장을 취재하며 사회적 가치를 전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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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 인터뷰 프로젝트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 은 공익활동가의 지역·영역·세대를 잇는 사회적 지지와 연대의 플랫폼, 2026 공익활동가주간과 함께합니다. 공익활동, 캠페인의 성과보다 그 일을 한 활동가 개인의 이야기에 시선을 맞추는 이 프로젝트는 다양한 지역과 분야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활동가들을 직접 만나 이들의 일과 삶을 기록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으로 지리산이음이 기획·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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