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명 얼룩말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재욱. 활동명부터 심상치 않은 그는 생태지평 청년NET. 이라는 카톡방을 만들었다. 처음, 환경운동을 하는 젊은 활동가들과 함께 네트워킹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함께 활동을 공유하는 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개의 목적을 한번에 달성하기위해 만들었던 오픈 카톡방 ‘생태지평 청년 NET.’에는 125명의 활동가가 함께 모여있다. 한명의 젊은 활동가가 125명을 한데 모을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그의 넓은 발이 궁금했다.
Q. 안녕하세요? 얼룩말씨? 님이라고 부를까요? 나름 친한 관계라, 어떻게 부르면 좋을지요. 하하. 활동가 얼룩말을 처음 알게 되는 사람들을 위해서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음.. 뭔가 인터뷰니까 얼룩말씨라고 하면 어떨까 합니다. 안녕하세요, 얼룩말입니다~. 생태지평의 ‘바다’님과 함께 ‘생태지평 청년NET.’을 만들었구요, 지금은 느린학습자를 위한 콘텐츠 제작과 교육을 제공하는 ‘피치마켓’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Q. 현재의 활동가 얼룩말에게 물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요. 과거에 주로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궁금해요.
직업 활동가가 된 것은 2020년 환경단체 생태지평에 들어간 것이 시작이었어요. 생각보다 얼마되지 않았죠?(웃음) 최근에는 ‘피치마켓’이라는 비영리 단체에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네요.
Q. 새로운 곳에 이직한지 얼마 되지 않은 걸로 알아요. 피치마켓은 어떤 계기로 들어가게 되셨나요? 환경조직에서 교육/소통 조직으로 넘어가는 것은 완전한 다른 느낌일 것 같은데.
음 이전 직장에서 환경 교재를 개발했었요. 청소년들과 함께 환경 캠프를 진행하기도 하고요.직접 교육하면서 만난 친구들이 청소년이어도 다양했어요.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고등학생들이요. 그때 교육했던 청소년들을 대상자로 상상했어요. 또, 나이 차이 뿐만 아니라 지역차이도 꽤나 있었어요. 그때 만났던 친구들은 비도시 지역의 취약계층이 대부분이었고, 그런 친구들을 같이 만나다보면 지역마다 교육열이 다르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고요. 교육열이 높은 수도권의 학생들과 학습 격차가 있었어요.
그런 대상들의 차이를 생각하다보면 다양한 학습 능력을 가진 다양한 친구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환경 교재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러면서 배제되는 사람 없는 방식을 고민하면서 청각, 시각 장애인을 위한 폐쇄 자막 교육 영상이나 오디오북, 이북을 개발하게 되었어요. 꽤나 다채롭죠?
조직에서 나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작업했던 것이 발달장애인을 위한 환경 교재였어요. 그때 느린 학습자를 위한 콘텐츠 레퍼런스를 조사하면서 ‘피치마켓’을 알게 되었구요. 멋진 디자인뿐만 아니라, 흥미롭게 풀어내는 다양한 주제선정이 매력적이고,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주 우연히 구인 접수 마지막날 공고를 발견하게 되어 지원하게 되었구요. 우연이지만 운이 좋았죠.
Q. 정말 흥미롭네요. 어쩌면 환경에서 교육을 담당하다가, 이제 전문적으로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활동가가 된 느낌이에요. 새로운 곳에서의 적응은 잘 되어가고 있나요?
아하. 일단 노동환경 부분에서 좀 다른데요. 이전에는 상근 5인정도의 작은 규모였는데, 현재 피치마켓은 많은 사람들이, 다양하게 포지션을 맡고 있어요. 그래서 일단 사람이 많이 있는 사무실이 조금 어색하고 신기하달까요? 약간 전학생이 된 느낌으로 물음표를 달고 지내고 있어요. 하하. 사실 진짜 이곳에서 일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정말 적응중이네요. 그렇지만 또 디지털 툴 사용을 내·외부적으로 시도하는 것이 성격과 잘맞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스스로 “아 나는 이런거 좋아하는구나”하고 스스로를 알게 된 점도 있죠.
아무래도 이전에 환경단체에서도 교육 관련 일을 했었고, 홍보마케팅 부분도 결국 ‘대상에 대한 자발적 변화 유도’ 라는 측면에서 같은 맥락이라고 느껴져서 그런지 다루는 주제가 달라지긴 했지만 교육이라는 측면에서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정말 전문가가 되어 가고 있을지도요?.
Q. 좋은 이직을 하게 되신 것을 축하드려요! 제가 보기엔 좋은 이직인 것 같아요. 스스로를 발견하고, 발전하는 모습이요! 그럼 이렇게 ‘교육’이라는 타이틀에 관심을 가지면서 활동가로 전업을 하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어쩌다가 활동가가 되셨는지. 그것도 찐 활동가요.
직업 활동가가 되기 이전에는 악기(기타), 영상 강사가 직업이었어요. 그때도 ‘소외되는 사람을 줄이고, 더 많은 사람이 웃는 세상 만들기’라는 목표였기 때문에 활동가라고 분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뭐랄까 ‘활동가’라는 단어가 제 이력을 아주 잘 대변하는 건 아니지만, 사람들에게 가장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말인 것 같기도 하고요.
그렇다 보니, 어쩌다가 활동가가 되었냐는 질문에는 정말 ‘어쩌다 활동가’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그래도 시작을 돌아보면 강사 일을 할 때 여름 방학이면 청소년 환경 캠프 모둠 교사를 하던 것이었어요. 아무래도 방학 때 강의가 없다 보니 계속 참여하게 되었는데, 보통은 학업 이후에 취업하게 되면 참가가 어렵다 보니 어느새 경력직이 되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스탭 일을 좀 돕다가, 일주일에 하루만 출근하다가, 하루가 이틀이 되고 그러다 상근직이 되었죠.
그래서 저보고 ‘찐 활동가’라고 하시면 부끄럽습니다. 어벤져스 뺨치시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저는 그냥 좋은 세상 만드는데 한 손 거드는 그 정도죠 뭐.
Q. 그렇다기엔 ‘생태지평 청년NET.’에 125명이나 모은 사람이라기엔 너무 겸손하신데요?(웃음) 사실 전국에 있는 활동가들이 한 데 모여 네트워킹하기 쉽지 않잖아요.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125명이나 오픈 카톡방에 모인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갑자기 구체적인 숫자가 들어간 질문이라니, 훅 들어오시네요.(웃음) 125명이라… 음..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수라고 생각합니다. 판을 벌린 입장에서는 감사한 마음이죠. 그런데 장기적으로는 운영진이 감사해야하는 그런 네트워킹 형태가 아닌 것이 목표입니다. 구성원들 각자가 원하는 바를 내어놓고, 가져가는 공간이 되면 좋겠어요. 서로가 서로의 존재 이유가 되기를 바랍니다.
Q. 정말 궁금해서요. 처음 만들 때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모일 줄 예상하셨나요?
처음에요 음.. 사실 100명까지는 확신이 있었어요. 20, 50, 100 이라는 기점마다의 계획이 있었는데,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길이 보였습니다. 잘난 척은 아니구요.(웃음) 오픈톡을 런칭한 것은 올해지만 사실 그 전 1년 동안 오프라인 행사를 운영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속에 씨앗을 심었다고 생각해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야. 우리가 같이 고민하고 있어.’라든가, ‘어? 그거 너네도 고민해? 우리도 고민이야’라든가. ‘그거 되게 좋은 생각인데. 정말 어디에 함께 공유하면 좋겠는데.’라든가. 세상에는 정말 좋은 사업들이나 아이디어들이 많잖아요. 또 좋은 활동가들의 마음과 글도 있고요. 나만 알기에는 너무 아쉽고, 남한테 알리기엔 쫌 어렵고. 서로의 관심사를 함께 공유한 사람들이 공유하고 싶은 그런 것들을 나눌 수 있는, 이 네트워크에 오면 무엇을 얻을 수 있고, 나눌 수 있는지에 대한 감각적인 부분이요. 그리고 그 씨앗이 남아있을 것이라 기대하면서 오픈톡으로 초대하는 거죠. ‘같이 키울래?’ 하고요.
Q. 맞아요. 저 또한 그 일행들중 한명으로써 너무 좋아요. ‘와 여기에 나같은 사람 짱 많다!’ 이런 느낌이요. 그리고 너무나 클린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저는 신기했는데요, 100명이 모였는데 사고(?) 한번 없이, 잘 유지가 되고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잘 운영되고 있다고 봐주시니 감사하네요. 저희도 공지 사항으로 기본적인 그라운드 룰을 내보내는데,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 안전한 커뮤니티가 될 수 있는 규칙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키워드가 환경과 청년이다보니 이런 오픈채팅이라는 툴에 익숙하고. 왠만해서는 어떤 행동이 비매너 행위인지, 아닌지 딱 잘라 말하지 않더라도 어떤 암묵적인 룰에 익숙한 사람들이죠. 그러다 보니까 하등 할 언급할 무언가의 일도 없고요. 또 어떻게 보면 좀 더 좋은 세상 만드는데 관심이 있는 장을 통해 들어오신 분들이다 보니 다들 좋은 사람들이 모였고, 좋은 일과 글에 공감을 하는 것 외에 이방에선 관심이 없어요. 서로 응원을 하기도 하고, 좋아요를 누르고, 공유해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도 나누고요. 서로 얼굴한번 보지 않았어도 어딘가에 있을 나와 같은 사람에게 실례를 저지를 일은 별로 없을거라 생각해요.
Q. 125명. 저는 쉽지 않은 수 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활동을 하면서 여태 만났던 활동가 이름들을 대었을 때 125명이 되려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든든하기도 하고요. 혹시 지금의 모인 단톡방에 있는 사람들 외에 또 어떤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으신가요?
이 부분은 두 가지 바람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환경 외의 다른분야에 대해 관심 있는 분들도 모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환경단체의 이름을 걸고 만들다 보니 아무래도 환경이라는 키워드가 가장 중심이 되도록 디자인 되었는데요. 보통 한 가지 사회 변화에 대한 이슈에 관심을 가지신 분들이 다른 이슈에도 관심을 가지시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그래서 서로서로 세상을 보는 눈을 확장 시키면서 연결되면 좋겠어요. 한편으로는 너무 많은 주제에 욕심을 내면 오히려 다른 커뮤니티와 차별성이 떨어질 수 있어서 조심스럽기도 하고요.
두 번째는 수도권 외 지역의 정보도 많이 교류되면 좋겠어요. 아무래도 참여하신 분들이 대부분 수도권에 있으신 것 같아, 타지역 정보에 대해서 좀 거리감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지역 이슈나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분들과 연결이나 연대를 통해서 지속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다행이도 현재 방에는 전국에서 활동하신 분들이 다양하게 모여있기는 한데요. 비율로 보면 아무래도 수도권 활동가들이 더 많을 거에요. 그런데 또 올라오는 글이나 모집, 홍보 관련한 글을 보면 완전히 수도권 행사만 있는 건 아니라서 다행이고요. 그런데 또 지역 활동가들을 더 어떻게 모으지? 이런 고민이... 하하 너무 행복한 고민일지도요?
Q. 그럼 얼룩말씨가 말한대로 더 많은 청년 활동가들이 모인다면 (전국의), 어떤 것을 도모하고 싶으신 것이 있으신지요?
음.. 저는 꼭 비영리 단체의 직업 활동가가 아니어도 제가 과거에 강사를 할 때처럼 각자의 미션을 가지고 행동하시는 분들과도 연결되고, 연대하고 싶어요. 아..활동가 말고 신박한 다른 단어는 없는 걸까요?
최근에 만난 어떤 활동가분께서 스스로를 ‘고립 활동가’라고 칭하시더라구요. 그게 무슨 말인지 물었더니 “당장 눈앞의 급한 목표를 위해 달려가느라 주변의 ‘다른 활동가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활동가라는 정체성 밖의 삶의 모습을 잘 모르고 살아가고 있더라”라고 하셨어요. 저도 네트워킹에 힘쓰기 전에 비슷하게 느낀적이 있어서 너무나 공감이 되었어요.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 고립이 아니라, 사람이 있어도 고립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일 스트레스’ 안주는 느슨한 네트워크, 활동가라는 정체성에서 안전하고, 편안하지만 유익한 네트워크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이렇게 관계라는 공간을 만들면 재미있고, 멋진 스토리는 다른 분들이 만들어 주실 것 같아요. 그러면 좋겠네요.
Q. 저도 그런 네트워크가 있다면 당장 가입하고, 새로운 일을 도모하자고 할 것 같아요! 그런 네트워크를 꼭 좀 만들어 주세요! 마지막으로, 얼룩말 활동가의 앞으로의 목표가 있나요? 아님 새롭게 도전해 보고 싶은 것이 있는지?
삶의 목표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소외되는 사람을 줄이고, 더 많은 사람이 웃는 세상 만들기’일 겁니다. (물론 좀 더 멋진 문장을 찾으면 바꿔야겠지요 하하) 단기적으로는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기와 사이드 프로젝트를 완수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금 두 가지 사이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한 가지는 공개가 좀 어렵고, 나머지 하나는 여기서 살짝 공개할 수 있습니다. 하하. 여기 이렇게 은근슬쩍 광고해도 되는 거죠?
앞서 말씀드렸던 네트워킹에 공감하시는 분들과 함께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힘을 모아서 이전보다 좀 더 큰 규모의 청년 활동가 네트워킹 파티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8월 말에 행사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으니까 나중에 홍보할 때 도와주세요. 행사는 성공적일 겁니다. 준비하는 지금도 엄청 반짝반짝하거든요!
활동가들과 함께일 때 가장 신나 보이고, 가장 용감해 보이던 활동가 얼룩말. 그의 목표를 처음 듣자니 새롭다. “소외된 사람들을 줄이고, 더 많은 사람이 웃는 세상 만들기”를 목표로 사람들을 대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웃음이 난다. 어쩌면 우리 활동가 모두는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디론가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그들을 언제나 응원하기 위해 나는 무슨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이 시작되는 인터뷰의 끝이다. 그와 함께 나이 들어가는 모든 활동가들이 소외되지 않기를, 소외되는 사람들을 사회에서 만나가기를. 전하고 또 전달하고 싶다. 그리고 그 활동가들에게 응원의 말을 전한다. “함께해요. 우리!”
#충북 #얼룩말 #이재욱 #생태지평 #청년NET. #환경운동 #오픈채티방 #커뮤니티
인터뷰어 : 윤가현
소중한 활동가 동료들을 자랑하고 싶었다. 아마도 내가 활동을 계속 할 수 있는 이유는 두 활동가 동료와 나를 응원해주는 인터뷰에 담지 못한 많은 이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활동명 얼룩말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재욱. 활동명부터 심상치 않은 그는 생태지평 청년NET. 이라는 카톡방을 만들었다. 처음, 환경운동을 하는 젊은 활동가들과 함께 네트워킹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함께 활동을 공유하는 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개의 목적을 한번에 달성하기위해 만들었던 오픈 카톡방 ‘생태지평 청년 NET.’에는 125명의 활동가가 함께 모여있다. 한명의 젊은 활동가가 125명을 한데 모을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그의 넓은 발이 궁금했다.
Q. 안녕하세요? 얼룩말씨? 님이라고 부를까요? 나름 친한 관계라, 어떻게 부르면 좋을지요. 하하. 활동가 얼룩말을 처음 알게 되는 사람들을 위해서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음.. 뭔가 인터뷰니까 얼룩말씨라고 하면 어떨까 합니다. 안녕하세요, 얼룩말입니다~. 생태지평의 ‘바다’님과 함께 ‘생태지평 청년NET.’을 만들었구요, 지금은 느린학습자를 위한 콘텐츠 제작과 교육을 제공하는 ‘피치마켓’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Q. 현재의 활동가 얼룩말에게 물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요. 과거에 주로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궁금해요.
직업 활동가가 된 것은 2020년 환경단체 생태지평에 들어간 것이 시작이었어요. 생각보다 얼마되지 않았죠?(웃음) 최근에는 ‘피치마켓’이라는 비영리 단체에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네요.
Q. 새로운 곳에 이직한지 얼마 되지 않은 걸로 알아요. 피치마켓은 어떤 계기로 들어가게 되셨나요? 환경조직에서 교육/소통 조직으로 넘어가는 것은 완전한 다른 느낌일 것 같은데.
음 이전 직장에서 환경 교재를 개발했었요. 청소년들과 함께 환경 캠프를 진행하기도 하고요.직접 교육하면서 만난 친구들이 청소년이어도 다양했어요.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고등학생들이요. 그때 교육했던 청소년들을 대상자로 상상했어요. 또, 나이 차이 뿐만 아니라 지역차이도 꽤나 있었어요. 그때 만났던 친구들은 비도시 지역의 취약계층이 대부분이었고, 그런 친구들을 같이 만나다보면 지역마다 교육열이 다르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고요. 교육열이 높은 수도권의 학생들과 학습 격차가 있었어요.
그런 대상들의 차이를 생각하다보면 다양한 학습 능력을 가진 다양한 친구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환경 교재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러면서 배제되는 사람 없는 방식을 고민하면서 청각, 시각 장애인을 위한 폐쇄 자막 교육 영상이나 오디오북, 이북을 개발하게 되었어요. 꽤나 다채롭죠?
조직에서 나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작업했던 것이 발달장애인을 위한 환경 교재였어요. 그때 느린 학습자를 위한 콘텐츠 레퍼런스를 조사하면서 ‘피치마켓’을 알게 되었구요. 멋진 디자인뿐만 아니라, 흥미롭게 풀어내는 다양한 주제선정이 매력적이고,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주 우연히 구인 접수 마지막날 공고를 발견하게 되어 지원하게 되었구요. 우연이지만 운이 좋았죠.
Q. 정말 흥미롭네요. 어쩌면 환경에서 교육을 담당하다가, 이제 전문적으로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활동가가 된 느낌이에요. 새로운 곳에서의 적응은 잘 되어가고 있나요?
아하. 일단 노동환경 부분에서 좀 다른데요. 이전에는 상근 5인정도의 작은 규모였는데, 현재 피치마켓은 많은 사람들이, 다양하게 포지션을 맡고 있어요. 그래서 일단 사람이 많이 있는 사무실이 조금 어색하고 신기하달까요? 약간 전학생이 된 느낌으로 물음표를 달고 지내고 있어요. 하하. 사실 진짜 이곳에서 일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정말 적응중이네요. 그렇지만 또 디지털 툴 사용을 내·외부적으로 시도하는 것이 성격과 잘맞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스스로 “아 나는 이런거 좋아하는구나”하고 스스로를 알게 된 점도 있죠.
아무래도 이전에 환경단체에서도 교육 관련 일을 했었고, 홍보마케팅 부분도 결국 ‘대상에 대한 자발적 변화 유도’ 라는 측면에서 같은 맥락이라고 느껴져서 그런지 다루는 주제가 달라지긴 했지만 교육이라는 측면에서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정말 전문가가 되어 가고 있을지도요?.
Q. 좋은 이직을 하게 되신 것을 축하드려요! 제가 보기엔 좋은 이직인 것 같아요. 스스로를 발견하고, 발전하는 모습이요! 그럼 이렇게 ‘교육’이라는 타이틀에 관심을 가지면서 활동가로 전업을 하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어쩌다가 활동가가 되셨는지. 그것도 찐 활동가요.
직업 활동가가 되기 이전에는 악기(기타), 영상 강사가 직업이었어요. 그때도 ‘소외되는 사람을 줄이고, 더 많은 사람이 웃는 세상 만들기’라는 목표였기 때문에 활동가라고 분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뭐랄까 ‘활동가’라는 단어가 제 이력을 아주 잘 대변하는 건 아니지만, 사람들에게 가장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말인 것 같기도 하고요.
그렇다 보니, 어쩌다가 활동가가 되었냐는 질문에는 정말 ‘어쩌다 활동가’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그래도 시작을 돌아보면 강사 일을 할 때 여름 방학이면 청소년 환경 캠프 모둠 교사를 하던 것이었어요. 아무래도 방학 때 강의가 없다 보니 계속 참여하게 되었는데, 보통은 학업 이후에 취업하게 되면 참가가 어렵다 보니 어느새 경력직이 되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스탭 일을 좀 돕다가, 일주일에 하루만 출근하다가, 하루가 이틀이 되고 그러다 상근직이 되었죠.
그래서 저보고 ‘찐 활동가’라고 하시면 부끄럽습니다. 어벤져스 뺨치시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저는 그냥 좋은 세상 만드는데 한 손 거드는 그 정도죠 뭐.
Q. 그렇다기엔 ‘생태지평 청년NET.’에 125명이나 모은 사람이라기엔 너무 겸손하신데요?(웃음) 사실 전국에 있는 활동가들이 한 데 모여 네트워킹하기 쉽지 않잖아요.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125명이나 오픈 카톡방에 모인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갑자기 구체적인 숫자가 들어간 질문이라니, 훅 들어오시네요.(웃음) 125명이라… 음..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수라고 생각합니다. 판을 벌린 입장에서는 감사한 마음이죠. 그런데 장기적으로는 운영진이 감사해야하는 그런 네트워킹 형태가 아닌 것이 목표입니다. 구성원들 각자가 원하는 바를 내어놓고, 가져가는 공간이 되면 좋겠어요. 서로가 서로의 존재 이유가 되기를 바랍니다.
Q. 정말 궁금해서요. 처음 만들 때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모일 줄 예상하셨나요?
처음에요 음.. 사실 100명까지는 확신이 있었어요. 20, 50, 100 이라는 기점마다의 계획이 있었는데,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길이 보였습니다. 잘난 척은 아니구요.(웃음) 오픈톡을 런칭한 것은 올해지만 사실 그 전 1년 동안 오프라인 행사를 운영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속에 씨앗을 심었다고 생각해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야. 우리가 같이 고민하고 있어.’라든가, ‘어? 그거 너네도 고민해? 우리도 고민이야’라든가. ‘그거 되게 좋은 생각인데. 정말 어디에 함께 공유하면 좋겠는데.’라든가. 세상에는 정말 좋은 사업들이나 아이디어들이 많잖아요. 또 좋은 활동가들의 마음과 글도 있고요. 나만 알기에는 너무 아쉽고, 남한테 알리기엔 쫌 어렵고. 서로의 관심사를 함께 공유한 사람들이 공유하고 싶은 그런 것들을 나눌 수 있는, 이 네트워크에 오면 무엇을 얻을 수 있고, 나눌 수 있는지에 대한 감각적인 부분이요. 그리고 그 씨앗이 남아있을 것이라 기대하면서 오픈톡으로 초대하는 거죠. ‘같이 키울래?’ 하고요.
Q. 맞아요. 저 또한 그 일행들중 한명으로써 너무 좋아요. ‘와 여기에 나같은 사람 짱 많다!’ 이런 느낌이요. 그리고 너무나 클린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저는 신기했는데요, 100명이 모였는데 사고(?) 한번 없이, 잘 유지가 되고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잘 운영되고 있다고 봐주시니 감사하네요. 저희도 공지 사항으로 기본적인 그라운드 룰을 내보내는데,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 안전한 커뮤니티가 될 수 있는 규칙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키워드가 환경과 청년이다보니 이런 오픈채팅이라는 툴에 익숙하고. 왠만해서는 어떤 행동이 비매너 행위인지, 아닌지 딱 잘라 말하지 않더라도 어떤 암묵적인 룰에 익숙한 사람들이죠. 그러다 보니까 하등 할 언급할 무언가의 일도 없고요. 또 어떻게 보면 좀 더 좋은 세상 만드는데 관심이 있는 장을 통해 들어오신 분들이다 보니 다들 좋은 사람들이 모였고, 좋은 일과 글에 공감을 하는 것 외에 이방에선 관심이 없어요. 서로 응원을 하기도 하고, 좋아요를 누르고, 공유해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도 나누고요. 서로 얼굴한번 보지 않았어도 어딘가에 있을 나와 같은 사람에게 실례를 저지를 일은 별로 없을거라 생각해요.
Q. 125명. 저는 쉽지 않은 수 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활동을 하면서 여태 만났던 활동가 이름들을 대었을 때 125명이 되려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든든하기도 하고요. 혹시 지금의 모인 단톡방에 있는 사람들 외에 또 어떤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으신가요?
이 부분은 두 가지 바람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환경 외의 다른분야에 대해 관심 있는 분들도 모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환경단체의 이름을 걸고 만들다 보니 아무래도 환경이라는 키워드가 가장 중심이 되도록 디자인 되었는데요. 보통 한 가지 사회 변화에 대한 이슈에 관심을 가지신 분들이 다른 이슈에도 관심을 가지시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그래서 서로서로 세상을 보는 눈을 확장 시키면서 연결되면 좋겠어요. 한편으로는 너무 많은 주제에 욕심을 내면 오히려 다른 커뮤니티와 차별성이 떨어질 수 있어서 조심스럽기도 하고요.
두 번째는 수도권 외 지역의 정보도 많이 교류되면 좋겠어요. 아무래도 참여하신 분들이 대부분 수도권에 있으신 것 같아, 타지역 정보에 대해서 좀 거리감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지역 이슈나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분들과 연결이나 연대를 통해서 지속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다행이도 현재 방에는 전국에서 활동하신 분들이 다양하게 모여있기는 한데요. 비율로 보면 아무래도 수도권 활동가들이 더 많을 거에요. 그런데 또 올라오는 글이나 모집, 홍보 관련한 글을 보면 완전히 수도권 행사만 있는 건 아니라서 다행이고요. 그런데 또 지역 활동가들을 더 어떻게 모으지? 이런 고민이... 하하 너무 행복한 고민일지도요?
Q. 그럼 얼룩말씨가 말한대로 더 많은 청년 활동가들이 모인다면 (전국의), 어떤 것을 도모하고 싶으신 것이 있으신지요?
음.. 저는 꼭 비영리 단체의 직업 활동가가 아니어도 제가 과거에 강사를 할 때처럼 각자의 미션을 가지고 행동하시는 분들과도 연결되고, 연대하고 싶어요. 아..활동가 말고 신박한 다른 단어는 없는 걸까요?
최근에 만난 어떤 활동가분께서 스스로를 ‘고립 활동가’라고 칭하시더라구요. 그게 무슨 말인지 물었더니 “당장 눈앞의 급한 목표를 위해 달려가느라 주변의 ‘다른 활동가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활동가라는 정체성 밖의 삶의 모습을 잘 모르고 살아가고 있더라”라고 하셨어요. 저도 네트워킹에 힘쓰기 전에 비슷하게 느낀적이 있어서 너무나 공감이 되었어요.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 고립이 아니라, 사람이 있어도 고립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일 스트레스’ 안주는 느슨한 네트워크, 활동가라는 정체성에서 안전하고, 편안하지만 유익한 네트워크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이렇게 관계라는 공간을 만들면 재미있고, 멋진 스토리는 다른 분들이 만들어 주실 것 같아요. 그러면 좋겠네요.
Q. 저도 그런 네트워크가 있다면 당장 가입하고, 새로운 일을 도모하자고 할 것 같아요! 그런 네트워크를 꼭 좀 만들어 주세요! 마지막으로, 얼룩말 활동가의 앞으로의 목표가 있나요? 아님 새롭게 도전해 보고 싶은 것이 있는지?
삶의 목표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소외되는 사람을 줄이고, 더 많은 사람이 웃는 세상 만들기’일 겁니다. (물론 좀 더 멋진 문장을 찾으면 바꿔야겠지요 하하) 단기적으로는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기와 사이드 프로젝트를 완수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금 두 가지 사이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한 가지는 공개가 좀 어렵고, 나머지 하나는 여기서 살짝 공개할 수 있습니다. 하하. 여기 이렇게 은근슬쩍 광고해도 되는 거죠?
앞서 말씀드렸던 네트워킹에 공감하시는 분들과 함께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힘을 모아서 이전보다 좀 더 큰 규모의 청년 활동가 네트워킹 파티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8월 말에 행사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으니까 나중에 홍보할 때 도와주세요. 행사는 성공적일 겁니다. 준비하는 지금도 엄청 반짝반짝하거든요!
활동가들과 함께일 때 가장 신나 보이고, 가장 용감해 보이던 활동가 얼룩말. 그의 목표를 처음 듣자니 새롭다. “소외된 사람들을 줄이고, 더 많은 사람이 웃는 세상 만들기”를 목표로 사람들을 대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웃음이 난다. 어쩌면 우리 활동가 모두는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디론가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그들을 언제나 응원하기 위해 나는 무슨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이 시작되는 인터뷰의 끝이다. 그와 함께 나이 들어가는 모든 활동가들이 소외되지 않기를, 소외되는 사람들을 사회에서 만나가기를. 전하고 또 전달하고 싶다. 그리고 그 활동가들에게 응원의 말을 전한다. “함께해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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