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변만사]활동가들의 삶의 온도를 읽는 춘천 토종씨앗도서관 김선옥

변화를만드는사람들
조회수 232

활동가로의 삶이 끝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2~3개 이상의 직함을 가지고 보이는 그리고 보이지 않는 일과 관계가 끊임없이 돌아가는 일상을 살던 활동가가, 그 직함을 모두 내려놓으면 어떤 일을 할까? 어쩌면 나는 그것이 생태라는 답이 아닌 다른 대답을 듣고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얼마전 누군가에게 이제 7월말에 모든 자리를 내려놓으신다는 김선옥 선생님의 소식을 듣고 인터뷰를 요청드렸다.

“이제 뭐하세요?”



#. 개인이 아니라 사회로 시선을 돌리게 된 두가지 사건


Q. 처음 활동가로 시작하신 곳이 두레생협으로 알고 있는데요. 활동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두레생협은 처음부터 활동을 해야지라고 생각해서 들어간 곳은 아니었어요. IMF시기 춘천생명의숲에서 진행된 숲가꾸기 사업을 담당하다가 사업이 정리되면서 지인 추천으로 생협에 자리가 있다고 하고 100만원 준다고 하는데 나한테는 중요한 수입이어서 시작하게 된거죠.


Q. 일자리로 볼 때 생명의숲이나 생협이 친숙한 곳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다른 배경이 있으셨을까요?

저는 원래 홍천에서 태어났고 위로 오빠가 넷이고 부모님 40대에 낳으신 늦둥이 딸이였죠. 농촌에서의 삶이 그 당시는 다 어렵고 힘들어잖아요. 그래서 다른 아이들은 엄마가 다 교복도 빨아주는데 나는 밥도 내가 해먹어야 하고 소 죽도 끊여야 하고...다 제가 해야했으니까 부모님한테 반항심이 많았어요. 

그러다가 가톨릭농민회 소속인 오빠 친구를 만나면서 왜 농업인의 삶이 이렇게 될 수 밖에 없는가라는 걸 생각하게 되고 개인의 잘못이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바라보는 계기가 만들어졌어요.

그러다가, 80년 광주민주화항쟁 관련해서 친오빠가 수배를 받게되면서 우리 가족은 동네에서 감시대상이 되는 상황을 겪게되죠. 그전까지 아버지가 동네에서 오랫동안 이장도 하시면서 마을안에서 관계가 좋았는데 돌아보지도 않고 말도 안걸고 한순간에 가족이 동네에서 단절되는 경험을 한거예요. 

초.중학교때 두 가지 경험을 하면서, 공부만 열심히 해서 뭔가 잘되어야겠다 보다는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어떤 원인으로 발생되는지, 그것이 정당한 것인지를 생각하게 되는 계기 되었어요. 그래서, 사회현상에 대해 가장 관심을 갖고 거리로 나갈 수 있는 사회학과를 선택해서 대학을 가게되었고, 졸업하면서 농촌과 산업현장 중 산업현장을 선택해 노동자로의 길을 가다가 결혼하면서 춘천으로 내려왔어요. 그러다보니 춘천의 일자리도 대학때 인연을 맺었던 지인분들이 지역내 시민사회쪽에 있으시다보니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었어요.


#. 이상한 집단을 만나다


두레생협 활동사진


Q. 두레생협에서는 어떤 활동부터 시작하셨나요?

두레생협을 어떤 목적을 가지고 활동을 하겠다 생각하고 들어간게 아니었어요,.그런데 일을 하면서 만나는 생협이 너무 생소했던 거예요.

너무 이상한 집단을 만난거죠. 자기만 알거나, 그냥 가게를 하는게 아니었어요. 그래서 협동조합이 무엇인가를 공부를 시작했는데 정말 좋은거더라구요. 생활을 협동으로 풀어내는 조직인거죠.

생명, 협동, 생활공동체로 아이들을 키우는 것부터 시작해서 먹는 것, 교육하는 것까지 모든 것을 다 함께 고민하고 사람들끼리 모여 자기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가는 조직이었던거죠.

처음 생협에서 일하면서 시작하게 된 활동은 보육 조례를 만드는 거였어요. 조합원들과 아파트가서 서명도 받고 조례안도 작성하면서, ‘누가 뭘 하자’ 하면 ‘같이 하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해결하는 과정을 경험하죠. 아..여기 단순한 집단이 아니구나 생각하게 되었죠.


Q. 생활속에서 문제를 찾는다고 하면 정말 다양한 사업이 있었을 것 같은데 소개해주세요.

제가 일하던 시기에 아토피 가족들이 많았고, 가족이 알아서 해결해야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들을 이야기나누다가 아토피 가족모임을 하게되었어요. 아토피 프로그램 등을 하는 모임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춘천시 보건소에서 사업을 받아 진행하게 되었어요.

춘천시에 미세먼지, 방사능 등 문제가 대두되었을 때는 방사능생활감시단,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 라는 활동을 했고, 지역내 생활협동조합이 3개 생기면서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먹거리 문제를 해결해보자해서 식생활네트워크를 시작했어요.

소액 대출이 필요한 단체들이 많다보니 문턱이 낮은 은행이 필요할 것 같다고 해서 뜻이 있는 분들의 자금을 모아 묻지마종자돈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구요. 일하는 엄마와 일자리가 필요한 엄마들을 연결하는 워커즈협동조합, 토종씨앗 교육 후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싶은 조합원들을 모아 운영하고 있는 토종씨앗 도서관, 에너지카페 사과나무도 있죠.

같은 맥락에서 PP/PE모아챌린지, 방학 결식아동 반찬지원사업, 유기농김장나눔행사, 종이팩수거 활동, 유치원, 어린이집, 지역아동센터 단체와 협업한 녹색장터의 활동을 했어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핵심적으로 끊임없이 했던 것은 로컬푸드였어요. 지역순환경제에서 로컬푸드가 핵심이라고 생각하고, 1차 농산물에서 가공식품까지 사회적경제기업들과 협업화를 통한 사업들(생명밥상, 강원곳간&가치사는가게 숍인숍 등)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묻지마종자돈 활동사진


Q. 말씀을 듣다보니 지금까지의 다양한 활동을 관통하는 가치가 있다면 무엇이었을지 궁금해졌어요

‘자조’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제가 했던 활동은 개인적으로 무엇을 하고 싶어서 그런게 아니라 지역에서 필요가 보였고 그 필요를 같이 느끼는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하나 만들어나갔던 거예요. 그 필요를 단체가 느껴서 연대하는 경우도 있고 열정적인 개인으로 시작하기도 하죠.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 같은 경우도 개인으로 활동하시다가 생협 소모임으로 결정하게 되었고 이것을 계기로 지역 전체 활동으로 넓혀졌죠. 열성을 다해서 지역에서 해보고 싶다하는 사람을 지원해주는 과정속에서 스스로도 성장하고 지역에도 이런 가치와 철학을 더 넓히는 일을 생협이 하고 있는 거죠.

그리고 이 과정속에서 사람이 나오게되요. 문제를 느끼는 개인, 가치와 철학에 동의하여 같이 가게 되는 개인들이 발굴되면 힘을 보태주고 같이 할 사람을 모아주고 지지하는 역할을 하게 됨으로써 나를 우리로 이어주게 되는거죠.


#. 사람을 만나고 사람속에서 배우기


토종씨앗도서관 활동사진


Q. 개인적으로는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 같으세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다양하게 접근할 때 저 또한 그 내용을 공감하고 같이 가려면 공부를 해야해요. 모든 분야에 깊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고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부분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Q. 탄탄하게 활동을 이어오신 것 같은데요. 그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때는 언제셨나요?

생협이 온갖 것에 관심이 많은 조직이다보니 경제적으로 이윤을 남기거나 하는 부분이 어려워진때가 있었어요. 2003년~2010년 생협이 정말 어려웠던 시기예요. 지역에 생활협동조합이 늘어나고 이윤을 내는 활동에만 집중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어서, 우리가 지역에서 이곳을 지켜낼 수 있을까 계속 갈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죠.

개인적으로 건강도 안좋은 상황이었어서, 6개월정도를 쉬었어요. 하지만 떠나지는 못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다른 걸 할 껄 이런 생각이 드는데^^ 다른 길을 가야겠다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없어요, 그건 아마도 (지금도 그렇지만) 내 중심은 더 사람을 만나고 사람속에서 늘 새로운 내용을 습득할 수 있는 과정을 같이 하거나 공부를 배우는 어떤 기회를 주거나 혹은 갖는 것에 있기 때문일꺼예요. 내 존재의 의미를 찾는 부분과 맞닿아 있는거죠.


Q. 어려움을 극복하는 내적인 동기에 대해 언급해주셨던 것 같은데요. 그 외에 지속적으로 활동을 이어가는데 있어서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요?

활동이 나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듯이 제가 활동을 지금까지 하게 된 것에는 가족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가족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원하는 것을 최선을 다하듯이 제가 하는 일에 있어서도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었어요. 사실 아이들을 키우면서 활동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데, 늦게까지 일을 해야하거나 주말을 반납해야하거나 그런 상황에 대해서도 이해해주고 아이들이 대안학교 가면서는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각자의 생활과 가치를 존중해주는 방식으로 관계가 형성되면서 더 일에 집중해서 할 수 있게 되었죠.


#. 뭘 도와줄까 묻는 사람


사회적경제네트워크 활동사진


Q. 지난 활동들을 돌아보실 때 활동가에게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나이가 드니, 여유가 있어지는 것 같아요. 그 여유란 것은 지금 당장 내 앞에 놓은 사업의 결과가 좋거나 나쁘다는 평가가 그 이후에도 같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겠는가를 생각하게 되면서 생기게 되었어요. 

저도 예전에는 사업에 있어 뾰족하고 이게 아니면 안된다고 생각하는게 강한 사람이었는데, 그 생각 때문에 놓친게 너무 많지 않나 생각을 하는 거예요.  그 때는 최선이라고 생각해서 함께하는 사람들과 아웅다웅했지만 지내놓고 보면 별거 아니었네 하는 경험들을 하다보니까 최선을 다하지만 여유있는 것이 좋겠다라는 보는거예요.

상대방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그것도 괜찮네, 이번에는 그렇게 한번 해보자 이런 마음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유연성이 우리보다는 지금 세대가 더 잘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보고, 그것이 세상을 변화시키는게 하는게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에너지카페 사과나무 활동사진


Q. 얼마전 지인으로부터 7월까지 모든 일을 내려놓으시고, 앞으로 ‘뭐 도와줄꺼 없어’라고 묻는 사람을 할꺼라고 하셨다구요.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나는 요즘 최고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자주 얘기해요. 한편으로는 사회적경제를 통해 만나는 젊은 친구들과 자주 만나고 배울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친구들이 일을 너무 잘해서 너무 감사한 마음이 많이 들어요. 

그런데 그 친구들이 참 힘들어요, 아이도 키워야지, 어려운 기업 활동도 해야지, 지역의 크고작은 일도 챙겨야지..그런 모습을 볼 때 나는 그들로부터 받는 것이 많아 행복한 시기를 보내는데 내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뭘까, 힘들고 어려울 때 나를 활용했으면 좋겠다 생각하는거죠.

제가 에너지카페 사과나무 일을 놓으면서 제일 걱정되는게 뭔지 아세요? 화장실 청소예요. 다 워낙 바쁘고 일이 많고 하다보니 정리정돈이나, 청소나 이런거에는 손이 안가는거야. 활동에 있어서 제가 해야하는 일은 뒤에서 보이지 않는 일을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냥 있는 듯 없는 듯 그 자리에 있으면서 내가 필요할 때 고민을 같이 얘기하고 시간이 없어서 바빠서 안 보이는 것들을 하고 구멍이 생긴 일을 메우면서요.

근데 그러려면 계속 뭔가 나도 새롭게 변화되는 것을 배우고 이런 노력을 해야하는 거죠. 그래야지 공감하고 줄 수 있을테니까요.

그래서 친구들이 어렵고 힘들 때 내가 해줄 수 있는거를 할 수 있고, 언제든지 뭘 도와줄까를 그 친구들에게 물어볼 때 그게 무엇이든 내가 충분히 그만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춘천두레생협 대통령상 표창사진

공익활동가 시상식


활동가들이 지역안에서 살아갈 때 혼자여서 힘이들어 삶의 온도가 내려가면 사람들과 함께 활동을 도우며 온도를 올리고 너무 집중해서 스스로 갖히게 되어 온도가 올라가면 이야기하면서 온도를 내리는 그래서, 적정한 온도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돕는 김선옥 활동가의 다음을 응원합니다


#춘천 #토종씨앗 #강원 #김선옥 #두레생협 #사회적경제


글쓴이 : 윤효주
복지, 사회혁신분야 중간지원조직 16년 근무, 시민이 만들어가는 변화의 힘을 믿습니다. 

이 인터뷰 프로젝트는 '임팩트 그라운드'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재단법인 브라이언임팩트가 후원하고 사회적협동조합 지리산이음이 기획·운영합니다.


0